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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과외 - 맛있는 글쓰기, 멋있는 책 쓰기를 위한
김영대.백미정 지음 / 대경북스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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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의 교과서를 보다가 내가 평생 맞다고 알고 쓰던 맞춤법이 틀렸다는 것에 작은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예전에 '일해라 절해라' 라는 인터넷 유머를 보며 재밌다며 신나게 웃었는데 자주 서평을 적는 입장에서도 내 맞춤법이나 글이 누군가의 비웃음 대상이 되는 건 아닐까 갑자기 소심해진다.
그래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우리말 과외'는 27년 차 출판 편집자이자 출판사 대표와 영혼이 건강해야 글도 건강하다는 글쓰기 코치가 함께 맛있고 멋있는 책 쓰기를 지도한다. 일명 '우리말 지침서'이다.
글쓰기 지도는 간결한 글쓰기에 꼭 필요한 우리말 공부를 위해 번역투 지양하기, 우리말 맞춤법, 띄어쓰기, 잊혀 가는 우리 순우리말 배우기 그리고 글쓰기 훈련법 이렇게 총 다섯 마당으로 이어진다.
다른 건 다 그렇다 쳐도 '번역투 지양하기'가 무슨 뜻인가 했는데 표현 방식을 바꾸면 같은 문장도 부드럽게 표현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그 건물은 현재 리모델링 중에 있다. → 그 건물은 현재 리모델링 중이다.
그분은 늘 이웃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왔다. → 그분은 늘 이웃에 관심을 가져왔다.
공영방송은 높은 수준의 공적 책임이 요구된다. → 공영방송은 높은 수준의 공적 책임이 필요하다.
납세의 의무를 가진다. → 남세의 의무가 있다.
have의 의미처럼 가지다는 단어도 간단하고 쓰면 더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아이들은 물론 요즘 사람들은 톡이나 간단한 문자로 대화하는 시대라 줄임말이나 유행어로 만들어진 단어를 쓰느라 한글 공부에 크게 신경 쓰지 않기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맞춤법이 틀린 것을 보면 상대에 대해 조금 실망하거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도 한 것 같다.
부치다와 붙이다, 맞추다와 맞히다, 결제와 결재처럼 확실히 알고 있는 단어도 있었지만, 웬과 왠처럼 헷갈리는 글자도 있었다. 알고 보니 '웬'은 '어떠한, '어떻게 된' 정도의 의미이며, '왠'은 '왜인지'의 준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때문에 '오늘은 웬일인지', '오늘 따라 왠지'로 표현해야 한다.
한글이라고 쉽게 보고 읽으면 금방 다 알 것 같았는데 배울수록 어렵고 시간을 들여 외우려 노력해야 했다.
책을 읽으며 분네, 민값, 이랑, 가람, 무두질, 세모벌, 대이름씨, 샛바람 같은 몇몇 단어 외에는 배울 일이 없던 순우리말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지만,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다섯째 마당의 글쓰기 연습이 아니었었나 싶다.
글쓰기 연습의 첫 번째 수업은 '길게 써도 된다' 이다.
나는 아이가 독서록을 작성할 때 줄거리를 다 옮겨 놓은 듯한 장황한 설명과 느낌이 담긴 글을 나무랐었는데, 일단 긴 문장을 끊지 않고 이어서 쓰다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의 물꼬가 트인다는 설명이었다.
일단 길게 쓰고 그다음에 적당하게 가지치기를 하며 문장을 다듬어 간다. 좋은 방법이다.
두 번째 수업은 수미상관 구조를 가진 글을 쓰기, 세 번째 수업은 말하기보단 보여주기 방식으로 묘사하기였다.
그렇게 차근차근 수업의 내용을 이행하다보면 나만의 글쓰기가 완성된다.
예전에 어떤 작가가 쓸 것이 없어도 하루에 열 개는 써야 한다고 하는 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 일단 정말 하고 싶은 내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줄줄 꺼내보는 일이 필요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우리말을 공부하려면 우리말을 자꾸 써 줘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서평 쓰기 말고는 일기나 편지도 쓸 일 없는 요즘이지만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쉬운 글부터 자꾸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