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
구시키 리우 지음, 곽범신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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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연쇄살인마의 심리를 잘 그렸던 구시키 리우의 전작 '사형에 이르는 병'을 오래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TIGER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진 작품으로 돌아왔다.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초등학생 여자아이 두 명이 살해당한 사건인 일명 '기타미노베군 여아 연쇄살인사건'의 두 명의 범인 중 한 명이 옥중에서 사망한 사실을 호시노 세이지가 알게 되면서 시작 된다.

이요 준이치와 죽은 가메이도 겐은 당시 범인으로 잡혔었고 자백하여 종결된 사건이였다. 하지만 검시 결과에 맞춰가듯이 진술을 바꾸는 모습과 잔인한 범행보다는 단순한 절도범처럼 보였던 범인의 인상, 결정적으로 물증이 없었다는 사실 등등 당시 형사였던 호시노 세이지의 직감은 이들이 진짜 범인이 아닐 수 도 있다고 말한다.

적어도 이 말에 거짓은 없다. 세이지는 40년 넘게 경찰의 녹을 먹고 살았다. 산저수전을 모두 겪은 형사로서 거짓말은 하늘에 뜬 별만큼 많이 들었다.

그런 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 녀석은 살인자가 아니라고. -P.89

말로 담을 수 없을 만큼 참혹한 죽음을 맞은 아이들의 사건이라 세이지도 조심스러웠다. 결코 범죄자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이 아니였다. 그저 또다른 억울한 희생자를 남겨 둘 수 없다는 생각이였을것이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사건이라 재수사가 쉽지 않았던 터라 세이지는 지인의 여론을 움직이라는 조언을 얻어 손자 아사히와 손자 친구 이시바시 데쓰의 도움을 빌리기로 한다.

헌데 아사히와 데쓰가 만든 영상으로 사건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자 누군가 TIGER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데 범인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으로 TIGER는 자신의 존재를 어필한다.

추리 소설을 워낙 좋아하는 편이라 책 속에서 다양한 범죄 사건을 읽어 보긴 했지만, 어린 아이가 범죄를 당하는 페이지를 읽을 때는 너무 충격적이라 책읽기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오래전에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을 읽을 때도 피해 사실을 너무 상세하게 표현해서 한동안 범죄 소설은 읽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이와 관련된 범죄라 더 괴로웠다. 이런 사건이 비단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종종 들려오는 터라 더 끔찍했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곤경에 처한 사람을 경계하라며 가르쳐야 하는 사회라니 세상이 점점 더 삭막하고 무서워진다. 하지만 그 안에도 진실을 밝히고 범인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대로 묻혀버려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을 사건에도 끝까지 파고드는 집념의 사람들 말이다.

아무튼 이야기는 사건의 진상을 밝혀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마지막에 어딘가에서 다시 피어나는 범죄의 씨앗으로 독자의 뒤통수를 세게 치는 에필로그가 있었다. 소설은 마지막까지 잔인하다.

이 책은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범죄 사실이 현실과 너무 닮아 소름이 돋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범죄자의 입장에서 혹은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서의 심리 묘사도 뛰어나 이야기에 푹 빠져 읽게 만들었다.

범죄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길 권하지만 뒷맛이 씁쓸하게 남는건 책임지지 않겠다.

[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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