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 어쩌다 보니 황혼, 마음은 놔두고 나이만 들었습니다
이나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평점 :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전에는 한번 책을 들면 끝을 볼때까지 놓지않고 쭉 읽곤 했었는데 시간에 쫏기는 생활을 하다보면 그런 여유를 부리기 쉽지 않다. 그런데 어제는 마침 오랫만에 날씨가 좋았고 여유도 있었고 산책길도 좋아 그 길에서 한 권을 뚝딱 읽고 돌아왔다.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제목부터 마음에 쏙 든 이 책의 저자는 서울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이나미 교수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있지만 그저 자신은 큰 실수나 사고없이 어느새 나이만 먹었다고 자칭하는 수수한 느낌의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였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것 같다. 지금의 내 나이를 20대때 바라볼때는 모든 것이 안정된 삶과 직장과 어른스러운 마음의 여유 같은 것이 있을거란 막연한 믿음이 있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세상 일에 서툴고 허둥대고 속도 좁다.
헌데 저자의 책을 읽다보면 어쩐지 나는 저자의 나이 60을 먹어서도 그 자리에 있을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아직 멀었다지만 멀지않은 '중년'을 지나 '노년'으로 가는 길 어떻게 하면 조금 덜 추하고 조금 더 어른스럽게 나이 들 수 있을까 그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다.
일례로 코로나 19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으로 가족모임이 제한되어 올 설명절 우리도 인원수를 조정해가며 조촐한 명절을 보내게 되었다. 아무도 손님으로 찾아오지 않는 명절, 그래도 상차리기 음식 만들기는 여전했다. 그때 처음으로 누구도 먹지 않는 제사상 차리기는 과연 누구를 위한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착한 며느리병, B급며느리.. 요즘은 과거의 관례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이야기는 들을 생각은 못한채 그저 지루한 관습이다 치부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것도 있다는 걸. 뒤에서만 명절증후군이니 뭐니 떠들지말고 달라지는 세상에 대해 기성세대도 젊은세대도 조율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대화가 필요하다 생각이 들었다. 물론 며느리인 내 입장에선 생.각.만.하는걸로.
이 책을 택 할 때 내 마음에 쏙 들어온 페이지가 있었는데 인생에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조정하려 하지말고, 스스의 마음을 닦을 일이라는 충고가 담긴 부분이였다. 부모로서 자식에게 기대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나 사랑은 오래 품는 것뿐아니라 모두를 자유롭게 하는 것에도 있음을 알려주며 나의 삶에 충실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말해준다.
요즘 우리집은 사춘기에 접어들랑 말랑하는 아이에게 늘어놓는 잔소리로 집안이 가득한데 책을 읽다보면 그렇게 아이를 잡아둘 필요가 없다. 나도 안다. 모두 사랑으로 품어주면 된다는걸. 물론 실천이 잘 안될뿐.
'자녀가 만약 부모와 다른 무언가를 확실히 주장하기 시작했다면, 부모는 자연스러운 대세를 거스리지말고, 자식을 완벽한 타인으로 존중해주기 시작해야 한다. 타인과 나를 분리하기, 힘없는 대상을 함부로 대하지 않기, 내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기, 통제보다는 관용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이들을 편하게 해주기, 자식들이 배워야 할 진짜 덕목이다. -p232'
책을 읽고 든 생각은 어쩌면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일 같은것을 참으면서 점차 어른이 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아직 내가 어른이 되지 못한 이유도 설명된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60은 그래도 아직 청춘이라던데 저자는 내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든다 것이였다. 물론 나도 건강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이가 되었구나 하는 순간들이 종종 있지만 60이 나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생각할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그 나이가 되면 그렇게 되는 것인지 반복되는 이야기에 조금 기운이 빠지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 지금 이 시기에 읽어보길 참 잘했다.
다양한 사람들의 책을 읽을 읽고 들으며 어느정도는 그 입장들을 잘 이해하고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그 나이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게 있음을 알게되었다. 특별한 일 없이 무탈하게 살다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 평범하지만 참 어려운 일인것 같다. 그래서 그것이 소망인 저자의 마음을 알것만 같다.
그나저나 나는 언제 어른이 되려나.
정신과 교수님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주부이자 며느리, 아내이며 딸이였던 그리고 나이가 든 한 사람의 이야기 가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