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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가기 전에 ㅣ 황선미 선생님이 들려주는 관계 이야기
황선미 지음, 천루 그림, 이보연 상담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평점 :
<황선미선생님이 들려주는 관계이야기> 지옥으로 가기전에
[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쟤가 왜 저러는지 몰라'
이런 말이 절로 나오는 시기의 사내 아이를 키우다보면 하루에도 열두번씩 아이의 짜증이 나의 신경질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다. 매번 날 선 말들이 오가다 누구하나 큰소리를 내는 것으로 늘 끝을 본다. 당연하게 소리를 지르는 쪽은 대부분 나다.
그런데 요즘은 아이도 참지 않는다. 엄마의 방식이 모두 맞는것은 아니라며 거부하는데 무척 당황스럽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때문에 늘 불통이 되는건지 이해 할 수 없다.
우리집 대장은 엄마. 아빠랑 나 때문에 잠시도 마음을 놓을수 없어서 날마다 머리가 아프고 온갖 신경을 쥐어짜야 한다는 잔소리꾼.
이 한 줄에 이어지는 다음 줄인 '엄마의 잔소리가 우리 입을 막아 버린거다.' 이 문장은 내 마음에 비수를 연속으로 꽂아 버린다. 우리 아이가 강한 긍정을 보낼것만 같은 문장이다.
그런데 관계이야기라는 따뜻한 타이틀에 비해 제목은 살벌하기만하다. 지옥으로 간다니. 대체 무엇이 아이를 지옥처럼 느껴지게 한걸까.
이야기의 주인공인 장루이는 2년전 프랑스로 가족이 함께 건너가 살다가 아빠가 대사관 업무에 시달리며 향수병에 걸리는 바람에 짧은 프랑스 생활을 접고 귀국 하게 되었다. 루이는 유치원에서 부터 프랑스에 가기 전 10살까지의 시간을 지옥이라 여겼었다. 당시 유진이라는 친구를 중심으로 일명 왕따같은 것을 당한 모양이다. 헌데 프랑스로 떠나 적응하기도 애매한 시간인 2년이 지난 이후, 다시 유진이와 그 패거리가 있다는 사립학교로 전학을 가게 생겼으니 루이에게 사립학교로 돌아오는 것이 지옥으로 가는 문과 다름없다는 것이였다. 저런저런.
이런 루이의 마음을 아는건지 모르는 건지 엄마는 루이가 절대 싫다는 일만 루이에게 지시한다.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지도 않고 마음대로 결정하는 엄마. 조건이 있다고 해도 귓등으로 들어주지도 않는 엄마. 루이는 그런 엄마가 답답하기만 하다.
열심히 자기만 살펴주고 지켜주는 부모의 품을 떠나 처음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한다는게 아이들에게는 정말 큰 시련일지도 모른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부모가 그것에 큰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스스로 적응하고 극복해야 할 일이기에 일일이 간섭하고 해결 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고 이해하고 공감해주는게 제일인것은 잘 알지만 아이가 꼭 해야 할 일은 해줬으면 하는게 부모의 바람이라 그건 어쩔수 없나보다.
'아이는 왜 내게 화를 낼까?'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보통은 내가 먼저 화를 낸다.
아이가 내가 하는 말을 잘 듣지 않고 덤벙거리며 행동해서 그런 경우가 많다. 그런데 또 뒤돌아 생각하면 그렇게 척척 자신의 잘 해내는 아이가 몇이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뭐든 잘하고 잘컸으면 좋겠는 마음이 잔소리로 쌓인다.
책 속 장루이의 엄마를 보며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 이런 것들에 대해 반성했다.
책 속에서 루이가 '조건'에 대해 엄마와 이야기할때 너무 공감되었다. 루이는 엄마가 검도를 하라는 것을 수락하는 대신 음악줄넘기가 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엄마는 학교 생활에 도움이 되는 다른 것을 하라고 말한다.
아이는 검도가 하고싶은게 아니라 음악줄넘기때문에 검도를 하겠다는 건데 서로의 입장이 이렇게 다르다.
내가 아이와 이야기할때는 어떠했나 떠올려봤다.
무언가를 결정할때 서로 대화를 하자고 해놓고 늘 결론을 내린후 의견을 물었던게 아닐까 미안해졌다.
이제 루이는 2년 전보다 자신이 성장했음을 스스로 깨닫고 예전처럼 행동하지 않으려 한다.
관계라는 것은 어느 한쪽의 노력으로 이룰수는 없지만 변화를 줄 수는 있다는 훈훈한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작가님 역시 책과 달리 현실에서는 문제가 그리 쉽게 해결 되지 않을수도 있지만 노력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라 이야기 해주고 있다.
아이와 엄마, 함께 읽으면 너무 좋은 내용이였다.
내 사랑스러운 아이를 지옥으로 보내기 전에 관계회복을 위해 우리집도 노력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