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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폴리스맨 - 자살자들의 도시
벤 H. 윈터스 지음, 곽성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는 이제 종말입니다.
어린애도 다 안다는 그 날짜는 오늘로부터 6개월하고도 11일이 남은 10월 3일, 지름 6.5킬로미터의 탄소와 규산덩어리가 지구와 충돌하는 날이다. 즉 6개월만 있으면 우리는 끝이라는 소리다.
맥도날드 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목을 메고 죽는다. 죽은 남성은 보험 계리사인 피터 젤.
지구 종말 위기가 퍼진뒤 이미 도시 곳곳에서 자살이 흔한 사건이 되어버린지라 당연히 모든사람들이 자살이라고 결론지어버린 이 사건을 한 형사는 타살이라고 의심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비극에서 그 친구는 어떻게 살인 피해자가 되는 거죠?"
대답은 아니라는겁니다. 살인 피해자가 아니에요.
사실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표현이 맞을거다.
6개월이면 삶이 끝난다는 현실앞에서 지금 누군들 제정신일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대부분 마약에 취하거나 종교에 빠지거나 죽기전에 버킷리스트를 실천해보겠다고 희망을 잡는 이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고만다.
헌데, 이미 죽은 사람이 자살이든 타살이든 설사 범인이 눈앞에서 내가 범인일세~♪ 라고 노래를 부르던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당장이라도 형사 뱃지 따위는 휴지통에 넣어버리고 멀리 긴 휴가를 미리 떠난다고 해도 혹은 유흥을 즐기며 여생을 보낸다 하더라도 아무도 이 형사를 비난하거나 지탄할 사람은 없다. 아니 그런 그를 신경쓸 겨를도 없다.
심지어 피해자의 가족조차도 자살로 인정하는 이때에 그는 대체 무엇에 꽂혀 사건을 놓지 못하는걸까. 본능적인 직감이 마지막까지 형사로서의 본분을 다하려는 사명으로 이끄는 이유 때문일까, 혹은 자신도 두려운 현실인 지구의 마지막을 잊기위한 몸부림일까.
그것에 대해 형사는 이렇게 답한다.
남들이 다 자살하니까 이 사람도 했다? 이것은 피해자에게 죄를 묻는 격이다. 소심하고 줏대가 없었던 죄, 다소 허약체질이었던 죄, 피터 젤이 실제로 살해당했다면, 살해당해서 시신이 맥도날드 화장실로 질질 끌려가 고깃덩어리처럼 버려진 것이라면, 도체스의 이런 비난은 상처에 모욕을 더 얹어 주는 셈이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었던 할아버지처럼, 자신앞에 벌어진 사건은 지나칠수 없는 강력계 형사의 집요한 추적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보니 어쩌면 이 평범한 죽음(?)뒤에 커다란 음모가 숨겨져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의 중반쯤 따라왔을때 형사를 지지해주는 문장이 뜬다.
"이 남자는 살해됐어요"
이 얼마나 형사가 듣고 싶어하던 문장인가. 하지만 곧이어 또 사건은 터지고 만다. 역시 살인사건이다.
피해자와 형사의 주변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건의 전말은 다소 평범해서 충격적이기까지하다.
이렇게 허망한 이유였나, 지구종말과 관련된 무언가 더 있을것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그것... 그것 때문이였나....
어떤 이는 이 책이 뻔한 b급 범죄드라마 같다고 했고, 또 어떤이는 세상이 종말이라는 현실앞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적나라게 보여주는 훌륭한 소설이라 했다.
만약 이 한권으로 책이 끝난다면 난 전자에 동의했을것이다. 이미 소설 '눈먼자들의도시'를 통해서 간접(?) 종말을 본 탓인지 내용이 그닥 충격적이지 않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 책의 2,3부가 기다리고 있으므로 일단 후자로 선택한다.
다시 자동차도 없고, 인터넷, 휴대전화도 되지 않는 세상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처음은 무척 불편해도 어쩌면 그것까진 견딜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미래란 너무 끔찍하다.
책의 2,3부에는 지구의 종말이 더 더욱 가까워지면서 사람들과 도시는 더 황폐하게 그려질것같지만, 1부 마지막에 등장하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봐야하는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