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돌아올께..'
그것이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였다.
꼭 돌아올께. 돌아온다고 돌아온다고 했잖아!
하지만.. 그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1999년, 대학 새내기였던 핸지와 로라는 산악동호회에서 만나 급속히 친해졌다.
그리고 친한사이가 연인사이가 되었고 졸업 후에도 둘의 만남은 계속 되었다.
그렇게 만난지 6년.
가까운 산에 가자고 말했던 그는 갑자기 계획을 수정해 조금 더 높고 먼 산으로 향하자고 했다. 5월의 향긋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그 날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사람들이 적었으며, 로라도 기분이 좋아보였다.
둘이 산 정상 부근에 이르렀을때, 핸지는 새로 산 카메라로 로라의 얼굴을 담아주고 있었다.
.찰칵. 찰칵.
"엇? 저기 저 꽃은 뭐지? 저거 물망초아냐..?"
로라가 큰소시로 꽃이름을 불렀고 둘은 가파른 길 아랫쪽에 작게 핀 물망초 꽃을 바라보게 되었다.
"저게 물망초라는거야? 와.. 푸른색이 정말 예쁘네.."
어느새 핸지도 물망초 감상에 빠져들었고, 로라는 언덕아래쪽에 아까 발견한 것보다 더 자라있는 물망초 한무더기를 발견했다.
"아...정말 색깔 예쁘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면...."
카메라에 사진을 담던 핸지가 말했다.
"내가 저거 따다줄까..?"
"여기 좀 위험해보이지 않아? 그만둬."
로라가 말렸지만, 그녀를 제쳐두고 핸지는 가방을 벗어던진채 언덕을 내려가고 있었다.
"로라, 여기서 기다려 내가 물망초 꺽어서 꼭 돌아올께. 그것과 함께 줄것도 있고..^^ "
"가지마! 위험하다구! 어어? 조...조심해!"
"자자자...자....내려가신다.. 자.... 다 왔다. 잡았다! 하하"
"어..어..어? 핸지!! 조 심 해! 핸지! 핸...!!!!!!!!!!!!!! 까악!"
"으아아아..악"
정말 순쉽간에 일어난 일이였다. 물망초에 손을 뻗어 작게 다발을 만들던 그가 손을 흔들다 갑자기 무너지는 돌무더기 사이로 산 아래 바닥을 향해 사라져버린것이였다.
로라는 한손으로 나무를 잡고 고개를 내밀어 산 아래를 아무리 살펴보았지만, 이미 핸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급한 마음에 이리 저리 넘어지면서 서둘러 산을 내려오던 로라는 주변 도움으로 구급대원에 신고한 뒤 그를 찾았지만, 일주일간의 수색후에도 그의 모습은 찾을수가 없었다. 수색대가 모집되어 한달 후에야 그를 찾아 장례를 치루게 되었다.
로라는 모든것이 자기 탓인것 같았다.
곁에 있었으면서도 아무것도 해줄수 없었던 자신이 너무 밉고 원망스러웠다.
로라는 핸지의 장례식이 끝나자 마자 외국으로 도피하듯 떠나버렸으며, 다시는 산에 오르지도 않기로 다짐했다.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절벽추락사 사건이 잊혀질때쯤 로라도 악몽과 죄책감속에서 지내야했던 10여년의 날들을 정리하고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짐을 풀던 야미꼬는 무심코 바라본 오래전 달력에 희미하게 붉은 동그라미가 새겨진것을 보게되었다. 대수롭지 않은듯 넘기고 다시 짐을 정리하려 하는 그 때, 갑자기 벨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남은 짐이 붙여진거겠지 하고 문을 연 순간 로라의 몸은 얼음처럼 얼어붙어버렸다.
그 앞에는 오래전 핸지의 모습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였다.
'내가 돌아온다고 했잖아.'
밝게 웃는 모습. 분명 십여년전의 핸지가 분명했다...
핸지는 로라의 가슴에 푸른빛이 도는 꽃을 한아름 안겨주고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햇살 사이로 이내 사라졌다.
로라가 정신을 차렸을땐 그녀의 품안에도 현관앞에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대신 어디선가 향긋한 물망초 향기만 가득 밀려올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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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전설에 따르면, 옛날 도나우 강 가운데 있는 섬에서 자라는 이 꽃을 애인에게 꺾어주기 위해 한 청년이 그 섬까지 헤엄을 쳐서 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청년는 그 꽃을 꺾어 가지고 오다가 급류에 휘말리자 가지고 있던 꽃을 애인에게 던져 주고는‘나를 잊지 말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그 뒤로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말아요'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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