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아. 너 .. 가위에 눌려 본적있어..?"

"아니 난, 단 한번도!"

"너 가위에 눌리는게 어떤건줄 알아? 씨바 나 어제 나 어제 그거 당했자나. 어제 자다 눈 딱 뜨니까 천장에 어떤 흰 옷입은 여자가 날 노려보고 있는거야!!!  그런데..."

"그런데 머? 머야??"

"그런데 이때 손끝이나 발끝은 감각이 희미하게 살아있거든? 이런걸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면 가위에서 풀려난 다는걸 난 알고 있었거든." 

"이야..너 그거진짜야? 열라 무서웠겠다."

"헤헤헤.. 바브새뀌.. 그걸 믿냐.. 냐하하하하.."

"씨댕..머야. 쩝..,
아.. 근데 호영아... 그런데 만약 깨어나지 못하면..??"







낮에 호영이에게 들은 이야기 탓인지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방안엔 창문앞에 책상과 책장, 침대 하나가 고작인 우현의 방.
컴퓨터도, 만화책도, 어머니께서 중3이라는 이유로 모조리 치워버렸다. 

'그래, 공부라도 하자!'

내일 있을 수학시험이 떠올랐던 나는 수학 책을 펴고 나올만한 문제들을 새로 풀어보았다.
열 페이지를 겨우 다  풀었을때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기고 있을때 쯤  피곤함 탓인지 방안의 탁한 공기 탓인지 난 그대로 책상 위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아.. 피곤해.. 그만 잘까..'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스탠드를 끄고, 침대가 있는 책상 뒤쪽으로 돌아서려다가 깜짝놀라 하마터면 뒤로 자빠질뻔했다.

침대 위에는 누군가.. 아니 바로 내가 누워있던 것이였다!!!!!!

똑같은 옷 똑같은 모습의 나, 강도현이 분명했다. 

하지만, 더욱  나의 소름을 끼치게 한 것은, 침대 위의 잠든 나의 몸에 올라타 목을 조르는 희미한 무언가 때문이였다. 
내가 놀란 눈을 하고 한걸음 한걸음 다가설수록 그 희미한 영상은 점점 더 선명한 모습으로 내 눈에 들어왔고, 손을 뻗히면 닿을 만큼 침대앞에 다가섰을땐 침대위의 나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누워있었다. 

믿을 수 없을만큼 선명해진 그 희미한 영상은..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소년이였다. 얼굴이 보기 흉할정도로 일그러진 그는 침대위의 나의 목을 더욱 심하게 졸랐지만, 침대위의 내 표정엔 이상하게도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더 두고 보다가는 내 목숨이 위태로울것을 느낀 나는 그 소년을 막아서려는 순간, 침대위의 내 목을 조르던 그 소년이 한쪽팔은 침대위의 나를.. 다른 팔로는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나는 호영이의 말을 잊지 않고 있었다. 손을 발끝을.. 움직여야한다.. 움직여야한다.. 하지만..왜 난 되지 않는걸까..?

'컥..컥.. 대체..왜.. 커억...'

'파앗!'

유리알이 공중에서 부서지듯 사라져버린 내 몸은 정신을 잃었고, 
다시 기운을 차려 눈을 떳을땐 내 방안 침대위였다. 

"휴.. 꿈이였나..?"

그저 여느때와 같이 방안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이 비추고, 책상밑에는 부모님 몰래 사 숨겨 놓은 게임기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몇초 지나지 않아. 난 이미 예전의 내가 아님을 느꼇다.

[내.몸.이.사.라.졌.다.]
이것을 영혼이라 부르는가..? 떠도는 영혼?

방 밖으로 나올때에도 나는 방문 손잡이 따윈 잡지 않았다. 벽을 통과하고 문을 통과하여 어머니의 통곡소리가 울리는 안방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아흐흐흑... 도현아..이누므...자..자식아...어어허허헉.흑흑흑..아이고.. 도현아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어흑흐흐흑"

그랬다. 난 죽은것이다. 죽는다는것이 이런것일 줄이야...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다. 꿈은 꿈이 아니였다. 
그것이 정말 현실이였다. 
하지만 난 더 이상 흐를 눈물도 육체도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주위를 살피고 사람들의 말소리를 들을수 있다는것 외엔.. 

허탈한 마음에 현관을 지나 계단을 내려올때 난 복도에서 작은 어머니와 고모부가 대화하시는 이야길 엿듣고, 내가 왜 죽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조금은 풀리게 되었다.

"도현이가.. 옛날부터 육체 이탈인가 뭔가 있었다면서요..?"

"아 그거 아주 오래됐지. 도현이가 한 3살때 잠만 잘자던 아이가 갑자기 깨서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거 봤다고 막 울때 부터 사람들이 귀신들렸다고 난리쳤었잖아!"

"근데 정말 영혼이 육체를 떠나서 자기 몸 못찾으면 죽을수도 있어요?"

"그게 어디 믿을소린가.. 그냥 하는 말들이겠지."

"그래도 그게 사실이라면  저 녀석 화장시키지 말아야 할텐데.. 영혼이 아직도 떠돌고 있으면 육체를 어떻게 찾아와요..?"

난 그 길로 정신없이 병원으로 향했다. 
따가운 햇볕..이제는 뜨겁게만 느껴져 얼마 못가 얼굴이 타들어 가는 기분까지 들었다.
내 육신을 찾아야한다.!!
그래야 내가 다시 이세상으로 돌아올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병원을 찾아냈을때는 이미 아버지께서 내 시신을 태운 상자를 들고 차에 오르고 계셨다. 
나는 허탈함과 함께 분노와 괴로움에 몸부림 쳤다.  

차안에 올라타는 식구들과 친척들.. 그리고 친구들 몇몇이 보였다.
친구 병우, 영덕이, 철민이..그리고 호영이.. 
호영이는 귀신이야기나 가위눌림현상 등등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호영이를 만나 이야기만 할수 있으면 된다.. 

하지만 차에 올라타 산에 오르기 까지 나의 체력은 많이 떨어져있었다. 햇볕에만 나타나면 타 들어갈듯한 내 영혼은 낮을 피해 그날 저녁 호영의 집을 향했따.

호영은 피곤한지 일찍 집에 들어와 친구 석호와 통화중이였다.

"도현이 새끼, 어떻게 하루아침에 그렇게 되냐? 어.. 어? 너도갈껄 그랬따고? 아냐 임마 넌 안가길 잘했어. 산에 뼈가루 뿌리고 오는데 기분 장난아냐. 야.. 나 진짜 거기 갔다오는데 소름이 끼쳐서 죽는줄 알았다니까.. 어? 어 그래 내일보자 나도 그만 자야겠다. 그래 잘자라 임마 - (뚝)"

통화를 끝낸 호영은 양말을 벗고, 침대위에 몸을 던졌다. 피곤한지 바로 눈을 감은 호영이 곁으로 다가선 나는 호영의 손을 잡고 이야기 해보려 시도했지만, 호영은 이미 잠에 빠진듯했다. 

나는 망설이다 눈을 돌려 호영의 책상 책장을 훝어보기 시작했다. 호영은 심리또는 공포, 호러 책들을 많이 가지고 있기로 유명했다. 그중엔 외국서적도 꽤 있었으며, 오래된 책도 많았다. 
그런것들에 답이 있을것이라곤 생각한건 아니지만, 어떻게든 해결방법을 찾고싶었다. 
그런데, 마침 호영이 펼쳐놓은 책중에 나의 눈길을 끄는 문장이 있었다.

가.위.눌.림.

내가 그날 겪은 현상은 가위 눌림 현상과 흡사했으며, 이것을 풀지 못한 이유는 바로 그 순간 내가 육체이탈을 경험하고 있는 순간이였기 때문이였다는 결론이 났다. 다시 내 육체와 한몸이 되어야 가위눌림도 풀 수 있었지만, 다른 어떤 존재의 방해로 나는 정신을 잃었고, 결국 깨어나지 못했던것이다.
그렇다면 내 목을 조르던 그 존재는 무엇인가? 그것 역시 책에 자세히 기술되어있었다. 
바로 내 육체를 탐내는 떠도는 영혼이라는것!!! 
그날 본 소년의 얼굴. 일그러진....
난 나의 얼굴부분에 손을 대어봤다.. 역시.. 동일하게 일그러져있다.
그 영혼 역시 멋모르고 햇볕에 노출되어 피부가 타듯이 일그러졌을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살아나갈 방법은 무엇인가..?

그렇다. 남의 육체를 손에 넣으면 되는것이였다. 
나는 책을 덮고 서서히 몸을 움직여 호영을 바라보았다.
피곤해 골아떨어진 호영을 바라보며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녀석.... 나보다 키도 훨씬 더 크고 인기도 많은 녀석이였잖아.. 크크'

나는 서서히 호영 곁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그의 몸에 어떻게 올라 탈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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