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책을 읽을 때,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에 주목하는 게 좋습니다. - P70
만약 진화심리학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고 싶다면 데이비드 버스의 책으로 시작하면 좋습니다. 진화심리학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또 책들이 대체로 쉽고 재미있습니다. 데이비드 버스의 책을 다 읽은 다음에는 헬렌 피셔의 책을 읽어보는 겁니다. 이 둘은 전체적으로 비슷한 주제를 다루기도 하지만 부분적으로 매우 상이한 면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부분은 지적으로도 더 자극이 되고 만약 겹치는 내용이 있다면 그건 중요한 핵심이라는 뜻도 되지요. - P71
문학 분야가 아닌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한 사람의 저서를 집중적으로 읽는 것보다는 유사한 스펙트럼에 있는 다른 사람의 책을 비교하면서 읽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 P71
무엇이든 자기한테 맞는 독서법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 P71
책을 읽는 데에도 근력과 경험이 필요하고 그것은 습관과 시간으로 길러집니다. - P73
독서력을 굳이 그래프로 표현하자면 포물선이 아니라 계단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서히 올라간다기보다는 단계가 있는 거죠. 그리고 단계를 올리는 계기는 어려운 책을 읽어낸 경험일 확률이 높습니다. - P73
독서를 즐기는 것과 어려운 책에 도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려운 책을 통해 지적인 성취감을 얻는 동시에 독서력에도 도움을 받는다면 그다음에 다른 책을 훨씬 더 즐겁게 읽을 수 있거든요. 가끔은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의 책에 도전해보세요. 일단 시작해보면 생각했던 것만큼 아주 힘든 일은 아닐 겁니다. - P74
식탁이나 책상의 위치만 바꿔도 집 안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잖아요. 마찬가지로 책의 위치나 배열을 바꾸면 정신의 배치가 달라지면서 전환이 됩니다. - P77
서문을 읽으면 지은이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썼고 이 사람의 공력은 어느 정도인지 다 알 수 있습니다. - P81
차례는 말하자면 건축에서 설계도와 같은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례에서 실패한 책이 좋은 책일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차례를 훑어보는 데 1분도 안걸리지만 그 짧은 시간에 이 책이 얼마나 튼튼하게 구조화되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소설보다는 비소설이 더 차례가 중요하겠지요. - P82
집중해서 한 페이지만 보면 그 책이 나한테 맞는지, 좋은 책인지, 잘 쓴 책인지 알 수 있습니다. - P82
물리학에 프랙털fractal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부분이 전체를 반복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나뭇잎의 모양, 눈(雪)의 결정 이런 것이 그 예인데,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분으로 전체를 상당 부분 짐작할 수 있습니다. - P83
한 사람이 책 한 권을 쓴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하나의 주제 아래 자신의 지적인 세계를 만들어서 거기에 투사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부족하고 어설퍼도 그것에 들어가는 저자의 노력은 대단한 것입니다. 우리가책을 읽는다는 건, 저자가 만들어낸 지적인 세계, 그러니까한 사람의 세계와 통째로 만나는 것입니다. 이것은 굉장한 경험입니다. - P86
책을 읽으면 자기 반영적인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 P86
좋은 독서를 위해서는 책을 읽는 자체가 아니라 책을 읽음으로써 나에게 일어나는 어떤 것, 그것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서에서 정말 신비로운 순간은, 책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마음에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을 때 책과 나 사이 어디인가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것은 신비로우면서도 황홀한 경험입니다. - P86
독서는 길을 잃는 경험도 만들어줍니다. 진정한 독서는 정해진 길 밖으로 나가게도 만들고 그래서 길 위에만 있으면 안 보이는 것들도 보게 해줍니다. 길을 일부러 헤매게도 만듭니다. 우리가 살면서 크게 흔들리면 위험하잖아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흔들리는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할 겁니다. 그리고 길 잃는 것의 해방감이나 쾌락, 또는 생각지도 못한 이득도 얻을 수 있습니다. - P87
좋은 독서는 신비스럽게도 이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길을 찾게도 만들고 마음껏 헤매게도 만듭니다. 그리고 세계 앞에 홀로 서게 만듭니다. - P88
재미가 최고예요. 책에 재미를 붙여서 습관이 되는 단계, 그게 최고고요. 재미있어서 본인이 반복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본인이 책을 골라야 하는 것 같아요. 책을 직접 골라서 읽다 보면 자기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것 같고. - P100
질문을 얻는 것이야말로 책을 읽는 가장 큰 수확이 아닌가 - P101
내가 묻고자 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독서의 동인動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 P101
일단 책이라는 것 자체가 삶의 일부가 되도록 끌어안는 게 중요해요. 그러다 보면 책이 우리에게 질문을 하게 해준다는 거죠. 아주 세세한 질문이기도 하고, 아주 큰 질문이기도 한데, ‘이 길이 옳은가‘ ‘나는 왜 사는가‘에 대해 책이 답을 주지는 않지만, 일종의 방향성이나 지향성 같은 걸 주는 거죠. 그런 것은 다른 어떤 매체도 갖고 있지 않은, 책이 갖고 있는 자기 반영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P102
시행착오라는 말에도 있지만, 자기 취향을 만든다는 건 실패를 많이 하니까 생기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 P105
좀 무책임한 얘기지만 저는 필요한 것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기억이 난다고 생각해요. - P115
책을 읽는 초반 단계, 그러니까 아직 독서력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단계에서 나만의 판단 기준을 갖고, 저자의 부족한 점을 비판하고, 그러면서 자기만의 확고한 생각을 갖고...... 그런 것은 거의 불가능해요. - P118
저자라는 사람은 책 한 권을 쓸 정도로 그 문제에 대해 깊게 오래 생각을 한 거죠. 출판사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이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것들로만 거른 것들이 책으로 나오는데 그 책 한 권 후루룩 본 사람이 한 번에 비판할 논점들을 꿰뚫어보는 것은 독서력의 초반에는 불가능하죠. 초반에 비판적 독서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초반에는 좋은 책을 ‘골라 읽기‘가 필요하죠. - P119
그다음에, 비판을 하려고 하지 말고 요약을 하려고 하라는 거예요. 초반에는 그게 중요해요. 비판은 고차원적인 지적 행위인데, 그 단계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독서력이 쌓여야 하거든요. 초반에는 읽고 나서 요약하기도 어려워요. 소설 읽고 나서 줄거리 요약해보면 어렵잖아요. - P119
초반에는 요약만 제대로 해도 굉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요약을 한다는 것은 그 책의 핵심을 간추린다는 얘기거든요. 그리고 구조를 파악한다는 얘기예요. 그러니 내용을 제대로 요약하기가 중요하죠. 이런 경험이 어느 정도가 쌓이면 비판적인 판단 기준이 나오죠. - P120
제 생각에 그런 비판적인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군가와 토론을 하는 거예요. - P120
토론이라는 게 뭐예요. 얘기하다 보면 의견 차이가 있고,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비판적 사고가 늘어나는 거죠. 연습을 할 필요는 있다는 거죠, 비판적으로 보기 위해선. - P123
비평을 잘하는 사람들은 줄거리를 자기화하거든요. 줄거리를 재구축하는 방식이 비평으로 들어가는 첫 단계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래서고요. - P123
줄거리를 말한다는 것은, 전체의 핵심을 보아낼 줄 안다는 거예요. - P124
어떤 작품이든 그 안에는 수없이 많은 갈래의 이야기들이 있어요. 한 문단으로 줄일 때, 다섯 문단으로 줄일 때, 각각 자기가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추출해내는 능력이 있어야 하거든요. - P124
핵심, 패턴, 플롯을 볼 줄 알아야 해요. 이런 걸 다 보아내야 줄거리 요약이 가능하거든요. - P124
줄거리 요약조차도 사실은 객관적인게 아니라는 거죠. 누구를 중심으로 줄거리를 이야기할 것이냐, 어디부터 시작할 것이냐, 플래시백으로 구성된 영화라면 줄거리 요약도 과거부터 쓸 것이냐 아니면 원래 사건 순서대로 쓸 것이냐, 어떤 사건을 언급할 것이냐, 어디까지 묘사할 것이냐, 그게 다 줄거리 요약하는 사람의 능력이죠. 그렇게 하는 것이 책을 읽는 독자의 선택을 보여주는 거예요. 선택의 결과란 말이죠. - P125
줄거리를 요약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지적 활동이에요. 줄거리 요약을 잘하는 사람이 강연도 잘하겠죠. 대화도 잘하고. - P125
그러니까 ‘책의 함정을 분석해서 공박하겠다‘ 이런 것은 나중에 하고, 독서력의 초기 단계에서는 요약을 한번 해보라는 거죠. 소설도, 비소설도 마찬가지예요. - P125
뇌가 요약의 형태로 기억하니까 훈련이 되어 있다면 당연히 더 잘 기억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줄거리 요약을 잘하면 그 사람은 나중에 더 많은 것을 더 잘 기억하게 될 거예요. - P125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해요.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이 인기가 있고요. - P129
우리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남길 것인가 - P135
독자로 보면 저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실패한 독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1만권 이상의 책을 내가 내 돈을 내고 샀단 말이에요. 사람이 자기 돈으로 뭘 산다는 것은 굉장히 치열한 경험이에요. 그걸 1만 번 이상 반복했단 말이죠. 저는 책을 너무 많이 잘못 산 결과로 책을 잘 사게 된 사람이거든요. 그 이유는 과거에 너무 많이 실패한 일종의 빅데이터가 나한테 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 P142
강제성이 있으면 얼마나 재미가 손상되는지 - P145
많은 경우에 취향이라는 것은 돈 들이고 시간 들인 만큼 개발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오랫동안 즐겨오지 않았다면 아무리 좋은 것을 보여주어도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취향을 키운다는 것 자체가 한평생에 걸쳐서 노력을 하고, 또 그만큼 가치가 생기는 건 아닐까 싶거든요. - P146
제가 보기엔 취향의 상당수는 교양이고 교양의 상당수는 취향이에요. - P147
접해보지 못한 것을 욕망할 수는 없어요. 최소한 접해봐야 욕망할 수 있어요. 어떤 특정한 사람을 욕망하려면 최소한 그 사람을 봐야 욕망할 것 아니겠어요. - P147
많은 경우에 사람들이 자기가 취향이라고 생각하는 교양의 경계에 갇혀서, 그 좁은 우물 안에 갇혀서 좁은 하늘을 보는 거예요. 동전만 한 하늘을 보고 있는 거죠. 제대로 여러 가지를 접했을 경우 자기의 취향은 사실 다른 쪽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냥 우물 안에 앉아서 이 세계가 전부이고 나는 결국 이렇게 태어났다고 생각하는거예요.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요. - P147
저는 쾌락은 일회적이라고, 행복은 반복이라고 생각해요. 쾌락은 크고 강렬한 것, 행복은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에 있는 일들이라고. - P150
행복한 사람은 습관이 좋은 사람인 거예요. 습관이란 걸 생각해보면, 습관이 없으면 사람은 자기동일성이나 안정성이 유지가 안돼요. - P151
우리 삶을 이루는 것 중 상당수는 사실 습관이고, 이 습관이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거예요. - P151
저는 습관 부분에서 재미를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머지는 오히려 쩔쩔매는 시간이에요.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거죠. 그런데 패턴화되어 있는, 습관화된 부분이 행복한 사람이 있다고 해보세요. 그러면 그 인생은 너무 행복한 거죠. 시공간 속에서 매번 판단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이 실존적으로 세상을 향해서 갑옷을 두르는 게 습관인 거예요. 그런 면에서 좋은 습관을 가지는 게 최상의 행복 기술인데 그 습관 중에 독서가 있다면 너무 괜찮은 거죠.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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