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고독한 경험이지만, 그 고독은 감미롭습니다. - P11
‘있어 보이고‘ 싶다는 것은 자신에게 ‘있지 않다‘라는 걸 전제하고 있습니다. ‘있는 것‘이 아니라 ‘있지 않은 것‘을 보이고 싶어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허영이죠. 요즘 식으로 말하면 허세일까요. 저는 지금이 허영조차도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 P23
자신의 정신의 깊이와 부피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래서 영화든 음악이든 책이든 즐기면서 그것으로 자신의 빈 부분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지적 허영심일 거예요. - P24
몸에 안 좋고 정신에 안 좋은 재미일수록 처음부터 재미있어요. - P27
상대적으로 어떤 재미의 단계로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재미라기보다는 고행 같고 공부 같은 것일수록 그 단계를 넘어서는 순간 신세계가 열리는 겁니다. 독서가 그러한데요, 책을 재미로 느끼기 위해서는 넘어야 하는 단위 시간이 있습니다. - P27
화학에서 용액의 종류는 세 가지가 있어요. 불포화용액, 포화용액, 과포화용액이죠. - P27
어떤 일이라는 건 어떤 단계에 가기까지 전혀 효과가 없는듯 보여요.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효과가 확 드러나는순간이 오죠. 양이 마침내 질로 전환되는 순간이라고 할까요. 그게 독서의 효능, 또는 독서의 재미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P28
호기심이라는 건, 한 번에 하나가 충족되고 끝나는게 아니라 방사형으로 퍼져나가는 속성을 갖고 있거든요. 한가지 호기심이 충족되는 단계에서 너덧 가지로, 그다음에 또 더 많은 것으로 생겨나게 마련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그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가장 편하고도 체계적인 방법이에요. - P29
책을 어떻게 고르고 읽느냐가 더 중요한 거죠. - P31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단 한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다." _토마스 아퀴나스 - P32
"하나만 아는 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자이다" _『독일인의 사랑』을 썼던 막스 뮐러 - P32
우리가 어떤 것을 안다고 말하려면 그것의 범주를 알아야합니다. 그것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 그 맥락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다른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야 그것을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범주와 맥락 그리고 차이를 알아야 비로소 그것을 안다고 할 수 있는데, 한 가지만 아는 사람이라면 다른 것과 비교를 할 수 없으니까 불가능하겠죠. - P32
삶에는 수많은 가치가 있고 그것들 하나하나가 다 소중합니다. 하지만 단 하나만의 가치, 단 하나만의 잣대를 가진 사람은 굉장히 위험한 사람이지 않을까요. 편중된 독서라면 그 양이나 시간과 별개로 문제가 있다는 거죠. - P32
전문성이란 깊이를 갖추는 것이겠죠. 그런데 깊이의 전제는 넓이입니다.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아요. 넓이의 전제가 깊이는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깊이가 전문성이라면 넓이는 교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적인 영역에서 교양을 갖추지 않는다면 전문성도 가질 수 없죠. - P33
국경과 시간적 제약이 점점 무의미해지는 현대에는 넓이에 주목하는 게 더욱 중요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넓이를 갖추는 데 굉장히 적합한 활동이 바로 독서입니다. - P33
인생에서의 모든 것은 시연 없이 무대에 올라가서 딱 한 번 시행하는 연극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 타인이라면 다양한 상황과 특정한 경우에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해주고 감정을 이입하게 해줍니다. 인간의 실존적인 상황, 그 한계를 좀 더 체계적이고도 집중적인 설정 속에서 인식하게 하고 고민을 숙고하게 만들죠. - P35
직접적인 경험보다 간접적인 경험이 더 핵심을 보게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 P36
우리는 직접적인 체험보다 책, 특히 소설을 통한 간접적인 체험으로 삶의 문제를 더욱 예리하게 생각할 계기를 갖게 됩니다. 미국에 갈 수 없기 때문에 미국에 관한 책을 읽는 게 아니라는 거죠. 미국에 직접 가보고도 알 수 없는 것들을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거죠. - P36
왜 문학을 읽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두 가지 때문이라고 말해요. 하나는 인간이 한 번밖에 못 살기 때문입니다. - P35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들자면, 문학은 언어를 예민하게 다루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보통 언어는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어요. - P36
말이라는 것은 자꾸 쓰다 보면, 특히 좋은 말일수록 먼지가 내려앉게 되어 있어요. 내가 정말 곡진하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사랑해‘라는 말을 하고 싶지만, 그 말은 워낙 감정적으로 강력하고도 유용한 말이기 때문에 상업적 이유를 포함해서 지나치게 과용되고 있죠. - P37
그런데 문학은 오랜 세월 말에 쌓여 있는 수많은 먼지같은 것을 털어서 그 말의 고유한 의미나 다른 의미를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이렇게 우리의 생각 자체이면서 표현 방식이기도 한 언어를 가장 예민하게 다루는 문학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봐요. - P37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재미있어야 책을 읽을 수 있어요. ‘목적 독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사람은 사실 그렇게 의지가 강하지 않아서 목적만을 위해 행동할 수 없어요.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책을 읽을 때도 그렇습니다. - P39
그저 안 읽힌다면, 흥미가 없다면 그 책을 포기하시면 됩니다. 굳이 완독하지 않아도 됩니다. - P41
결국 책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그럴 필요가 없어요. 미안해할 것도 아니고 부끄러울 일도 아닙니다. 다 읽지 못한 책을 책장에 꽂아둔다고 큰일 나지도 않고요. - P41
소설이 아닌 책들은 꼭 앞에서부터 차례로 읽을 필요가 없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비소설, 논픽션 분야의 책들은 챕터별로 독립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차례를 보고흥미가 생기는 부분부터 읽으셔도 돼요. 만약 앞부분이 어렵다면, 중간부터 읽으셔도 됩니다. - P41
‘아님 말고‘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 정말 인생이 행복할 수 있어요. 내가 이것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면, ‘아님 말고‘라는 태도만 갖게 되면 다른 사람 앞에서 당당해질 수도 있을 겁니다. - P41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99명이 권해도 한 명인 내가 거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책에서 흥미를 느껴야 한다는 거죠.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은 없습니다. 반드시 끝까지 다 읽어야 하는 책은 없습니다. - P42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어떤 책들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무엇이 결여되었다고 느끼는지를 직설적으로 보여줍니다. - P44
그저 내가 읽었더니 좋았던 책이 있고, 내가 읽어보았지만 좋지 않았던 책이 있으며, 내가 아직 펼쳐 들지 않은 책이 있을 뿐입니다. 세상은 넓고 내 손을 기다리는 좋은 책은 많습니다. - P45
저의 책 읽는 습관 중 하나는 시간이 나면 닥치는 대로 읽는다는 겁니다. - P48
우리는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법, 세상을 대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지 그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기억하기 위해 책을 읽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왕 읽은 책, 인상적인 것들을 기억해두고 싶다면, 눈뿐만 아니라 입과 귀와 손을 함께 사용해서 책을 읽으면 좋겠지요. - P54
저는 자주 뇌가 손끝에 있다고 비유합니다. 또 뇌가 입에도 있다고 말합니다. 시험공부 할 때를 떠올려보세요. 책에 동그라미도 치고 밑줄 긋고 입으로 중얼중얼 읽으면서 암기하지 않았나요? 눈으로만 보고 외울 때와 소리를 내면서 읽으며 외우는 것의 차이는 큽니다. 써보는 것도 마찬가지죠. 기억하기 위해서는 말하고 쓰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 P54
우리의 생각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언어로 구조화되어있습니다. 철학에서도 그렇고 뇌생리학에서도 그렇게 설명합니다. 책을 읽은 후 우리는 그냥 뭉뚱그려진 감정과 생각의 덩어리를 갖고 있을 뿐입니다. 그것을 글이나 말의 형태로 옮기지 않는 한 생각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또 표현하기 위해서라도 말하고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 P55
쓰다 보면 다르게 말하는 법, 다르게 쓰는 법, 다르게 이해하는 법을 스스로 알게 됩니다. 자꾸 쓰다 보면 글은 스스로 제 길을 찾아가도록 되어 있거든요. - P55
일단 글이나 말로 기록하거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겨나는 책이라면 정말 좋은 책입니다. 그 책에 대해서 글과 말로 기록하고 표현한다면 기억도 오래가고 읽고 나서 더 많은 생각도 하게 됩니다. - P56
책을 읽고 난 후 느낌과 의견을 대화로 할 것이냐 글로 쓸것이냐 묻는다면 저는 글로 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말은 즉흥성이 강한 편이기 때문이고요, 또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글로 쓸 때 생각이 더 정제되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다 보면 분석적으로 될 수밖에 없고 자기 감정도 잘 표현하게 됩니다. - P57
어쨌든 책을 읽고 난 후 말을 하거나 쓰면서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독서 체험을 확장시키고 더 나은 독서로 이끕니다. - P57
책을 읽는 목적은 책의 마지막까지 내달려서 그 끝에 있는 무언가를 얻어내는 데 있지 않습니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데 걸리는 시간, 그 과정에 있는 겁니다. - P63
저는 책 읽는 중간중간에 잠시 멈추는 것, 그것도 독서 행위이고, 더 나아가서 그것이 좋은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읽다가 떠오른 생각에 집중하기 위해서, 그것을 넓혀나가기 위해서 또는 스스로 소화하기 위해서 책을 덮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P64
세상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빠르게 완료하지 못할 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것들은 대부분 오래 걸리는 시간 자체가 그 핵심입니다. - P64
책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책과의 만남, 그 글을 쓴 저자와의 소통, 또 책을 읽는 나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그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 시간을 아까워하며 줄이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 P64
무엇을 위해서 책을 읽는가 생각해봅니다. 독서행위의 목적은 결국 그 책을 읽는 바로 그 시간을 위한 것이 아닐까요. 그 책을 다 읽고 난 순간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독서를 할 때 우리가 선택한 것은 바로 그 책을 읽고 있는 그 긴 시간인 것입니다. - P64
인쇄된 종이를 묶은 그 자체가 책이 아닙니다. 책 안의 활자에 담긴 의미들 그리고 그 사이의 침묵들이 바로 책입니다. 그러니까 내 눈앞의 이 물리적인 종이 모음집은 마음대로 다루어도 됩니다. 숭배하지 말아야 합니다. - P66
메모하면서 책을 읽으면 독서가 깊어집니다. 눈으로만 읽는게 아니라 줄을 치고 표시를 하고 생각을 쓰는 겁니다. 이렇게 읽으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억에도 도움이 되고 사고가 확장되기도 합니다. - P67
무엇을 숭배한다면, 그것을 온전히 즐기기 어렵습니다. - P67
다양한 분야의 책을 여러 권씩 늘어놓고 읽게 되면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 P70
서로 다른 분야의 책들을 읽으면 상승효과를 일으켜서 좋습니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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