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다 같이 영화를 보는 것은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 일종의 전통이 됐다.
수년 전부터 작은아빠 집에서 차례를 지내기 시작하면서 할 것 없이 텔레비전이나 보다가 흩어지느니 문화생활이라도 같이하자면서 시작됐다.

단숨에 우리 사이에 있던 벽을 허물 수는 없겠지만, 그 높이가 조금은 낮아진 듯한 기분이었다.

돈이란 게 참으로 재미있었다. 돈이 벌리기 시작하니까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돈을 쓰니 더 좋았다.
나는 가족들을 보며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내가 잘 돼서 다들 호강시켜줄게!

"원래 뭐든지 차곡차곡 쌓여서 한 방에 터지는 거야. 당장은 괜찮아도, 버틸만해도, 그게 쌓여서 나중에 한 방에 터지는 거라고. 무슨 큰 병 하나씩 달고 살거나 터진 사람들 대부분 5년, 10년, 길게는 20년 전부터 진행이 되어온 거야."

"이잉? 내가 거짓말하는 줄아나 보네. 진짜로 그래. 건강은 있을 때 챙겨야 돼. 사람 몸이라는 게 교체가 안 되잖아.
그래서 최대한 멀쩡할 때부터 관리를 잘해서 오래 가게 해야된다고. 물론, 고장 나서 고칠수도 있지. 그런데 못 고치는 경우도 있어, 자동차처럼 전손처리해야 된다고."

어떻게 이렇게 한 순간에 여러 개가 터지는지. 버티고 버티던 게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쉴 때는 쉬어야지. 돈도 좋지만 아프면 다 무슨 소용이냐. 너만의 문제가 아니야. 나한테도 그렇고 밤에 일한다는 곳에도 폐를 끼치는 거야."

통풍은 그리고 요산이 쌓여서 생기는 거고,

어떤 사람들은 사인이 암인게 차라리 낫다고들 한다. 주변 정리를 할 수 있다고. 주변사람들도 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마지막에 고통이 너무 크다.
모르핀에 의지하지만, 결코 그 고통을 다 덜어내지는 못한다. 주변 사람들 또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같이 죽어간다. 암은 그렇게 지독한 병이다. 마지막이 다가올 때는 의식도 서서히 멀어진다. 가족인데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니까.

극심한 스트레스는 신체의 자기방어능력을 떨어뜨리니,
자연히 아픈 곳이 생기기 쉽게 만든다.

"커피도 가능하면 피하셔야돼요. 위장에 자극이 많이 갑니다."

"풍부한 단백질에 좋은 기름으로 지방 그리고 탄수화물은 적당히 드셔야 합니다. 음식도 조금 심심하게 드셔야 하고요. 짠 거는 안 됩니다. 생선이 참 좋습니다. 고등어 같은거요. 달걀도 좋고요. 물은 충분히 드시되 필요 이상으로 많이 드실 필요는 없습니다."
"정확하게 말해. 얼마나?"
"물은 하루에 1.5리터에서 2리터 정도만 드시면 됩니다."
"그리고 또?"
"오리탕도 몸보신 하실 때 좋으시고, 마늘도 좋고요."

"잉어나 가물치 같은 것도 좋지 않나?"
"아, 좋죠. 제가 말씀드린 것들 지키시면 일단 배부터 들어가실 겁니다."
"그려? 안 되면?"
"꼭 될 겁니다. 좋아지실 겁니다."
"......알았어. 해볼게."
마냥 쉽지는 않았지만 노인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처음에나 그렇지,
결국에는 해보겠다고 했다.

"그런 말이 있어요. 예순부터는 해가 지날 때마다 다르고, 일흔부터는 달이 지날 때마다, 여튼부터는 하루마다 다르다고."
"하이고, 맞아유, 진짜 그래유."

"무엇 하나 제가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4기 암을 이겨낸 분들도 계시죠. 텔레비전에 많이 나오잖아요. 하지만 그만큼 극소수에 불과하기에 텔레비전에도 나오는 거죠."
마음은 무거웠지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런 기적이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습니까? 완치를 약속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약속할 수가 없으니까요. 한 가지만 여쭈겠습니다. 병원에서 몇 개월 남았다고 했죠?"

"저랑 좀 더 노력해 보시죠. 조금이라도 가족들과 함께하실 수 있는 시간을 늘려보죠. 혹시 모르죠, 기적이 일어날지도. 진심으로 기적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제가 약속드릴 수 있는 부분은 단 하나입니다."

"시간을 벌어주신다고요?"
"아니요, 적어도 마지막까지 최대한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고 존엄성을 지키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고통이 덜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김현자는 말문이 막히는 듯 입을 몇 번이나 벌렸다가 다시 다물기를 반복했다.
"제가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하지만 그이상 뭐가 어떻게 될지는 모두 어머님께 달려 있습니다. 지금처럼 생활하셔도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겁니다. 나으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기왕이면 치열하게 싸워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의지가 중요합니다.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제가 상상도 못할 만큼 힘드신걸 압니다. 그래도 끝까지 싸워야 합니다.
"가능할까요? 나을 수 있을까요?"
"그건...... 하늘만이 알겠죠.
하지만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김현자는 여전히 망설이는듯했다. 그리고 곧 그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금까지 안 해본 게 없을 정도에요. 하지만 호전되는 경우는 없었죠. 오히려 간수치가 올라간 적도 있고, 위경련 때문에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어요. 그래서, 조금 무섭습니다. 오히려 더 아프면 어쩌나하는 걱정도 들고요."

"몸에 무리를 주는 약을 쓰거나 할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어머님을 치료해 드린다는 게 아닙니다. 애초에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요. 하지만 남들보다 건강관리를 위한 것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나는 진심을 다해 말했다.
"반드시 치유에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어머님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럼 해봐요."

그때 얘기를 듣고 있던 이필순 할머니가 김현자를 끌어안았다.
"잘 생각했다, 잘 생각했어. 포기하면 안 돼야....... 애미보다 먼저 가는 자식이 어디 있다니......."
이필순 할머니가 엉엉 울었고, 김현자도 끝내 눈물을 보였다. 나는 착잡한 마음으로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제발 김현자가 낫기를. 수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기를.

"여기 어머님께서 제가 말씀드린 대로 하셔야 돼요. 일단 기력이 따라줘야 합니다. 지금 몸이 너무 약해지셨어요.
입맛 없어도 무조건 드셔야 합니다. 정말 정 안 먹히면, 건강에 좋은 게 아니어도 일단 드셔야 됩니다. 그래야 싸울 힘이 생깁니다."

"네.......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너무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지쳐서.......무서워서..."
나는 김현자의 손을 꼭 잡았다.
"알아요. 저도 아버지께서 투병생활을 오래하셔서 잘 알고 있습니다."

"오래오래 사셔야죠. 할머님도 같이 관리 열심히 하세요. 또 누군가 같이하면 힘도 더 나는 법이니까요."

4기는 암이 전이된 상태를 뜻한다. 김현자는 대장암으로 시작됐지만, 현재 간에도 상당부분 전이가 됐었고, 폐에도 아직 확신은 못하지만 암으로 의심된다는 소견이 있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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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2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2
아피로 / KW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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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간중간에 나오는 다양한 민간요법들을 배울 수 있었고, 건강원을 창업하여 경영해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사장의 마인드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다. 또한 주인공이 양심과 욕심 사이에서 잠깐 갈등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어떤 일을 할때 초심을 잊지않고 행동하는게 정말 중요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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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긴 한데 내일 모레부터 추석연휴가 실제로 시작되는데 이 소설 속에서도 추석명절을 보내는 이야기가 나와서 이게 뭔가 싶었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

역시나 문제는 믿을 수 있냐는 점이었다.

조율이 필요했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적절한 조율이.

-자를 건 잘라야 돼.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런데, 하자 있는 거 아니면 함부로 자르는 것도 아니야.

작은아빠와 함께 차례상을 거실 가운데로 옮기고 모두가 둘러앉아 식사할 준비를 했다.
명절이라고 다들 나름대로 즐거워 보였다.
이래서 차례와 제사를 지내는 문화가 있는 게 아닐까.

차례라는 건 숭배를 위함이 아니라, 고인을 기리고 기억하며 이럴 때라도 자주 보기 힘든 가족들이 모이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적인 문제로 차례라는 형식을 지키지 않더라도 고인을 기억하는 시간을 갖고 가족들이 모이는 게 좋지 않을까.

삼촌뻘인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하는데, 괜히 또 어쭙잖게 말을 걸면 어색한 공기만 흐를것 같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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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부분에선 지난번에 출연했던 프로그램의 PD가 추가적인 방송출연을 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약간은 꾸밈과 연출(?)이 들어간 프로그램을 촬영할 것을 부탁받은 주인공이 방송출연과 관련해서 고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요지는 양심과 욕심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인데 꼭 여기나온 방송출연과 동일한 사례는 아닐지라도 우리 누구나가 다 살면서 한번쯤은 이러한 유형의 갈등을 해봤을 법했기에 더욱 공감이 갔다.

그런데 판타지 소설이라 그런가. 주인공이 때마침 얼마전에 돌아가셨던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할머니가 마음속으로 갈등하고 있던 주인공에게 조언을 해준다. 저승에 가있던 할머니가 잠깐 이승으로 와서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는데 조언도 조언이었지만, 뭔지 모를 뭉클함도 함께 느껴져서 괜시리 독자인 나까지 찡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고 싶은 걸 해."

진짜 하고 싶은 걸 찾고, 그것만 해.

"몸 힘든 것보다 눈치 보는게 훨씬 힘들어. 정신적으로 지치는 게 더 힘들어."

가게는 깨끗하고 건강한 느낌이 유지돼야 했다. 약재 냄새가 나더라도 그건 건강과 깊은 관계가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 부분을 기대하고 들어온 손님이 가장 먼저 맞이하는게 식사 중인 모습과 음식 냄새라면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는 어려웠다.

나는 한 사람이라도 더 건강하게 할 거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가지고 일한다.

매일 좁디좁은 화장실에서 몸을 구겨가며 씻는 기분이었는데, 이렇게 퍼져 있으니 스트레스와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스스로가 어묵이라도 된 양 한참 동안 몸을 담갔다.

세면을 하고 믹스커피 한잔을 마신 뒤에 모텔을 나섰다.
건강하지 않지만 달달하고 입에 쩍쩍 달라붙는 게 좋았다.
365일 매일 건강식만 입에 달고 살 수는 없었다.
가끔은 몸에 좋은 식품이 아니더라도 맛있게 즐긴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가 풀리면 그건 그거대로 건강에 좋은거니까.

이 작은 사업조차도 계속되는 투자를 반복하며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온라인 판매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배송이었다. 배송이 늦어지거나 제품이 훼손되면 무조건 클레임이 걸려온다. 이는 매출과 직결될수도 있는 문제다. 재구매 욕구를 확 떨어뜨린다. 내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항의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그렇기에 택배기사와 사이가 좋아서 나쁠 것은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신경 써주길 바라는 마음에 즙이라도 하나 챙겨주는 것이었다.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한 방에 크게 뭐가 터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작은 것들이 쌓여서 큰 변화를 이룬다.

그나저나 신기하기도 하지. 회사에 다닐 때는 시간이 그렇게나 안 갔는데, 이제는 너무빨리 지나간다.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이 야속하고 아쉽다.
왜 즐거울 때는 시간이 빨리 가고, 그렇지 않을 때는 느리게 가는 걸까.

얼굴만 봐도 어디가 좋지 않은지 보였다.
"턱이 많이 아프신가 봐요."
나의 한마디에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늘어놨다.
"평소에 이 정도는 아닌데, 오늘 갑자기 좀 심하네요."
"병원에 다니신 적은 있나요?"
"예, 동네 치과부터 시작해서 구강외과, 구강내과, 이비인후과, 신경과까지 다 가봤습니다. 3차신경통이라고 하더라고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의 옆으로 다가가 얼굴의 신경이 지나가는 쪽들을 엄지로 짚었다. 관자놀이, 눈가, 광대 부근, 귀 앞쪽 등을 차례로 눌렀다.
"이쪽들은 전부 괜찮으시고요?"
"네, 네."
"그럼 여긴요?" 나는 천천히 엄지를 이동하며 턱선을 따라 차례차례 눌렀다.
"아, 아아!"

"제가 먹는 즐거움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인생의 즐거움에서 반은 먹는 것에 있다고 하거든요."
"네, 네."
"엄나무껍질을 드시면 좋아지실 겁니다."
"엄나무껍질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엄나무껍질을 25g이랑 물 400ml 정도를 넣고 달여서 하루에 세 번 드세요. 이렇게 딱 2주만 해보십시오. 통증이 완화될 겁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제게 오셨던 분들은 무슨 질환이든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분명히 효과를 보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잠 충분히 주무시고, 만약에 술드시면 금주하시고요. 너무 맵거나 짜거나 단 음식은 피해주십시오."
"네, 네."
"그리고 음식을 씹을 때 유난히 더 아프잖아요? 당분간 질기거나 딱딱한 음식은 피해 주십시오."

그렇게 건강상담을 마쳤다.
몸이 아파서 오는 사람들이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그래도 건강상담 자체는 너무 좋았다.
요즘 들어서 내가 두 번째로 행복할 때였다.

첫 번째로 행복한 순간은 내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고마워할 때였다. 오늘 내게 건강상담을 받은사람들도 전부 호전이 됐으면 좋겠는데.
진심으로 그러길 바랐다.
그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랬고, 나를 위해서도 그랬다.
기뻤다. 스스로가 느끼는 보람참에 기인한 것일지라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위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게 기뻤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저녁식사는 평범했다.
하지만 정말 맛있게 느껴졌다.
생각해 보니 먹는 음식의 종류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먹느냐가 더 중요한 듯했다.

살면서 혼자 밥 먹을 때가 참으로 많았다.
외로움 따위는 모르고 산줄 알았는데, 어쩌면 언제나 외로움을 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이지, 삶이 너무나 나아졌다.
할아버지에게 능력을 전수받고, 가르침대로 바르게 산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받으면 베풀 줄 알고,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떳떳할 수 있도록 정직하게 산 덕분이라고 생각됐다. 그래서 추가적인 방송 출연이 더 고민됐다.

내가 고민을 하는 이유는 양심과 정직함 때문이었다. 할머니의 일을 도와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깔짝깔짝 잡일이나 조금 해본 정도가 전부였다. 할머니에게 일을 배운 적은 아예 없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거짓말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도우며 건강원 일을 익혔다. 결국 할머니의 솜씨도 할아버지 덕분이었다. 공력까지 함께 능력을 전수받은 나는 민간요법은 물론이고, 즙을 내리는데 있어서도 할머니보다 실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이게 과연 정직한 걸까?‘ 라는 질문에 대답을 내놓기는 어려웠다. 고민을 하는 시점에서 이미 글러먹은 것일지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좀처럼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나도 사람인지라 욕심이 났다. 가게는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만약 ‘일의 달인‘에 출연하게 된다면 순항 중이던 경비행기에 제트엔진을 다는 것처럼 치솟을 가능성도 존재했다.

최근에는 정말 살면서 행복하다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그 행복함 속에서도 고민은 있었다.
원인은 이미 알고 있었다. 결국 내 욕심이 기인하고 있는게 아닌가. 그런데 그 욕심을 버리기가 참 어려웠다.

그런 생각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스쳤다.
10원짜리 하나 안 받고 사람들을 위해 건강상담을 하는데, 잠과 마진을 줄여서라도 더 나은 제품을 위해 노력하는데,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방송에 나간다고 내가 건강상담을 그만두거나 할 것도 아닌데. 지금 가지고 있는 마음은 그대로 유지할 것인데도 안 되나?
나는 그렇게 한참 동안 스스로와 씨름을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엇나가지않고 지금의 능력을 계속 유지하는 거니까.

할머니는 너그럽게 웃으며 잠시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그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은 시간이 많이 없구나. 원래 나중에 같이 오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말 좀 전해달라고 해서 빨리 온 거야."
"무슨 말?"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랴. 그렇게 해도 괜찮대."
"응?"

"머리 싸매고 죽는 소리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래.
괜찮다고."
"하고 싶은 대로......?"
"그려, 다 지켜보고 있어. 잘하고 있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하래."
"그냥 그렇게만 말했어?"
할머니는 빙그레 웃었다.
"지금 하는 일을 왜 하는지 생각하면서 결정하랴. 그러면 된다고. 제일 중요한 게 네가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거고. 왜 하는지만 잊지 말라고."

"알겠어요. 꼭 그렇게 한다고 전해줘요."
"그래. 우리 손자야 알아서다 잘하지. 이렇게 장하게 커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장하기는....... 할아버지랑 할머니 아니었으면 개망나니였지 뭐."
"으이그! 아서어! 개망나니가 뭐야."
"할머니가 강아지라며!"
"그래도 개망나니가 뭐여."
그렇게 잠시 웃음이 쓸고지나갔고, 파도가 지나간 뒤 평평한 바다가 보이듯 차분한 분위기가 찾아왔다.

"할머니."
"응, 우리 강아지."
"그 있잖아요, 그......."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속에 쌓아두지 말고 다 해. 또 보려면 한참 있어야 돼."
어쩌면 처음일지도 몰랐다.
아주 어렸을 때 편지 쓰기 같은 걸로 표현해 본 적은 있던것 같지만.
지금은 꼭 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할머니!"
내가 장난스레 목소리를 높이자 할머니가 즐겁게 웃었다.
나도 한바탕 웃다가 서서히 옅은 미소만을 남겨놨다. 그리고천천히 양손을 뻗어 할머니의 양손을 감싼 뒤 내 얼굴로 가져왔다. 그렇게 손과 뺨으로 할머니의 손에서 전해져오는 따스함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사랑해요."

"나도 사랑한다."
할머니는 행복하게 웃어 보였다.
"이제 시간이 다 된 것 같구나. 또 보자. 밥 잘 먹고, 잠 푹자고, 운동도 하고."
"그럴게요."
그 순간 위쪽에서부터 빨려들어가는 감각을 느꼈다. 그 순간에도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뺨에 대고 눌렀다.
양쪽 눈꺼풀이 들리는 느낌이 듦과 동시에 앞이 깜깜해졌다.

"허억....... 허억......."
마치 악몽을 꾸다가 갑자기 잠에서 깬 것처럼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더 이상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잠에 들었던 모텔 침대 위였다.
새하얀 베갯잇은 내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할머니......."

좋은 기회니까 놓치지 말고 잡아. 좋은 일도 너부터 챙겨가면서 여유가 생겨야 할 수있는 거야.

저번에도 말했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건 좋은데, 요령껏 잘 저어야 돼. 잘못하면 물에 풍덩 빠지는 거야.

방송 출연을 하기로 결심했다.
목표를 분명히 했다.
돈을 더 벌자고 나가는 게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더 유명해져서, 한 사람이라도 더 나를 찾아오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한 가지라도 더 건강을 위한 방법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돈? 돈도 중요하긴 하다. 많은 돈을 가지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돈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이미 먹고살기에는 충분하다 못해서 넘치는 돈을 벌고 있었다. X소기업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면서도 밥은 먹고살았다. 사명감과 숭고한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됐다. 그럼 돈은 알아서 따라오는 거니까. 따라오지 않는것 같으면, 거리를 더 벌리면 된다. 돈이 조급해져서 빨리 쫓아오게끔.

끝이 없을 것 같은 이 행복이라는 바다에서 계속 헤엄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단순한 소망이 아니라, 목표였다.
행복은 내가 만들어나가는거다.

누구나 많은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누구나 자신만의 아픔을 견디고 있다.
누구나.
행복하고 말고는 오롯이 자신에게 달려 있다.
내가 걷고자 하는 행복한 길은 그 어떤 길보다도 행복으로 충만했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여
나도 행복하고자 했으니까.

"넌 어째 사장이면서 제일 바쁜 거 같아."
"그게 당연한 거지. 원래 사장이 제일 바쁜 게 당연한 거야. 제일 바빠야 되고."
"그런가? 하긴, 성공한 사장들 보면 다 그 소리하긴 하더라."

"알면서 그래?"
"난 그냥 말만 저러지 않을까, 그랬지."
"다들 뭐 빠지게 일하니까 성공하는 거야. 운도 따라야되지만."
"그래서 성공가도를 밟는 기분은 어떠십니까? 강 사장님?"
"성공은 개뿔, 아직 근처도 못 갔어. 이제 그냥 좀 먹고살만해진 거지."
"오오....... 겸손함까지......"

"응, 껍질 표면 만져보면 미끈미끈하지? 원래 계란 껍질표면은 까끌까끌하거든. 그러면 상한 거야."
"그래?"
녀석은 달걀판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 모르겠으면 하나 까봐.
계란 노른자가 봉끗하게 안 올라오고 푹 퍼지면 상한 거야."
옆에서 듣고 있던 오정득이 피식 웃었다.
"별걸 다 아네."
"그러게."

사사로운 생활의 지혜들도 능력을 전수받은 덕분이었다.
나름대로 공부를 하려고 해도 뭐만 펼쳐서 보면 이미 머릿속에 다 담겨 있는 내용들일정도였다. 베이스는 민간요법들이었지만, 현대의학에 근거를 두고 증명되는 것들도 굉장히 많았고. 어째서 할아버지는 저승에서도 끊임없이 공부를 했던 걸까?
살아가면서 능력을 활용하고 있는 내가 대충 능력만 받아먹는 건 말이 안 됐다. 공부를 하는 것은 분명히 의미가 있었다.

상황이 닥쳐야 떠올릴 수있던 것을 평소에 유기적으로 이어가며 머릿속에 박아두는게 가능했으니까.
사업적인 것도 계속 공부해 나가야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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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튜버(?) 2명이 약간은 예의없이 찾아와서 마음이 상해있던 주인공이 건강상담을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해당 아이튜버(?)가 갖고 있을 법한 질환에 대해 얘기를 해주는데.. 여기서 이 커플 아이튜버간에 약간의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염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는 아닙니다. 특히 예림씨의 경우는 연인이시기에 더욱요. 진물이 흐르거나 할 때 옮기 쉽다고 말씀드렸죠? 연인 사이시잖아요? 키스로 전염될 수 있습니다. 냉정하게말씀드려서 증상이 안 나타날뿐, 예림 씨도 보균자이실 확률이 높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죠?"
"일단 헤르페스에 완치란 없습니다. 한 번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보균하게 되면 평생달고 산다고 보셔야 돼요. 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보균자이고, 평생 자신이 보균자인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하시면 아무 문제는 없습니다."

"그래도 성환 씨가 보균자이시고, 예림 씨는 확실하지 않으니 일단 조심하시고, 조만간 혈액검사를 한 번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무증상인 바이러스 보균까지는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없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성환은 헤르페스 1형만 지니고 있는 게 아니었다. 내게는 얼굴에서 보였다.
헤르페스 2형. 주로 성기 근처에 물집이 생기는 것인데, 한마디로 말해서 성병이었다.

헤르페스 1형과 마찬가지로 면역력이 떨어질 때 재발하는 증상이 있다. 재발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완치가 없었다.
이게 김성환이 달고 온 빅엿이었다. 포장에 싸여 있지만, 말 몇 마디만 던지면 금세까질 것이었다.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김성환이 사전에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대야를 망가뜨리고, 정성스레 만든 포도즙을 쥐어짜고 뱉어버리는 행동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갈등의 기로에 섰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 능력이 고작 앙갚음이나 하기 위해 있는 건가?
정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아니다.
이런 식으로 이용하기 위한 능력이 아니다.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그새 좀 살만해졌다고 옛날 버릇이 나오는 건가?

절대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가는 철없던 시절, 아니, 개념 없던 과거로 돌아가게 되는 셈이었다.
입을 잠그기로 마음먹었다.

"헤르페스 1형과 2형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예, 그렇습니다"
"그럼 2형은 뭔가요?"
"1형과 특징은 비슷한데요,
부위가 다릅니다. 주로 생식기근처에 물집이 잡힙니다. 항문부근에 생길 수도 있고요."

"그럼 1형이 2형으로도 번지고 그래요?"
"꼭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죠. 아무래도 형태 자체가 많이 다르니까요. 헤르페스 2형은 주로 성접촉에 의해서 감염됩니다."

"자, 저는 그럼 면역 관리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네요. 어떤 게 좋을까요?"
"일단 잠 충분히 주무시고, 물도 충분히 마셔주시는 게 좋습니다. 적당한 운동도 필수적이고, 음식도 자극적인 것이나 인스턴트 혹은 패스트푸드보다는 자연식 위주로 드셔주시는 게 좋습니다."

"면역력 향상을 위한 음식들에는 종류가 여러 가지 있는데, 성환 씨의 경우 마늘이랑 프로폴리스 그리고 유산균을 챙겨 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산균은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제품을 성분을 따져서 드셔도 좋고, 그릭요거트 같은 것도 좋습니다. 또한 마늘과 케일도 드시면 좋고요."

"며칠 속도 아프고, 가만히 있어도 계속 생각나면서 괴롭겠지만, 그것도 결국은 다 지나가요."

"본인을 더 소중히 여겨요. 괴로운 감정에 계속 붙들려서 시간 버리지 말고. 그러는 건 자신한테 미안한 거니까. 알았죠?"

만약에 내가 일부러 여기에 불씨를 당겼다면? 아마 꽤나 죄책감이 들었겠지. 지금도 이렇게나 찝찝한 기분인데.
나도 웃으며 살고 싶었지만,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이 죄짓고 살면 안 돼, 죄짓고는....... 어떻게든 돌아와. 항상 떳떳해야 돼. 아마 그 김성환이라는 사람은 평생 후회할 거다."
나는 말없이 동의했다. 그리고 왠지 내게 하는 말 같아서 괜히 찔리기도 했다.

짧은 생각으로 가볍게 저지른 일 하나가 큰 복을 부를 수도 있고, 큰 화를 부르기도 한다. 정말 한 순간에 모든 게 무너질 수도 있다.
즉, 누구나 영향력을 가진다.
많은 사람들이 중시하는 것은 영향력의 크기인 듯하다.
적어도 예전의 나는 그랬다.
하지만 크거보다 먼저 중시해야 할 것은 ‘선함‘이라 생각된다.

당연히 나는 누구에게든 좋은 영향을 받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진실로 웃고, 먼저 선한 영향력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정말 사악한 사람에게만 아니면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다. 그렇게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자 한다.

대박을 내지는 못했을지언정 그렇게 버틸 수 있는 것은 나름대로의 장사철학과 신념이 있기에 가능했다.
모든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멋진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박을 내지 못하거나, 망한 곳일지라도 업주가 무조건 생각이 부족하거나 실력이 없어서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도 아니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결국 성공을 결정짓는 마지막 요인은 운이다.

한 경제잡지에서는 전 세계에서 100위권 안에 드는 부자들을 상대로 성공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에 대해 물은 적이 있는데, 전부 공통적으로 운을 꼽았다.
얼마 전까지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와의 만남부터 시작하여 운이 따르기 시작했다. 위대한 유산이자 선물인 비현실적인 능력, 작은아빠와 큰고모처럼 나를 생각해 주고 진심으로 조언해 줄 수 있는 가족 그리고 천금을 주고 살수 없는 건강까지.
나만 똑바로 하면 됐다.

나는 말끝을 흐리고는 다시생각했다. 애초에 가게를 운영하는 본질에 대해 생각했다.
조금만 방심하면 자꾸 상업적인 쪽으로 머리가 굴러간다.
이 죽일 놈의 욕심.
욕심을 전부 버릴 생각도 없고, 버리는 것도 불가능하겠지만, 부릴 부분에서 부려야 한다.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 우선순위라는 게 있다.

자그마한 목표들이 하나씩 쌓이는 중이었고, 그것들을 하나씩 이뤄내면 큰 목표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잘된 듯했다. 실제로 우리 제품에는 아무 이상도 없지만,
모든 사람들이 진실에만 관심이 있는 건 아니니까.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외면하고 자신들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잡음은 얼마든지 나올 수있는 법이고, 그걸 차단할 수 있다면 해야지.

하긴, 세상은 원래 골 때리는 일들 천지지.

잠 하루에 꼬박꼬박 최소 7시간은 자. 잠빚은 계속 따라와. 평생 따라오는 거야. 뭐 하루에 3, 4시간만 자도 괜찮다느니, 자기는 평생 그렇게 적게 자면서 새벽에 일찍 출근해서 일했다느니 하는 사람들 있지?
"어, 어."
봐라, 재수 없으라고 하는소리가 아니라, 진짜로 십중팔구는 마지막에 고생해. 실제로 그런 사람들 많잖아. 안 그런 사람들은 결국 나이 먹어서라도 잠 푹 자고, 푹 쉬고, 건강챙기면서 사니까 회복한 거야.
"그치, 그렇지."

잠빚 쌓일수록 영원히 잠에 드는 날도 빨리 와. 그러니까 푹 자면서 살아.

다른 부모들이 무조건 자식을 믿지 못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이미 세상을 경험해봤기에, 가능하면 편하고 좋은길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그런다.
정답은 없다. 애초에 우리 삶에 정해진 정답은 있을 수가 없지. 그래서 사는 게 재미있는 거고.

옴. 진드기에 의하여 발생하는 동물 기생충성 피부 질환이다.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같이 일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식품을 제조하는 것이고, 보건증 발급이 안 되니 같이 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현재 보건증 발급이 가능하신 상태인가요? 식품제조업이라 보건증이 있어야 하거든요."
"아마도 가능.......
"지금 피부과 질환이 있으시지 않나요?"
"아. 그게......."

"옴은 방치하면 더 나빠집니다. 심해지면 2차적인 세균감염으로 더 악화될 수 있어요.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부터 받으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실례했습니다."

결국 모든 건 선택의 문제였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했던가. 누군가의 이별조차도 잠시씹었다가 단물이 빠지면 뱉을 가십에 지나지 않았다.

텔레비전에서도 연예인들의 결혼생활, 육아, 취미, 일상 등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 즐비하고 가장 잘 되고 있다.
리얼이든 리얼을 가장하든, 그렇게 꾸며져야 잘 된다.
아이튜브의 경우 사회적으로 좀 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삶을 보다 날것으로 맛보는 것과 같으니 더 열광한다.
이 세상 대부분의 것들이 양면성을 띤다지만, 이런 상황을 마냥 즐겁게 보는 것이 뭔가 찝찝하고 씁쓸했다.

돈이 무섭긴 무섭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잘 됐다고 볼 수도 있었다.
가예림과 김성환은 자신들이 원하는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고, 나는 1원도 들이지 않고 엄청나게 홍보를 했으니까나름대로 윈윈(win-win)이었다.

영상의 중심이라고 보긴 어려웠지만, 내 가게에 대한 홍보가 엄청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100만 조회수에서 1%만 우리 가게에 홍보를 가지면 1만이었다.
당장 구매로 이어지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면 엄청난 홍보비를 들여도 쉬운 게 아니었다. 일단 중요한 건 각인이었다.

작은아빠와 했던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경기가 워낙 어렵기도 했고,
장사는 특히 레드오션이었다.
작은아빠는 그랬다. 만약에 내가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알았으면 말렸을 거라고. 요즘은 앞 가게와 경쟁해서 이기면더 크고 새로운 게 들어온다고, 그래도 내가 잘 돼서 다행이라고, 상상 이상으로 잘 해내고 있다고.
장사는 한물간 세상이다.
자신만의 확실한 브랜드나 아이템이 있지 않으면 장사를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게 맞다.

확실한 아이템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서 그걸 키워나가야 했다. 그렇게 하면 장사가 아니라, 사업이 되는거다. 그냥 장사만 해서는 먹고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중장년이나 노년층보다 연락이 많이 오는 이유는 뻔했다. 가예림과 김성환의 아이튜브 때문이었다. 생각 이상으로 홍보 효과가 대단했다.
수익과 꼭 연결되지 않더라도 건강상담에 대한 홍보는 중히 여기고 있었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였으니까. 한 사람이라도 더 걱정을 덜어주고, 건강하게 해주는 게 가장 중요했다.

진짜 걱정이 묻어나는 문의들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나름대로 스케줄표를 작성하여 예약을 받으려고 하는데도 정리가 쉽지 않았다. 몇 시간 만에 예약시간을 변경해달라는 말도 많았고.
아무래도 돈을 들여서라도 빨리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오는 사람들 스스로가 예약을 할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듯했다. 내가 조금 덜 벌더라도 투자를 해야 되는 부분이라 생각됐다. 오히려 여기에 계속 매달려 있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때 더 손해였다.

수익성을 바라보고 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결국에는 더 큰 수익도 불러올 거라 생각했고.

올 사람은 온다. 제품의 품질만 지키면 된다. 작은아빠의 조언이 옳았다. 재고를 충분히 쌓아두고 가게를 열기로 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안 좋은 자세도 혈액순환을 방해합니다. 우선 자세부터 신경 쓰셔야 돼요."

"그럼 아침에 일어나서 언제 처음으로 물을 드세요?"
"그때그때 달라서......."
"일단 내일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셔야 될건-"
"물 마시기요?"
"아니요."
나의 대답이 의외라는 듯이 정시내가 눈을 살짝쿵 크게 떴다.
"그럼요?"

"스트레칭입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5분에서 10분정도 스트레칭을 해주세요. 잠이 조금 부족하시더라도 꼭 그렇게 해주세요. 현재 정시내 씨는 10분 덜 자고 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몸에 더 좋습니다. 가능하면 1시간 일찍 일어나시고, 낮에 30분 정도 낮잠을 주무시는 게 더좋고요."
"아아......."
정시내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스트레칭을 마친 다음에는 물부터 드세요. 아침에 물을 드시되 가능하면 미지근한 물이 가장 좋습니다."

"그렇게만 하면 되나요?"
"아니요, 현재 수족냉증의 가장 큰 원인인 혈액순환을 개선하셔야 합니다. 지금 말씀드린 걸로도 도움이 되지만, 더많은 노력이 필요하세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생강을 많이 챙겨드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생강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
"네. 생강차도 좋고, 음식에 넣어서 먹는 것도 좋죠. 그냥 드셔도 좋은데 아무래도 먹기가 조금 힘든데요. 생강을 설탕에 졸인 다음 말려서 간식처럼 드셔도 됩니다.
"설탕은 몸에 안 좋지 않나요?"
"아무래도 좋다고 보기는 힘들죠. 하지만 과자처럼 계속 먹는 간식이 아니니까, 생강을 드시는 게 힘드시면 이런 방법으로 조금씩 드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만 하면 될까요?"
"파도 많이 드시면 좋습니다. 파야 활용도가 높고, 한식에는 여기저기 다 들어가잖아요? 파도 많이 드세요."

‘병이 없으면 그게 신선이다‘

내게 건강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들은 즙을 구입하러 오는 사람들과 동일하게 소중했다.
항상 이렇게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이었다.

일에 조금씩 스스로가 깎여나가면서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때를 떠올리면 결국은 금전적인 여유가 있으니 보다 높은 것에 가치를 둘 수 있는 것이겠지만.

진짜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다고, 돈을 더 벌어들이니 더 나갈 일도 생겼다.

나도 마음이 불편하고, 건강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도 불쾌하고, 즙을 사러 온 사람도 역정을 내는 환상의, 아니, 환장의 트리니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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