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읽었던 내용 중에 그동안의 포스팅에서 그닥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던 인물이 한 명 있었는데, 은혜와 연재의 친척인 ‘서진‘이라는 인물이다. 소설 속에서 ‘서진‘은 이런저런 것들을 취재하는 기자로 소개되는데, 여기서 상세히 다 밝힐 순 없지만 우연한 기회에 은혜와 연재가 연관되어 있는 어떤 일을 취재하다가 그들과 오랜만에 만나게 된다.

한편 지난번 포스팅에서 다뤘던 내용에서는 경주마인 투데이를 살리기 위한 은혜와 연재의 프로젝트(?)가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 위에서 소개한 ‘서진‘이 중요한 키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제 3분의 2정도 읽었는데 이 소설의 남은 부분에서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갈지.. 조금씩 흥미진진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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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예상대로 서진이 키맨 역할을 하면서 은혜와 연재의 프로젝트가 그들이 계획한 방향대로 흘러가는 듯 보인다.

한편 이어지는 글에서는 은혜와 연재의 엄마인 보경에 대한 얘기가 잠시 등장한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등장하지만, 독자인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의도치않게 먼저 하늘나라로 가버린 전직 소방관이자 자신의 남편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치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꿈을 꾸는 장면으로 묘사되는데, 중간중간 등장하는 문장들에서 보경이 자신의 남편을 향한 그리움의 감정이 느껴졌다. 물론 보경과 비슷한 상황을 경험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그 감정을 100% 온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꿈에서 깬 뒤 보경은 자신의 처음 의도와는 달리 너무 오랫동안 잠이 들어있었다는 사실에 놀라 헐래벌떡 일터로 향하려 하지만 휴머노이드인 콜리가 일터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보경에게 말한다. 이미 일할 사람들이 다 가있으니 걱정할 필요없이 그냥 쉬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래서 보경은 쉬면서 콜리와 대화를 하게 되는데, 이 장면에서 콜리가 생각하는 시간에 대한 인식이 인상적이었다. 밑줄에도 몇 문장 쳐봤는데, 독자인 내가 느낀 요지만 언급하자면 물리적인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겠지만 주관적인 시간은 사람들마다 다르게 흐른다는 것이었다. 읽으면서 참 공감되는 말이었다. 자신에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행동을 할 때는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몰입하게 되어 시간이 훌쩍 지나가지만, 지루하고 따분한 상황에 놓여 있을 때는 콜리의 말처럼 1분이 1시간처럼 흐르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다.

독자인 나는 이 부분에서 자신이 현재 놓인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느냐가 시간의 흐름을 결정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물리적으로 동일한 상황과 환경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그곳이 천국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옥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뭐 여기서 답은 명백하다. 누구의 시간이 더 잘 흘러가겠는가? 당연히 전자일 것이다.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본다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천국처럼 느끼는 사람은 어찌보면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자신의 환경을 지옥처럼 느끼면서 살아가는 사람일 것이다.

이제 위에 적어본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천국처럼 느끼며 살아갈 것이고 그 결과 자신이 하고싶은 일에 몰입하면서 시간도 술술 잘가서 행복한 삶을 살아감과 동시에 일에 따른 보상으로 금전적인 영역도 풍족하게 채워질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자신의 삶이 지옥과도 같다고 생각하며 살 것이고 그로 인해 자신의 일에 몰입하기보다는 그저 시간만 때우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할 것이고 그결과 1분이 1시간처럼 느리게 흘러가서 불행한 삶을 살 것이고 일적으로도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기에 금전적으로도 부자가 되기보다는 그저 하루하루 먹고살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평범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감사하라는 말은 정말 여러 다른 책들에서도 봤던 것인데 오늘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감사의 중요성을 몸소 깨닫게 된 것 같다. 내가 어디에 있든지 관계없이 그 안에서 불평하기보다는 감사하며 살아가는 태도가 어느 때보다도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안 돼."
"무슨 일인지 알게 되면 될걸?"

아이들이 원하는 건 너무나 간단했고, 명료했고, 분명했다. 투데이의 삶이다.

서진은 구구절절 말하고 싶었다. 자신이 그 경마장을 조사하느라 얼마나 힘들었고, 얼마나 치욕스러웠는지 아느냐고.

거절한다고 하더라도 더 그럴듯한 명목이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살아 있는 생명이 주로를 뛰는 경기였으므로, 짜놓은 판에 맞추려면 생명에게 가혹한 학대가 가해져야 했다.

"어렸을 때부터 투데이가 달리는 걸 좋아했어. 나도 그 자세히는 모르지만 언니한테는 그게 위로였나봐. 아니면 군더더기 없는 행복이었든가."

"그런데 너무하잖아. 달릴 수 없으니까 죽으라는 건."

"고작 이틀에서 14일로 삶을 연장한다고 뭔가 달라질까?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길까...?"

"당연하지. 살아간다는 건 늘 그런 기회를 맞닥뜨린다는 거잖아. 살아 있어야 무언가를 바꿀 수 있기라도 하지."

부장님도 끝내 서진의 판단을 이해할 것이다. 기자란 무언가를 살리는 직업이라고 말했던 사람이니까.

"당신의 결정 덕분에 투데이는 행복할 거예요. 그리고 투데이가 행복하다고 느끼면 저도 행복하다고 느껴요."

그간의 정을 토대로 한 배려

어쩔 수 없이 굴복하게 만드는 사회 시스템

약자가 굴복할 수 있는 순간은 아무도 그 일을 알지 못했을 때뿐이라고, 모두가 알게 된 이상 더는 굴복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좋은 파트너인 것 같아요."

관리자의 언성이 커졌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함을 잃지 않아야 통하는 법.

"악행은 누군가가 반드시 알아내게 되어 있어요. 오늘 저희가 찾아온 게 아저씨한테 온 마지막 행운인 줄 아세요. 나쁜 짓 하고 살지 마세요."

도태되면 결국 고생은 제 몫이었다.

인간은 아프면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다

콜리는 고개를 끄덕일 줄 알았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정보는 도리어 그게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대화였다.

콜리는 공감을 느낄 수 없는 개체였지만 공감하는 척 움직이게 만들어졌다. 어차피 사람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공감이었다. 보경은 콜리를 앉혀놓고 몇 번 대화를 한 후에야 진정으로 필요했던 건 들을 수 있는 귀와 끄덕일 수 있는 고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생 보경의 이야기를 들어주겠노라 약속했던 사람이 오래도록 비워둔 자리를 뜻하지 않은 것이 채웠다.

"콜리잖아요. 콜, 리. 콜, 미. 발음이 비슷하지 않나요? 언제든 저를 부르세요. 콜-미."

세상에 생명을 탄생시키고 책임지고 기른다는, 가정을 지키고 있다는,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떠들지 못할 일

자신이 알아서 끈을 놓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세상의 편견과 고지식함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절망스러운 운명에서 구해내지 못했을까. 조금만 달랐더라도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운명이었는데. 고작 그 시선이 뭐라고.

독립적인 사건들처럼 보였는데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 모든 일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이 수면 위의 파동 같았다. 넓고 잔잔한 파동이 끊임없이 교차되고 연속되는, 그 에너지가 끝내 물살을 만들어버리는.

은혜가 아픈 손가락이었다면 연재는 신경이 손상된 손가락이었다. 어느 날 문득 쳐다보면 언제 다쳤는지 알 수 없는 오래된 상처가 엉망으로 아물어 있었다. 딱지를 뜯어 약을 발라 줄 수도 없었다. 상처가 흉터가 되는 것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빨리‘가 아니라 ‘천천히‘가 터져 나오는.

슬픔이 비림으로 바뀌자 후에는 꺼내려고 해도 비릿해서 꺼낼 수 없어졌다. 그렇게 계속 몸에 담아두었다. 고여서 비려질때까지. 끝끝내 썩어 마를 날을 기다리면서.

나는 지겨워. 지겹다고. 그러니까 우리 그만 좀 하자.

잊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오래 머물고 싶지도 않았다.

잘 가, 조심해서 가.

방에 앉아 있으면 시간이 잘 가지 않는다

"창밖으로 아침 해가 뜨는 것과 세상이 색으로 덧칠해져 가는 모습을 보고 있던 순간은 1시간이 1분처럼 느껴졌는데 그곳(좁은 방)에서는 반대로 1분이 1시간으로 느껴졌어요."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흘러간다는 이론에 대해서는 연재가 말해줬어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것이라고요. 제가 투데이와 함께 달릴 때 느꼈던 시간이 접힌 듯한 현상은 실제라고요. 생명은 저마다 삶의 시간이 다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인간은 함께 있지만 모두가 같은 시간을 사는 건 아니네요."

"같은 시대를 살고 있을 뿐 모두가 섞일 수 없는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맞나요?"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

결승점이 어디인지, 완주의 상품이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일단 태어났으므로 자연히 출전하게 된 경기를 하고 있노라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했고, 지쳐 기절하듯 침대에 누워야만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내 시간은 멈춰 있어."
화재가 난 빌딩 속에 있던 소방관을 기다리던 그 시간에 멈춰 있어. 반드시 살아서 나오리라 믿고 있는 그 시간 안에서.

시간이 흘러 보경은 그곳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시간은 그곳에서 1초도 흐르지 않았다. 보경이 매일 일찍 일어나 쉬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이유는 그 지긋지긋한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음을, 그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달리기였음을 인정해야 했다.

시간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정적이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수면 위에 돛을 펼치고 있었다.

"흐르게 하는 법을 잊었어."
시간은 고여 있어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괜찮다고 생각했다가도 여지없이 그날로 빨려 들어갔다.

슬픔을 겪은 많은 사람들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 것일까. 사실은 모두 멈춰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지구에 고여버린 시간의 세계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그 시간들을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렇다면 아주 천천히 움직여야겠네요."
...(중략)...
"멈춘 상태에서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많은 힘이 필요하니까요. 당신이 말했던 그리움을 이기는 방법과 같지 않을까요? 행복만이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예요."

"저는 실수로 만들어진 거라고 연재가 말했어요. 저를 결정하는 제 안의 칩 하나가 다른 휴머노이드와 다르다고 했어요."
"..."
"연재는 실수와 기회가 같은 말이래요."

콜리의 말처럼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려면 행복으로 그리움을 이겨냈듯이 현재의 시간도 흐르게 해야 했다. 그날에 함께 묶여 나아가지 못한 관계부터 풀어내면 되지 않을까. 보경은 너무 가까워서 미뤄두었던 실타래부터 잡았다. 연재는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적당한 답변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몸짓이었다.

아이가 아님이 어른이 되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세상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되고 인정했을 뿐이지, 보경은 아직까지는 그 세상을 자신이 온전히 책임지고, 슬픔을 삼켜야 하는 어른의 세계로 연재를 보낼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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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 이어서 오늘도 유전자에 대한 얘기가 계속 이어진다. 본문에 따르면 유전자에 대한 연구는 현재 활발히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이제까지 발견된 연구결과만 놓고 보면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라고 한다. 비록 유전자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이때까지 발견된 유전자 연구 결과에 대한 정보들을 조금이나마 접해볼 수 있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할 것 같다.

본문 내용과는 별개로 개인적인 견해를 좀 덧붙이자면 유전자 연구같이 복잡한 연구는 과학자분들께 전적으로 맡기고 나같은 일반인들은 과학자분들이 열심히 연구한 결과들을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잘 익혀뒀다가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잘 활용하면 그것으로 과학을 공부하는 의미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역할과 활동무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이어가려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새로움 추구 유전자‘는 좀 더 정상적인 성격 차이를 불러일으킨다. 이 유전자는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에 대한 뇌의 반응을 변화시킨다. 표준적인 시험에서 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좀 더 충동적이고 호기심이 많으며 변덕스럽다. 이 유전 분자와 그 분자가 규정하는 단백질 수용체는 분자 길이가 정상적인 형태보다 더 길다. - P277

대부분의 형질들은 다인자의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지능과 인지 능력의 가장 단순한 요소들도 여러 염색체의 여러 부위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유전자들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 P278

어떤 경우에는 관련 유전자들의 수가 늘어남으로써 결국 최종 산물의 양이 증가하기도 한다. (예컨대, 신경 전달 물질의 양이 늘어난다거나 피부색의 농도가 진해진다거나 한다.) 이것은 다인자들이 자신의 효과를 단순히 덧붙이는 방식이다. 이런 가법적인 유전은 개체군의 형질 분포에 관해 전형적으로 종 모양의 정규분포 곡선을 나타낸다. - P278

특정 형질을 발생시키는 고유 역치(閾値)에 이를 때까지 유전자들이 더해지는 방식도 있다. 예컨대 당뇨와 몇몇 정신 질환은 이런 유형에 해당되는 것 같다. - P278

다인자들은 서로 간의 우열 관계에 따라 상호 작용을 할 수도 있다. 이것은 한 염색체의 어떤 유전자가 다른 염색체의 다른 유전자를 억누르는 식으로 작동한다. 뇌전도(EEGS) 에서 드러나는 뇌파 패턴은 이런 식으로 유전되는 신경 현상의 한 사례이다. - P278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다면 발현(pleiotropy)이 있다. 이것은 하나의 유전자가 다양한 형질에 영향을 주는 현상이다. 다면 발현의 고전적인 사례는 인간의 페닐케톤 요증(phenylketonuria)을 야기하는 돌연변이 유전자인데, 이것으로 인해 아미노산 페닐알라닌의 과다, 티로신 결핍, 페닐알라닌의 비정상적 대사물, 짙은 소변, 밝은 머리카락 색깔, 중추 신경계의 독성 손상, 그리고 정신 지체 등이 생긴다. - P278

유전자로부터 그것이 규정하는 형질로 이동하는 경로에는 엄청나게 복잡한 것들이 뒤얽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그것들은 해독될 수 있다. - P278

행동 형질을 통제하는 다인자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10개 이하의 변이가 대부분이다. - P279

돈을 벌 수 있는 패러다임을 찾아라. 그리고 할 수 있는 모든 분석법으로 공략하라! - P279

성 정체성 문제에서 논의되는 차이들은 대개 뇌 활동의 패턴 차이, 냄새와 맛 그리고 다른 감각 능력의 차이, 공간 및 언어 능력의 차이, 어린 시절의 놀이 행동 차이 등이다. - P279

태아기와 유아기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를 촉발시키는 주요 유전자는 Y 염색체 위에 있다고 알려졌다. Y 염색체의 성결정 유전자(sex-determining region of Y, Sry)가 없을 때, 즉 어떤 사람이 XY가 아닌 XX 염색체를 가질 때 태아의 생식선은 결국 난소를 발생시키고 그에 따른 호르몬과 생리적 변화를 일으킨다. 이런 사실은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는 모든 이들을 실망시킬지는 몰라도, 좋든 싫든 호모 사피엔스가 하나의 생물 종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 P280

유전자의 규정을 받는 후성 규칙들은 문화적 습득과 전달을 가능케 하는 감각 지각과 정신 발달의 규칙성이다. - P280

문화는 어떤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달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을 돕는다. - P280

성공적인 새 유전자는 개체군의 후성 규칙을 변화시킨다. - P280

변화된 후성 규칙은 문화적 습득이 이뤄지는 경로의 방향과 효율성을 변화시킨다. - P280

선사 시대에, 특히 현대 호모 사피엔스의 뇌가 진화했던 10만 년 전쯤까지는 유전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는 서로 밀접하게 짝지워져 있었다. 하지만 신석기 시대의 시작, 특히 문명의 발흥으로 문화적 진화는 유전적 진화를 뒤로 한 채 앞으로 훨씬 더 빨리 뛰어가기 시작했다. - P280

일반적으로 후성 규칙의 제약은 강력하다. 심지어 가장 세련된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행동도 통제할 정도이다. 하지만 문화는 유전주의자들을 당혹스럽게 할 만큼은 후성 규칙의 속박에서 벗어나 다양해졌다. 어떤 문화는 잠시 동안이기는 하지만 진화적 적응도 줄이는 데도 불구하고 출현했다. 사실, 제멋대로 굴러가다 심지어 그것을 조장한 사람마저 해치는 문화들도 존재한다. - P281

앤스트로스테놀(anstrostenol)은 땀과 신선한 소변에서 검출되는 남성 호르몬이다. 사향이나 백단향처럼 이것은 성적 매혹을 유발하고 사회적 접촉 시에 기분을 좋게 해 준다. - P282

타인을 만지는 행위는 다음의 선천적인 규칙들에 의해 조절되고 있는 일종의 인사 행위이다. 동성의 낯선 사람은 팔만 만져라. 친근함이 증가하면 만지는 부위도 확장하라. 이성의 친밀함을 위해서는 더 많은 곳을 만져라. - P282

동공 팽창은 타인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며 특히 여성에게는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 P282

혀를 내밀고 침을 뱉는 행위는 거부의 공격적 표시이다. 입술 주위로 혀를 휘휘 돌리는 것은 대개 시시덕거릴 때 사용되는 일종의 사회적 초대 표현이다. - P282

눈을 감고 코에 주름을 잡는 행위는 거부의 또 다른 보편적 신호이다. - P282

아랫니를 노출시키려고 아래턱을 끌어내리면서 입을 벌리는 행위는 모욕할 심산으로 위협을 주는 표시이다. - P282

각 신호는 자신만의 의미 영역과 융통성을 갖는다. 따라서 문화마다 약간의 뉘앙스 차이가 발생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특정한 신호의 기본 구조를 규정하는 각 유전자 집합은 그 자신의 반응 양태를 가지는 셈이다. - P283

비언어적 신호 중에서 널리 퍼진 본능의 사례 중 하나는 독일 동물행동학의 선구자 이레네우스 아이블아이베스펠트(Irenaus EiblEibesfeldt)가 연구한 눈썹 번득임 (eyebrow flashing)이다. 만일 어떤 이가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면 더 잘 보기 위해서 눈을 부릅뜬다. 만일 어떤 이가 놀라면 눈썹을 치켜 올리면서 눈을 부릅뜬다. - P283

눈썹 치켜 올리기는 사회적 접촉을 청하는 신호인 눈썹 번득임으로 보편적으로 의례화되었다. 추정컨대 유전적 규정에 따라 의례화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의례화(ritualization)‘는 어떤 맥락에서 하나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행동이 뚜렷하고 판에 박힌 다른 형태로 진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위의 예에서처럼 눈을 부릅뜨고 눈썹을 치켜 올리는 행동이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되는 눈썹 번득임으로 변화된 것과 같다. - P283

눈썹 번득임은 유전자 · 문화 공진화에 있어서 문화 부분에 의해 여러 사회들로 의미가 퍼진 경우이다. 여러 사회와 맥락에서 그것은 몸짓의 다른 형태들과 연결되어 인사, 희롱, 승인, 확인 요구, 감사, 또는 언어적 메시지의 강조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폴리네시아에서는 그것이 사실을 나타내는 "그렇다."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 P283

과학자들은 색지각을 규정하는 유전자들에서 색지각에 대한 언어적 표현으로 이행하면서 이 주제(색깔 어휘)를 다루고 있다. - P284

색깔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것은 우리가 본다고 생각하는 형태로 자연에 존재하지는 않는다. 가시광선은 연속된 다양한 파장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파장 속에 본유의 색깔은 들어 있지 않다. - P284

색지각은 망막의 광민감성 원추세포와 뇌의 연결 신경 세포에 의해 일어난다. 색지각은 빛 에너지가 원추세포들 내의 세 가지 다른 색소에 흡수될 때 시작된다. 생물학자들은 원추세포들이 포함하는 광민감성 색소들에 따라 그것들을 청세포, 녹세포, 적세포라고 부른다. - P284

빛 에너지에 촉발된 분자 반응은 전기 신호로 변환되고 이 신호들이 다시 시세포를 형성하는 망막 신경절 세포(retinal ganglion cells)에 중계된다. 여기서 파장 정보가 재조합되어 두 축을 따라 분포되는 신호들을 산출해 낸다. 뇌는 이후에 한 축을 초록색에서 빨간색으로 해석하고 다른 축을 파란색에서 노란색으로 해석한다. 이때 노란색은 초록색과 빨간색의 혼합으로서 정의된다. - P284

특정한 신경절 세포는 적세포의 입력에 따라 흥분될 수도 있고 녹세포의 입력에 따라 억제될 수도 있다. - P284

뇌는 얼마나 많은 빨간색이나 초록색이 망막에 들어오는지를 얼마나 강한 전기 신호가 전달되는가를 통해 알아낸다. 수많은 원추세포와 중계 담당 신경절 세포에 있는 이런 유형의 집합적 정보는 시신경 교차를 건너 시상(뇌의 중심부 부근에 있는 일종의 중계소 역할을 하는 신경 세포 덩어리)의 외측슬상핵에 이르고 마지막으로 뇌의 최후부에 있는 일차 신경 피질 내에 있는 일련의 세포들로 전달된다. - P284

시각 정보(여기서는 색깔 암호)는 0.001초 내로 뇌의 다른 부분들로 퍼진다. - P284

뇌의 반응 패턴은 다른 유형의 입력 정보들과 그들이 불러들이는 기억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한 많은 조합들을 통해 연상된 패턴들은 예컨대 다음과 같은 패턴을 지칭하는 단어들을 생각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이것은 미국 국기이다. 색깔은 빨간색, 흰색 그리고 파란색이다." 너무나 당연한가? 인간에게만 그럴 뿐이다. 곤충의 경우에는 이 깃발에서 여러 파장들을 지각하고 그 색을 인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분해한다. - P285

인간의 감각 기관과 뇌는 연속적으로 분포해 있는 가시광선의 파장을 딱딱 떨어지는 단위들(우리는 이것을 색 스펙트럼이라 부른다.)로 구분한다. ...(중략)... 사실 이런 색 구분 범주는 생물학적인 의미에서 궁극적으로는 임의적이다. 이것은 지난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했을 수많은 구분 범주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문화적인 의미에서는 결코 임의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이 유전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학습이나 명령을 통해서 변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 문화(색깔을 포함해서)는 이런 단일 과정으로부터 파생되었다. - P285

색지각은 생물학적 현상으로서 가시광선의 일차 성질(가령, 조도)을 지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예컨대 조명등의 밝기 조절 스위치를 돌리면서 조도를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면 우리는 연속적인 과정으로 그 변화를 제대로 지각한다. 그러나 단색광(단일파장의 빛)을 사용하여 그 파장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면 우리는 연속성을 지각하지 못한다. 우리가 보는 것은 처음에는 파란색, 그 다음은 초록색 그리고 노란색, 맨 마지막에는 빨간색이 된다. - P286

먼셀 색 배열(Munsell array)은 왼쪽 칸에서 오른쪽 칸으로 갈수록 색의 파장이 달라지고 위쪽 칸에서 아래쪽 칸으로 가면서는 밝기가 달라지도록 고안된 색체계 표이다. - P286

전체 색깔은 영어로는 검정색(black), 흰색(white), 빨간색 (red), 노란색 (yellow), 초록색(green), 파란색(blue), 갈색(brown), 자주색 (purple), 분홍색(pink), 오렌지색(orange), 회색(gray)으로 총 열한 가지 - P287

단순 분류법에서 복잡한 분류법을 가진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기본 색 용어의 조합이 결과적으로 다음과 같은 위계질서에 따라 이뤄진다 - P288

단지 두 가지 기본 색 용어를 가진 언어에는 검정색과 흰색을 구분하는 단어만 있다. - P288

단지 네 가지 기본 색 용어를 가진 언어에는 검정색, 흰색, 빨간색 그리고 초록색 또는 노란색을 구분하는 단어들만 있다. - P288

단지 다섯 가지 기본 색 용어를 가진 언어에는 검정색, 흰색, 빨간색, 초록색 그리고 노란색을 구분하는 단어들만 있다. - P288

단지 여섯 가지 기본 색 용어를 가진 언어에는 검정색, 흰색,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그리고 파란색을 구분하는 단어들만 있다. - P288

단지 일곱 가지 기본 색 용어를 가진 언어에는 검정색, 흰색,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파란색 그리고 갈색을 표현하는 단어들만 있다. - P288

남아 있는 네 가지 색깔들(자주색, 분홍색, 오랜지색, 회색)은 위의 일곱가지 색에 첨가될 수 있기는 하나 위와 같이 위계적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 P288

어떤 측면에서 이 어휘들은 색지각과 의미 기억의 후성 규칙에 따라 산출된 모방자(혹은 문화 단위)가 확산된 결과이다. 즉 유전자가 우리로 하여금 상이한 파장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보게끔 규제한다. 게다가 세상을 여러 범주들로 나누고 그것들에 이름을 붙이려는 추가적 성향 때문에 우리는 특정한 순서대로 기본적인 11색 단위를 만들어냈다. - P289

인간의 마음은 파장들을 열한 가지로 구분하는 선에서 만족하기에는 너무나 기묘하고 생산적이다. 영국의 언어학자 존 라이온스(John Lyons)가 지적했듯이 뇌에서의 색인지는 단지 파장만을 나타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즉 색 용어들은 종종 촉감, 광택, 명도 등과 같은 다른 성질들도 포함하게끔 만들어진다. - P289

필리핀의 말레이폴리네시아어인 하누누 어 (Hanunoo)로 "말라투이(malatuy)"는 "갈색을 띤", "촉촉한", "표면이 빛나는", "금방 베어진 대나무에서 볼 수 있는 종류의 것"을 뜻하지만, "마라라(marara)"는 오래된 대나무처럼 "노란색을 띠는", "딱딱한"표면을 뜻한다. 그런데 만일 영어 사용자들이 "말라투이"를 "갈색을 띤"으로 "마라라"를 "노란"으로만 번역해 버린다면 원래 의미가 잘 살아나지 않는다. 이와 유사하게 고대 그리스어 중 "클로로스(chloros)"는 일반적으로 "초록색을 띤"으로 번역되지만 원래 의미는 분명히 "초록 이파리의 싱싱함 혹은 촉촉함"이었을 것이다. - P289

뇌는 대상과 속성 간의 정확한 연결을 위하여 계속해서 의미를 찾는다. 이때 속성은 의미들을 가로지르며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우리는 후성 규칙이라는 제약의 현관을 지나 그 세계로 들어간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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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5-07-20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새로움추구유전자 그렇군요 독서계획한 책에만 진득하게 집중하지 못 하고 딴 책을 자꾸 기웃기웃하는 것도 이 유전자가 있어서일까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유익한 내용 감사합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5-07-20 13:58   좋아요 1 | URL
예 뭐 그럴지도 모르죠ㅎㅎ 사람들마다 각자 갖고 있는 유전자 스펙트럼이 다양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정도의 차이일뿐 새로움추구유전자는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서곡 2025-07-20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이 유전자가 인간 세상의 변화발전에 작용했겠습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일요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5-07-20 14:21   좋아요 2 | URL
예 저도 유전자 관련 책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서곡님과 비슷한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서곡님도 일요일 잘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전자책] 전직 절대자는 아카데미 펫 관리자 09 전직 절대자는 아카데미 펫 관리자 9
말랑부들 / ARC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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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 중에 과거에 갈등이 있었다는 이유로 서로 어색했던 관계가 있었는데,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그 둘이 힘을 합쳐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자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얼굴에 철판을 깔면서 힘을 합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통해 관계라는 것은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음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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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전 연구가 왜 평범하거나 정상적인 현상들보다는 돌연변이 같은 것에 집중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면서 시작한다. 뭐 거창한 이유가 있을 것 같지만 결국 연구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말이다.

이런 걸 보면 분야를 막론하고 어떤 연구라는 것이 너무 막연한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구체적인 것에서부터 조금씩 막연한 부분들로 확장되어가는 게 커다란 흐름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는 마치 실개천이 모여 강물이 되고 강물들이 모여 바다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와도 유사해 보인다.

유전과 발생을 연구하는 이들은 하나의 돌연변이를 통해 야기된 큰 효과에 우선적으로 주목한다. 물론 검출과 분석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멘델 유전학 시대에 연구자들은 초파리의 퇴화된 날개와 정원 완두콩의 주름진 종피와 같이 쉽게 인식할 수 있는 형질들을 관찰 대상으로 삼았다. - P261

커다란 돌연변이는 해롭기 마련이다. 가령 자동차 엔진을 무작위적으로 빨리 변화시켜 보라. 작은 변화를 주었을 때보다 그 자동차가 제대로 굴러가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거대 돌연변이는 거의 언제나 생존율과 번식 능력을 감소시킨다. 따라서 정신 분열증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인간 유전학의 많은 선도적 연구들이 의료 유전학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 P261

유전자 하나의 이상으로 인해 생기는 물리·심리적 질병이 무려 1,200가지도 넘는다고 알려졌다. 알파벳 순서로 보면 아르스코그스콧 증후군(Aarskog-Scott syndrom)에서 젤위거 증후군(zellweger syndrom)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런 질병들은 이른바 OGOD 원리를 따른다. 즉 하나의 유전자에 하나의 질병 (One Gene, One Disease)이다. - P262

OGOD 연구자들은 과학 학술지와 주요 언론에 보고된 이번 달의 질병이 무엇인지를 농담 삼아 물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 예들은 색맹, 낭포성 섬유증, 혈우병, 헌팅턴 무도병, 과다 콜레스테롤증, 레시-니한 증후군(Lesch-Nyhans syndrom) 등으로 다양하다. - P262

사실 관계된 유전자들에 이상이 생겨 병리 현상이 생기는 경우는 허다하기 때문에 생의학자들은 "모든 질병은 유전적이다."라는 말을 싫어하지 않는다.(심지어 흡연도 다소나마 유전적이다.) - P262

연구자와 의사는 OGOD 원리 발견에 기뻐한다. 왜냐하면단일 유전자 변이는 진단을 단순화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생화학적 신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신호는 잘못된 유전자의 전사 실패로 인해 생물 주기가 바뀐 일련의 분자 사건들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결함이다. 따라서 간단한 생화학 시험만으로도 종종 그 정체가 드러난다. 유전병이 이른바 만능 치료술로 통하는 유전자 치료법으로 치료될 수 있다는 희망도 없지는 않다. 정교하고 비침해적인 치료를 통해 생화학 결함을 치료하고 그 질병의 증상을 없애는 식의 치료법들이 현재 한창 연구되고 있다. - P262

하나의 유전자에서 생기는 돌연변이가 종종 한 형질의 의미 있는 변화를 초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으로부터 그 유전자가 그 잘못된 기관이나 과정을 결정한다는 결론은 도출되지 않는다. - P262

전체 기관들과 과정들 그리고 그 속의 세부 형질들은 일반적으로 몇 개의 유전자가 아니라 유전자의 집합이 규정한다. 그리고 그 유전자 집합은 염색체상에서 서로 다른 부위들을 점유하고 있다. 예컨대 아프리카 조상과 유럽 조상 간의 피부색 차이는 3~6개로 이뤄진 이런 ‘다인자(polygenes)‘가 결정한다고 여겨진다. - P263

효과가 크기 때문에 쉽게 감지되는 유능한 유전자들 말고도 변이의 작은 부분들에 기여하기 때문에 결국 발견되기 힘든 유전자들도 많이 있을 수 있다. - P263

다인자 중에서 어느 하나에 돌연변이가 생겨서 간혹 OGOD 효과와 같은 큰 변화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평균에서 아주 약간만 빗나간 경우도 생겨날 수 있다. 만성 우울증과 조울증과 같은 질병들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들의 정체가 다소 모호한 듯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P263

환경의 미묘한 차이는 멘델 유전학의 고전적 패턴도 왜곡할수 있다. 두 사람이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도 한 사람에게만 특정 형질이 나타날 수 있다. 가령 일란성 쌍둥이 중 한 사람이 정신 분열증을 나타내면 나머지 한 사람도 같은 중세를 나타내야 할 텐데 실제로는 그런 경우가 50퍼센트 정도밖에 안 된다. 우리는 이런 경우를 흔히 "불완전 침투" 라고 부른다. 게다가 환경의 미묘한 차이는 또 다른 방식으로 표출된다. 예컨대 같은 정신 분열증 환자라고 하더라도 증상의 형태나 정도는 환경 차이로 인해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다. - P264

인간 본성의 유전적 기초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 아니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생물 조직의 세 가지 수준들을 함께 연결함으로써 표현될 수 있다. 그것을 위에서 아래로 열거하면, 최상위에는 문화의 보편자가 있고 그 아래 수준에는 사회적 행동의 후성 규칙들이 있으며 최하위 수준에는 행동 유전이 자리 잡고 있다. - P264

문화 보편자 목록에는 다음과 같이 무려 예순일곱 가지가 열거되어 있다. 나이 서열, 운동 경기, 신체 장식, 달력, 청결 훈련, 공동체 조직, 요리, 협동 노동, 우주론, 구애, 춤, 장식 예술, 점, 노동 분업, 해몽, 교육, 종말론, 윤리, 민속 식물학, 에티켓, 믿음 치료, 가족 잔치, 불 만들기, 민간 전승, 음식 금기, 장례 의식, 놀이, 몸짓, 선물 주기, 정치 체제, 인사, 머리 모양, 환대, 주택, 위생술, 근친상간 금기, 상속 규칙, 농담, 친족 집단, 친족 명명법, 언어, 법, 행운 미신, 마술, 결혼, 식사 시간, 약, 산파술, 처벌, 개인 이름, 인구 정책, 출산 후 양육, 임신에 대한 대우, 소유권, 초자연적 존재 달래기, 사춘기 관습, 종교 의식, 거주 규칙, 성적 규제, 영혼개념, 지위 분화, 외과 수술, 도구 제작, 거래, 방문, 날씨 통제, 그리고 직조. - P265

북극 동토대에서 남아메리카 대륙 끝인 티에라델푸에고 제도의 얼음 숲까지 - P267

문화의 인과학(因果學, etiology)이 유전자에서 뇌와 감각을 통해 학습과 사회 행동으로 우회하고 있다 - P268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세상을 특정한 방식으로 보게 만들고 특정 행동들을 상대적으로 더 잘 배우게 만드는 신경 형질들이다. 유전적으로 대물림되는 형질은 모방자, 즉 문화의 단위가 아니다. 오히려 특정한 종류의 기억 요소들을 고안해 내고 전달하는 성향이다. - P268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과 몇몇 심리학자들은 1972년 초에 발달 과정에서의 편향을 정확하게 정의했다. 그들은 그것을 "준비된 학습"이라고 불렀다. 그것은 동물과 인간이 선천적으로 어떤 행동들을 배우도록 준비되었지만 다른 행동들에 대해서는 준비되어 있지 않음(즉 피하는 성향을 가짐)을 뜻한다. - P269

준비된 학습이라고 보고된 많은 사례들은 후성 규칙들로 묶인다. 생물학에서는 해부 구조, 생리, 인지 그리고 행동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대물림되는 모든 규칙성을 통칭해서 후성 규칙이라고 부른다. 이 규칙들은 제대로 기능하는 유기체를 만들어 내는 발생과 분화의 알고리듬이다. - P269

또 다른 통찰은 사회적 행동의 준비된 학습이 다른 후성적인 것들과 마찬가지로 대체로 적응적 (adaptive)이라는 사실이다. 사회생물학에서 얻은 이 통찰에 따르면 진화적 적응도(fitness)는 유기체가 자신의 생존과 번식 기회를 높일 때 증가한다. 인간 행동의 후성 규칙들이 적응적이라는 점은 생물학의 결과만도 문화의 결과만도 아니다. 그 적응성은 그 둘의 복잡 미묘한 발현을 통해 나온다. - P269

인간의 사회적 행동의 후성 규칙들을 연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진화 원리로 무장한 후에 심리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 연구 주제에 집중하는 과학자들은 스스로를 진화심리학자(evolutionary psychologist)라 부른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사회 행동이 어떠한 생물학적 기초를 갖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사회생물학과 인간 행동의 기초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심리학이 만나서 생겨난 잡종 분야인 셈이다. - P269

유전자 · 문화 공진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점점 늘어 가는 이 시점에서 단순성과 명료성을 위해, 그리고 이따금씩 벌어지는 이념 논쟁에 휘말릴 때 지적인 용기를 위해 우리는 진화심리학을 마땅히 인간사회생물학(human sociobiology)과 동일한 것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 P269

유전자와 문화의 연결은 감각 기관과 두뇌 프로그램 내에서 발견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들이 더 명백해지지 않고는 유전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에 관한 수학적 모형들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 P270

나는 후성 규칙들이 마치 감정과도 같이 두 단계에서 작동한다고 믿는다. 일차 후성 규칙들은 감각 기관에서 자극들을 거르고 암호화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하여 두뇌가 그 자극들을 지각하도록 하는 자동 과정들이다. 연속적인 전체 과정은 이전 경험에 의해 미약하게만 영향을 받는다. - P270

이차 후성 규칙은 많은 양의 정보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기능하는 규칙성이다. 이 규칙들은 지각, 기억, 감정의 파편들을 끌어들여 우리의 마음이 특정 모방자는 선택하되 다른 것들은 배척하게끔 만든다. 즉 편향된 선택을 하도록 만든다. - P270

이러한 두 종류의 규칙(일차 후성 규칙, 이차 후성 규칙) 들은 편의상 구분되었다. 실제로는 좀 더 복잡한 일차 규칙들이 보다 단순한 이차 규칙들로 점차 변화하기 때문에 중간 단계의 복잡함이 존재한다. - P270

모든 감각들에는 일차 후성 규칙들이 연결되어 있다. 그런 규칙들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들 중에는 연속적인 감각을 구분된 단위로 끊어 주는 속성이 있다. 예컨대, 태어날 때부터 망막원추와 시상의 측슬상 핵의 뉴런은 파장의 길이가 다른 빛을 네 가지 기본 색으로 분류한다. 이와 유사하게 아이와 어른의 청각 장치는 연속적인 음성을 음소들로 자동적으로 나눈다. 가령, "바"에서 "가"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일련의 음성들은 연속체로 들리지 않고 "바" 또는 "가"로만 들릴 뿐이다. "브"에서 "스"로의 이행에서도 이런 원리는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 P271

갓난아기는 의사소통을 위한 청각 반응 체계를 이미 내장하고 있어서 잡음과 음조를 선천적으로 구별할 수 있다. 태어난 지 넉 달이 지나면 아기는 화음을 좋아하고 불협화음을 들으면 듣기 싫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또한 혀에 레몬주스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화음을 듣고 있을 때와 똑같은 즐거움을 표시한다. - P271

큰 소리에 대한 갓난아기의 반응은 모로 반사(Moro reflex)이다. 아기의 뒤에서 소리 자극을 주면 처음에는 팔을 앞으로 내밀다가 마치 껴안으려고 하듯이 천천히 두 팔을 오므리며 울음을 터뜨리고 그런 후에 점차적으로 긴장을 푼다. 그런데 이 모로 반사는 4~6주 내에 반사 중에서 가장 복잡하기도 하고 죽을 때까지도 지속되는 놀람 반응 (startle response)으로 대체된다. - P271

기대하지 않은 큰 소음이 들리면 우리는 즉시 눈을 감고 입을 벌리며 머리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어깨와 팔은 처지고 무릎은 약간 구부러진다. 마치 한 방 맞을 것을 대비하는 자세처럼 보인다. - P271

맛에 대한 선호는 출생과 동시에 혹은 출생 직후에 시작된다. 갓난아기는 평범한 물보다는 달콤함 액체를 좋아하는데 자당, 과당, 유당, 포도당 순서로 그 선호도가 정해져 있다. 아기들은 시거나 짜거나 쓴 물질들은 모두 거부한다. 그리고 각각에 대해 서로 다른 얼굴 표정으로 반응하며 이런 반응은 평생을 간다. - P271

일차 후성 규칙들은 인간의 감각 체계를 대체로 시청각 정보를 처리하는 것으로 조정한다. 이것은 대체로 냄새와 맛에 의존하는 다수의 다른 동물 종과 비교할 때 볼 수 있는 큰 차이이다. - P272

시청각적 편향은 어휘의 편중에 잘 반영되어 있다. 예컨대, 영어, 일어에서 줄루 족의 언어, 테톤 라코타 어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언어들에는 감각 표현을 기술하는 모든 단어들 중 75퍼센트가 듣기 · 보기와 관련되어 있다. 나머지 단어들은 온도, 습도, 전기장에 대한 민감한 표현들과 냄새, 맛 그리고 감촉 등에 관한 것들이다. - P272

시청각적 편향도 영유아기에 사회적 유대를 만드는 일차 후성 규칙이다. 태어난 지 10분이 지나면 갓난아기는 포스터에 그려져 있는 비정상적인 얼굴 모양보다는 정상적인 것을 더 많이 보기 시작한다. 이틀이 지나면 그들은 잘 모르는 여성보다는 자기 어머니를 더 많이 쳐다본다. 게다가 다른 여성의 목소리에서 어머니의 목소리를 구분하는 데에도 이와 유사한 능력이 있음을 시사하는 실험 결과도 있다.
어머니의 경우에는 간단한 접촉만으로도 갓난아기의 울음과 독특한 향기를 구분할 수 있다. - P272

표정은 시각적인 비언어적 의사소통과 심리 발달을 한 방향으로 인도하는 이차 후성 규칙의 주요 영역이다. 인간이라는 종을 통틀어 고정된 의미를 가진 얼굴 표정은 몇 안 된다. - P272

얼굴 표정에서 입은 시각적 의사소통의 주요 장치이다. 특히 미소는 분명히 이차 후성 규칙의 영역에 속한다. 심리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은 모든 문화에서 미소 짓는 표정이 프로그램된 발달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 P273

아기가 미소를 맨 처음으로 짓게 되는 때는 생후 두 달과 넉 달 사이이다. 아기의 미소는 돌보는 어른으로 하여금 아기에게 더 애착을 갖도록 만든다. - P273

미소 짓는 능력에 미치는 환경의 영향은 거의 없다. ...(중략)... 미소는 앞을 못 보는 아이들과 듣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제때에 나타나며 심지어 기형적인 몸으로 태어나 자신의 얼굴마저도 만질 수 없는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기형아에게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 P273

평생을 통해 미소는 일차적으로 친근함과 승인을 표현하는 신호로 사용된다. 그리고 이것을 넘어서 일반적으로는 즐거움을 표시하는 기능을 한다. - P273

각 문화는 각 상황에 어울리게 약간의 뉘앙스 차이를 보이며 미소의 의미를 만들어 간다. 예컨대 미소는 상황에 따라 빈정댐이나 가벼운 조롱의 의미를 담을 수도 있고 당황스러움을 감추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도 미소의 메시지는 다양한 얼굴 표정들로 전달되는 수많은 메시지들 중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 P273

정신 활동의 최고 수준에서 복잡한 이차 후성 규칙들은 이른바 구상화(具象化, reification) 과정에서 따라 나온다. 여기서 구상화는 아이디어와 복잡한 현상을 친숙한 대상과 활동에 비유하여 좀 더 단순한 개념으로 압축하는 절차를 지칭한다. - P274

보르네오 섬의 두순 족(Dusun)은 집을 팔, 머리, 배, 다리 등과 같이 다양한 신체 부위로 구성된 하나의 "몸"으로 구상화한다. 그래서 특정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어야 집이 "서 있다."라고 믿고 언덕의 경사면에 집이 지어졌을 때에는 집이 "거꾸로 서 있다."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차원에서 그들은 집을 뚱뚱함/피골이 상접함, 젊음/늙어빠짐 등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집 내부의 구조물, 예컨대 방과 가구는 절기에 따른 의식, 마술적 믿음 그리고 사회적 믿음과 연관되어 있다. - P274

구상화는 세상에 질서를 창조하는 빠르고 쉬운 정신 알고리듬이다. 그런 것이 없다면 세상은 온통 지엽적이고 가변적이 되어 버릴 것이다. - P274

구상화의 사례들 중 하나는 양분 본성(兩分本性. dyadic instinct), 즉 사회적으로 중요한 것들을 양분하고자 하는 성향이다. 예컨대, 어딜 가나 사회는 사람들을 내부인/외부인, 어린이/어른, 친족/비친족, 기혼/미혼, 성스러운 행동/불경한 행동, 착함/악함 등으로 구별한다. - P274

사회는 각 구분의 경계를 금기와 의식으로 확고히 한다.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변화하려면 개시 의식, 혼인, 축복, 성직 수임식 그리고 여러 유형의 통과 의례를 요구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모든 문화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 P274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를 필두로 한 구조주의 학파는 양분 본성이 선천적인 규칙들의 상호 작용의 지배를 받는다고 제안했다. 그들에 따르면 남자 대 여자, 족내혼 대 족외혼, 땅과 하늘 등과 같은 대립항은 반드시 충족되고 해결되어야 하는 마음속의 모순항이다. 그들은 종종 신화적 서사를 통해 이런 모순항들이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생명의 개념은 반드시 죽음의 개념을 필요로 하는데 이 죽음은 영생에 이르는 길로 기능하는 죽음에 대한 신화를 통해서 해결된다는 식이다. - P275

골수 구조주의자들은 양자 대립항이 문화를 통합된 전체로 조직할 때 필요한 복잡한 조합들로 한층 더 깊숙이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 P275

유전도를 측정한다는 말이 특정 유전자를 찾아낸다는 뜻은 아니다. 게다가 유전도 측정은 유전자에서 후성 규칙으로 나아가는 복잡한 생리 발달 경로들에 대해 어떠한 힌트도 주지 않는다. - P276

인간 행동 연구에서 기대되는 가장 중요한 진보는 틀림없이 생물학과 사회과학 사이에 있는 첨단 영역에서 일어날 것이다. - P276

난독증(dyslexia)은 공간적 관계를 해석하는 능력에 손상이 생겨 발생하는 읽기 장애이다. - P276

성격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들도 발견되었다. 공격 행동을 촉발시키는 돌연변이는 비록 네덜란드의 한 가족에서만 알려진 것이기는 하지만 X 염색체에 위치해 있다. 이것은 분명하게 모노아민 산화 효소(monoamine oxidase)에 결함을 일으키는데 이 효소는 공격, 도피 반응을 조절하는 신경 전달 물질을 파괴하는데 쓰인다. 효소의 손상으로 인해 이 신경 전달 물질이 쌓이면 뇌는 약한 수준의 스트레스에도 폭력적으로 대응할 만큼 긴장하게 된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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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 소설의 핵심 인물인 ‘연재‘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한다. 연재는 로봇에 관심이 많아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또래의 다른 친구들과 금방 친해졌는데, 이후에 그 친구들의 집에 놀러다니면서 자신의 가정 형편과 다른 친구들의 가정 형편에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들이 연재의 집에 방문했던 적이 있는데,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다소 실망스런 기색을 띠는 것을 연재는 느끼게 된다. 이 사건(?) 이후 연재는 스스로 너무 많은 것을 오픈하는 게 마냥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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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는 이 책에서 처음으로 휴머노이드인 ‘콜리‘의 관점에서 글이 쓰였다. 인간이 아닌 로봇의 관점으로 써졌다는 게 나름 독특하게 느껴졌고 로봇은(물론 소설가의 상상이겠지만) 어떤 생각을 하면서 세상과 주변 환경들을 바라보는지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연재가 경마장에 있던 휴머노이드인 콜리를 집으로 데려온 후 콜리는 연재가 학교에 가있는 동안 연재의 엄마인 보경과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이 둘 사이의 대화가 왠지 모르게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주는 것 같아 나름의 감동이 있었다. 비록 소설 속 설정이긴 하지만 로봇인 휴머노이드와 인간의 대화가 딱딱한 듯하면서도 딱딱하지 않다고나 할까. 아무튼 뭔가 짠하면서도 여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처음에 연재가 휴머노이드인 콜리를 집에 데리고 왔을 때 엄마인 보경은 막연한 거부감과 두려움 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 둘이 서로 대화를 하면서 보경이 가졌던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지게 된다. 이것을 보면서 서로 간에 대화가 관계를 원만하고 좋게 만들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내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봐도 대화의 중요성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 있었는데 객관적인 증거와 정황상 근거 등을 바탕으로 상대방과의 대화를 나누고 오해를 풀었던 기억이 있다. 만약 대화가 없었다면 오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갈등의 골이 점점 더 깊어졌을 것이고 혹시라도 무슨 안좋은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대화라는 것은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자 열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대화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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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친자매인 은혜와 연재간의 관계에 대해 나온다. 본문에는 은혜가 본의 아니게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고 연재는 신체적인 장애같은 게 없는 그냥 일반적인 아이로 설정되어있다. 이 둘의 엄마인 보경은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소방관과 인연이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데,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될 무렵에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게 된다. 그러다보니 엄마인 보경 혼자서 아이 둘을, 그것도 한 명은 신체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워야 하다보니 물리적으로 힘이 들 수 밖에 없었고, 동생인 연재는 이런 집안 형편을 어릴 때부터 직감적으로 눈치채고 자연스럽게 은혜를 돌보는 일을 같이 거들게 된다.

여기서 연재는 물론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지만 본능적으로 엄마인 보경의 입장에서는 비장애인인 연재보다는 장애가 있는 은혜에게 좀 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기에 연재는 상대적으로 엄마의 관심을 덜 받는 듯한 느낌을 가졌던 것 같다. 대신 연재는 엄마의 관심을 얻고자 오히려 은혜를 싫다거나 귀찮다는 기색없이 묵묵히 도와주는데, 본문에서 이것이 엄마의 관심을 받기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은혜와 연재의 관계를 보면서 형제자매간 관계의 속성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또한 우리 가족 간에는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본문에도 살짝 언급되지만 형제자매들이란 부모의 사랑을 나눠먹고 사는 존재라는 얘기가 개인적으로 와닿았다. 그리고 부모의 사랑을 잘 나눠먹기 위해서는 일단은 가족 내에서 각자가 처한 상황에 맞게 처신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각각의 가족마다 상황과 환경이 다르기에 애정이나 관심을 받는 것에 있어서 유일한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위에서 대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듯이, 부모와 자녀들간에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서로간의 사랑을 잘 나누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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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내용에서 은혜가 콜리와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현재를 살면서 가끔 과거에 하지 못했던 일에 대해 아쉬워하거나 후회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을 것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투데이라는 말(경주마)도 부상을 입기 전에는 그저 달리는 것 자체에서 행복을 느꼈던 말인데, 너무 과하게 달리다보니 그만 회복하기 힘든 부상을 당하게 된다. 이로 인해 경주마로써의 효용가치를 상실하게 되어 더이상 예전처럼 달리면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채 낙심과 상실감을 갖고 죽을 날만을 기다리게 되는 신세로 전락한다. 하지만 투데이와 함께 했던 휴머노이드 기수(騎手)인 콜리와 투데이가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해하던 은혜는 투데이를 살리고 싶어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콜리가 한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프기 전으로.˝

솔직히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물리적인 시간의 비가역성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독자인 나는 콜리가 휴머노이드라 현실적인 고려를 하지 못한채 그냥 단지 자신의 바램을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다음에 나오는 문장에서 뭔가 깨달음이 생겼다.

˝투데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거예요.˝

아, 비록 물리적인 시간인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투데이가 과거에 행복하게 달렸었기에, 투데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과거로 돌아가는 거라는 깨달음이었다.

˝행복만이 유일하게 과거를 이길 수 있어요.˝

바로 뒤이어지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투데이 뿐만 아니라 독자인 나 또한 과거를 후회하고 아쉬워하기만 하지말고 지금 행복하게 사는 것이 그런 후회와 미련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습관처럼 그냥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에요.˝ 라고 말하면서도 막상 현실을 살다보면 행복하게 살기보다는 과중한 업무나 쉽지 않은 인간 관계 등으로 인해 고통속에 허우적거리고 살 때가 참 많다. 이런 현실 속에서 가끔씩 과거를 떠올리며 옛날에 내가 좀 더 열심히 했으면 혹은 그 때 이걸 했어야 되는데 하는 식의 후회들을 종종 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만만치 않은 현실 속에서 그런 후회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위에서 콜리가 말한 것처럼 지금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것 뿐이다. 시간의 비가역성으로 인해 물리적인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후회되는 과거가 미처 생각날 겨를도 없이 지금 이 순간을 미친듯이 행복하게 사는 것 뿐이다.

예전에 개인적으로 읽었던 어떤 책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모두 하나이기에 그냥 우리는 현재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찾아서 거기에 맞게 살아가는 게 행복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빠른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진리는 어디 멀리 있거나 복잡한 것이 아니라 가장 단순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것들은 숨길 수 있는 한 숨기는 것이 좋다고.

방에 있으면 시간이 예전보다 빠르게 흐르는 듯했다.

콜리는 이 집에 사는 인간들을 한 명, 한 명 살폈다. 전부 다르고 독특한, 이를테면 파랑노랑 하늘이거나 분홍보라, 초록빨강의 하늘같은 인간들이었다. 천 개 이상의 댠어를 알고 있었다면 이 인간들을 표현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도 없었을 텐데.

"그리움이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중략)...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거야."
...(중략)...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그래서 마음에 가지고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 거지. 다 사라질 때까지."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거야."

"행복이 만병통치약이거든."

"행복한 순간만이 유일하게 그리움을 이겨."

보경은 콜리에게 사사로운 것까지 내뱉은 자신의 말을 후회했는데, 그때 거부감이 한 꺼풀 벗겨졌다는 것은 알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콜리는 보았다. 자신이 쓸데없는 이야기를 꺼냈다며 말을 무르는 보경의 표정에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소량의 편안함을 발견했다. 콜리는 이를 통해 한 가지 방법을 습득했다. 대화다. 대화를 많이 할수록 보경에게 깔려 있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표피같이 얇게 한 꺼풀씩 벗겨졌다.

콜리는 에너지를 얻는 수단이 외부에 있지만 모든 생명은 에너지 동력원이 몸 안에 있다. 그러므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면 생명은 쉬어야 한다. 에너지를 회복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잠을 자는 것이나 식사를 하는 것이다.

콜리는 연재가 하는 말들, 제 몸이 될 부분들에 관한 설명을 들으며 유독 빛나는 연재의 눈을 보았다. 사람은 아주 가끔, 스스로 빛을 낸다.

인간이 필요로 하지 않으면 죽었다. 복희가 말했던 이 행성에서의 동물들의 위치였다.

살아가며 맞닥뜨리게 되는 난관은 은혜가 뛰어넘거나 비껴갈 수 없을 만큼 커다랗고 무거웠다. 아예 방향을 틀어 다른 길로 가야만 했다. 그렇게 많은 길들이 막혔다.

은혜는 현재까지 무수히 많은 난관에 부딪혀 돌고 돌아 이곳까지 오지 않았는가. 이 길의 끝을 알 수도 없고, 알게 된다고 한들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길로.

정말로 한계가 없다면 한계라는 것조차 모르지 않았을까.

사람은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했지만 은혜는 사람이 피곤했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해서 불행하지는 않아. 꼭 같을 필요는 없잖아. 그러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으니까."

"너도 나도 알아서 잘 살아갈 수 있는데. 반드시 도움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처럼, 도움받지 못하면 살아가지 못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자기들 멋대로 생각하는 게 꼴 보기가 싫다."

"나는 왜 굳이 그렇게 멋있게 살아서 내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이제 와서? 지금까지는 뭘 하고 있었는데?‘

민주는 말들의 관리인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마방에 갇힌 또 다른 말이었다.

사회는 개개인이 촘촘히 연결된 시스템이었고 그 선은 서로의 목을 감고 있었다.

살기 위해서는 끊어야 할 때 연결된 선을 과감하게 끊어야 하는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죽이느냐 마느냐의 문제였다.

민주의 속마음과 달리 입은 자꾸 진실만을 말했다.

"이 세상에서, 아니 이 우주에서 사람만 이렇게 잔인한 거 같아요."

보경이 은혜에게 괜찮다고 말할 때마다, 이 사소한 불편이 너를 규정할 수 없다고 말할 때마다 은혜는 도리어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정상적인 사람에게 너의 정상성은 괜찮은 것이고, 그것이 너를 규정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은혜도 그런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보경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가 가끔은 자신이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났음을 확인시키는 차갑고 날카로운 창살 같다는 것을.

휠체어 덕분에 걷지 못하던 이들이 움직일 수 있게 된 게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 인도, 계단, 에스컬레이터 때문에 이동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이 몸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없었다면 애초에 생겨나지도, 태어나지도 않았을 거였다. 우주는 자신이 품을 수 있는 것만 탄생시켰다. 이 땅에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가 각자 살아갈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정상의‘ 사람들은 모르는 듯했다.

형제는 태어나면서부터 한정적인 사랑을 함께 나누어야 하는 관계였다. 시간적 여유가 아무리 충분하다고 해도 사랑을 둘로 나누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형제는 관심을 차지하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성장했다. 물론 이것은 이상적인 관계였을 때를 말했다.

은혜는 연재의 무조건적인 순응이 결국 관심받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음을 알았다.

그런 것이라고 설명해도 보경은 제멋대로 받아들일 것이 뻔했다. 그리고 괴로워하겠지. 그 모습이 보고 싶지 않았다. 때로는 침묵이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의 침묵이 건너고 건너 연재의 족쇄가 될 줄은, 정말이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상처 주고 싶어서 하는 의도적인 행동.

은혜의 마음 속에서 불신과 희망이 동시에 피어올랐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프기 전으로.

과거로 돌아가는 것만큼 완벽한 해결방법은 없을 것이다.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세상에는 어떤 고통이나 슬픔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누구도 현재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게 되겠지.

"투데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거예요."

"행복만이 유일하게 과거를 이길 수 있어요."

은혜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힘없고 겁 많은 어른으로 자라난 것이 창피했다. 네가 그토록 아끼던 그 말이 연골이 닳았다는 이유로 결국 죽게 된다는 것을 보고만 있으므로.

"저는 기억이 아니라 저장을 해요. 저장은 삭제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죠."

호흡을 맞춘 상대가 편할테지.

"...퇴근했으니 카페인보다는 알코올이 낫지 않을까요."

한 생명을 오롯이 책임지는 자들의 자세.

지금으로서는 대책이 있다는 점이 중요했다. 그렇다면 복희도 투데이를 위해 조금 더 힘을 실어줄 수 있었다.

"우리 과 농담 중에 앞으로 수의사가 되려면 기계과를 가야 된다는 말이 있거든요."

"테드 창의 소설 중에 소프트웨어가 반려동물을 대신하는 소설이 있거든요. ...(중략)... 아무튼 소설 속에서 인공지능 객체가 생물의 진화를 모델링한 유전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어요. 발달할 수 있는 거죠. 발전이기도 하고요. 아프지 않고, 죽지 않는 애들이요. 가끔 고장은 나겠지만."

공업용 휴머노이드가 보급되고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사이버 범죄를 전부 잡아냈다 ...(중략)... 조직 하나만으로 그 장기를 똑같이 만들어냈다

"언젠가는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시기가 올까 봐 두려워요."
...(중략)...
"물론 빠른 시일 내에는 아니겠지만 아주 먼 미래에요. 짐승이 이 행성을 포기하게 되는 거요. 이곳에서는 더는 살 수 없다고 판단한 동물의 유전자가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거예요.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좁은 울타리에 갇혀 착취당하는 삶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유전자가 생존의 수단으로 죽음을 택할지도 모르잖아요."

기술의 발달과 멸망의 속도가 같다. 사람들이 조금만 더, 매일 뉴스에 나오는 새로운 기술과 우리가 맞이할 미래에 관심을 가지는 만큼만, 사라져가고 학대받는 동물들에게 관심을 나눠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우리가 불행한 미래를 상상하기 때문에 불행을 피할 수 있다고 믿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는 상상보다 늘 나을 거예요. 예를 들면 동물이 사라지고 인공지능을 키우는 시대가 도래하는 대신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인간이 부재하는 시간 동안 동물을 돌봐주겠죠. 동물의 영양 상태를 매일 체크해서 필요한 영양소도 알려주고요."

"그래도 저는 조금 무서워요. 아프지 않게 동물을 죽일 수 있는 수의사가 될까 봐요."

"방금 전 불행한 상상이 불행한 미래를 피할 수 있게 한다면서요. 그렇다면 선생님은 동물을 살리는 선생님이 되시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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