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말할 때 꼭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 - P8

그렇게 작은 보트로 피오르드에 나가는 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춥고 불편하고, 모든 게 물과 파도일 뿐인 피오르드, 여름에는 피오르드에 나가는 게 아주 좋을 수 있다, 피오르드가 새파라면, 피오르드가 파랗게 반짝이면, 피오르드에 햇빛이 비치고 피오르드가 고요하고, 모든 게 푸르고 푸르면, 피오르드는 아마도 매력적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어두운 가을에, 지금 피오르드는 잿빛이고 검고, 색깔이 없다, 그리고 춥다, 파도는 거세고 불안하다, 그리고 겨울엔, 노 젓는 자리가 눈에 덮이고 얼어붙으면, 보트를 띄우고 싶을 때 얼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밧줄을 발로 차 떼어 내야 할 정도가 되면, 그럴 때면 피오르드 위에는 눈 덮인 얼음덩이가 떠다닌다. 그런데 무엇이? 피오르드에 무엇이 그렇게 매력적이란 말인가? - P10

그는 무척 내향적이고 사람을 꺼린다, 누군가 오면 그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는 그냥 서서 두 손을 어디에 둘지 모른다.
그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며, 그냥 서서 당황한다. 그런 모습을 누구나 보게 된다, - P11

그녀는 생각한다, 그는 늘 어느 정도 그런식이었다. 뭔가 소극적이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평가해주지 않는다고 늘 생각했다. 자기가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사람들을 방해한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이 된다고, 어떤 일이든 다른 이들이 원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 P11

믿을 수가 없어, 세월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 P12

그녀는 생각한다. 도대체 그는 왜 온종일 피오르드에 있으려 하는걸까? 그 작은 배에, 작은 나무배에, 나룻배에, - P14

그는 사라졌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냥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홀로 남았다, 그들에겐 아이가 없었기 때문에, 그녀와 그, 항상 둘뿐이었다, - P18

그는 그냥 가 버렸고 사라졌다, 나가 버렸고, 가 버렸다, 그날, 그가 가 버릴 때, 사라질 때, 무슨 말을 했었나? 그는 갈때 무슨 말을 했었나? 그때 무슨 말을 했던가? 아마도 잠깐피오르드에 나간다고? 그가 늘 하던 말, 그러니까 보트를 타고 피오르드에 나가려고 한다고? 아마도 잠깐 낚시를 하겠다고,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식으로, 늘 그렇듯이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가 자주 하던 어떤 말, 그가늘 말하던 평범한 단어와 문장들, 사람들이 늘 하는 그런 말,
그는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 P19

그럼 왜 매일 나가는 거야, 싱네가 말한다 그냥 그러는 거야, 어슬레가 말한다 그냥 그러는 거라고, 싱네가 말한다
응, 어슬레가 말한다 - P20

그런데 왜 집에 있지 않는 거야, 싱네가 묻는다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어슬레가 말한다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지금 농담해, 싱네가 말한다 어쩌면 난 보트 타고 밖에 있는 걸 좋아하는지도 몰라, 어슬레가 말한다 - P21

당신은 나랑 여기 있고 싶지 않은 거야, 그런 거지, 싱네가 말한다
아니, 그건 아냐, 어슬레가 말한다 하지만 당신 보트는 너무 작아, 싱네가 말한다
난 그 보트가 좋아, 어슬레가 말한다
난 벌써 오래전부터 그걸 갖고 있었어, 긴 세월, 예쁜 보트지, 예쁜 나무 보트야, 당신도 알잖아, 그가 말한다
그래, 알아, 싱네가 말한다 - P21

세월은 빨리 지나가, 그가 말한다 - P22

그는 걷는 게 좋다, 걷게 되면, 제대로 걷기 시작하면,
제대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면, 그러면 좋아진다. 그는 생각한다. 그러면 마치 평소 삶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무거운 것이조금 더 가벼워지는 것 같다, 마치 그 무거운 것이 그에게서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움직임이 생기는 것 같다, 늘 그런 무겁고 빡빡하며 미동도 없는 삶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 - P28

왜 모든 것은 다 이유가 있어야 하나? - P30

벽들은 거기에 있고 벽에서 무언의 목소리가 말을 하는 것 같다, 벽들 안에 커다란 혀가 존재하고 그 혀가 단어로는 할수 없을 무언가를 말한다. - P49

그는 왜 돌아오지 않는 걸까? 그는 어떤 사람이 된 것일까? 그는 왜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는 걸까? 그녀는 생각한다. 그는 늘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냥 사라졌다. 그의 보트, 그녀는 생각한다. 그녀는 보트를 찾아냈다. 비어 있었다, 십일월 말, 어느 어두운 가을 저녁에 한참 전에, 그게 벌써 이십삼년이다. 1979년이었다. 어느 화요일, 그는 돌아오지 않았고 당시에 그녀는 그가 피오르드에 오래 있나 보다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생각한다. 그가 곧 돌아오면 좋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갔다, 조금씩 조금씩,
아니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다, 너무 괴롭다, 그녀는 생각한다, 아니다, 그녀는 더 이상 그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 그녀는 생각한다, 그는 떠났다.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녀는 밖으로 나갔고 그를 기다렸다, 보트 선착장에서 있었다. 어둠 속에, 빗속에, 바람 속에, 거기에 서서 기다렸다, 그는 바로 돌아와야 했을 텐데? 그는 왜 오지 않았나? 하지만 그는 결코 아니다, 그녀는 그 생각을 할 수 없다.
그는 돌아오지 않았고, 보트만, 그 이후 그날, 그것만 만의 물가에 떠 있었다. 바위에 부딪히고 있었다. 그리고 비어 있었다. 아니다, 그 생각을 해선 안 돼, 그녀는 생각한다. - P55

그렇다, 그것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이미 미리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아주 당연했다. - P58

그들은 지나간 것을 그대로 두지 않고 치워 버렸고 뭔가 허세를 떠는 체하기도 했다. - P58

그리고 그녀는 그녀다. 그리고 그는 그다. - P81

나가고 싶으면 나가야 한다. 여기에 서 있을 수만은 없다, - P81

그녀는 생각한다. 그는 왜 그러는 걸까? 아니다, 그녀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는 왜 그녀와 함께 있으려 하지 않는 걸까? 그녀는 생각한다. 대신 그는 보트를 타고, 작은 보트를 타고, 작은 나룻배를 타고 나간다. 하지만 이제 그는 돌아와야 한다, 그녀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는 너무도 불안하다, 평소에 그는 이토록 오래피오르드에 나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날씨에는, 그리고 지금처럼 이렇게 어두울 때면, 그리고 이렇게 추울 때면그러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가 언젠가 이토록 오래 나가 있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왜 오지 않을까? 무슨 일인가?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진 않았겠지? 그녀는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는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걸까?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해선 안 된다. - P82

독자는 화자가 서술하는 싱네와 남편 어슬레의 내면에 흐르는 의식을 따라가게 될뿐이다. 그 의식의 흐름 속에서 독자는 상실의 경험, 외로움, 불안, 사랑과 그리움, 자유에 대한 갈망, 존재의 근원, 죽음 등 늘 삶에서 만나게 되는 깊은 사유의 대상을 다시 만난다. 이러한 것들에 대한 생각은 우리의 내면에 늘 존재하지만 명확한 답이 없는 것들이고, 때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다. - P110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은 구분되지 않는다. 죽음은 삶의 일부로 함께 존재한다. 싱네는 그렇게 인생을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싱네는 과거를 부정하지 않으며, 현재의 그리움과 불안, 무엇에겐가로 향하는 갈망에 대해서도 자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삶의 과정에서 겪는 복잡한 내면의 의식, 그 자체가 자신의 존재 확인은 아닌지, 또 다른 한편으로 현실 속에 공존하는 과거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삶의 본질은 아닌지, 우리는 싱네의 모습을 통해 또 하나, 삶의 형식을 들여다본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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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신장이 걱정되시면 커피를 줄이시는 게 나을 겁니다. 그리고 무설탕 사이다는 물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물은 물이고, 음료수는 음료수니까요."

"커피는 이뇨작용을 돕기때문에 몸에 수분이 부족하게 됩니다. 지금 겪고 계신 증상들이 전부 수분 부족으로 인한 것입니다."

"간단하게 췌장 하나만 놓고 봐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췌장액은 대부분 물로 이뤄져 있는데요, 몸에 수분이 부족하게 되면 당연히 췌장액 생성이 출고 점도도 증가하여 흐름 자체를 원활치 못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 소화불량이나 체기, 역류성 식도염, 구역감 혹은 구토까지 이어지는 것이죠. 췌장액의 부족은 위장의 유문괄약근이 이완되지 않는 것으로 이어지는데요, 이러면 소화된 음식물이 위장에 오래 남아있게 됩니다."
"그러면 어떤 문제가......."
"간단하게 말하면 체한 거죠. 하지만 간단하게 소화가 좀 안 되는 걸로 치부하고 가볍게 넘기면 안 됩니다. 이 음식물이 내려가지 않으면 위산과다로 위벽도 손상되고, 가스와 거품으로 더부룩한 느낌을 받죠. 통증까지도 유발하고요.
이게 심해지면 가스를 배출하기 위해서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니 위로 뿜어내려고 하죠."

"그렇습니다. 역류성 식도염이 되는 거죠. 반드시 물을 충분히 드셔야 합니다. 참고로 소금이 부족해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과다한 나트륨은 몸에 해롭지만, 부족한 건 더욱 위험합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꼭 의식적으로라도 물을 드십쇼. 인체는 대부분 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런 물이 부족하면 몸에 좋을 리가 없지요. 단, 식전과 식중, 식후에는 조금 자제하시면 더 좋고요. 소화에 방해가 되니까요."

건강상담을 하고, 기분이 좋아져서 돌아가는 사람을 볼때, 내게 상담을 받은 사람들이 건강해졌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 돈이 부족해서 걱정할 일이 없기에 이런 마음도 가질 수 있는 거겠지만.
사람이 어느 정도의 부를 쌓고 나면 자아실현을 가장 우선시하게 된다던데, 딱 맞는말 같았다.

지금도 돈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절대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돈을 많이 벌어도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매번 새삼스럽다.

가능하면 컴플레인이 아예 없으면 가장 좋겠지만, 음식점이든 뭐든 자영업을 하면서 컴플레인이 제로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때 손님들의 대부분은 직원을 대할 때와 사장을 대할때의 태도가 다르다. 같은 사람이고, 누구에게든 그러면 안되는 게 맞지만, 대부분 사장을 대상으로 할 때 격한 정도가 훨씬 줄어든다.

안 되면 되게 해야지.

얼마 전에 권호순이 한 말이 떠올랐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꼭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휴식시간이 필요하다.
돈만 벌려고 일하는 게 아니니까.
돈을 벌어서 쓸 시간도 있어야지.

돈을 버느라 고생한 몸과 머리가 쉴 시간도 있어야 한다.
사실 이렇게 하루 쉬는 것 자체가 고용인 입장에서는 보너스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긴 했지만.

"대표님 영어도 할 줄 아세요?"
"그럼. 왜? 못하게 생겼냐?"
"아니요, 그런 뜻은 아니고요. 그냥 뭐든지 다 잘하시니까......."
"말은....... 아무튼 다 열심히만 하면 돼. 그럼 충분히 할 수있어."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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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당 창업을 준비 중인 주인공과 주인공의 작은 아빠가 한식당의 총주방장을 맡아줄 셰프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던 차에, 주인공에게 식자재를 공급하는 ‘바른 농부단‘ 이라는 곳의 대표로부터 총주방장을 할 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소개받는다.

즉시 세 사람은 그 사람을 찾아가고 실제로 그 사람이 내오는 음식들을 맛본뒤 적임자라고 생각하여 총주방장을 맡아줄 것을 제안하고 근로 조건들을 조율하던 찰나에 의외의 복병을 만나게 된다. 제안을 받은 사람이 주말 중 하루는 근무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이유인즉, 가족과의 함께 보내는 시간이 자신에게 너무나도 소중한데 주말없이 일만하다보니 가족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주인공과 작은 아빠 입장에서는 주말장사를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을텐데 총주방장의 역할을 맡길 사람이 주말에 일을 하지 않고 싶다고 하니 좀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연봉을 많이 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주인공은 살짝 고민에 빠진다.

이를 보면서 이 세상에 돈이 전부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돈보다 더 귀중한 가치에 대해 문득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실로 엄청난 것이긴 하지만, 돈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가치들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총주방장 대상자와 대화를 통해 조건을 조율해가는데...








"보낼 때는 보내줘야지. 보낼 줄도 알아야 하는 거란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인연이라는 게 이어지면, 언젠가 어떠한 형태로든 매듭이 지어진다. 그 매듭을 어떤 모양으로 마무리하느냐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기회는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거나, 멀리 있지 않다. 때로는 가까운 곳에서 고개나 손을 내밀고 있기도 하다.

"당연한 게 어디 있어요, 다 서로서로 빚지고 갚고 하는 거지."

가게에 들어서기 전부터 느낌이 좋았다. 겉에서 보는 분위기도 그랬지만, 주차장과 출입구가 굉장히 깔끔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작은 부분 하나에서부터 드러나는 법.
"엄청 깔끔하네. 사장님이 엄청 부지런하신가보다."
작은아빠가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내가 이러한 부분들을 세심하게 보는 것도 생각해 보니 작은아빠의 영향이었다.
"그럼 들어가시죠."

"저도 어머니께 어렸을 때부터 귀에 딱지가 들어앉도록 같은 말을 들으며 교육을 받았거든요. 먹는 걸로는 장난치는거 아니라고, 우리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해야 한다고요."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조건이라는 건 조정을 거치는 거니까요."

요식업을 한다고 제대로 쉬는 날도 없이 맨날 고생만 하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협상에 있어서 연봉이 가장큰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복병이 나타났다. 어느 정도 휴일을 보장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가장 바쁜 주말이라니.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가만히 지켜보던 작은아빠가 입을 열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죠. 우선 저희가 다른 부분들은 다 맞는지부터 알아볼까요?"
"네, 네."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서로 최대한 솔직해져야 더 좋은 타협점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더 바랄 바가 없지요."
"하지만 주말 휴무는 힘듭니다."
"그건......."
환해졌던 권호순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웠다.
당근을 보여주며 채찍을 휘둘렀다. 다시 당근을 흔들 차례였다.
"격주는 어떠십니까?"
"격주요?"

"예. 2주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에 고르셔서 쉬시는게 어떨까요? 긍정적으로 보시면 이게 사장님께 더 좋으실수도 있습니다. 사장님도 사람이시잖아요. 철인이 아닙니다.
가족 분들을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으신 건 알고 있습니다" 나는 권호순과 두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사장님을 위한 시간도 필요하십니다. 가족 분들을 위해서라도 사장님 스스로를 더 아끼셔야 합니다. 매주 주말마다 쉰다고, 항상 가족분들과 특별한 날을 가지기는 힘듭니다. 쉬시는 날도 있으셔야죠."

"평일에 쉬시면 아이들이 등교를 하니 핑계라도 생기잖습니까. 온전히 쉴 시간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때로는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은 쉬다가 오후에 함께 시간을 보낼수도 있겠죠. 평일에 무언가를 했으니 주말에 쉴 때 하루 통째로 여유롭게 보내시는 날도 있을 테고요."
권호순의 얼굴에서 그림자가 사라졌다.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주제넘은 소리를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관여할 부분이 아닌데 말이죠. 하지만 저는 사장님과 꼭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면접을 본다는 생각으로왔습니다. 사장님께서도 원하셨지만,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스카웃을 하러 온 거잖습니까. 그러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권호순은 얼굴에 미소를 드리운 채 고개를 꾸벅였다.

"별 말씀을 다....... 좋은 것 같습니다. 그 정도라면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럼 휴일이......."
"2주에 3일입니다. 시간은보다 탄력적으로 조정할 예정이고요."
"네, 네. 좋습니다."
"그럼 함께하시는 겁니까?"
"기회를 주신다면요."
"저는 이것이 서로에게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모두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문제는 홀이었다.
누가 홀을 보느냐.
어떤 직원을 구하더라도 사장만큼 신경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게 당연하다.

사람이 받은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한다. 받아먹기만 하고 입을 싹 씻으면 탈이 나는 법이다.

"나도 아직 멀었지. 좀 편하고 싶더라고. 큰소리치면서 뛰어들어놓고는, 편할 생각만 하고 있더라고."

작은아빠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조카 덕 보겠다고 잘 될 생각만 하더라. 이만큼 알아보면서 준비했으면 됐지, 장사 시작하면 잘 나가는 건희 덕분에 분명히 대박 나겠지, 최소 중박은 치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더라"
"무슨 그런 말씀을.."
"아니, 진짜 그랬다니까? 그래서 직원들이나 돌리면서 카운터에서 돈이나 세고 있을 생각을 하더라고. 사람이 몸 좀편해지려니까 아주 끝도 없이 막 나가려고 하더라고. 정신 차려야지."

"초심을 잃지 말아야 되는데 말이죠" 
"원래 그래. 초심이라는 게 조금만 방심하면 도망치더라고, 그거 붙들고 안 놓는 놈이 성공하는 거고."
"그런 것 같아요."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 알아차린 거잖아요. 그것도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통은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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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국내 시장에서 비교적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인지도였다.
행복 건강즙을 처음 차렸을 때도 건강상담으로 동네에 입소문이 났었고, 이후 방송을 타면서 성장세를 탔다.
해외시장에서는 그런 게 통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그곳에서 먹힐 이름값이라는 게 없다.

여러 사람들을 상대해 보면서 느낀 점이었다. 사업이든 건강상담이든 중요한 건 곁다리가 아니라 핵심.

같은 상황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질 수 있었다.

사람이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요소 중 하나로는 당연히 건강이다. 그다음으로는 무엇을 꼽을지 어렵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것들이 많다. 하지만 빼놓지 말아야 하는 게 있다면 하는 일이 즐겁다는 점이다.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라더니, 행복과 불행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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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건강상담을 통해 만났던 암투병환자 2명 중 1명 이었던 정효원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한동안 안보이다가 몇 달뒤 주인공 앞에 나타난다. 그녀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암세포가 깨끗이 사라졌다는 얘기를 전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함께 방문했던 정효원의 부모가 자기 딸의 병을 낫게 해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주인공에게 아주 값비싼 선물을 준다. 이후 우연히 인터넷검색을 하다가 정효원의 부모가 꽤나 이름있는 항공사를 운영하는 회장이었음을 알게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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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내용과는 별개로 방송국 PD로부터 방송출연 제의가 들어오는데 주인공이 판매하고 있는 건강주스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 프로그램이었다. 건강주스가 몸에 정말로 좋은지 혹은 유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를 놓고 의사들이 패널로 나와서 찬반을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행여나 부정적인 얘기들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심 걱정을 한다.

이처럼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평탄하게 흘러가는거 같다가도 한 번씩 위기가 찾아오는데, 앞 권들에서 보았던 진상 손님들과 마찬가지로 작가님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적절하게 유지해주는 장치들을 이곳저곳에 잘 배치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음악에서 ‘강약중강약‘ 과 비슷하게 어떤 감정의 흐름을 적절히 잘 조절하는 거 같다고나 할까.

아무리 명품이더라도 결국은 물건이다.
사용하라고 있는 건데 모셔놓기만 하면 무슨 소용인가.
기왕 받은 거 제대로 차고 다니기로 했다.

‘하늘만이 알겠죠.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저는 암을 무조건 완치할수 있다느니 그런 소리를 하는 그런 사기꾼이 아닙니다. 저는 어떤병이든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거죠."

유명한 사람들 중 겸손할줄 모르고 거만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꼭 실수를 한 번씩 한다.
그 사람들이 우둔해서 그런줄 알았다.
아니었다.
나도 이렇게 조명을 받으니 바람이 들어간다.
우쭐해진다.

건강 전도사로서 좋은 영향력을 전달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불면증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중 실제로 불면증이 아닌 경우가 상당히 많다.
대표적인 게 충분한 시간동안 잠을 자고도 마치 잠을 못 잔 것처럼 느끼는 수면착각증후군이 있다. 불면증이라고하는 사람 10명이 있으면 6명은 그렇다고 한다.
나머지 4명도 진짜 불면증은 아닐 확률이 높다. 적어도 스스로 잠에 들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잠에 들기 어려운 신체와 환경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는 확실히 잠이 부족한 상태긴 했다. 다크서클도 짙었고, 옅은 화장이긴 하지만 그래도 화장을 한 상태인데 피부의 푸석푸석함이 그대로 보였다. 입술도 텄다. 눈도 충혈됐다.

"일단 녹차에도 카페인이 많이 들어 있으니까 당분간은 끊으세요. 카페인은 무조건 멀리하셔야 합니다. 카페인 자체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에요. 이로운 효과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까요."

"술은요?"
"잠이 너무 안 올 때 조금 마셔요. 그럼 겨우겨우 몇 시간이라도 자거든요."
"술도 안 좋습니다. 아마 몸으로 느끼셨을 거예요. 그런 식으로 잠에 들어봤자 숙면을 취할 수가 없거든요. 잠을 충분히 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면의 질도 중요하니까요."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나요?"
"뭐...... 아무래도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야 그렇죠. 그래도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소하느냐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말 생각보다 많은게 변할 수 있어요.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같은 고민으로 계속 힘들어하지 마시고요."

"지금 말씀드린 부분들은 무조건 실행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 1시간 전에는 컴퓨터나 휴대폰 사용도 멈춰 보세요. 도움이 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운동도 도움이 되고요. 단순히 수면이 부족해서 생기는 몸의 피로함이 아니라, 적절한 운동으로 활력을 주고 휴식을 필요로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외에 몇 가지 불면증에 좋은 방법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사과식초랑 꿀입니다. 따뜻한 물 한컵에 사과식초 두 큰 술이랑 꿀 한 큰술을 섞어서 자가 30분 전쯤에 드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두 번째는 길초근차입니다."
"길초근차요? 처음 들어봐요."

"스트레스 완화에도 좋고, 히스테리, 신경과민증, 진정,
정신불안증, 신경쇠약 등에 좋습니다. 장도 안정시키고 생리불순이나 심장병, 관절염에도 효능이 있다고 하죠. 천연 수면제라고도 불릴 정도이니 도움이 될 겁니다."
길초근의 다른 이름은 쥐오줌풀.
굳이 그걸 말하지는 않았다.
이름만 들으면 괜히 먹기 찝찝하니까.

"상추를 달이고 꿀을 넣은 차나 카모마일도 좋습니다."
나는 펜을 멈추고 종이를 내밀며 말을 이었다.
"여기 있는 모든 걸 다 지킨다면, 분명히 좋아지실 겁니다."

표정이 달라지고, 마음이 고와지고 여유가 생기니 그게 얼굴에서도 드러나는 듯하다.

여전히 불안한 마음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혼자 불안해하고 있어봤자 바뀌는 것은 없으니까.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믿고 싶은 게 진실이 된다.
그렇게 선동이 시작되면 휘둘리는 사람들도 생긴다.
군중심리라는 게 그렇게 무섭다.
나는 내 제품을 믿는다.
하지만 가끔은 진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착즙주스에도 방어가 들어가야 한다.

"면전에서 제 밥그릇을 걷어차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가만히 지켜보고 있습니까? 선생님들한테는 매주 출연하는 방송에서 다루는 주제, 수많은 식품들 중 하나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게 전부고삶입니다."
"아니, 무슨 쥬스가 삶까지..."
"주스 팔아서 먹고살잖습니까. 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 아래로 있는 수십 명의 직원들의 생계 전부가 달린 문제입니다. 본인이 팩트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을 주장하는 거? 좋습니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나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말을 이었다.
"저 역시 그럴 수 있다는 겁니다. 만약 하실 말씀이 있으셨다면 아까 녹화 중에 주제에 대해서 또 다른 반박을 하셨어야죠. 이런 식으로 와서 따지는 건 아닙니다.
"하...... 아무리 그래도......"
박소영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에도 제대로 된 반박은 불가능한 듯했다.

해야 할 말을 했다.
그렇다고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가능하면 적은 하나라도 만들지 않는 게 가장 좋다. 특히나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며 살고 싶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상대방이 아무 이유도 없이(혹은 정당하지 않게)나를 안 좋게 생각한다면, 안 좋게 생각할만한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기적이 뭔가?
흔치 않으니 기적이다.
매번 일어나면 그건 더 이상 기적이 아니겠지.

한국은 랩퍼와 같은 특정 직업군과 유명인이 아닌 이상 돈 많은 걸 티를 내서 좋은 소리를 듣는 곳이 아니다.
누구나 돈이 많은 걸 알아도 그걸 대놓고 뽐내지 않는다는 게 중요하다. 재벌조차도 비교적 검소한 모습을 보였을 때 사람들은 호감을 느낀다. 그래야 공감대가 형성이 되서 그런 걸까.

"그냥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이어도, 그냥 티비에 나온다는 이유로 악플이 달려요. 이유 없이 싫은 사람? 있을 수 있죠. 그와 비슷하게 이유없이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니 신경 쓰지 마시라는 거예요. 어차피 욕을 할 사람은 욕을 해요. 무슨 짓을 해도 욕을 해요. 이미 댓글을 쓰기 전에 욕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이미 과거논란도 겪어 보셨잖아요."
"네, 옳으신 말씀입니다."

"사업하려면 그 정도로 뿌리가 깊고 기둥이 굵어야 돼.
나 봐라. 남의 말에만 귀 기울이고 거기에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어떻게 됐냐?"

"그래도 뭐든지 최종결정권은 너한테 있는 거 아니냐. 아무튼 그 정도로 강단이 있어야 된다는 거야. 좋은 자세라고."
"감사합니다."
"성공하려면, 스스로를 극복해야 돼. 나 자신을 뛰어넘는 게 가장 중요해. 나는 그렇게 못 됐지만, 넌 분명히 해내리라 생각한다."
"고맙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하시라는거예요. 막말로 결혼하기 싫던 사람도 결혼하고 싶게 만들면 되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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