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건강상담을 통해 만났던 암투병환자 2명 중 1명 이었던 정효원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한동안 안보이다가 몇 달뒤 주인공 앞에 나타난다. 그녀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암세포가 깨끗이 사라졌다는 얘기를 전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함께 방문했던 정효원의 부모가 자기 딸의 병을 낫게 해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주인공에게 아주 값비싼 선물을 준다. 이후 우연히 인터넷검색을 하다가 정효원의 부모가 꽤나 이름있는 항공사를 운영하는 회장이었음을 알게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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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내용과는 별개로 방송국 PD로부터 방송출연 제의가 들어오는데 주인공이 판매하고 있는 건강주스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 프로그램이었다. 건강주스가 몸에 정말로 좋은지 혹은 유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를 놓고 의사들이 패널로 나와서 찬반을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행여나 부정적인 얘기들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심 걱정을 한다.
이처럼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평탄하게 흘러가는거 같다가도 한 번씩 위기가 찾아오는데, 앞 권들에서 보았던 진상 손님들과 마찬가지로 작가님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적절하게 유지해주는 장치들을 이곳저곳에 잘 배치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음악에서 ‘강약중강약‘ 과 비슷하게 어떤 감정의 흐름을 적절히 잘 조절하는 거 같다고나 할까.

아무리 명품이더라도 결국은 물건이다. 사용하라고 있는 건데 모셔놓기만 하면 무슨 소용인가. 기왕 받은 거 제대로 차고 다니기로 했다.
‘하늘만이 알겠죠.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저는 암을 무조건 완치할수 있다느니 그런 소리를 하는 그런 사기꾼이 아닙니다. 저는 어떤병이든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거죠."
유명한 사람들 중 겸손할줄 모르고 거만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꼭 실수를 한 번씩 한다. 그 사람들이 우둔해서 그런줄 알았다. 아니었다. 나도 이렇게 조명을 받으니 바람이 들어간다. 우쭐해진다.
건강 전도사로서 좋은 영향력을 전달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불면증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중 실제로 불면증이 아닌 경우가 상당히 많다. 대표적인 게 충분한 시간동안 잠을 자고도 마치 잠을 못 잔 것처럼 느끼는 수면착각증후군이 있다. 불면증이라고하는 사람 10명이 있으면 6명은 그렇다고 한다. 나머지 4명도 진짜 불면증은 아닐 확률이 높다. 적어도 스스로 잠에 들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잠에 들기 어려운 신체와 환경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는 확실히 잠이 부족한 상태긴 했다. 다크서클도 짙었고, 옅은 화장이긴 하지만 그래도 화장을 한 상태인데 피부의 푸석푸석함이 그대로 보였다. 입술도 텄다. 눈도 충혈됐다.
"일단 녹차에도 카페인이 많이 들어 있으니까 당분간은 끊으세요. 카페인은 무조건 멀리하셔야 합니다. 카페인 자체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에요. 이로운 효과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까요."
"술은요?" "잠이 너무 안 올 때 조금 마셔요. 그럼 겨우겨우 몇 시간이라도 자거든요." "술도 안 좋습니다. 아마 몸으로 느끼셨을 거예요. 그런 식으로 잠에 들어봤자 숙면을 취할 수가 없거든요. 잠을 충분히 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면의 질도 중요하니까요."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나요?" "뭐...... 아무래도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야 그렇죠. 그래도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소하느냐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말 생각보다 많은게 변할 수 있어요.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같은 고민으로 계속 힘들어하지 마시고요."
"지금 말씀드린 부분들은 무조건 실행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 1시간 전에는 컴퓨터나 휴대폰 사용도 멈춰 보세요. 도움이 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운동도 도움이 되고요. 단순히 수면이 부족해서 생기는 몸의 피로함이 아니라, 적절한 운동으로 활력을 주고 휴식을 필요로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외에 몇 가지 불면증에 좋은 방법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사과식초랑 꿀입니다. 따뜻한 물 한컵에 사과식초 두 큰 술이랑 꿀 한 큰술을 섞어서 자가 30분 전쯤에 드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두 번째는 길초근차입니다." "길초근차요? 처음 들어봐요."
"스트레스 완화에도 좋고, 히스테리, 신경과민증, 진정, 정신불안증, 신경쇠약 등에 좋습니다. 장도 안정시키고 생리불순이나 심장병, 관절염에도 효능이 있다고 하죠. 천연 수면제라고도 불릴 정도이니 도움이 될 겁니다." 길초근의 다른 이름은 쥐오줌풀. 굳이 그걸 말하지는 않았다. 이름만 들으면 괜히 먹기 찝찝하니까.
"상추를 달이고 꿀을 넣은 차나 카모마일도 좋습니다." 나는 펜을 멈추고 종이를 내밀며 말을 이었다. "여기 있는 모든 걸 다 지킨다면, 분명히 좋아지실 겁니다."
표정이 달라지고, 마음이 고와지고 여유가 생기니 그게 얼굴에서도 드러나는 듯하다.
여전히 불안한 마음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혼자 불안해하고 있어봤자 바뀌는 것은 없으니까.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믿고 싶은 게 진실이 된다. 그렇게 선동이 시작되면 휘둘리는 사람들도 생긴다. 군중심리라는 게 그렇게 무섭다. 나는 내 제품을 믿는다. 하지만 가끔은 진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착즙주스에도 방어가 들어가야 한다.
"면전에서 제 밥그릇을 걷어차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가만히 지켜보고 있습니까? 선생님들한테는 매주 출연하는 방송에서 다루는 주제, 수많은 식품들 중 하나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게 전부고삶입니다." "아니, 무슨 쥬스가 삶까지..." "주스 팔아서 먹고살잖습니까. 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 아래로 있는 수십 명의 직원들의 생계 전부가 달린 문제입니다. 본인이 팩트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을 주장하는 거? 좋습니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나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말을 이었다. "저 역시 그럴 수 있다는 겁니다. 만약 하실 말씀이 있으셨다면 아까 녹화 중에 주제에 대해서 또 다른 반박을 하셨어야죠. 이런 식으로 와서 따지는 건 아닙니다. "하...... 아무리 그래도......" 박소영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에도 제대로 된 반박은 불가능한 듯했다.
해야 할 말을 했다. 그렇다고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가능하면 적은 하나라도 만들지 않는 게 가장 좋다. 특히나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며 살고 싶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상대방이 아무 이유도 없이(혹은 정당하지 않게)나를 안 좋게 생각한다면, 안 좋게 생각할만한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기적이 뭔가? 흔치 않으니 기적이다. 매번 일어나면 그건 더 이상 기적이 아니겠지.
한국은 랩퍼와 같은 특정 직업군과 유명인이 아닌 이상 돈 많은 걸 티를 내서 좋은 소리를 듣는 곳이 아니다. 누구나 돈이 많은 걸 알아도 그걸 대놓고 뽐내지 않는다는 게 중요하다. 재벌조차도 비교적 검소한 모습을 보였을 때 사람들은 호감을 느낀다. 그래야 공감대가 형성이 되서 그런 걸까.
"그냥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이어도, 그냥 티비에 나온다는 이유로 악플이 달려요. 이유 없이 싫은 사람? 있을 수 있죠. 그와 비슷하게 이유없이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니 신경 쓰지 마시라는 거예요. 어차피 욕을 할 사람은 욕을 해요. 무슨 짓을 해도 욕을 해요. 이미 댓글을 쓰기 전에 욕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이미 과거논란도 겪어 보셨잖아요." "네, 옳으신 말씀입니다."
"사업하려면 그 정도로 뿌리가 깊고 기둥이 굵어야 돼. 나 봐라. 남의 말에만 귀 기울이고 거기에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어떻게 됐냐?"
"그래도 뭐든지 최종결정권은 너한테 있는 거 아니냐. 아무튼 그 정도로 강단이 있어야 된다는 거야. 좋은 자세라고." "감사합니다." "성공하려면, 스스로를 극복해야 돼. 나 자신을 뛰어넘는 게 가장 중요해. 나는 그렇게 못 됐지만, 넌 분명히 해내리라 생각한다." "고맙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하시라는거예요. 막말로 결혼하기 싫던 사람도 결혼하고 싶게 만들면 되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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