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당 창업을 준비 중인 주인공과 주인공의 작은 아빠가 한식당의 총주방장을 맡아줄 셰프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던 차에, 주인공에게 식자재를 공급하는 ‘바른 농부단‘ 이라는 곳의 대표로부터 총주방장을 할 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소개받는다.

즉시 세 사람은 그 사람을 찾아가고 실제로 그 사람이 내오는 음식들을 맛본뒤 적임자라고 생각하여 총주방장을 맡아줄 것을 제안하고 근로 조건들을 조율하던 찰나에 의외의 복병을 만나게 된다. 제안을 받은 사람이 주말 중 하루는 근무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이유인즉, 가족과의 함께 보내는 시간이 자신에게 너무나도 소중한데 주말없이 일만하다보니 가족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주인공과 작은 아빠 입장에서는 주말장사를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을텐데 총주방장의 역할을 맡길 사람이 주말에 일을 하지 않고 싶다고 하니 좀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연봉을 많이 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주인공은 살짝 고민에 빠진다.

이를 보면서 이 세상에 돈이 전부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돈보다 더 귀중한 가치에 대해 문득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실로 엄청난 것이긴 하지만, 돈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가치들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총주방장 대상자와 대화를 통해 조건을 조율해가는데...








"보낼 때는 보내줘야지. 보낼 줄도 알아야 하는 거란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인연이라는 게 이어지면, 언젠가 어떠한 형태로든 매듭이 지어진다. 그 매듭을 어떤 모양으로 마무리하느냐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기회는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거나, 멀리 있지 않다. 때로는 가까운 곳에서 고개나 손을 내밀고 있기도 하다.

"당연한 게 어디 있어요, 다 서로서로 빚지고 갚고 하는 거지."

가게에 들어서기 전부터 느낌이 좋았다. 겉에서 보는 분위기도 그랬지만, 주차장과 출입구가 굉장히 깔끔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작은 부분 하나에서부터 드러나는 법.
"엄청 깔끔하네. 사장님이 엄청 부지런하신가보다."
작은아빠가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내가 이러한 부분들을 세심하게 보는 것도 생각해 보니 작은아빠의 영향이었다.
"그럼 들어가시죠."

"저도 어머니께 어렸을 때부터 귀에 딱지가 들어앉도록 같은 말을 들으며 교육을 받았거든요. 먹는 걸로는 장난치는거 아니라고, 우리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해야 한다고요."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조건이라는 건 조정을 거치는 거니까요."

요식업을 한다고 제대로 쉬는 날도 없이 맨날 고생만 하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협상에 있어서 연봉이 가장큰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복병이 나타났다. 어느 정도 휴일을 보장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가장 바쁜 주말이라니.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가만히 지켜보던 작은아빠가 입을 열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죠. 우선 저희가 다른 부분들은 다 맞는지부터 알아볼까요?"
"네, 네."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서로 최대한 솔직해져야 더 좋은 타협점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더 바랄 바가 없지요."
"하지만 주말 휴무는 힘듭니다."
"그건......."
환해졌던 권호순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웠다.
당근을 보여주며 채찍을 휘둘렀다. 다시 당근을 흔들 차례였다.
"격주는 어떠십니까?"
"격주요?"

"예. 2주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에 고르셔서 쉬시는게 어떨까요? 긍정적으로 보시면 이게 사장님께 더 좋으실수도 있습니다. 사장님도 사람이시잖아요. 철인이 아닙니다.
가족 분들을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으신 건 알고 있습니다" 나는 권호순과 두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사장님을 위한 시간도 필요하십니다. 가족 분들을 위해서라도 사장님 스스로를 더 아끼셔야 합니다. 매주 주말마다 쉰다고, 항상 가족분들과 특별한 날을 가지기는 힘듭니다. 쉬시는 날도 있으셔야죠."

"평일에 쉬시면 아이들이 등교를 하니 핑계라도 생기잖습니까. 온전히 쉴 시간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때로는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은 쉬다가 오후에 함께 시간을 보낼수도 있겠죠. 평일에 무언가를 했으니 주말에 쉴 때 하루 통째로 여유롭게 보내시는 날도 있을 테고요."
권호순의 얼굴에서 그림자가 사라졌다.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주제넘은 소리를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관여할 부분이 아닌데 말이죠. 하지만 저는 사장님과 꼭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면접을 본다는 생각으로왔습니다. 사장님께서도 원하셨지만,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스카웃을 하러 온 거잖습니까. 그러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권호순은 얼굴에 미소를 드리운 채 고개를 꾸벅였다.

"별 말씀을 다....... 좋은 것 같습니다. 그 정도라면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럼 휴일이......."
"2주에 3일입니다. 시간은보다 탄력적으로 조정할 예정이고요."
"네, 네. 좋습니다."
"그럼 함께하시는 겁니까?"
"기회를 주신다면요."
"저는 이것이 서로에게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모두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문제는 홀이었다.
누가 홀을 보느냐.
어떤 직원을 구하더라도 사장만큼 신경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게 당연하다.

사람이 받은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한다. 받아먹기만 하고 입을 싹 씻으면 탈이 나는 법이다.

"나도 아직 멀었지. 좀 편하고 싶더라고. 큰소리치면서 뛰어들어놓고는, 편할 생각만 하고 있더라고."

작은아빠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조카 덕 보겠다고 잘 될 생각만 하더라. 이만큼 알아보면서 준비했으면 됐지, 장사 시작하면 잘 나가는 건희 덕분에 분명히 대박 나겠지, 최소 중박은 치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더라"
"무슨 그런 말씀을.."
"아니, 진짜 그랬다니까? 그래서 직원들이나 돌리면서 카운터에서 돈이나 세고 있을 생각을 하더라고. 사람이 몸 좀편해지려니까 아주 끝도 없이 막 나가려고 하더라고. 정신 차려야지."

"초심을 잃지 말아야 되는데 말이죠" 
"원래 그래. 초심이라는 게 조금만 방심하면 도망치더라고, 그거 붙들고 안 놓는 놈이 성공하는 거고."
"그런 것 같아요."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 알아차린 거잖아요. 그것도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통은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