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 읽을수록 안과 전문의가 아닌 나같은 일반인들에게 눈과 관련하여 정말로 유익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급성 녹내장은 안압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시신경을 빠르게 손상시킨다.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기 때문에 몸에서 보내는 위험 신호들이 비교적 분명하다. 시력 저하나 안통, 두통, 어지럼증, 구토가 나타나며 심각한 경우에는 시신경이 손상되어 회복이 불가능해진다. - P61

반면 시신경이 서서히 파괴되는 정상 안압 녹내장은 부수적인증상도 거의 없다. 시력이 정상인 경우도 있어, 말기에 이르러서야 병을 발견하는 사람도 많다. 정상안압이라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P61

또한 라식이나 라섹 등의 시력 교정 수술을 받았다면 녹내장을 제때 발견하기가 더욱 힘들 수 있다. 안압은 각막 두께가 얇을수록 낮게 측정된다. 시력 교정 수술은 주로 각막을 깎는 방식이므로 안압이 실제보다 낮게 측정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시력 교정 수술을 받았다면 정기적으로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녹내장은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40세가 넘었다면 매년 안과를 방문해 녹내장 발병 여부를 확인하자. - P61

젊은 눈의 반대말은 노안(老眼)이다. 말 그대로 눈이 늙었다는 뜻이다. - P63

한번 떨어진 시력은 다시 좋아질 수 없다. - P64

하지만 시력이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고 해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눈이 나이 드는 것을 멈출 수는 없어도 생활 속에서 눈에 도움이 되는 작은 습관들을 꾸준히 실천하면 노안을 아주 천천히 오게 만들 수 있다. - P65

그나마 아주 좋은 소식은 눈 노화를 늦추는 방법들이 생각보다 꽤 간단하다는 것이다. - P66

일상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눈 건강을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것이 바로 정기적인 ‘눈 검진‘이다. 건강 검진은 정기적으로 신경 쓰면서 안과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또렷한 눈으로 세상을 보며 살려면 나이가 들수록 눈 검진을 꼭 받아야 한다. - P67

자녀가 있다면 아이의 눈 검진 시기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눈의 발달은 10세까지 이루어지고, 그 이후부터는 시력 등의 건강 상태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는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눈의 성장이 완전히 이루어지는 10세 이전부터 시력 검사를 꾸준히 받는다면 이상 소견이 발견되더라도 조기 치료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 P67

10세 이후부터는 눈의 성장이 멈추기 때문에 성인이 되고 나서 건강에 특별히 이상이 없다면 시력이나 눈 건강에도 큰 변화는 없다. 그러나 녹내장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상태로 앓는 경우가 많으므로, 20세부터는 2~3년에 한 번씩 눈 검진을 받자. 특히 40세부터 당뇨병, 고혈압 등의 질환이 있으면 반드시 1년에 한 번씩 안과검진을 받아야 한다. 건강을 잃은 뒤 치료하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건강을 잃지 않도록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 P68

시력 검사는 맨눈으로 측정하는 나안시력 검사와 안경이나 렌즈 등을 끼고 측정하는 교정 시력 검사로 나뉜다. - P69

대부분 나안 시력이 나쁘면 ‘눈이 나쁘다‘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나안 시력보다 교정 시력이 더욱 중요하다. 나안시력이 떨어지더라도 안경이나 렌즈로 교정해서 정상 범위에 있는 물체를 보는 시력이 나온다면 그 눈은 정상이라고 볼 수 있다. 나안 시력이 떨어지는 것은 병적 이상이라기보다는 근시나 원시,난시 등 기본적인 눈의 특성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정을 해도 시력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이는 질환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다 정밀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 P69

눈의 굴절값을 재는 것을 굴절 검사라고 한다. 정시, 그러니까 맨눈으로 시력이 잘 나오는 경우 안경이나 렌즈가 필요 없는 상태에서는 굴절값을 ‘0‘으로 본다. - P70

정시를 기준으로 했을 때 근시(가까운 거리가 잘 보이고, 먼 거리가 안 보이는 경우)일 때는 굴절값을 ‘-‘로 표기한다. 반대로 원시 (가까운 거리가 안 보이고, 상대적으로 먼 거리가 잘 보이는 경우)일 때는 굴절값을 ‘+‘로 표기한다. - P70

즉, 굴절값은 눈이 안경이나 렌즈를 필요로 하는지,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로 가공된 도구가 있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수치 단위다. 굴절 검사로 원시, 근시, 난시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 P70

원시는 물체의 상이 눈의 망막, 특히 황반부 뒤에 가서 맺히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때 굴절값을 검사해 +1.0D(디옵터) 또는+2.0D(디옵터) 식으로 말한다. 만약 굴절 검사를 했는데 의사가 "+4.0D입니다"라고 했다면 시력 교정을 위해 볼록 렌즈로 수치 4.0D의 안경이나 렌즈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볼록 렌즈를 사용해 상이 조금 더 앞에 오게 해, 망막에 맺히도록 만들어주면 된다. - P70

근시는 물체의 상이 망막의 앞에 와서 맺힌다. -1.0D(디옵터), -2.0D(디옵터) 등으로 근시를 표현한다. 이때는 원시와 반대로 오목렌즈로 시력을 교정한다. 예를 들어, "-3,0D입니다"라고 한다면 이는 근시인 상태를 말하며, 수치상 3.0D의 오목 렌즈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오목렌즈를 통해 상이 조금 더 뒤에 오도록 하여, 망막에 맺히게 만들어주면 먼 곳의 물체도 잘 볼 수 있다. - P71

일부 근시 환자들이 자신의 시력을 말할 때 "내 시력은 마이너스입니다"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앞서 말했듯 시력에는 마이너스나 플러스라는 것이 없고 마이너스는 근시, 플러스는 원시의 굴절값을 의미하는 약속일 뿐이다. - P71

한편 난시는 한 개의 물체에 초점이 제대로 맺히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글씨나 물체가 여러 개로 보일 정도로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면 난시를 의심해봐야 한다. 난시는 후천적으로 발생할수 있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후천적이든 선천적이든 꼭 정기적인 굴절 검사를 통해 현재의 불편한 상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P71

눈에는 방수라는 액체가 있다. 방수가 눈 속을 계속 순환하며 일정하게 안압을 유지한다. 만일 눈의 노화 때문에 방수의 생성이 줄어들거나 다른 질환 또는 부상 때문에 방수가 새어나가기 시작하면 안압에 변화가 생긴다. - P72

눈을 축구공이라고 생각해보자. 공속에 공기가 적당히 채워져 있으면 공이 동그란 모양을 유지하면서 통통 잘 튀는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반대로 공에 공기가 부족해지면 표면이 볼품없이 찌그러진다. 이때 공속에 공기가 부족하다고 해서 무리하게 공기를 더 채워 넣으면 어떻게 될까? 빵빵하게 부풀다 버틸 수 있는정도를 넘어서면 공이 곧 터져버릴 것이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을 정도의 적절한 압력이 필요하다. - P72

안압도 마찬가지다. 안압이 높아지면 눈 뒤의 시신경을 압박한다. 그렇게 시신경이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으면 결국 손상을 입어 녹내장 등의 안질환이 발생한다. 시신경의 경우 한번 손상되면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 따라서 평소에 안압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내 시야가 점점 좁아져 실명에 이르기도 한다. - P73

안압 검사는 간단하지만 빛을 영원히 잃느냐 하는 문제와 연관된 매우 중요한 검사라고 할 수 있다. - P73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을 입어 망막신경의 섬유들이 죽으며 시야가 좁아지는 병이다. 안압 검사를 통해 ‘녹내장이 발생할 위험이 있을 것이다‘라고 유추한다면 시신경 검사로는 시신경의 모양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 P73

시신경을 보고 녹내장이 있는지, 있다면 그 진행 정도는 어떤지, 과거의 검사 수치와 현재의 수치를 비교해 보았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한다. - P73

시신경 검사는 시신경의 모양을 보는 검사도 있고, 시신경과 이어진 망막신경의 섬유들을 볼 수 있는 광 간섭성 단층 촬영 검사(Optical Coherence Tomography)도 있다. 녹내장의 경우 진행되는 과정이나 속도가 질병의 치료에도 무척 중요하기 때문에 시신경 검사는 녹내장 환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 P74

시야 검사는 환자가 한 점을 계속 보면서 주변에서 반짝이는 것이 느껴지면 바로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환자가 감지하지 못했던 시야 감소 범위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녹내장이 있을 때 시야 감소가 진행되는 양상 및 속도를 파악하는데도 도움을 주어, 치료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도록 한다. 아주 간단하면서 중요한 검사다. - P74

안저 검사 : 빛을 해석하는 능력을 확인한다

눈 뒤의 후극부를 관찰하는 검사를 가리킨다. 후극부는 눈 뒤의 망막 시신경 부위를 말한다. 망막에는 빛을 해석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는 황반부가 있다. 황반부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곳에 이상이 없더라도 빛을 해석하는 능력이 떨어져 시력이 점차 나빠진다. 그렇기 때문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기 전에 안저 검사로 후극부의 상태를 살펴봐야 한다. - P75

후극부의 이상을 초래하는 질환은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당뇨병성 망막병증이다. 당뇨는 근래에 들어 나이가 있다면 누구에게나 어느정도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당뇨를 아무리 열심히 치료해도 유병 기간이 길면 결국 망막에 이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에게 당뇨가 있거나 가족 중 당뇨병력이 있다면 주기적으로 안저 검사를 받아야 한다. - P75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색맹 검사를 병원에서는 색각 검사라고 한다. 색각 이상은 망막의 시세포 이상으로 생길 수 있는데, 대개 선천적인 경우가 많다. 때로는 다른 망막질환 때문에 후천적으로 색각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 P76

색맹은 대부분 적색과 녹색, 청색과 황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구분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검사를 진행한다.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색각 검사는 배경색에 묻힌 숫자를 읽어내는 방법인 이시하라 (Ishihara) 검사표다. 한 번쯤 학교나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할 때 숫자를 읽어보라는 지시와 함께 들여다본 적이 있을것이다. 간단한 만큼 이시하라 색각 검사표는 모든 색각 이상과 정도를 감별하지는 못한다. - P76

세부적으로 어떤 색에 약시인지, 특정 색을 얼마나 구분하지못하는지 그 미세한 차이를 감별하기 위해서는 하디-랜드 -리틀(Hardy-Rand-Rittle) 검사를 시행한다. 하디-랜드-리틀 색각 검사는 숫자 대신 기하학적 형태를 읽어낸다. - P76

눈은 두 개가 짝을 이루는 기관임을 간과하면 안 된다. 다리가 두 쪽이니 한쪽 다리가 망가졌다고 해서 잘라내고 절뚝거리며 걷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는 양쪽 눈의 균형이 잘 맞는지 확인해보며 꾸준히 상태를 관찰해야 한다. 그러면 시력 저하를 막고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눈 건강을 유지하며 오랫동안 ‘밝은 눈‘으로 살 수 있다. - P79

눈에는 주도적으로 사물을 보는 눈인 주시안과 주도적으로 보지 않는 눈인 비주시안이 있다. 마치 오른손잡이인 사람의 손 힘은 오른쪽이 더 세듯이 눈도 주도적으로 보는 눈인 주시안이 사물을 더욱 잘 본다. 오른눈잡이, 왼눈잡이가 있는 것이다. - P80

주시안을 파악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손쉽게 할 수 있는 자가진단법을 소개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눈앞에 화분등 한 가지 사물을 두고, 두 눈을 뜬 채 사물의 한가운데 위치에 엄지손가락을 두자.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만 화분을 본 뒤 그 다음에는 오른쪽 눈을 감고 왼쪽 눈으로만 화분을 본다. 두 눈을 뜨고 봤을 때와 비교해보면 엄지손가락의 위치가 확연히 바뀌는 눈이 있을 것이다. 그쪽 눈이 바로 힘 약한 비주시안이다. 양쪽 눈을 뜬 상태와 비슷한 위치에서 엄지손가락을 볼 수 있는 눈이 주시안이다. - P80

위와 같은 방법 외에도 종이에 작은 구멍을 뚫어 멀리 있는 물체를 보는 테스트도 있다. 양쪽 눈을 다 뜨고 작은 구멍을 통해 사물을 본 다음 종이를 차차 얼굴에 가까이 대며 움직인다. 이때 마지막까지 구멍을 통해 사물을 보고 있는 쪽의 눈을 주시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P82

대개 주시안이 원거리 시력도 잘 나올 확률이 높다. 마치 오른손잡이인 사람의 오른쪽 팔다리 힘이 더욱 강한 것처럼 말이다. 자신의두 눈 중 주도적으로 보는 눈을 아는 것이 왜 중요한지 궁금해할 것이다. 어차피 양쪽 눈을 뜨고 보는데, 굳이 힘이 강한 쪽과 약한 쪽을 구분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 P82

그러나 주시안과 비주시안을 구분하고 양쪽 눈의 차이를 최대한 줄여야 한쪽 눈에만 피로가 쌓이는 일을 막는다. 뇌는 잘 보는 눈만 쓰려는 경향이 있다. 잘 안 보이는 눈은 상대적으로 자극을 덜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잘 보이는 눈이 쉴새 없이 일해야 한다. 또한 극단적인 케이스이긴 하나, 한쪽 눈의 시력이 거의 없어 다른 쪽 눈으로만 보는 사람의 경우에는 시력이 거의 없는 눈을 잘 쓰지 않는다. 그러면 안 쓰는 눈이 바깥쪽이나 안쪽으로 돌아가는 사시가 발생하기도 한다. - P83

특히 노안이 왔을 때 주시안과 비주시안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보통 노안을 교정하는 수술이나 백내장 제거 수술을 할 때 주시안으로 멀리 있는 것을 잘 볼 수 있도록 수술을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노안이나 백내장이 없어도 먼 거리를 볼 때는 주시안을 쓴다. 그래서 주시안으로는 멀리 보는 것을 잘 보게 비주시안으로는 가까운 곳에 있는 것들을 잘 보게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 양쪽 눈의 사용 패턴에 따라 교정을 다르게 해서, 원거리와 근거리 시력을 모두 개선시키는 것이다. - P83

10세 이전의 아이들의 경우에는 시안과 비주시안의 차이가커서 약시가 발생했을 때 어른보다 쉽게 양쪽 눈의 균형을 맞추는 치료가 가능하다. 잘 보는 눈을 일정 시간 가리면 잘 안 보이는 눈에 닿는 자극이 커져 보다 적극적으로 비주시안을 사용하게 된다. 이런 방법을 ‘가림 치료‘라고 하는데, 잘 보이는 눈을 쉬게 만들어 눈에 닿는 자극의 균형을 맞춰주면 금방 부족한 쪽의 시력이 발달한다. 일종의 두뇌 트레이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약시 치료에 있어 핵심이 되는 치료이기도 하다. - P83

길게 설명했지만 한 마디로 ‘안 좋았던 시력이 회복되는 데에는 때가 있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때‘는 눈의 성장이 끝나기 전인 10세를 가리킨다. 즉 어른이 되어서는 가림 치료를 해도 시력이 호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성인이 되고 나서 시력을 다시 높이겠다고 두뇌 트레이닝을 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 - P84

눈 성장이 끝난 나이가 되었다면 그저 노안이 더디 오게 만들고, 노안이 찾아오더라도 진행되는 속도를 늦추며, 앞으로 찾아올 안질환을 일찍 발견해 늦기 전에 치료하는 수밖에 없다. 노안이 되어서 시력을 개선하고 싶거나 백내장 같은 안질환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를 대비해 주시안과 비주시안을 구별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으면 된다. - P84

"좀 더 빛을!"
독일의 문호 괴테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남겼다는 이 말은 시각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본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며, 더 나아가 성장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목숨이 다했을 때 눈을 감는다"라는 말을 하고, 새로운 지식이나 예술 또는 사랑을 만났을 때 "눈을 뜬다"라는 표현을 쓴다. - P85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혹하게 만드는 좋은 조건 때문에 움직이는 사람과 많은 이들이 포기하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행동하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 - P88

육안(眼)의 건강은 중요하다. 하지만 육안 너머에 있는 마음의 눈, 심안(心眼)의 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 ‘좋은 눈‘을 가졌다고 해서 눈을 혹사하며 제대로 관리하지 않거나 좋았던 눈이 노화의 신호를 보낸다고 쉬이 낙담한다면 그 눈은 곧 빛을 잃어갈 게 뻔하다. 정녕 ‘100년을 쓰는 눈‘ 이 될 수 없다. 그러니 평소에 자신의 눈에 관심을 갖고, 바르게 알고자 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한다. 100년까지 쓰는 눈은 그 눈을 쓰는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 P89

노안을 늦추려면 당장 해야 할 일이 있다. 눈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 P90

이른 나이에 노안이 찾아오는 경험을 하지 않으려면 크게 세가지만 챙기면 된다. 생활 환경과 식습관 개선, 실질적인 눈 관리. - P90

아무리 강철 체력이라도 제때 쉬지 못하고 계속 일을 하면 반드시 탈이 나기 마련이다. 그렇게 탈나는 기관 중 눈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 P94

잠잘 때를 제외하고 항상 열심히 일하는 눈의 피로를 매일 적절히 풀어주지 않으면 눈은 어느 순간 제 기능을 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다. 제때 신호를 알아차리고 병원을 찾으면 그나마 낫지만 바쁘다고 신호를 무시하면? 간단히 치료할 수 있는 증상이 큰 안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눈을 계속 혹사시키면 건강한 눈을 오래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자. 젊고 건강한 상태의 눈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때그때 피로를 푸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 P94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7시간인 그룹을 기준으로 했을 때 수면시간이 5시간 이하인 그룹은 시력 장애를 겪을 위험도가 3.23배 높았다. 수면 시간이 9시간 이상인 그룹은 시력 장애의 위험도가 2.56배 더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적절한 수면 시간보다 적게 자도 많이 자도 눈 건강에 치명적인 것이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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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와 한철, 정호 간의 삼각관계를 보면서 참 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로가 서로의 사랑을 마치 튕겨 내기라도 하듯이 엇갈리는 것들을 보면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게 결코 인위적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다시금 볼 수 있었다.

또한 옥희로부터 자신의 고백이 거절당했음을 직감한 정호가 순식간에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이 살아온 환경이 그 사람의 행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설 속에서 정호는 그야말로 야생에서 거칠게 살아남은 캐릭터라 이것이 좋은 쪽으로 발휘되면 괜찮지만, 나쁜 쪽으로 빠져버리면 폭력적으로 변하기 쉬운데,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실에서도 보면 가정이나 사회에서 물리적인 폭력을 사용하여 자기 기분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속해있는 곳은 바람잘 날이 없고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을 볼 때 참 양날의 검과 같은, 좀 위험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한철은 꼼짝도 하지 않고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마치 상위 포식자를 감지하고 위험이 지나갈 때까지 죽은 척하며 버티기로 마음먹은 도마뱀 같았다. 이제는 그리 잘생겨 보이지도 않았다. 정호가 직감했듯이, 그는 그저 비겁자에 불과한 놈이었다. 아, 옥희가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리고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든, 당장 오늘 저녁에 옥희를 만나러 가는 사람은 정호 자신이었다. 지금 옥희에게 필요한 것은 한철이 아닌 정호였다. 이 복수의 쾌감이 얼마나 컸는지, 정호는 마치 성좌에 완벽히 정렬되어 이글이글 타오르는 별이 된 기분이었다.

정호가 끝내 배우지 못한 많은 일들 가운데, 무엇보다 어려운 일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놓아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해왔던 방식대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행동하고 생각은 나중에 하기.

그 전까지 그에게 가장 중요한 모든 결정과 전환점 들은 오래전에 떠나버린 그 간절한 소망을 기반으로 이루어졌지만, 그렇다고 삶을 돌이킬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냥 거기 있던 사람 중 가장 아름다운 여자한테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가, 바로 다음 순간 그게 내가 기억하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와 같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던 거야."

"있지, 옥희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은 파랑이야."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을 되살리려는 듯, 아스라한 시선으로 그가 말을 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걸 좋아했어. 그래서 넥타이든 여자의 옷이든, 뭔가 푸른색인 것들에 왠지 더 눈길이 가더라. 내가 널 계속 발견하고, 널 사랑하게 된 건・・・・・・ 네가 나의 파랑이기 때문이야."

그 진심 어린 고백에 감동을 느끼면서도, 옥희는 자신의 파랑은 그가 아니라는 차마 말할 수 없는 사실 때문에 괴로웠다. 그의 마음을 짙은 쪽빛으로 물들였던 건 오직 한 남자뿐이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더 이상 옥희를 사랑하지 않았고, 옥희와 어떤관계도 맺지 않으려 했다. 옥희는 정호가 그만 말을 멈춰주기만을 진심으로 바랐다.

옥희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잔인한 말들을 억누르려고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러나 잠시 고삐를 늦춘 순간, 그 말들은 거친 사냥개처럼 냅다 옥희의 입술 사이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 임무가 너와 나보다 훨씬 더 중요하잖아."

"더한 것도 했을 거야. 그저 널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내 모든 걸 포기했을 거라고."

정호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느라 일생을 헛되이 바쳤다는 사실을 마침내 깨달은 것 같았다. 그는 조용히 일어나 옷을 주워 입었다. 그의 얼굴은 증오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그렇게 옥희의 방문을 열고 나가기 직전에, 그가 홱 돌아섰다.

이어 옥희는 처음으로, 진짜 정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똑똑히 보게 되었다. 그가 어떤 일을 하며 먹고 살았는지, 의문에 싸인 정호의 직업이 무엇인지, 옥희로선 넌지시 짐작만 해온 것들을 이제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정호는 곧장 옥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 위로 번쩍이며 쏟아져 내리는 유리 파편들을 무시한 채, 정호는 이불 속에 머리를 파묻고 고함을 내질렀다. 날카로운 단음절로 이어지는 그 무서운 소리는 사람이 내는 비명이라기보다 고뇌에 찬 산짐승의 울부짖음 같았다.

그제야 옥희는 자신이 흐느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눈앞에 있는 정호의 몸이 너무나 친밀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너무도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로 보였다.

"언젠가 내가 그런 얘길 했었지. 내가 죽더라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거라고. 그때 네가 너만은 내 죽음을 안타까워해 줄거라고 했던 거 기억하니?"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정호는 모자를 푹 눌러쓴 채 그의 일생에서 마지막으로 옥희의 집에서 걸어 나왔다.

죽음이란 정말이지 누구에게나 공평하더군.

(편안하고 안락한 삶 덕에 그의 외양엔 거칠고 단단한 구석이 없었으며, 오히려 모공 하나 보이지 않을 만큼 반짝이고 매끈한 표피가 더욱 돋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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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하우스
욘 포세 지음, 홍재웅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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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읽었던 욘 포세의 '3부작' 에서 보트하우스 라는 단어를 여러번 봤었던지라 이 '보트하우스'는 도대체 어떤 작품일까 궁금하여 찾아 읽어보게 되었다.

보트하우스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추억이 담겨있는 공간이자 현재도 함께 있는 공간이었다. 어릴적 화자와 화자의 친구인 크누텐이 함께 들락날락(?) 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때묻지 않은 순수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조금 다르다. 현재 화자는 독신이지만, 친구인 크누텐은 이미 결혼도 했고 두 아이도 있는 유부남이다. 이러한 두 사람의 어떤 배경적인 차이가 서로간의 이질감을 발생시키고 그로 인해 여러가지 오해들을 불러 일으킨다. 소설 중후반부로 가면 크누텐의 아내가 마치 화자를 유혹하는듯한 장면들이 여러번 나오는데, 어릴적 화자와 친구인 크누텐이 순수하게 지냈던 보트하우스라는 공간은 이제 예전의 순수함보다는 뭔지모를 불순한 느낌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이 소설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뉘어진다. 첫 파트는 화자의 생각과 심리가 주로 표현되는 반면 두번째 파트는 화자의 친구인 크누텐의 관점에서 그의 생각과 심리상태가 서술된다. (마지막 세번째 파트는 이야기의 마무리 성격으로 상대적인 분량이 적은 편이라 논외로 한다.) 여기서 좀 흥미로운 것은 첫 파트와 두번째 파트 모두 동일한 사건을 놓고 관점만 달리하여 이야기가 서술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똑같은 사건을 첫 파트에서는 화자의 시선에서 보는 것이고, 두번째 파트에서는 크누텐의 시선으로 본다는 말이다. 내가 100자평에 '데칼코마니 '같이 소설을 디자인한 것 같다고 쓴 것도 결국 동일한 사건을 각 사람이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본다는 생각이 들어서 적은 표현이다. 적합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을 쭉 읽다보면 어떤 느낌인지 감이 좀 오실거라고 생각한다. 보통 똑같은 사건일 경우 사람이 달라도 전반적으로 보는 관점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 소설을 읽다보면 각 사람마다 동일한 사건도 얼마든지 다르게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음을 보게 된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소설 속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 예로 교사가 학생을 체벌하는 것과 관련하여 동일한 행동을 가지고도 한쪽에서는 정당한 체벌이었다고 보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이거는 아동학대로 고소해야 마땅한 사안이다 라는 식으로, 사람이 자기가 처해있는 입장이나 상황에 따라서 자기에게 유리한 아전인수 격으로 생각하는 경향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결국 사람은 객관적으로 특정상황을 보기보다는 자기가 보고싶고 생각하고 싶은대로 보고 생각하는 동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내용으로 다시 시선을 돌리면 크누텐의 아내는 자신이 크누텐의 아내임에도 불구하고 크누텐의 친구인 화자에게 자꾸 은밀하게 접근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화자는 이를 거부하려고 하고 실제로도 그에 걸맞게 행동(혼자 집에 가고 싶어함)하려하는데, 이것을 멀리서 지켜보던 크누텐은 자신의 아내와 친구인 화자가 서로 아주 둘이 난리(?)가 난 것처럼 스스로 오해를 하고 체념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화자와 크누텐의 생각이 서로 다른 것을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서 정말 겉으로 보이는 게 결코 전부가 아님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상황을 제대로 보려면 당사자들의 내면까지 봐야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의 머릿속이나 마음속으로 일일이 들어가 볼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실제 인간관계에서도 겉으로 드러나는 어떤 말이나 행동만을 참조하여 그것들을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결합하여 상대방을 판단하거나 단정짓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 속 두 인물을 살펴보면서, 결국 핵심은 동일한 사건을 보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상대방이 똑같이 생각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살다보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그렇지 않고 나와 보는 관점이 좀 다르거나 독특한 관점으로 어떤 대상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쟤는 틀렸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아,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게 바람직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얘기를 좀 더 해보자면 욘 포세의 작품을 보다보면 특정 문구가 반복되는 것을 여러번 볼 수 있는데, 이 '보트하우스' 에서도 어김없이 그러한 표현들을 볼 수 있었다. 처음 욘 포세의 작품을 읽을 때는 책이 잘못써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었는데 4번째 욘 포세의 작품을 읽다보니 이러한 표현 방식이 머릿속에 내재되어 있는 근원적인 의식의 흐름(?)을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여러가지 다양한 생각들과 감정들, 어떤 느낌들을 느끼며 살아가는데, 반복적으로 나오는 문구들은 그런 순간순간의 것들이라기보다는 평상시 우리 안에 꾸준하게(?) 내재되어 있는 어떤 감정이나 느낌들, 지속적으로 나를 지배하는 어떤 정서 같은 것들을 표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표현이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는데, 내 머릿속 기저에 깔려있는 생각이나 감정이 어딘가에 앵커링(anchoring)되어 있어서, 어느순간 잠시 이탈했다가도 다시 원래 기저에 깔려있는 생각이나 감정으로 돌아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특별히 이 '보트하우스'에서는 등장인물들의 기저에 깔려있는 감정이 불안감이라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고, 다른 소설이나 혹은 현실세계에서는 또다른 긍정적이거나 혹은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욘 포세만의 독특한 표현 방식(반복)이 처음에는 많이 낯설고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이해해보고자 마음먹고 생각하면서 내 스스로 생각하는 깊이가 조금이나마 깊어진 듯 하다. 누군가는 그냥 혼자서 헛소리를 짓껄인다고 까내릴지도 모르겠으나 그거는 니(?) 생각이고, 나는 내 생각이 이끄는대로 생각해보련다.

욘 포세의 작품을 4권째 읽으면서 새롭고 다양한 생각들을 해보게 되어서 흥미롭고,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나름의 재미라면 재미도 느꼈던 것 같다. 작품 자체가 재밌냐고 물어보신다면 case by case 라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욘 포세는 명확한 결론이나 교훈을 준다기 보다는 독자가 글을 읽으면서 무언가를 자꾸 상상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호불호가 많이 갈릴만한 작가인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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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하우스
욘 포세 지음, 홍재웅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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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타 다른 소설들을 엄청 많이 읽은게 아니라 섣부른 감탄일 수도 있겠으나 ‘소설의 전개방식을 이렇게 디자인 할 수도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 소설이었다. 똑같은 사건을 놓고도 각자의 시선에서 달리 보는 모습을 보며 마치 ‘데칼코마니‘ 방식과 유사하게 전개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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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무슨 수를 써야 할 텐데, 모르겠어,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았을 거야, 아니,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거야, - P194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크누텐이 길을 걸어가는 것을,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이후로 나는 이따금씩 그가 서 있던 길을, 그가 어떻게 돌아섰는지를, 그가 어떻게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는지를 마음속으로 떠올려보았다. 나는 이곳에 앉아 글을 쓴다, 그리고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는다. 불안감이 날 엄습해 왔다. - P197

나는 그냥 이곳에 매일 앉아 있다. 나는 불안감을 계속 떨쳐내기 위해 글을 쓴다. 이 불안감이 더 커진 것인지 아니면 작아진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이곳에 앉아 글을 쓴다. - P200

나는 더 이상 책을 읽지 않고, 그저 글쓰기에만 매달리고 있다. 예전에 나는 도서관에 자주 갔다. 이 불안감이 엄습한 이후로는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난 모르겠다. 난 글을 쓰고 나면, 잠자리에 든다. - P201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는 기타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 P202

나는 그녀가 날 바라보고 있음을 알아챈다, 난 시선을 돌려 버리고, 그녀를, 그녀의 눈을 바라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자리에 서서 화음만 넣는다. - P204

연주 일은 대개 모두 똑같은 일의 반복이었는데, - P206

그녀가 무대 앞에, 여자 친구 곁에 서서 나를 바라본다, 그러자 나 역시 그녀를 쳐다보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내가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우리의 시선이 마주치다가, 떨어진다, 모든 것은 아주 한순간에 일어났다, 이제 우리는 그곳에 있었다. - P207

우리는 연주한다. 나는 화음을 치고, 크누텐은 노래를 한다. 그녀가 크누텐을 쳐다본다, 그가 그녀를 쳐다본다. 여자 친구와 함께 무대앞에 서 있는 그녀, 이제 나는 비로소 그녀가 더 이상 나를 보지 않고 크루텐을 쳐다보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크누텐도 그녀를 쳐다보고 있다. - P207

어머니는 그냥 안으로 들어와서는 내 뺨을 쓰다듬으며, 이글쓰기를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밖으로 나가야 해, 마트에라도 가든지, 연주 일이라도 몇 가지 할 수 있을 거야, 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오늘 크누텐의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말한다. 그 사람 말로는 크누텐의 아내가 죽었다는구나. 늘 끝이 좋지 않을 것 같았다면서. 다른 방도는 보이지가 않았다고, 그 사람이 그러더구나. 그 여자가 죽은 건 조금 전이라는데. 익사한 채로 발견됐대. 그건 끔찍했다고, 그렇지만 끝이 좋진 않았을 거랬지. 아이들한테 안된 일이라고, 아마도 자살이었을 거라고, 그러더구나. - P210

어머니는 내 뺨을 쓰다듬으며 내려올 것을 부탁했다. 네가 여기 앉아 글을 쓰고만 있을 수는 없잖니, 라고 그녀가 말했다. 어머니는 그냥 안으로 들어왔다.
넌 내려와야 한단다, 라고 그녀는 말했다. 나는 모르겠다. 이 불안감을 견딜 수가 없다. 나의 어머니, 나는 계단을 내려가는 그녀의 발소리를 들었다. 어머니는 그리 나이가 드시진 않았다. 이제 이 불안감을 견딜 수가 없다. 따라서 나는 내 글쓰기를 끝낸다. - P210

포세는 입센 이후 최고의 노르웨이 작가로 일컬어진다. 그는 평범한 일상을 투명하게 응시하며 삶의 본질을 꿰뚫어 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다. 특히 그의 작품들은 이중적 언어로 읽힐 수 있는 시적 언어를 통해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생략하고 철저하게 압축되어 삶의 본질에 다가가고 있다. - P211

그는 평범한 삶의 모습 속에서도 볼 수 있는 갈등과 마음의 번민, 죄와 실망 등 상당히 원초적인 문제들을 짚어 낸다. - P211

그는 단순히 방언의 사용이 아니라 그 언어가 지닌 소리, 리듬 그리고 흐름을 통해서 반복과 사이와 끊어짐의 미학을 완성한다. - P212

반복적인 표현이 의미하는 것은 테마나 의미의 동일성, 분절 의미의 집중, 전이와 같은 외형적인 것. 그리고 인물들 간에 서로 매달리며 서로의 안에서 하나가 되고 싶은 심층적이고 내면적인 모습이다. 철저하게 압축된 문장의 조각들과 그것들의 지속적인 반복은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포세의 텍스트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반복과 긴장 그리고 이완은 어느 순간 삶의 진정을 깨닫게 만든다. - P212

표면적으로 일어난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불안감과 괴로움을 더는 주체할 수가 없다. - P213

『보트하우스』는 폐쇄적이며 발작이 심한 한 인물에 관하여 내포적이고 심리적으로 다면적인 모습을 다루는 이야기다. - P213

아도르노가 예술을 고통의 언어로 정의하듯 포세에게는 글을 쓴다는 것이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미 일어났거나 머리에 떠올렸던 일을 다시 이야기해야 하는 고통이 바로 그것이다. - P214

글을 쓰는데 있어서 구체적인 소망을 가지고 가능한 한 만족스럽게 자신의 텍스트를 계획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차라리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의미가 되게 하는 것이라고 포세는 말한다. - P214

"저는 어떤 것에 대해서 글을 쓰지 않습니다. 내가 쓰는 것과 나는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용구는 ‘시란 무언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존재하는 것이다‘라는 말입니다. 그런 다음 시를 읽으면서 의미를 찾게 되고, 최고의 시에서는 어쩌면 단어의 정확한 의미는 모른다고 하더라도 알고 있었거나 경험했던 것을 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 P214

포세가 자신의 시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그가 자주 언급하는 인용이 호라티우스의 시학이다. (중략) 텍스트는 어떤 것에 대한 은유가 되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의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P215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들과 유사한 특징을 보이는 포세의 작품에서는 반복 기법이 주로 내적 독백에서 나타나며, 기억과 회상 그리고 강박관념들로 이루어진다. - P215

마치 컨트리가수처럼, 그가 글을 쓰는 것은 악기를 다루는 듯하고 노래를 부르는 듯하다. 음악처럼 반복, 재시작, 휴지가 있는데, 어쩌면 그는 바람, 폭풍, 파도, 비처럼, 다시말해 자연처럼 생각하는 듯싶다. 이러한 단어의 흐름 속으로 의미, 표현 그리고 여러 가지의 테마가 드러난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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