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무슨 수를 써야 할 텐데, 모르겠어,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았을 거야, 아니,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거야, - P194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크누텐이 길을 걸어가는 것을,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이후로 나는 이따금씩 그가 서 있던 길을, 그가 어떻게 돌아섰는지를, 그가 어떻게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는지를 마음속으로 떠올려보았다. 나는 이곳에 앉아 글을 쓴다, 그리고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는다. 불안감이 날 엄습해 왔다. - P197

나는 그냥 이곳에 매일 앉아 있다. 나는 불안감을 계속 떨쳐내기 위해 글을 쓴다. 이 불안감이 더 커진 것인지 아니면 작아진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이곳에 앉아 글을 쓴다. - P200

나는 더 이상 책을 읽지 않고, 그저 글쓰기에만 매달리고 있다. 예전에 나는 도서관에 자주 갔다. 이 불안감이 엄습한 이후로는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난 모르겠다. 난 글을 쓰고 나면, 잠자리에 든다. - P201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는 기타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 P202

나는 그녀가 날 바라보고 있음을 알아챈다, 난 시선을 돌려 버리고, 그녀를, 그녀의 눈을 바라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자리에 서서 화음만 넣는다. - P204

연주 일은 대개 모두 똑같은 일의 반복이었는데, - P206

그녀가 무대 앞에, 여자 친구 곁에 서서 나를 바라본다, 그러자 나 역시 그녀를 쳐다보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내가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우리의 시선이 마주치다가, 떨어진다, 모든 것은 아주 한순간에 일어났다, 이제 우리는 그곳에 있었다. - P207

우리는 연주한다. 나는 화음을 치고, 크누텐은 노래를 한다. 그녀가 크누텐을 쳐다본다, 그가 그녀를 쳐다본다. 여자 친구와 함께 무대앞에 서 있는 그녀, 이제 나는 비로소 그녀가 더 이상 나를 보지 않고 크루텐을 쳐다보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크누텐도 그녀를 쳐다보고 있다. - P207

어머니는 그냥 안으로 들어와서는 내 뺨을 쓰다듬으며, 이글쓰기를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밖으로 나가야 해, 마트에라도 가든지, 연주 일이라도 몇 가지 할 수 있을 거야, 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오늘 크누텐의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말한다. 그 사람 말로는 크누텐의 아내가 죽었다는구나. 늘 끝이 좋지 않을 것 같았다면서. 다른 방도는 보이지가 않았다고, 그 사람이 그러더구나. 그 여자가 죽은 건 조금 전이라는데. 익사한 채로 발견됐대. 그건 끔찍했다고, 그렇지만 끝이 좋진 않았을 거랬지. 아이들한테 안된 일이라고, 아마도 자살이었을 거라고, 그러더구나. - P210

어머니는 내 뺨을 쓰다듬으며 내려올 것을 부탁했다. 네가 여기 앉아 글을 쓰고만 있을 수는 없잖니, 라고 그녀가 말했다. 어머니는 그냥 안으로 들어왔다.
넌 내려와야 한단다, 라고 그녀는 말했다. 나는 모르겠다. 이 불안감을 견딜 수가 없다. 나의 어머니, 나는 계단을 내려가는 그녀의 발소리를 들었다. 어머니는 그리 나이가 드시진 않았다. 이제 이 불안감을 견딜 수가 없다. 따라서 나는 내 글쓰기를 끝낸다. - P210

포세는 입센 이후 최고의 노르웨이 작가로 일컬어진다. 그는 평범한 일상을 투명하게 응시하며 삶의 본질을 꿰뚫어 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다. 특히 그의 작품들은 이중적 언어로 읽힐 수 있는 시적 언어를 통해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생략하고 철저하게 압축되어 삶의 본질에 다가가고 있다. - P211

그는 평범한 삶의 모습 속에서도 볼 수 있는 갈등과 마음의 번민, 죄와 실망 등 상당히 원초적인 문제들을 짚어 낸다. - P211

그는 단순히 방언의 사용이 아니라 그 언어가 지닌 소리, 리듬 그리고 흐름을 통해서 반복과 사이와 끊어짐의 미학을 완성한다. - P212

반복적인 표현이 의미하는 것은 테마나 의미의 동일성, 분절 의미의 집중, 전이와 같은 외형적인 것. 그리고 인물들 간에 서로 매달리며 서로의 안에서 하나가 되고 싶은 심층적이고 내면적인 모습이다. 철저하게 압축된 문장의 조각들과 그것들의 지속적인 반복은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포세의 텍스트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반복과 긴장 그리고 이완은 어느 순간 삶의 진정을 깨닫게 만든다. - P212

표면적으로 일어난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불안감과 괴로움을 더는 주체할 수가 없다. - P213

『보트하우스』는 폐쇄적이며 발작이 심한 한 인물에 관하여 내포적이고 심리적으로 다면적인 모습을 다루는 이야기다. - P213

아도르노가 예술을 고통의 언어로 정의하듯 포세에게는 글을 쓴다는 것이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미 일어났거나 머리에 떠올렸던 일을 다시 이야기해야 하는 고통이 바로 그것이다. - P214

글을 쓰는데 있어서 구체적인 소망을 가지고 가능한 한 만족스럽게 자신의 텍스트를 계획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차라리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의미가 되게 하는 것이라고 포세는 말한다. - P214

"저는 어떤 것에 대해서 글을 쓰지 않습니다. 내가 쓰는 것과 나는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용구는 ‘시란 무언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존재하는 것이다‘라는 말입니다. 그런 다음 시를 읽으면서 의미를 찾게 되고, 최고의 시에서는 어쩌면 단어의 정확한 의미는 모른다고 하더라도 알고 있었거나 경험했던 것을 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 P214

포세가 자신의 시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그가 자주 언급하는 인용이 호라티우스의 시학이다. (중략) 텍스트는 어떤 것에 대한 은유가 되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의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P215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들과 유사한 특징을 보이는 포세의 작품에서는 반복 기법이 주로 내적 독백에서 나타나며, 기억과 회상 그리고 강박관념들로 이루어진다. - P215

마치 컨트리가수처럼, 그가 글을 쓰는 것은 악기를 다루는 듯하고 노래를 부르는 듯하다. 음악처럼 반복, 재시작, 휴지가 있는데, 어쩌면 그는 바람, 폭풍, 파도, 비처럼, 다시말해 자연처럼 생각하는 듯싶다. 이러한 단어의 흐름 속으로 의미, 표현 그리고 여러 가지의 테마가 드러난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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