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라고, 어제는 동 저자의《사탄 탱고》, 오늘은 이《세계는 계속된다》를 시작해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비교적 생소한 헝가리 국적의 작가님이다보니 어떤 그들 고유의 문화나 분위기 같은 것들이 쉽사리 적응되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문장 한 문장 읽다보면 국적을 불문하고 다 같은 사람들이기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제목과 목차만 보고 나름대로 추측해보자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세계를 도피하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한편으로는 화자의 그런 마음과는 별개로 이 세계는 계속된다는 명백한 진리를 깨닫는 뭐 그런 류의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보게 된다. 물론 이런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될 수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얼마전 한강 작가님의 책들을 읽으면서 깊이 느꼈던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소설을 읽어나갈 때 뒤에 나올 내용들을 나름대로 예상하면서 읽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그 책에 대한 몰입도에 있어 상당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예측의 정확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소설 초반부에는 누군진 모르겠으나 화자가 자꾸 떠나야만 한다고 반복해서 말한다. 아마도 현재 자신이 속해 있는 현실 또는 주변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보인다.




떠나, 지금 당장 떠나, 생각하지 않고 즉시 떠나, 그리고 돌아보지 마, 그저 미리 결정된 행로를 따라가, 시선을 앞으로만 고정하고, 물론 제대로 된 방향에 고정하고, 그렇게 고통스러울 정도로는 어려워 보이지 않는 선택, - P12

오른쪽으로 갈 수 있지, 그러면 실수하지 않으리라, 왼쪽으로도 갈 수 있지, 그런들 실수가 되지 않으리라, 서로 180도로 반대인 양쪽 방향 모두, 우리 내면에 있는 이 실용적 감각에 따르면 완벽하리만큼 좋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으므로, 그리고 여기에는 아주 좋은 이유가 있는데, 완전히 180도 정반대인 두 방향을 가리키는 이 실용적 지식은 욕망에 의해 판가름되는 프레임워크 안에서 작동하니까, 다시 말해, "오른쪽으로 가라"는 "왼쪽으로 가라"와 다름없는 말, 이런 두 가지 방향 모두, 우리의 욕망이라는 관점에서는 가장 먼 곳, 여기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을 가리키기 때문에, 그러니까 어느 방향으로 가든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은, 더는 실용적 지식, 감각 혹은 능력이 아니라, 욕망, 그저 욕망으로만 결정되어, 현재 위치로부터 가장 먼 곳으로 가고 싶다는 것뿐만아니라, 가장 위대한 약속의 땅, 평온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싶다는 갈망, 확실히 평온이 가장 주된 요소일 것,
이것이야말로 한 사람이 그렇게 욕망하는 거리 속에서 찾으려 하는 것일 테니, - P14

그의 현재 상황을 떠올릴 때마다, 시작점을 떠올릴 때마다 그를 사로잡는 억압적이고, 고통스러우며, 광기 어린 소요로부터 벗어나는 평온, 그가 지금 있는 곳은 무한히 낯선 땅이며, 그는 그곳에서부터 떠나야 하니, 여기의 모든 것은 참기 어렵고, 차갑고, 슬프며 황량하고, 치명적이기에, - P14

사람들은 그가 정말로는 빙빙 돌고 있을 뿐이라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시계의 분침처럼 지구를 돌고 있을 뿐임을, - P16

그는 시곗바늘과는 달라서 아무것도 가리키지 못했기에, 그는 아무것도 의미할 수 없었기에, 그리고 이 세계를 가장 성가시게 했던 것은, 그 무엇이 과연 세계를 성가시게 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이 사람이 가치 없다는 것일 테니, 그는 그저 지나갈 뿐이고 이 세계에 아무런 가치도 없었으므로, 그가 이 세계를 돌아다니는 때가 오자, 사실상 아무도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으며, 그는 사라져버렸으니, 물질 수준에서 실질적으로 증발해버렸으니, 세계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는 무無가 되어버렸으니, 즉 사람들은 그를 잊어버렸으니, 물론 그것이 그가 현실에서 부재한다는 뜻은 아닌데, 그는 여전히 거기에 남아 있었기에, 그는 지치지도 않고 미국과 아시아 사이, 아프리카와 유럽 사이를 다녔기에, 그저 그와 세계 사이의 연결이 깨져버렸을 뿐이고, 그는 이런 식으로 잊히고 보이지 않게 되었으며, 이와 함께 그는 영원히 고독하게 남았고, - P17

수백 년 동안이나 지속된 것만 같았던 그의 헤맴의 여정 속에서, 영원히 떨구었던 고개를 들기만 했더라면, 딱 한 번만이라도 그랬더라면, 그는 자신이 여전히 거기 서 있었다는 것을 보았을 텐데, - P19

그가 여기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은 뭐가 되었든 없으니, 그는 시간이 끝날 때까지 거기 서 있어야 하기에, 그의 손발이 동시에 옳은 두 방향에 묶여 있기에, 그는 거기 시간이 끝나는 바로 그때까지 서 있어야 하니, 그곳이 그의 집이기에, 그곳이 정확히 그가 태어난 곳이기에, 그리고 거기가 언젠가 그가 죽어야 할 곳이기에, 거기 집에서, 모든 것이 차갑고 슬픈 곳에서. - P20

모든 것은 확실히 서쪽부터 동쪽으로 움직여가기에, - P22

세계의 움직임에 반하는 것은 정확히 최악의 선택임을 깨달아버렸는데, - P22

내가 처음부터 맞게 생각한 대로 지구는 관념이기 때문, 그리고 지금 나는 그 관념보다 더 빨리 움직이고 싶어지고, 그걸 뒤에 두고 떠나기를 바라고, 그것이 별안간 나의 목표가 되고, - P25

거대한 거시적 전체성 속에 있는 작은 미시적 전체성, 어느 경우라도 나는 지구의 속도에 나의 속력을 더하기만 하면 되어서, 나는 그렇게, 되도록 빨리 뛰었고, 밤에서 새벽으로 변하는 거대한 하늘 아래서 발을 쿵쿵 내딛는데, 머릿속에는 모든 것이 원래 되어야 할 그대로 되었다는 감각 외에는 아무것도 없고, 나는 그저 내 몫의 속도를 지구의 몫에, 내 속도를 지구의 속도에 기여한다는 생각뿐, - P26

내가 맞는 방향으로 계속 간다면, 내가 그저 움직이기만 한다면, 그저 신선한 새벽 공기를 뚫고 계속 걸어간다면, 나는 마음먹은 일을 성취할 수 있으리라, - P27

우리는 외부의 도움 없이 자기 뜻대로 모든 것에 도박을 걸어 날려버렸다는 사실을 잊고 싶어 한다. 외부의 힘이나 운명을, 혹은 저 멀리에 있는 악의 어린 영향을 비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고 싶어 한다. - P29

신들과 이상을 다 쫓아버리고 죽였다. 잊고 싶다. 품위를 끌어모아 씁쓸한 패배를 받아들일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지옥의 담배와 지옥의 알코올이 그나마 있던 특성을 야금야금 갉아먹었기 때문에, 사실 담배와 싸구려 술은 이전에 형이상학적이었던 여행자들이 천상의 영역을 향해 품었던 동경의 잔해일 뿐이기 때문이다. 갈망이 남긴 유독한 담배 연기, 광기 어린 집착을 담아 사람 미치게 하는 묘약에서 남은 구역질 나는 술. - P30

역사는 끝나지 않았고, 그 무엇도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더 이상 무엇이 끝나버렸는지를 생각하면서 스스로 속일 수는 없게 되었다. 그저 어떻게든 유지해나가면서 계속할 뿐이다. 무언가는 계속되고, 무언가는 살아남는다. - P30

어쨌든 아무리 원한다 해도, 우리는 우리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못한다. 오직 역사에 대해서만, 인간 조건에 대해서만, 본질상 오로지 기분 좋게 자극하는 적절한 불변의 특성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 P31

바로 분야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게 세상이라는 주장. - P34

"사실, 그 둘이 서로에게 속해있다. 윤리는 삶의 대들보이고, 도덕적인 인간은 삶이라는 영역에 사는 진정한 시민이다." _토마스 만 - P39

토리노에서 니체가 일으킨 드라마는 도덕 법칙의 정신에 따라 살아간다는 건 전혀 명예를 누릴 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암시하는데, 나는 그 반대를 선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 저항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는 모르나, 그렇다고 해서 풀어낼 수 없는 끈으로 도덕에 묶어놓는 신비롭고 진정으로는 이름도 붙일 수 없는 힘으로부터 내가 자유롭다는 뜻은 아니다. 만약 그게 내가 한 일이라면, 내가 도덕에 저항해서 산다면, 나는 인류가 발달시킨 사회적 존재 안에서 내 길을 찾을 수 있었을 테고, 그리하여 니체의 표현대로, 그다지 불쌍해할 것도 없는, "사는 것과 불공정한 것은 하나이며 동일"한 삶을 살 수 있겠지만, 나는 몇 번이고 내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갈망의 한가운데에 떨어지고 마는 불가해한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 P40

내가 이 인간 세계의 일원인 이상, 나는 또한 뭐랄까, 알 수 없는 이유로 내가 더 위대한 전체라고 부르는 무언가의 일원이기도 하다. 정언명제를 논하는 칸트에게 경의를 표하는 표현으로 말하자면, 이 커다란 전체는 내 안에 이것과 정확히 이런 명령을 심어놓았다. 자유의 우울한 권한에는 법을 깰 자유도 따라온다. - P40

나는 새로운 언어가 없이는 이 새로운 시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 P47

완전한 어둠이 방 안을 채울 때, 오직 한 가지만이 완전히 확실해졌으니, 그것이 풀려나버렸다는 것, 그것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 그것이 벌써 여기에 있다는 것.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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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과연 어떤 내용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냥 첫 이미지만 보면 사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지는 몰라도 뭔가 고통스러운 게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어쨌든 일단 시작해본다.

"그러면 차라리 기다리면서 만나지 못하렵니다." _F.K. - P5

유리창에 갑자기 불분명한 물체가 보이더니 점차 사람의 꼴을 갖춰갔다. 처음엔 그게 누구의 얼굴인지, 놀란 두 눈을 볼 때까지는 알지 못했다. 이윽고 그가 알아본 것은 자신의 초췌한 면상이었고, 순간 놀라고 당황한 것은 비가 창유리 위의 얼굴을 지워내듯이 세월이 그에게도 똑같은 일을 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서였다. 그 모습엔 무언가 엄청나고 낯선 궁핍이 어려 있었다. 수치와 자부심 그리고 두려움이 겹겹이 층을 이루며 그에게로 다가들었다. - P27

"이제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는 걸 보게 될 거야." - P35

아, 그리고 남편 말이, 돈은 훔쳐가려면 맘대로 하래요. 그런 건 우리한테 아무것도 아니래요. 그렇게 말했어요. 남편 말이 옳지요. 숨어 다니고 시치미 떼고 밤잠도 못 자고... 우린 그러고 싶지 않거든요. - P38

"짜증 내지 말라고. 보란 듯이 잘살 수 있게 될 테니까! 홍청망청 마음껏 즐기며 살 거야!" - P38

어지러운 생각들이 몇 분 동안 소용돌이치다가 허약하고 고통스러울 정도로 쓸모없는 문장들이 만들어져 나온다. 그것은 급조된 다리처럼 세 걸음만 걸으면 부서지는 소리가 나고 그다음 내딛는 마지막 발걸음에 와장창 무너지는 것이어서, 결국에는 지난밤 관인이 찍힌 소환장을 처음 받았을 때 빠져들었던 소용돌이 속으로 거듭해서 휘말려 들고 마는 것이다. - P42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잖아." - P46

"지나간 일은 잊어주기로 하지. 단, 당신들이 미래에 관한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말이야." - P56

"저희에게도 권리란 게 있습니다" - P57

"어떤 법이냐고?" 대위의 얼굴이 음울하게 변한다. "강한 자의 법이지."  - P58

"빌어먹을 일은 그만 잊어버리는 편이 낫겠어!" - P62

"왜냐하면 시작한 건 끝을 봐야하는 법이거든." "그렇지. 흐리멍덩하면 안 되거든." - P66

"농부들은 언제나 뭔가를 쟁여두고 있지." - P70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관대하게 넘기는 일은 스스로 용납할 수가 없었다. 자신을 벌주지 않으면 나중에 그 자신이 손해를 보게 되는 이치였다. - P82

산만함이나 부주의로 저지른 실수는 일의 위험성을 높여 예상보다 심각한 결과를 불러왔다. 불필요한 동작 너머에는 안정함이 숨어 있지 않은가. - P82

관찰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 완성된 것은 어느 한 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년에 걸친 작업의 결실이었다. 날이면 날마다 자신을 닦아세우며 스스로를 벌주고 철회하는 일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첫 시기의 불안정함과 때때로 찾아든 의심이 야기한 혼란이 지나간 다음에는 더 이상 자신이 개별적인 동작들을 통제할 필요가 없는 단계로 들어섰다. 그렇게 사물들은 마침내 최적의 위치를 찾게 되었고, 그는 자신의 행동을 별다른 생각 없이도 아주 사소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착각이나 과대망상이 아니라, 그가 자신의 인생을 완벽하게 만들었음을 자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P83

시도는 무언가 변했으면 좋겠다는 욕구의 은밀한 현시거나, 혹은 기억력 쇠퇴의 증표일 뿐이었다. 실제로 그가 몰두한 것은 주변의 외적인 몰락에 맞서 자신의 기억력을 지켜내는 일이었다. - P87

아무리 애를 써도 모든 것ㅡ집들과 담장들, 나무와 들판, 공중에서 하강하며 나는 새들, 배회하는 짐승들, 육신을 가진 인간들, 욕망과 소망들ㅡ을 파괴하고 소멸시키는 힘에 맞설 수는 없었다. 그럴 능력이 없었다. 그는 인간의 삶에 대한 위협적인 공격에 헛된 저항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음험한 몰락에 자신의 기억으로 맞서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곳의 모든 것, 벽돌공이 쌓고 목수가 만들고 여인들이 바느질한 모든 것이, 남자들과 여자들이 애써 이룬 모든 것이 저승의 물살에 어지러이 휩쓸려 형체가 불분명한 액체로 화한다 해도 오로지 기억만은, 그가 맺은 계약이 깨져 죽음과 몰락이 그의 뼈와 살을 공격하기 전까지는 살아 있을 것임을 그는 믿었기 때문이다. - P88

그는 모든 것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리 하찮은 세부라도 놓쳐선 안 되었다.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고 간과하는 것은 몰락과 질서 사이에 놓인 흔들리는 다리 위에 아무런 대책 없이 서 있다고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 P88

하지만 정직하게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했다. 우두커니 기억만 하는 것은 무력하고 무능하므로 그것으로는 과업을 수행할 수 없었다. 기호들을 의미 있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연결할 방법이 있어야만 기억의 한계를 뛰어넘어 시간을 이겨낼 수가 있었다. - P88

‘관찰 대상을 늘리는 일은 최소화하는 게 좋겠군.‘ - P88

그는 갑자기 연속적인 시간에서 빠져나온 자신이 점처럼 왜소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걸 자각했다. 자신이 지각의 요동에 무방비하게 방치된 무력한 희생자처럼 느껴졌다. 그의 출생부터 죽음까지의 시간이 가라앉은 대양과 솟아나는 산악의 말 없는 투쟁 사이에 내맡겨진 것이었다. - P93

고통의 증거는 흔적 없이 사라지는 일이 없다고 그는 믿고 싶었다. - P95

비겁하게 행동하는 것은 자존심뿐 아니라 존재 자체에 상처를 내는 일이었기에, - P120

오히려 그는 자신을 향해 공허하게 고정된 농부의 시선을 뜻 모를 위협으로 느끼며, 자기가 책임을 질 만한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는지 기억 속을 훑었다. 이처럼 숨 막히는 순간에 괴로워하며 자기 인식의 심연으로 던져진 그가 깨달은 것은, 뇌리를 스치고 가는 그의 파란만장한 쉰두 해의 삶이 불타는 집에서 피우는 담배연기처럼 사소하고 무의미하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런 짧고 공연한 죄책감은 그를 깊숙이 뒤흔들어놓기도 전에 곧 사라져버렸다(그건 과연 죄책감이었을까? 죄책감이란 한번 혜성처럼 작열하고 나면, 이후엔 여명처럼 희미한 의식의 불편함 정도만 남기는 것이다). 만일 그러지 않았다면 죄책감은 히스테리를 일으켜 입과 목구멍, 식도, 위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 P123

누군가에게 확신을 불어넣고 그의 덧없는 실존을 온전한 존재로 고양시키는 기억은, 어떤 사태로부터 기억 자체의 질서에 따라 실마리를 끄집어내고 기억과 인생 사이의 거리를 단지 그 기억을 지니고 있다는 경직된 만족감으로써 무마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 P128

성장과 몰락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 P132

그는 꿈을 정말로 이루려면 언제 어디서나 참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주의한 한마디의 말, 잘못된 한 번의 계산으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때때로 자신의 감정을 어쩌지 못하고 휩쓸리는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어김없이 손해를 보았다. - P136

그는 원대한 꿈을 이루는 데 있어 바탕이 되어온 자신의 타고난 기질에 만족했다. 그는 젊다 못해 어렸을 때부터 주위의 증오와 혐오로부터 취할 수 있는 이득을 세세하게 셈할 줄 알았다. 그런 이치를 알게 된 다음부터는 그도 남들과 똑같은 실수를 범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때때로 그런 감정에 휩쓸릴 것 같으면 그는 창고로 퇴각하여 아무도 지켜보는 이가 없는 곳에서 흥분을 가라앉히곤 했다. - P136

그에게 제값을 치르게 하려면 말이 아니라 힘이 필요했다. - P137

일이 잘되려면 아주 간단하게 이뤄지는 법이니까. - P138

세상엔 법이란게 있다고! - P138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여러 사람이 애를 써야만 알아낼 수 있는 법이었다. 거듭해서 조금씩 다른 새로운 이야기들을 들어보아야 하기 때문에 결국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기다리다 보면 어느 순간 진실은 빛 아래서 낱낱이 드러나고, 사건들을 돌이켜 검토하면 원래 이야기에서 어떤 순서로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 P145

어차피 운명의 책에 쓰여 있는 정해진 일이다. - P146

"이겨야 해. 알곘어, 멍청아?" - P170

에슈티케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빨간 담뱃불이었다. 그것은 하늘의 혜성처럼 잠깐의 흔적을 남긴 뒤에 그 궤적마저 밤의 암흑 속으로 스러져버리는, 별이 최후에 발하는 희미한 빛과도 같았다. - P185

한 주 두 주가 가고 한 달 두 달이 지나는 동안 거듭해서 패배를 겪고 계획들은 혼란에 빠져 사그라지며 해방에 대한 소망은 끝없이 쪼그라드는 것, 가장 두려운 위험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오히려 똘똘 뭉치고 의지력을 발휘하기도 하니까. - P196

누군가는 계획을 준비하고 필요한 일들을 조직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일에 총대를 메야만 했다! - P200

일은 절차대로 진행돼야 하고 하루아침에 갑자기 이루어질 수는 없는 법인데... - P200

오랜 경험을 통해 그는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 P201

흠 없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 P208

‘언제까지나 머리 위에 펼쳐져 있을 거대한 천구天球도 결국은 어딘가에서 끝이 나겠지. 이곳의 모든 것이 유한한 운명을 가진 것처럼‘ - P209

‘우리는 이 세계라는 돼지우리 속에서 태어나 갇혀 있지.‘ . ..(중략)... ‘그리고 오물 속에 뒹구는 돼지들처럼 뭐가 어찌된 건지도 모르고 눈앞에 어른거리는 젖꼭지를 향해 아우성치지. 사료 통으로 빨리 가려고, 밤이 되면 침대로 돌아가려고 허둥대는 거야.‘ - P210

그는 끈질기게 찾아오고 또 찾아드는 욕망에서 간절히 해방되고 싶었다. - P210

우리는 우리가 어떤 의심도 품지 않고 따라서 이해할 수도 없는 저 두려운 작별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구원의 손길, 도망칠 가능성 같은 건 없었다. - P210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째서 어느 날 돌연히 땅에 얼굴을 처박고 어둠 속 냄새나는 늪에서 벌레들과 함께 영원을 보내야 하는 걸까? 대체 누가 그런 생각을 납득할 수 있을까?‘ - P211

물론 후터키를 혼자 놔둬도 되겠지만, 같이 있어주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악마는 결코 잠을 자지 않기 때문‘이었다. - P211

운이 없으면 아무 일도 되지 않는다. - P219

바닥없는 어리석음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법, - P219

차르다시 : 헝가리 민속 춤곡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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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신장재편판 15 - 북산 전국대회 데뷔!
이노우에 타케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5권에서는 전국대회에 처음 진출한 북산과 지난 전국대회 8강에 빛나는 풍전과의 치열한 혈투가 벌어진다. 지난 14권에서 강백호가 감독인 안 선생님에게 1:1지도를 받아가며 슛 연습을 했었는데, 오늘 풍전과의 경기에서 그 연습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물론 강백호의 천재적인 재능도 없진 않았겠지만 1주일간 2만개의 슛을 연습할 정도로 열심히 노력했던 강백호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어떤 결과물을 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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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권에서 강백호는 전국대회를 몇 일 앞두고 약점인 슛을 보완하기 위해 감독인 안 선생님과 슛 2만개를 연습했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이런 강백호의 모습을 지켜봤던 채치수의 여동생인 소연이가 백호군단의 대장인 양호열에게 건네는 말이다. 그만큼 강백호의 농구 습득 속도가 빠르다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보면 될 듯하다.

뒤이어서는 전국대회에 진출한 북산 선수들이 대진표를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풍전, 산왕공업, 지학 등 강호라고 알려진 팀들과 같은 그룹에 속해있는 것을 본 선수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토너먼트의 특성상 지면 바로 탈락이기에, 무수히 많은 강호들을 꺾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본능적으로 느껴졌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어느 팀이건 간에 무조건 이겨야만 상위 라운드로 올라갈 수 있기에, 부담만 갖기보다는 부딪혀서 이겨내야 하는 것 말고는 다른 답이 없는 것이다.

뒤이어 북산 농구부가 전국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대회가 열리는 지역인 히로시마로 이동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기차에서 풍전 농구부 선수들을 만난다. 풍전 농구부는 1회전에서 북산과 맞붙기로 되어있는 팀이라 아마도 북산과 가는 방향이 같았던 것 같다. 아무튼 이들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데, 소위 요즘 말로 ‘트래쉬 토크‘라고 해서 서로를 은근 슬쩍 무시하면서 자존심을 긁는 류의 대화들이 오간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물리력이 동반되기도 하지만 다행히도 양 팀 주장들간의 대화로 큰 싸움으로까지 번지지는 않는다.

한편 전국대회를 앞두고 한 농구잡지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출전팀들을 평가한 분석자료가 나왔는데, 다른 팀들의 평가는 비교적 높았지만 북산의 경우 아무래도 전국대회에는 처음 출전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저평가가 되어 있었다. 이를 본 북산 선수들은 처음엔 자극을 받았지만, 곧바로 안 선생님이 이 책이 틀렸다는 걸 보여주자는 말에 큰 소리로 화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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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전국대회 1라운드 북산과 풍전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풍전은 빠른 속공을 주무기로 하는 ‘런 앤 건‘을 구사하는 팀으로써 작년 전국대회 8강까지 진출했던 비교적 강호로 평가받는 팀이다. 경기 초반 북산 선수들이 어수선한 틈을 타 풍전은 빠르게 점수를 쌓아 나갔지만, 북산의 센터 채치수가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며 벌어졌던 점수차를 따라잡는데 성공한다. 이에 풍전은 채치수에게 무려 3명의 수비수를 붙이면서 그를 집중적으로 마크한다. 그러자 채치수도 자신이 직접 공격하는 것보다는 동료들에게 패스를 줘서 다른 동료들이 슛을 보다 쉽게 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에 부응하여 북산의 에이스인 서태웅은 연달아 점프슛을 성공시키는데, 이를 경계한 상대팀 풍전의 소위 에이스 킬러라고 불리우는 남훈이라는 선수가 우연인지 고의인지 판단하기 애매한 상황에서 서태웅을 팔꿈치로 가격한다. 이에 서태웅은 잠시 정신을 잃고 나중에는 눈이 퉁퉁 부어오를정도의 부상을 입게 된다. 경기 전 북산에게 서로 페어플레이를 하자던 풍전의 남훈은 이런 식의 행동을 보이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다소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의 농구 실력은 훌륭했지만 거기에 걸맞지 못하는 인성은 다소 아쉬웠다.

이런 남훈의 비겁한 플레이는 전반적인 경기 분위기를 다소 거친 쪽으로 몰아가는 결과로 이어졌고 급기야 심판이 양 팀의 주장을 불러서 따끔하게 경고를 줌으로써 조금이나마 진정되었다.

한편 풍전에는 그동안 알지못했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예전에 있었던 노 선생님이라 불리는 감독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 노 선생님은 풍전의 팀 칼라인 ‘런 앤 건‘을 심어준 사람인데, 이것이 전국대회 8강까지 풍전을 이끈 비결이기도 했다. 하지만 풍전의 경영진은 전국대회 8강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 더 나은 성적을 낼 것을 요구하다가 노 선생님이 그 요구를 더 이상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자 그를 쫓아내고 젊은 감독인 김영중을 새롭게 데리고 온다. 이 젊은 감독은 이제껏 풍전에 뿌리내려왔던 ‘런 앤 건‘ 농구 보다는 수비 위주의 훈련을 할 것을 선수들에게 지시한다. 이것은 기존에 있던 선수들의 큰 반발을 샀고, 급기야 감독에게 항명하는 선수들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기존에 노 선생님 밑에서 즐겁게 농구하던 선수들이 수비같이 다소 즐겁지 않은 농구를 할 것을 강요받게 되자 새로 온 젊은 감독의 말을 깡그리 무시하기로 작정한 것이었다. 이러한 갈등의 양상이 전국대회 1라운드인 북산전까지 이어져 급기야 작전타임 때 한 선수가 감독에게 불량한 태도를 보이자 감독도 더이상 참지 못하고 그를 주먹으로 때리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만다. 내부 분열이 일어난 것이다. 이로 인해 기존에 경기를 잘 치르던 선수들의 멘탈이 나가면서 잘 들어가던 슛이 안들어가기 시작하고, 급기야 북산과의 점수차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한다.

경기 종료를 약 2분정도 남기고 풍전의 에이스 킬러이자 동시에 에이스인 남훈은 팀 내분으로 흔들렸던 멘탈을 다시 잡고 노 선생님이 알려줬던 순수한 농구의 즐거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면서 기존에 자신이 보여줬던 퍼포먼스를 다시 보여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풍전 입장에서는 아쉽게도 그 사이 경기가 끝나게 된다.

물론 북산도 채치수, 서태웅, 정대만 등과 같은 기존 선수들의 활약에 더해 강백호가 안 선생님과의 슛 훈련을 바탕으로 미처 예상치 못했던 활약을 보여주면서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지만, 이 승리는 상대팀 풍전의 내부분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

책 내용과는 별개로 독자인 나는 개인적으로 풍전이라는 이름을 보면서 ‘풍전등화‘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났는데, 이 사자성어의 뜻인 ‘바람 앞의 등불‘이라는 말처럼 팀의 내부 분열이라는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전국대회 1라운드에서 탈락하게 된 풍전의 운명과도 그 이름이 어느정도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로인해 갑자기 좀 생뚱맞긴 하지만 이름이라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사람들이 모든 역에 정차하는 완행열차라면…
백호는 초고속열차 같은 느낌이야. - P11

사람에겐 저마다 적성에 맞고 안 맞는 것이 있는 법이니까. - P14

무엇보다도 중요한건.... 상대가 어디인지보다도 우리가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니까요. - P18

어차피 쓰러뜨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대들이다. 빨리 오느냐, 늦게 오느냐의 차이일뿐이야. - P33

전국제패를 위해선 누가 상대가 되든 쳐부수는 수밖에!! - P33

미안한데... 누구냐, 넌? - P35

쓸데없는 싸움은 그만둬!! - P37

이기든 지든 서로 페어플레이 하자. - P38

난 최고다.
난 최고다.
난 최고다. - P41

오늘 지면 오늘로 끝이다. - P49

이미 승부는 시작됐어!! 여기서 겁먹으면 안 돼!! 무엇 때문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냐!! - P55

이젠 그 누구도 날 막을 수 없다. - P60

시합이 끝났을 때 알게 되겠지요. 이 책이 옳은지 틀렸는지를요. 이 책이 틀렸다는 걸 알려주도록 합시다. - P62

이대로 저들의 페이스대로 끌려가는 건 위험해요. - P107

자네가 모두를 컨트롤 해야하네. 알겠죠? - P107

침착하게 하나만 넣자!! - P113

※디나이: 마크맨에게 오는 패스를 저지할 수 있도록 서는 디펜스 - P119

무명이지만 진짜다...!! - P148

태웅 군의 플레이를 잘 보고... 훔칠 수 있는 건 전부 훔쳐야 하네. 그리고 태웅 군보다 3배 더 연습할 것.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고교시절 동안 절대 그를 따라잡을 수 없어요. - P151

볼을 빼앗아서 달린다. 그리고 링에 집어넣는다. - P187

‘이기면 충신, 지면 역적‘이란 말이 있지.... - P198

바스켓 인터페어(공격)
슛이든 패스튼 간에 볼이 최고점에 이른 후 떨어지기 시작하면 링보다 높은 위치에선 그 볼에 손댈 수 없다. 이런 규칙대로라면 앨리웁도 반칙이 되고 말지만 실전에선 묵인하는 실정이다. - P213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란 어떤 선수라고 생각하냐.... 아마 팀을 우리나라 최고로 이끄는 선수이겠지. 내가 그렇게 한다. 한 발자국도 물러설 생각은 없다. - P223

몸이 기억하고 있다. 몇 백만 개나 쏘아온 슛이다. - P225

몸의 감각을... 믿어라. - P234

지금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잖아요. - P269

저쪽은 저쪽이고, 우리는 우리다. - P276

이제부터 1점이라도 많이 넣는 쪽이 이기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번이라도 더 많은 공격 찬스를 만들고... 상대의 공격 찬스를 줄일 것. 리바운드를 제압하면 이길 수 있어요! - P278

무엇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해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무엇 때문에?! - P292

농구는 좋아하나? - P310

어쨌거나 즐겁게들 하고 있지. - P322

언젠가부터 난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게임 그 자체를 즐긴다는 걸.. 계속 잊고 있었던 것 같다... - P335

포기하기엔 아직 일러. 이기자. 이기는 쪽이 100배 즐거우니까 말야. - P335

100%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군요. 이럴 때 기적이라는 것이 일어나는 것이죠. 만약 우리 선수들이 이겼다고 방심하고 있다면.... - P337

이건 전국대회다!! 절대 방심해선 안 돼!! 한순간이라도 방심하지 마라!!!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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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에스테르라는 사람에 관한 얘기가 나왔었다. 그는 음악이론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자 음악에 굉장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런 신념을 가진 그는 비록 장님이긴 하지만 탁월한 음악적 감각을 활용하여 피아노 조율사로 일하는 프라흐베르거라는 사람이 하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그 말이 에스테르의 머릿속에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잔상으로 남아 그의 신념에 자꾸 균열을 일으키려고 하자, 그는 자신의 신념을 더 확고하게 붙잡기 위해 음악과 관련된 각종 이론과 수학, 철학 등의 학문들을 더 깊이있게 파고들면서 공부에 매진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음악에 대한 자기 신념의 밀도를 계속해서 키워나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독자인 나는 음악적인 배경지식이 전무하다 싶을 정도로 빈약하기에 본문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에 어쩔수없는 한계를 느꼈지만, 혹여나 음악이론에 대한 배경지식이 어느정도 있는 독자라면 본문에 나오는 내용들을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그는 피타고라스와 그의 수학적 수호신을, 그리스의 대가는 어떻게 자신을 존경하는 제자들에 둘러싸여 그 자신의 용어들로, 모두, 누른 현의 길이를 기초로 한 계산을 통해서 완전히 정신이 혹하는 흥미진진한 음악적 체계를 확립했는지 이해에 들어갔다. - P193

고대 연주가로서 음악적 경험과 기교 그리고 본능적인 기발한 재간을 통해 완전히 귀에 의존했던 아리스토제누스도 분명 순음들 사이의 보편적인 관계를 들었기 때문에, 그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과정은 유명한 올림푸스 테트라코드(4현금)에 그의 악기의 배음 음계들을 조율하기만 하면 된다고 믿었던 그의 탁월한 식견에 전적으로 감탄했다. - P193

다른 말로 ‘세상의 통합에 깔린 원칙을 탐구하는 철학자이자 화성적 표현의 충성스러운 하인‘은 완전히 변별되는 괴팍한 전제들로부터,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결론을 내린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놀라워하는 단계를 거쳐갔다. - P194

진동수의 비로 만드는 반음계는 대수함수로 증가하며 이런 반음의 1/100을 센트라고 한다. 평균율은 이렇게 복잡한 수식 대신 한 옥타브를 간단히 1200등분해 사용하여, 완전5도는 700센트이며 순정5도(C-G)는 702센트가 된다. 비율에 따른 음정은 이명동음의 경우 실제로 음정이 달라지는데 이 차이를 콤마comma, 혹은 피타고라스 콤마라고 한다. - P193

아리스토제누스 :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 철학, 음악가, 《하모니의 요소들(화음원론)》(BC330경)저자. - P193

*프란시스코 데 살리나스(1513~1590). 스페인 부르고스 태생 맹인 오르간주자, 작곡가, 음악이론가이며 평균율 이전 르네상스 시대 중전음율·평균전음율meantone system을 처음으로 창안한 사람 중 한 명이다. - P194

**프레토리우스는 현대에 근사한 중전음율 방법을 제시, 맥놀이 현상에 대해 처음 언급했다. 스테빈은 평균율의 음정간격 2^1/12의 값의 근사치를 계산했으며, 수학자이자 철학자 메르센은 로그함수를 이용해 수학적으로 계산했다. - P194

*** 안드레아스 베르크마이스터(1645-1706). 독일 오르간주자, 음악이론가, 바로크시대 작곡가. 이론서 및 작곡을 통해 순환적 평균율 이론을 완성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이 장의 주요 내용은 그에 따른 역사적 과정을 따라가고 있다. 그 외 후기작 《Harmonologia Musica》 (1702) 라는 교육서가 유명하며, 단순 대위법 및 ‘전위대위법‘을 포함한 여러 바로크시대 음악 작법을 다루었다. 전위대위법에서 잊힌 이론을 환기하고, 배제되는 방법을 활용하고, 또한 독자적인 간단한 작법론을 소개하기도 한다. 차후 소설의 이야기 진행에 이런 전위대위법 원리들을 엿볼 수 있다. - P194

*** 천상의 음악musica universalis 혹은 천계의 교향악은 고전 철학에서 천체의 움직임을 음악처럼 비율적으로 보는 개념이다. 수학적, 종교적 개념으로 나타난다고 믿었으며 피타고라스는 천체가 하모니의 비율에 따라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 독특하고 오묘한 소리를 낸다고 생각했다. - P195

그는 자신이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각하게 철학적인 중요 사안들‘을 다루고 있음을 잠깐이라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욱 깊이 고심하고 나자, 자신이 ‘프라흐베르거가 순정 5도를 살짝 하향 조정하는 일‘에서 출발해 열정적인 조사를 거쳐 음조를 파고드는 중에 피할 수 없는 믿음의 위기에 도달했음을 깨달았다. 그는 절대적이고 명백한 권위를 지닌 천재의 작품들이 모두 속한 화성의 체계가, 그가 환상을 품고 있다고 비난받을 일 없던, 지금까지 흔들리지 않는 확신에 기초했던 화성의 체계가 과연 존재는 하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 P197

세상은 에스테르가 확단한 대로, 단순히 ‘무관심한 권력과 온통 씁쓸한 수많은 사건의 전환‘으로 이뤄져 있었다. 세상의 다양한 관심사는 양립할 수 없고 땡땡, 꽥꽥, 까악까악 시끄러운 소리들로, 불협화음의 굴절된 분투의 소리에 지나지 않는 소음, 모두들 오직 깨닫기만 하다면 저기 세상에 떡 버티고 있는 소음들로 역시 꽉 차 있었다. - P198

믿음이란, 여기서 에스테르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절실히 되새기며,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일들이 모두 실제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믿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며, 같은 방식으로 음악은 자신의 더 좋은 부분의 발화나 더 밝은 세상에 대한 모종의 개념이 아니라 손쓸 수 없는 불치의 자아와 안타까운 상태의 세상을 덮고 위장하는 일이었다. 아니다. 그저 위장하는 일이 아니라 그런 사실에 대한 완벽하고도, 뒤틀린 부정이었다. 작동하지 않는 치료이며, 신경만 무디게 하는 독주였다. - P199

우리 시대보다 더 운이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니, 그런 식으로 그는 그 시대를 묵살했다. - P199

그는 그에게 음악적 음향, ‘인식 음계‘에 관한 특기할 만한 장벽과 한계에 관해서도 가르쳤다. 즉 멜로디는ㅡ정확하게 일곱 음질의 각기 다른 분산 때문에ㅡ옥타브의 아무 음에서 마구잡이로 진행하며 연주할 수 없는 이유가 ‘음계가 우리가 좋을 대로 오르락내리락하며, 신들과의 회합을 즐기는 규칙적인 사원의 계단‘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깨우쳐줬다. - P202

‘테스테스 비스 마이오르‘ : testes vis maior‘에서 ‘vis maior‘는 보통 ‘신의 섭리‘라는 숨은 뜻이 있으며 법률적으로 ‘불가항력‘에 해당한다. ‘testes‘는 ‘testis(고환)‘와 ‘teste(증인)‘ 둘 다에 해당하는 복수형으로, ‘불가항력의 증인들‘로도 ‘불가항력의 고환들(남자들)‘이란 뜻으로도 읽힐 수 있다. - P205

기왕에 최소한의 저항의 몸부림도 없이 협박에 항복할 거면 더 이상 길게 두고 생각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과단성이 집을 나갈 준비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 P206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정신을 집중하자 마음먹고, - P206

될 대로 되라지, - P214

얼빠진 교수가 잃어버린 안경을 자신의 코끝에서 찾더라는 속담 - P214

의심받지 않은 근접성이 문제였다. 그가 이를 무시한 것은 만질 수 있고, 실제로 모든 곳으로 걸어 다닐 수 있기 때문이었다. - P214

푼다멘툼(근본) - P217

몸부림쳐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 P223

그랑기뇰 : 공포와 선정성을 강조한 단막극 - P223

부정해봤자 무슨 소용이랴, - P226

설명하려는 조급함에 서로들 말을 계속 자르며 방해했다. - P231

설상가상으로 이 서커스라는 게 질서를 재건하려는 우리의 마지막 희미한 희망을 깨부수며 들어왔다, 끔찍하게 거대한 고래를 선보이는 서커스인데 선의에서 우러나 도시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으니 이를 무르려고 해도 지금은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 P231

이제껏 본 것 중 가장 무시무시한 최고 구경거리라고 말들 하지만 어느 순간에 밤이 내려 평화로운 지역민들을 공격할 때만 기다리고 있는 불특정 폭도의 단순한 핑계로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어느 순간 고래는 이 일과 아무 상관이 없어 보였다가, 다음 순간에 이 모든 소동의 원인이라고 했고, 약탈과 노략질로 바쁜 ‘수상한 도둑떼‘가 동시에 광장에 움직이지 않고 서 있다고 주장했다. - P232

정말 단호한 사명감이란 항복을 모르는 법이라고, - P233

모든 것은 값이 따릅니다. - P267

모든 것은 개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믿습니다. 따로따로. - P268

몰락으로 모든 건설이 이뤄져요. 거짓말과 착각은 얼음 속의 공기방울과 같습니다. 건설하는 중에는 모든 것이 어중간한 반으로 끝나지만, 몰락에는 모든 것이 이미 완전히 전체입니다. - P268

헝가리식 사우어크림 Tejfol. 헝가리에서 샐러드, 소스, 스튜, 고기 요리 등 많은 음식의 재료로 쓰인다. - P269

우리가 너무 서둘러 행동하는 건 아닌지, 한 가지 영 께름칙한 게 우리가 어쩌면ㅡ말 꺼내기 거시기 하지만ㅡ후퇴 나팔을 너무 일찍, 너무 갑자기 붙지 않았나 하는 거야...!‘ - P277

‘망치가 못대가리로 왔다 갔다 하는 데는 원호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야...‘ - P301

실로 지금까지 실패로 돌이켜보면 기구의 희망 경로에만 오롯이 눈을 박고 있는 일은, 일을 그르칠 확률을 공고히 하는 최상의 방법이 분명했다. - P302

망치의 궤적을 조종하는 일은ㅡ지금까지 과소평가된 이 작업은 결코 사소하지 않아, 사고방식의 운명적인 전환에 맞먹는지라ㅡ깔끔히 다듬은 자신의 경구로 덧붙이자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혼자 몽상만 하거나 혹은 아직 생성되지 않은 무언가의 경로를 일찍이 결정하는 일과 같다‘는 의미 - P302

이 순간에 무언가 그에게 이런 문제에 더 많은 힘을 쏟는다면 분명 일을 제대로 할 것이라고 속삭였다. - P302

그는 좀 더 견고한 일, 손 앞에 놓인 일로 마음을 돌렸다. - P302

지금까지 그의 실패 이유들은 ‘틀림없이 알맹이의 부족보다는 방법의 부재에 기인한 과실‘들 탓이라 딱 짚어내고 그는 원호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버릴 필요는없다고 판단했다. - P302

‘중요한 건 이거야.‘ 그는 다시 생각을 고쳐먹었다. ‘어디에 망치를 부딪치느냐... 즉... 망치질하고 싶은 대상이 무엇이냐는 거지.‘ 이런 생각은 매력적이었다. ‘중요한 건 사실 오직 그거 하나야.‘ 그리고 마침내 맞는 답을 찾아낸 줄을 본능적으로 아는 사람처럼, 댕돌같은 기세의 시선으로 뚫어져라 목표물을 노려봤다. 그리고 확신에 가득 차, 그의 손을 들어올렸다. 겨냥은 정확했고 게다가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고 만족스럽게 끄덕였다. - P303

적절한 조절 주도권을 확보했다고, 다들 편이라도 드는지 모든 다른 관련 동작이 한꺼번에 발전했다. 기구를 쥐는 방식이 상당히 잘못되었음을 깨달았고, 손잡이 끝부분을 잡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깨달았고, 이제 한번 칠때 얼마만큼 힘을 쏟아야 하는지, 최대 효과를 위해 어느 거리부터 내리쳐야 하는지 알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비옥한 결실의 순간에 못을 엄지손가락으로 아래로부터 받치고 있다면 그가 망치 뒤에 그의 온몸 무게를 실을 필요가 없음을 대오 각성했다. 쥐는 법과 움직임을 이런 식으로 조절하니 마지막 두 널판은 번개 같은 속도로 고정한 일도 놀랍지 않았다. - P304

‘신선한 성취감의 즐거움‘ - P304

잡아먹을 듯이 눈을 부라리며 노리는 일이 오히려 일만 망쳐 놓치기 일쑤거나, 아니면 적어도 우스운 꼴만 더하더란 것 - P305

정신없이 서둘던 일의 다양한 단계를 떠올려봤고 그때에도 일반적인 마음상태의 당연한 결과로, 그는 어떤 최종적인 해결이 완전히 그 문제를 이성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라는 떠오른 의심을, 어떤 것으로도 떨쳐버릴 수 없었다. - P305

‘방법을 찾는 일의 실행에서 잘못된 점은 없어. 잘못된 방법을 밝히고 이후 적절한 변형을 찾는 일이 ‘호사스럽고 번드르르한 논리‘에는 전혀, 하나도 신세를 지지 않았다고 오히려 모든 것은 즉흥에, 늘 새로운 탐구적인 동작의 시동에 빚지고 있다고, 그건 몰랐던 거지. 그랬던 거야. - P306

예를 들어 못에 망치질하는 일처럼, 해결법을 찾는 데 성공한 일을 우리들이 장악하고 있는 무언가 ‘굉장한‘ 생각 혹은 특별히 ‘탁월한‘ 통찰력 덕분으로 돌리는 믿음이 자라난다.
하지만 아니 그 과정을 장악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었다. 과정이 우리를 장악했다. 우리가 이를 장악한다는 겉모습 뒤의 이런 과정은 적어도 우리의 머리가, 야심 찬 생각들로 가득 찬 우리의 머리가 얌전히 인지와 평가의 의무들을 충족하는 동안에는 아닌 척 딴전을 피우며 의심을 끌지 않는다. 나머지로 말하자면 나머지는 머리의 사고 범위 내에 놓여 있지 않았다. - P307

그에게 수백만 개 사물들이 영원히 변하며 쉼 없이 들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끼리 끝도 시작도 없는 간결한 대화를 하며, 각각 수백만의 사건이 일고, 각각 수백만의 관계를 맺어, 따로 수백만이지만 균일한, 그래서 다른 모든것과의 단일의 한결같은 관계를, 그들 사이에 드잡이 같은관계를 이루고, 그 존재 때문에 저항을 하고, 또 본디 모습으로 지탱하려고 그 저항을 이겨낸다. - P308

처음으로 그가 항복을 한 힘을, 그가 흡수되고 있는 이 같은 현상을 이해했다. 그 순간에, 그는 이 모든 일 뒤의 원동력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압박은 존재의 운동량 구실을 하고, 운동량이 충동을 불러들이고, 다시 충동은 참여에 길을 터주고, 이와 같이 규정된 관계 속에서 공격적인 참여가일어나고, 이 지점에 이르면 우리 자신의 존재 자체가 미리내정된 탐구적인 반사들 일습一襲을 통해 뭐든 우호적인 것을 고르려고 애쓴다. 그러니 성취는 그런 관계가 진짜로 존재하는가에 의존할 것이다. - P308

당연한 수순으로 이렇게 성공적으로 서로 접해 이동하는 일이, 비인간적인 단순한 실재가, 자신이 보기도 하고 그렇게 인지도 했듯이, 단연 되든 안 되든 운에 맡기는 일 같은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이는 인내에 의존하고, 고투를 벌이며 벅적거리는 정교한 우연에 의존한다는 생각이 불쑥 스쳤다. - P308

만약 시 자체의 바뀐 환경에서, ‘지성과 고상한 취향‘의 가치들에 기초한 그 자신의 존재를 아주 대놓고 무시하기로 택한다면, 선택 가능한 유일한 방책은 반대급부로 자신도 이를 무시하는 것이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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