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과연 어떤 내용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냥 첫 이미지만 보면 사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지는 몰라도 뭔가 고통스러운 게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어쨌든 일단 시작해본다.




"그러면 차라리 기다리면서 만나지 못하렵니다." _F.K. - P5

유리창에 갑자기 불분명한 물체가 보이더니 점차 사람의 꼴을 갖춰갔다. 처음엔 그게 누구의 얼굴인지, 놀란 두 눈을 볼 때까지는 알지 못했다. 이윽고 그가 알아본 것은 자신의 초췌한 면상이었고, 순간 놀라고 당황한 것은 비가 창유리 위의 얼굴을 지워내듯이 세월이 그에게도 똑같은 일을 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서였다. 그 모습엔 무언가 엄청나고 낯선 궁핍이 어려 있었다. 수치와 자부심 그리고 두려움이 겹겹이 층을 이루며 그에게로 다가들었다. - P27

"이제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는 걸 보게 될 거야." - P35

아, 그리고 남편 말이, 돈은 훔쳐가려면 맘대로 하래요. 그런 건 우리한테 아무것도 아니래요. 그렇게 말했어요. 남편 말이 옳지요. 숨어 다니고 시치미 떼고 밤잠도 못 자고... 우린 그러고 싶지 않거든요. - P38

"짜증 내지 말라고. 보란 듯이 잘살 수 있게 될 테니까! 홍청망청 마음껏 즐기며 살 거야!" - P38

어지러운 생각들이 몇 분 동안 소용돌이치다가 허약하고 고통스러울 정도로 쓸모없는 문장들이 만들어져 나온다. 그것은 급조된 다리처럼 세 걸음만 걸으면 부서지는 소리가 나고 그다음 내딛는 마지막 발걸음에 와장창 무너지는 것이어서, 결국에는 지난밤 관인이 찍힌 소환장을 처음 받았을 때 빠져들었던 소용돌이 속으로 거듭해서 휘말려 들고 마는 것이다. - P42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잖아." - P46

"지나간 일은 잊어주기로 하지. 단, 당신들이 미래에 관한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말이야." - P56

"저희에게도 권리란 게 있습니다" - P57

"어떤 법이냐고?" 대위의 얼굴이 음울하게 변한다. "강한 자의 법이지."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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