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 지금 당장 떠나, 생각하지 않고 즉시 떠나, 그리고 돌아보지 마, 그저 미리 결정된 행로를 따라가, 시선을 앞으로만 고정하고, 물론 제대로 된 방향에 고정하고, 그렇게 고통스러울 정도로는 어려워 보이지 않는 선택, - P12
오른쪽으로 갈 수 있지, 그러면 실수하지 않으리라, 왼쪽으로도 갈 수 있지, 그런들 실수가 되지 않으리라, 서로 180도로 반대인 양쪽 방향 모두, 우리 내면에 있는 이 실용적 감각에 따르면 완벽하리만큼 좋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으므로, 그리고 여기에는 아주 좋은 이유가 있는데, 완전히 180도 정반대인 두 방향을 가리키는 이 실용적 지식은 욕망에 의해 판가름되는 프레임워크 안에서 작동하니까, 다시 말해, "오른쪽으로 가라"는 "왼쪽으로 가라"와 다름없는 말, 이런 두 가지 방향 모두, 우리의 욕망이라는 관점에서는 가장 먼 곳, 여기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을 가리키기 때문에, 그러니까 어느 방향으로 가든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은, 더는 실용적 지식, 감각 혹은 능력이 아니라, 욕망, 그저 욕망으로만 결정되어, 현재 위치로부터 가장 먼 곳으로 가고 싶다는 것뿐만아니라, 가장 위대한 약속의 땅, 평온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싶다는 갈망, 확실히 평온이 가장 주된 요소일 것, 이것이야말로 한 사람이 그렇게 욕망하는 거리 속에서 찾으려 하는 것일 테니, - P14
그의 현재 상황을 떠올릴 때마다, 시작점을 떠올릴 때마다 그를 사로잡는 억압적이고, 고통스러우며, 광기 어린 소요로부터 벗어나는 평온, 그가 지금 있는 곳은 무한히 낯선 땅이며, 그는 그곳에서부터 떠나야 하니, 여기의 모든 것은 참기 어렵고, 차갑고, 슬프며 황량하고, 치명적이기에, - P14
사람들은 그가 정말로는 빙빙 돌고 있을 뿐이라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시계의 분침처럼 지구를 돌고 있을 뿐임을, - P16
그는 시곗바늘과는 달라서 아무것도 가리키지 못했기에, 그는 아무것도 의미할 수 없었기에, 그리고 이 세계를 가장 성가시게 했던 것은, 그 무엇이 과연 세계를 성가시게 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이 사람이 가치 없다는 것일 테니, 그는 그저 지나갈 뿐이고 이 세계에 아무런 가치도 없었으므로, 그가 이 세계를 돌아다니는 때가 오자, 사실상 아무도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으며, 그는 사라져버렸으니, 물질 수준에서 실질적으로 증발해버렸으니, 세계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는 무無가 되어버렸으니, 즉 사람들은 그를 잊어버렸으니, 물론 그것이 그가 현실에서 부재한다는 뜻은 아닌데, 그는 여전히 거기에 남아 있었기에, 그는 지치지도 않고 미국과 아시아 사이, 아프리카와 유럽 사이를 다녔기에, 그저 그와 세계 사이의 연결이 깨져버렸을 뿐이고, 그는 이런 식으로 잊히고 보이지 않게 되었으며, 이와 함께 그는 영원히 고독하게 남았고, - P17
수백 년 동안이나 지속된 것만 같았던 그의 헤맴의 여정 속에서, 영원히 떨구었던 고개를 들기만 했더라면, 딱 한 번만이라도 그랬더라면, 그는 자신이 여전히 거기 서 있었다는 것을 보았을 텐데, - P19
그가 여기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은 뭐가 되었든 없으니, 그는 시간이 끝날 때까지 거기 서 있어야 하기에, 그의 손발이 동시에 옳은 두 방향에 묶여 있기에, 그는 거기 시간이 끝나는 바로 그때까지 서 있어야 하니, 그곳이 그의 집이기에, 그곳이 정확히 그가 태어난 곳이기에, 그리고 거기가 언젠가 그가 죽어야 할 곳이기에, 거기 집에서, 모든 것이 차갑고 슬픈 곳에서. - P20
모든 것은 확실히 서쪽부터 동쪽으로 움직여가기에, - P22
세계의 움직임에 반하는 것은 정확히 최악의 선택임을 깨달아버렸는데, - P22
내가 처음부터 맞게 생각한 대로 지구는 관념이기 때문, 그리고 지금 나는 그 관념보다 더 빨리 움직이고 싶어지고, 그걸 뒤에 두고 떠나기를 바라고, 그것이 별안간 나의 목표가 되고, - P25
거대한 거시적 전체성 속에 있는 작은 미시적 전체성, 어느 경우라도 나는 지구의 속도에 나의 속력을 더하기만 하면 되어서, 나는 그렇게, 되도록 빨리 뛰었고, 밤에서 새벽으로 변하는 거대한 하늘 아래서 발을 쿵쿵 내딛는데, 머릿속에는 모든 것이 원래 되어야 할 그대로 되었다는 감각 외에는 아무것도 없고, 나는 그저 내 몫의 속도를 지구의 몫에, 내 속도를 지구의 속도에 기여한다는 생각뿐, - P26
내가 맞는 방향으로 계속 간다면, 내가 그저 움직이기만 한다면, 그저 신선한 새벽 공기를 뚫고 계속 걸어간다면, 나는 마음먹은 일을 성취할 수 있으리라, - P27
우리는 외부의 도움 없이 자기 뜻대로 모든 것에 도박을 걸어 날려버렸다는 사실을 잊고 싶어 한다. 외부의 힘이나 운명을, 혹은 저 멀리에 있는 악의 어린 영향을 비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고 싶어 한다. - P29
신들과 이상을 다 쫓아버리고 죽였다. 잊고 싶다. 품위를 끌어모아 씁쓸한 패배를 받아들일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지옥의 담배와 지옥의 알코올이 그나마 있던 특성을 야금야금 갉아먹었기 때문에, 사실 담배와 싸구려 술은 이전에 형이상학적이었던 여행자들이 천상의 영역을 향해 품었던 동경의 잔해일 뿐이기 때문이다. 갈망이 남긴 유독한 담배 연기, 광기 어린 집착을 담아 사람 미치게 하는 묘약에서 남은 구역질 나는 술. - P30
역사는 끝나지 않았고, 그 무엇도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더 이상 무엇이 끝나버렸는지를 생각하면서 스스로 속일 수는 없게 되었다. 그저 어떻게든 유지해나가면서 계속할 뿐이다. 무언가는 계속되고, 무언가는 살아남는다. - P30
어쨌든 아무리 원한다 해도, 우리는 우리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못한다. 오직 역사에 대해서만, 인간 조건에 대해서만, 본질상 오로지 기분 좋게 자극하는 적절한 불변의 특성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 P31
바로 분야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게 세상이라는 주장. - P34
"사실, 그 둘이 서로에게 속해있다. 윤리는 삶의 대들보이고, 도덕적인 인간은 삶이라는 영역에 사는 진정한 시민이다." _토마스 만 - P39
토리노에서 니체가 일으킨 드라마는 도덕 법칙의 정신에 따라 살아간다는 건 전혀 명예를 누릴 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암시하는데, 나는 그 반대를 선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 저항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는 모르나, 그렇다고 해서 풀어낼 수 없는 끈으로 도덕에 묶어놓는 신비롭고 진정으로는 이름도 붙일 수 없는 힘으로부터 내가 자유롭다는 뜻은 아니다. 만약 그게 내가 한 일이라면, 내가 도덕에 저항해서 산다면, 나는 인류가 발달시킨 사회적 존재 안에서 내 길을 찾을 수 있었을 테고, 그리하여 니체의 표현대로, 그다지 불쌍해할 것도 없는, "사는 것과 불공정한 것은 하나이며 동일"한 삶을 살 수 있겠지만, 나는 몇 번이고 내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갈망의 한가운데에 떨어지고 마는 불가해한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 P40
내가 이 인간 세계의 일원인 이상, 나는 또한 뭐랄까, 알 수 없는 이유로 내가 더 위대한 전체라고 부르는 무언가의 일원이기도 하다. 정언명제를 논하는 칸트에게 경의를 표하는 표현으로 말하자면, 이 커다란 전체는 내 안에 이것과 정확히 이런 명령을 심어놓았다. 자유의 우울한 권한에는 법을 깰 자유도 따라온다. - P40
나는 새로운 언어가 없이는 이 새로운 시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 P47
완전한 어둠이 방 안을 채울 때, 오직 한 가지만이 완전히 확실해졌으니, 그것이 풀려나버렸다는 것, 그것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 그것이 벌써 여기에 있다는 것. - P49
하지만 이 고래야말로 다른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는지도 모르죠. 사실상, 고래 그 자체가 다른 무언가의 대체품일 수 있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이 거대한 시체는 전달자인 동시에 전갈 그 자체일 수 있었죠....... - P56
사실상 이 고래가 숨기고 있는 건 1960년대와 1970년대의 깊은 지옥에서부터 이 시장 광장으로 돌아온 것이라는 걸 알았다고 합니다. - P58
사실 우리 목을 조이는 건 분개심이 아니라 지루함, 그리고 그런 거짓말의 추잡한 수준입니다. - P58
‘근본적인 것‘을 향한 길이 우울을 통과할 수 있다 - P63
폰스 에트 오리고(fons et origo, 근원과 기원) - P63
처음 시작했을 때는 자기 관심의 목표를 이 세계의 본질로 삼았다고 할 수 있죠. 그 세계는ㅡ후에도 여전히 믿었듯이ㅡ천사와 악마가 함께 사는 곳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처음 이런 본질을 향해 손짓할 때, 처음으로 그런 의도가 일 때, 우울이 즉시 영혼을 사로잡습니다.…… - P65
우울이란 한편으로는 볼 수 없게 방해하는 궁극의 장애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후의 땅거미 속에서 갈망하여 기다렸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것말고도 또 뭐가 있을지 누가 압니까? 모두 서로 번갈아가며 쌓여 있는 것이지요. - P66
그리고 어쨌든, 정말로, 태양 아래 새로운 게 하나도 없는 때, 내가 무슨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 P67
결국 제가 지금 이야기하는, 그리고 정리를 위해 다시 요점을 요약하려고 하는 이 우울은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것입니다. 그건 삶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고, 세 가지 근원으로부터 삶을 망가뜨릴 수 있지요. - P67
맨 처음, 그리고 절대 소진되지 않는 근원은 자기 연민입니다, 아이들의 동요에서조차도 "구린내 난다"라고 해버릴 그런 유의 연민이 아니라, 딱히 적절한 이유가 없이도 자기 자신을 연민하는 데서 일어나는 유의 것이죠. - P67
아무도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상태도 괜찮죠, 고요 속에 앉아 있을 뿐입니다. 비 내린 후 적적한 공원에 홀로, 해외의 아늑한 방에, 새벽이나 어둠이 내리기 전, 이런 연민이 기습해서 가장 무례한 방식으로 놀라게 하고 먹어치우며 필연적인 것이 됩니다. 바로 이때야말로 그를 이해하지 않고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때니까요. - P68
두 번째 근원은 음악에서 단음계로의 변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 어디서든 이런 순간을 느낄 때마다, 어떤 악곡에서 장조가 단조로, 가령 A장조에서 C단조로 바뀔 때면, 음악이 즉시 내 심장을 가르고, 마치 그게 나를 특별히 골라서 일어난 것처럼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고통 어린 기쁨에 사로잡힌 듯 얼굴은 찌푸려 일그러지죠, 한마디로 나는 우울에 풍덩 뛰어들고, 거기 앉아 들으며 생각하게 됩니다, 아, 아름답구나, 그것이 오로지 우울일 뿐인데도요. - P68
하지만 가장 지속적이고 가장 심오한 우울은 사랑에서 솟아난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항목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그 주제를 상세히 부연한다면 크게 놀라운 일이 뒤따를 리없기 때문이죠. - P68
위험을 법의 작동 과정에 도입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향한 일종의 공격을 개시하기로 결정하는 것이죠. 그 공격이 아무리 가벼운 것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 P78
오늘에서야 제가 어디서 실수를 했는지 똑똑히 볼 수 있습니다만, 이 실수를 똑똑히 본다는 것이 물론 그 실수를 되돌릴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는 아니지요. - P82
무제한의 권력이란 이 무제한의 권력이 즉각적이고 절대적인 효과를 내야만 한다는 뜻입니다. 그 천민은 사회가 보장한 최소한의 보호, 권리, 자원까지 박탈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무제한의 권력은 부랑자가 경찰을 무시하고 고통스럽게 찡그린 얼굴로 방뇨를 이어가면서 갑자기 모든 효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 부랑자가 이 수심에 찬 얼굴을, 약간이지만 확실히 우리 쪽으로 돌리는 한편, 경관은 이 모욕적인 무대에서 무시당한 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어쩔수 없이 자신의 무제한적인 권력이 어떻게 단순한 무력감으로 변해버렸는지 깨달을 수밖에 없었지요. - P89
그러나 추적에도 불구하고, 또 도주에도 불구하고, 경찰관은 10미터의 간격을 건널 수가 없었죠. 그10미터는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아니, 이렇게 되었다는 편이 더 맞겠죠. 경관이 마침내 그 부랑자를 체포하려는 순간, 거의 동시에 도착한 열차가 포효를 내지르며 역으로 들어와서 허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내 눈에는 그 10미터는 극복불가능함을 증명한 것만 같았습니다. 단순한 경찰 용어로 말하자면, 제 눈이 이 추적과 이 도주에서 본 것은 선은 절대로 악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선과 악의 간극으로 거기에는 그 어떤 희망도 없으니까요. 저의 마음을 깊이 흔든 건 이 점이었습니다. 슬금슬금 도망가며 몸을 떠는 부랑자도 아니고, 바람처럼 민첩하게 축지법을 쓰며 날아간 경찰도 아니었지요. - P91
본질적인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는 저는 보통 잠깐 뜸을 들이며 되도록 오래 미루는 습관이 있습니다. 하지만지금 이 순간에는 다음과 같은 선언이 몹시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시간 끌어봤자 아무 소용 없다고. - P91
악은 존재한다. 그리고 슬픈 말이지만 선은 절대로 그것을 따라잡지 못한다. - P91
반란이란 늘 전면적이지, 갑자기 맑은 정신이 퍼뜩 들면서 저는 불 밝힌 역 뒤에 또 다른 역이 스쳐 날아가는 광경을 빤히 보다 내 앞에서 바로 그 부랑자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해하게 되었죠. 그에게는 그저 거울과 플랫폼의 1.5미터가 금지되었던 곳이 아니라, 그의 금지 구역은 전체 플랫폼, 계단, 거리, 건물, 지상과 지하에 있는 것, 그 모든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 P93
떠나는 사람은 청중을 필요로 하지 않죠, 혹은 이 청중은 떠나는 사람을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이제는 같이 나눌 게 더 없으니까요. - P96
저는 여러분이 제게 원하는 것엔 관심이 없습니다. 여러분의 의도에는 관심이 없고, 여러분이 무엇에 작별을 고하는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별사에 대한 우리의 상대적인 해석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간극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할뿐더러, 우리의 고별사의 내용도 절대 동일하지 않을 테니까요. 힘주어 말하건대, 여러분이 이 사실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 P97
여러분은 세계의 예측성, 즉 다른 말로 하면 여러분 자신의 안전에 관해 무척이나 신경을 쓰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제게는 별 접점없는 관심사일 뿐입니다. 반면, 제가 신경을 쓰는 건 제가 다시 세계로 나갈 수 있게 되는 단계의 순서입니다. 제 말을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여기서 말하는 세계는 실로 확실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말을 논박하려는 것이 아니고, 저도 견디는 건 마찬가지니까요, 하지만 신사 여러분이 이 우주에서 안전의 부재를 통탄하는 동안, 저는 인간 세계에서 아름다운 의미의 부재를 통탄합니다. - P100
우리가 환멸로써 우리의 차이를 측정할 수 있는 것만큼이나 여러분의 환멸은 소위 우주를 구성하지만, 저의 환멸은 소위 인류라는 것에 한정되어 있죠. 이 말의 뜻이 무엇인가 하면, 여러분은 사실 우주로 들어가는 열쇠를 발견하지 못해 실망하지만, 이 우주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죠. 반면 저는 우주를 여는 열쇠가 평범한 매춘이라는 걸 깨달은 이래로 인간 지성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났습니다. 그 밖에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기에,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채로 남아버렸죠. - P100
지금 지성인이 한 주제를 선택하는 관습적인 과정은 이전의 경험과 뒤따른 재앙적 트라우마가 지나간 자리를 뒤따르며, 인간 우주에 관한 체념을 넘어선 그 인간 지성체가 단조로운 절망감의 수렁에 빠진 이 세계에 물려버린 나머지, 그를 초월해서는 마침내 뒤로하고 떠나면서 이 특별한 주제를 불가해할 정도로 위엄 있는 태도로 규명해내는 것입니다. 해독 불가능하고 신비로운 장엄함, 즉 우주에 있는, 아니, 우주의 신성에 있는 속성이죠. - P101
여기서부터ㅡ이런 말을 해서 안타깝지만, 예언적으로 덧붙일 수밖에 없네요ㅡ그 지성체는 번영할 수가 없습니다. 그의 흥미가 자기 자신을 넘어설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흥미를 보이는 주체로서 이 지성체는 영원히 자기 자신이 지키는 죄수로 갇혀 있게 됩니다. 그건 우주에서의 자신의 특별한 지위만큼도 우주에는 관심도 없어요. 자신이 선택받을 가능성에 대한 관심만큼도 우주의 신성에 관심이 없죠. 한마디로 이 주제는 신성하지만 후회스러울 만큼 성취할 수 없는 목표죠, 하지만 흥미를 보이는 주체의 순위나 가치와는 대조적으로, 이 주제의 위엄과 거기 보이는 높은 수준의 흥미는 계속 존재할 것이고, 영원히 존재하게 될 겁니다. - P101
즉, 무언가 이제 자신의 소유가 아님을 갑자기 깨닫게 되면, 그 무엇도 자기가 소유했던 적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는 거죠. - P109
제가 여러분께 거의 아무것도 약속드릴 수 없는 이유는 제가 약속을 할 만한 걸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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