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부에 나오는 이 책의 화자는 아내가 있는 어떤 남편이다. 지금 초반부만 몇 페이지 읽어봤는데, 뭔가 아내라는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뭐랄까, 다소 무미건조하고 어두침침하고 우울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결혼 생활을 하며 살아가던 어느 날 새벽 아내는 갑자기 냉장고에 있던 반찬통을 다 뒤집고 각종 고기나 생선 등이 들어간 반찬들을 바닥에 흩뿌려놓는다. 이를 발견한 남편이 놀라서 아내에게 왜 그랬냐고 묻자 아내는 ˝꿈을 꿨어˝라는 말만 되풀이하는데, 여기 자세한 꿈 내용까지 다 적을 순 없지만 읽어보면 정말 괴상한 꿈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 분위기가 참 묘하게 흘러간다.

아무튼 이 괴상한(?) 꿈을 꾼 이후로 아내는 남편에게 고기반찬이 일절 없는 채식만을 차려주게 된다. 소설 초반부에 이 책의 제목이 왜 ‘채식주의자‘ 인지를 머릿속에 또렷하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이후의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뭐 굳이 예상을 해보자면 이와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나오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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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지는 내용을 읽으면서 어느정도 예상됐던 에피소드들이지만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까지 채식을 하는 건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특별히 후반부로 갈수록 섬뜩해지는 장면들을 보면서 나같은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읽은 다른 분들의 후기가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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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읽다보니 채식주의자가 된 영혜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었다. 영혜의 언니가 화자가 되어 얘기하는 ‘나무 불꽃‘ 이라는 챕터를 읽다보면 정신병원에 있는 영혜를 만나러가는 영혜의 언니를 볼 수 있는데, 그녀가 영혜에 관해 하는 얘기 중에 어릴적 아버지로부터 손찌검을 유독 많이 당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온순하지만 고지식한 성격탓에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지 못했던 영혜는 다른 눈찌빠른 자식들과는 달리 아버지에게 맞으면서 성장해왔던 것이다.

이 부분을 보면서 어릴 때 형성되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가 그 아이의 성장에 정말로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소설 속에서는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영혜의 이상행동을 그나마 이해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이 세상을 살다보면 단순히 물리적 폭력만이 아니라, 언어 폭력 또는 기타 이유들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반복적으로 쌓이고 쌓여 트라우마가 되는 경우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다양한 인간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다보니 서로 간에 의견이 대립되거나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경우가 생기면 그런 관계들 속에서 안좋은 부산물들이 생겨날 수 있는데, 참으로 명확하게 해결하기 힘든 문제인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서로간에 존중이 있어야 이러한 문제가 안 생길거라고 생각하지만, 설령 내가 상대방을 존중했음에도 그 상대방이 내 의도와는 관계없이 계속 무례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이것은 지속하기 힘든 관계가 되어버리는 것이기에 이 경우 상대방을 먼저 존중한 쪽에서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살면서 상처 하나도 안받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식으로 되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가급적이면 서로 안 받아도 될 상처는 굳이 안 받는 게 가장 바람직한 것 아니겠는가 싶다. 그 상처의 크기가 크든 작든 관계없이 그것으로 인해 파생되는 안좋은 영향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주저리주저리 말이 길었는데 정말 좋은 사람 만나는 것도 복이라면 복인 듯하다.

내 얼굴이, 눈빛이.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분명 내 얼굴이었어. 아니야, 거꾸로, 수없이 봤던 얼굴 같은데, 내 얼굴이 아니었어. 설명할 수 없어.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생생하고 이상한, 끔찍하게 이상한 느낌을. - P21

"뭐야. 그래서, 그 꿈나부랭이 때문에 고기를 다 버렸다는 거야? 도대체 얼마어치를?" - P21

"냉장고에 그것들을 놔둘 수 없어. 참을 수가 없어." - P22

봄이 올 때까지 아내는 변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풀만 먹게 되긴 했지만 나는 더이상 불평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 철두철미하게 변하면 다른 한 사람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25

나는 알고 있었다. 아내가 여위는 건 채식 때문이 아니었다. 꿈 때문이었다. 아니, 사실상 그녀는 잠도 거의 자지 않았다. - P25

내가 들어가보지 못한, 알 길 없는, 알고 싶지 않은 꿈과 고통 속에서 그녀는 계속 야위어갔다. - P28

나는 모든 것이 의미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어떤 분노와 설득도 그녀를 움직일 수 없었다. 내 손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 P39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여위는거지. 이젠 더이상 둥글지도 않아. 왜지. 왜 나는 이렇게 말라가는 거지.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거지. - P51

손목은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아픈 건 가슴이야. 뭔가가 명치에 걸려 있어. 그게 뭔지 몰라. 언제나 그게 거기 멈춰 있어. 이젠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도 덩어리가 느껴져. 아무리 길게 숨을 내쉬어도 가슴이 시원하지 않아. - P72

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뭉쳐져, 거기 박혀 있어. 고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그 목숨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걸려 있는 거야. 틀림없어.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들만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거야. - P72

한번만, 단 한번만 크게 소리치고 싶어. 캄캄한 창밖으로 달려나가고 싶어. 그러면 이 덩어리가 몸 밖으로 뛰쳐나갈까. 그럴 수 있을까. - P72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쉬게 할 수 없어. - P72

한가지 사실만은 분명했다. 이런 일은 나에게 일어나선 안 되었다. - P73

결국은 자신이 그것을 실현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 P82

그가 꿈꾸는 것을, 대체 어떻게 다른 누군가가 대신 끄집어내줄 수 있겠는가. - P82

그는 오랫동안 해답을 찾아왔다. 어떻게 이 이미지로부터 달아날 수 있을 것인가를. 그러나 이것이 아니면 안 되었다. 이것만큼 강렬하고 매혹적인 어떤 이미지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이 아니라면 어떤 작업도 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전시와 영화, 공연 따위가 시시하게 느껴졌다. 오로지 이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 P87

그 이미지만 아니었다면 이 모든 조바심, 불편함, 불안, 고통스러운 의심과 자기검열을 겪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 P88

그것들을 다룰 수 있었을 때 그는 충분히 그것들을 미워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혹은, 충분히 그것들로부터 위협당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 P98

십여년 동안 자신이 해온 모든 작업이 조용히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것은 더이상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가 알았던, 혹은 안다고 믿었던 어떤 사람의 것이었다. - P99

부끄럽거나 당황해서가 아니라, 으레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해야 하니까, 라는 듯 담담한 태도였다. - P106

그제야 그는 그녀의 표정이 마치 수도승처럼 담담하다는 것을 알았다. 지나치게 담담해, 대체 얼마나 지독한 것들이 삭혀지거나 앙금으로 가라앉고 난 뒤의 표면인가, 하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하는 시선이었다. - P110

방법은 하나뿐인지도 모른다. 이 지옥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 욕망을 실현하는 것뿐인지도 모른다. - P112

드러내지 않을 뿐, M에게도 욕망이 있을 것이고 그에 따른 번민이 있을 것이다. - P116

무언가 근원을 건드리는, 계속해서 수십만 볼트의 전류에 감전되는 듯한 감동이었다. - P122

그녀는 놀라울 만큼 호기심이 없었고, 그 덕분에 어느 상황에서도 평정을 지킬 수 있는 것 같았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탐색도 없었으며, 당연할 법한 감정의 표현도 없었다. 그저 자신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녀의 내면에서는 아주 끔찍한 것,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어, 단지 그것과 일상을 병행한다는 것만으로 힘에 부친 것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일상에서는 호기심을 갖거나 탐색하거나 일일이 반응할 만한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은 건지도 몰랐다. 그런 짐작을 하게 되는 것은, 이따금 그녀의 눈이 단지 수동적이거나 백치스러운 담담함이 아니라 어떤 격렬함을, 동시에 그것을 자제하는 힘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P125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따뜻한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추운 병아리처럼 몸을 웅크린 채 자신의 발치를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그 자세는 연민을 불러일으키기보다,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할 만큼 단단한 고독을 음영처럼 드러내고 있었다. - P126

그는 자신이 어떤 경계에 와 있음을 알았다. 그러나 멈출 수 없었다. 아니, 멈추고 싶지 않았다. - P139

나는 어두웠다,라고 그는 느낄 때가 있었다. 그는 어두웠다. 어두운 곳에 그가 있었다. 그가 이즈음 경험하는 색채들이 부재했던 그 흑백의 세계는 아름다웠고 고즈넉했으나, 그로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 잠잠한 평화가 주는 행복을 그는 영원히 잃은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상실감 따위를 느낄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의 격렬한 세계가 주는 자극과 고통을 견디기에만도 그의 에너지는 벅찼다. - P147

"정말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고 싶었던 적이 없었어. 그 사람 몸에 뒤덮인 꽃이요...... 그게 날 못 견디게 했던 거야. 그것뿐이에요." - P158

그는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그것이 추억 때문인지, 우정때문인지, 아니면 이제 곧 그가 넘으려는 경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잘 알 수 없었다. - P165

"고기만 안 먹으면 그 얼굴들이 나타나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 P172

"그러니까...... 이제 알겠어요. 그게 내 뱃속 얼굴이라는 걸. 뱃속에서부터 올라온 얼굴이라는 걸." - P172

"이제 무섭지 않아요. ・・・・・・ 무서워하지 않을 거예요." - P172

폭우에 잠긴 숲은 포효를 참는 거대한 짐승 같다. - P182

언니, 내가 물구나무서 있는데, 내 몸에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 땅속으로 파고들었어. 끝없이, 끝없이...... 응,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 - P186

.....이제 괜찮아. 그녀는 낮게 중얼거렸는데, 그것이 아이를 달래려는 것이었는지, 자신을 위한 것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 P187

그냥 저런 걸 넣게 돼. 넣고 나면 마음이 편해져. - P191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는데, 그녀가 간절히 쉬게 해주고 싶었던 사람은 그가 아니라 그녀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열아홉살에 집을 떠난 뒤 누구의 힘도 빌지 않고 서울생활을 헤쳐나온 자신의 뒷모습을, 지친 그를 통해 그저 비춰보았던 것뿐 아닐까. - P193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그런 순간에, 이따금 그녀는 자신에게 묻는다.
언제부터 이 모든 일들이 시작되었을까. 아니, 무너지기 시작했을까. - P198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 P203

그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의사에게 표했던 재발에 대한 우려는 단지 표면적인 이유이며, 영혜를 가까이 둔다는 사실 자체가 불가능하게 느껴졌다는 것을. 그애가 상기시키는 모든 것을 견딜 수 없었다는 것을. 사실은, 그애를 은밀히 미워했다는 것을. 이 진창의 삶을 그녀에게 남겨두고 혼자서 경계 저편으로 건너간 동생의 정신을, 그 무책임을 용서할 수 없었다는 것을. - P208

입술을 단단히 다문 채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약한 마음 먹지 마. 어차피 네가 지고 갈 수 없는 짐이야. 아무도 너를 비난하지 않아. 이만큼 버티는 것도 잘하고 있는 거야. - P210

난 몰랐거든, 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게 됐어.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봐, 저거 봐, 놀랍지 않아? - P216

정말 금방이야. 조금만 기다려, 언니. - P224

동생의 굳은 어깨를 흔들고, 억지로 입을 벌리고 싶은 충동을 그녀는 억누른다. 고막이 찢어지게 영혜의 귀에 대고 고함을 지르고 싶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죽고 싶니. 정말 죽고 싶어? 자신의 안에서 뜨거운 거품처럼 끓어오르는 분노를 그녀는 망연히 들여다본다. - P226

사람들이, 자꾸만 먹으라고 해.....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여. 지난번에 먹구선 토했다구...... 어젠 먹자마자 잠자는 주사를 놨어. 언니, 나 그 주사 싫어, 정말 싫어…………… 내보내줘. 나, 여기 있기 싫어. - P228

.....언니도 똑같구나.
그게 무슨 소리야. 난……
아무도 날 이해 못해... 의사도, 간호사도, 다 똑같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약만 주고, 주사를 찌르는 거지. - P229

......왜, 죽으면 안 되는 거야? - P229

이제 그녀는 안다. 그때 맏딸로서 실천했던 자신의 성실함은 조숙함이 아니라 비겁함이었다는 것을. 다만 생존의 한 방식이었을 뿐임을. - P231

막을 수 없었을까. 영혜의 뼛속에 아무도 짐작 못할 것들이 스며드는 것을.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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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시에 나온 표현 또는 문장들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며 그 의미를 생각해보면 좋을 듯하다.

처음 밑줄친 문장은 무언가 소중한 것이 계속해서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 같은데, 예를 들어 우리가 크게 의식하지 않고 지나치기 쉬운 시간의 중요성 같은 게 떠올랐다. 이러한 생각은 지극히 독자인 나의 주관적인 해석이기에 읽는 사람이 처한 상황이나 배경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뒤이어서 밑줄친 부분에서는 무언가를 잊지 않으려는 듯한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내가 저자의 머릿속에 들어가보지 않았기에 정확히 무엇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무언가를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그 의지‘만큼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어서 ‘마크 로스코‘라는 인물이 갑자기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시집을 통해 처음 듣게 된 이름이라 생소하게 느껴졌다. 알라딘 검색창에 검색해보니 관련된 책이 몇 권 나왔고 예술가로 나름대로 이름을 남겼던 사람으로 보였다. 한강 작가님의 책을 통해 생각지도 못했던 한 예술가에 대한 호기심이 모락모락 피어나기 시작했다. 추후에 한 번 관련 책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시집에 나온 말처럼 ‘마크 로스코‘와 한강 작가님은 아무 관계가 없다. 한강 작가님이 태어나기 전에 이미 마크 로스코는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관계를 이어만들면 또 없던 관계가 생겨나기도 하는 것 같다. 마크 로스코가 사망한 날은 한강 작가님의 생일과 약 9달 정도가 차이난다. 이미 눈치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이 정도의 기간은 아이를 임신하기 시작해서 출산하는 데 걸리는 기간과 거의 비슷하다. 작가님은 이 점에 착안하여 시를 한 편 남겼는데, 이 시를 통해 전혀 연결점이 없을 것만 같던 관계라도 그럴싸한 스토리를 잘 만든다면 없던 관계도 있는 관계로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최근 이정모 저자의《찬란한 멸종》이라는 책을 함께 읽고 있는데, 그 책에서 생명이라는 것은 죽음과 탄생을 반복한다는 얘기를 읽은 기억이 났다. 갑자기 생뚱맞아 보일수도 있지만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마크 로스코가 사망한 뒤 지구 반대편에서 한강 작가님이 새롭게 이 세상에 태어나는 스토리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세상의 모든 삶과 죽음을 다 알 수야 없지만 지금도 이 세상 어딘가에선 어떤 생명이 죽기도 할 것이고 또 다른 곳에선 새 생명이 태어나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이 세상에서 생명이라는 건 끊임없이 죽음과 탄생을 반복한다는 속성이 있는데, 오늘 읽은 시를 통해 이 속성을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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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는 어떤 고난과 역경도 나를 파괴시키지 못한다는 화자의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표현이 나온다. 그냥 단순히 내가 적은 것 같은 딱딱한 문장보다는 시의 화자가 표현한 문장이 뭔가 의지의 강도가 굳세다는 것을 훨씬 더 잘 느끼게 해준다. 어쩌면 이런 게 시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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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밑줄친 문구들도 독자인 내가 한 줄 한 줄 곱씹어보며 읽어내려간 것들인데, 의미심장한 문구들을 보면서 시의 묘미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 P11

다시는
이제 다시는 - P13

희미해지려는 마음은
그러나 무엇도 희미하게 만들지 않고 - P14

마크 로스코와 나는 아무 관계가 없다 - P16

신기한 일이 아니라
쓸쓸한 일 - P17

죽음과 생명 사이,
벌어진 틈 같은 2월 - P17

이렇게 멎는다
기억이
예감이
나침반이
내가
나라는 것도 - P19

어둠과 빛
사이 - P20

어떤 소리도
광선도 닿지 않는
심해의 밤
천년 전에 폭발한
성운 곁의
오랜 저녁 - P20

어떤 마술도
비법도 없어요

단지 어떤 것도 날
다 파괴하지 못한 것뿐 - P23

어떤 지옥도
욕설과
무덤
저 더럽게 차가운
진눈깨비도, 칼날 같은
우박 조각들도
최후의 나를 짓부수지 못한 것뿐 - P23

언제나 나무는 내 곁에

하늘과

나를 이어주며 - P24

내가 바라보기 전에

나를 바라보고 - P25

나는 지금
피지 않아도 좋은 꽃봉오리거나
이미 꽃잎 진
꽃대궁
이렇게 한 계절 흘러가도 좋다 - P26

이렇게 한 계절
더 피 흘려도 좋다 - P27

아니,
나는 삼켜지지 않아. - P28

이 운명의 체스판을
오래 끌 거야,
해가 지고 밤이 검고
검어져 다시
푸르러질 때까지 - P28

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
알 수 없었어, 더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니 - P37

거리 한가운데에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
그렇게 다시 깨어났어. 내 가슴에서 생명은 - P37

이제부터 네 삶은 덤이라고 - P38

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
무엇에게도 - P42

어두워지기 전에
그 말을 들었다.

어두워질 거라고.
더 어두워질 거라고. - P43

(두려웠다.)
두렵지 않았다. - P43

(괜찮아, 이렇게 좀더 있자.) - P44

해부극장 : 16세기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해부학자 안드레아 베살리우스의 책. 수년간의 급진적 해부 연구 끝에 인간의 뼈와 장기, 근육 등 정교한 세부를 목판에 새겨 제작했다. 독특한 구도의 해골 그림들이 실려 있다. - P45

그걸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다.

견딜 수 없다, 내가 - P46

진심이야.

후회하고 있어.

이제는 아무것도 믿고 있지 않아. - P47

검푸른 뢴트겐 사진에 담긴 나는
그리 키가 크지 않은 해골 - P49

무심코 잊었어, 어쩌다 - P52

그 영혼의 주파수에 맞출
내 영혼이 부서졌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 - P56

그렇게 부서지고도
나는 살아 있고 - P56

(하지만 상관없어. 네가 찌르든 부숴뜨리든) - P63

유리창,
얼음의 종이를 통과해
조용한 저녁이 흘러든다 - P65

유리창,
침묵하는 얼음의 백지 - P65

입술을 열었다가 나는
단단한 밀봉을
배운다 - P66

나무들은 내가 지나간 것을 모를 것이다 지금 내가 그중 단 한 그루의 생김새도 떠올릴 수 없는 것처럼 그 잎사귀 한 장 몸 뒤집는 것 보지 못한 것처럼 - P69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밤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찾아온 것은 아침이었다 - P70

하지만 곧
너도 알게 되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억하는 일뿐이란 걸 - P73

저 번쩍이는 거대한 흐름과
시간과
成長,
집요하게 사라지고
새로 태어나는 것들 앞에
우리가 함께 있었다는 걸 - P73

괜찮아
아직 바다는 오지 않으니까
우리를 쓸어 가기 전까지
우린 이렇게 나란히 서 있을 테니까 - P74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 P76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 P76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 P77

집념도 오기도 투지도
어떤 치열함과 처연한
인내도
사나이를 서안으로 데려다주지 못한다 - P79

내가 가장 처절하게 인생과 육박전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헐떡이며 클린치한 것은 허깨비였다 허깨비도 구슬땀을 흘렸다 내 눈두덩에, 뱃가죽에 푸른 멍을 들였다 - P81

그러나 이제 처음 인생의 한 소맷자락과 잠시 악수했을 때, 그 악력만으로 내 손뼈는 바스러졌다 - P81

오늘은

목소리를 열지 않았습니다.

벽에 비친 희미한 빛

또는 그림자

그런 무엇이 되었다고 믿어져서요. - P84

죽는다는 건

마침내 사물이 되는 기막힌 일

그게 왜 고통인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 P84

잊지 않았다

내가 가진 모든 생생한 건
부스러질 것들 - P85

알고 있니. 모든 가혹함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가혹해.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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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참 별의 별 사람을 다 보게 된다. 물론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결코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내가 어떤 악의없이 한 말에도 무작정 목소리 톤을 높이며 성질을 내거나 혹은 짜증부터 내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런 사람들은 도대체 왜 저런 신경질적인 반응을 자꾸 보일까 생각해봤던 적이 있었는데 오늘 밑줄친 첫 문장에서 어느정도 그 답을 찾은 듯하다. 그들은 겉으로는 센 척하지만 그 내면은 그 누구보다도 단단하지 못한 거라는 저자의 말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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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본론에서 가장 먼저 나온 소제목은 바로 ‘무례한 사람을 이기는 확실한 방법‘ 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본문에 나온 스토리를 자세히 얘기할 순 없지만, 그냥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선 넘는 말을 하는 사람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핵심은 그 상황이 발생한 그 순간 바로 확실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선 넘는 말을 했던 상대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아예 없었던 일처럼 뭉개버리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위기를 마주해도 내면의 힘이 약한 사람은 금방 속내를 드러내 보이며 위태로운 감정을 숨길 수 없지만,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오히려 차분하고 이성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 P3

내면의 성장은 조그마한 소형선박이 보완에 보완을 거쳐 대형선박으로 거듭나는 것과 같습니다. - P3

풍랑에 이리저리 휩쓸리다 보면 배가 덜 흔들리게끔 보완해야 할 곳이 어딘지 하나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잔잔한 바다를 항해할 때는 전혀 몰랐던 자신의 약점들을 풍랑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사람은 위기를 겪으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됩니다. - P4

‘말‘이라는 속성은 글과 달라서 순식간에 공기 중으로 증발해 버리기 때문에 그 상황을 지나쳐버리면 증거조차 남지 않는다. 결국 남는 건 피해자의 분노와 상처뿐이다. - P13

무례한 사람을 대처하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팁은 ‘현행범으로 검거‘하는 거다. 상대가 무례한 말을 내뱉는 순간 곧장 대응사격을 해야 현행범으로 잡을 수 있다. - P13

"방금 한 말은 상당히 무례하신 것 같은데요?" - P14

화려한 언변이 없어도 이 한마디면 충분하다. 누가 봐도 무례한 상황에서 무례하다고 정의하는 거니 반론할 수도 없다. 만약 상대가 안하무인으로 "그게 뭐가 무례하냐."라고 나온다면 그냥 말없이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 된다. 백 마디 욕보다, 이렇게 단호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한다면 도리어 무례한 사람 입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누가 봐도 상대가 이상한 거고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 된 거니까. 이렇게 상대의 이미지가 실축된 현장에서 주변에 관중까지 있어 준다면 더 나이스한 완승이다. - P14

타이밍을 한번 놓치면 사과받기 더 어려워지고 한번 선을 넘어 봤는데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걸 보면 상대에게 이미 만만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다음번에도 타깃이 될 확률이 높다. - P15

무례한 상대가 어려운 상사라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까 봐 대응사격을 하지 못한다면 사태는 갈수록 점점 더 심각해진다.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은 이런 지속적인 괴롭힘에는 먹히지 않는 이야기다. - P15

만약 순간적인 대처능력과 말발이 없어 받아치는게 어렵다면 "방금 한 말은 상당히 무례하신 것 같은데요?" 같은 준비된 멘트 하나만 가슴속에 장전해 놓고 살자. 누구나 자기 자신을 지키는 공포탄 한 발 정도는 지니고 살아야 한다. - P15

무례한 사람들은 자기방어용 공포탄을 지닌 사람을 귀신같이 알아보고 피해 가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발 뻗을 수 있는 곳을 본능적으로 안다. - P16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신 있게 행동하면 친절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사람이 된다. - P34

누군가 나에게 선을 넘으려할 때 명확한 이유를 들어 거절한다면 상대방은 "이 사람은 결재 시스템을 거쳐야 되는구나"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게 된다. 그 뒤로는 신중하게 생각한 다음에 부탁을 하게 되고 부탁을 들어준다면 더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 P35

만약 지금 내 주변에 곤란한 부탁들을 자주 해오거나, 나의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무례한 사람들이 많다면 주변을 탓하기 전에 내가 나라는 존재에게 어떤 대접을 하고 있는지부터 체크해 봐야 한다. - P37

"내가 나라는 존재에게 어떤 대접을 하고 있는지 상대방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나에게 똑같이 행동한다" - P37

자신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이미지가 캐릭터화되면 엄청난 혜택이 따라온다. - P43

이왕 가기로 마음먹은 거 확실하게 놀았다. - P47

나는 그들의 험담에 동조하는 대신 침묵을 택했고 험담이 내뿜는 부정적인 파동 에너지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재빨리 한 귀로 흘려보냈다. - P49

사람들은 본인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지도 모른 채 미움과 증오를 쉽게 가슴에 품는다. 미움이라는 감정을 품는 건 뜨거운 불덩이를 삼키는 행위와도 같다. 미운 사람이 하는 모든 행동은 나를 거슬리게 하고 분노하게 만들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불덩이가 되어 내 속을 새까맣게 태운다. - P50

분노에 휩싸인 인간은 자기 스스로 자신을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 P50

철천지 원수가 아닌 이상, 미움이라는 감정을 엔간하면 품지 말자는 게 요즘 내 삶의 신조다. 원수를 위해서? 오로지 나를 위해서! - P51

내가 사는 현실세계에서 만나는 다양한 유형의 진상들을 캐릭터화하고 애정을 담아서 보다 보면 심지어 가끔은 귀여울 때도 있다. - P53

도통 자신의 속내를 보여 주지 않고 음흉한 사람은 입이 무거워 비밀을 비교적 잘 지켜 준다는 장점이 있고, 입이 가벼워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는 사람은 엄청난 정보를 종종 가져다줄 때가 있다. - P53

쪼잔하고 잘 삐치는 사람은 그만큼 감정선이 세심해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기분을 살피고 보듬을 줄 알고, 무심해서 내 기분은 잘 모르지만 굵직굵직한 선을 가진 사람들은 가끔 규모가 큰 실리적인 도움을 준다. - P54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들은 자신의 속내를 감출 줄 몰라 오히려 순수하다. 자기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면 있는 힘껏 지지해 준다. - P54

직설화법으로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내 편이 된다면 내가 부당한 일을 겪을 때 대신 총대를 메고 시원하게 질러 준다. - P54

그 사람만의 단점에 세트로 따라붙는 장점을 먼저 보려고 한다면 미워하는 감정을 품을 일이 거의 없다. - P54

범법행위를 제외한 사소한 분란들은 대부분 개개인의 입장 차이다. 양측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래 너도 그럴 만했고  쟤도 저럴 만했네‘ 하는 생각이 든다. - P54

우리는 서로 다른 가정교육과 환경 속에서 자라 와서 모두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 P55

그 사람의 가치관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면 그사람이 처한 환경과 성장과정을 대입해 본다. 내 눈에는 비정상적으로 화를 내는 이상한 인간도 알고 보면 정신적인 트라우마로 마음이 아픈 사람일 수있으니 이렇게 다각적인 각도에서 상황을 이해해보려는 습관을 들인다면 타인을 헤아릴 수 있는 그릇이 훨씬 커진다. - P55

마음 한 끗 차이로 인생은 달라진다. - P56

요령들이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는 없다 - P64

살면서 상사의 무례한 지시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은 반드시 생긴다. 그런 경우에는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단, 거절하기 전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있다. 나의 주장이 그 조직에서 공신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공신력이란 즉 공적인 신뢰이다. 내가 조직 내에서 신뢰를 받는 인물이 되어야만 나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 P64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주도적인 근무 태도는 성실함을 인증하는 척도이다. 반면, 성실하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는 정당한 거절이어도 무시와 비난을 받는다. - P65

예의 바르고 올바른 인성만큼 강력한 힘은 없다. - P66

대신 부당하다고 느끼는 행동 앞에서는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 - P67

올바르고 굳건한 탑을 먼저 세워 두어야 할 말 다 해도 예쁨 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 - P69

"같이 먹으면서 얘기 좀 하자고 하는 거지. 다짜고짜 사과하기는 어색하니 먹는 걸로 물꼬를 트는거야." - P72

"그리고 식탁에 앉으면 앉아 줘서 고맙다고 먼저 이야기하고 나서 시작해. 처음부터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야 너의 말에 귀 기울이거든." - P72

"그럴 땐 말없이 기다려 줘야 해. 배우자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다시 일어서려고 노력할 거야.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 P73

"네가 하는 말은 다 맞는 말인데, 왠지 듣기가 싫어." - P75

절대적인 믿음과 조건 없는 사랑 - P76

빈틈없이 현명한 게 어른인 줄만 알았는데 현명함 속에서도 상대방을 위한 빈틈을 만들어 놓는 너그러움이 진짜 어른이었다 - P76

연인 사이를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에서는 ‘신선도‘가 존재한다 ...(중략)... 그 ‘신선도‘는 한번 상해 버리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 P79

인간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사라지면 그때부터 무례한 행동을 일삼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무례한 행동으로 한번 선을 넘었던 사이는 이미 상해버린 우유처럼 다시는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 - P79

낯선 사람과 친해져서 말을 놓게 된다면 대부분은 예전처럼 존댓말을 썼던 사이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또 비슷한 예로 연인과의 스킨십에서 처음에 어렵게 손을 잡으면 다음엔 포옹을 하게 되고 그다음엔 키스를 하게 된다. 점점 스킨십의 수위는 진해지게 되고 처음처럼 수줍게 내외하던 사이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 P80

설령 노력이라는 단어를 내세워 예전에 좋았던 관계의 분위기를 재현한다 해도 그건 상해 버린 우유의 악취를 잠시나마 밀봉해서 막아 놓은 것과 다름없다. - P81

사람들은 관계가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수 있다고 믿으며, 이미 상해 버린 우유를 도로 냉장고에 집어넣은 후 나중에 다시 꺼내 마셨다가 또 탈이 나고 만다. - P81

사람은 서로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무례한 행동에 대한 기준이 다를 수도 있다. - P82

무례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 상대에게 "이 행동은 나의 기분을 불쾌하게 만드니 자제해 달라"고 명확하게 표현한다. 이 과정은 상대에게 만회할 기회를 준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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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예측하지 않는다 - 데이터에 관한 꼭 알아야 할 오해와 진실 좋은 습관 시리즈 36
김송규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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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실무와 현장 교육 등을 통해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데이터의 속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단순히 기술적인 분석 도구만을 잘 다룰 줄 아는 사람보다는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총체적인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것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마지막에는 AI시대의 장밋빛 미래만이 아닌 그것이 갖고 있는 한계도 보여줌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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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요즘 한창 유행하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최신 기술들을 언제 습득하는 것이 좋느냐는 질문에, 각자가 실질적으로 필요할 때 학습하라고 말한다. 이는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잠시 언급했었지만 컴퓨터 같은 경우도 최신 컴퓨터가 나왔더라도 1~2년 지나면 금방 구형 컴퓨터가 되듯이, 새로운 기술이라는 것도 계속 진화해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데 괜히 미리 배워봤자 그냥 옛날 지식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저자의 생각에 마음깊이 동의하는 게, 과거에 지금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책을 미리 샀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개정판이나 새롭게 표지가 바뀐 신판들이 출시되곤 하는 경험들을 몇 번 하다보니 기술과 책이라고 하는 분야는 좀 다를지라도 본질적인 메시지 자체는 범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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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어지는 글에서는 최신 기술같이 급속도로 변하는 것들과는 달리 마치 와인처럼 오랜 시간동안 묵혀졌을 때 그 가치가 올라가는 분야가 있다는 얘기를 하는데 저자는 이를 인문학Liber Arts이라고 말한다.

앞선 포스팅들을 하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저자는 데이터에 관한 책을 쓰면서도 자신이 실무를 하거나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교육하며 느꼈던 것으로 단순히 기술적인 데이터 분석이나 코딩 등을 통한 인공지능 활용에 앞서 인문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식의 얘기들을 해왔었다.

지금 이 책의 거의 막바지에 와있는 시점에서 저자는 단순히 데이터 분석같은 기술적인 것보다는 그 이면에 있는 뭔가 좀 더 근본적인 것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최신 기술은 그 기술이 필요할 때 그때 필요한 내용을 학습하면 된다. 즉, 최신 기술에 직접 관련된 내용을 미리 배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 P218

시간이 지나면서 쉽게 내용이 변하는 분야가 있는가 하면,
오랜 세월을 두고 체계화되면서 지금 세상을 구성하는 데 근간이 된 기초 분야가 있다. 이 책을 처음부터 읽어 온 독자들은 이미 눈치 챘겠지만, 바로 이런 기초 분야가 인문학 Liber Arts이다. - P218

대한민국에서는 인문학 하면 영어, 철학, 문학(국어), 도덕,
정치 같은 비과학 분야로 수학, 코딩, 물리, 화학, 생물과 같은 과학 분야와 구별하여 사용하지만, 정확한 의미의 인문학은 비과학 분야와 과학 분야를 모두 포함한, 말 그대로 사람이 문명인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이 되는 학문(지식)을 말한다. 그래서 영어로 "리버럴 아트"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우는 예체능을 제외한 모든 과목 그리고 수능 때 시험 보는 과목들(국, 영, 수, 과탐, 사탐)이 모두 인문학에 해당한다. - P219

인문학이 사실상 기본이 되는 이유는 바로 새롭게 접하는 세상을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원이 되기 때문이다. - P219

충분한 사유와 다양한 경험이 어우러져 배우는 인문학은 개인의 삶의 목적과 가치관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까지의 공부가 무척 중요하다. 시험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쌓기 위해서 말이다. - P219

인문학적 소양이 어느 정도 잘 쌓였다면, 그다음 필요한 것은 열린 사고와 호기심 정도이다. 열린 사고와 호기심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정말로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고, (좋아하는 것을) 잘 모를 때는 그냥 편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여기까지면 된다. - P219

이후에 어떤 최신 기술을 배우고 써먹을지는 각자의 관심 정도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그리고 정 궁금하면 그냥 사용해보면 된다. 여러분이 충분한 인문학적 소양을 배우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면, 최신 기술은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어떻게 시작하는지 모르겠다면,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조금만 검색해보면 된다. 그리고 습관처럼 사용하다 보면 버릇이 된다.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보고 SNS를 하듯, 습관적으로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기술을 배우게 된다. - P220

그래도 어렵다 싶으면 기다리면 된다. 지금 뜬다고 하는 최신 기술이 정말 중요하고 혁신적이라면 기다리면 된다. 머지않아 사용하기 쉬울 정도로 다가올 것이다. - P220

데이터 사이언스도, 생성형 인공지능도 흘러가는 세월이 바뀌면 함께 발전하는 최신 기술 중 하나이다. 그러니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데이터 사이언스 도구를 최신인 양 모두 습득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따라가지 못한다고 불안해야할 이유도 없다). 데이터 사이언스는 의사결정을 돕는 여러 최신 기술 중 하나일 뿐이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 또한 스쳐 가는 최신 기술일 뿐이다. 그리고 최신 기술은 지금 내가(혹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일 뿐이다. - P220

도구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그 도구를 사용하는 내가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하는 데 쓸 것이냐, 이다. 나에게 필요한 이유를 알고, 이를 위한 도구 선택을 잘하기 위해서는 앞서 얘기한 통찰과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 P221

운동을 잘 하려면 즐길 수 있는 수준까지 꾸준한 연습과 경험이 필요하다. 악기 연주를 잘 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꾸준한 연습과 수많은 경험이 밑바탕 되어야 한다. 수학, 과학을 포함한 인문학적 소양 또한 마찬가지이다. 당장 유행하는 기술에 자신의 역량을 너무 쓰기보다 고등학교 때까지 배웠던 기초 지식을 되새김하며 열린 사고를 갖고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연습이 훨씬 더 중요하다. 필자는 이러한 사고방식과 연습을 ‘데이터를 읽는 습관‘이라고 부르고 싶다. 인문학적 소양이 충분히 쌓인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장 필요한 기술들을 익히는데, 그리 많은 역량이 필요하지 않다. - P221

인문학적 소양이 기본이다.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열린 사고가 거기에 화룡점정의 역할을 한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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