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인간 안에 내재된 속성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좀 더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특정한 행동의 근원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래본다.

그리고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비교적 최근에 완독했던 《통섭》의 저자인 에드워드 월슨의 추천사가 이 책 맨 앞에 나와 있어서 반가웠다. 이외에도 유명한 책들을 썼던 다른 저자들(찰스 두히그, 데이비드 이글먼, 조너선 하이트, 폴 R. 에얼릭, 마이클 셔머) 의 추천사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일단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여건이 된다면 추천사에서 만났던 분들의 책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일단은 이 책에 집중하자. 이 책만 해도 두께가 엄청나게 두껍다.)

인간은 나를 해치려는 다른 인간들의 위협에 늘 쫓기면서 사는 존재다. - P11

우리가 폭력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의 핵심 논점이다. 우리가 싫어하고 겁내는 것은 잘못된 종류의 폭력, 잘못된 맥락의 폭력이다. 옳은 맥락의 폭력은 다르기 때문이다. - P11

‘옳은‘ 종류의 공격성일 때, 우리는 그것을 사랑한다. - P12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행동이 악랄한 공격 행동일 수도 있고 자기희생적 사랑의 행동일 수도 있다는 이 모호함이야말로 폭력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폭력은 이해하기가 너무나 어려운 인간 경험의 하나로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것이다. - P12

인간이 서로를 해치는 현상은 보편적이지도 불가피하지도 않다는 깨달음 - P13

이 책을 다 읽으면, 어떤 행동의 ‘생물학적‘ 측면과 이른바 ‘심리학적‘ 혹은 ‘문화적‘ 측면을 구별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일임을 깨달을 것이다. 그 둘은 뗄 수 없이 얽혀 있다. - P13

우리가 복잡하고 다면적인 현상을 다룰 때 흔히 쓰는 인지 전략은 그 측면들을 낱낱이 쪼개어 여러 가지 범주로, 즉 여러 가지 설명 단위로 나누는 것이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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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후반부에서 이 시집에 나온 시구들에 대한 해설자의 해설을 일부 살펴봤다. 해설자 분이 아무래도 이 쪽 분야의 전문가이시다보니 일반인인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까지도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도 이 시집에 나왔던 시구들 중 몇 가지를 해설자가 직접 골라서 설명해준다. 비록 여기가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아니지만, 마치 이런 곳들에 직접 방문했을 때 작품이나 전시품들의 중요 포인트들을 설명해주는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는 것과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앞에서 한 번씩 읽었던 시구들이라 그런지 읽었던 시들을 회상하며 그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강의 시는 곳곳에서 영혼의 상처에 대해 말하면서 그 상처가 결코 회복될 수 없는 것임을 강조한다. 영혼의 상처가 회복 불능의 것이고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의 삶에는 과연 무엇이 남을까. 아마도 그런 삶에는 분노와 슬픔을 넘어 절망과 무기력과 체념이 가득하게 될 것이다. - P146

삶을 절망 속에 방기할 수 없는 영리한 사람들은 남은 삶을 위해 영혼의 상처를 애써 봉합하려 한다. 그러나 한강의 화자들은 고통과 마주하는 일을 피할 생각이 없다. 절망과 무기력에 빠질 생각도 없다. 한강에게 상처의 고통을 지속하는 일은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를 위한 일종의 방법론이 된 듯하다. - P146

삶의 위기는 쉼 없이 찾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 자체를 놓아버리지 않으려고 누군가는 안간힘을 쓰며 삶을 향해 가까스로 손을 내밀겠지만, 손을 잡아주기는커녕 다시 산산조각 내버리고 마는 잔인함이 우리의 삶 안에 내장되어 있기도 하다. - P147

특별한 불행과는 무관하게 삶과 전면적으로 불화할 수밖에 없는 누군가의 민감하고도 강한 영혼과 허약한 육체에 대해 시인은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 P148

타락한 세계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한강의 화자들은 그 불화를, 즉 보이지 않는 영혼의 아픔을 주로 육체의 고통을 통해 드러내곤 한다. 상처받은 무구한 영혼의 존재가 피 흘리는 육체를 통해 체화되는 형국이다. - P148

한강의 세계관은 육체를 영혼의 그릇으로 생각하는 고전 철학의 그것에 가깝다. 인간의 육체는 보잘것없는 껍데기에 불과하지만 그 허상으로 인해 오히려 영혼의 존재가 더 숭고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순수한 영혼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피 흘리는 육체를 완전히 저버릴 수 없다. 타락한 세계로부터 영혼의 순수함을 지켜내기 위해서 인간은 고통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한강은 말하는 듯하다. - P148

고통의 삶을 통해서만 영혼의 소유자라는 인간 존재의 본질이 확인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인간의 삶 속에 이미 구원이 내재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통 속에서 살아내는 것 자체가 구원인 셈이다. "영혼의 동지(同志)인 나의 육체"가 흘리는 피눈물을 그저 감내하는 것만이 타락한 세계에 처한 인간이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이다. - P151

언어와 더불어 인간은 영혼의 존재가 되었다. 한강의 시를 읽는 우리는 이제 언어와 영혼을 동의어로 취급해야 한다. - P151

육체를 피 흘리게 함으로써 세계와 불화하는 무구한 영혼의 존재를 증명했듯, 한강의 시는 다른 한 편에서 일상의 언어를 피 흘리게 함으로써 침묵으로부터 최초의 언어가 생겨나기 시작하는 순간을 복원해내려고 한다. - P152

인간의 말이 순수해질 때 그것은 그림과 가까워진다. - P152

그(막스 피카르트)에 따르면 그림의 침묵은 "말의 어머니"이다. 그림은 "인간이 말로 타락하기 이전의 낙원에 대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그림의 침묵에 대항하면서 말이 "최초의 현존"을 획득하게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말을 배우기 이전 아이의 영혼이 그림으로 충만하다는 사실을 참고할 수 있다. - P152

침묵에 맞서 자신의 현존을 획득하려는 순간의 말은 온전히 진실된 것이었다. 그러나 침묵의 그림을 해석해내려는 말은 이미 타락한 것이 된다. 막스 피카르트가 정신분석을 비판하면서 꿈의 그림을 해석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꿈의 그림을 훼손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정신분석은 ‘파괴된 말‘을 사용하여 ‘파괴된 그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 P152

말할 수 없는 것에 온전히 도달할 수 없는 언어의 한계 때문에 오히려 침묵의 이미지인 미술에 더 관심을 두게 되었다 - P153

언어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하려는 불가능한 시도를 지속하지만, 그림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한다. - P153

언어가 주는 고통과 싸우는 것, 즉 일상의 언어에 대해 불편한 이물감을 드러내는 것은 최초의 말이 지닌 순수성을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 될 수는 있겠다. - P153

어둠 속에서 오히려 보려 하고 빛 속에서 오히려 듣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언어의 물질성을 활용한 일상적 소통의 익숙함을 거절한 자들이다. - P154

"어떤 저녁은 투명했다. (어떤 새벽이 그런 것처럼)" - P3

어둠을 보고 빛을 듣는 그 불편한 세계가 그녀에게는 왜 투명한 세계가 되는 것일까. 순수한 관념으로서의 언어와 마주할 수 있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 P154

피투성이의 고통과 더불어 말 자체도, 그리고 말과 동거하는 인간의 영혼도 비로소 진실할 수 있다고 - P154

도구로서의 언어가 아닌 존재로서의 언어 - P154

흔히 타지를 방문한 사람들이 눈앞에 펼쳐진 풍경들에 섬세하게 반응하는 것은 소리에 둔감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그저 분절되지 않은 소리의 덩어리로 감지될 뿐이다. 마치 침묵의 공간에 있는 듯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침묵 속에서라면 눈앞에 있는 사물들이 더 명징해져야 마땅하다. 그리고 그 명징하고도 낯선 풍경속에서 오히려 자기 스스로가 낯설어지는 경험이 뒤따라야한다. - P155

개기일식의 순간에는 태양이 달의 그림자에 온전히 가려짐으로써 한낮의 시간에도 암흑을 경험하게 해준다. - P156

어떤 언어로도 이해 불가능한 자신의 진실과 마주하는 응시 - P157

거울을 통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직접보려는 사람처럼 마주할 수 없는 것을 기어이 보고자 하는 - P157

소리도 없고 빛도 없는 침묵과 어둠의 공간에서 시인이 발견하는 것은 순수한 언어의 존재이다. - P157

선이 아닌 단지 면으로 이루어진 마크 로스코의 거대한 추상화를 마주하고 있는 심정을 한강은 "어떤 소리도/광선도 닿지 않는/심해의 밤‘에 들어앉아 있는 느낌으로 그려낸다. - P159

침묵과 암흑의 공간에 놓여 "내가/나라는 것도" 잊은 채 시인은 천천히 자신의 실핏줄 속으로 번져오는 "당신의 피"를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당신의 피"를 감지하는 그 생생한 느낌이 바로 누군가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심정일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영혼의 만남을 위해서는 소리도 빛도 방해가 될 뿐이다. - P159

죽음으로부터 삶이 탄생하고 어둠으로부터 빛이 탄생했다. - P159

앞에서 우리는 언어가 그림의 침묵으로부터 생겨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소리도 빛도 없는 공간에서 ‘나‘의 실핏줄에 스며들고 있는 "당신 영혼의 피"를 우리는 언어의 영혼이라 불러볼 수도 있을 것이다. - P160

언어가 타락한 세계를 애써 거절하는 방법은 오로지 침묵뿐 - P162

말을 배울 때 우리가 처음 접하는 것은 오로지 재귀적 용법만을 갖는 명사들이다. 그 무엇의 이름도 아닌 오로지 자기 자신일 뿐인 말들의 존재를 생각하며 자신의 영혼과 언어의 넋이 서로에게 천천히 스며드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 ‘말과 동거하는‘ 시인의 숙명이자 환희라고 - P162

일상의 언어에 익숙해진 혀를 녹인 이후에 비로소 천천히 입 밖으로 뱉어지는 말들이 모여 비로소 시를 이루게 되는 것 - P162

"어깨를 안으로 말고/허리를 접고/무릎을 구부리고 힘껏 발목을 오므려서" "지워진 단어"(<심장이라는 사물>)의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는 한강은 시인이 된 이후부터 줄곧 언어와 한몸이 되어 언어의 타락을 앓고 있다. 그리고 언어의 순수성을 회복하는 고통의 시간과 더불어 자신의 영혼이 구원되기를 바라고 있다. - P163

침묵에서 진실된 말을 건져 올리려는 - P163

아이들이 말을 배우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애초에 그림과 말은 분절되지 않는 침묵의 공간을 그 기원으로 공유하고 있다. - P164

영혼의 존재로서의 인간을 확인하려는 - P164

오로지 인간만이 지닌 ‘언어-영혼‘의 소생 가능성을 점검해보는 고통의 시금석 - P164

"살아 있으므로" - P164

달의 그림자에 가려 붉은 테두리로만 존재하던 태양이 개기일식이 끝나는 순간 다시금 빛을 내기 시작하는 것처럼, 우리는 한강의 더딘 작업속에서 훼손된 언어와 영혼이 본연의 빛을 되찾는 순간을 분명 목격하게 될 것이다. - P164

죽은 나무라고 의심했던
검은 나무가 무성해지는 걸 지켜보았다 - P164

(살아 있으므로)
그 밑동에 손을 뻗었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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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시에 나오는 문구들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며 그 의미를 음미할수록 시의 맛(?)을 좀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듯하다. 아무래도 시의 특성상 소설이나 비문학 책에 나오는 것과 같은 긴 문장은 아니지만, 짧은 문장 속에 깊은 의미가 농축되어 있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조금이나마 느끼게 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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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8부터는 이 책과 관련된 해설이 나온다. 해설자는 막스 피카르트의 철학 에세이《인간과 말》이라는 책의 내용에 근거하여 ‘인간과 말言‘의 관계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보탠다. 이러한 설명은 나 같은 일반인들이 쉽게 생각하기 힘든 인간과 말의 관계에 대한 좀 더 심오한 속성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이어지는 해설에서는 ‘인간과 말‘이라는 키워드에 기반하여 한강 작가의 소설 중《희랍어 시간》이라는 작품에 대한 얘기가 잠깐 나온다. 아무래도 이 소설과 오늘 읽고 있는 시집의 작가가 동일하다보니 감정선이라든지 말하고자하는 바가 공통되는 부분들이 없을 수가 없는데, 해설자께서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주셔서 나중에《희랍어 시간》을 읽을 때 좀 더 깊이있게 읽어볼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뒤이어서는 이 시집에 나왔던 시들 중 몇 가지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 핵심 시구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좀 더 명료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로도 연마되지 않는 원석(原石)과 같다. - P87

나는 손을 내밀지 않아
너도
손을 내미는 걸 싫어하지 - P93

이 도시의 고통이 가만히 앞질러 가면
나는 가만히 뒤처져 가고 - P95

파르스름한 불꽃심이 흔들리는 건 혼들이 오는 거라는데요 혼들이 내 눈에 앉아 흔들리는데요 흥얼거리는데요 멀리 너울거리는 겉불꽃은 더 멀어지려고 너울거리는데요 - P96

그러니까. 인생에는 어떤 의미도 없어
남은 건 빛을 던지는 것뿐이야 - P97

어떤 꿈은 양심처럼
무슨 숙제처럼
명치 끝에 걸려 있었다 - P97

숙제를 풀지 못하고 몇 해가 갔다 - P98

지금 나는
거울 저편의 정오로 문득 들어와
거울 밖 검푸른 자정을 기억하듯
그 꿈을 기억한다 - P99

태양보다 400배 작은 달이
태양보다 400배 지구에 가깝기 때문에
달의 원이
태양의 원과 정확하게 겹쳐지는 기적에 대하여 - P102

마주 보는 두 개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서로를 가리는 순간
완전하게 응시를 지우는 순간 - P103

시계를 다시 맞추지 않아도 된다.
시차는 열두 시간 - P104

사물이 떨어지는 선,
허공에서 지면으로
명료하게

한 점과
다른 점을 가장 빠르게 잇는

가혹하거나 잔인하게,
직선

깃털 달린 사물,
육각형의 눈송이
넓고 팔락거리는 무엇
이 아니라면 피할 수 없는 선 - P105

로카 : 남미 대륙 남부의 원주민들을 절멸시키고 아르헨티나를 건설한 군인. - P107

거울 이편과 반대편의 학살을 생각하는 나는

난자하는
죽음의 직선들을 생각하는 나는 - P106

단 한 군데에도 직선을 숨겨놓지 못한
사람의 몸의 부드러움과

꼭 한 번
완전하게 찾아올
중력의 직선을 생각하는 나는 - P106

나를 공격할 생각은 마 - P109

마주 볼 수 없는 걸 똑바로 쏘아볼 것
그러니까 태양 또는 죽음,
공포 또는 슬픔 - P111

비스듬한 행성의 축을 타고
그토록 멀리 미끄러져 내려왔으니
시선의 각도에 맞추어
달의 윗면이 오므라든 거라고 - P113

어린 고라니들이 나무 아래 비를 피해 노는 동안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는 어미 고라니가 있었다
사람 엄마와 아이들이 꼭 그렇게 하듯이 - P115

가거라

망설이느냐
무엇을 꿈꾸며 서성이느냐 - P121

꽃처럼 불 밝힌 이층집들,
그 아래서 나는 고통을 배웠고
아직 닿아보지 못한 기쁨의 나라로
어리석게 손 내밀었다 - P121

가거라

무엇을 꿈꾸느냐 계속 걸어가거라 - P121

하늘은 어두웠고 그 어둠 속에서
텃새들은
제 몸무게를 떨치며 날아올랐다
저렇게 날기 위해 나는 몇 번을 죽어야 할까
누구도 손잡아줄 수는 없었다 - P122

무슨 꿈이 곱더냐
무슨 기억이
그리 찬란하더냐 - P122

어서 가거라 - P123

첫새벽에 바친다 내
정갈한 절망을,
방금 입술 연 읊조림을 - P124

아아 첫새벽,
밤새 씻기워 이제야 얼어붙은
늘 거기 눈뜬 슬픔,
슬픔에 바친다 내
생생한 혈관을, 고동 소리를 - P125

모든 것이 남은 천지에
남은 것은 없었던 그해 늦봄 - P127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 P131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 P132

무엇이 나를 걷게 했는가, 무엇이
내 발에 신을 신기고
등을 떠밀고
맥없이 엎어진 나를
일으켜 세웠는가 - P134

무엇이 내 속에 앓고 있는가, 무엇이 끝끝내
떠나지 않는가 내 몸은 - P134

살아라, 살아서
살아 있음을 말하라 - P135

작가란 누구인가. 일상적 소통을 위해서든 심오한 진리의 전달을 위해서든 모든 인간이 점차 기능적으로 완벽한 말만을 추구해갈 때, 말의 효용성에 무심한 채 그 효용성을 제외한 다른 모든 가능성을 탐색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자가 바로 작가이다. - P138

될 수 있는 한 언어를 비효율적으로 다루려는 문학적 행위와 관련된 인간의 욕망은 결코 줄거나 퇴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러한 사실은 말과 관련된 인간의 능력과 욕망이 대체 불가의 것임을 확인시켜준다. 인간이 지닌 다양한 능력을 완벽하게 대체하고 그것을 멋지게 초과하는 다양한 매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말과 동거하는 인간의 능력만큼은 그 대체물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 P139

인간은 살아 있는 내내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말한다. 침묵하는 순간에도 자기 자신을 상대로 말하고 있으며 잠자고 있는 순간에도 마치 무성영화처럼 펼쳐지는 꿈속에서 말하고 있다. ‘말할 수 있음‘과 더불어 놀라운 사유를 창조해내고, ‘말할 수 없음‘과 더불어 언어 너머 심연의 존재를 증명하기도 한다. 인간의 조그만 육체 안에는 이처럼 엄청난 말이 존재한다. 우리가 실제로 감지하는 말은 우리가 지니고 있는 말에 비하면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 P139

작가는 이처럼 기능적인 것으로 퇴화한 언어를 붙잡고 그로부터 진리를 발견하려는 자이다. - P139

"커다란 유혹이자 동시에 위험" - P139

말을 그 원천으로부터 새롭게 퍼 올리는 작업은 유혹적이지만, 시인은 말과 더불어 자기 안의 깊은 심연으로 떨어지는 듯한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 P139

"시를 쓴다는 것은 자신 안의 심연 위로 훌쩍 뛰어오르는 것이다. 시인은 시를 쓰면서 심연을 잠재우고, 심연에게 자장가를 불러준다" - P140

시를 쓴다는 것은 심연을 열어젖히는 행위인 동시에 심연을 메우는 행위이기도 하다. 시인은 이 같은 유혹과 불안 사이에서 고통스러울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어느 정도는 언어를 기능적으로 활용하는 소설가와 달리 시인은 언어를 결코 수단화하지 않고 그것과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점에서 저 유혹과 불안에 훨씬 더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자이다. - P140

인간에 대한 탐색은 언어에 대한 탐색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 지어주는 유일한 종차가 바로 언어라는 당연한 사실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닌 모든 특징들이 이 언어에서 파생된다. - P142

‘말과 동거하는 인간‘의 고통 - P142

이미지 없는 관념의 세계는 온전히 말로만 이루어진 세계라고 할 수 있다. - P142

이미지와 소리를 상실한 남자와 여자는 암흑과 침묵 속에서 언어 그 자체와 투명하게 대면한다. 이들이 지닌 언어는 각각 한 가지의 물질성을 상실했다는 한계로 인하여 오히려 더 순수한 것으로 거듭난다. - P142

언어를 통해 다양한 감각을 재현하는 것만을 가리켜 시적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강의 소설이 시적이라면 그것은 말과 동거하는 인간의 슬픔과 고통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해야한다. - P143

소설을 읽는 우리라면 고통의 원인에 관심이 많겠지만 시를 읽는 우리는 고통이 드러나는 양상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 P143

각자 지니고 있는 영혼의 순도나 크기와 무관하게 인간은 누구나 영혼의 부서짐을 어떤 형태로든 겪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영혼의 부서짐에 대해 애초에 둔감하거나 그것을 애써 모른 척한다. 아마도 평범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서 일것이다. 영혼의 부서짐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일도,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일도 쉽지는 않다. - P144

정체를 알 수 없는 상실감이 마치 밥 먹듯 반복된다는 사실 - P145

영혼의 부서짐에 대한 분명한 실감은 깨어 있는 영혼에 대한 증거이기도 하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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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포지션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를 했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전문직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그냥 특정 회사에 소속되어 월급을 받는 포지션(노동자)에 있는 것과 개업을 해서 자기가 물어온 일감에 대한 수익을 가져가는 포지션(사업자) 중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만질 수 있는 돈의 크기가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본문을 보면 2,000만 원짜리 견적이 나온 일을 처리하고 500만원을 받는 근무 세무사(노동자)와 똑같은 일을 처리하고 2,000만 원을 다 가져가는 세무사(사업자) 에 대한 예시가 나온다. 똑같은 일을 했지만 어딘가에 소속된 근로자 포지션에서 일한 사람은 가져가는 몫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자신이 직접 개업을 해서 사업자의 포지션에서 일을 한 사람은 가져가는 몫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예시를 근거로 전문직들이 개업을 하지 않고 그저 특정 회사에 소속되어 월급만을 받는 포지션에 안주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 한다.

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개업을 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이런저런 내용들이 많이 나오는데, 핵심만 간단히 언급하자면 물론 무조건 개업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효과적인 마케팅이 뒷받침될 경우 개업시 가져갈 수 있는 몫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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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는 전문직 퍼스널 브랜딩과 관련된 내용들이 나오는데, 전문직의 특성상 퍼스널 브랜딩을 하는 것이 단지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부분의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해보자면, 전문직이 되려는 사람들이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선 일단 훈련하는 방식부터가 일체의 의심을 거두고 해당 분야의 내용을 천편일률적으로 학습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고방식이나 철학을 갖추기가 힘들뿐만 아니라, 전문직이 되고 난 이후에도 그저 수없이 밀려 들어오는 업무에 적응하기 바쁜 나머지 자신만의 철학이나 신념을 갖추기가 힘들기 때문에 퍼스널 브랜딩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어떤 조직에 순응하여 시키는 일만 하면서 살아간다면야 이런 가치관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적겠지만, 개업을 하고 스스로를 브랜딩하고자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고하게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것은 단순히 어떤 분야의 실력이 우수함을 뛰어넘어서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독자인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단순히 어떤 기술적인 요소만이 아니라 그 위에 자신의 가치관과 관련된 철학적인 요소가 가미되어야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가치가 창출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 근래에 읽었던 책들 중에서 이러한 것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저자가 문득 생각났는데, 그 분도 단순히 테크닉적인 것만 잘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인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인간에게는 물리적인 육체와 더불어 눈에 보이진 않지만 분명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 추상적인 정신이 있는데, 이 육체와 정신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야 하듯이 위에서 언급했던 기술적인 요소와 철학적인 요소가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고 최적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형의 가치를 만들어내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업하면 다 성공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개업한 후에 어떻게 일거리를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 바로 마케팅입니다. - P35

‘시장성 있는 전문 분야를 탐색하고, 탐색한 전문 분야 중에서 비교우위를 살릴 수 있는 분야를 명확히 설정하여, 설정한 전문 분야를 잠재고객에게 잘 알리는 것‘ 이것만 기억하면 개업 후 마케팅에 대한 걱정을 상당히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 P35

오프라인 영업만 잘하면 마케팅이 필요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지 않습니다. 전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의뢰인의 연락을 받으려면 온라인 마케팅은 필수입니다. - P35

사회와 직장에서는 전문직 개업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저 주어진 일을 어떻게 해결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래서 전문자격사가 개업을 두려워하고, 망설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준비가 안 되었다고 생각하니까요. - P35

예전에는 마케팅을 몰라도 자리 잡는 게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브랜딩과 마케팅 지식이 개업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알아보고 배워야 합니다. 비즈니스 자립력을 갖춰야 개업할 수 있고, 개업 이후에도 꾸준히 의뢰를 받아 수익을 올릴 수있습니다. - P35

전문자격사가 수험 생활을 견뎌낸 원동력은 서열과 신분 상승에 대한 욕구입니다. 사람이라면 갖은 고생 끝에 자격을 얻었는데, 이제부터라도 이를 이용해서 좀 더 쉽고 편하게 살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런 생각에 함정이 있습니다. - P36

전문자격사들은 ‘내가 전문자격사 시험에 합격하려고 얼마나 많이 고생했는데‘ 하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대해서 보수적이고 편견으로 인해 다소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 P36

아무리 전문성이 뛰어나다고 해도 오프라인에서는 돈이 되는 수임 건을 만들기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일부 전문자격사들이 ‘실력만 있으면 고객이 알아서 찾아온다‘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미 자리잡은 전문자격사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현재 개업 시장을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 P37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시선을 옮겨야 합니다. 온라인에는 아직도 개척되지 않은 법률 분야가 존재합니다. ‘진짜 고객은 인터넷 밖에 있다‘는 편견에 빠져 인터넷 활용 기술을 훈련하지 않는 것은 찾아올 잠재고객을 그냥 손 놓고 보내주는 것과 같습니다. 온라인 시장이 필요 없다고 여기면, 반드시 그만큼의 기회와 효용을 놓치게 됩니다. 오프라인에선 만나기 힘든 클라이언트를 만나 비즈니스 기회를 잡으려면 반드시 브랜딩과 마케팅 지식을 알아야 합니다. - P37

이제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중심으로 고객의 문의와 수임을 받아야 하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브랜딩과 마케팅 지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P38

영업 : 제품/서비스를 직접적으로 파는 활동

마케팅 : 제품/서비스를 팔리게 만드는 활동

브랜딩 : 제품/서비스의 의미(이미지)를 만드는 활동 - P38

브랜드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문맹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그래서 상점 주인들이 상점 이름 대신 팔고있던 물건을 나타낼 수 있는 그림이나 표시를 상점 앞에 걸었습니다. - P38

브랜드의 목적은 고객에게 무엇을 팔고 있는지 구별하고,
어떻게 팔고 있는지 차별화하여 알리는 것입니다. 제품과 서비스의 의미(이미지)를 만든 다음에 마케팅이 진행되기 때문에, 브랜딩은 마케팅의 기초라 할 수 있습니다. - P39

• 서비스 품질 (전문성) 개발

• 수임료

•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알리고 구매하도록 유도할 콘텐츠

• 콘텐츠를 고객에게 전달할 미디어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마케팅 전략 - P39

퍼널이란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기까지 거쳐가는 과정을 뜻합니다. 브랜딩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인지시킨 후, 마케팅과 영업으로 고객을 깔때기처럼 걸러내는 과정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할 것입니다. - P39

브랜딩을 통해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서비스에 대한 인지와 흥미를 만들어내야 그다음 검색 행동(마케팅)과 구매 (영업)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브랜딩이 가장 크고 위에 있는 것입니다. - P40

영업에 자신 있어 하는 전문자격사를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방문 상담을 진행하면 80~90%는 수임하는 것 같아요." 고객을 테이블에 앉히기만 하면 수임으로 이끄는 것은 자신 있는데, 테이블에 앉히기까지가 힘들다는 토로를 많이 합니다. - P40

마케팅과 브랜딩은 고객을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작업입니다. 단순히 테이블에 앉히는 것이 아니라, 수임에 방해되는 요소(가격, 서비스 비교)를 제거한 채로 테이블에 앉히는 것이 브랜딩과 마케팅의 목표입니다. 그 필요성을 아는 사람은 영업뿐만 아니라, 브랜딩과 마케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집니다. 브랜딩과 마케팅이 잘되어 있을수록 영업기회가 더 많이 늘어나고, 수임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41

개업하고 스스로 의뢰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브랜딩과 마케팅은 돈을 벌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이 됩니다. - P41

세상은 머리 좀 돌아간다고 모든 걸 다 가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 - P41

이제는 자신의 전문성을 쌓는 것뿐 아니라, 그 전문성을 알리는 기술도 중요해졌습니다. 온라인 브랜딩과 마케팅을 통해 문의와 수임 기회를 얻고, 영업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업무 구조를 만들 수 있길 - P41

악조건을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퍼스널 브랜딩하고, 미디어를 잘 활용하여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 P44

문제 해결력이 곧 전문성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 해결력이 있다고 해서 바로 전문직 퍼스널 브랜딩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퍼스널 브랜딩은 자신의 전문성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전문성을 알리는 과정을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 P44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의심입니다. 교육 내용과 시험 외의 것에 의심을 가지면 그만큼 좋은 성과와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의심을 버리고, 점수를 획득하기 위한 전략에 초점을 맞춰 공부해 왔습니다. - P45

전문직이 되려면 전국에서 날고 기는 수재들이 참여하는 혹독하고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합니다. 방금까지 같이 있었던 동료가 떠나가는 상황에서도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계산하며 공부에 집중해야 합니다. 우직하게 인간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즉 가장 친근하고 동정심이 많으며 정직한 학생들은 경쟁에서 뒤처지기 마련입니다. 오히려 올라오는 감정과 생각을 억누르고 순종적인 태도로 주어진 공부에 집중하고 노력한 사람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 P45

전문직 훈련 과정은 사람을 깨우치게 하기보다 정신적으로 학대하며, 잘 다듬어진 능력주의만을 고분고분 따르도록 요구합니다. 주어진 과제나 학점을 채우지 못하면 언제든지 내쫓길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순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살아야 하니까요. 아무렇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야 하고 자신이 지금껏 올바르다고 생각했던 가치들을 시험 준비하면서 하나씩 버려야 했던 삶인 것입니다. 이런 삶을 살다 보면 필연적으로 정신이 가난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전문직을 육성하는 기관이 가치관의 부재와 철학적인 빈곤을 유도하고 있으니까요. 그 결과, 자율이 무너지고, 기쁨은 사그라지고, 경험은 같아지며, 욕구는 좌절되는 과정에 서 있게 됩니다. - P46

퍼스널 브랜딩을 하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경험이나 관점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전문자격사 중 상당수는 자신을 브랜딩할 관점과 경험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공부를 잘했고, 미래를 위해 전문자격사를 준비했고, 치열하게 준비하여 자격증을 취득했고, 열심히 경력을 쌓아왔다는 것밖에 할 이야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관된 경험을 가진 전문자격사들 사이에서 어떻게 퍼스널 브랜딩을 할 수 있을까요? - P46

교육과 시험에 잘 순종할수록 자신을 표현할 경험 또한 천편일률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즉 전문자격사의 퍼스널 브랜딩이 어려운 이유는 교육과 시험을 거치는 동안 자신만의 관점과 경험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 P46

교육과 시험에 순종하게 되면 정신이 빈곤해지기 쉽습니다. 정신이 빈곤해지면 사람은 자신을 지탱해주는 신념을 찾게 됩니다. 이때 사회가 주입하는 이념을 그대로 따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능력‘입니다. 능력 있는 사람이 모든 부와 지위를 차지하는 게 당연하다는 믿음이 전문자격사를 지탱합니다. 이런 신념을 가진 사람은 무능력에 대하여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래서 능력 자체를 우상화하고,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맹목적으로 자신을 희생합니다. - P47

전문자격사는 사회에 진출하여 자신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강박적인 과로에 시달립니다. 전문자격사는 늘 긴장하고 지친 상태로 삶을 살아갑니다. 현재의 지위를 잃을까 봐 큰 두려움을 느끼고, 그 불안감으로 인해 고립됩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자신에게 정신적인 아픔이 있어도 늘 억누르기만 한다는 것입니다. - P47

전문자격사는 대부분 강인한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강인함이 없었다면 남다른 성취를 이룰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성취 외에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 자랑스러운 친구, 든든한 자식,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사람, 약한 소리를 하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애씁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자신 모습이 비밀스러운 자부심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전문자격사 대부분은 자신의 강인함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강인함을 믿는 만큼 나약함과 무능력을 혐오하는 성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 P47

이런 성향은 ‘모든 문제를 혼자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만듭니다. 이런 강박감이 컨트롤 할 수 있을 정도면 다행이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열심히 일하던 어느 날, 결국 한계가 찾아옵니다. 번아웃이 오는 것입니다. - P48

스스로 책임감이 강하고 강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한계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숨기는 것입니다. 스스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표정을 숨기고 감정을 억누릅니다. 생각을 드러내지 않고 비밀을 만듭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탈출구를 찾습니다. - P48

억눌린 감정들은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려 사람을 망가뜨립니다. 술을 마시거나 약으로 버티거나 과소비하는 등의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만약 이런 행동들이 장기간 지속되면 인간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마음을 공유하지 않는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속을 알 수 없는 자식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상대를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오직 해내고 이겨내는 삶이 의미 있는데, 그렇지 못한 강하지 않은 자신이 가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강하지 못한 자신을 마주할까봐 두려워할지도 모릅니다. - P48

자신이 강인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게 포장된 강인함이었다면, 사실은 무너질까 봐 늘 초조한 삶을 살고 있는데도 스스로 숨기면서 살아온 것을 깨달았다면 어떨까요? 결국 절대 도와달라고 하지 못하고 속으로 곪아버린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이런 내적 모순이 커지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잘못된 판단을 내립니다. - P48

마음이 빈곤해지면 경제적, 사회적 지위에 의존하게 되고 인간으로서 홀로 서야 할 때를 자꾸 미루게 됩니다. - P48

자립력은 사업과 퍼스널 브랜딩에도 적용됩니다. 포장된 강인함은 가면을 만들고 가면에 의존하면 자립하지 못합니다.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개업하려는 의지를 막습니다. 퍼스널 브랜딩은 당연히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 P49

우리는 가치관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의 자립과 브랜딩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 P49

회사에서 일할 때는 직업 가치관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 눈앞의 업무에 밀려 가치관을 세우는 일은 사치가 되고 뒷전이 됩니다. 그런데 개업하고 스스로 브랜딩을 해야 할 때는 가치관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서비스는 사람에게서 나오고, 고객은 가치를 제공해주는 사람에게 끌리기 때문입니다. - P49

법률 서비스만 제공하는 전문가가 있고, 법률 서비스와 더불어 자신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고 어떤 점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가치관까지 알려주는 전문가가 있습니다. 고객은 어떤 전문가를 선택할까요? 많은 고객들이 후자를 선택할 것입니다. - P49

실력과 학벌만 앞세우면 나보다 앞선 전문가와 경쟁해서 이기기 어렵습니다. 실력과 학벌 이외의 요소로 선택받을 수 있도록 포지셔닝을 구축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퍼스널 브랜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P49

전문가 브랜딩의 진짜 위력은 화려한 이력이나 실력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화려한 이력이나 실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가장 먼저 갖춰야 할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들 퍼스널 브랜딩을 하기 전에 전문성부터 갖추라고 말합니다. 실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고,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오래 갈 수 없을 것이라는 논리는 매우 설득력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전문자격사가 너무 많습니다. 퍼스널 브랜딩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전문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황임을 의미합니다. 전문성과 이력이 확실하다고 해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 P50

경력을 얼마나 쌓아야 하는가 하는 답이 없는 문제는 둘째로 치더라도, 전문성을 키우라는 메시지에 굴종하면 안 됩니다. 그 순간부터 개업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전문성을 드러내는 기술을 익히는 것입니다. - P51

고객이 ‘함께‘ 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퍼스널 브랜딩입니다. 그러려면 전문가로서의 가치관이 뚜렷해야 합니다. 가치관이 뚜렷해야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고 퍼스널 브랜딩이 가능해집니다. - P51

전문성, 전문 지식은 절대 대중적일 수 없습니다. 대중적이면 희소성이 없어지고, 따라서 고가의 서비스가 될 수 없습니다. 법률 전문 지식이 고가의 서비스로 인정받는 이유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희소하기 때문입니다. 전문 서비스의 가치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의뢰인 역시 소수이기 때문에, 전문직 브랜딩은 이런 특성을 인지하고 소수 핵심 고객을 타기팅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 P51

전문직으로서의 브랜딩을 위해서는 반응이 나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전문적인 콘텐츠를 발행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 P53

‘아, 정말 조회 수나 좋아요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구나!‘ - P53

클라이언트가 받고 싶어 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것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득하는 것 - P54

핵심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실력만으로 모든 것을 얻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전문성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개업해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전문성부더 키우는 것이 본질이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이 말에 담긴 취지는 공감하지만, 이 말에 굴종하지 않으면 비정상적인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분위기가 불편합니다. - P54

실력이 없는데 속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전문직 브랜딩에서 중요한 것은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을 드러내는 기술을 익히는 것입니다. 전문성과 이력이 확실하다고 해서 확정적으로 자리 잡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클라이언트에게 선택받을수 있는 지점을 잡아내어 공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만들어진 최적의 기술이 바로 브랜딩입니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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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멸종 -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
이정모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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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지구과학, 생명과학 분야와 관련된 내용들을 비전공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저자께서 써주셔서 읽는 것이 크게 부담스럽진 않았다. 하지만 다루는 내용 자체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또한 인간의 관점이 아닌 각 시대에 살았던 생명체들의 관점으로 글이 쓰여있기에 그들의 관점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것도 나름의 묘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몰랐던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고, 이 책을 통해 지구의 자연환경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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