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에 인간이 차원을 인식하는 것과 관련된 설명을 만났었는데, 오늘은 이러한 내용에 기반하여 빈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와 관련된 내용들이 나온다. 설명이 다소 길다고 느껴질 수도 있으나 그만큼 자세하기 때문에 찬찬히 읽다보면 저자의 말을 이해하는데는 크게 무리가 없을 듯 하다.

다음에는 챕터를 바꿔서 ‘문명을 탄생시킨 기후 변화‘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빙하기 때는 지역별로 온도 차이가 컸었는데, 빙하기가 끝나면서 이러한 온도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온도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지구에 있던 물이 수증기로 전환되어 물이 부족해지고 기후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인간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물이 있는 강으로 모이기 시작하는데, 정말 이야기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흘러 문명이 탄생하게 된다.

읽다보면 p.46, 47에서 왜 메소포타미아에서 최초의 문명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이것도 결국 위에서 언급한 기후와도 연관이 있다. 저자는 여기선 ‘지리적 조건‘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잘 읽어보면 이 또한 기후와도 어느정도 연관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건조한 기후의 영향을 받아 사람들은 강이 있는 곳을 찾게 되었고, 이러한 교집합적인 조건들을 충족하는 곳이 여기 나오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이나 나일강 유역인 것이었다.

과거 중고등학교에서는 이러한 배경적 지식없이 그냥 무작정 시험에 나온다는 이유로 단순 암기만 하다가 지나갔던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배경 설명을 읽어보니 너무나도 당연한 인과관계가 느껴지면서 약간의 재미까지 더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페이지로는 몇 페이지 안되지만 잠시나마 중고등학교 사회시간으로 돌아가서 수업을 듣고 온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로 흥미롭게 읽었다.


뒤에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언어‘와 ‘문자‘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 나오는데 이를 통해 각각의 세부적인 특징과 성격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어서 농업이 전파되고 문명과 도시가 형성되는 스토리들이 쭉 이어지는데,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얼마전 읽었던 동 저자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에서 봤던 내용들과 얼추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복습한다는 생각으로 술술 읽어볼 수 있었다. 농업에 있어서 기후가 중요한데 저자는 특별히 강수량을 키워드로 하여 벼와 밀 농사의 차이점을 서술하고 이로 인한 동양과 서양간의 의식의 차이가 생겨나는 이유를 도출해낸다.《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도 봤었던 내용이지만 이 부분은 어떤 독자들이 읽어도 이해하기 쉽게 쓰여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흐름이 자연스럽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초당 2백 장 이상의 2차원 사진들을 망막으로 모아서 3차원의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공간은 4차원 혹은 5차원의 존재가 파악하는 완전한 3차원 공간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어렴풋이 공간을 파악할 수는 있다.  - P30

우리의 인식 방식이 얼마나 불완전한지는 회전하는 자전거 바퀴의 휠을 보면 알 수 있다. 제자리에서 있는 자전거의 바퀴를 돌리고 난 후 바라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때 시계 방향으로 돌린 바퀴가 어느 정도 돌아간 다음에는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일 때가 있다. 이러한 착시 현상은 우리의 뇌가 그림을 초당 2백 장 정도로만 인식하는 불완전성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바퀴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우리의 뇌신경이 돌아가는 바퀴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전체를 다 감지하지 못하고 불안정하게 감지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 조합한 그림이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으로 인식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거나 바퀴의 회전 속도가 더 느려지면 다시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조합되어서 보인다. - P32

인간은 초당 2백여 장의 망막 위에 맺힌 이미지 외에도 음향과 그림자 같은 정보와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공간감을 느낄 수 있게 인지 능력이 발달해 있다. - P32

우리가 깜깜한 우주 공간을 보면 아무런 공간도 느껴지지 않지만, 멀리 밝은 달이나 별이 있으면 그때부터 공간의 깊이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보이드라고 하는 빈 공간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체가 필요하다. 물체가 있어야 빛을 반사시킬 수 있고, 그래야 우리 눈이 비어 있는 부분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2

빛을 느끼기 위해서 그림자가 필요하듯, 빈 공간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물체가 필요하다. 역으로 추론해 보면, 물체가 만들어지면 동시에 빈 공간도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 P32

인간의 건축 행위는 일차적으로는 물체를 만드는 것이지만, 최종 목적은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빈 공간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단순히 물체만 만드는 것은 조각이다. 건축이 조각과 다른 점은 건축은 빈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물체를 만드는 행위라는 점이다. 인간은 건축물이라는 물체를 만들고 그 물체가 만든 빈 공간을 인간이 사용한다. - P34

  빈 공간을 프레임하기 위한 물체를 만드는 일은 엄청나게 큰 에너지와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아야하고, 크게는 사회적 동의가 있어야만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빈 공간이 구축되는 형식과 모양을 보면 만든 사람의 생각과 문화를 비추어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공간을 분석하고 이해하면 사람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 P34

이 책은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발생하고, 서로 다른 생각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융합되고 어떻게 생각의 ‘새로운 종‘
이 만들어지는지 추리해 보는 책이다. 이 추리의 과정에서 건축의 빈 공간의 특징은 중요한 물질적 단서와 증거가 된다. - P34

서양 문화에서 기하학적인 형태의 보이드 공간을 만드는 성향은 시대가 바뀌어도 지속된다. - P35

자연 생태계는 태양 에너지를 유기체 형태로 전환시켰고, 인간은 그 유기체를 소비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태양 에너지를 소비하며 살았다. - P39

바람은 대기의 온도 차이가 만들어내는 공기의 이동이다. - P39

강한 바람은 유기물을 날려 버릴 뿐 아니라 땅 표면의 수분을 앗아가기 때문에 농사에 결정적인 해가 된다. 그런 바람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지금도 농사지을 때 땅에 돌을 뿌린다. 땅에 뿌려진 작은 돌들은 바람을 막아 주고 그림자를 드리워서 수분이 빼앗기는 것을 줄여 준다. - P40

전 지구적으로 바람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비로소 농사지을 만큼 기후 조건이 좋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 P40

보통 수렵 채집을 통해서 한 사람이 먹고살려면 가로 세로 각각 1킬로미터 정도의 면적인 100만 제곱미터의 땅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원시적인 형태의 농업을 하게되면 한 사람이 먹고사는 데 5백 제곱미터의 땅만 있으면 된다. 수치상으로는 한 사람이 먹고사는 데 필요한 땅의 면적이 2천 분의 1의 면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는 과거 수렵 채집 때 1명이 사냥을 하면서 먹고살던 땅에 농사를 지으면 2천 명이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농업은 좁은 땅에서 더 많은 사람이 먹고살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었다. 그래서 배가 고팠던 인간은 수렵과 채집보다는 인공적으로 수확량을 늘릴 수 있는 농업으로 전환하게 된다. 최초의 문명인 농업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 P41

그런데 특이하게도 농업은 인간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곤충인 개미 중에서 중남미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잎꾼개미 Leafcutterants들은 잎을 잘라서 버섯을 키워 먹는 농업을 한다. 이파리를 잘게 잘라서 효소 성분이 있는 자신들의 배설물과 섞어 버섯균류를 재배하는 것이다. 버섯균류는 잎꾼개미의 주 식량원이다. - P42

인간과 개미의 특징은 둘 다 좁은 지역에 많은 개체 수가 사는, 단위 면적당 개체수 밀도가 높은 군집 생활을 한다는 점이다. 단위 면적당 개체 수가 많은 종이 모두 농사를 짓는 것은 아니지만 개미와 인간의 경우로 미루어 보아 농업 기술은 고밀도 군집 생활을 하지 않는 집단에서는 나오지 않는 기술인 것 같다. - P42

농업을 통해서 개미처럼 밀도가 높은 군집 생활을 하게 된 인간은 개미처럼 사회 내에 신분 계층을 가지게 되었다. 개미 사회에 여왕개미가 있듯이 인간 사회에 왕이 생겨났고, 두 사회 모두 하층부에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자 계급이 있다. - P42

컴퓨터의 경우, 일반적인 가정용 개인 컴퓨터(PC)도 직렬이 아닌 병렬로 연결하게 되면 슈퍼컴퓨터의 능력을 갖게 된다. 같은 원리로, 평범한 인간의 뇌도 병렬로 연결하면 집단은 개개인의 능력보다 훨씬 더 큰 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 P44

인간의 뇌는 컴퓨터처럼 전선 케이블로 연결할 수 없다. 대신 인간의 뇌 사이를 병렬로 연결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케이블이 있다. 바로 ‘언어‘다. 언어가 발달하면서 인간은 주변 사람들과 고도의 의견 교환이 가능해지게 되고 집단의 두뇌 간 시너지 효과가 커지게 되었다. 언어를 통한 뇌의 병렬연결은 단위 면적당 인구수가 늘어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 P44

수십 개의 PC를 병렬로 연결하는 것보다 수만 개의 PC를 병렬로 연결한 컴퓨터가 훨씬 더 강력하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수만 명이 모여 살게 되면서 집단 지능이 커졌고 자연스럽게 문명이 발생했다. 문명 발생의 필수 조건은 ‘도시‘ 형성이다. - P45

인류 최초의 도시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만들어진 ‘우루크Uruk‘라는 도시다. - P45

지구 온난화는 인류가 농사를 짓게 했고, 강가에 고밀화된 도시를 만들게 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환경은 문명을 만들었다. - P45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우루크 같은 곳은 건조기후여서 전염병이 돌지 않는 장점이 있다. 예방주사가 없고 특별한 위생 시설도 없는 천연 상태에서 박테리아성 질병이나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유행에 가장 강한 내성을 가진 지역은 건조한 기후대 지역이다. - P46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MIT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과정을 연구했는데, 비가 내리면 땅에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흙과 함께 발포 상태가 되고 그것이 옆으로 이동하면서 바이러스가 전파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은 세균의 증식뿐 아니라 바이러스의 전파에도 취약하다. 반대로 건조한 기후대는 비가 잘 안 오기 때문에 전염병에 강하다. - P46

그런데 문제가 있다. 건조 기후대는 전염병에는 강하지만 물이 부족하다. 물이 없으면 인간이 모여 살 수가 없다. 그런데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지역은 특이하게도 강이 남북으로 흐르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두 문명은 남북으로 흐르는 강의 하구이면서 건조 기후대에 위치한 문명이다. - P46

티그리스강, 유프라테스강, 나일강 같은 거대하고 긴 강은상류와 하류의 기후대가 다른데, 강의 상류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빗물이 강을 따라서 하구의 건조한 지역에 다다르게 되면 사람들은 전염병없이 그 물로 농사를 짓고 마시면서 살면 되는 것이다. 남북으로 흐르는 강은 자연이 만들어 준 천연의 상수도 시스템이 되었다. 덕분에 최초의 문명 도시 우루크는 남북으로 흐르는 강 하구의 건조 기후대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탄생하게 된 것이다. - P47

도시의 해발 고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산꼭대기에 위치한 마추픽추 같은 특별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낮은 지대에 산다. 이유는 간단하다. 낮은 지대가 물이 풍부하고 땅의 경사도가 완만하기 때문이다. - P49

도시를 만들려면 집을 짓고 도로를 만들면서 정주해서 살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땅의 경사도가 낮을수록 유리하다. - P49

강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는 평지가 많고, 강의 범람 시에 퇴적되는 침전물로 인해 토질이 좋고 물이 풍부해서 거주하거나 농사를 짓기에 유리하다. - P49

남는 재화를 저장하고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서 문자가 생겨났다. 최초의 문자인 수메르 문명의 쐐기문자(설형문자)는 곡식의 양을 기록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 P50

그 당시(수메르 문명)만 하더라도 사람들의 생각을 남기는 방식은 ‘문자‘보다는 ‘그림‘이 더 효과적이었다. 쐐기문자보다는 각종 동굴이나 벽에 그려진 그림들이 그 시대 사람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기에 좋은 방식이다. - P50

시간이 지나면서 문자 체계가 점점 더 정교해졌다. 주변사람들의 뇌와 병렬로 연결시키는 방식이 언어라면, 다른 시대 사람이나 먼 지역 사람들의 뇌와 병렬로 연결시키는 방식은 ‘문자‘다. - P50

최초의 문자는 회계 장부 정도의 기능을 했지만 시대를 거듭할수록 추상적인 개념들도 기록할 수 있는 문자 체계로 발달하게 되었다. 이로써 다른 지역, 다른 시대의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면서 문명 발달의 속도가 가속화되었다. - P50

흥미로운 사실은 동양과 서양, 두 세계의 근간을 이루게 한 위대한 사상가들은 물리적으로 엄청난 거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시기적으로는 기원전 582년부터 기원전 300년 사이의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다는 점이다. - P52

인류의 집단은 교통수단의 발달과 문자의 개발로 더 많은 영역으로부터 세금을 걷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체계적으로 세금을 걷을 수 있게 되니, 이제 문제는 영토의 크기였다. 영토가 커지고 노예가 많아질수록 지배 계급의 이익은 더 커진다. 이는 주변국과의 영토 전쟁으로 이어졌다. - P53

전쟁 중에는 이유 없이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간다. 사람들은 ‘왜‘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위대한 사상의 싹이 텄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 P53

책을 써서 텍스트로 남기는 일은 중요하다. 텍스트로 된 생각들은 전파되거나 전승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 P53

재러드 다이아몬드의《총, 균, 쇠》를 보면 농업 문명이 같은 위도상의 동서 방향으로는 빠르게 전파되고, 남북 방향으로는 느리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남북 방향으로 이동하면 위도가 달라지면서 기후가 바뀌게되고, 기후가 바뀌면 어렵게 발견한 농사 가능한 종자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동서 방향 이동은 같은 위도상으로 같은 기후대상에서의 이동이기 때문에 옆에서 농사가 가능했던 종자를 그대로 쓸 수 있기에 농업 전파의 속도가 빠르다. - P55

농업은 인간이 만든 최초의 ‘인공 생태계‘다. 인간이 선택한 몇 개의 종을 대량으로 복제하여 단순한 생태계를 만들고 그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방식이 농업이다. - P61

인류 문명은 다양하게 계속 진화하는 것 같지만 사실 본질을 들여다보면 1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문명은 단순한 인공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인터넷 가상공간 역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을 대표로 ‘인공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인공 생태계를 만드는 역사의 첫 단추가 농업이다. - P61

농업의 시작은 셀 수 없이 많은 식물 중에서 열매의 생산성이 가장 높은 품종을 선택하는 일이었다. 이때 선택된 식물 종은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의 기후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중 강수량이 가장 결정적인 요소다. - P61

지구는 자전하기 때문에 행성 전체를 감싸는 대기는 지역마다 일정한 흐름의 방향에 따라 바람이 되어 분다. 이러한 바람 중 계절풍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 대륙의 동쪽 지역은 계절풍의 영향으로 특정 시기에 비가 많이 내리는 몬순 기후다. 따라서 대륙의 동쪽은 벼농사를 짓는다. 유라시아대륙의 동쪽에 위치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벼를 재배한다. 반대로 대륙의 서쪽 지역은 집중 호우식의 장마철 없이비가 일 년 내내 고루 내리는 편이고 강수량도 동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인 유럽은 밀을 재배한다. - P62

밀과 벼는 재배 방식에 차이가 있으며, 이 재배 방식의 차이가 가치관의 차이를 가져온다. 일반적으로 벼농사 지역은 집단의식이 강하고, 밀 농사 지역은 개인주의가 강하다. - P62

도시 생활을 하다가 귀농한 사람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농사일 자체가 아니라 마을 주민과의 관계라고 한다. - P63

귀농한 사람들은 도시인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에 가족의 경계가 직계 가족으로 제한적이다. 하지만 벼농사를 계속 지어 온 동네 사람들은 ‘이웃사촌‘의 경계 범위가 넓다. - P63

예부터 동네 빨래터에서 나오는 ‘평판‘과 ‘왕따는 벼농사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따로 법정에 가서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도 없이 어떤 사람의 행위가 사회 유지에 옳지 못하다고 하면 인민재판식으로 여론을 몰아서 처벌하는 것이다. 벼농사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이웃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는 아직도 그런 모습이 많이 남아 있다. 사람들은 인터넷 댓글 평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 P63

우리 사회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도 있다. 이 속담의 배경 의식에는 강한 평등 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인데, 오래된 벼농사 생활이 만든 사회주의적 공동체 의식이 자리 잡아서라고 생각된다. - P64

한국이 미국보다 자본주의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같이 유독 동아시아에서 벼농사를 짓는 지역에 사회주의 국가가 많이 남아 있는 것도 같은 벼농사 사회에 있는 사회주의적 가치관이 깔려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일찍이 서양 문화에 개방됐던 일본처럼 벼농사를 지으면서도 자본주의 산업화에 앞서 나간 경우도 있으니 그리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벼농사와 사회주의 공산 개념은 연관성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 P64

정리해 보면, 벼농사를 지었던 사람들온 농사짓는 방식 때문에 결속하고, 집단의식을 키우고, 주변인과 협업하도록 가치관과 시스템이 발달해 왔다. - P64

농사 방식은 마을의 풍경도 다르게 만들었다. 노동 방식이 문명의 성격을 결정지은 것이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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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정의 독서법 - 내 독서법은 내가 만든다
정경수 지음 / 큰그림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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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다양한 독서법들이 소개되어 있고, 이를 기반으로 책의 종류별로 어떤 독서법을 적용해서 책을 읽어나가는게 효과적이고 효율적인지를 배울 수 있었다. 책 읽기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가 이미 있는 분들보다는 특별한 노하우없이 그냥 무작정 책을 읽어왔던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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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책 제목과 차례를 활용하는 기술에 관한 글 가운데 표지와 뒤표지의 중요성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눈에 띈다. 모든 책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저자와 출판사의 편집자들이 독자들에게 책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목, 부제, 뒤표지, 책 날개 등을 이용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저자는 독자들이 이러한 부분들에 적혀있는 글에도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한다.

실제로 위의 내용을 읽은 뒤 잠시 책을 덮고 뒤표지에 나와있는 문장들이 있길래 읽어보았는데, 말그대로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들이 적혀있었다. 물론 저자가 어느정도 의도한 것이겠지만, 어쨌든 책이라는 콘텐츠를 공급하는 입장에 있는 저자와 출판사가 단순히 본문 내용 뿐만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이러한 표지 등과 같은 것에 굉장히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디테일들이 결국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책을 선택하여 읽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어서 차례나 목차를 활용하여 독자 개개인의 목적에 맞는 독서를 할 수 있는 다양한 팁들이 소개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밑줄 친 부분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뒤이어 나오는 내용은 독서의 목적과 관련된 것인데 크게 2가지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독서이고, 다른 하나는 독서 행위 자체에서 어떤 즐거움을 찾는 말그대로 독서 자체가 목적인 독서가 있다. 둘 다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현대 사회에서 주로 목적이 되는 독서는 단순한 즐거움의 목적보다는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인 경우가 많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그냥 단순히 지금 읽고 있는 이 책만 놓고 보더라도 어떤 독서법이라는 것과 관련된 노하우를 얻기 위함이지 어떤 재미나 즐거움을 위해 이 책을 읽지는 않을 것이다. 재미나 즐거움을 추구했다면 오히려 재미있는 소설책이나 만화책을 읽는 게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저자가 책에서 했던 얘기를 이렇게 바로 적용해보니 그 의미가 더 깊이 와닿게 느껴졌다.

저자가 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독서는 ‘학습 독서‘ 라는 개념과 연결되는데 이와 관련하여 뇌과학에 기반한 기억에 대한 내용이 간단히 소개된다.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바꾸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같은 내용들인데 기억과 관련된 책들을 이미 여러 권 읽어보셨던 분들에게는 비교적 익숙할 법한 내용들이라 여기서 별도로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다.

학습 독서와 관련하여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독서방법으로 유사한 주제와 관련된 최소 두 권 이상의 책을 함께 비교분석하면서 읽어보는 ‘신토피컬syn-topical 독서법‘이라는 것이 나온다. 의미를 직역해서 살펴보자면 syn은 함께 혹은 비슷함을 나타내는 접두사이고, topic은 화제나 주제 라는 의미이다. 쉽게 말해 비슷한 주제의 책을 읽고 비교하면서 이해도를 높이고 더 나아가서는 직면하고 있는 각종 문제들의 해결에도 도움이 되어보자는 취지라고 볼 수 있겠다.

잠시 위에서 언급했던 독서의 목적과 연관지어 이 신토피컬 독서법을 생각해보자면 이 독서법은 어떤 정보를 획득하여 자신이 궁금해하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를 더 명확하게 알기 위한 수단으로의 독서라고 보면 될 듯 하다.

뒤이어서는 신토피컬 독서의 사례와 구체적인 활용 방법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각종 매체별로 저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독서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독자 개개인의 필요에 맞게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저자는 독자별로 자신만의 독서법을 가지고 책을 읽어나갈 것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단순히 이 책에 소개된 모든 독서법을 무작정 따라하기 보다는 이 책의 제목처럼 사용자가 직접 정의한 독서법으로 승부를 보라는 말로 나는 이해했다. 결국 상황과 필요에 맞게 잘 쓰라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저자는 꼭 책이 아닐지라도 텍스트로 정보를 얻는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독서법을 잘 알고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와 함께 이 책을 마무리 한다. 밑줄쳤던 내용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면서 독자인 내가 적용할 만한 독서법들을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적용해보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책을 빠르게 훑어보는 과정에서 표지와 뒤표지, 책 날개 (일반적으로 표지 날개에는 저자 소개가 있고 뒤표지 날개에는 책 내용의 요약 또는 출판사에 출간한 다른 책 정보가 있다)를 꼼꼼히 읽을 필요가 있다. - P197

표지나 뒤표지에 출판사에서 책을 소개하는 글이 있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 저자와 출판사의 편집자는 독자들에게 책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서 제목, 부제, 뒤표지, 책 날개를 이용한다. 저자와 출판사에서 책의 제목과 표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독자들도 제목과 표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 P198

책 제목은 키워드와 내용을 연상시키는 문장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표지 디자인에 따라 형식은 다르지만 표지만 보고도 어떤 내용인지 짐작할 수 있게 짧고 간결한 문장이나 단어로 만든다. 표지에 나온 문구들을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책을 한참 읽은 후에 나에게 필요없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도 있다. 마찬가지로 표지에 나온 문구를 제대로 보지 않으면 꼭 읽어야 할 책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 P198

인문서나 역사, 철학과 관련된 책은 저자의 견해가 중요하기 때문에 머리말부터 읽어야 하고 실용서나 기술서처럼 직접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책은 차례부터 읽어야 한다. - P198

차례 페이지를 볼 때는 제목만 훑어보기 때문에 자세히 보더라도 5분이면 충분하다. 장제목과 소제목에서 반복되는 단어가 있다. 그것이 키워드다. 키워드가 반복되는 이유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 P199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차례에 나온 키워드를 중심으로 어떤 내용이 나올지 상상해야 한다. 책에서 필요한 부분만 읽을 때는 차례를 보고 필요한 내용이 나온 페이지를 찾아서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책 귀퉁이를 접어 둔다. 자주 나오는 키워드와 대략적인 페이지수를 확인한다. - P199

모든 책이 기-승-전-결로 구성되지는 않지만 중요한 주제에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하기 때문에 자주 나오는 여러 개의 키워드 가운데 분량을 많이 차지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관심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 P199

차례가 잘 정리된 책은 책 귀퉁이를 접어두지 않아도 된다. 차례만 보면 어떤 내용인지 짐작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99

좋은 책은 장제목과 소제목이 잘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내용은 독립적이지만 내용에 따라 순서와 분류가 잘 정리돼 있으면 전체적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살기 좋은 집과 나쁜 집이 있는 것처럼 읽기 좋은 책은 구성이 좋다. - P200

"남의 책을 읽는데 시간을 보내라. 남이 고생한 것에 의해 쉽게 자기를 개선할 수가 있다." - P201

소크라테스가 제자들에게 했던 것처럼 책은 독자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신의 무지를 깨달아 가는 것보다 책에서 더 얻으려고만 한다. 책 속에서 자신의 무지를 알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독서를 한다면 ‘책‘이 제자들에게 무지를 일깨워주는 소크라테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P203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지난 몇 세기에 걸쳐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과 같다" - P203

"사물이나 현상의 실재성을 알려면 잠정적 회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물에 ‘책‘을 넣어보면 책을 읽으면서 어떤 회의가 필요한지 알 수 있다. - P204

책을 읽으면서 회의를 어떻게 하냐고 묻는 독자도 있을 것 같다. 여기서 회의는 사유思惟, thought를 뜻한다. - P204

"나는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저자의 의도를 파악했는가?" "이 책이 나에게 필요한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다. 내용에 따라서 질문은 다양하게 바뀐다. 데카르트가 말한 사유는 의심하고, 이해하며, 긍정하고, 부정하며, 상상하고, 감각하는 것이다. - P204

책을 읽는 것보다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하다. 계속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질문이 계속 이어질지도 모른다. 요즘은 이메일이나 SNS를 통해서 지은이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있다. 이렇게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책을 읽으면 소크라테스가 우려했던 것처럼 ‘죽은 담론‘이 되지는 않는다. - P204

카타르시스는 ‘배설‘을 뜻한다. - P205

독서를 하는 목적은 두 가지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 - P205

책에는 정보가 들어 있고 즐거움을 주는 요소도 들어있다. 책이 주는 즐거움은 책을 읽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 독서를 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도 즐거움을 느낀다. 즐거움을 크게 느낄수록 그 책은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행복론에서는 책을 읽는 목적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라고 했다. 카타르시스를 느껴서 인간이 추구하는 최종 목적인 행복에 도달하는 것이다. - P205

목적이 분명할수록 독서에서 느끼는 행복은 더 커진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카타르시스는 독서의 목적이었지만 실용성을 강조하는 지금의 독서는 수단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독서는 아니지만 독서를 하는 자기만의 목적을 만들어보자. 그러면 억지로 책을 읽는 수고는 덜 수 있다. - P205

1분 독서법은 타임매직과 컬러매직 두 단계로 구분된다. 타임매직은 책을 읽는 시간을 단축하여 훑어보는데 1시간 정도 걸리는 분량의 책을 1분 안에 읽는 것이다. 타임매직이라는 말처럼 책을 읽는 시간을 단축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컬러매직은 색을 이용해서 책 내용을 복습하는데 중점을 두고 책을 읽는 것이다. - P209

타임 매직은 짧은 시간에 반복해서 여러 번 보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컬러 매직은 이미 여러 책에서 활용하고 있다. 학습서나 자습서, 문제집 등을 보면 중요한 부분에는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등 눈에 잘 띄는 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다른 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한눈에 보더라도 중요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P210

1분 독서법은 빠르게 읽는다는 것의 상징적 표현이다. 1분독서법의 핵심은 사람이 짧은 반복을 통해서 받아들인 내용이 뇌에서 더 오래 기억한다는 특징을 이용하는 것이다. - P210

사람들의 기억은 짧은 시간의 반복에 의해서 장기 기억으로 바뀐다. 장기 기억은 처음 저장된 후 며칠 또는 수개월, 수년에 걸쳐서 머릿속에 남는다.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바꿔놓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려면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여러 번 복습하는 것이 관건이다. - P211

단기 기억은 전화를 걸 때 마지막 자리까지 누르는 동안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는 정도의 기억력이다. 반면에 전화번호가 장기 기억에 저장되면 일생동안 기억되기도 한다. - P211

1분 독서법은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바꿔놓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에 외국어 학습에 적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 P212

외국어를 공부할 때 단어와 문장을 쓰고 반복해서 읽는 이유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시키기 위해서다.
끊임없이 반복해서 읽고 쓰고 외국어 환경에 계속 노출되도록 노력하면 문장을 기억하게 되고 상황에 따라서 사용하는 말이 입에 붙게 된다. - P212

외국어 학습법이 기계적인 암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뇌가 기억하는 원리를 이용하면 짧은 시간에 더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 P212

학습 독서에서 비교·분석하고 생각해보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같은 사실이나 사건이 과거에는 진리였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 편향된 정보만 학습하고 다른 편의 정보는 알지 못한 채 자기가 알고 있는 게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심각한 오류를 만들어낼 수 있다. - P213

학습 독서에서는 동일한 주제에 대해서 두 권 이상의 책을 비교해가면서 읽어야 한다. 신토피컬Syn-topical 독서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실천해야 하는 독서법이다. 독서에 국한하지 말고 텍스트를 읽는 습관에서도 같은 주제를 여러 권의 책, 관점이 다른 매체를 통해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책도 저자의 관점에서 쓰였기 때문에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하지만 저자의 시각을 벗어날 수 없다. - P214

일본에서 지知의 거장, 최고의 제너럴리스트로 통하는 다치바나 다카시는 입문서부터 읽되 정독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책을 읽으면서 메모하는 것도 권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의욕이 앞서면 도중에 좌절하기 때문이다. - P214

메모를 하면서 정독을 하면 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책도 이틀씩 걸릴 수 있다. 입문서 한 권을 정독하기보다는 입문서 다섯 권을 가볍게 읽어 치우는 편이 낫다. 메모를 하지 않더라도 중요한 부분은 다른 책에서 반복하여 언급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들어온다는 게 다치바나 다카시가 권하는 독서다. - P215

히라시노 게이치로는 책을 깊게 읽기 위해 관련된 책을 찾아서 읽으며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면서 깊이 있는 지식을 추구하는 것을 권했다. 다치바나 다카시도 독서를 독학에 포함시켜서 독선적인 해석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습득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가능하면 비슷한 주제의 책을 여러권 읽거나 전문가를 찾아가 질문하라고 했다. - P215

느리게 읽는 독서법을 주장하는 히라시노 게이치로나 한 가지 주제와 관련된 여러 권의 책을 빠르게 읽으라는 다치바나 다카시가 공통적으로 권하는 것은 책의 내용을 비교하면서 읽으라는 것이다. 즉 신토피컬 독서를 권하고 있다. - P215

신토피컬 독서는 두 권 이상의 책을 비교해서 읽고 새로운 결론을 이끌어내는 독서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책 읽기에 적합하다. - P215

독서를 목적으로서의 독서와 수단으로서의 독서로 구분한다면 신토피컬 독서는 수단으로서의 독서에 해당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독서를 이용하는 것이다. 두 권 이상의 책을 읽으면서 지식이나 객관적인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책을 읽는 것이 수단으로서의 독서다. 이와 상대적으로 목적으로서의 독서는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고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 목적 독서에 해당한다. - P216

책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책을 억지로 읽히는 것은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이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단순히 많이 읽으라고 시키지 말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서 목적으로서의 독서든 수단으로서의 독서든 독서를 하게 만드는 것, 텍스트를 읽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P216

우선은 읽어야 독서 습관이든 읽기 습관이든 기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감명받은 책이니까 읽어라‘, ‘책은 많이 읽을수록 좋다‘는 말은 동기를 유발하지 않는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목적도, 수단도 아니라면 재미있는 책을 갖다 줘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 P216

마쓰오카 세이고는 책은 읽을수록 모르는 게 더 많아지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자꾸자꾸 읽고 자신의 독서 페이스를 알 수없기 때문에 독서법을 바꿔가며 여러 권의 책을 읽으라고 했다.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기 보다는 적당히 멋있어 보이기 위해 책을 읽어도 좋다고 했다. - P217

호기심이 지적인 욕구를 불러일으킬 때 비로소 수단으로서의 독서가 시작된다. 요리를 잘 하고 싶은 사람이 요리책을 본다면 마찬가지로 수단으로서의 독서다. 대학생이 전공에 필요한 책을 읽는 것도 수단으로서의 독서다. - P218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한 사람이 아프리카에 빠져서 아프리카를 주제로 한 소설, 에세이, 기행문 등을 읽으면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목적으로서의 독서가 된 것이다. 요리를 잘 하고 싶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요리책에서 시작해서 로컬푸드, 친환경 먹거리 등을 소개한 책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요리를 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요리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목적으로서의 독서를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동일한 주제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는 신토피컬 독서를 하게 된다. - P218

두 권 이상의 책을 동시에 읽을 필요는 없다. 같은 주제의 책을 두세 권 준비해서 한 권을 읽고 시간이 지난 뒤에 또 한 권을 읽어도 좋다. 신토피컬 독서도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서 실행하면 된다. 시간이 지난 후에 책을 읽을 때는 이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을 찾아보면서 읽어야 비교할 수 있고 자기만의 결론을 만들 수 있다. - P218

독서는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매우 적극적인 행동이다. 사람마다 책을 읽은 법이 있다. 누군가가 가르쳐준 독서법을 따르기 보다는 자기가 편한 방법, 좋아하는 방법으로 읽으면 된다. 베스트셀러를 읽어도 좋고 자기계발서, 재테크 서적을 봐도 상관없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한꺼번에 많이 읽어도 되고 한 페이지도 읽지 않아도 된다. - P219

뉴스에도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 컨텐츠가 있다. 바로 논설이나 사설 등의 해설 기사다. 신문은 뉴스 중에서 중요한 내용을 사설이나 컬럼 형태로 정리해서 언론사 입장을 밝힌다. 따라서 신문의 성격이 드러나는 사설이나 칼럼은 빼놓지 않고 읽어야 한다.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의 사설을 모두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 P220

가능하면 종이로 인쇄된 잡지를 보는 게 바람직하다. 종이로 인쇄된 잡지에는 기사 외에도 업무와 관련된 최신 장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의 광고가 있다. 광고는 새로 나온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게 주요 컨텐츠다. 광고를 유심히 보면 한두 달 뒤에 유행하거나 다가올 시즌을 예측할 수 있다. - P221

도표를 읽을 때는 가로, 세로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위는 무엇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도표는 절대값이 아니라 변화율(상대적인 크기)을 보여주기 때문에 작성자의 의도에 따라서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도록 몰고 갈 수 있으므로 단위와 데이터 오차, 작성자의 의도, 출처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P222

검색은 효율성을 중시하지만 탐색은 호기심과 지적인 욕구 충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 P223

백과사전이나 인터넷으로 자료를 조사할 때는 조사할 대상이 내용 또는 검색 결과에 들어 있을 때 주제를 대충 훑어보며 내용을 검토한 다음 자세히 읽을지, 다음 내용으로 넘어갈지 결정해야 한다. - P223

자료를 찾을 때 배경지식을 갖추고 있다면 부분만 읽고도 그 내용이 나에게 필요한 내용인지, 필요 없는 내용인지 판단할 수 있지만 배경 지식이 없다면 자세히 살펴본 후에 다음 내용으로 넘어야 가아 한다. 결국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이 인터넷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 P223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에 읽는 습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적인 검색 기술과 자기 스스로 정보의 오류를 점검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이지만 사용자가 정보 활용능력을 제대로 갖춰야 올바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잘못된 정보를 수집해서 공유하는 실수도 방지할 수 있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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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에 심리 치료사가 공포증을 치료할 때 사용하는 2가지 방법에 대해 잠깐 나왔었는데, 오늘은 이것들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본문을 읽다보면 비행기 조종사들이 비행기 조종 중 실속(失速 : 속도를 잃어버림, 속도의 통제불능 상태)했을 경우에 대비하는 훈련을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훈련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의도적으로 이러한 실속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훈련을 실시한다고 한다. 이러한 불편한 상황에 조종사들을 던져 넣음으로써 실제 비행 중에 예기치 못하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는 게 포인트다. 결과적으로 불편한 상황을 경험하고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유능한 조종사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불편한 상황에 자신을 던져넣어서 언어습득을 하는데 효과를 보았던 사례가 있었는데 오늘 읽었던 사례와 소재만 조금 다를 뿐 본질은 둘 다 동일한 것이다. 책에 직접적으로 나온 말은 아니지만 예전에 많이 들어봤던 사자성어 중에 ‘고진감래‘라는 것이 이 상황에 얼추 드러맞는 사자성어라는 생각이 든다. 유사한 의미의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고생끝에 낙이 온다‘ , ‘고통없이 얻는 것은 없다‘. 쓰다보니 의미가 통하는 영어 문장도 하나 생각난다. No pain, no gain.


체계적 둔감화는 아주 소량의 위협에 노출한 뒤 시간이 흐르면서 노출되는 위협의 양을 점점 늘려가는 방법이다.

자극범람 요법은 정반대다.

노출 요법은 불편함을 증폭함으로써 불편함을 줄인다.

불편함을 강화함으로써 불편함을 다루는 방법을 터득하고 불편함을 헤쳐나가면서 기량을 키운다.

사회적 스카이다이빙

"내가 보기에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하는 가장 중요한 실수 중 하나가 언어 공부는 지식의 습득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은 소통 기량을 구축하는 일이다"

대부분 어색함을 피하려고 형식상의 대화를 고수하지만 심도있는 대화가 놀라울 정도로 호응이 좋다. 7가지 연구에서 사람들은 낯선 사람과의 심도있는 대화에 예상보다 훨씬 더 즐겁고 교감을 느끼고 덜 불편해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작업을 물어보다가 질문을 바꿔 즐겨 하는 게 뭔지 물어보았을 때 훨씬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고 스페인어 연습을 더 알차게 하게 되었다.

학습은 실수를 인식하고 바로잡고 방지하는 과정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그러나 (중략) 언어에 유창해지려면 실수를 줄이려 하지 말고 오히려 늘리려 애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정보를 학습할 때 학생이 틀리게 추측한 뒤에 정답을 가르쳐주면 나중에 시험을 볼 때 실수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사람들에게 실수해도 괜찮다고 하면 실수를 오히려 덜 한다. 초기에 하는 실수는 정답을 기억하도록 도와주고 계속 배우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야심만만한 목표를 세운다. 하루에 적어도 실수를 200개 하기다. (중략) 자기가 하는 실수 개수로 진전을 가늠한다.

"실수를 많이 할수록 빨리 진전하고 덜 꺼림칙해진다. 실수하는 게 불편하게 느껴지는 감정을 극복하려면 실수를 더 많이 하는 게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루이스는 어색한 상황에 놓인 적이 적지 않다. (중략) 그러나 그는 자책하지 않았다. 실수하는 게 목표였으니까. 그가 실수해도 사람들은 대체로 노력이 가상하다며 칭찬해주었다. 그러면 계속 노력하고 싶은 동기가 유발된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선순환을 학습된 근면성이라고 일컫는다. 노력해서 칭찬을 받으면 노력한다는 느낌 자체가 부차적 보상의 가치를 띠게 된다. 계속 노력하도록 자신을 닦달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노력하는 쪽으로 끌려간다.

우리는 학습이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지식 > 편안함 > 연습 > 진전

학습은 실제로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지식 > 연습 > 불편함 > 더 많은 연습 > 진전 > 편안함 > 더 많은 연습 > 지식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첫날부터 말하기를 한다는 아이디어는 학습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았다. 코딩도 첫날부터 만들 수 있고, 가르치기도 첫날부터 할 수 있고, 코치도 첫날부터 할 수 있다고 말이다. 기량을 연습하기에 앞서 편안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기량을 연습하면 점점 편안해진다.

약간 불편함을 감수할 의향이 있는 한 배움에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용기는 전염된다.

새로운 난관에 도전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낄 때까지 기다리면 아예 목표를 추구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어느 날 눈을 떴더니 문득 준비된 느낌이 드는 날은 오지 않을지 모른다. 눈 질끈 감고 뛰어내리듯 무턱대고 시작하면 준비된다.

가장 지적인 종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가장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

물살이 거세거나 포식자에게 뜯어 먹혀 몸이 손상된다고 반드시 물 위에 둥둥 뜨거나 죽지는 않는다. 생존 포자 (일단 여건이 호전되면 새로운 스펀지를 생성하게 해주는 세포)를 통해 재생하는 종류도 있다.

흡수하고 여과하고 적응하는 역량 덕분에 해면은 성장하고 번성한다. 그리고 이는 인간에게도 매우 중요한 역량이다.

스펀지처럼 된다는 건 품성 기량을 의미한다. 이는 숨은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형태의 주도력이다.

개선은 추구하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정보의 질이 좌우한다. 성장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배우느냐가 관건이다.

장족의 발전은 노동의 양이 아니라 노동의 결실에서 비롯된다.

소득 증가는 온전히 읽고 쓰는 역량을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

문해력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배울 기회를 열어주는 중요한 원천이었다.

우리가 보통 더 열심히 노력하면 이룬다고 생각하는 진전은 실제로는 더 똑똑하게 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인지적 기량은 학습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기는 하다. 기본적인 문해력이 있으면 품성 기량을 훨씬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학습에서 주도력을 발휘하면 더 빨리 배우게 된다. 사람들이 새로운 개념을 흡수하고 낡은 개념을 걸러낼 역량을 갖출수록 번영하게 된다.

정보를 흡수하고 이해하는 역량을 증폭시키는 인지적 기량은 스펀지가 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준다. 점점 더 스펀지처럼 되면 더 대단한 목표들을 성취할 역량을 갖추게 된다.

자발적으로 시작하면 더 멀리까지 가게 된다.

흡수 역량은 새로운 정보를 인식하고 가치를 평가하고 동화하고 새로운 정보를 적용하는 능력으로서 두 가지 핵심적인 습관이 결정한다.

첫째는 정보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시야에 들어오는 대상에 반응하는가? 아니면 새로운 지식, 기량, 관점을 주도적으로 찾아 나서는가?

둘째는 정보를 걸러낼 때 추구하는 목표다. 자아 충족에 초점을 두는가? 아니면 성장할 동력을 얻는데 초점을 두는가?

최적점은 주도력과 성장 지향성이 만났을 때다. 바로 이 상태일 때 사람들은 스펀지가 된다. 끊임없이 주도적으로 자신을 확장하고 적응한다. 이러한 품성 기량은 불리한 여건에 처해 있을 때 특히 가치가 있다.

그는 자기가 본 정보를 흡수하고, 자신의 독특한 스타일에 적용되지 않는 정보를 걸러내고, 자신만의 투창 스타일을 만들어내 세계 최고가 되었다.

삶의 많은 부분에서 스펀지가 되느냐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훨씬 주관적인 지침을 걸러내는 행위가 좌우한다.

피드백은 전혀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피드백을 수집하기란 보기만큼 단순하지 않다.

사람들은 도움이 될 충고가 있어도 공유하기를 꺼린다.

우리는 공손함과 친절함을 혼동하고 있다. 공손함은 지금 당장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기 위해 비판을 자제하는 태도다. 친절함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내일 더 나은 사람이 될 지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말하는 태도다.

비판하든 응원하든 둘 중 하나를 하기는 쉽다. 그러나 코치가 되기는 훨씬 힘들다. 비판하는 사람은 여러분의 약점만 보고 치부를 공격한다. 응원하는 사람은 여러분의 장점만 보고 가장 큰 장점만 찬양한다. 코치는 여러분의 잠재력을 보고 여러분이 훨씬 나은 사람이 되도록 돕는다.

나는 나를 비판하는 사람과 응원하는 사람 모두를 코치로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이는 실수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피드백을 구하기보다 조언을 구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피드백은 여러분이 지난번 얼마나 잘했는지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조언은 여러분이 어떻게 하면 다음번에 더 잘할 지에 관심을 둔다. 이러한 단순한 변화만으로 훨씬 구체적인 제안과 건설적인 조언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사람들은 조언을 구하면 자신감이 없어보일까 걱정하지만, 조언을 구하는 행위는 자신감의 부족을 드러내지 않는다. 조언을 구하는 것은 상대방의 능력을 존중한다는 징표다.

여러분이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면 사람들은 여러분을 훨씬 역량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넌 천재야! 내게 조언을 구해야 한다는 걸 아니 말이야!‘

나는 피드백을 구하는 질문을 조언을 바란다는 내용으로 바꿨다.

내가 개선할 수 있는 게 한 가지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을 하자 갑자기 사람들은 내게 유용한 조언을 하기 시작했다.

농담이 먹히리라는 확신이 없으면 농담으로 강의를 시작하지 말길 바란다는 조언

시적인 사연으로 말문을 열라. 이것은 당신의 인간적인 면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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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소금이 물에 녹는다는 것을 과학적인 방식으로 설명하기 위해 소위 말하는 ‘빌드업‘ 작업을 했다. 즉, 소금의 용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밑바탕이 되는 관련 개념들을 먼저 설명했다는 말이다. 핵심 개념인 원소, 원자, 분자, 전자 등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본론인 소금물 이야기로 들어간다.

비전공자라 그런지는 몰라도 지난 번에 읽을 때는 일단 이해는 했던 것 같은데, 몇일 있다가 다시 보려니 저자가 빌드업했던 내용들이 조금씩 헷갈린다. 뭐 어쩌겠는가. 다시 읽어서 개념 잡아야지. 별 수 있나. 한편으로는 이과에서 과학 공부 잘했던 사람들이 문득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생소한 용어들과 복잡한 과정들을 어그러짐없이 잘 따라갔다는 거니까 말이다. 뭐 어쩌면 나도 저자와 비슷한 ‘운명적 문과‘ 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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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2에 원자 별로 특성이 나오는데, 마치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과도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p.183에는 저자가 원자와 전자의 결합 과정을 통해 지구에 물이 많은 이유를 설명해주는데 이야기가 아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저자가 인문학에 조예가 깊어서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과학적인 내용을 과학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알기 쉽게 쓴다는 건 그리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마치 저자가 소화시키기 힘든 음식을 잘게 부수어서 독자들이 소화하기 쉽게끔 만들어 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p.187에 나오는 탄소와 관련된 이야기에서는 저자의 일종의 분노(?)가 느껴졌다. 그것은 전지구적으로 기후위기의 원인이 탄소라고 지적하는 현실에 대한 분노였다. 저자의 얘기에 따르면 탄소 자체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탄소를 무조건 나쁜 것으로 매도하는 행태에 대한 억울함(?)을 저자가 대신 풀어주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 억울함(?)이 이해가 되어서 독자인 나도 탄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소금이 물에 들어오면 음전하를 띤 물 분자의 산소 원자가 양전하를 띤 소금 분자의 나트륨 이온을 움켜쥔다. 양전하를 띤 물 분자의 수소 원자는 음전하를 가진 소금 분자의 염소 이온을 낚아챈다. 물을 이루는 두 원자가 그렇게 갈퀴질을 해서 소금 분자를 찢어발긴 것이 소금물이다. - P173

소금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본의 아니게 갈라선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은 물속을 떠다니다가 기회가 생기면 바로 재결합한다. 소금물 안에서 어떤 원자들은 소금 결정을 이탈하고 다른 원자들은 소금 결정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많은지는 물과 소금의 상대적인 양이 결정한다. 물이 압도적으로 많으면 이탈하는 원자가 많고 물이 적으면 복귀하는 원자가 많다. - P173

바닷가 사람들은, 이유는 몰랐지만, 바닷물이 증발하면 소금이 생긴다는 사실은 옛날부터 알았다. 그래서 얕은 갯벌에 바닷물을 가두어 물을 증발하게 두었다가 바닥에 쌓인 소금 결정을 거두어들였다. ‘천일염天日鹽‘이다. - P174

물의 산소 원자와 수소 원자가 만든 전하의 미약한 불균형 덕분에 생명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는 더 신기했다. - P174

생물의 세포는 화학공장이나 마찬가지다. 여러 물질이 작용해 영양분을 흡수하고 폐기물을 배출하며 신진대사에 필요한 효소를 만든다. 모든 공정에서 물이 필수다. 물이 없으면 세포라는 화학공장을 가동할 수 없다. 물이 없으면 생명도 없다. 인간 세포 질량의 70퍼센트가 물인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 P174

산소가 욕심이 많아서 다행이다. 산소가 전자를 자기 쪽으로 끌어 놓지 않는다면 물은 아무것도 녹이지 못할 것이다. - P174

전자가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는지 몰랐다. 원자들이 흩어지지 않고 물질을 이루는 것, 우리 몸이 생존에 필요한 화학 공정을 가동할 수 있는 것이 다 전자 덕분이다. 전자가 하는 일은 그뿐만이 아니다. 전등부터 휴대전화까지 전기산업과 전자산업의 모든 제품을 가동하는 것도 전자다. - P174

인문학의 사고방식과 언어습관에서는 ‘핵심‘이 중요하다. 이야기가 겉돌면 이렇게 야단친다. ‘그게 핵심이 아니잖아!‘ 언제나 변방이 아니라 중심에 초점을 맞춘다. ‘어서 핵심으로 들어가!‘ 물질도 그런 것 같다.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질량은 거의 전부 원자핵이 차지한다. 전자는 하는 일 없이 핵 주변을 서성이는 하찮은 존재 같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일은 전자가 다 한다. 원자핵은 가만히 있을 뿐이다. - P175

《알릴레오 북스》에서 내가 ‘일은 전자가 다 한다‘고 했더니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는 단호한 어조로 지적했다. ‘무리한 일반화의 오류‘ 라고, 옳은 지적이다. 우주에서는 원자핵이 모든 일을 한다. 전자는 거들지도 않는다. 원자핵이 일하지 않았으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P175

지구에서는 그래야 한다. 원자핵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게 바람직하다. 핵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게 거의 유일하게 좋은 일인데, 그것마저 사고가 나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남긴다. 사용후 핵연료는 최소 수만 년 동안 강력한 방사능을 내뿜는다. 핵이 단시간에 대량 분열하거나 융합하면 대폭발이 일어난다. 눈 깜짝할 사이에 도시 하나를 없애고수십만 명의 목숨을 빼앗는다. 스리마일 · 체르노빌 ·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사고와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핵폭탄 폭발에 우리는 그런 위험을 목격했다. - P175

우주에서는 모든 일을 원자핵이 하고 전자는 존재감이 전혀 없다는 걸 알지만, 나는 전자가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지구인이니까. - P175

원자는 성격이 제각각이다. 혼자서 조용히 지내는 원자가 있는가 하면, 아무 원자하고나 들러붙으려 하는 원자도 있다. 멀어져가는 다른 원자를 붙잡지 않고 다가오는 다른 원자를 밀어내지 않는 원자도 있다. 어떤 원자는 같은 원자들과 친하고 어떤 원자는 다른 원자를 좋아한다. 호시탐탐 남의 전자를 넘보는 원자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전자를 슬쩍 내버리거나 길 잃은 전자를 조용히 영입하는 원자도 있다. - P176

화학자들은 물질의 성질과 변화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원소의 성격을 파악해 행동방식이 비슷한 원소를 그룹으로묶었다. 그게 주기율표다. 오랜 세월 많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작성한 주기율표는 양자역학의 도움을 받아 완전한 모습을 갖추었다. - P176

주기율표를 외울 필요는 없다. 구조와 사용법을 알기만 하면 된다. 중요한 원소기호와 원자번호는 공부를 하다 보면 저절로 머리에 박힌다. - P176

표준 주기율표는 원소기호와 원자번호 말고도 여러 정보를 담고 있다. 원소들이 상온에서 기체인지 액체인지 고체인지 글씨 형태로 구분하고, 성질이 비슷한 원소를 그룹으로 묶어 같은 색으로 표시하며, 표준 원자량과 전자 궤도의 형태도 알려준다. 하지만 원자의 결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전자의 수뿐이다. - P178

원자번호는 그 원자의 핵에 있는 양성자 수를 나타낸다. - P178

나는 인문학의 연구 주제와 관련이 있는 몇몇 원소에 마음이 끌렸다. 1번 수소와 2번 헬륨은 지구를 오늘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우리 집을 만든 원소다. 6번 탄소와 8번 산소가없다면 생물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만들었고 살게 하는 원소다. - P178

29번 구리와 26번 철, 7번 질소와 92번 우라늄은 생산기술을 혁신하고 전쟁도구가 됨으로써 문명과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 P178

원자번호 21번 스칸듐, 39번 이트륨, 원자번호 57번 란타넘부터 71번 루테튬까지는 ‘희토류 금속‘rare earth metal이라고 한다. 비금속 원소와 결합해 튼튼한 화합물을 만드는 특성 때문에 휴대전화· LED 디스플레이·콘덴서·광섬유 등 첨단 산업의 필수 원료가 되었다. 컴퓨터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을 추동하는 원소다. - P179

주기율표의 가로 줄을 주기週期(period)라고 한다. 1주기 원소는 둘뿐이고 2주기와 3주기는 각각 8개, 4주기와 5주기는 각각 18개씩이다. 6주기와 7주기는 32개나 되기 때문에 각각 15개씩 아래쪽에 따로 배치했다. - P179

주기율표의 세로 열은 족族(group)이라고 한다. 같은 족에 속한 원소는 성질이 비슷하다. - P179

좌측 첫 열의 수소·리튬·나트륨(소듐)·칼륨(포타슘)은 매우 사교적이다. 호시탐탐 다른 원소와 결합할 기회를 노리고 기회가 생기면 즉각 달라붙는다. 좌측 둘째 열의 마그네슘과 칼슘도 정도는 덜하지만 그런 편이다. - P179

우측 둘째 열의 염소와 요오드는 매우 사교적이고, 우측 셋째 열의 산소와 황도 그런 편이다. 그러나 맨 우측 열의 헬륨·네온·아르곤·크립톤은 혼자서 논다. 주변에 다른 원소가 있어도 아무 관심이 없다. 중간 열에 있는 탄소·질소 ·규소·인 등은 다른 원소와 뭉치려고 안달하지 않지만 뭉칠 기회가 오면 거부하지 않는다. - P179

한 주기를 돌 때마다 성격이 비슷한 원소가 나타난다. 화학자들이 관찰과 실험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주기율표를 만들었고 물리학자들은 왜 그런 주기가 나타나는지 알아냈다. - P179

앞서 말한 것처럼 지구에서는 전자가 모든 일을 한다. 그런데 전자는 정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고전역학으로는 전자의 운동을 서술할 수 없다. 전자는 양자역학의 세계에 속한다. - P180

원자는 중성이다. 양전하를 띤 양성자와 음전하를 띤 전자의 수가 같다. 원자핵에는 중성자를 비롯해 다른 입자도 있지만 전하를 띤 것은 양성자뿐이다. - P180

전자를 배치하는 건 더 어렵다. 전자는 자신과 똑같은 전자와 나란히 앉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전자가 다른 전자와 나란히 앉으려면 서로 다른 게 적어도 한 가지는 있어야 한다. 그 다른 하나가 바로 스핀, 자전하는 방향이다. 전자는 스핀이 다른 전자와는 짝지어 앉기도 한다. 그러나 둘까지만이다. 전자 셋을 한 자리에 앉힐 수는 없다. - P181

‘전자는 입자이고 파동이다.‘ - P181

우리의 감각과 직관으로는 파동을 그리면서 이동하는 입자를 생각하지만, 전자는 파동하면서 이동하는 입자가 아니라 그 자체가 입자이고 파동이다. 그게 뭐냐고 되묻지 마시라. 인간의 언어로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 그대로 받아들이자. - P181

우리는 고전역학으로 모든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는 스케일의 세상에 산다. 우리가 감각으로 인지하는 세계는 크기와 속도 모두 어중간하다. 우리는 그런 세계에서 살면서 얻은 정보와 감정과 생각을 언어로 표현한다. - P181

상대성원리를 적용해야 하는 광대한 우주 공간과 양자역학으로 서술하는 미시세계는 언어로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수학으로 서술할 수 있을 뿐이다. - P181

전자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것처럼 원자핵 주위를 돌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전자가 움직이는 영역을 가리켜 오비탈 orbital, 전자구름, 궤도, 전자껍질 등 여러 말을 쓴다. - P181

전자껍질은 여러 층이 있다. 원소 주기율표의 한 주기를 전자껍질 한 층으로 보면 된다. - P182

원소의 성질과 관련해서는 원자의 전자껍질이 몇 층이고 전자가 모두 몇 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원자핵에서 제일 멀리 있는 전자껍질, 줄여서 ‘최외곽 전자껍질‘에 전자가 몇 개 들었는지에 따라 원소의 성질이 달라진다. - P182

원자한테는 최외곽 전자껍질을 전자로 채우는 게 중요하다. 최외곽 전자껍질에 빈자리가 있는 원자는 다른 원자의 전자를 탐낸다. 주기율표 우측 2열 3열의 산소·황·염소가 그렇다. - P182

반면 최외곽 전자껍질에 전자가 한두 개밖에 없는 원자는 누구한테든 전자를 떠넘기거나 버리려고 안달한다. 주기율표 좌측 1열 2열의 수소·나트륨·칼륨·칼슘이 그렇다. 소금이 녹고 종이가 불타는 게 다 그 때문이다. - P182

반면 최외곽 껍질이 만석인 원자는 남의 전자에 관심이 없다. 헬륨·네온·아르곤 같은 원소는 아무 일을 하지 않으며 있다는 티를 내지도 않는다. - P182

산소 원자는 전자가 8개다. 1층 껍질은 전자 2개가 들어찼고 2층 껍질에는 전자 6개가 있다. 2충 껍질을 채우려면 전자 2개가 더 있어야 한다. 그래서 산소는 애타게 전자를 찾아다닌다. - P183

산소 원자가 다른 산소 원자와 전자 두 쌍을 공유해 2층 전자껍질을 채우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산소 분자(O2)가 된다. 전자가 하나뿐이어서 1층에 빈자리가 하나 있는 수소도 전자에 목마르다. 두 수소 원자가 각각 하나뿐인 전자를 공유하면 수소 분자(H2)가 된다. - P183

산소 원자와 수소 원자에게 중요한 건 전자다. 전자에 대한갈증을 채울 수 있다면 파트너가 누구든 상관없다. 여러 원자를 동시에 파트너로 삼아도 된다. 전자 2개를 원하는 산소 원자는 각각 전자 하나를 원하는 수소 원자 2개와 손잡을 수 있다. 산소는 질소에 이어 공기 중에 두 번째로 많고, 수소는 지구의 모든 원소 가운데 아홉 번째로 많으니 만나기도 쉽다. 그래서 지구에는 물이 많다. - P183

원자번호 11번 나트륨은 3층 최외곽 껍질에 전자가 하나뿐이다. 원자번호 17번 염소는 3층 껍질에 딱 한 자리가 비어 있다. 나트륨은 공유결합을 형성할 파트너를 찾기보다는 3층에 혼자 있는 전자를 내버리는 경향이 있다. 염소는 어디선가 버림받고 혼자 돌아다니는 전자를 보면 얼른 3층 껍질에 맞아들인다. 이런방식으로 3층 전자껍질을 비운 나트륨은 양전하를 띠고 3층 전자껍질을 채운 염소는 음전하를 띤다. 그래서 그 힘에 끌려 나트륨과 염소 원자가 1대1로 들러붙는다. - P184

원자는 도대체 왜 최외곽 전자껍질의 빈자리를 없애려고 발버둥치는 것일까? 나는 모른다. 그렇다는 사실만 안다.
원자는 최외곽 전자껍질을 채우려는 욕망 때문에 다양한 분자와 이온화합물을 만든다. 그 분자와 화합물들이 결합해 자기를 복제하는 유기분자를 형성했다. 단순했던 최초의 생명체는 자연선택이라는 필연과 유전이라는 우연을 통해 다양한 종으로 진화했다. 그 진화의 어느 단계에서 우리 종이 탄생했고, 80억 호모 사피엔스의 한 개체인 내가 있다. 이보다더 신기하고 극적이고 장엄한 창조 신화나 탄생 설화를 나는 들은 적이 없다. 화학이 말했다. ‘너는 내가 만든 기적이야.‘ - P184

사람의 측은지심은 한계가 없다. 동물과 식물, 심지어는 무생물한테도 연민의 정을 느낄수 있다. 시비지심도 그렇다. 무생물이라도 합당한 이유 없이 비난받는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게 사람의 본성이다. 탄소 이야기를 들으면 내 안의 시비지심이 고개를 든다. - P185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은 온실가스다. 온실효과를 내는 기체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비중이 가장 크다. 분자화합물인 두 기체의 중심 원소가 바로 탄소다.
환경운동가들이 탄소 배출 행위는 흉악한 범죄자를 시장 바닥에 풀어놓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하면서 강력한 국제적 탄소 배출 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는 합당한 근거가 있다. 왜 지구 차원의 규제가 필요한가? 온실가스는 지구 표면 어디에서 누가 배출하든 똑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 P186

ppb는 10억분의 1, ppm은 100만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다. 대기에 매우 적게 들어 있는 기체의 농도를 표시할 때 쓴다. 1ppb는 0.0000001퍼센트, 1ppm은 0.0001퍼센트와 같다. 매우 낮은 메탄과 아산화질소 농도는 ppb를, 상대적으로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는 ppm을 쓴다. - P187

2021년 지구 대기의 평균 메탄 농도는 1,908ppb, 이산화탄소 농도는 415.7ppm, 또 다른 온실가스 아산화질소(NO)는 334.5ppb로, 셋 모두 기상관측 역사에서 가장 높았다.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농도가 낮지만 온실효과는 각각 80배와 250배 강하다. 탄소의 억울함을 덜어주려고 이야기를 꺼냈으니 아산화질소는 논외로 하자. - P187

그 많은 탄소는 다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서 온 게 아니다. 원래 지구에 있었다. 다른 곳에 다른 형태로 있던 탄소가 풀려나 산소·수소와 결합한 탓에 기후위기가 생겼다. 오로지 인간 탓인 건 아니다. 화산 폭발과 자연발화 산불도 중요한 원인이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 P187

인간이 집을 데우고 자동차를 굴리고 비행기를 띄울 때마다거기 들어 있던 탄소가 풀려났다. 소와 양과 돼지를 비롯한사육 가축의 방귀와 하품과 배설물에서 나온 탄소도 만만치않았다. 숲을 훼손해 도시와 경작지를 만든 탓에 나무가 광합성으로 흡수 고정하는 탄소량이 줄었다. 탄소는 잘못이 없다. 지구에서 탄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예전 그대로다. 호모 사피엔스가 탄소를 악당 취급하는 것은 살인범이 칼을 비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P188

숯과 석탄과 석유에는 왜 탄소가 들었는가. 식물과 동물의 사체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물의 몸에는 다 탄소가 있는가? 그렇다. 탄소가 없었으면 생물도 없었다. 탄소는 생물의 몸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 P188

화학은 무기화학無機化學(Inorganic chemistry)과 유기화학有機化學(organicchemistry)으로 나눈다. 유기화학은 유기화합물을, 무기화학은 무기화합물을 연구한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탄소의 존재 여부다. 살아 있는 유기체에서 얻는 화합물에는 탄소가 있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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