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리뷰같은 것을 잘 써보고싶은 마음은 있지만, 막상 쓰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나가야 할지 막막한 경우들이 많았다. 그래서 리뷰를 쓰는 걸 미루기도하고 간혹 하고싶은 말들이 좀 길어지면 간략한 형태의 리뷰 글을 주저리주저리 끄적였던 기억이 난다. 이와같은 이유들로 인해 마음 속 한 구석에서 리뷰를 잘 쓰기 위한 노하우들을 배워보고 싶다는 욕구가 스물스물 올라오던 와중에 검색을 통해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본문을 읽기 전에 목차를 대강 살펴봤는데 그간 내 머릿속에서 확립되어 있지 않았던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들을 조금이나마 배워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쇼펜하우어가 남긴 말이라고 하는데, 비록 짧은 문장이긴 하지만 읽는 사람에게 강렬한 느낌을 전해주는 듯하다.

"평범한 말로 비범한 것을 말하라."
_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문장론》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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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 저자는 문법 공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다. 이것은 온고이지신溫古而知新이라는 한자성어로 표현할 수 있는데, 쉽게 말해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저자는 성인 영어학습자가 자신이 과거에 공부했던 문법지식들을 앞으로 영어 공부를 하는데 있어 자신만의 무기로 삼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자산을 가급적 활용하는 게 좋다고 독자들에게 말하는 듯하다.

옛것을 익힌다는 것을 나는 두 가지로 이해한다. 첫째, 옛것은 절대로 옛것으로 머물지 않는다는 것. ...(중략)...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두 번째. 내가 이미 가진 것을 극대화시켜서 이용한다는 것. - P78

성인이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모국어로 형성한 문법의 논리와 생각은 결코 방해물이 아니다. 내가 이미 가진 자산인데, 이걸 의식적이고 적극적으로 써먹지 않으면 절대로 나에게 이로워지지 않는다. - P78

나를 찾기 위해 나를 버리는 과정이다. - P85

배움은 이렇게 정의 내려진다.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하는 것. - P85

영어라는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것과, 영어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다르다. 영어를 하는 사람이 되는 건 ‘나‘라는 사람이 그 전과 후로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가 ‘나‘를 다르게 인식하는 것이다. 영어를 하지 않았던 이전의 나에서 영어를 하는 ‘나‘가 되는 과정에는 이런 복종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P86

그걸 알고도 의심을 지우고 한다는 게,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는 어렴풋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때는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 P87

실제로 나의 영어 독해력, 어휘력, 청취력이 제대로 된 프로그램과 적절한 학습 방법을 통해 나아진 건 이 긴 시간 다음에 왔다. 하지만 ‘나는 영어를 하는 사람‘이라는 나에 대한 흔들릴 수 없는 정체성이 만들어진 건 바로 이 기이하고 긴 시간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그게 배움의 첫 출발이라고 나는 믿는다. - P87

어떤 시험이나 기준이 나를 뭐라고 평가해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나의 능력이 떨어지건 말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믿게되는 시간들은 나에 대한 정체성이 바뀌어야 가능한 것이고, 그것은 긴 시간을 어떤 상황 속에서 나를 버리는 데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나는 어떤 것을 배워왔다. - P87

나는 영어를 나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수용했다. - P88

나는 모든 사람에게 효과적인 방법을 찾지 않는다. 적어도 당장은.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상황 자체를 흡수해서 내가 변화하는 것이다. 나로서 배운다는 것과 내가 변화한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겠지만, 변화하는 과정이 모두에게 같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 P88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주 오랜 시간. 내가 예상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 말이다. 그게 배움의 출발이다. 그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나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배우지 못하게 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변하지 않는다면 변할 수 없는 ‘나‘라는 사람은 어떠한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 P89

남들보다 뛰어난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하려는 게 아니라, 배움은 다른 내가 되어보는 과정이다. 아무것도 쌓이지 않는 시간, 그건 오로지 나 자신과 함께하는 지극히 은밀한 시간이다. - P90

말도 안 되는 공부 방법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복종‘이다. 나는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평평한 정체 구간을 꾸역꾸역 간다. 나는 공부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하는 것은 실력 향상을 위한 것도 아니고, 효과적인 공부도 아니고, 그냥 복종하는 것뿐이다. 내가 영어를 계속 하는 사람이라는 확고한 자신감을 얻기 위한 복종이다. 그다음의 도약은 저절로 오기도 하지만, 어느 날 나 스스로 훌쩍 뛰어오를 때도 있다. - P92

근거 없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그것은 발전 없는 영어 공부를 지속해 온 복종의 시간 덕이라고 생각한다. - P93

영어 공부를 할 때, 내가 모르는 것들을 알아가야 한다는 선입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른 맥락에서 새롭게 조합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써먹는것도 공부다. - P94

지식을 늘리는 게 아니라 이 쉬운 것들을 의식적으로 찾아내는 과정 없이 저절로 튀어나오게 해야 했다. - P94

남이 정해준 프로그램이나 진도, 당장 해야 할 공부를 외면하고 내가 정한 공부에 몰입하는 시간은 실험이다. 이 실험은 절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다만 나에게 필요한 공부와 적합한 속도를 찾기 위해 온전히 멈추고 몰입하는 데에는 어떤 고집과 자신감이 필요하다. 당장 다음 주까지 읽어야 하는 자료들이 쌓여간다 해도 철저하게 외면해야 한다. 언제나 이렇게 공부해야 하는 건 아니다. 주어진 공부를 하며 견디는 구간과 내 마음대로 실험을 하는 짧은 구간 모두 필요하다. - P94

원하는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을 때가 아니라, 어떤 결과가 나와도 다 괜찮을 때, 나는 기꺼이 나를 던진다. 물론 결과에 따라 나의 다음 단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결과에 복종한다. 다시 복종의 사이클로 돌아오기 위한 일탈이라고 해야 할지도. - P95

공부를 안 하기로, 못하는 상태에 머물기로 한 것도 나의 결정일 뿐이다. - P96

내가 하고 싶은대로, 대신에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 P98

나는 읽는 것을 좋아하니 내겐 어휘가 중요하다. 사전을 찾아서 죽 다 읽는다. 꼼꼼히 읽고 다 외워서 기억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그 단어에 머물기 위해서다. 어릴 때 종이에다가 중얼거리면서 100번씩 쓰는 것보다 훨씬 재밌다. 반대어든 유의어든 예문이든 발음이든 그냥 단어마다 흥미로운 걸 한참 들여다본다. 애써 기억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인상을 남기고 친숙해지면 그만이다. 아무 것도 기억을 못 할 것이고 그러면 또 찾아서 즐겁게 읽을 것이다. - P99

그러나 신경 써서 꼭 하는 게 있다. 사전에 나온 숙어나 문장 중에 재밌어 보이는 것을 외운다. 외운다는 건, 이걸 외워서 시험 보듯이 5분 후에도 기억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사전에서 눈을 떼고 허공을 향해 소리 내서 되풀이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소리 내서! 반드시 소리내서 배우가 대사를 읊듯이 정성 들여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게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 반드시 두어 번은 문장을 확인하고 다시 외워야 한다. - P99

반드시 소리를 내라고 하는 건 언어 습득의 속성 때문이다. 내 입으로 소리를 내서 내 귀로 듣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언어 습득 경로다. 아이들의 언어 발달 단계에서 소리 내지 않고는 책을 읽지 못하는 단계가 있다. 즉 소리를 내야만 자신에게 언어로 인식되는 단계가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다. 낯설고 어려운 도전에 직면할 때, 어른도 소리 내어 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 P99

내가 하는 말을 내가 들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내 생각의 도구로서 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일상 회화에서 잘 사용하지 않을 단어라도 무조건 소리 내서 읽어야 한다. 이 방법만큼은 열 번은 더 강조하고 싶다. - P100

동양 문화에서는 관계와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에 동사나 형용사가 발달하지만, 영어는 관계보다 홀로 서는 명사가 중요하다 - P100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결국 나의 생각이라서, 나는 동사 중심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내게 절실한 단어는 영어에서도 여전히 동사다. 특히 애정을 가지고 정성 들여 동사를 외우는 이유다. - P100

주어 뒤에 목적어가 나오는 한국어와 달리 영어는 동사가 먼저 나온다. - P100

아직 전체 맥락이 그려지지도 않았는데, 행동이 벌떡 나오다니... 그 갑작스러운 놀라움을 느낀다. 그리고 상상한다. 아무것도 없는데 일단 주어 혼자서 행동하는 모습을. 그렇게 동사를 내 사고방식대로 음미한다. - P101

고전 읽기도 내가 즐겨하는 영어 공부다. 완독이나 다독의 목적은 없다. 현대에서 쓰는 영어와 다르기 때문에 해석이 안 되는 문장을 구글에서 검색하면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옛날 영어이고 유명한 작품이니 원어민도 해석을 어려워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해석과 의견을 남겨놓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 P101

같은 단어나 표현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 P101

놀고 있는 건지, 영어 공부를 하는 건지 - P103

"당신이 한 말을 나는 못 알아들었다. 그건 내 책임이 아니다." - P106

나에게 분노는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특정한 누군가에 대한 반감도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냉정한 나만의 시선이고, 그러고 나서는 반드시 행동을 한다. 나의 분노는 행동 그 자체다. - P106

나의 분노는 행동으로 연결되는 냉정함이다. - P108

우리는 관계 안에서 사람을 이해하거든. - P108

약자는 불리하고 어쩔 수 없이 피곤하다. - P110

분노는 슬픔이 되기도 한다. 약자가 똘똘 뭉치지 않고 약자끼리 괴롭힐 때, 그래서 이 권력의 구도를 더 굳힐 때 말이다. - P111

영어가 아니라도 누구든 어떤 상황과 어떤 능력에 있어서 약자가 되는 순간에 처하게 되는데, 그때 어떻게 자신을 지켜야 하는지 배우고 싶지 않냐고 - P111

영어를 나의 즐거움, 나의 배움으로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할 한 단계는 영어가 사회적 권력의 일부가 된 현재의 상황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 아닐까. - P112

그들은 심판관이 아니다. 내가 그들을 심판관으로 만들 수는 있다. 그들이 잘 알아듣는 발음을 하려고 애쓰는 나의 태도로. - P117

역설적이게도 원어민의 힘은 아주 강할 수도 있지만 아주 약할 수도 있다. - P117

영어가 사람들의 능력이나 가치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들을 나누는 수단이 되게 하는 것이다. - P119

중요한 건 강세다. 발음은 대강 해도 된다. - P120

강세가 첫음절이 아니라 다음에 올 때, 강세 앞의 음절은 발음을 하지 않는 것처럼 한다. 들을 때도 이걸 알고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된다. - P122

강세를 외우는 것은 따라 하기 훨씬 쉽다. 강세를 확실하게 넣어주면 미국 사람들이 훨씬 수월하게 알아듣는다. - P122

자음이 연달아 있는 발음에서 모음을 탈락시키는 것 - P123

한글의 우수성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한글은 모든 소리를 정확하게 적을 수 있는 우수한 문자 체계라고 배웠다. 영어 발음을 배울 때에는 그게 걸림돌이 된다. 문자와 발음이 일대일로 규칙적으로 연결될 거라는 기대가 있는 거다. - P124

생각해 보면 기득권은 남들과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자신의 편안함을 지키고 싶은 그런 심리일지도 모른다. - P126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 P126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편안함에서 걸어 나오는 것은 어쩌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 마음을 인식하는 것이 발음이나 언어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먼저인 것이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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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책날개에 나온 저자의 이력을 보니 수능이나 토플 등과 같은 시험 영어 쪽은 거의 마스터하신 분인 듯하다. 하지만, 해외생활을 하면서 시험 바깥의 영어는 또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나름대로 일정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춘 사람이 하는 얘기라 그런지 왠지 모르게 저자의 말에 더 신뢰가 갔다.

저자는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한국어와 영어의 세계를 새롭게 이해하기 위해서 공부한다고 한다. 그리고 영어 공부는 절대로 영어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말도 남겼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말도 뭔가 심오한 깨달음에서 나온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공부라는 것에 대해 저자가 생각하는 정의를 보여준다. 막상 읽고보니 그동안 공부라는 것을 너무 어렵고 무겁게만 생각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필 들고, 머리를 쥐어짜면서, 진도라는 걸 의식하는 것만이 공부는 아니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공부는 내가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딱 그거다. 내가 더 알아야 할 게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그러니까 영어 지식을 꼭 늘려가야 하는 건 아니다. ‘내가 이걸 모르는구나‘ 그러면 그걸로 공부 끝! - P5

넷플릭스를 보면서 ‘자꾸 들리는 말인데 뭐지?‘ 그걸로 충분하다. 정확한 스펠링이나 발음을 몰라도 상관없다. 그런 의식을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 ‘내가 모르는구나. 모르는구나. 모르는구나‘ 그러다가 어느 날 어떤 이유로 찾아볼 수도 있고, 물어볼 수도 있고, 가만히 있는데 저절로 알게 될 수도 있다. 그 순간은 내가 뭘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찾아오거나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괜찮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공부다. - P6

의식적인 생각을 멈추지 않는 게 핵심이다. 그러면 영어가 재밌어진다. 발전해서가 아니라, 영어를 잘하게 되어서가 아니라 그냥 재밌어진다. - P6

우리가 어렸을 때 세상을 그토록 강렬하게 느끼고 즐겼던 건 따지고 보면 무언가를 계속 배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숨 쉬는 모든 순간 배우고 있었다. - P7

영어뿐만 아니라 외국어, 아니 모든 언어는 큰 소리로 말해서 내가 말하는 걸 내 귀로 들어야 하는 게 기본이다. - P7

우선은 뭘 모른다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하면 앞에서도 말했지만, 하루의 느낌이 달라진다. 아주 미세하게 즐거워진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는 나만의 시간이 된다.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나에게 집중하게 된다. 피곤하거나 괴롭거나 미칠 것 같은 하루의 어떤 순간, 스쳐가는 영어 단어 하나에 집중해 보는 거다. - P8

나만의 은밀한 즐거움, 진도에 기죽지 않는 즐거움, 그러면서도 세상과 닿아 있다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영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나만의 것이므로 충분하다. 부족함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아니라, 충분한 데에서 시작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면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즐거움이 된다. - P9

한국 사람들에게 영어는 어딘가에 반드시 있다. 절대로 사라지지 않고 그곳에 있다. 외면해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으나, 열심히 혹은 자연스럽게 외면해도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 존재다. - P25

삶이 풍요로워지는 하나의 방법은 바로 그런 존재들을 한번 경험해 보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 P25

아무리 영어가 글로벌 언어라지만 진짜로 영어가 필요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한 부분에 존재하는 자신만의 영어에 대한 경험, 감정, 기억을 좋든 나쁘든 공부의 출발점으로 삼기를 바란다. 아무리 사소하고 부정적인 것이라 해도 외부의 당위적인 동기와는 비교할 수없이 강력하게 지속되는 호기심이 될 것이다. - P25

적어도 써먹을 수 있는 실력, 언어를 통해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에 도달할 수 있는 그런 실력 말이다. - P34

영어 실력은 내가 써먹고 싶은 대로, 내가 측정하면 그만이다. 그래야 바로 그곳에서 나의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 P35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에는 어떤 이유도 없다. 따라서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보다 더 발전하고 나아지는 무엇이 될 필요가 없어진다. - P39

자, 이제 뭘 할까? 나만의 무엇을 신나게 하는 거다. 그게 뭐지? 그걸 어슬렁거리며 찾아보는 거다. - P40

영어나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으면 절대로 보이지 않는 것들, 바로 내 흥미를 끄는 것들이다. 시간도 많아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괴롭지 않아야 한다. 영어나 공부를 목표로 하면 절대로 이상한 흥미 같은 건 생겨나지 않는다. - P40

"말 끊어서 미안하다 Sorry to interrupt" - P40

일반적인 방법은 나 자신에게 딱 들어맞을 수 없다. 반대로 나에게 딱 들어맞는 방법을 찾으면 평생 영어가 즐거워진다. - P43

가장 나쁜 건 내가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모르는 것이다. - P44

나 같은 사람은 아무리 쓸모 있고 거창하고 훌륭한 목표도 별로 강하게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 게 출발이다. 그걸 충분히 납득하고 나면, 다른 종류의 동기, 나만의 흥미를 유발하는 그런 동기가 생겨난다. 그러기 위해서 객관적인 수준이 아닌, 나에게 충분하게 긴 시간을 허락한다. - P44

어른의 영어 공부에서 지켜야 할 시간은 없다. - P44

자기 계발과 닿아 있는 영어 공부를 하는 건 별로 즐겁지도 않았다. 더 중요한 건 그 즐겁지 않음에는 나의 영어 실력이 영원히 부족하리라는 느낌이 차지했다. - P47

영어를 덕질하는 것. 나만의 방식으로 오로지 내가 원하는 만큼 그렇게 내 멋대로 영어를 대하는 것이다. - P48

자유롭게 작품을 느꼈다. - P48

내가 이해하기에 덕질은 그런 것이었다. 아무런 실용적인 목적이 없지만 ‘이건 나의 이야기야‘라는 확신을 만들어가는 과정. - P49

효율성을 강조하거나 획일적인 가치관이 아니라,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이 세상 전체의 너그러움을 키우는 시도가 아닐까 싶었다. - P50

나만의 즐거움, 나만의 이야기, 자기탐구의 수단이 된다면 영어 공부가 오래오래 즐겁지 않을까. 내키는 대로 하는 영어 공부가 이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 멋대로 살아도 좋다는 그런 작디작은 허용이 될 수도 있다. - P50

영어를 공부하면서 내 생각의 영역이 넓어지는 게 좋다. 나는 영어로 내가 무엇을 하는 걸 좋아하는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 P54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면 - P54

남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나 혼자만의 목표랄까. - P54

영어를 완벽하게 잘하기 위해서 기초에서 출발해 수준별로 접근하지 않는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너무도 불확실한 목표라 남들이 쉽다고 정해놓은 곳에서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목표가 확실할 때, 그것이 나의 즐거움일 때는 출발은 곧 끝이기도 하다. - P56

영어 시험뿐 아니라 모든 시험에서 나의 목표는 공부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최대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다. 시험을 망치거나 떨어졌을 때 기분이 나쁘기는 하지만 나는 절대로 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그것도 괜찮다. 일단 해보고 그 길이 아닌 걸로 판명되면 그걸 아는 것으로 족하다. 이건 아주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 P57

아이가 공부를 시작할 때 예열 같은거 없이 바로 틀린 문제로 돌진하게 하기 위해서다. - P58

끝에서부터 시작하고 무조건 목표를 이루는 게 목표라고 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냥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교과서를 읽고,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영어 공부를 한다. - P58

틀린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고통이다. 그 고통으로 돌진한다. 공부를 오래 그리고 잘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책상 정리를 하고, 화장실을 가고, 영어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서 기초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바로 틀린 문제로 돌진해서 한자리에서 하는 공부는 30분, 길어야 한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 대신, 그 시간은 고통과 집중으로 가득 차야 한다. 즐거운 고통이라고 해야겠다. 틀린 문제, 그 마지막 목표로 돌진하는 것이니까. - P59

이런 훈련이 되어야 실제 시험 시간에 영어 지문을 보지 않고 바로 문제로 돌진하고, 시험의 패턴을 익히게 된다. 시험을 내 방식대로 이해하고 패턴에 나를 맞추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게임의 패턴과 규칙을 숙달될 정도로 익혀서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 P59

시험을 통해서 영어 자체의 실력을 늘리고 싶다면 영어의 모든 분야, 모든 주제에 대해서 끝없이 공부해야 한다. 그렇게 최고점으로 가려면 그야말로 모든 시간을 다갈아 넣어야 한다. 그게 시험 출제자의 목적일지는 모르겠지만, 나까지 따라 할 필요는 없다. 내가 어떤 식으로 시험 공부에 투입할 시간을 줄이고, 내가 잘 틀리는 문제에 돌진할지는 나의 게임이다. - P59

이건 꽤나 진지한 노력이기도 하다. 바로 나의 약점, 내가 틀린 문제로 돌진하는 건 직접 해보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공부를 하기 위한 준비 없이 곧바로 자신의 최대 약점에 다가가는 고통을 즐거움으로 인식해야 하는 것이므로 고도의 심리 게임이다. 내게 익숙한 방식으로 지식을 쌓아가는 게 아니라, 나에 대한 기존의 생각과 기대를 바꾸는 건 불안하고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다. 그렇게 눈물을 삼켜가며 움직이지 않는 돌을 미는 기분으로 30분을 꽉 채운다. - P60

부담스러운 이상이 아니라, 바로 단어 하나에서부터 이미 달성이 되는 그런 종류의 목표야말로, 멈추지 않고 계속 공부하게 만드는 동기가 될 수 있다. - P61

출발은 바로 내가 이 단어를 모른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것! 모른다는 것을 분명하게 안다는 것은 괴로운 만큼 풍부하고 멋진 일이다. - P67

궁금증과 긴장, 모른다는 강렬한 그 느낌을 나는 소중하게 생각했다. - P67

모름의 상태를 의식하는 것이 더 강렬했던 것이다. - P68

영어든 한국어든 세상의 지식에 완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P68

모르는 상태를 의식하는 것은 이미 그것 자체로 너무도 멋진 일이지 뭔가. 나의 존재의 모든 것이 바짝 긴장한다. - P68

‘나는 이걸 모르지. 모른다는 걸 알게 됐으니, 이제 곧 알게 될 거야. 적어도 나의 의식 안에 들어온 모름에 대해서는‘ - P68

자신을 열어놓고, 한국 뉴스건 뭘 보다가 ‘어, 저건 뭐지? 내가 모르는 영어잖아‘ 싶으면 그게 영어 공부다. 그렇게 나의 모름을 열어놓으면, 앎의 단계로 가게 된다. 모르는 것을 의식하는 것도 영어 공부라는 생각을 한다면 더 빨리 알아보게 된다. 그러면 또다시 뭔가 궁금한 게 생긴다. 오로지 나의 모름을 위한 영어 공부는 재밌을 수밖에 없다. - P69

모르는 걸 외면하지만 않으면 배움의 기회는 널렸다. - P69

『논어』에 실린 공자의 유명한 말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이 말은 성인의 영어 공부에 잘 들어맞는다. - P69

나는 내가 모르는 것에서 딱 멈춰 서는 사람이 됐다. 모르는 것을 의식하고, 괴로워하거나 적극적으로 찾는 결정을 스스로 내리면서 나아가는 사람이 된 거다. - P70

관사에 대한 설명을 요약하자면 ‘특정되는 것과 특정할 수 없는 것, 셀 수 있는 것과 셀 수 없는 것의 차이‘라고 되어 있다. - P75

특정하거나 센다는 행위가 나의 모국어이자 나의 사고 체계 안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인정하면서, 그것을 새롭게 보며 관사들을 하나씩 차분히 감상한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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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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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달리기는 저자의 본업인 소설쓰기를 장기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한 혹은 살아남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다고도 느껴졌다. 저자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금방 살이 찌는 체질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이로 인해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게 되었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달리기를 선택했다고 한다. 42.195km의 마라톤을 비롯해 100km의 울트라마라톤 그리고 수영, 사이클, 마라톤이 결합된 트라이애슬론까지... 어쩌면 단순한 체력관리를 위한 목적으로는 다소 과하다 싶을정도로 빡세보이는 종목들이긴 하지만, 저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을 이 책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세상에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결코 없음을 독자들에게 몸소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본문을 읽다보면 저자가 초창기에 썼던 몇몇 작품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만나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한 권의 책이 그냥 뚝딱하고 나오는 것이 아닌, 고통과 인내의 시간들이 모이고 쌓여서 나오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겉으로 화려해보이는 것들 뒤에는 언제나 숨은 노력이 있었음을 다시금 확인한 시간이었다.

또한 본문 중간중간에 저자가 달리기를 하면서 듣는 음악과 뮤지션들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잘 몰랐던 음악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유튜브 등에 검색해가며 들어보면서 하루키가 지닌 감성이 어떤 것인지 좀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끝으로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 역자 후기를 보면 저자(무라카미 하루키)는 원래 자전적 회고록을 잘 쓰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 책이 거의 유일무이한 회고록 성격의 글이라는 얘기를 듣고 읽어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생각이나 성향 또는 그가 갖고 있는 가치관 등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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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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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역자 후기를 보면 저자의 다른 책들에선 저자 본인에 대한 얘기를 직접적으로 하는 경우들이 거의 없었다고 하는데, 이 책에선 달리기를 소재로 하여 중간중간 저자의 생각이나 성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저자와 좀 더 친밀해진 듯한 느낌도 받았고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잘 알지못했던 저자의 다른 작품들에 대한 호기심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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