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을 익힌다는 것을 나는 두 가지로 이해한다. 첫째, 옛것은 절대로 옛것으로 머물지 않는다는 것. ...(중략)...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두 번째. 내가 이미 가진 것을 극대화시켜서 이용한다는 것. - P78
성인이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모국어로 형성한 문법의 논리와 생각은 결코 방해물이 아니다. 내가 이미 가진 자산인데, 이걸 의식적이고 적극적으로 써먹지 않으면 절대로 나에게 이로워지지 않는다. - P78
나를 찾기 위해 나를 버리는 과정이다. - P85
배움은 이렇게 정의 내려진다.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하는 것. - P85
영어라는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것과, 영어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다르다. 영어를 하는 사람이 되는 건 ‘나‘라는 사람이 그 전과 후로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가 ‘나‘를 다르게 인식하는 것이다. 영어를 하지 않았던 이전의 나에서 영어를 하는 ‘나‘가 되는 과정에는 이런 복종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P86
그걸 알고도 의심을 지우고 한다는 게,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는 어렴풋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때는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 P87
실제로 나의 영어 독해력, 어휘력, 청취력이 제대로 된 프로그램과 적절한 학습 방법을 통해 나아진 건 이 긴 시간 다음에 왔다. 하지만 ‘나는 영어를 하는 사람‘이라는 나에 대한 흔들릴 수 없는 정체성이 만들어진 건 바로 이 기이하고 긴 시간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그게 배움의 첫 출발이라고 나는 믿는다. - P87
어떤 시험이나 기준이 나를 뭐라고 평가해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나의 능력이 떨어지건 말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믿게되는 시간들은 나에 대한 정체성이 바뀌어야 가능한 것이고, 그것은 긴 시간을 어떤 상황 속에서 나를 버리는 데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나는 어떤 것을 배워왔다. - P87
나는 영어를 나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수용했다. - P88
나는 모든 사람에게 효과적인 방법을 찾지 않는다. 적어도 당장은.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상황 자체를 흡수해서 내가 변화하는 것이다. 나로서 배운다는 것과 내가 변화한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겠지만, 변화하는 과정이 모두에게 같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 P88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주 오랜 시간. 내가 예상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 말이다. 그게 배움의 출발이다. 그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나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배우지 못하게 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변하지 않는다면 변할 수 없는 ‘나‘라는 사람은 어떠한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 P89
남들보다 뛰어난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하려는 게 아니라, 배움은 다른 내가 되어보는 과정이다. 아무것도 쌓이지 않는 시간, 그건 오로지 나 자신과 함께하는 지극히 은밀한 시간이다. - P90
말도 안 되는 공부 방법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복종‘이다. 나는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평평한 정체 구간을 꾸역꾸역 간다. 나는 공부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하는 것은 실력 향상을 위한 것도 아니고, 효과적인 공부도 아니고, 그냥 복종하는 것뿐이다. 내가 영어를 계속 하는 사람이라는 확고한 자신감을 얻기 위한 복종이다. 그다음의 도약은 저절로 오기도 하지만, 어느 날 나 스스로 훌쩍 뛰어오를 때도 있다. - P92
근거 없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그것은 발전 없는 영어 공부를 지속해 온 복종의 시간 덕이라고 생각한다. - P93
영어 공부를 할 때, 내가 모르는 것들을 알아가야 한다는 선입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른 맥락에서 새롭게 조합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써먹는것도 공부다. - P94
지식을 늘리는 게 아니라 이 쉬운 것들을 의식적으로 찾아내는 과정 없이 저절로 튀어나오게 해야 했다. - P94
남이 정해준 프로그램이나 진도, 당장 해야 할 공부를 외면하고 내가 정한 공부에 몰입하는 시간은 실험이다. 이 실험은 절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다만 나에게 필요한 공부와 적합한 속도를 찾기 위해 온전히 멈추고 몰입하는 데에는 어떤 고집과 자신감이 필요하다. 당장 다음 주까지 읽어야 하는 자료들이 쌓여간다 해도 철저하게 외면해야 한다. 언제나 이렇게 공부해야 하는 건 아니다. 주어진 공부를 하며 견디는 구간과 내 마음대로 실험을 하는 짧은 구간 모두 필요하다. - P94
원하는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을 때가 아니라, 어떤 결과가 나와도 다 괜찮을 때, 나는 기꺼이 나를 던진다. 물론 결과에 따라 나의 다음 단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결과에 복종한다. 다시 복종의 사이클로 돌아오기 위한 일탈이라고 해야 할지도. - P95
공부를 안 하기로, 못하는 상태에 머물기로 한 것도 나의 결정일 뿐이다. - P96
내가 하고 싶은대로, 대신에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 P98
나는 읽는 것을 좋아하니 내겐 어휘가 중요하다. 사전을 찾아서 죽 다 읽는다. 꼼꼼히 읽고 다 외워서 기억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그 단어에 머물기 위해서다. 어릴 때 종이에다가 중얼거리면서 100번씩 쓰는 것보다 훨씬 재밌다. 반대어든 유의어든 예문이든 발음이든 그냥 단어마다 흥미로운 걸 한참 들여다본다. 애써 기억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인상을 남기고 친숙해지면 그만이다. 아무 것도 기억을 못 할 것이고 그러면 또 찾아서 즐겁게 읽을 것이다. - P99
그러나 신경 써서 꼭 하는 게 있다. 사전에 나온 숙어나 문장 중에 재밌어 보이는 것을 외운다. 외운다는 건, 이걸 외워서 시험 보듯이 5분 후에도 기억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사전에서 눈을 떼고 허공을 향해 소리 내서 되풀이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소리 내서! 반드시 소리내서 배우가 대사를 읊듯이 정성 들여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게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 반드시 두어 번은 문장을 확인하고 다시 외워야 한다. - P99
반드시 소리를 내라고 하는 건 언어 습득의 속성 때문이다. 내 입으로 소리를 내서 내 귀로 듣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언어 습득 경로다. 아이들의 언어 발달 단계에서 소리 내지 않고는 책을 읽지 못하는 단계가 있다. 즉 소리를 내야만 자신에게 언어로 인식되는 단계가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다. 낯설고 어려운 도전에 직면할 때, 어른도 소리 내어 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 P99
내가 하는 말을 내가 들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내 생각의 도구로서 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일상 회화에서 잘 사용하지 않을 단어라도 무조건 소리 내서 읽어야 한다. 이 방법만큼은 열 번은 더 강조하고 싶다. - P100
동양 문화에서는 관계와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에 동사나 형용사가 발달하지만, 영어는 관계보다 홀로 서는 명사가 중요하다 - P100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결국 나의 생각이라서, 나는 동사 중심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내게 절실한 단어는 영어에서도 여전히 동사다. 특히 애정을 가지고 정성 들여 동사를 외우는 이유다. - P100
주어 뒤에 목적어가 나오는 한국어와 달리 영어는 동사가 먼저 나온다. - P100
아직 전체 맥락이 그려지지도 않았는데, 행동이 벌떡 나오다니... 그 갑작스러운 놀라움을 느낀다. 그리고 상상한다. 아무것도 없는데 일단 주어 혼자서 행동하는 모습을. 그렇게 동사를 내 사고방식대로 음미한다. - P101
고전 읽기도 내가 즐겨하는 영어 공부다. 완독이나 다독의 목적은 없다. 현대에서 쓰는 영어와 다르기 때문에 해석이 안 되는 문장을 구글에서 검색하면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옛날 영어이고 유명한 작품이니 원어민도 해석을 어려워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해석과 의견을 남겨놓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 P101
같은 단어나 표현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 P101
놀고 있는 건지, 영어 공부를 하는 건지 - P103
"당신이 한 말을 나는 못 알아들었다. 그건 내 책임이 아니다." - P106
나에게 분노는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특정한 누군가에 대한 반감도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냉정한 나만의 시선이고, 그러고 나서는 반드시 행동을 한다. 나의 분노는 행동 그 자체다. - P106
나의 분노는 행동으로 연결되는 냉정함이다. - P108
우리는 관계 안에서 사람을 이해하거든. - P108
약자는 불리하고 어쩔 수 없이 피곤하다. - P110
분노는 슬픔이 되기도 한다. 약자가 똘똘 뭉치지 않고 약자끼리 괴롭힐 때, 그래서 이 권력의 구도를 더 굳힐 때 말이다. - P111
영어가 아니라도 누구든 어떤 상황과 어떤 능력에 있어서 약자가 되는 순간에 처하게 되는데, 그때 어떻게 자신을 지켜야 하는지 배우고 싶지 않냐고 - P111
영어를 나의 즐거움, 나의 배움으로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할 한 단계는 영어가 사회적 권력의 일부가 된 현재의 상황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 아닐까. - P112
그들은 심판관이 아니다. 내가 그들을 심판관으로 만들 수는 있다. 그들이 잘 알아듣는 발음을 하려고 애쓰는 나의 태도로. - P117
역설적이게도 원어민의 힘은 아주 강할 수도 있지만 아주 약할 수도 있다. - P117
영어가 사람들의 능력이나 가치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들을 나누는 수단이 되게 하는 것이다. - P119
중요한 건 강세다. 발음은 대강 해도 된다. - P120
강세가 첫음절이 아니라 다음에 올 때, 강세 앞의 음절은 발음을 하지 않는 것처럼 한다. 들을 때도 이걸 알고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된다. - P122
강세를 외우는 것은 따라 하기 훨씬 쉽다. 강세를 확실하게 넣어주면 미국 사람들이 훨씬 수월하게 알아듣는다. - P122
자음이 연달아 있는 발음에서 모음을 탈락시키는 것 - P123
한글의 우수성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한글은 모든 소리를 정확하게 적을 수 있는 우수한 문자 체계라고 배웠다. 영어 발음을 배울 때에는 그게 걸림돌이 된다. 문자와 발음이 일대일로 규칙적으로 연결될 거라는 기대가 있는 거다. - P124
생각해 보면 기득권은 남들과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자신의 편안함을 지키고 싶은 그런 심리일지도 모른다. - P126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 P126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편안함에서 걸어 나오는 것은 어쩌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 마음을 인식하는 것이 발음이나 언어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먼저인 것이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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