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들고, 머리를 쥐어짜면서, 진도라는 걸 의식하는 것만이 공부는 아니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공부는 내가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딱 그거다. 내가 더 알아야 할 게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그러니까 영어 지식을 꼭 늘려가야 하는 건 아니다. ‘내가 이걸 모르는구나‘ 그러면 그걸로 공부 끝! - P5
넷플릭스를 보면서 ‘자꾸 들리는 말인데 뭐지?‘ 그걸로 충분하다. 정확한 스펠링이나 발음을 몰라도 상관없다. 그런 의식을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 ‘내가 모르는구나. 모르는구나. 모르는구나‘ 그러다가 어느 날 어떤 이유로 찾아볼 수도 있고, 물어볼 수도 있고, 가만히 있는데 저절로 알게 될 수도 있다. 그 순간은 내가 뭘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찾아오거나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괜찮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공부다. - P6
의식적인 생각을 멈추지 않는 게 핵심이다. 그러면 영어가 재밌어진다. 발전해서가 아니라, 영어를 잘하게 되어서가 아니라 그냥 재밌어진다. - P6
우리가 어렸을 때 세상을 그토록 강렬하게 느끼고 즐겼던 건 따지고 보면 무언가를 계속 배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숨 쉬는 모든 순간 배우고 있었다. - P7
영어뿐만 아니라 외국어, 아니 모든 언어는 큰 소리로 말해서 내가 말하는 걸 내 귀로 들어야 하는 게 기본이다. - P7
우선은 뭘 모른다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하면 앞에서도 말했지만, 하루의 느낌이 달라진다. 아주 미세하게 즐거워진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는 나만의 시간이 된다.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나에게 집중하게 된다. 피곤하거나 괴롭거나 미칠 것 같은 하루의 어떤 순간, 스쳐가는 영어 단어 하나에 집중해 보는 거다. - P8
나만의 은밀한 즐거움, 진도에 기죽지 않는 즐거움, 그러면서도 세상과 닿아 있다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영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나만의 것이므로 충분하다. 부족함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아니라, 충분한 데에서 시작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면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즐거움이 된다. - P9
한국 사람들에게 영어는 어딘가에 반드시 있다. 절대로 사라지지 않고 그곳에 있다. 외면해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으나, 열심히 혹은 자연스럽게 외면해도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 존재다. - P25
삶이 풍요로워지는 하나의 방법은 바로 그런 존재들을 한번 경험해 보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 P25
아무리 영어가 글로벌 언어라지만 진짜로 영어가 필요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한 부분에 존재하는 자신만의 영어에 대한 경험, 감정, 기억을 좋든 나쁘든 공부의 출발점으로 삼기를 바란다. 아무리 사소하고 부정적인 것이라 해도 외부의 당위적인 동기와는 비교할 수없이 강력하게 지속되는 호기심이 될 것이다. - P25
적어도 써먹을 수 있는 실력, 언어를 통해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에 도달할 수 있는 그런 실력 말이다. - P34
영어 실력은 내가 써먹고 싶은 대로, 내가 측정하면 그만이다. 그래야 바로 그곳에서 나의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 P35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에는 어떤 이유도 없다. 따라서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보다 더 발전하고 나아지는 무엇이 될 필요가 없어진다. - P39
자, 이제 뭘 할까? 나만의 무엇을 신나게 하는 거다. 그게 뭐지? 그걸 어슬렁거리며 찾아보는 거다. - P40
영어나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으면 절대로 보이지 않는 것들, 바로 내 흥미를 끄는 것들이다. 시간도 많아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괴롭지 않아야 한다. 영어나 공부를 목표로 하면 절대로 이상한 흥미 같은 건 생겨나지 않는다. - P40
"말 끊어서 미안하다 Sorry to interrupt" - P40
일반적인 방법은 나 자신에게 딱 들어맞을 수 없다. 반대로 나에게 딱 들어맞는 방법을 찾으면 평생 영어가 즐거워진다. - P43
가장 나쁜 건 내가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모르는 것이다. - P44
나 같은 사람은 아무리 쓸모 있고 거창하고 훌륭한 목표도 별로 강하게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 게 출발이다. 그걸 충분히 납득하고 나면, 다른 종류의 동기, 나만의 흥미를 유발하는 그런 동기가 생겨난다. 그러기 위해서 객관적인 수준이 아닌, 나에게 충분하게 긴 시간을 허락한다. - P44
어른의 영어 공부에서 지켜야 할 시간은 없다. - P44
자기 계발과 닿아 있는 영어 공부를 하는 건 별로 즐겁지도 않았다. 더 중요한 건 그 즐겁지 않음에는 나의 영어 실력이 영원히 부족하리라는 느낌이 차지했다. - P47
영어를 덕질하는 것. 나만의 방식으로 오로지 내가 원하는 만큼 그렇게 내 멋대로 영어를 대하는 것이다. - P48
내가 이해하기에 덕질은 그런 것이었다. 아무런 실용적인 목적이 없지만 ‘이건 나의 이야기야‘라는 확신을 만들어가는 과정. - P49
효율성을 강조하거나 획일적인 가치관이 아니라,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이 세상 전체의 너그러움을 키우는 시도가 아닐까 싶었다. - P50
나만의 즐거움, 나만의 이야기, 자기탐구의 수단이 된다면 영어 공부가 오래오래 즐겁지 않을까. 내키는 대로 하는 영어 공부가 이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 멋대로 살아도 좋다는 그런 작디작은 허용이 될 수도 있다. - P50
영어를 공부하면서 내 생각의 영역이 넓어지는 게 좋다. 나는 영어로 내가 무엇을 하는 걸 좋아하는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 P54
남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나 혼자만의 목표랄까. - P54
영어를 완벽하게 잘하기 위해서 기초에서 출발해 수준별로 접근하지 않는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너무도 불확실한 목표라 남들이 쉽다고 정해놓은 곳에서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목표가 확실할 때, 그것이 나의 즐거움일 때는 출발은 곧 끝이기도 하다. - P56
영어 시험뿐 아니라 모든 시험에서 나의 목표는 공부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최대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다. 시험을 망치거나 떨어졌을 때 기분이 나쁘기는 하지만 나는 절대로 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그것도 괜찮다. 일단 해보고 그 길이 아닌 걸로 판명되면 그걸 아는 것으로 족하다. 이건 아주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 P57
아이가 공부를 시작할 때 예열 같은거 없이 바로 틀린 문제로 돌진하게 하기 위해서다. - P58
끝에서부터 시작하고 무조건 목표를 이루는 게 목표라고 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냥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교과서를 읽고,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영어 공부를 한다. - P58
틀린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고통이다. 그 고통으로 돌진한다. 공부를 오래 그리고 잘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책상 정리를 하고, 화장실을 가고, 영어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서 기초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바로 틀린 문제로 돌진해서 한자리에서 하는 공부는 30분, 길어야 한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 대신, 그 시간은 고통과 집중으로 가득 차야 한다. 즐거운 고통이라고 해야겠다. 틀린 문제, 그 마지막 목표로 돌진하는 것이니까. - P59
이런 훈련이 되어야 실제 시험 시간에 영어 지문을 보지 않고 바로 문제로 돌진하고, 시험의 패턴을 익히게 된다. 시험을 내 방식대로 이해하고 패턴에 나를 맞추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게임의 패턴과 규칙을 숙달될 정도로 익혀서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 P59
시험을 통해서 영어 자체의 실력을 늘리고 싶다면 영어의 모든 분야, 모든 주제에 대해서 끝없이 공부해야 한다. 그렇게 최고점으로 가려면 그야말로 모든 시간을 다갈아 넣어야 한다. 그게 시험 출제자의 목적일지는 모르겠지만, 나까지 따라 할 필요는 없다. 내가 어떤 식으로 시험 공부에 투입할 시간을 줄이고, 내가 잘 틀리는 문제에 돌진할지는 나의 게임이다. - P59
이건 꽤나 진지한 노력이기도 하다. 바로 나의 약점, 내가 틀린 문제로 돌진하는 건 직접 해보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공부를 하기 위한 준비 없이 곧바로 자신의 최대 약점에 다가가는 고통을 즐거움으로 인식해야 하는 것이므로 고도의 심리 게임이다. 내게 익숙한 방식으로 지식을 쌓아가는 게 아니라, 나에 대한 기존의 생각과 기대를 바꾸는 건 불안하고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다. 그렇게 눈물을 삼켜가며 움직이지 않는 돌을 미는 기분으로 30분을 꽉 채운다. - P60
부담스러운 이상이 아니라, 바로 단어 하나에서부터 이미 달성이 되는 그런 종류의 목표야말로, 멈추지 않고 계속 공부하게 만드는 동기가 될 수 있다. - P61
출발은 바로 내가 이 단어를 모른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것! 모른다는 것을 분명하게 안다는 것은 괴로운 만큼 풍부하고 멋진 일이다. - P67
궁금증과 긴장, 모른다는 강렬한 그 느낌을 나는 소중하게 생각했다. - P67
모름의 상태를 의식하는 것이 더 강렬했던 것이다. - P68
영어든 한국어든 세상의 지식에 완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P68
모르는 상태를 의식하는 것은 이미 그것 자체로 너무도 멋진 일이지 뭔가. 나의 존재의 모든 것이 바짝 긴장한다. - P68
‘나는 이걸 모르지. 모른다는 걸 알게 됐으니, 이제 곧 알게 될 거야. 적어도 나의 의식 안에 들어온 모름에 대해서는‘ - P68
자신을 열어놓고, 한국 뉴스건 뭘 보다가 ‘어, 저건 뭐지? 내가 모르는 영어잖아‘ 싶으면 그게 영어 공부다. 그렇게 나의 모름을 열어놓으면, 앎의 단계로 가게 된다. 모르는 것을 의식하는 것도 영어 공부라는 생각을 한다면 더 빨리 알아보게 된다. 그러면 또다시 뭔가 궁금한 게 생긴다. 오로지 나의 모름을 위한 영어 공부는 재밌을 수밖에 없다. - P69
모르는 걸 외면하지만 않으면 배움의 기회는 널렸다. - P69
『논어』에 실린 공자의 유명한 말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이 말은 성인의 영어 공부에 잘 들어맞는다. - P69
나는 내가 모르는 것에서 딱 멈춰 서는 사람이 됐다. 모르는 것을 의식하고, 괴로워하거나 적극적으로 찾는 결정을 스스로 내리면서 나아가는 사람이 된 거다. - P70
관사에 대한 설명을 요약하자면 ‘특정되는 것과 특정할 수 없는 것, 셀 수 있는 것과 셀 수 없는 것의 차이‘라고 되어 있다. - P75
특정하거나 센다는 행위가 나의 모국어이자 나의 사고 체계 안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인정하면서, 그것을 새롭게 보며 관사들을 하나씩 차분히 감상한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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