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에는 ‘날씨가 마음에 안 들어? 그럼 십오 분 기다려‘라는 격언(격언 맞나)이 있는데, 그 정도로 날씨가 밥먹듯이 바뀐다. - P47
메인 주 포틀랜드가 영국인들에게 ‘발견‘된 것은 1600년 전후였다. 딱 셰익스피어가 활약하던 시기에 해당한다. 일본으로 치면 세키가하라 전투 무렵. - P75
세키가하라 전투 :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 이후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이시다 미쓰나리가 패권을 다툰 전투. - P75
누벨퀴진 : 1970년대에 프랑스 고전요리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요리법. - P80
메인 주는 스티븐 킹이 대부분의 소설에서 무대로 삼은 곳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딱히 무서운 일을 겪은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으니 안심하고 가셔도 좋습니다. - P83
비수기의 섬은 비록 날씨는 안 좋지만 조용히 일에 몰두하기에 적합하다 - P88
불편함은 여행을 귀찮게 만들지만, 동시에 일종의 기쁨ㅡ번거로움이 가져다주는 기쁨—도 품고 있다. - P90
자꾸 같은 소리를 하는 것 같지만, 이십사 년이나 흐르면 여러 가지가 크게 변해버린다. - P97
인간의 기억이란 믿을 게 못 된다. - P104
인간의 기억이란 정말로 믿을 게 못 된다. - P105
섬사람들은 (대체로 모두) 친절하고 우호적이다. 그런 점은 예전과 변함이 없다. 이십사 년이 흘렀어도, 통화가 바뀌었어도, 주위 풍경이 변했어도, 냉전이 끝났어도, 경제가 오르락내리락해도 사람들의 심성은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그 사실에 안심했다. 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건 뭐니뭐니해도 사람의 마음이니까. - P107
레이먼드 챈들러가 어디서 ‘등대처럼 고독하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등대는 별로 고독해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언뜻 보아도 고요하다. 등대처럼 과묵하다. - P109
그리스 섬을 몇 군데 돌아보면 알겠지만, 섬마다 바다의 색이 조금씩 달라 보인다. - P111
섬을 떠날 때는, 그것이 어떤 섬이든, 늘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스페체스처럼 그립고 따뜻한 기억으로 가득한 섬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 P113
당연한 얘기지만, 섬은 어디 다른 곳에 가는 길에 훌쩍 들르듯 방문할 수 없다. 작정하고 그 섬을 찾아가든지, 아니면 영영 찾지 않든지. 둘 중 하나다. 중간은 없다. - P114
배는 세 시간 후 피레우스 항에 도착한다. 나는 짐을 어깨에 메고, 단단한 대지를 밟고, 일상의 연장선상으로 돌아간다. 내가 속한 본래의 시간성 속으로 돌아간다.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그곳으로. - P114
다이카 개신 : 7세기 중엽 일본에서 중앙집권적 정치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행한 개혁. - P119
타임머신이 없다면 굳이 과거의 영광에 얽매일 것 없이 지금 여기의 멋진 것들을 있는 그대로 즐기면 되지 않나. 이것이 세계 어디서든 상식적인 시민이 가질 만한 건전한 사고방식이다. - P121
‘여행지에서 모든 일이 잘 풀리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다‘라는 것이 나의 철학(비슷한 것)이다. - P137
윤택한 인생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 P142
참고로 핀란드가 정식으로 독립국가가 된 것은 러시아혁명 후인 1917년이었다. 그리고 시벨리우스는 새로운 핀란드의 얼굴같은 존재가 되었다. - P145
사실 이 나라에서 핀란드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세기까지는 스웨덴어를 공용어로 사용했다. 나라 전체가 스웨덴의 문화적 지배하에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도 핀란드는 핀란드어 스웨덴어 양쪽을 공용어로 사용하는 바이링구얼 국가인데, 그 당시 핀란드어는 교양이 부족한 시골 사람들의 말로 여겨졌다. 그러나 러시아의 지배를 받으면서 내셔널리즘이 발흥함에 따라 핀란드어가 핀란드인의 공용어로, 민족 정체성의 상징으로 차츰 힘을 얻게 되었다. 핀란드어가 여타 서유럽 언어의 구조와 다소 다르며 일본어와 비슷한 요소를 지녔다는 점은 자주 지적되는 바다. - P146
헤멘린나에는 좁고 긴 모양의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 고대 빙하가 이동중 지표를 갉아먹으면서 만들어진 호수가 흡사 운하처럼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그리고 호숫가에 오래된 성이 서있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헤멘린나라는 지명의 뜻이 ‘헤멘의 성‘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성의 존재감은 몹시 크다. 성은 13세기 스웨덴인이 핀란드 통치의 요충지로 건설한 것이다. 그래서 주위로 자연스럽게 마을이 형성되었다. 아직 해안선 쪽에만 사람이 거주하던 당시 핀란드에서 헤멘린나는 유일한 내륙 도시로, 또한 교역의 거점으로 번성해갔다. - P149
무엇보다 이 성은 한 번도 전화戰火에 휩싸인 적이 없고, 19세기초 러시아가 스웨덴에 이어 핀란드를 통치하게 된 뒤로는 교도소로 개장했고 이후 1980년대까지 죄수들을 수감했다고 한다. 지금은 내부를 깨끗하게 복원해놓아서 자유롭게 견학할 수 있다. 한때 교도소였던 분위기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다. 원한다면 홀을 빌려서 결혼식을 할 수도 있다(생각해보니 결혼도 일종의 감옥으로 들어가는 일이긴 하다). - P149
핀란드는 전반적으로 한가로운 북유럽권 나라 중에서도 유독 한가로운 나라다. 그다지 화려한 부분은 없지만 시간이 조용하고 잔잔하게 흘러간다는 인상을 받는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부드럽다. 음식도 꽤 맛있다. - P154
위키피디아적인 몇 가지 사실-라오스는 동남아시아 유일의 내륙국으로 바다에 면한 부분이 없다. 아마 서퍼 인구도 적을 것이다. 그 대신(이랄까) 메콩 강이라는 큰 강이 국토를 가로지르며 남북으로 흐른다. 강은 그 자체로 미얀마와 태국 등 이웃나라와의 국경을 이룬다. - P160
(루앙프라방은) 옛 란상 왕국의 수도였지만 국방상의 이유로 (이 나라는 예로부터 국방을 중시해야 했다) 16세기 들어 비엔티안으로 천도했기 때문에, 지금은 마치 일본의 나라처럼 종교적인 정취가 감도는 조용한 ‘고도古都‘가 되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 P161
나라 : 8세기 일본의 수도 헤이조쿄가 위치했던 간사이 지방의 도시. - P161
루앙프라방은 독실한 불교 국가인 라오스 안에서도 특히 신앙심이 돈독한 곳이다. - P163
라오스는 일단 사회주의국가를 표방하고 있지만 민간의 이런 불교신앙은 국가 시스템을 초월한 곳에서 뿌리깊고 담담하게, 메콩 강의 흐름이 끊이지 않는 것처럼 변함없이 기능하고 있다. - P164
종교인들이 종종 "설령 피상적으로 흉내만 낼지라도 계속 실천하다보면 언젠가 진짜가 된다"는 말을 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그런 면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 P165
강 앞에서, 특히 강 위에서 우리 여행자는 그저 그곳을 스쳐 지나가는 환영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곳에 와서 구경만 하고 다시 떠나간다. 단지 그뿐이다. 미세하게 긁힌 자국 하나 이곳에 남기지 못한다. 보트를 타고 강 상류로 거슬러 오르노라면 그런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 P168
(라오스는 반세기가량 프랑스의 ‘보호령‘이었다) - P171
패시지 : 주요 멜로디를 연결하는 프레이즈 - P172
음악과 주술은 분명 어딘가에서 하나의 뿌리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 P173
가장 중요한 것은ㅡ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ㅡ어쨌거나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는 것이다. - P174
루앙프라방의 사원을 느긋하게 도보로 돌아보며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즉 ‘평소(일본에 살 때) 우리는 그렇게 주의깊게 사물을 보지 않는구나‘란 사실이다. 우리는 물론 매일같이 여러가지를 보지만, 그것은 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보는 것이지, 정말로 보고 싶어서는 아닐 때가 많다. 전철이나 차에서 창밖으로 잇따라 흘러가는 경치를 멍하니 눈으로 좇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언가 한 가지를 찬찬히 살펴보기에는 우리 생활이 너무나 바쁘다. 진정한 자신의 눈으로 대상을 본다(관찰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조차 차츰 잊어가고 있다. - P175
루앙프라방에서는 보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아내고, 자신의 눈으로 진득하게 시간을 들여 바라봐야 한다(시간 하나는충분하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갖고 있는 상상력을 부지런히 발동해야 한다. 우리가 기존에 지니고 있던 기준이나 노하우를 적당히 끼워맞춰 기계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양한 대상을 선입견 없이 관찰하고, 자발적으로 상상하고(때로는 망상하고), 앞뒤를 가늠해 큰 그림을 그리고, 취사선택해야 한다. 평소에 그리 익숙한 습관이 아니다보니 처음에는 조금 피곤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몸이 그곳 공기에 익숙해지고, 의식이 시간의 흐름에 순응해감에 따라 그런 행위가 점점 재미있어진다. - P175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시선을 집중해 하나하나 찬찬히 바라보다보면 조각상에도 각각의 표정과 정취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P177
세상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넓은데, 동시에 또한 내 발로 걸어서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아담한 장소이기도 한 것이다. - P178
‘종교‘라는 것을 정의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게 고유한 ‘이야기성‘이 세계 인식의 틀로 기능하게 하는 것도 종교에 주어진 하나의 기본 역할이라 할 수 있으리라. 당연한 얘기지만 이야기가 없는 종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본래는) 목적이나 중개자의 ‘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순수한 이야기여야 한다. 왜냐하면 종교란 규범과 사유의 원천인 동시에, 아니 그 이전에, 이야기의 (바꿔 말해 유동하는 이미지의) 공유행위로서 자생적으로 존재해왔을 테니까. 요컨대 그것이 자연스럽게, 무조건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공유되는 것이 영혼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 P179
아마도 시간이 남아돌아서였을 것이다. - P180
"라오스(같은 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라는 베트남 사람의 질문에 나는 아직 명확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라오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는, 소소한 기념품 말고는 몇몇 풍경에 대한 기억뿐이다. 그러나 그 풍경에는 냄새가 있고, 소리가 있고, 감촉이 있다. 그곳에는 특별한 빛이 있고, 특별한 바람이 분다. 무언가를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다. 그때의 떨리던 마음이 기억난다. 그것이 단순한 사진과 다른 점이다. 그곳에만 존재했던 그 풍경은 지금도 내 안에 입체적으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꽤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 P182
그런 풍경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쓸모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결국은 대단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한낱 추억으로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래 여행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 P182
좋았던 일도, 그다지 좋다고 할 수는 없는 일도 모두 시간이라는 소프트한 포장지에 싸여, 당신 의식의 서랍 속에 향주머니와 함께 고이 담겨있다. - P185
보스턴에는 그곳에서만 느낄수 있는 독자적인 분위기가 있고 독자적인 문화가 있다. 마치 보스턴 심포니가 다른 어떤 오케스트라와도 확연히 구별되는 특별한 소리를 내는 것처럼. - P186
"글쎄, 잘 모르겠는데, 그냥 옛날부터 그랬어" - P191
이십 년쯤은 정말로 눈 깜짝할 새다. 뭐, 아무렴 어떠랴. 그것이 인생인데(세 라 비). - P194
모든 것은 하나의 빅뱅과 또다른 빅뱅 사이의 덧없는 일취지몽에 불과하지 않을까. - P195
작가라는 직업의 이점은 뭐니뭐니해도 펜과 종이만 있으면 (대체로) 전 세계 어디서나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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