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놀라움과 재치 그리고 독창성 뒤에는 언제나 은유가 숨어 있다‘ 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는데, 오늘은 이 말에 대한 하나의 예시를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미국의 시인인 엘리자베스 스파이어스Elizabeth Spires 라는 사람이 어떤 작품에서 남긴 글인데, 글 속 상황 자체는 어느 한 수녀가 초등학생들에게 하는 말이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세부적인 내용보다도 어떤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은유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를 느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시에 나온 글을 보면 먼저 영원이라는 세월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그냥 단순히 사전적인 딱딱한 의미가 아니라 어떤 스토리를 상상하게 함으로써 영원이라는 것이 얼마나 긴 것인지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독자인 나는 이러한 표현력이 바로 과학과는 다른 예술만이 가진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지옥이라는 것을 표현할 때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불구덩이나 화염에 휩싸인 곳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오늘 나온 예시에서는 지옥이라는 동일한 단어를 ‘눈 덮인 툰드라‘라는 아주 차가운 느낌으로 표현함으로써 똑같은 단어도 표현하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예술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과학에서 추구하는 어떤 명확함이나 정확함과는 그 성격이 좀 다른 것으로써 뭔가 창조적이고 자유롭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저 길 잃은 영혼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그들의 죄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할까? 영원히, 아주 영원히란다. 그렇다면 열한 살 난 너희들이 (그녀는 잠시 생각한다.)도대체 영원이라는 세월이 얼마나 긴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니? 자, 단단한 암벽으로 된 세계에 있는 가장 커다란 산을 상상해 보렴. 100년에 한 번씩 한 마리 새가 지나가면서 그 날개의 끄트머리로 산꼭대기를 가볍게 스치고 간다고 해 보자. 영원이란 그 새가 계속해서 스치고 날아가 마침내 산이 완전히 닳아 없어지게 될 때까지 걸릴 만한 시간이란다. 이제 나는 지옥과 영원을 불길이나 화염하고 연결하지 않는단다. 대신 뭔가 춥고 불변하는 것, 가령 풍경 위로 음침한 장막을 치는 거대한 화강암산 그늘 아래 있는, 눈 덮인 툰드라와 연결지을 거야. - P385

인간 정신의 창조적 능력에 대해 우리는 진정 무엇을 알 수 있을까? 그것의 물리적 기초에 대한 설명은 과학과 인문학의 접점에서 발견될 것이다. 과학의 편에서 제시할 수 있는 한 가지 전제는 우선, 호모 사피엔스가 생명과 관련 있는 풍부한 환경 속에서 자연선택을 통해 탄생한 하나의 생물학적 종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전제로부터 나오는 결론은 인간 뇌에 영향을 주는 후성 규칙들이 인류 진화사에서 구석기인의 필요에 따라 형성되었다는 사실이다. - P385

문화는 수많은 세대가 바뀌는 동안 서로 연관되어 있고 서로를 강화해 주던 무수한 인간 정신들의 산물로서 마치 성장하는 유기체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우주 속으로 뻗어 나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문화는 모든 방향으로 똑같이 성장하지는 않는다. - P385

과학 혁명 전에는 모든 문화들이 원초적 상태에 있는 자기 문화 특유의 경험적 지식에 따라 명확하게 구분되었다. 물론 문화는 풍토, 수자원 그리고 식량 자원 등의 지역적 영향 아래 진화했다. 하지만 이보다 덜 분명한 사실이기는 하지만 문화는 근본적으로 인간 본성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 P386

인간 본성의 후성 규칙들이 혁신과 학습 그리고 선택을 편향시킨다. 이 규칙들은 마음의 발달을 특정한 방향으로 인도하는 중력 중심이다. 바로 이 중심에 도달한 예술가, 작곡가, 그리고 작가들은 수세기 동안 원형, 즉 독창적인 예술 작품 속에 가장 예측 가능하게 표현되는 테마들을 창조해 냈다. - P386

비록 원형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식별 가능하다 하더라도 일반적 특징들을 나열함으로써 그것들을 정의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오히려 원형은 사례를 떠올릴 때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수화를 통한 정의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기초적인 생물학 분류 작업에서 잘 쓰인다. 심지어는 한 범주로서의 종이 본질적 속성을 갖고 있는지 없는지가 논쟁거리일 때도 마찬가지이다. 신화나 소설에서는 한 스무 개 정도의 매우 주관적인 범주로 대부분의 원형들을 포괄한다. - P386

태초에 인간은 신들이 창조하거나 거인들의 짝짓기를 통해 탄생되거나 타이탄들의 충돌로 만들어졌다. 어느 경우든 그들은 세계의 중심에서 특별한 존재로서 삶을 시작했다. - P386

부족은 아르카디아든, 비밀의 계곡이든, 아니면 신세계든 상관없이 약속의 땅으로 이주한다. - P386

부족은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전투에서 악의 세력들과 마주친다. 그리고 강적들과 싸워 이긴다. - P387

영웅이 지옥으로 내려가거나 광야로 추방되거나 머나먼 땅에서 고난을 겪는다. 그는 온갖 풍파를 헤치며 기나긴 모험을 하다가 결국 돌아와 자신의 운명을 완성한다. - P387

세계가 종말을 맞는다. 홍수, 불, 외계의 정복자 또는 파괴신들에 의해 전면적으로 파괴되지만 영웅적인 일군의 생존자들에 의해 다시 복구된다. - P387

위대한 힘의 원천이 생명의 나무, 생명의 강, 철학자의 돌, 신성한 주문, 금지된 의식, 비밀스러운 공식 등에서 발견된다. - P387

보살피는 여성이 위대한 여신, 위대한 어머니, 신성한 여성, 신성한 여왕, 어머니 대지, 그리고 가이아 등으로 신격화된다. - P387

예지자는 특별한 지식과 마음의 능력을 소유할 가격이 있는 사람이다. 예지자는 현명한 남자 노인 혹은 여자 노인이며 성인, 마술사, 위대한 샤먼일 수도 있다. - P387

처녀는 순수의 능력을 가지며 신성한 힘의 통로이며 어떤 상황이 와도 무조건 보호받아야 하는데 신이나 악마와 같은 존재를 달래기위해 바쳐야 할 때도 있다. - P387

여성의 성적 자각은 유니콘, 온화한 괴물, 힘센 이방인 또는 마법의 키스를 통해 일어난다. - P387

트릭스터(Trickster, 원시 민족의 신화에 나와 주술 장난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만드는 초자연적 존재.)가 나타나 기존의 질서를 교란시키고 술의 신, 광란의 왕, 회춘의 신, 익살의 왕, 광대의 신, 영리한 바보 등을 해방시킨다. - P387

괴물이 인류를 위협한다. 괴물은 뱀 악마(지옥 바닥에서 발버둥치는 사탄), 용, 고르곤, 골렘, 뱀파이어 등으로 나타난다. - P387

만약 예술이 정신적 발달의 선천성 규칙들의 조종을 받는 것이라면 그것은 전통적 역사뿐 아니라 유전적 진화의 최종 산물이기도 하다. - P388

유전적 지침 (genetic guide)이 단순히 부산물(부수 현상)이었을까, 아니면 생존과 번식을 직접적으로 향상시켰던 적응(adaptation)이었을까? 그런데 만일 그것이 적응이었다면 정확히 어떤 측면에서 어떤 이득이 되었단 말인가? - P388

인간이라는 종이 가지는 가장 특징적인 속성들로는 고도의 지성, 언어, 문화 그리고 장기적인 사회 계약에 대한 의존성 등이 있다. 이런 속성 집합들로 인해 초기의 호모 사피엔스는 경쟁하던 다른 모든 동물 종들보다 결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속성을 얻게 되면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예를 들어 자아 인식의 충격, 개인적 존재의 유한성 그리고 환경의 혼돈 등이 그것이다. - P388

인류가 낙원에서 추방된 것은 단지 신에 대한 불복종 때문이 아니라 이런 것들(자아 인식의 충격, 개인적 존재의 유한성, 환경의 혼돈)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심리적 추방감으로 인해 고생하는 유일한 종이다. - P388

사실 동물들도 어느 정도는 특수화된 학습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본능의 지배를 받으며 환경이 주는 단순한 자극에서 촉발된 복잡한 행동 패턴들을 보인다. - P388

대형 유인원은 자기 인식(self-recognition)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자기 자신의 탄생과 죽음 또는 현존의 의미에 대해 반성할 수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우주의 복잡성 따위는 그들에게 어떤 의미도 없다. 유인원을 비롯한 다른 동물들은 자신의 생명이 의존하고 있는 환경에는 효과적으로 적응하지만 나머지 부분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 P389

예술은 지성이 야기한 혼돈에 질서를 부과할 필요성 때문에 탄생했다. - P389

정신이 급속히 발전하기 전에 살았던 인류 이전의 조상들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진화했다. 그들은 생존과 번식 성공을 뒷받침하는 본능적 반응에 따라 살아갔다. 호모 속 수준의 지성이 획득되었을 때 그 지성은 해발인 (releaser cues, 동물에 특정 행동을 유발시키는 소리, 냄새, 몸짓, 색채 등의 자극을 일컫는다.) 이상으로 정보를 잘 가공해 냄으로써 본능적 반응을 확장시켰다. - P389

지성은 융통성 있는 반응들을 이끌어 냈으며 현재의 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나 먼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정신을 만들어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화하는 뇌는 일반 지성 (general intelligence)만으로 전환될 수는 없었다. 뇌는 만능 컴퓨터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 P389

진화가 진행되는 동안 생존과 번식의 동물적 본능은 인간 본성의 후성적 알고리듬(epigenetic algorithm)으로 전환되어 갔다. 그리고 언어와 성적 행동을 비롯한 정신적 발달 과정들이 빠르게 획득되기 위해서는 이 선천성 프로그램들이 제자리를 잡을 필요가 있었다. 만일 그 알고리듬들이 제거되었다면 그 좋은 멸종에 직면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방향으로 열려있는 일반화된 학습에 의해 경험을 추려내기에 한 개체의 삶은 너무 짧기 때문이다. - P389

알고리듬들이 날림으로 형성된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들은 적절하게 작동했지만 아주 뛰어나게 잘 작동하지는 못했다. 자연선택의 느린 속도 때문에ㅡ새로운 유전자들이 낡을 것들을 대체하는 데에는 수만 세대가 걸린다.ㅡ인간의 유전은 고도의 지성이 열어 보인 새롭고 우연한 수많은 가능성들에 대처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알고리듬이 형성될 수는 있었으나 모든 가능한 사건들에 대해 자동적 · 최적으로 반응하기에 충분할 만큼 정교하지도 수적으로 많지도 않았다. 이런 간극을 메운 것이 예술이다. - P390

초창기 인간들은 마술을 통해 환경의 풍요로움과 연대의 힘 그리고 생존과 번식에 가장 중요했던 여타 힘들을 표현하고 통제하고자 예술을 창안했다. 이런 힘들은 새롭게 모사된 (simulated) 실재 속에서 의례화되고 표현될 수 있는데 예술은 이를 위한 수단이었다. - P390

예술은 인간의 본성 중에서 감정의 안내를 받는 정신 발달의 후성 규칙들에 충실함으로써 일관성을 끌어냈다. 그것은 가장 호소력 있는 언어, 이미지, 리듬 등을 선택함으로써 그 규칙들을 따랐다. 예술은 이러한 원시적 기능을 여전히 수행하고 있으며 그 옛날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 P390

예술의 질은 그것의 인간다움(humanness), 즉 그것이 인간 본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고수하고 있는가에 따라 평가된다. 이것은 예술의 참됨과 아름다움에 관해 논할 때 거의 압도적으로 의미하는 바이다. - P390

동굴 벽면에 동물을 그려 놓은 다음 그것을 죽이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면 사냥에 더 쉽게 성공할 것이라는 주술적 믿음 - P392

예술은 마술이다. 이 말은 근대적 울림을 갖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종종 듣고 있는 바 예술의 목적은 매혹이기 때문이다. - P392

예술가의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는 없겠지만, 그들은 새로운 의식(儀式)들의 목적에 맞춰 그림들을 복제함으로써 그 이미지들을 거듭나게 하려 했으리라. 그 의식들은 초기 형태의 음악과 춤을 동반한 본격적인 공식 의례(ceremony)의 일부분이었을지도 모른다. - P393

상징과 이미지를 조작하면 자신들이 표상하고 있는 대상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 - P393

불안과 위협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 사람들은 그들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력한 힘에 다다르려고 한다. 예술과 공감 주술을 연결시키는 것은 이런 시도를 위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방식 중의 하나다. - P393

많은 문화권에서 수렵인들은 자신들의 용맹무쌍함을 기념하기 위해 해골이나 발톱, 짐승 가죽 등을 전리품으로 챙기고 모으는 경향이 있다. - P394

토템 신앙에 등장하는 동물들에게는 초자연적인 성질이 부여되며 존경의 대상이 되면서 그 부족의 성원들을 결속시키는 상징으로 쓰인다. 토템의 영혼들은 승리했을 때에는 축하 의식을 집전하고 실패했을 때에는 사람들을 보살핀다. 그들은 개개인에게 더 위대한 어떤 존재, 즉 자신이 떠받들고 있는 어떤 미지의 존재를 상기시킨다. - P395

토템들은 분쟁을 중재하고 때로는 부족 간의 의견 충돌을 무마한다. 그들은 진정한 힘의 원천이다. 빙하기 예술 속에 흔히 등장하는 몇 안 되는 존재가 바로 수사슴의 뿔과 사자(혹은 새)의 머리로 자신의 머리를 장식한 샤먼들이라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동물 모습을 한 신들이 비옥한 초승달 지역(고대에는 비옥했으나 지금은 일부가 사막으로 변한 중-근동 지역으로 인간이 처음으로 농경을 시작했다는 팔레스티나 지방에서 페르시아 만에 이르는 반달형 지대)과 중앙아메리카에 있었던 고대 문명들을 지배했다는 사실은 필연적인 것으로 보인다. - P395

자신들이 가장 가치 있다고 여기는 성질들을 반영하는 토템으로서 특정 종의 동물을 채택하는 일은 수렵-채집 사회뿐만 아니라 고도의 문명을 가진 사회와 국가에서도 흔한 일이다. 가령, 미국의 미식 축구 팬들은 자신들이 속해 있던 구석기 부족을 이제야 발견한 듯이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와 마이애미 ‘돌핀스‘ 그리고 시카고 ‘베어스‘에 열광한다. - P395

예술의 생물학적 기원 가설은 후성 규칙들이 실재하는지, 그리고 그 규칙들이 만들어 내는 원형들이 어떤 것인지에 의존한 하나의 작업가설(working hypothesis)이다. 이것은 자연과학의 정신 속에서 구성되어왔다. 즉 이 가설은 입증이나 반증이 가능하며 생물학의 다른 부분들과 통섭적이다. - P395

이 가설(작업가설working hypothesis)은 어떤 식으로 검증되어야 할까? 한 가지 방법은 예술 속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제들과 그 밑바탕에 놓인 후성규칙들을 진화론적 입장에서 예측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와 같은 준보편적 주제들이 진실로 존재하며 대부분의 소설과 시각 예술의 발판이 되고 있음을 안다. 이 주제와 규칙의 일반성 때문에 할리우드 영화가 싱가포르에서도 흥행하고 노벨 문학상이 유럽 인뿐 아니라 아시아인이나 아프리카 인에게도 수여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왜 이런 현상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왜 정신 발달 과정이 특정 이미지와 내러티브에 그토록 한결같이 집착하는지에 관한 물음들이다. - P396

진화론은 기저의 후성 규칙들을 예측하고 유전 역사 속에서 그 기원을 이해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 P396

생물학 이론을 예술에 연관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반응들은 부모와 자식 간의 결속, 가족의 협력과 갈등 그리고 세력권 다툼과 방어 등이다. - P396

예술에 영향을 미치는 후성 규칙들을 발견해 내는 또 다른 방법은 신경과학과 인지심리학적 기법을 통해 그 규칙들을 직접 검사해 보는 방법이다. - P396

알파파의 탈동기화(desynchronization, 알파파는 눈을 떴을 때나 다른 감각 기관을 자극했을 때 또는 정신 활동이 이루어질 때에는 소실된다. 이와 같은 소실을 알파파 차단(alpha-blocking)이라고 한다. 알파파 차단 때에는 14~30 헤르츠의 높은 주파수(평균 20헤르츠)의 작은 진폭을 가진 파(베타파)가 출현한다. 이 경우 뇌파의 파형은 불규칙하고 기록 부위에 따라 진폭, 주파수, 위상이 크게 다르다. 이것을 뇌파의 탈동기화라고 한다.) - P397

알파파의 탈동기화가 심하면 심할수록 피실험자가 주관적으로 보고하는 심리적 각성이 더 컸다. - P397

디자인에서 요소들이 중복(redundancy)된 부분이 약 20퍼센트 정도였을 때 뇌 반응이 가파른 절정에 이른다 ...(중략)... 이 정도는 간단한 미로, 두 바퀴를 완전히 도는 대수적 나선 또는 비대칭적 가지들의 교차된 모습 등에서 다양하게 발견되는 것에 상응하는 양이다. 20퍼센트의 중복이 주는 효과는 선천적인 것으로 보인다. 신생아들도 이와 동일한 양의 질서로 이루어진 선들을 가장 오랫동안 응시한다. - P397

이러한 후성 규칙들이 미학이나 예술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 관련성은 생각보다 훨씬 더 밀접하다. (벨기에 심리학자인 게르다) 스메츠(Gerda Smets)가 발견한, 고도의 각성을 일으키는 그림들은 그것이 설사 컴퓨터가 만든 형상이라 해도, 건물 벽에 있는 띠 모양, 격자 모양, 표어, 책표지 구석의 장식, 깃발 디자인 등 전 세계적으로 애용되는 추상 디자인들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이것은 또한 고대 이집트와 마야 문명의 문자들뿐 아니라 중국, 일본, 타이, 타밀, 벵갈을 위시한 다양한 기원의 아시아 민족들의 상형 문자들과도 복잡성과 질서 측면에서 매우 유사하다. 게다가 몬드리안의 작품들처럼 최고의 근대 추상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들도 이와 거의 유사한 최적 수준의 질서를 가지고 있다. 비록 예술과 신경생물학의 이와 같은 관련성이 보잘것없는 것이라 해도 이것은 심미적 본능을 밝히는 데 좋은 단서가 된다. -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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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예술의 지배적 사조는 주기적인 진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사조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는 얘기를 했었다.

오늘은 예술의 사조 중에서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하는데, 이 포스트모더니스트들조차도 자신들의 사조가 계속 지속될 수는 없음을 자각하고 있다.

문득 이 세상에는 영원한 게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일정기간 흥하고 나면 어느 순간 사그러드는 것은 비단 예술 분야 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자연의 이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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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밑줄 친 내용을 누락해서 관련 내용을 추가합니다.

우리는 외견상 서로 달라 보이는 대상들을 가지고 시작한다. 서로 비교하여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유비(類比)해 봄으로써 어떤 패턴을 찾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멀찍이 떼어 놓고 변형, 사상(寫象), 은유를 이용하여 추상적 개념과 법칙 그리고 체계 등을 창조해 낸다. 이렇게 하여 수학은 더욱 추상적이고 강력해진다. 이것은 또한 음악이 작은 부분들을 통해 거대한 하나의 구조를 이루면서 힘을 얻어 가는 방식이다. 이런 식의 이해 방법은 대부분의 서구적 사고의 바탕에 놓여 있다. 우리는 보편적 지식을 추구하지만 그것의 힘은 개별적인 것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는 공통 원리들을 사용하지만 뚜렷하게 구별되는 세부 사실들을 드러낸다. _에드워드 로드스타인(Edward Rothstein)
p.379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텍스트가 통제하지 못하는 것을 찾고 저자의 사회적 구성물로 텍스트의 전모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 P373

"예술가와 시인은 환경 위기의 시대에도 자연의 구속력을 간과하고 과학을 무시하며 예술의 형식과 규율, 즉 그들 자신의 문화가 지닌 무속적 전통을 포기해야만 한다. 또한 보편적 인간 본성이라는 이념을 단념하고 숨막힐 듯한 구속에서 자신을 해방시키며 희망을 비롯하여 우리를 고양시키는 감정들에 대해 격노해야 한다." _프레더릭 터너(Frederick Turner) - P373

"호메로스, 단테, 레오나르도 다빈치, 셰익스피어, 베토벤, 괴테의 전통은 아직 죽지 않았다. 이 전통은 포스트모던 콘크리트의 균열 한가운데에서 자라나고 있다." _프레더릭 터너(Frederick Turner) - P373

우리가 고전을 부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성취한 듯 보이는 그 평형 상태(equilibrium) 때문이다. - P373

"소포클레스(Sophocles)와 베르길리우스(Vergilius)의 작품에 나타나는 규칙성과 논리는 섬세함이나 격렬함 모두를 배제하지 않는다. 또한 플로베르가 할 수 있던 것과 똑같은 종류의 것, 즉 사물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재현하는 것은 워즈워스나 셸리가 잘 묘사하던, 신비롭고 유동적이고 감상적이며 모호한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 - P373

예술과 비평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힘인 아폴론적 충동과 디오니소스적 충동의 대립, 즉 차가운 이성과 열정적 방종의 대립이 과연 화해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것은 경험적 문제일 것이고 그 대답은 선천적 인간 본성의 존재 유무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축적되어온 증거로 보아 의심의 여지는 거의 없다. 인간 본성은 존재하며 그것은 매우 심층적이고 구조적이다. 만일 이 정도만이라도 인정한다면 과학과 예술의 해석 간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더 명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즉 해석은 다중의 차원들, 즉 역사, 전기, 언어, 미적 판단 등의 여러 차원들에서 진행되며 인간 정신의 물질적 과정은 그 차원들의 기저에 놓여 있다. - P374

이론적으로 편향된 과거의 비평가들은 많은 큰 길들로 한 번 가 보다가 정신분석학과 포스트모더니즘적 유아론 같은 명패가 붙은 밀실로 들어가버렸다.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있어 별다른 과학적 도움없이 직관에만 의존했던 이들의 접근법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건전한 과학 지식에 기반을 둔 나침반을 갖지 못한 채 그들은 정처 없이 헤매다가 결국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 P374

만일 뇌과학, 심리학, 진화생물학의 통섭적 연구를 통해 뇌의 기능들이 도표로 정리되면 그 부산물로서 예술에 대한 영속적 이론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와같은 과정을 통해 창조적 정신을 이해하려면 과학자와 인문학자 간의 공동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 P374

공동 연구의 초기 단계에서는 예술의 혁신(innovation)을 복잡한 신경 회로와 신경 전달 물질의 방출에 기반한 구체적인 생물학적 과정이라고 결론내리기 쉽다. 그것은 만능 발생자(all-purpose generator)에 의한 상징의 유출도 아니고 천상의 행위자에 의한 마법도 아니다. - P374

예술에서 혁신의 기원을 통찰하는 것은 우리가 그 창조물을 해석하는 방식과 커다란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 P374

자연과학은 창조적 과정 자체의 몇몇 요소들을 포함하여 마음에 대한 그림을 하나 그려 내기 시작했다. 비록 자연과학이 아직은 그 궁극적 목표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종국에는 예술에 대한 해석을 강화시켜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 P375

인류가 진화하는 동안 자연선택은 혁신 과정들을 창조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있었다. 수천 세대라는 시간은 유전적 변화가 뇌와 감각계, 내분비계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다. 그동안에 생긴 생각과 행동의 개인차가 생존과 번식 성공의 개인차를 야기했다. - P375

변이는 어느 정도는 유전적이었다. 즉 당시의 개인들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문화로부터 무엇을 배우는가뿐만 아니라 어떻게 배우고 반응하는지, 즉 학습의 유전적 성향도 각기 달랐다. 이 성향은 통계적으로 특별한 방식을 통해 드러난다. 그 결과로서 유전적 진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 P376

특정 유전자 집합을 선택적으로 선호하는 자연선택은 후성 규칙들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 규칙들은 인간 본성을 구성하는 정신 발달의 유전 규칙들이다. 내가 지금까지 기술했던 가장 오래된 후성 규칙으로는 근친상간을 억제하는 웨스터마크 효과와 뱀에 대한 자연스러운 혐오가 있다. 한편 10만년 남짓의 역사를 가진 더 최근의 후성 규칙으로는 아이들의 언어 습득 프로그램이 있으며 아마도 예술의 창조적 과정들 일부도 포함될 것이다. - P376

보편적이거나 준보편적인 것들이 문화가 진화하는 동안에 출현한다. 기본적인 후성 규칙들 사이에 강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특정 생각과 행동은 그것이 야기하는 감정적 반응에 있어서 그리고 그것이 몽상이나 창조적 사고를 방해하는 빈도에 있어서 다른 생각과 행동에 비해 더 효과적이다. 그것은 예술의 지배적 테마를 이루는 핵심 내러티브이자 반복되는 개념인 원형을 창안하는 방향으로 문화의 진화를 편향시킨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원형의 사례로는 웨스터마크 효과를 위반했던 오이디푸스의 비극과 신화 및 종교에 등장하는 뱀의 이미지들을 들 수있다. - P376

예술은 원래 특정 형식과 주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는 하지만 다른 점에서는 자유롭게 구축된다. 원형들은 예술뿐만 아니라 평범한 의사소통을 구성하기도 하는 수많은 은유를 생산한다. 뇌가 학습하는 동안 뇌의 여러 영역이 폭넓게 활성화되어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는 은유는 창조적 사고를 구축하는 벽돌 역할을 한다. 은유는 서로 다른 영역의 기억들을 연관시키고 함께 강화시킨다. - P377

총체적으로 구조화되어 있고 강력한 힘을 가진 인간 본성에 대한 점증하는 증거들ㅡ주로 마음의 발달에 집중되고 있는 증거들ㅡ은 예술에 대한 보다 전통적인 견해에 호의적이다. - P377

예술은 역사적 정황 속에 등장하는 엉뚱한 천재나 특이한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예술적 영감의 뿌리는 인간 뇌의 유전적 기원까지 심층적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고 또 그렇기에 항구적일 수 있는 것이다. - P377

생물학적 이해가 예술에 대한 학문적 해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어떤 과학도 결코 창조적 예술을 가둘 수는 없다. 왜냐하면 심미적이고 정서적인 반응을 절묘하게 강화함으로써 인간 경험의 복잡한 세부 사실들을 전달하는 행위가 바로 예술의 독점적인 역할이기 때문이다. - P377

예술 작품은 왜 그런지에 대해 설명하려는 의도 없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느낌을 직접 전달한다. 예술을 정의하는 이 같은 속성 탓에 예술은 과학과 대조를 이룬다. - P378

과학은 원리를 창출한 다음 그것을 사용해 인간이라는 생물 종 특유의 속성을 정의하지만, 예술은 그 속성을 섬세하게 구체화하고 인상적인 방식으로 명시한다. - P378

항구적인 것으로 증명된 예술 작품들은 하나같이 강한 인본주의적 냄새를 풍긴다. 개인의 상상력 속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인간의 진화가 부여한 보편적인 것을 건드린다. - P378

판타지의 세계를 상상할 때조차 예술 작품들은 인간성의 기원에 그 닻을 내린다. 판타지의 거장인 커트 보니것 주니어 (Kurt Vonnegut, Jr., 1922년~ 미국의 유명한 작가로 과학 소설로 분류될 수 있는 작품을 다수 썼다.)가 지적했듯이 예술은 우리가 거기에 속해 있든 아니든 간에 인간을 우주의 중심에 둔다. - P378

뇌의 유전적 진화는 몇몇 특별한 능력을 예술에 부여했다. 첫 번째는 은유를 쉽게 만들어 내 그것을 맥락들 사이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능력이다. - P378

플롯(plot)이란 처음에는 물리적인 자리이자 건물 설계도를 의미했는데, 나중에는 무대 감독의 플롯 내지 대체적 윤곽이 되고, 결국은 연기나 스토리의 윤곽이라는 의미로 변했다. - P378

16세기에 프런티스피스(frontispiece)라는 말은 건물의 정면 장식이었는데, 곧 건물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는 책의 표지를 뜻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최종적으로는 책의 속표지 앞에 나오는 그림을 일컫게 되었다. - P378

스탠자(Stanza)는 이탈리아 어에서 공용의 방이나 휴식 공간을 의미하는 말인데 영어에 와서는 보통 4행 이상의 각운이 있는 시구로서 다른 시구와 구별되는 연(聯)의 의미로 전용되었다. - P378

프로그램화된 뇌는 예술과 과학에서 모두 우아함을 추구한다. 여기서 우아함은 뒤죽박죽 뒤섞여 있는 세부 사실들로부터 군더더기없이 어떤 패턴을 끄집어내 기술하는 것을 뜻한다. - P379

누군가에게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있다고 하자. 그는 잘 숙지하고 있는 다른 어떤 것과 이것이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우연히 주목하게 된다. 그는 그것들을 서로 비교함으로써 그 전까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해 이해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그의 이해가 적절한 것으로 판명되고, 다른 어떤 사람도 그 전에는 그와 같은 이해에 도달하지 못했음이 밝혀진다면, 그는 자신의 사유가 진정으로 창조적이었음을 주장할수 있을 것이다. _유카와 히데키 - P380

예술도 과학과 마찬가지로 실재 세계에서 출발한다. 그 다음에 예술은 가능한 모든 세계들(possible worlds)에 다다른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세계들(conceivable worlds)에 도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예술은 인간의 현존을 우주 속의 만물 위에 투사한다. 은유의 힘을 생각한다면 아마도 예술은 우리가 ‘피카소 효과‘라고 부를 만한 것에서 시작하게 될 것이다. - P380

"만약 인간이 자신의 이미지들을 어쩌다 창조하게 되었다면, 이것은 그가 그 이미지를 그의 주변에서 모두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뼈, 동굴 벽의 불규칙한 표면 그리고 한 그루나무에서 그 이미지들을 보았다. 어떤 형태는 여자를 암시하고, 다른 것은 들소를 연상시켰으며, 또 어떤 것은 악마의 머리와 비슷했다." _줄러 헐러스 브러서이 (Gyula Halasz Brassai) - P380

예술은 그레고리 베이트슨(Gregory Bateson)과 타일러 볼크(Tyler Volk)가 메타패턴 (metapattems)이라고 부른 것들, 즉 자연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 복잡한 사물들을식별하는 데 좋은 단서가 되었던 원, 구, 테두리, 중심점, 두 개의 선, 층, 고리, 꺾임점 등의 기하학적 형상들을 지각함으로써 나타났다. - P380

이미지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목탄으로 암벽에 선을 그리거나 돌, 뼈, 나무 등에 새김으로써 그것을 재창조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태동기에는 외부 자연을 자극하여 그것을 결국 인간화하려는 시도를 했다. - P381

예술사가인 빈센트 스컬리(VincentScully)는 선사 시대의 사람들이 산과 강 그리고 동물을 닮은 신성한 건물을 지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환경의 힘에 의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 P381

스컬리의 견해에 따르면 신대륙 발견 이전의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장소는 중앙멕시코의 테오티후아칸(Teotihuacan)이다. "거기서 ‘죽은 자의 거리‘는 ‘달의 신전‘
에까지 바로 연결되고 이 신전 뒤에는 테난(돌의 여신)이라고 불리는 산이 솟아 있다. 몇 개의 흠이 있는 이 산은 기본적으로 피라미드 형태를 하고 있으며, 그 중심은 계단 모양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신전은 산 모양을 본떴는데, 그 모양을 강렬하고 명확하고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만듦으로써 마치 산에서 아래 평지로 물을 끌어내리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 P381

모방하라. 기하학적으로 만들어라. 그리고 강렬하게 만들어라. 이세 가지는 예술 속에 고동치는 맥박을 뭉뚱그리기에 적합한 공식이다. 혁신가는 이것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감정적, 심미적으로 강한 힘을 가진 이미지들을 자연에서 골라낸다. - P381

온갖 기법들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예술가들은 이번에는 자신의 느낌들을 자연에 투사하기 시작했다. 건축이나 시각 예술 쪽의 사람들은 이상화된 신체 형상과 이것을 모델로 한 신의 이미지에 기반을 두고 갖가지 디자인을 창조했다. 기원(祈願), 경외, 사랑, 슬픔, 승리, 위엄 등을 비롯한 인간 정신의 정서적 구축물들이 추상적 이미지들로 포착되었으며 생물적, 무생물적 풍경에 그것들이 부착되었다. - P381

예술가는 자신들이 선택한 자세한 부분에는 자유분방하지만 선천적인 심미적 보편자에는 대개 순응하는 편이다. - P382

현대의 뇌파 분석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나무 수관부의 반복적인 그물 구조 같은 형태에 가장 활발하게 반응한다. 또한 나무와 집 주변의 텅 빈 공간과 물은 최근 심리학에 따르면 가능한 모든 배치들 중에서 선천적으로 가장 큰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 P382

몬드리안은 순수한 추상 디자인의 경지에 다다랐으며 이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추앙한다. 그는 순수 추상을 일컬어 "인간적인 것도, 특수한 것도 아닌 무엇"이라고 표현했다. 이런의미에서 그는 자신의 예술을 해방시켰다. 그러나 그는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지는 못했다. 사실 그 자신도 그런 자유를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의 예술은 인간의 미적 감각이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기본 규칙들에 따라 정의된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다. - P383

우리가 몬드리안 예술의 진화에서 본 것은 단지 서구 문화의 국지적인 산물이 아니다. 흥미롭게도 이와 동일한 과정이 아시아의 예술과 문학의 합류점에서도 작동하고 있었다. - P383

중국의 한자(漢字)는 그것이 표상하고 있는 대상들을 닮은 상형 문자로서 3,000여 년 전에 창안되었다. 고대 중국 문헌에 쓰인 해와 달, 산과 강, 인간과 동물, 집과 기구 같은 상형 문자들은 오늘날에도 바로 알아볼 수 있다. 그것들은 또한 뇌파 기준에서 본 최적 수준의 복잡성에 근접해 있다. - P383

수세기를 걸쳐 중국 문자는 표준 서체의 우아한 카라요 서법 ( (1) 중국풍, 중국 양식. (2) 중국식 서체. 특히, 에도(江戶)시대 중기에 유행한 명조체(明朝體)의 서체를 일컫는다)으로 진화해 갔다. 이 서법의 초기형태는 일본에 도입된 이후 새로운 형태로 발전했는데 거기에는 일본 특유의 흐르는 듯한 서체인 와요 서법(일본 고유의 습관이나 양식. 한마디로 일본식을 일컫는다.)이 포함된다. - P383

서구 서체와 중세의 원고에서 흔히 보이는 장식적인 머리글자에서처럼 예술은 자신의 심미적 기준들을 문자 자체에도 부과했다. - P383

예술가와 작가는 오직 직관만으로 또는 공식에 쉽사리 따르지 않는 감수성으로 정서적 · 심미적 반응을 환기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들은 예술적 기교를 조금씩 축적해 가며 "예술임을 숨기는 것이 예술이다. (ars est celare artem.)"라는 격률에 충실함으로써 자신의 창조물을 설명해 보라는 우리의 요구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을 수 있다. - P384

 "질문을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절대로 알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_루이 암스트롱 - P384

이와는 대조적으로 과학자들은 뭔가를 알아내려고 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명확하게 말해 주고 싶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무대의 커튼이 내려지고 책장이 완전히 덮힐 때까지 겸손히 기다려야만 한다. - P384

예술은 언제나 수많은 주제들을 다룬다. 그것은 새 이미지를 통해 최대의 효과를 보고자 한다. 그리고 기억 속으로 녹아 들어간 이미지는 다시 회상될 때 그 원래의 충격을 일부 지니게 된다. - P384

내가 특별히 높이 평가하는 사례는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 나보코프(Vladimir Vladimrovich Navokov, 1899~1977년. 「롤리타(Lolita)」(1955년)로 유명한 러시아출신 망명 작가로, 이 작품으로부터 소아 성애를 나타내는 ‘롤리타 콤플렉스‘라는 조어가 생겼다. 옮긴이)의 소아 성애(pedophilia)적 소설의 완벽한 도입부이다. Lo-lee-ta: the tip of the tongue taking a trip of three steps down the palate to tap, at three, on the teeth. Lo. Lee Ta. (로-리-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끝. 로. 리, 타.)" 그러니까 나보코프는 정확한 해부학적 지식과 두운인 t 음, 그리고 시적 운율로 주인공의 이름과 책제목 그리고 플롯을 관능으로 흠뻑 적시고 있는 것이다. - P384

놀라움과 재치 그리고 독창성 뒤에는 언제나 은유가 숨어 있다.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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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사회과학 분야 중 경제학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었다. 저자가 사회과학분야에서 그나마 자연과학분야와의 접점을 찾았던 학문 분야가 바로 이 경제학인데, 오늘 시작하는 부분에서 저자는 경제학에 나오는 다양한 예측 모형들을 보다 더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 자연과학에서 말하는 환원주의에 입각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환원주의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 어떤 큰 것을 분석할 때 그것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잘게 쪼개서 분석하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다. 저자는 자연과학적인 요소들을 배제한 채 단지 직관에만 의존하여 사회과학적인 방식으로만 경제현상들을 분석하는 것에는 일정부분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다. 경제학에서 다루는 경제현상들에 대한 보다 더 높은 수준의 분석을 위해서는 자연과학적인 지식들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인 듯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렇게 심오한 분석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최근 발달한 AI와 함께 한다면 마냥 불가능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다만 이렇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진다면 과연 이런 정보들을 온전히 다룰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에 대한 약간의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AI가 도와준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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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글에서는 경제학에서 기본적으로 가정하는 합리적 선택 이론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이것의 핵심은 인간이 의사결정을 할 때 모든 관련 요소들을 검토하고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것인데, 저자는 이렇게 세세한 고려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현실에서 휴리스틱이라는 용어로 대변되는 어림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인간이 진화해온 역사를 되돌아보는데, 최근 급부상한 기술의 발전은 인간 전체의 역사에 비하면 지극히 짧고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본다면 인간이 어떤 것을 결정할 때 모든 것을 꼼꼼하게 고려하기보다는 그저 직관적으로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의사결정을 해왔다는 연구결과에 기반하여 뇌가 진화해온 방식도 그런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즉 인간의 뇌라는 게 무슨 컴퓨터처럼 모든 요소들을 고려할 정도로 섬세하게 진화해오지 않았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절대자인 신(神)이 아니기에 결코 완전하거나 완벽하지 않음에도 그냥 나 혼자서 상대방을 마치 컴퓨터처럼 모든 것을 고려할 줄 아는 존재로 착각하고 내 마음을 몰라준다거나 내 상황을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운해한다거나 미워하며 살지는 않았는지 잠시나마 돌아볼 수 있었다. 결국 인간이란 원래 불완전하고 부족한 존재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설령 내 기대나 내 생각과 다른 부분들이 있을지라도 그냥 상대방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면 언제나 상대방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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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지는 글에서는 철학자들이 과학의 한계를 지적하는 현실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독자인 나 역시도 어쩌면 본문에 나오는 철학자들과 비슷하게 현실을 뛰어넘어서 생각하고 꿈꾸려하기보다는 그저 지금 존재하는 현실에만 철저히 종속되어 거기에 기반한 생각만을 하며 살아오고 있지는 않았는지를 돌아볼 수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만약 오늘 본문에 나온 철학자들이나 나 같이 현실적인 생각에만 매몰되어 있는 사람들만 있었다면 지금 존재하고 있는 수준의 과학 발전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미래를 꿈꾸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고자 애썼던 탐구정신과 도전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 같은 것도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의 과학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지 그 끝은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미래라는 건 꿈꾸는 자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꿈꾸는 자만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고 비록 그것이 지금 당장은 현실성이 없어보일수는 있어도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그것을 향해 달려간다면 그 꿈은 언젠가 반드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의 수많은 역사들을 통해 증명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저자도 9장 마지막 문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작업을 못하게 막으면 막을수록 그 작업을 감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상은 더 커지는 법이다.(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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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장을 바꿔서 10장 예술과 그 해석 이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저자는 과학과 예술, 이 두 분야를 통섭하기 위해서는 예술에 대한 해석이 그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해석이라는 것 자체가 비평 하는 사람의 개성과 미적 판단의 표현이라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해석 자체를 어떤 하나의 예술로 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보며 처음에는 저자가 통섭이라는 것을 하려고 너무 억지 주장을 펼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각도로 본다면 연결짓는 것이 어려워 보였던 어떤 두 분야에서 공통되는 속성을 끄집어내어 그 둘을 연결하는 게 어쩌면 진정한 통섭을 위한 노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자 뒤이어 나올 저자의 생각이 좀 더 궁금해졌다.


뒤이어서는 예술의 정의와 특징 그리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철학들이 소개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잘 몰랐던 분야라 큰 흐름을 잡는데 애를 좀 먹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공부가 되었다. 나의 좁았던 관심사를 보다 크고 넓은 영역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값지고 보람된 시간이었다. 덕분에 많은 작가들을 알게 되었고 각 사조들의 굵직굵직한 특징들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이 《통섭》책에서 접했던 작가들의 책들도 찾아서 읽어보면 굉장히 뿌듯할 것 같다.

경제학자와 사회과학자가 좀 더 예측적인 모형을 만들기 위한 전제를 발견해야 할 곳은 다름 아닌 생물학과 심리학이다. 이것은 생물학을 발전시킨 전제를 발견한 곳이 물리학과 화학이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 P355

미래의 사회 이론 작업도 추론 과정 자체에 대한 심리생물학적 이해에 의존할 것이다. - P356

인간의 두뇌는 매우 빠르기만 한 계산기가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결정은 복잡한 환경과 불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 P356

합리적 선택 이론에서 중요한 문제는 정보가 얼마나 많아야 충분한가이다. 즉 사람들이 어떤 시점에서 숙고를 멈추고 결정을 내리는가? 한 가지 단순한 전략은 ‘만족화(satisficing)‘ 전략이다. 여기서 ‘만족화‘란 ‘납득이 되는(satisfying)‘과 ‘충분한 (sufficing)‘이라는 단어를 결합한 스코틀랜드 용어이다. - P356

사람이 미리 최적 선택을 예견하고 그것이 발견될 때까지 찾아다닌다는 의미가 아니다. 만족화는 단기간에 가용적이고 감지되는 것들로부터 첫 번째로 만족스러운 것을 고른다는 뜻이다. 예컨대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는 젊은 남성은 자신의 이상형을 무작정 찾아다니기보다는 자기가 알고 있는 주위 여성들 중 가장 매력적인 여성에게 청혼할 것이다. 만족화란 바로 그런 것이다. - P356

합리적 선택 이론 ...(중략)... 그 중심 아이디어는 무엇보다도 인간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었다. 인간들은 할 수 있는 한 모든 관련 요소들을 검토하고 특정 선택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저울질한다. 그리고 결정하기 전에 이해득실(투자, 위험, 감정적, 물질적 보상 등)을 따져본다. 선호된 선택은 효용성이 극대화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사고하는지에 대한 적합한 그림이 아니다. - P356

전통적인 합리적 선택 이론들에 대한 하나의 대안은 사람들이 어림법을 따른다는 사실이다. 어림법은 ‘발견 기법(heuristics)‘이라는 전문용어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중략)... 이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는 대체로 단순한 신호와 발견 기법에 기반을 두고 행동한다. 이 때문에 복잡한 확률 계산과 결과 예측이 불과 몇 가지 판단 작업으로 환원된다. - P357

발견 기법은 대체로 잘 작동하여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있게 해 주지만 여러 상황들에서 체계적인 실수를 낳기도 한다. 예를들어 빠른 셈 계산에 사용되는 발견 기법인 ‘정박(碇泊, anchoring)‘이 있다. - P357

계산과 통계를 이해하도록 훈련받을 수 있는 데도 왜 이런 일관적인 실수가 생기는 것일까? 이에 대한 정답은 유전적 진화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수천 년 동안 인간의 두뇌는 간단한 수와 비율을 다루도록 진화했지 추상적이고 정량적 추론을 필요로 하는 복잡한 문제들을 처리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 P358

합리적 선택 이론은 정작 수십만 년 동안 진화해 온 석기 시대의 기관인 인간 두뇌의 속성들에 대해서는 주의를 거의 기울이지 않고 있다. 기간을 따져보면 인간의 두뇌가 산업 사회라는 아주 낯선 환경으로 떠밀려 온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따라서 합리적 선택 이론은 선사 시대의 사람들이 오랜 과거의 진화적 시간동안 어떻게 사고해 왔을 것인지에 대한 증거들에 잘 부합하지 않는다. - P359

크리스토퍼 홀파이크(Christopher R. Hallpike)는 『원시 사고의 토대(The Foundations of Primitive Thought)』에서 선사 시대 사람들의 추론 방식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직관적이고 독선적이며, 물리적 인과성보다는 특수한 감정적 관계에 매달려 있고 본질과 변형 (metamorphosis)에 집착하며, 논리적 추상화나 가설적으로 가능한 것들에 아둔하고 개념적 장치보다는 사회적 상호 작용을 위해 언어를 사용하며, 정량적인 측면에서 빈도와 희소성에 대략적으로 민감하고 부분적으로 환경에서 연유한 마음이 다시 환경으로 투사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단어 자체가 힘을 가진 존재자가 되었다. - P359

선사 시대 사람의 특성들이 현대 산업 사회의 시민들에게도 나타난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경제학자와 사회과학자는 이것을 자기 작업의 전제로 삼아야 한다. 그 특성들은 컬트 단원들, 광신도 그리고 교육 수준이 낮은 이들에게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리고 그것들은 예술의 은유에 깊숙이 침투해 있고 또한 그것을 풍요롭게 만든다. 좋건 싫건 간에 현대 문명의 일부이다. 체계적인 논리 연역 추론은 고도로 특수화된 서양 문화의 산물로서 발휘하기가 매우 힘들뿐만 아니라 실제로 여전히 드물게 나타난다. 이 추론 양식을 완벽하게 다듬으면서도 낡은 방식의 추론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훈련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또한 낡은 추론 방식이 우리를 현재까지 생존하게 만든 적응적인 인간 본성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P360

사회 이론가들은 엄청난 양의 기술적인 문제들 앞에 기가 죽어 있다. 어떤 과학철학자들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간의 경계 지점들이 너무 복잡해서 현재의 상상력만으로는 도저히 정복될 수 없다고 포기한다. 그들은 그것이 어쩌면 오르지 못할 산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들은 생물학으로부터 문화로의 통섭이라는 아이디어를 의심하며 공식의 비선형성, 요인들의 2·3차 상호 작용, 우연성 (stochasticity) 그리고 큰 소용돌이 바다에 살고 있는 다른 모든 괴물들을 지적한다. 그리고 "희망이 없어, 절망이야." 라고 한숨을 쉰다. 원래 철학자들이란 대개 그런 법이다. 그들의 일이 더 큰 도식 내에서 과학의 한계를 정의하고 설명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P360

다행스럽게도 과학자 자신은 그런 것에 구속되지 않는다. 만일 우리 학문의 선배들이 미지의 것에 대해 겸손하게만 생각했더라면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16세기에 성장을 멈췄을 것이다. 철학자들의 독설을 막을 필요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학 기술이 그 독설과는 정반대의 믿음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스스로 확신하는 일이다. 계몽이 처음으로 사그라든 곳이 과학이 아니라 철학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라. - P361

물론 사회과학에 대한 비관적인 철학자들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을 그른 것으로 여기고 나아가는게 더 낫다. 갈 길은 하나뿐이다. 작업을 못하게 막으면 막을수록 그 작업을 감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상은 더 커지는 법이다. - P361

통섭적 설명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도전은 뭐니 뭐니 해도 과학에서 예술로의 이행을 설명해 보라는 요구일 것이다. 여기서 예술은 창조적 예술들, 즉 문학, 시각 예술, 드라마, 음악, 무용 등의 개인적 작품을 지칭한다. 이 예술은 ‘참됨‘과 ‘아름다움‘이라는 단어 외의 다른 표현을 찾기 힘든 그런 속성들을 지닌다. - P363

일차적이며 직관적으로 창조적인 의미에서의 예술, 즉 ars gratia artis는 가장 광범위하고 유용하게 사용되는 정의로 남아 있다. - P363

예술이 역사적·개인적 경험 어디에서 연원하는가 - P364

참됨과 아름다움이라는 그 본질적 속성이 일상 언어를 통하여 어떻게 기술될 수 있는가 - P364

해석은 그 자체가 부분적으로 하나의 예술이다. 왜냐하면 해석은 비평가의 사실적이고 전문가적 의견일뿐만 아니라 그의 개성과 미적 판단의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P364

일급의 비평은 다루고 있는 작품만큼이나 영감에 따라 창조된 독특한 개성의 소산일 수 있다. 더 나아가 그것은 과학의 일부분일 수도 있으며 반대로 과학 또한 비평의 일부분일 수 있는데, 이것은 이제부터 내가 보여 주고자 하는 바이다. - P364

해석은 역사, 전기(傳記), 개인적 고백 그리고 과학이 하나로 엮어질 때 한층 더 강력해진다. - P364

불경스러운 단어가 성스러운 근거에서 언급되면 곧바로 거부 반응이 나온다. - P364

과학이 현상을 그 작용 요소들로 환원함ㅡ예를 들어 뇌를 뉴런으로, 뉴런을 분자로ㅡ으로써 진보를 성취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과학이 전체의 통합성(integrity)을 손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와는 반대로 요소들을 그 본래의 집합으로 재창조하기 위한 종합 작업이 과학적 절차의 나머지 절반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것이 과학의 궁극적 목표이다. - P364

나는 예술과 과학의 창조적 과정을 환원주의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미래의 예술이 가질 창조성과 우수성에 관해 그 어떤 본원적 한계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예술과 과학의 동맹 관계는 이미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었고 그것은 해석을 매개로 하여 성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P365

과학과 예술 모두 서로의 힘을 합치지 않고는 완성될 수가 없다. 과학은 예술의 직관과 은유의 힘을 필요로 하며 예술은 과학으로부터 신선한 수혈을 필요로 한다. - P365

인문학 쪽의 학자들은 환원주의에 드리워진 저주를 걷어 내야 한다. 과학자들은 잉카 제국의 황금을 약탈하러 온 신대륙 정복자들이 아니다. - P365

과학도 자유롭고 예술도 자유롭다. 하지만 내가 마음에 관해 앞서 주장했듯이 과학과 예술이라는 두 영역은 모두 창조적 정신을 요구한다는 면에서 유사하기는 하지만 그 목표와 방법에 있어서는 근원적으로 다르다. - P365

예술과 과학 간 상호 교류의 핵심은 혼성화(hybridization). 즉 ‘과학적 예술‘이나 ‘예술적 과학‘과 같은 떨떠름한 혼합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과학 지식과 미래에 대한 그 지식의 독점적 감각으로 예술에 대한 해석을 되살리는 데 있다. 해석은 과학과 예술 간의 통섭적 설명이 가질 수 있는 논리적 통로이다. - P365

디스(그리스 신화의 하데스)

페르세포네(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와 데메테르 사이에서 태어난 여신)

페르세포네의 어머니이자 경작의 여신인 케레스(그리스 신화의 데메테르) - P367

아름다운 다프네를 향한 아폴론의 열정은 결국 아무런 보답을 얻지 못했다. 다프네가 그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그녀 자신의 정원에 있는 한 그루의 월계수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 P367

그(밀턴)는 상이한 감정들을 대립시켜 그들의 힘을 증폭시켰다. 예를 들어 아름다움과 어두움이, 자유와 운명이, 열정과 절제가 서로 충돌한다. 밀턴은 그런 감정들 간의 긴장을 이끌어 냄으로써 보다 낮은 단계의 낙원들을 거쳐 한순간에 신비로운 에덴의 원형에 도달하게끔 우리를 인도한다. - P367

밀턴은 권위에 의지하는, 기초가 단단한 또 하나의 전략을 사용했다. 즉 그는 자신이 살던 시대, 예컨대 크롬웰이나 찰스 2세 그리고 혁명과 잉글랜드 공화국의 투사였던 그가 겨우 죽음을 모면한 바 있는 당시의 왕정 복고 시대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수세기를 지나면서도 여전히 기억될 만큼 강렬한 고대 그리스·로마 문명의 문헌을 언급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우리가 직접 듣지 않았더라도 진실임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 P368

예술은 인간의 조건을 감정과 느낌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라고 정의된다. 즉 예술은 질서와 무질서 양자를 함께 환기시킴으로써 모든 감정들을 움직인다. - P368

예술을 창조하는 능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사실에 기반한 차가운 논리인가, 아니면 밀턴의 믿음처럼 시인의 사색을 이끄는 신의 인도인가? 모두 아니다. 게다가 『실락원』의 저자에게서 발견되는 천재성을 점화시키는 그 어떤 독특한 섬광의 증거도 없다. 예를 들어 음악적 재능이 특출한 사람이 상상을 하고 있을 때 그들의 뇌를 관찰해 본들 그들에게서 어떤 특이한 신경생물학적 특징들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그 대신 덜 재능 있는 보통사람들보다는 동일한 뇌 부위들이 보다 폭넓게 활용되고 있었다. 역사도 이러한 이른바 증대(incremental) 가설을 지지한다. 맨앞에는 셰익스피어,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차르트 등과 같이 늘 맨 앞줄에 있는 천재들이 있고 실력 순서대로 수많은 유능한 사람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 P368

서구의 정전(正典)을 비롯한 고급문화에 통달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독보적 지식, 뛰어난 솜씨, 독창성, 세밀한 감수성, 야심, 대담함, 충동 등을 소유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무언가에 강하게 사로잡혀 있었고 마음속에 불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선천적인 인간 본성을 직관적으로 파악해내는 능력도 지녔다. 그런데 그 능력은 우리 모두의 마음에 흐르고 있는 보잘것없는 생각들에서 뛰어난 이미지들을 선택하기에 충분할만큼 정확한 것이었다. 그들이 발휘했던 재능의 크기가 단지 정도에 있어서만 큰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그들의 창조물은 다른 이들의 것에 비해 질적으로 참신했다. 그들은 주술이나 신의 자비를 통해서가 아니라 다른 보통 사람들과 일정 부분 공유하고 있는 능력을 조금 더 발휘함으로써 이름을 남길 만한 영향력과 생명력을 얻은 것이다. 그들은 나머지 보통 사람들의 위로 높이 솟구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을뿐이었다. - P369

정도는 다를지라도 모든 사람은 공통적으로 예술적 영감을 가지고 있다. 이 예술적 영감은 인간 본성의 분수에서 솟구쳐 올라온다. - P369

예술적 영감에 따른 창조는 분석적 설명이 없다 해도 보는 사람의 감수성을 직접적으로 자극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창조성은 절대적으로 인본주의적 (humanistic)이다. 지속적인 가치를 지니는 작품들은 이와같은 인본주의적 근원을 가장 충실히 따르는 것들이다. 이런 의미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들은 그것들을 이끌어 낸 후성 규칙들을 탐구함으로써 근본적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후성 규칙들은 인류 진화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 P369

그들(예술에 대한 주류 관점)은 다양한 수준에서 보편적인 인간 본성의 존재를 부인하는 포스트모더니즘 가설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왔다. 문학 비평에 적용된 포스트모더니즘의 극단적인 표명은 자크 데리다와 폴 드 만(Paul de Man) 이 가장 도발적으로 정식화했던 해체주의 철학이었다. - P369

이 관점(해체주의 철학)에 따르면 진리는 상대적이고 개인적이다. 개인은 언어 기호들의 끊임없는 변환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내적 세계를 창출한다. 여기에는 문학적 지성을 인도할 어떤 특권적 지점도 길잡이별도 없다. 그리고 과학 역시 세계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식에 불과하기 때문에 텍스트의 깊은 의미를 끌어낼 수 있게 해 주는 인간 본성에 대한 과학적 지도 따위가 있을 수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다만 독자 자신이 구축한 세계에서 여러 해석과 주석을 창안할 무제한의 기회뿐이다. "저자는 죽었다."라는 표현은 바로 해체주의의 상투 문구이다. - P370

해체주의를 주창하는 학자들은 오히려 자기모순과 모호함을 추구한다. 그들은 저자가 생략한 부분을 상정하고 분석한다. 바로 이와같은 보이지 않는 요소들 때문에 포스트모더니즘적 형식의 개인화된 주석이 허용된다. 이런 혼합물에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덧붙이는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전통적인 문학 규준들을 지배 계급, 그것도 특히 서구 백인 남성의 세계관을 확고히 하는 집합체. 그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 P370

포스트모더니즘적 가설은 증거와 잘 부합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떻게 정신이 작동하는지에 대한 기존의 지식으로부터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이 그토록 인기를 끄는 데는 카오스에 대한 추구 이상의 어떤 이유들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 만일 포스트모더니즘의 생물학적 근거가 맞는다면 그것의 광범위한 호소력은 인간 본성에 뿌리를 둔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 P370

예술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해럴드 블룸(Harold Bloom)이 『서구의 정전들(The Western Canon)』에서 고발한 바 있는 "원한 학파(School of Resentment, 블룸은 이 책에서 "서구의 정전들이 사회·정치적 엘리트들에 의해 부과된 구조물들에 불과하며 이제는 부적절하다."라고 주장하는 일군의 학자들을 이른바 "원한 학파"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해체주의 등)라고 부르고 그들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상의 것이며, 알렉산더 포프의 시구에서 나온 "거세된 남자의 앙심" 이상의 것이다. - P370

이것(예술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미국 학계가 프랑스 몽매주의(Gollic obscurantism, 여기서 Gollic은 프랑스에 대해 약간 비아냥거리는 느껌으로 씌어진 형용사이며 obscurantism은 문학과 예술에서 고의로 의도를 애매하게 하는 표현주의적 사조 일반을 일컫는다. 몽매주의라고도 하며 여기서는 해체론 등 프랑스에서 기원한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사상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에 대해 통상 지니는 감상적인 경외심 이상의 것을 통해 지지되고 있다. - P371

또한 포스트모더니즘 속에는 어떤 혁명적인 정신이 요동치고있다. 예를 들어 이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사람들, 특히 자신만의 독특한 재능과 정서적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 지난 수세기 동안 상대적으로 부당하게 무시당해 오다가 이제야 주류 문화 속에서 자신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 P371

나는 페미니즘ㅡ그것이 사회적이건 경제적이건 예술적 페미니즘이건 간에ㅡ을 환영한다는 것이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옹호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페미니즘은 새로운 표현의 창구를 열었고 억눌려 지냈던 인재 집단을 해방시키기는 했으나 인간 본성을 산산조각 내지는 못했다. 그와 같은 진전이 인간 본성을 폭파시켜 작은 조각들로 파편화시킨 것은 아니다. 오히려 페미니즘은 인류를 통합시키는 보편적 형질들을 충분히 탐색하게끔 새로운 무대를 마련해 주었다. - P371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포스트모더니즘은 문학적 세계관의 역사적 진동 중 하나의 극값이라고 볼 수 있다. 1926년에 위대한 미국인 비평가인 에드먼드 윌슨(Edmund Wilson)은 서구 문학이 그 강조점에 있어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라는 양극단 사이를 "흔들거리며 왔다 갔다 하지 않을 수 없는" 듯이 보인다고 했다. - P372

아주 폭넓게 생각해 보자. 이와 같은 진동 주기 중에는 우선 포프와 라신처럼 질서있는 세계를 지향하는 과학자의 시각에 의존했던 계몽주의 시인들이 19세기의 반항적 낭만주의 시인들에게 대중의 사랑을 빼앗기고 만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 낭만주의자들도 합리적 질서로 회귀했던 플로베르 같은 사람들에게 곧 길을 내주고 말았다. 그러다가 말라르메와 발레리 등 프랑스 상징주의자들과 예이츠, 조이스, 엘리엇 등의 영국 문인들이 주를 이루던 모더니즘적 글쓰기가 나타나 또 정반대의 흐름이 풍미했다. - P372

에드먼드 윌슨은 극단적인 것이 하나의 지배적 사조로서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기 때문에 주기적인 진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P372

"예술 작품은 한 줄 한 줄마다 자신의 정당성을 지녀야 한다." _조셉 콘래드(Joseph Conrad) -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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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본문은 네안데르탈인과 관련된 내용들인데, 이들에게 언어가 없었다는 현대 과학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비록 약간의 구조적인 제약이 있었을지언정 그들도 해부학적으로 언어사용이 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언어사용을 통해 집단의 결속을 다지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얻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이 내용들을 보면서 어떤 언어든 간에 그 종류를 불문하고 인간으로 태어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로 태어났다면 지금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생각하고 소통하는 것이 과연 가능했을까? 그러긴 결코 쉽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원래 유전자가 섞이는 과정은 생존에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 만약 불리했다면 일찌감치 그 유전자는 사라지고 말았을 테니까. - P150

인간이 언어를 구사하려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해부학적인 조건이 있다. 목의 인두와 후두 사이의 거리가 멀어야 한다. - P150

설골은 혀의 근육과 후두를 연결해주는 부분이다. - P150

언어의 기본 기능은 소통이다. - P151

소통을 통해서 집단은 견고해진다. - P151

뒷담화는 의외로 집단을 결속시킨다. - P151

언어의 가장 큰 장점은 여러 사람과 정보와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 P151

언어는 동시에 여러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 인간이 유인원보다 더 큰 집단을 형성할 수 있었던 건 언어가 있기 때문이다. - P151

언어는 문화로 이어진다. - P152

불은 우리의 시간과 공간을 확장 - P152

치아는 한 인간의 생체 시계를 통째로 간직한다. 이는 아래에서 위로 자란다. 위쪽은 아래쪽보다 더 오래된 것이다. 위쪽에는 성장선이 있는데 처음 이가 나왔을 때의 상황을 알려주고 아래쪽에 있는 사망선은 사망할 무렵의 상태를 알려준다. 그사이에는 스트레스 선이 있다. 영양 상태가 안 좋거나 병에 걸렸던 흔적이 줄로 남는 것이다. - P153

성장이 빠르면 당연히 노화의 시기도 당겨진다. - P154

유년기는 정말 중요한 시기다. 부모의 지극한 보살핌 속에 안전하게 머물면서 복잡한 사회 규칙을 배우고 생존 전략을 깨닫고 놀면서 창의력을 키우는 시기다. - P154

창의력이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별난 아이디어가 아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 이미 있는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새롭게 조합해서 나오는 것이다. 창의력이 생기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 놀아야 한다. - P154

식량이 줄자 급격히 인구가 줄었다. 인구가 줄자 짝짓기가 점차 힘들어졌다. 예전에는 산 한두 개만 넘으면 짝을 찾을 수 있었으나 어느 순간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다른 네안데르탈인을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짝을 짓지 못하니 인구는 급격히 줄었다. - P155

사냥의 기본은 잠복! - P156

그리스어로 이빨을 뜻하는 ‘오돈odon‘ - P158

‘스밀레smile‘는 조각칼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 P158

과한 칭찬은 오해를 부른다. - P158

사자를 비롯한 현대 표범아과 동물들은 꼬리가 길다. 초원의 초식동물을 잡아먹기 위해서는 빠른 속도 뿐만 아니라 방향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 사자는 먹이가 도망가는 방향 반대쪽으로 꼬리를 움직여서 몸의 방향을 쉽게 틀 수 있다. - P163

사자와 호랑이는 둘 다 ‘고양잇과-표범아과‘에 속하지만 전혀 다른 곳에 산다. 사자는 세렝게티 같은 평원에 살고 호랑이는 밀림에 산다. 그래서 사자의 털은 풀빛이고 호랑이는 줄무늬가 있다. - P165

탄소(C)에는 두 가지 동위원소가 있다. 동위同位란 위치가 같다는 뜻이다. 어디서? 바로 주기율표에서! 주기율표에는 한 칸에 한 가지 원소가 들어 있다. 6번 칸에 있는 탄소 자리에는 두 가지 원소가 있는데 C-12와 C-13이다. 모든 탄소의 핵에는 양성자 6개가 있다. 그래서 6번 칸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C-12는 중성자가 6개고 C-13은 7개다. 이쯤 되면 눈치챘겠지만 C-12의 12는 ‘6(양성자)+6(중성자) = 12‘에서 왔고, C-13의 13은 ‘6(양성자)+7 (중성자) = 13‘ 에서 왔다. - P166

지구에 있는 탄소 가운데 98.9퍼센트는 C-12 이고 나머지 1.1퍼센트만 C-13이다. C-13은 얼마 안 된다. 그런데 C-13은 풀에 상대적으로 많고 나무에는 적다. 풀을 많이 먹는 동물과 나무를 많이 먹는 동물은 어떨까? 생각한 대로다. 풀을 많이 먹는 동물은 나무를 주로 먹는 동물보다 몸 안에 C-13이 상대적으로 더 많을 수밖에! - P166

만약에 어떤 육식동물의 이빨을 분석했을 때 C-13이 상대적으로 많다면 초원에 사는 동물을 잡아먹었다는 뜻이고, 반대로 C-13이 상대적으로 적다면 숲에 사는 동물을 잡아먹었다는 뜻이다. 이해되시는가? "You are what you eat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으로 이루어졌다)"이라는 영어 속담도 있지 않은가. - P166

생태계는 섬세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그 섬세함은 먹이 피라미드의 균형에서 온다. - P168

인류 여러분, 여러분의 행동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여러분이 살고 있는 세상은 조상들의 선택으로 형성된 과거의 그림자입니다. 역사의 기로에 살고 있는 여러분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할 수도 있고,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고 공존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도 있습니다. - P170

인류 여러분에게 경고합니다. 과거의 교훈에 귀 기울이고 모든 생물이 번성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십시오. 자연계의 운명을 바꿀 힘은 여러분 자신에게 있습니다. 여러분이 남긴 유산은 다음 세대를 위한 세상을 정의할 것입니다. - P170

수렵ㆍ채집과 농사의 결정적인 차이는 ‘잉여‘입니다. 수렵한 고기와 채집한 과일은 저장할 수 없지만 농사로 수확한 곡식은 얼마든지 저장할 수 있어요. - P173

가뭄이나 홍수보다 더 무서운 게 바로 ‘잉여‘입니다. 잉여는 인간 세계에 재산, 빈부 차이, 계급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잉여는 쥐를 불렀지요. - P173

농사의 발명은 쥐의 입장에서는 신의 선물이었습니다. 먹을 게 쌓여 있거든요. 또 안전했습니다. - P174

세상은 변하는 거예요. - P175

기후변화는 누군가에게는 위기이고 누군가에게는 기회입니다. - P175

우리의 정체는 털메머드. 과학자들은 우리를 맘무투스 프리미게니우스 Mammuthusprimigenius 라고 부른다. 속명 맘무투스는 ‘지하 세계‘를 지칭하는 시베리아 단어 ‘마모트‘ 에서 왔고 종명 프리미게니우스는 라틴어로 ‘장자‘ 또는 ‘원조‘라는 뜻이다. - P178

대형 포유류는 생태계를 지배하며 환경을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몸무게가 44킬로그램 이상인 포유류를 흔히 대형 포유류라고 부른다. - P182

대부분의 포유류는 쥐와 토끼 정도의 크기다. 주위를 둘러보시라. 당신들보다 커다란 동물이 보이는지. 아마 서식지에서 당신들이 가장 클 것이다. 그리고 당신들보다 지구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동물도 없다. - P182

털코뿔소의 뿔은 사람의 손톱이나 털 같은 케라틴 성분이다. 그래서 화석화되어 남지 않는다. - P184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게 자연의 법칙이다. - P184

우리 매머드와 마스토돈 같은 대형 초식동물들은 식물 군집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는 풀을 뜯고 나무를 솎으면서 어느 지역에 한 종이 지나치게 우세해지는 것을 막는다. 덕분에 우리가 다니는 곳은 생물 다양성이 높아진다. - P185

우리(대형 초식동물)는 최고 포식자가 아니다. 우리가 식물 생태계를 조절하는 동안 우리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생명들이 또 있다. 우리는 동굴사자 같은 거대 육식 포유류의 좋은 먹이이기도 하다. - P185

잘 모르면 두려운 법. - P187

"도망쳐야 해요! 이놈들은 닥치는 대로 사냥한다고요!" - P191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 P193

"행복한 대형 포유류는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평화롭게 살지만, 불행한 대형 포유류는 모두 같은 이유로 멸종한다. 바로 인간 때문이다." - P193

현재까지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중에 가장 큰 개체는 1991년 발견된 ‘스코티‘다. 몸길이가 13미터, 체중은 10.4톤이나 나갔다. - P195

달린다는 것은 동시에 두 발이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이 있다는 뜻이다. - P198

빠르다는 건 사냥꾼의 자질이 있다는 뜻이다. - P198

사냥은 속도로만 하는 게 아니다. 먹잇감을 먼저 잘 찾아야 한다. - P198

우리 티라노사우루스의 눈은 테니스공 크기다. 크다. 크면그만큼 빛을 많이 받아들이고 잘 볼 수 있다. 인간은 기껏해야 1킬로미터 밖까지 볼 수 있지만 우리는 6킬로미터 밖의 사물도 구분할수 있다. 게다가 우리 두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다. 거리도 정확히 측정한다는 뜻이다. - P199

‘티란tyran‘은 폭군이란 뜻이고 ‘사우루스saurus‘는 ‘도마뱀‘이라는 뜻이다. - P199

종명 ‘렉스rex‘는 라틴어로 ‘왕‘이라는 뜻이다. 인간들은 우리를 간단하게 ‘티렉스‘라고 부른다(한국 사람들은 ‘티라노‘라고 부르기를 좋아한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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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뜨거운 물에 내려 마시면 포장지에 써있는 볶은땅콩 향이 은은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카카오 닙스는 카카오 원두를 굵게 갈은 것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처음이라 그냥 원두커피같다는 느낌정도만 받았습니다. 맨 위에 써있는 청귤은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마실 때 그 향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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