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놀라움과 재치 그리고 독창성 뒤에는 언제나 은유가 숨어 있다‘ 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는데, 오늘은 이 말에 대한 하나의 예시를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미국의 시인인 엘리자베스 스파이어스Elizabeth Spires 라는 사람이 어떤 작품에서 남긴 글인데, 글 속 상황 자체는 어느 한 수녀가 초등학생들에게 하는 말이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세부적인 내용보다도 어떤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은유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를 느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시에 나온 글을 보면 먼저 영원이라는 세월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그냥 단순히 사전적인 딱딱한 의미가 아니라 어떤 스토리를 상상하게 함으로써 영원이라는 것이 얼마나 긴 것인지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독자인 나는 이러한 표현력이 바로 과학과는 다른 예술만이 가진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지옥이라는 것을 표현할 때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불구덩이나 화염에 휩싸인 곳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오늘 나온 예시에서는 지옥이라는 동일한 단어를 ‘눈 덮인 툰드라‘라는 아주 차가운 느낌으로 표현함으로써 똑같은 단어도 표현하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예술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과학에서 추구하는 어떤 명확함이나 정확함과는 그 성격이 좀 다른 것으로써 뭔가 창조적이고 자유롭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저 길 잃은 영혼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그들의 죄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할까? 영원히, 아주 영원히란다. 그렇다면 열한 살 난 너희들이 (그녀는 잠시 생각한다.)도대체 영원이라는 세월이 얼마나 긴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니? 자, 단단한 암벽으로 된 세계에 있는 가장 커다란 산을 상상해 보렴. 100년에 한 번씩 한 마리 새가 지나가면서 그 날개의 끄트머리로 산꼭대기를 가볍게 스치고 간다고 해 보자. 영원이란 그 새가 계속해서 스치고 날아가 마침내 산이 완전히 닳아 없어지게 될 때까지 걸릴 만한 시간이란다. 이제 나는 지옥과 영원을 불길이나 화염하고 연결하지 않는단다. 대신 뭔가 춥고 불변하는 것, 가령 풍경 위로 음침한 장막을 치는 거대한 화강암산 그늘 아래 있는, 눈 덮인 툰드라와 연결지을 거야. - P385

인간 정신의 창조적 능력에 대해 우리는 진정 무엇을 알 수 있을까? 그것의 물리적 기초에 대한 설명은 과학과 인문학의 접점에서 발견될 것이다. 과학의 편에서 제시할 수 있는 한 가지 전제는 우선, 호모 사피엔스가 생명과 관련 있는 풍부한 환경 속에서 자연선택을 통해 탄생한 하나의 생물학적 종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전제로부터 나오는 결론은 인간 뇌에 영향을 주는 후성 규칙들이 인류 진화사에서 구석기인의 필요에 따라 형성되었다는 사실이다. - P385

문화는 수많은 세대가 바뀌는 동안 서로 연관되어 있고 서로를 강화해 주던 무수한 인간 정신들의 산물로서 마치 성장하는 유기체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우주 속으로 뻗어 나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문화는 모든 방향으로 똑같이 성장하지는 않는다. - P385

과학 혁명 전에는 모든 문화들이 원초적 상태에 있는 자기 문화 특유의 경험적 지식에 따라 명확하게 구분되었다. 물론 문화는 풍토, 수자원 그리고 식량 자원 등의 지역적 영향 아래 진화했다. 하지만 이보다 덜 분명한 사실이기는 하지만 문화는 근본적으로 인간 본성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 P386

인간 본성의 후성 규칙들이 혁신과 학습 그리고 선택을 편향시킨다. 이 규칙들은 마음의 발달을 특정한 방향으로 인도하는 중력 중심이다. 바로 이 중심에 도달한 예술가, 작곡가, 그리고 작가들은 수세기 동안 원형, 즉 독창적인 예술 작품 속에 가장 예측 가능하게 표현되는 테마들을 창조해 냈다. - P386

비록 원형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식별 가능하다 하더라도 일반적 특징들을 나열함으로써 그것들을 정의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오히려 원형은 사례를 떠올릴 때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수화를 통한 정의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기초적인 생물학 분류 작업에서 잘 쓰인다. 심지어는 한 범주로서의 종이 본질적 속성을 갖고 있는지 없는지가 논쟁거리일 때도 마찬가지이다. 신화나 소설에서는 한 스무 개 정도의 매우 주관적인 범주로 대부분의 원형들을 포괄한다. - P386

태초에 인간은 신들이 창조하거나 거인들의 짝짓기를 통해 탄생되거나 타이탄들의 충돌로 만들어졌다. 어느 경우든 그들은 세계의 중심에서 특별한 존재로서 삶을 시작했다. - P386

부족은 아르카디아든, 비밀의 계곡이든, 아니면 신세계든 상관없이 약속의 땅으로 이주한다. - P386

부족은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전투에서 악의 세력들과 마주친다. 그리고 강적들과 싸워 이긴다. - P387

영웅이 지옥으로 내려가거나 광야로 추방되거나 머나먼 땅에서 고난을 겪는다. 그는 온갖 풍파를 헤치며 기나긴 모험을 하다가 결국 돌아와 자신의 운명을 완성한다. - P387

세계가 종말을 맞는다. 홍수, 불, 외계의 정복자 또는 파괴신들에 의해 전면적으로 파괴되지만 영웅적인 일군의 생존자들에 의해 다시 복구된다. - P387

위대한 힘의 원천이 생명의 나무, 생명의 강, 철학자의 돌, 신성한 주문, 금지된 의식, 비밀스러운 공식 등에서 발견된다. - P387

보살피는 여성이 위대한 여신, 위대한 어머니, 신성한 여성, 신성한 여왕, 어머니 대지, 그리고 가이아 등으로 신격화된다. - P387

예지자는 특별한 지식과 마음의 능력을 소유할 가격이 있는 사람이다. 예지자는 현명한 남자 노인 혹은 여자 노인이며 성인, 마술사, 위대한 샤먼일 수도 있다. - P387

처녀는 순수의 능력을 가지며 신성한 힘의 통로이며 어떤 상황이 와도 무조건 보호받아야 하는데 신이나 악마와 같은 존재를 달래기위해 바쳐야 할 때도 있다. - P387

여성의 성적 자각은 유니콘, 온화한 괴물, 힘센 이방인 또는 마법의 키스를 통해 일어난다. - P387

트릭스터(Trickster, 원시 민족의 신화에 나와 주술 장난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만드는 초자연적 존재.)가 나타나 기존의 질서를 교란시키고 술의 신, 광란의 왕, 회춘의 신, 익살의 왕, 광대의 신, 영리한 바보 등을 해방시킨다. - P387

괴물이 인류를 위협한다. 괴물은 뱀 악마(지옥 바닥에서 발버둥치는 사탄), 용, 고르곤, 골렘, 뱀파이어 등으로 나타난다. - P387

만약 예술이 정신적 발달의 선천성 규칙들의 조종을 받는 것이라면 그것은 전통적 역사뿐 아니라 유전적 진화의 최종 산물이기도 하다. - P388

유전적 지침 (genetic guide)이 단순히 부산물(부수 현상)이었을까, 아니면 생존과 번식을 직접적으로 향상시켰던 적응(adaptation)이었을까? 그런데 만일 그것이 적응이었다면 정확히 어떤 측면에서 어떤 이득이 되었단 말인가? - P388

인간이라는 종이 가지는 가장 특징적인 속성들로는 고도의 지성, 언어, 문화 그리고 장기적인 사회 계약에 대한 의존성 등이 있다. 이런 속성 집합들로 인해 초기의 호모 사피엔스는 경쟁하던 다른 모든 동물 종들보다 결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속성을 얻게 되면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예를 들어 자아 인식의 충격, 개인적 존재의 유한성 그리고 환경의 혼돈 등이 그것이다. - P388

인류가 낙원에서 추방된 것은 단지 신에 대한 불복종 때문이 아니라 이런 것들(자아 인식의 충격, 개인적 존재의 유한성, 환경의 혼돈)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심리적 추방감으로 인해 고생하는 유일한 종이다. - P388

사실 동물들도 어느 정도는 특수화된 학습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본능의 지배를 받으며 환경이 주는 단순한 자극에서 촉발된 복잡한 행동 패턴들을 보인다. - P388

대형 유인원은 자기 인식(self-recognition)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자기 자신의 탄생과 죽음 또는 현존의 의미에 대해 반성할 수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우주의 복잡성 따위는 그들에게 어떤 의미도 없다. 유인원을 비롯한 다른 동물들은 자신의 생명이 의존하고 있는 환경에는 효과적으로 적응하지만 나머지 부분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 P389

예술은 지성이 야기한 혼돈에 질서를 부과할 필요성 때문에 탄생했다. - P389

정신이 급속히 발전하기 전에 살았던 인류 이전의 조상들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진화했다. 그들은 생존과 번식 성공을 뒷받침하는 본능적 반응에 따라 살아갔다. 호모 속 수준의 지성이 획득되었을 때 그 지성은 해발인 (releaser cues, 동물에 특정 행동을 유발시키는 소리, 냄새, 몸짓, 색채 등의 자극을 일컫는다.) 이상으로 정보를 잘 가공해 냄으로써 본능적 반응을 확장시켰다. - P389

지성은 융통성 있는 반응들을 이끌어 냈으며 현재의 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나 먼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정신을 만들어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화하는 뇌는 일반 지성 (general intelligence)만으로 전환될 수는 없었다. 뇌는 만능 컴퓨터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 P389

진화가 진행되는 동안 생존과 번식의 동물적 본능은 인간 본성의 후성적 알고리듬(epigenetic algorithm)으로 전환되어 갔다. 그리고 언어와 성적 행동을 비롯한 정신적 발달 과정들이 빠르게 획득되기 위해서는 이 선천성 프로그램들이 제자리를 잡을 필요가 있었다. 만일 그 알고리듬들이 제거되었다면 그 좋은 멸종에 직면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방향으로 열려있는 일반화된 학습에 의해 경험을 추려내기에 한 개체의 삶은 너무 짧기 때문이다. - P389

알고리듬들이 날림으로 형성된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들은 적절하게 작동했지만 아주 뛰어나게 잘 작동하지는 못했다. 자연선택의 느린 속도 때문에ㅡ새로운 유전자들이 낡을 것들을 대체하는 데에는 수만 세대가 걸린다.ㅡ인간의 유전은 고도의 지성이 열어 보인 새롭고 우연한 수많은 가능성들에 대처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알고리듬이 형성될 수는 있었으나 모든 가능한 사건들에 대해 자동적 · 최적으로 반응하기에 충분할 만큼 정교하지도 수적으로 많지도 않았다. 이런 간극을 메운 것이 예술이다. - P390

초창기 인간들은 마술을 통해 환경의 풍요로움과 연대의 힘 그리고 생존과 번식에 가장 중요했던 여타 힘들을 표현하고 통제하고자 예술을 창안했다. 이런 힘들은 새롭게 모사된 (simulated) 실재 속에서 의례화되고 표현될 수 있는데 예술은 이를 위한 수단이었다. - P390

예술은 인간의 본성 중에서 감정의 안내를 받는 정신 발달의 후성 규칙들에 충실함으로써 일관성을 끌어냈다. 그것은 가장 호소력 있는 언어, 이미지, 리듬 등을 선택함으로써 그 규칙들을 따랐다. 예술은 이러한 원시적 기능을 여전히 수행하고 있으며 그 옛날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 P390

예술의 질은 그것의 인간다움(humanness), 즉 그것이 인간 본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고수하고 있는가에 따라 평가된다. 이것은 예술의 참됨과 아름다움에 관해 논할 때 거의 압도적으로 의미하는 바이다. - P390

동굴 벽면에 동물을 그려 놓은 다음 그것을 죽이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면 사냥에 더 쉽게 성공할 것이라는 주술적 믿음 - P392

예술은 마술이다. 이 말은 근대적 울림을 갖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종종 듣고 있는 바 예술의 목적은 매혹이기 때문이다. - P392

예술가의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는 없겠지만, 그들은 새로운 의식(儀式)들의 목적에 맞춰 그림들을 복제함으로써 그 이미지들을 거듭나게 하려 했으리라. 그 의식들은 초기 형태의 음악과 춤을 동반한 본격적인 공식 의례(ceremony)의 일부분이었을지도 모른다. - P393

상징과 이미지를 조작하면 자신들이 표상하고 있는 대상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 - P393

불안과 위협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 사람들은 그들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력한 힘에 다다르려고 한다. 예술과 공감 주술을 연결시키는 것은 이런 시도를 위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방식 중의 하나다. - P393

많은 문화권에서 수렵인들은 자신들의 용맹무쌍함을 기념하기 위해 해골이나 발톱, 짐승 가죽 등을 전리품으로 챙기고 모으는 경향이 있다. - P394

토템 신앙에 등장하는 동물들에게는 초자연적인 성질이 부여되며 존경의 대상이 되면서 그 부족의 성원들을 결속시키는 상징으로 쓰인다. 토템의 영혼들은 승리했을 때에는 축하 의식을 집전하고 실패했을 때에는 사람들을 보살핀다. 그들은 개개인에게 더 위대한 어떤 존재, 즉 자신이 떠받들고 있는 어떤 미지의 존재를 상기시킨다. - P395

토템들은 분쟁을 중재하고 때로는 부족 간의 의견 충돌을 무마한다. 그들은 진정한 힘의 원천이다. 빙하기 예술 속에 흔히 등장하는 몇 안 되는 존재가 바로 수사슴의 뿔과 사자(혹은 새)의 머리로 자신의 머리를 장식한 샤먼들이라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동물 모습을 한 신들이 비옥한 초승달 지역(고대에는 비옥했으나 지금은 일부가 사막으로 변한 중-근동 지역으로 인간이 처음으로 농경을 시작했다는 팔레스티나 지방에서 페르시아 만에 이르는 반달형 지대)과 중앙아메리카에 있었던 고대 문명들을 지배했다는 사실은 필연적인 것으로 보인다. - P395

자신들이 가장 가치 있다고 여기는 성질들을 반영하는 토템으로서 특정 종의 동물을 채택하는 일은 수렵-채집 사회뿐만 아니라 고도의 문명을 가진 사회와 국가에서도 흔한 일이다. 가령, 미국의 미식 축구 팬들은 자신들이 속해 있던 구석기 부족을 이제야 발견한 듯이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와 마이애미 ‘돌핀스‘ 그리고 시카고 ‘베어스‘에 열광한다. - P395

예술의 생물학적 기원 가설은 후성 규칙들이 실재하는지, 그리고 그 규칙들이 만들어 내는 원형들이 어떤 것인지에 의존한 하나의 작업가설(working hypothesis)이다. 이것은 자연과학의 정신 속에서 구성되어왔다. 즉 이 가설은 입증이나 반증이 가능하며 생물학의 다른 부분들과 통섭적이다. - P395

이 가설(작업가설working hypothesis)은 어떤 식으로 검증되어야 할까? 한 가지 방법은 예술 속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제들과 그 밑바탕에 놓인 후성규칙들을 진화론적 입장에서 예측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와 같은 준보편적 주제들이 진실로 존재하며 대부분의 소설과 시각 예술의 발판이 되고 있음을 안다. 이 주제와 규칙의 일반성 때문에 할리우드 영화가 싱가포르에서도 흥행하고 노벨 문학상이 유럽 인뿐 아니라 아시아인이나 아프리카 인에게도 수여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왜 이런 현상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왜 정신 발달 과정이 특정 이미지와 내러티브에 그토록 한결같이 집착하는지에 관한 물음들이다. - P396

진화론은 기저의 후성 규칙들을 예측하고 유전 역사 속에서 그 기원을 이해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 P396

생물학 이론을 예술에 연관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반응들은 부모와 자식 간의 결속, 가족의 협력과 갈등 그리고 세력권 다툼과 방어 등이다. - P396

예술에 영향을 미치는 후성 규칙들을 발견해 내는 또 다른 방법은 신경과학과 인지심리학적 기법을 통해 그 규칙들을 직접 검사해 보는 방법이다. - P396

알파파의 탈동기화(desynchronization, 알파파는 눈을 떴을 때나 다른 감각 기관을 자극했을 때 또는 정신 활동이 이루어질 때에는 소실된다. 이와 같은 소실을 알파파 차단(alpha-blocking)이라고 한다. 알파파 차단 때에는 14~30 헤르츠의 높은 주파수(평균 20헤르츠)의 작은 진폭을 가진 파(베타파)가 출현한다. 이 경우 뇌파의 파형은 불규칙하고 기록 부위에 따라 진폭, 주파수, 위상이 크게 다르다. 이것을 뇌파의 탈동기화라고 한다.) - P397

알파파의 탈동기화가 심하면 심할수록 피실험자가 주관적으로 보고하는 심리적 각성이 더 컸다. - P397

디자인에서 요소들이 중복(redundancy)된 부분이 약 20퍼센트 정도였을 때 뇌 반응이 가파른 절정에 이른다 ...(중략)... 이 정도는 간단한 미로, 두 바퀴를 완전히 도는 대수적 나선 또는 비대칭적 가지들의 교차된 모습 등에서 다양하게 발견되는 것에 상응하는 양이다. 20퍼센트의 중복이 주는 효과는 선천적인 것으로 보인다. 신생아들도 이와 동일한 양의 질서로 이루어진 선들을 가장 오랫동안 응시한다. - P397

이러한 후성 규칙들이 미학이나 예술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 관련성은 생각보다 훨씬 더 밀접하다. (벨기에 심리학자인 게르다) 스메츠(Gerda Smets)가 발견한, 고도의 각성을 일으키는 그림들은 그것이 설사 컴퓨터가 만든 형상이라 해도, 건물 벽에 있는 띠 모양, 격자 모양, 표어, 책표지 구석의 장식, 깃발 디자인 등 전 세계적으로 애용되는 추상 디자인들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이것은 또한 고대 이집트와 마야 문명의 문자들뿐 아니라 중국, 일본, 타이, 타밀, 벵갈을 위시한 다양한 기원의 아시아 민족들의 상형 문자들과도 복잡성과 질서 측면에서 매우 유사하다. 게다가 몬드리안의 작품들처럼 최고의 근대 추상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들도 이와 거의 유사한 최적 수준의 질서를 가지고 있다. 비록 예술과 신경생물학의 이와 같은 관련성이 보잘것없는 것이라 해도 이것은 심미적 본능을 밝히는 데 좋은 단서가 된다. -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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