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요즘 한창 유행하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최신 기술들을 언제 습득하는 것이 좋느냐는 질문에, 각자가 실질적으로 필요할 때 학습하라고 말한다. 이는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잠시 언급했었지만 컴퓨터 같은 경우도 최신 컴퓨터가 나왔더라도 1~2년 지나면 금방 구형 컴퓨터가 되듯이, 새로운 기술이라는 것도 계속 진화해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데 괜히 미리 배워봤자 그냥 옛날 지식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저자의 생각에 마음깊이 동의하는 게, 과거에 지금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책을 미리 샀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개정판이나 새롭게 표지가 바뀐 신판들이 출시되곤 하는 경험들을 몇 번 하다보니 기술과 책이라고 하는 분야는 좀 다를지라도 본질적인 메시지 자체는 범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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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어지는 글에서는 최신 기술같이 급속도로 변하는 것들과는 달리 마치 와인처럼 오랜 시간동안 묵혀졌을 때 그 가치가 올라가는 분야가 있다는 얘기를 하는데 저자는 이를 인문학Liber Arts이라고 말한다.

앞선 포스팅들을 하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저자는 데이터에 관한 책을 쓰면서도 자신이 실무를 하거나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교육하며 느꼈던 것으로 단순히 기술적인 데이터 분석이나 코딩 등을 통한 인공지능 활용에 앞서 인문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식의 얘기들을 해왔었다.

지금 이 책의 거의 막바지에 와있는 시점에서 저자는 단순히 데이터 분석같은 기술적인 것보다는 그 이면에 있는 뭔가 좀 더 근본적인 것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최신 기술은 그 기술이 필요할 때 그때 필요한 내용을 학습하면 된다. 즉, 최신 기술에 직접 관련된 내용을 미리 배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 P218

시간이 지나면서 쉽게 내용이 변하는 분야가 있는가 하면,
오랜 세월을 두고 체계화되면서 지금 세상을 구성하는 데 근간이 된 기초 분야가 있다. 이 책을 처음부터 읽어 온 독자들은 이미 눈치 챘겠지만, 바로 이런 기초 분야가 인문학 Liber Arts이다. - P218

대한민국에서는 인문학 하면 영어, 철학, 문학(국어), 도덕,
정치 같은 비과학 분야로 수학, 코딩, 물리, 화학, 생물과 같은 과학 분야와 구별하여 사용하지만, 정확한 의미의 인문학은 비과학 분야와 과학 분야를 모두 포함한, 말 그대로 사람이 문명인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이 되는 학문(지식)을 말한다. 그래서 영어로 "리버럴 아트"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우는 예체능을 제외한 모든 과목 그리고 수능 때 시험 보는 과목들(국, 영, 수, 과탐, 사탐)이 모두 인문학에 해당한다. - P219

인문학이 사실상 기본이 되는 이유는 바로 새롭게 접하는 세상을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원이 되기 때문이다. - P219

충분한 사유와 다양한 경험이 어우러져 배우는 인문학은 개인의 삶의 목적과 가치관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까지의 공부가 무척 중요하다. 시험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쌓기 위해서 말이다. - P219

인문학적 소양이 어느 정도 잘 쌓였다면, 그다음 필요한 것은 열린 사고와 호기심 정도이다. 열린 사고와 호기심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정말로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고, (좋아하는 것을) 잘 모를 때는 그냥 편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여기까지면 된다. - P219

이후에 어떤 최신 기술을 배우고 써먹을지는 각자의 관심 정도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그리고 정 궁금하면 그냥 사용해보면 된다. 여러분이 충분한 인문학적 소양을 배우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면, 최신 기술은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어떻게 시작하는지 모르겠다면,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조금만 검색해보면 된다. 그리고 습관처럼 사용하다 보면 버릇이 된다.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보고 SNS를 하듯, 습관적으로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기술을 배우게 된다. - P220

그래도 어렵다 싶으면 기다리면 된다. 지금 뜬다고 하는 최신 기술이 정말 중요하고 혁신적이라면 기다리면 된다. 머지않아 사용하기 쉬울 정도로 다가올 것이다. - P220

데이터 사이언스도, 생성형 인공지능도 흘러가는 세월이 바뀌면 함께 발전하는 최신 기술 중 하나이다. 그러니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데이터 사이언스 도구를 최신인 양 모두 습득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따라가지 못한다고 불안해야할 이유도 없다). 데이터 사이언스는 의사결정을 돕는 여러 최신 기술 중 하나일 뿐이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 또한 스쳐 가는 최신 기술일 뿐이다. 그리고 최신 기술은 지금 내가(혹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일 뿐이다. - P220

도구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그 도구를 사용하는 내가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하는 데 쓸 것이냐, 이다. 나에게 필요한 이유를 알고, 이를 위한 도구 선택을 잘하기 위해서는 앞서 얘기한 통찰과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 P221

운동을 잘 하려면 즐길 수 있는 수준까지 꾸준한 연습과 경험이 필요하다. 악기 연주를 잘 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꾸준한 연습과 수많은 경험이 밑바탕 되어야 한다. 수학, 과학을 포함한 인문학적 소양 또한 마찬가지이다. 당장 유행하는 기술에 자신의 역량을 너무 쓰기보다 고등학교 때까지 배웠던 기초 지식을 되새김하며 열린 사고를 갖고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연습이 훨씬 더 중요하다. 필자는 이러한 사고방식과 연습을 ‘데이터를 읽는 습관‘이라고 부르고 싶다. 인문학적 소양이 충분히 쌓인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장 필요한 기술들을 익히는데, 그리 많은 역량이 필요하지 않다. - P221

인문학적 소양이 기본이다.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열린 사고가 거기에 화룡점정의 역할을 한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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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백상아리라고 불리우는 상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앞서 나왔던 자연사(自然史) 에 존재했다가 멸종하여 지금은 볼 수 없는 다른 생명체들과는 달리 백상아리는 지금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뭔가 좀 더 눈길을 끈다. 이 이야기가 나온 파트의 소제목도 ‘네 번의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동물‘ 이라는 점에서 백상아리의 생존 노하우가 과연 무엇이었을지 문득 궁금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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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읽다보니 백상아리의 생존 노하우를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하자면 ‘유연성‘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유리한 조건의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고, 먹는 것도 특정 먹이에 집착하기보다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먹기에 생존에 있어 다른 종들보다 조금이라도 유리했던 것이다.

이에 더해 오늘 독서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상어가 번식하는 방식이 인간과 유사하다는 점이었다. 인간이 남자와 여자가 각자의 생식기를 결합하듯이 상어도 수컷과 암컷이 유사한 방식으로 결합을 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또한 많이 낳지는 않지만 자신이 낳은 새끼들을 생존시키는 전략 또한 인간과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걸 보면 과거부터 지금까지 현존하고 있는 인간의 번식 방식을 상어도 거의 똑같이 해왔기에 아직까지 멸종하지 않고 그 대를 이어 살아남아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고 딱 잘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생존 노하우라는 게 존재하는 것만은 확실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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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보니 상어에게도 생존의 위기가 결코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중생대에 거대 해양파충류가 상어와 최고 포식자 자리를 다투었다고 하며 이로 인해 상어도 때로는 거대 해양파충류의 먹이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후에 일어난 다섯 번째 대멸종 때 거대 파충류가 모두 사라졌기에 망정이지 만약 사라지지 않았더라면 지금 현존하는 상어는 아예 없어졌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보면서 독자인 나는 이 책이 분류상으로는 비록 지구과학 분야의 책이지만 때로는 역사책 같기도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인간의 역사가 아닌 인간 이외의 생물에 대한 역사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것도 역사는 역사니 말이다.

내가 학창시절에 학교 시험을 봐야해서 역사 교과서는 물론 여러번 읽었지만 그 이후에 역사책을 별도로 찾아 읽거나 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요 근래에 역사 관련 책들을 몇 권 읽기 시작하면서 역사의 가치와 그 매력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사람의 역사든 사람 이외의 다른 생물의 역사든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그 당시 뿐만 아니라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얼마든지 적용가능하다는 것이 바로 독자인 내가 느낀 역사의 가치이자 매력이다. 이러한 역사의 가치를 머리만이 아닌 마음으로도 느꼈기에 향후에 역사 분야의 책들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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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을 읽다보면 다양한 동물들이 소개되는데, 각각의 생김새나 신체부위별 특징이 다 제각기 그 이유가 있는 것이 참 신기하고도 놀라웠다. 어떤 것은 유별나게 길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넙적하고 어떤 것은 날카롭기도 한 것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다른 생명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특별하게 발달한 경우도 있고 혹은 먹이를 먹는 특유의 방식 때문에 그렇게 된 경우도 있는 것들을 보며, 어느 생명체가 생존하기 위해 제각기 자신에게 적합한 형태로 변형되고 이에 따라 서서히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물론 책에 나온 이유들을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그럴싸하게 붙인 것인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다할지라도 이 책을 읽는 독자인 내 입장에서는 꽤나 합리적이고 설득력있게 들렸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뭐 실제로 본문에 나온 이유대로 생명체들이 가지고 있는 신체 부위들이 발달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직접 돌아가서 볼 수도 없기에 그저 그럴싸한 합리적인 견해나 해석에 의존해서 과거의 것들을 추론해보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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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지는 글에서는 삼엽충三葉蟲에 대해 나온다. 솔직히 오늘 본문을 읽기 전까지는 삼엽충이라는 용어가 있다는 것만 알았지 삼엽충을 왜 삼엽충이라고 부르는지 까지는 잘 몰랐었는데 본문에 나온 설명 덕분에 그 의미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었다. 하나 배웠다.

아 그리고 또 하나. 유기물이 무엇인지도 배웠다. 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유기물이라는 용어는 많이 들어봤는데, 유기물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솔직히 그동안 잘 몰랐었다. 그냥 좋은 거라는 정도의 이미지만 있었지 정확히 이게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오늘 본문을 통해 조금이나마 유기물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게 해주신 저자께 감사드린다.

자연사를 훑다 보면 경외감이 일다가도 금세 우울해진다. 자연사란 곧 멸종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 P269

나는 백상아리 Carcharodon carcharias. 그렇다. 과거의 생명이 아니라 현대에 살고 있는 생물이다. 하지만 우리 상어의 이야기는 실루리아기와 석탄기 사이의 시기인 데본기(4억 1920만~3억 5890만 년 전)에서부터 시작된다. - P269

상어는 4억 년 전 원시 심해에서 기원해 현대의 바다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을 견뎌왔고 지배자로 살고 있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수차례의 대멸종을 견뎌냈다. 우리 상어의 이야기는 시련 속에서 살아남은 회복탄력성 이야기이며 적응과 방산의 대장정이다. - P270

적응방산適應放散이란 한 종류의 생물이 여러 환경 조건에 적응해 다양하게 분화함으로써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계통으로 갈라져 진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 P270

현대는 위도 60도 이상이면 극지라고 본다. 데본기 초기에는 숲과 산호가 지금보다 넓은 위도 70도까지 분포해 있었다. 지구가 매우 따뜻했다는 뜻이다. 산소 농도는 데본기 내내 현대와 비슷했으나 이산화탄소 농도는 2500피피엠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12배가량 높았다. 기온도 20도나 되었다. 그런데 데본기 후기에는 숲과 늪의 범위가 현대보다도 훨씬 좁은 위도 35도까지 축소된다. 지구가 매우 추워졌다는 뜻이다. - P271

데본기 바다의 개척자는 개형충Ostracod이라고 하는 작은 갑각류다. 평균 1~2밀리미터에 불과하지만 초기 해양 동물 중 가장 성공적으로 살아남아 엄청난 숫자로 번식하며 바다 먹이 그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탄산칼슘의 외골격은 현대의 인간들이 지층 연대와 기후 환경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주게 된다. - P271

데본기는 무엇보다도 ‘물고기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데본기 초기의 어류는 주로 갑주어였다. 이름대로 갑옷 같은 단단한 비늘과 골질로 덮인 외골격이 있었다. 갑주어는 커다란 두개골은 있지만 등뼈(척추)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무악류다. 턱이 없는 물고기라는 뜻이다. - P271

데본기에는 갑주어에서 턱과 옆지느러미가 있는 판피류로 진화했다. 둔클레오스테우스Dunkelosteus가 대표적인 판피류다. 또 판피류에서 경골어류가 진화했다. 갑주어가 사라지면 판피류가 등장하고, 판피류가 사라지면 경골어류가 등장하는 게 아니다. 이 어류들은 함께 살았다. 그러니까 데본기는 다양한 어류가 함께 살면서 현대 어류가 등장한 시기였다. - P272

약 4억 년 전 데본기의 광활한 원시 바다에 등장한 강력한 존재인 상어는 이전의 해양 생물과는 다른 독특한 적응을 보여준다. 가장 큰 혁신은 단단한 경골이 아니라 가볍고 유연한 연골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헷갈리지 마시라. 여기서 단단한 경골을 가지고 있는 동물은 어류가 아닌 다른 생명체를 말한다. 경골어류는 우리보다 나중에 생긴다. 연골은 놀랍도록 유연해 먹잇감을 능가하는 속도를 낼 수 있게 돕는다. 무거운 뼈가 없으니 몸집이 커질 수도 있다. 잠재적인 포식자가 절대적으로 줄어든다. - P272

장점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예민한 감각도 갖추었다. 특히 후각은 매우 놀라운데 물방울 100만 개 가운데 피가 한 방울만 있어도 감지할 수 있다. 옆줄은 물의 진동과 흐름을 인식한다. 이런 고도의 감각은 먹이를 탐지하고 추적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 P273

상어는 연골로 이루어져 있어서 이빨만 화석으로 남는다. 상어 이빨은 가장 흔한 화석이다. - P272

가장 강력한 장점은 턱이다. 턱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여러 줄로 늘어서 있는데, 이빨은 빠져도 계속 나온다. 그래서 이빨이 빠지거나 마모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안 된다. 보통 상어는 평생 6000개 이상의 이빨을 간다. 상어는 언제든지 사냥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 또 턱은 어떤 동물의 가죽과 껍질도 찢고 부술 정도로 무는 힘이 강력하다. 이런 힘과 적응력 때문에 상어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효율적이고 치명적인 사냥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 P273

대멸종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해수면의 급격한 변화, 바다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무산소증, 소행성 충돌, 대기의 산성화와 기온 상승 같은 것이다. 데본기 후기 대멸종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때 해양 생물의 75퍼센트가 멸종했다. 육상 생물은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 생태계 전반이 붕괴했고 갑주어들은 이때 멸종했다. - P274

그런데 어떻게 상어는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춘 다른 서식지를 찾아서 이동했다. 유연한 연골을 기반으로 한 골격과 효율적인 호흡기 덕분에 데본기 말기의 변화무쌍한 산소와 수온 변화에 대처할 수 있었다. - P274

우리의 먹이 전략도 결정적이었다. 특정 먹이에 집착하는 종은 먹이가 줄면 살아남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 상어는 기회주의적인 사냥꾼이다. 작은 물고기에서 무척추동물까지 다 먹는다. 먹이의 전환이 쉽기 때문에 전통적인 먹이가 줄어들어도 상관없다. 상어가 존속하는 데 먹이의 유연성은 핵심적인 요소다. - P274

번식 전략 역시 힘겨운 시기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되었다. 상어는 다른 어류에 비해 번식률이 매우 낮다. 체내 수정을 한다. 짝짓기를 할 때 수컷은 생식기관인 교미기를 암컷의 총배설강에 끼워 넣어 정자를 내뿜는다. 교미기는 상어의 배지느러미가 변환된 것으로 육상동물의 페니스처럼 기능한다. 총배설강은 단공류를 제외한 포유류와 경골어류가 아닌 동물에게 있는 구멍으로, 배설기관과 생식기관 역할을 겸한다. - P274

우리 상어는 번식률은 낮지만 새끼가 생존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적은 수지만 생존력이 강한 새끼에 투자하는 전략 덕분에 다른 어류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상어는 개체 수를 유지할 수 있다. - P275

데본기의 뒤를 이은 시대는 동물과 식물의 황금기인 석탄기다.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고 생태계가 확장했다. 육지에서는 광대한 늪과 숲이 형성되고 양서류가 활개를 쳤다. 바다에도 다양한 생태적 틈새가 생겨났다. 우리 상어들은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다양한 형태로 적응하고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 P275

생존을 위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고안한 것 - P277

석탄기에 들어서자 상어는 매우 다양해졌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해양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모양의 몸과 크기 그리고 먹이전략을 진화시켰다. 일부 좋은 얕은 바다에서 사냥했고 일부 종은 깊은 바다로 모험을 떠났다. 이 시기의 다양화는 이후 해양 생태계에서 상어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 P277

상어는 ‘동물계-척삭동물문-연골어강-판새아강‘으로 분류되고 은상어는 ‘동물계-척삭동물문-연골어강-전두아강‘ 에 속한다. 그러니까 같은 연골어류이기는 하지만 다른 동물인 것이다. - P280

캐비아로 널리 알려진 철갑상어는 더더욱 상어가 아니다. 철갑상어는 ‘동물계-척삭동물문-조기어강-연질어아강‘에 속한다. 조기어강이란 연골어류가 아니라 경골어류라는 뜻이다. 상어와는 정말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봐야 한다. - P280

고생대와 중생대를 가른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 즉 세 번째 대멸종은 지구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멸종 사건이다. 지구 생명체의 95퍼센트가 사라졌다. 육상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해양 생물에게도 극복할 수 없는 시련이었다. 바다 역시 무덤으로 변했다. 수백만 년 동안 번성했던 생물종들이 짧은 시간에 사라지면서 생태계 전체가 붕괴되었다. 상어를 포함한 어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리의 조상 상어들은 놀라운 끈기와 회복력을 보여주었다. - P280

환경이 아무리 치명적으로 변해도 지구 어딘가에는 살 만한 곳이 남아 있는 법이다. 우리 상어는 두 번째 대멸종을 겪어냈던 것처럼 세 번째 대멸종도 견뎌냈다. 고생대 데본기에 등장한 상어가 ‘데본기 - (두 번째 대멸종) - 석탄기 -페름기 - (세 번째 대멸종) - 트라이아스기 - (네 번째 대멸종) - 쥐라기‘ 사이의 세 번의 대멸종을 견뎌내고 중생대 생물로 남았다. - P281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 중생대 환경에 맞는 새로운 상어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생태적 틈새에 적응하고 포식 기술을 연마했다. - P281

크레톡시리나Cretoxyrhina는 이름만 들어도 왠지 친근한 느낌이 드는 상어다. 분필을 뜻하는 ‘크레타creta‘는 ‘중생대 백악기 Cretaceous periode‘ 때문에 익숙하고, ‘옥시oxy‘는 ‘산소oxygen‘로 친숙하다. ‘날카로운‘ 또는 ‘산성의‘라는 뜻이다. ‘리나rhina‘ 역시 ‘코뿔소rhinoceros덕분에 코를 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크레톡시리나는 ‘백악기의 날카로운 코‘라는 뜻이다. - P282

6600만 년 전 육상의 공룡을 전멸시켰던 다섯 번째 대멸종마저 상어를 몰살시키지는 못했다. 우리 상어의 생존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다. 그렇다고 대격변에 맞서서 싸운 불굴의 생존 의지의 결과도 아니다. 사람들이 나쁘게 평가하는 ‘기회주의‘라는 성품 때문에 살아남았다. - P282

일관된 입장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이로운 쪽으로 행동하는 것을 기회주의라고 한다. 인간사에서 기회주의자는 신념과는 상관없이 유리한 쪽에 빌붙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자연사에서 기회주의는 생존을 위한 핵심역량이다. 우리가 네 차례의 대멸종을 견뎌낸 것은 오로지 태초부터 우리를 정의해온 진화적 강점, 즉 기회주의적인 적응력 때문이다. - P282

돌이켜 보면 우리 상어가 가장 힘들었던 시대는 중생대다. 거대 해양파충류는 우리보다 훨씬 크게 성장해 우리와 최고 포식자 자리를 다투었고 때로는 우리가 그들의 먹이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다섯 번째 대멸종으로 육상에서 고양이보다 커다란 동물들은 전부 사라질 때 해양에서도 거대 파충류는 모두 사라졌다. 신생대 시대가 열리자 이제 우리 상어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최고 포식자가 되었다. - P283

2300만 년 전 마이오세 초기에야 메갈로돈이 등장했다.
그때부터 거의 2000만 년 동안이나 바다 생태계 최고 포식자 지위를 누리다가 360만 년 전인 플라이오세 후기에 사라졌다. - P283

메갈로돈은 무슨 뜻일까? 지금쯤이면 짐작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큰 이빨‘이라는 뜻이다. 이름답게 몸 크기에 비해 이빨이 거대하고 두껍고 튼튼했다. 잇몸 아래에 있는 치근의 길이가 잇몸 위에 있는 치관의 길이보다 훨씬 길었다. 또 이빨의 톱니도 날카로워 고래 같은 거대 먹이를 먹어도 이빨이 부러지거나 빠지는 일 없이 쉽게 살을 뜯고 뼈를 자를 수 있었다. 커다란 이빨이 박혀 있는 턱도 굉장히 두껍고 거대했다. 척추뼈는 200개 이상으로 모든 상어 가운데 가장 많았으며 지느러미도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 P285

그 커다란 동물(메갈로돈)이 왜 화석으로 남지 않았을까? 경골이 아니라 연골어류이기 때문이다. 연골은 화석으로 잘 남지 않는다. 다만 이빨 화석은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고 가끔 척추뼈 조각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것으로 크기를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 - P285

상어는 연골어류라서 뼈 화석이 남지 않는다더니 왜 이빨 화석은 남아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어류는 무악류→ 연골어류→ 경골어류 순으로 진화한다. 연골어류에게는 아직 뼈가 생기지 않았다. 상어 이빨은 뼈가 아니라 피부가 변형되어 생긴 것이다. - P285

메갈로돈은 전 세계 바다에서 발견된다. 전 세계에 살았다는 뜻이며 이것은 메갈로돈의 적응력을 입증한다. 신생대 메갈로돈의 등장은 상어 진화의 정점을 보여준다. - P285

신생대 육상에서는 포유류와 조류가 다양해지고 숫자도 늘어나는 시기인데 바다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풍부하고 다양한 생물이 넘쳤다. 메갈로돈은 대형 해양 포유류와 다른 강력한 생물을 잡아먹으며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 P285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생명체는 없다. 메갈로돈도 기후가 변하고, 먹이 가용성이 떨어지고, 또 다른 포식자와 경쟁하면서 결국 멸종의 길로 가고 말았다. - P286

백상아리가 메갈로돈과 가까운 관계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들의 근거는 내 이빨과 어린 메갈로돈의 이빨 형태가 비슷하다는 것. 요즘은 메갈로돈이 나와는 약간 거리가 있고 별개의 진화 과정을 겪었다는 이론이 더 유력하다. - P286

내(백상아리) 조상은 메갈로돈이 아니라 허벨백상아리 Carcharodon hubbelli다. 800만~500만년 전에 살았다. 몸길이가 5미터 정도로 현생 백상아리와 비슷한 크기였는데 이빨 톱니는 메갈로돈처럼 거칠었으나 설측에 V자 모양의 띠가 있어서 이빨만 보고도 메갈로돈인지 허벨백상아리인지 구분할 수 있다. 주로 고래, 해양 포유류, 어류, 갑각류, 두족류 등 뭐든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이게 우리 상어의 장점이다. - P286

설측이란 무엇일까? 순측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주둥이 쪽,
즉 바깥에서 보이는 이빨 면을 순측이라고 하고, 반대로 혀 쪽, 즉 안쪽에서 보이는 이빨 면을 설측이라고 한다. 육식공룡의 경우 순측은 볼록 튀어나와 있고 설측은 납작하다. - P287

포유류가 육상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해양 생물 사이에도 새로운 다양성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신생대 동안 상어는 진화를 거듭했고 해양 생태계를 이용하고 조절하는 새로운 종들이 등장했다. 현대에도 몸길이 12미터에 달하는 고래상어 Rhincodon typus부터 20센티미터가 채 안 되는 난쟁이랜턴상어 Etmopterus perryi까지 500종이 넘는 다양한 상어가 살고 있다. - P287

고래상어의 속명 린코돈Rhincodon은 ‘거친 이빨‘이라는 뜻인데 거친 피부와 이빨을 설명하는 이름이다. 하지만 고래상어를 비롯해서 플랑크톤을 먹는 종류는 이빨이 작다. 먹이를 이빨로 잡는 게 아니라 아가미에 있는 돌기로 잡기 때문이다. - P288

고래상어는 현대 바다에서 가장 큰 어류다. 넓고 납작한 머리 그리고 1.5미터가 넘는 넓적한 입이 특징이다. 생긴 게 고래와 비슷하고 또 수염고래처럼 여과섭식하는 모습이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다. 플랑크톤이 풍부한 열대와 온대 바다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고래상어는 수염고래처럼 입을 벌리고 헤엄쳐 다니며 10여 개의 여과기관으로 플랑크톤과 작은 물고기를 걸러내어 먹는다. - P288

현생 상어들도 각자 자기가 맡은 역할이 있다. 망치 모양의 독특한 머리를 하고 있는 귀상어sphyrna zygaena는 360도 시야를 가지고 있으며 생체 전자기장을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다. 뛰어난 감각 능력을 이용해 모래 속에 묻힌 먹이를 사냥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유일한 잡식성 상어로 해초도 먹는다. 또한 단 한 번도 사람을 죽인 것으로 보고되지 않은 상어이기도 하다. - P289

핵심종keystone species이란 적은 개체가 존재하지만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생물종을 말한다. - P290

사람과 달리 곤충은 몸을 나눌 수 있다. 몸통이 분절되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마디가 있다. 이런 동물을 절지동물節肢動物이라고 한다. 마디와 다리가 있다는 뜻이다. 삼엽충도 몸을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 절지동물이다. - P292

세 부분으로 나눈다면 여러분은 아마도 ‘머리, 가슴, 배‘를 생각할 것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아니다. 그건 곤충이다. 나는 곤충이 아니다. 머리, 몸통, 꼬리로 나누니까 말이다. 곤충은 ‘절지동물문-곤충강‘에 속하고 우리 삼엽충은 ‘절지동물문-삼엽충강‘에 속한다. 지금은 곤충이 채 탄생하지도 않은 고생대 캄브리아기다. - P293

우리 삼엽충은 지구에 가장 먼저 등장한 절지동물 가운데 하나다. 몸의 형태는 화석으로 잘 남아 있다. 우리 몸은 현대 게처럼 단단하고 석회화된 외골격으로 보호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외골격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우리를 삼엽충 三葉蟲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가로로 ‘머리-몸통-꼬리‘로 나뉘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 몸은 세로로도 나뉜다. 우리 몸에는 길이를 따라 세 개의 엽이 달려 있다. 양쪽에 왼쪽 가슴엽과 오른쪽 가슴엽이 있고 한가운데에는 중심축엽이 있다. 여기서 삼엽충이라는 말이 나왔다. - P294

몸 아래로는 관절로 연결된 작은 다리가 튀어나와서 먹이와 안식처를 찾아 끊임없이 돌아다닌다. 우리의 다리는 몇 개일까? 6개는 당연히 아니다. 우리는 곤충이 아니니까. 우리 삼엽충은 종에 따라서 15~20쌍, 즉 30~40개의 다리가 있다. - P294

삼엽충은 지구상에 존재한 모든 절지동물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널리 퍼진 생명체다. 우리는 해저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유기물을 먹고 사는 청소부이자 때로는 포식자다. 우리는 얕은 연안에서 깊은 심연에 이르기까지 고생대 바다의 모든 곳, 모든 시대, 즉 캄브리아기, 오르도비스기, 실루리아기, 데본기, 석탄기, 페름기에 걸쳐 살았다. - P294

유기물이란 생명에서 기인한 모든 물질을 말한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핵산 같은 것에서 온 것들이다. 모든 유기물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탄소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생명의 모든 분자는 탄소로 된 뼈대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양소라고 하는 것 중 물을 제외하면 모두 유기물이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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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리스어 ‘프네우마pneuma‘ 라는 것이 ‘숨결‘, ‘숨쉬기‘, ‘영혼‘ 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얘기를 했었다.

일반적으로 영혼이라는 것은 물리적 실체인 육체 또는 육신과는 상반되는 개념으로써 물리적 실체가 없는 어떤 정신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법의학자로써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목도하다보니 어느순간 영혼이라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듯하다. 그래서 육체와 영혼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들을 던지도 했는데, 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 자신이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영혼이라는 건 아무래도 굉장히 추상적인 개념이다보니 오늘 저자가 말해준 답이 정답인지 아닌지는 물론 알 수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그럴싸한 답으로 들렸다. 영혼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는데 충분히 참고해볼만한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영혼은 물과 같은 것이 아닐까. 담는 그릇에 따라 물의 형태가 달라지듯, 우리 영혼도 담긴 육체의 색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개는 개의 감각으로, 고양이는 고양이의 몸으로, 몸에 갇힌 영혼은 그렇게 느끼고 바라보는 것이 아닌지. - P53

우리는 어쩌면 잠수복을 입고 바다를 유영하듯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래 입은 옷은 벗기 힘든 것처럼 나이가 들수록 죽음이 두려워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마도 성인聖人들은 세상을 육체의 닫힌 감각이 아닌 영혼으로 바라보라고 이야기했나 보다. - P53

"이 삶도 모르는데 저세상 일은 알 수가 없다" _공자 - P53

마치 나무의 맨 끝이 곧 맨 앞인 것처럼, 타인의 생의 끝에서 느낀 메시지를 품고 돌아서서 다시 삶을 향해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자주 느낀다. 정상에서 굴러떨어진 바위를 끊임없이 다시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처럼 삶에 의미를 부여해야만 한다. - P53

우리 몸속 혈관을 전부 연결하면 무려 지구를 세 바퀴 도는 길이가 된다. 그 길고 긴 혈관에 피가 도는 시간은 단 46초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사람이 기적이다. 솟아오르는 힘의 표출이고, 솟아오르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는 것이다. - P54

여태껏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끼리의 연결과 대화는 알아차리지 못한 채 겉으로 드러난 가지만 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 P54

주변을 돌아보면 소중하지 않은 존재가 하나도 없다. - P54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이 있을 뿐,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없다. - P54

"죽음은 이미 지나갔던가 또는 앞으로 올 것인가. 죽음 속에 현재는 없다" _보에티우스 - P54

원문은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동아줄로 바늘귀를 꿰는 것보다 어렵다"이다. 바늘귀를 통과하는 낙타보다 훨씬 논리에 맞는 비유가 아닌가. 히랍어로 ‘gamta‘는 동아줄이고, ‘gamla‘는 낙타다.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성경을 필사해 옮겼는데, 그 과정에서 ‘t‘가 ‘l‘로 잘못 옮겨진 것이라는 설이 있다. 필기체로 쓰면 혼동하기 쉬운 글자이니 말이다. 그러면서 졸지에 동아줄이 낙타가 되고, 또 졸지에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기이한 상상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 P61

(습한 환경에 놓인 시신은 부패가 진행되지 않고 밀랍처럼 변하게 되는데, 이를 ‘시랍화‘라 한다. 이러한 시신은 부패가 진행된 경우보다 오히려 손상에 대한 해석을 하기가 더 용이하다). - P66

인간에게는 무한한 상상력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인간은 경험해보지 못한 거짓말은 하지 못한다. 외계인을 예로 들어보면, 우리는 외계인을 만난 적이 없기에 외계인의 외모를 상상할 때 인간이나 동물의 생김새를 기준으로 변형시킬 뿐이다. 눈이 백 개 달렸다거나 혀가 촉수처럼 뻗어 나온다거나 하는 식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경험치에 근거해 거기서 조금씩 거짓을 보탤 뿐이다. - P70

의학도들에게 유명한 격언이 있다. "말발굽 소리가 나면 얼룩말이 아니라 그냥 말을 떠올려라." 환자에게 어떤 증상이 발생했을 때, 선입견을 갖지 말고 증상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 P72

법의학자는 때로는 죽은 이들을 위한 변호사가 되어야한다. 아무런 항변도 호소도 할 수 없는 망자의 옆에 우리가 서 있을 것이다. - P72

일반적으로 사람은 가까운 이의 죽음을 인식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고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 P77

멍이 들었다는 것은, 살아있었다는 것이다. - P78

내가 그 아이들을 후원한 것은 가장 먼저 그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지원만으로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두 번째 사람, 세 번째 사람이 함께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어 주면 좋겠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그저 엄청난 슬픔과 파괴 속에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 가장 먼저 본 우리 모두가 그 아이들을 안아주었으면 좋겠다. - P84

누군가의 과실로 사랑하는 이를 보내서야 안 되지만, 그 가족을 더욱 괴롭혔던 것은 죽음을 가리고 있던 거짓이었다. 거짓을 밝히기 위해 싸움을 시작한 아버지를 그 누가 도와줄까. 죽음 앞에서 유족들은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일들이 많다. 그때 내가 같이 있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싸움을 시작할 때 뒤에 있어주고, 오해가 있다면 풀어주고, 억울하다면 같이 맞서줘야 하는 것까지가 나의 일이다. - P92

가족이 아프거나 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사망했는데 뭔가 이해되지 않고 미심쩍다면, 누군가가 나서서 제대로 이해시켜줘야하지 않을까? 죽음의 진실을 자세히 밝혀줄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객관적 진실을 전하되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그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그날, 유가족과 병원을 중재해줄 기관의 필요성을 절실이 느꼈다. - P99

부검을 한다는 것이 한 사람의 죽음, 그 진실을 밝히는 데서 끝나는 일이 아니구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보고 문제를 찾아내는 것, 그래서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 거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 P99

사고는 중립적으로 봐야 한다. 고의가 전혀 없었음에도 의도치 않게 나쁜 결과가 벌어지는 것이 사고다. 절차대로 최선을 다해 조치를 했음에도 미처 염두에 두지 못한 변수들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의료사고라고 하면, 무조건 의료 과실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의료진의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 입증됐을 때를 의료 과실이라 하고, 실수가 입증되지 않았을 때는 의료 ‘사고‘라고 해야 한다. - P100

임상법의학을 다룰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전제 조건은 의사가 얼마나 집중하고 최선을 다했느냐이다. 의사는 신이 아니기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실수할 수 있다. 그래서 단순한 사고인지, 과실치사인지, 고의성이 있는지 등병원 내 사망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제삼자가 면밀하게살펴보고 진실을 가려낼 필요가 있다.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가 의사와 환자, 양쪽을 객관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만진실도 규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 P100

어떤 죽음이든 곱씹어보면 그런 죽음에 이르도록 만든 원인이 있다. 이것을 찾아내 해결한다면 상당히 많은 죽음을 막을 수도 있으리라. 그런 의미에서 나는 법의학의 이러한 역할에 대해 ‘예방법의학‘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 P102

아주 사소한 일, 사소한 선택으로 우리 삶은 참 많이 달라질 수 있다. - P103

‘숨김없이 모든 걸 투명하게 공개할 테니, 오늘 이 자리의 대화부터는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P105

마음속에 가득한 불신부터 제거해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05

사람은 불안해지면 집중력이 흐려지고, 집중력이 저하되면 또 사고가 생길 수 있다. - P105

중요한 것은 ‘방법‘이 아니라 이걸 끌어나갈 ‘사람‘을 찾아내는 일이다. - P108

환자와 병원을 중재하는 역할은 법의학 관련 교수가 하면 가장 좋다. 법도 알고, 의료체계도 알고, 경찰도 상대해본 경험이 있으니 여러 상황을 세심하게 이해하고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법의학 교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 P109

법의학자로 일해온 우리들은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을 알기에 그들의 격한 반응과 무너지는 심정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다. 당장은 반감을 보이고 거칠게 나와도 결국 소통하면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소통하다 보면 나중에는 그들과 라포가 형성된다.
즉, 신뢰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 P110

나는 유족들과 대화하거나 합의할 때는 마음을 담는다는 중요한 원칙을 지키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 환자나 가족들의 말과 행동만 볼 게 아니라, 그 이면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먼저 그 마음을 보아야 유족들도 그런 우리의 마음을 받아준다. 병원 사람들이 죄다 자신들을 속이고 사기를 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 아닌 마음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 P112

나는 이 일을 오래 해온 덕분에 때로는 슬픔과 서운함이 분노로 표출되기도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또 시간이 지나면 유가족의 성난 마음이 가라앉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 P113

배운 대로, 교과서대로, 원칙대로 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상실의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는 매뉴얼대로 일을 처리하기에 앞서, 그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주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 P113

사람이 몸이 아프면 활기가 넘치던 때와 달리 자기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리게 된다. 병원에 들어가면 환자복부터 갈아입힌다. 먹는 것부터 자는 것까지 일상의 상당 부분을 의사가 시키는 대로, 병원의 스케줄대로 따라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수차례 피를 뽑고, 여기저기 끌려다니며 검사를 받는다. 내 마음과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게다가 아프면 몸과 마음의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 P114

크든 작든 사고가 일어나면 우선 괜한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 환자의 마음부터 보듬는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상의 주도권을 뺏긴 상태로 의료진에게 의지하다가 상황이 나빠지면 덩달아 오해의 마음도 커지게 마련이다. - P115

감정이 악화되기 전에 그 마음을 헤아려주고 다독여주어야 한다. 스트레스와 같은 마음의 고통이 병을 악화시킬 수 있듯이, 반대로 의사의 따뜻한 한마디가 병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의사와 환자 간에 쌓인 정서적 교감은 불신과 오해, 감정적 분노도 사그러뜨릴 수 있다. - P115

어쨌든 사실관계를 올바르게 정리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 P116

"의미를 찾을 때 사람은 생존할 수 있다." - P117

언젠가 해방될거라는 희망에 매달렸던 이도, 신에게 의존했던 이도, 반드시 선이 악을 이길 것이라는 신념에 의지했던 이들도 삶의 의지를 놓을 때 자신만의 의미를 찾은 이들은 견뎌낸다 - P118

실제로 이 책(《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원제는 ‘맨즈 서치 포미닝 Man‘s Search for Meaning‘ , 우리말로 번역하면 ‘의미를 찾는 사람‘이다. - P118

인간은 ‘내가 왜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부단히도 그 해답을 찾아가는 존재다. 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안전하고 공정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야 할 이유를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 P119

그들이 처한 끔찍한 현실을 어떻게든 견딜 수 있게 해주려면 그들에게 살아야 할 이유, 즉 목표를 얘기해주어야 한다 ...(중략)...그것이 빅터 프랭클이 말한 ‘로고테라피 logotherapy‘, 즉 ‘의미치료‘다. - P120

"삶이란 자신을 망치는 것과 싸우는 일이다. 망가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한다." _신현림 시인의 시「나의 싸움」 - P120

인간은 원래 의미 없는 짓을 하지 못한다. 자신이 어떤 존재여야 하며 뭘 해야 하는지 의미를 부여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 P121

멸시로 응수하여 극복되지 않는 운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P122

거역할 길 없는 진리들도 인식됨으로써 사멸한다. - P122

부조리함을 극복하거나 부정하려 애쓰지 말고 차라리 받아들이라 - P122

부조리함에 희생된 이들끼리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부조리함에 맞서는 반항이며 삶에 희망을 안겨주는 유일한 방법 - P122

조금 이르거나 느리거나 방법이 다를 뿐 인간이 죽는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러니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겼지?‘라며 자신에게 일어난 비극의 답을 찾으려고 평생을 바치지 않았으면 한다. 그 부조리의 답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겠지만, 그 속에서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한 의미를 찾아가길 바란다. 그것이 무한한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먼지 같은 존재인 인간이 할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저항이다. - P123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끝끝내 생존한 사람들은 평소에 강한 인내심으로 많은 고난을 극복해왔던 사람들이 아니라, 고난이 닥치기 전까지 행복했던 시간이 많았던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는 순간에도 그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행복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그동안 삶 속에서 바로 그 행복을 자주 경험한 사람들이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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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객관식 시험 문제 같은 데서 자신이 기존에 갖고 있던 배경지식에 근거하여 올바른 접근법을 가지고 문제를 풀어 정답을 맞추는 경우도 있겠지만, 접근법같은 것과는 전혀 관계없이 오지선다 중에 그냥 아무 답이나 찍었는데도 답을 맞추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운빨(?)이 따라준 경우다. 하지만 결과가 옳다고 해서 그 과정까지 옳았다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게 오늘 처음 밑줄친 부분의 교훈이다.

다만 이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세상은 항상 이성적인 논리로만 돌아가는 곳이 아니기에 이러한 운빨(?)이 어느정도는 작용한다고도 봐야할 듯하다. 물론 기본적으로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사고가 일단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겠으나 운의 영역이라는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어보인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확률이라는 개념은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을 모두 고려한 어떤 가능성이라고도 볼 수 있기에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라는 것이 항상 옳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좀 더 높은 쪽을 생각하면서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한 쪽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에도 대비하는 그런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잠시 언급했었지만 확률의 본질은 예측보다는 관리Management에 좀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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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후반부에서 저자가 예술 작품의 가치가 매겨지는 방식에 대한 간단한 공식을 적고 그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는데, 개인적으로 상당부분 공감가는 내용이었다. 문학이든 미술이든 음악이든 분야를 막론하고 예술이라는 것의 자본주의 사회하에서의 가치는 그것의 인기와 그것의 지속시간에 따라 정해질거라는 저자의 말에 그냥 직관적인 느낌으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혹여나 예술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이러한 저자의 얘기에 동의하지 못하실 수도 있겠으나 여기서는 어떤 작품의 순수한 예술적 가치라기보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얼마나 되는가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 좀 더 맞다고 보여진다.

곧바로 뒤이어지는 문장에서는 인쇄술로 인해 글쓰기의 가치가 사라졌고, 사진기로 인해 그림의 기술적 가치가 사라졌고, 축음기로 인해 음악의 가치도 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독자인 나는 처음엔 이게 무슨 궤변인가 싶었으나 문맥적 의미를 추론해보니 어떤 생각을 통해 창조된 새로운 활동이 아니라, 사람이 그냥 단순히 다른 글을 배껴쓰는 (과거의 필경사들이 했던 것과 비슷한) 글쓰기, 어떤 이미지를 단지 똑같이 배껴 그린 그림, 어떤 악기를 직접 연주하여 단순히 어떤 소리를 흉내내는 행위 같은 것들의 가치가 사라졌다는 의미였다. 다시 말해, 단순히 어떤 것을 흉내내는 정도의 예술은 가치가 별로 없다는 말로 난 이해했다. 만약 어떤 예술 행위가 결과물이 대중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주는 방식으로 행해진다면 그것은 저자가 앞서 언급한 것들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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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요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챗GPT의 작동 원리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것이 가진 한계점에 대한 얘기를 덧붙인다. 핵심은 어떤 데이터가 챗GPT를 통해 학습되느냐에 따라 그것이 옳은 정보가 될 수도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데이터의 진실성이 오히려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이런저런 가짜 뉴스들에 대해서도 잠시나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온갖 가짜 뉴스들을 챗GPT같은 인공지능이 학습한다면 그것을 학습한 챗GPT에서 도출되는 결과물이라는 것도 결코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지금보다 좀 더 편해지고자 만들어낸 인공지능이 어쩌면 우리 삶의 근간을 완전히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을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직접적으로 나온 표현은 아니지만 ‘인공지능의 역습‘에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이 가져다주는 편리성 외에도 그 이면에 있는 위험성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이 맞았으니, 답을 찾는 접근법이 맞았다는 논리는 완전히 틀린 논리이다. - P165

숫자가(혹은 데이터가) 객관적일 수 없다...(중략)... 즉, 데이터가 동일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데이터 자체가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숫자(데이터)를 인지하는 방법이 사람에 따라 달라지고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들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얼마든지 감정적으로 극대화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무엇인가를 대변하는 데이터는 객관적일 수가 없다. - P170

왜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수를 인식하는 정도가 달라질까? 왜 서는 곳에 따라 풍경이 달라질수 밖에 없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편향된 생각(혹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사실을(세상을) 인지하기 때문이다. - P170

세상은 크게 인지적 편향을 인식하는 자와 인식하지 못하는 자로 나뉘며, 이러한 편향을 인식한 자들 가운데서는, 이러한 편향을 이용하려는 자와 이용당하지 않으려는 자로 나뉜다고 봐도 된다. 그러면 인지적 편향을 이용하려는 자들은 누구인가? 이러한 부류의 대표 주자들은 정치인과 언론인이다. 그리고 정보를 독식하고 있는 부동산 중개인이나, 자동차 딜러, 자칭 전문가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펀드매니저, 미래를 내다볼 줄 안다는 예언가, 자기네 가게 물건이 싸다고 호객을 하는 점원 언니까지도 모두 이런 인지적 편향을 이용한다. 우리는 이미 알게 모르게 나의 인지적 편향을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다. - P171

당신이 만약, 스스로 다른 이들 보다 인지적 편향에 대해서자유로울 수 있다고 장담한다면, 당신은 인지적 편향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 P172

아무리 데이터 리터러시를 외치고, 데이터의 객관성을 외친다 해도 스스로 인지적 편향성을 인식하지 못하면, 아무리 데이터 분석을 잘하더라도 편향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 P172

내가 인지적 편향을 인식한다는 것은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들이 이러한 인지적 편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지적 편향의 인식하는 것이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는 기본이 된다. - P172

데이터 리터러시를 갖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사결정이 필요한 문제를 과학적으로 접근해 모델링을 하고, 감정이나 감성이 아닌 합리적인 판단을 하도록 돕는 능력을 의미한다. - P173

행동경제학은 인간들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는 전제를 부수고 들여다보는 학문이기에, 개인이나 집단에서 표출되는 인간 습성의 데이터를 다루는 사회과학분야에서는 꼭 필요한 학문적 도구이다. 이러한 인지적 편향을 깨는 것들(행동경제학, 게임이론 등)을 잘 이용해야 데이터 리터러시를 갖게 된다. - P173

페이오프 함수Payoff Function(각 플레이어가 전략적 선택에 따라 받게 되는 보상이나 결과를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 - P177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게임이론 중 하나인 혼합 전략MixedStrategy은 게임 이론에서 플레이어가 여러 전략 중 하나를 확률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전략적 우위를 분석하거나 내쉬 균형을 찾기도 한다. 혼합 전략의 일반적인 적용은 바로 일명 "찍기" Randomize라 불리는 방법이다. - P178

(때로는 찍기가 최선의 전략이다) - P179

우리 큰 딸이 나나 아내 몰래 나쁜 짓을 덜 하는 이유는 아빠인 내가 모든 일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어느만큼 알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 P179

딸 아이 예제에서의 최선의 전략을 적용하는 방법은 아이가 뭔가 나쁜 짓을 하다가 들켰을 때 무조건 혼내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1)혼도 내다가, 또 때로는 (2) 모른 척 넘어가기도 하다가, 또 가끔은 (3) 나중에 슬쩍 알려주기도 하는 것이다. 각각의 비중은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2)>(3)>(1)의 순서가 좋다. - P180

즉, 도덕적으로 아주 중요한 문제가 아니면 되도록 혼은 내지 말고 설령 눈치를 채더라도 대부분은 그냥 넘어가 준 다음, 가끔 딸에게 "너 예전에 그런 거 아빠가 알고 있었다" 정도만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순서가 중요한 이유는 혼을 내는 것은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그 효과가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잘못했다고 매를 들면, 처음에는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같지만, 결국 (아이들 입장에서) 내성이 생겨서 더 강한 자극을 요구 받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 P180

게임 이론은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좋은 대체재 - P181

다양한 문제 상황에 대해 과학적, 논리적으로 표현(모델링) 하는 훈련에 있어 수학만큼 좋은 도구가 없다 - P182

어떤 문제에 대한 최적화된 문제 꼴을 찾고, 해당 문제 꼴을 쉽게 풀 수 있는 기법을 선정하는 것이 바로 시스템 및 프로세스 설계이다. 즉, 데이터 분석을 하기에 앞서 이 같은 프로세스 설계가 문제의 현상과 본질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데이터 분석보다 훨씬 더 말이다. - P182

데이터 사이언스에서 시스템이나 오퍼레이션이 중요한 이유는 데이터 사이언스를 이용한 분석 도구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한다고 했을 때, 일련의 절차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석을 잘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시스템과 절차 설계가 데이터 분석 도구 자체의 성능보다 훨씬 중요하게 작동한다. - P188

"Everybody‘s responsibility is no one‘s responsibility."
모두의 책임은 어느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것이 된다. - P195

데이터와 관련한 분야를 아우르는 기초 학문은 통계학이며, 컴퓨터 이론과 관련된 분야를 아우르는 기초 학문은 수학이다. 이렇게 다른 듯 같은 분야를 두루두루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초가 되는 학문 영역을 잘 알아야 한다. 이러한 기본이 되는 영역을 제대로 안다는 의미는 단순히 데이터 사이언스 자체를 공부한다는 것을 넘어서 문제의 본질을 다양한 각도로 파악할 줄 아는 것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 P197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파악하는 데 필요한 것이 리버럴 아트Liberal Arts (인문학)이다. 인문학 공부를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미래에 발생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바탕과 기본을 공부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무엇이 문제이고 그 문제가 왜 일어났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문제 정의를 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데이터 사이언스를 이용해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다. 문제가 제대로 정의되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분석을 한다고 해도 다 헛일이다. - P198

조기 교육 단계에서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발생하는 수많은 크고 작은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는 기본을 배우는 공부에 집중하는 게 맞다. 그래야 새로운 문제를 당면했을때, 그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 P198

우리가 데이터 리터러시라고 말하는 것도 결국 또 다른 문제 꼴인 데이터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대로 된 문제의 이해는 데이터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푸는 시발점이 된다. 이는 비단 데이터에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를 표현하는 모든 수단(문장/글, 수학 수식, 데이터 세트, AI 모델 등)에 다 해당한다. - P198

결국은 문제의 본질을 읽는다(혹은 이해한다), 라는 기본 의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 P199

리터러시는 정보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그 정보가 어떤 경로(책인지, 모니터인지, 킨들인지, 휴대폰인지 나아가 빅데이터인지, AI인지, 챗GPT인지)를 통해서 만들어지는지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 P199

리터러시를 향상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문제의 문맥(상황)이나 인과관계를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수학적 사고력을 포함한 리버럴 아트, 인문학이다. - P199

챗GPT는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를 기반으로 한 챗봇chat Bot이다. GPT는 (인공지능) 언어 모델 중 하나로 빅데이터를 사용하는 거대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계열에 속해 있다. 여기서 "거대"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가 바로 빅데이터이다. 그러니까 빅데이터라고 불리는 거대한 언어데이터가 없었다면, GPT는 탄생할 수 없었다. - P204

GPT가 가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인데, 어떤 결과를 도출하는 데 있어서 기존의 인공지능 모델들은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 결과를 도출하는 것에 반해 생성형 인공지능은 기존의 학습을 기반으로 결론이나 데이터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이점을 갖고 있다. - P204

리즈닝 Reasoning이란 주어진 조건(혹은 데이터)을 가지고서 여러 각도로 추리해서 결과를 생성해 내는 것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영역을 이제는 인공지능이 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 P206

이제 점점 더 데이터 분석만 할 줄 아는 데이터 과학자들이설 자리가 없어짐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겠다. 데이터 사이언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영역의 지식 없이 기본적인 데이터 사이언스 도구만 사용할 줄 아는 수준의 데이터 분석가들은 더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 P206

일반인들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을 습관처럼 사용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배운다는 것과는 약간 차별점을 두고서). - P207

챗GPT를 사용하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GPT를 이용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우선 되어야 한다. 이 고민은 챗GPT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챗GPT가 되었건, 달리 DALL-E(이미지 생성 인공지능)가 되었건, 에덱셀SDXL(이미지 생성 인공지능)이 되었건 관련 도구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한 다음에 배워야 한다. - P207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당신이 미래에 어떤 필요 때문에 해당 기술을 사용할 시기가 되었을 때는 해당 기술은 이미 당신에게 다가와 있을 것이다. - P207

당신이 최신형 컴퓨터를 사려고 한다고 가정해보자. 언제사는 것이 좋을까? 컴퓨터가 필요한 바로 그 순간이다. 하지만 아무리 최신 컴퓨터라도 2~3년이 지나면 구닥다리가 된다. 그러니 필요하지도 않는데 지금 당장 컴퓨터를 구매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기술이란 그런 것이다. 특히, 발전 속도가 빠른 기술은 더더욱 그렇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기술이 아무리 최신이어도, 1~2년이 지나면 구닥다리가 된다. 그리고 그 기술이 정말 혁신적인 기술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사용하기 편리해지고, 머지 않은 미래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된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지금의 잡지식들은 깡그리 쓸모없는 구닥다리가 된다. - P208

지금 모두가 챗GPT를 쓰고, 달리를 쓰고 있다고 해서 너무안달복달하지 마시라. "The technology shall come to you if you don‘t come to the technology." 당신이 기술에게 다가가지 않는다면, 기술이 당신에게 다가올 것이다. - P208

챗GPT는 자신이 뭔가를 알아서 대답하는 것은 아니다. 챗GPT의 기본이 되는 NLP Natural Language Process (자연어 처리)는 기존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학습한 내용을 기반으로 관련 사항을 "조합"Generative 하는 원리이다. 그래서 많은 양의 학습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면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가짓수가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그럴싸한 답을 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이다. - P210

조합 형태의 모사가 중요한 이유는 인간이 생각하는 문학,
예술과 같은 창조 영역이 더 이상 인간의 전유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말인즉슨, 우리가 창조라고 부르는 것도 알고 보면 조합을 통한 모방이었음을 역으로 증명한다. - P210

챗GPT는 앞으로 크리에이티비티 Creativity(창의성/창조성)를 새롭게 정의할 것이다. 우리가 창조적이라 여겼던 많은 것들이(글, 음악, 그림, 디자인, 심지어 혁신 활동까지) 더이상 창조적인 것과 전혀 관련이 없는 "조합"의 영역임을 깨닫게 해준다. - P210

나는 개인적으로 평범한 머리의 집단 지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평범한 머리가 아무리 모여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봐야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P211

집단의 구성원이 가진 데이터나 정보를 조합하는 것에서 창조적인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수준의 창조성은 한 명, 혹은 소수의 천재에게서 나온다. 이들의 생각은 세상을 바꾸는 초석이 된다. 이 같은 진정한 의미의 창조성은 챗GPT가 기존의 데이터를 조합해서 만들어 내는 "가짜" 창조성과는 확실하게 구별된다. - P212

앞으로의 예술 작품에 대한 가치는 오로지 대중들에게 얼마나 오랫동안 인기가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이 될 것이다(가치 = 인기 X 지속 시간). 그러면 예술 작품의 가격은 그 당시의 인기 정도에 따라 매겨질 것이며, 이때 매겨진 가격이 예술 작품의 가치라고 착각하게 된다. - P213

이미 유명한 셀럽의 발로 그린 그림이 몇 십년 미술 전공을 한 예술가의 그림보다 더 비싸게 거래 되는 세상이다. 유명한 유튜버의 1분짜리 음악이 몇십 년 작곡 공부를 한 이들의 곡보다 훨씬 더 인기를 얻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예술적 가치는 오로지 대중들의 인기와 그에 상응하는 가격으로 평가 받는 세상이 될 것이다. - P213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글쓰기의 가치가 사라졌고, 사진기가발명되면서 그림의 (기술적)가치가 사라졌고, 축음기가 나오면서 음악의 가치도 사라졌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예술 전반을 향해 그 가치를 사라지게 만들지도 모른다. 오직 인간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부여되는 절대적인 예술적 가치따위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P213

챗GPT의 특성 즉, 기존의 데이터(학습)를 기반으로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을 조합한다는 점은 문학, 사회, 예술과 같이 딱히 정답이 없는 분야에서 더 나은 답을 구하기 위한 집단 지성을 무력화시킨다. 이는 문학, 사회, 예술과 같이 정답이 딱히 없는 분야에서 보다 나은 답을 구하려는 집단 지성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음을 뜻하고, 수학이나 과학과 같이 정답(혹은 진리)은 존재하지만 아직까지는 완벽한 정답을 찾아가는 분야에서는 다수(데이터)가 떠드는 대로 해당 연구의 방향성이 쏠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P214

혹자는 해당 분야를 알고 있는 전문가 그룹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게 될 경우, 대답의 질이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전문가들조차도 정답을 모르는 (그렇지만, 안다고 착각하는) 분야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무용지물이다. 오히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에의 의존은 완전히 정답을 찾기 위한 새로운 방향의 접근을 방해하는 도구로 동작할 가능성이 높다. - P214

챗GPT가 16세기에 나타나 그 당시의 지식을 학습했다고가정해보자. 천동설이 주류였던 그 시대의 챗GPT가 내놓는 답은 지동설이 아닌 천동설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 집단의 좋은 데이터로 학습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16세기에는 전문가들 또한 천동설을 진실로 믿었다). 대중의 집단 지성이 아니라 극소수의 천재(?) 과학자들의 과학적 사고가 없었다면 지동설은 당분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 P215

인공지능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 사이언스는 과학이 아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출된 해답은 실제에 대한 답(진실)을주는 것이 아니라, 답을 얻기 위해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의 대푯값에 따른 결과만 정답으로 제공할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푯값은 데이터의 다수결에 의해 결정된다. 천동설이 대세인 데이터를 학습한 챗GPT에서는 천동설이 정답이 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 P215

데이터 사이언스는 과학적 기법이라기보다는 다수결(데이터의 대표성)에 의해 정답이 바뀌기에 비과학적 기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찾고자 하는 해답이 사람이나 사회와 관련된 것들(사회 과학 분야)이라면 분석이나 학습을 위한 데이터는 해당 집단의 비과학성(혹은 비합리성)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의 비합리성은 이후 아무리 정교한 데이터 사이언스 기법이 나온다 하더라도 올바른 해답을 찾기에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 P216

많은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기술이ㅈ엄청난 발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미래가 마냥 밝지만은 않은 이유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범용성과 학습 데이터의 태생적 한계로 비롯된 데이터의 비과학성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을 이용할 땐 하더라도 태생적 한계를 알고 이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천동설을 주장하는 사이비 과학자가 된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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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는 독서의 제3수준에 해당하는 ‘분석하며 읽기‘는 앞의 단계인 ‘기초적 읽기(독서의 제1수준)‘, ‘살펴보기(독서의 제2수준)‘에 이어서 본격적으로 책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분석하기의 세부원칙 중 첫번째로 ‘책을 종류와 주제에 따라 분류하라‘ 는 얘기를 했었다. 본문에서는 정확한 분류가 힘든 책의 사례들이 더러 나오기도 했지만, 분류가 힘들 경우 저자는 ‘분석하기‘의 바로 직전 단계인 ‘살펴보기‘를 먼저 할 것을 권한다. 이 작업을 먼저 거치면 자신이 읽으려는 책이 어떤 종류와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인지를 분류하는 것이 좀 더 수월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살펴보기‘에 대해 복습 차원에서 다시 한 번 간단히 언급하자면 책의 제목, 챕터별 부제, 목차 그리고 저자의 머리말이나 서론,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찾아보기 등을 미리 훑어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대다수의 독자들이 간과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이러한 ‘살펴보기‘만 제대로 하더라도 비교적 단시간 내에 굉장히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다고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강조한다.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에드워드 기번이 쓴 《로마제국 쇠망사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라는 책과 관련된 얘기가 나온다. 저자는 자신이 가르치는 (비교적 읽기 수준이 높다고 평가되는) 학생들에게 이 책의 1장에 왜 ˝안토니누스 왕조 시대 제국의 영토와 군사력˝이라는 것이 나오는지에 대해 물었다고 하는데 그 학생들 중 아무도 저자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잠깐 설명하자면 비록 본문을 직접 읽기 전일지라도 책의 제목에 ‘쇠망사Decline and Fall‘라는 말이 들어있었고 1장에서 ‘안토니누스 왕조‘에 대해 나왔으므로 저자가 ‘살펴보기‘ 단계에서 언급했던 제목과 목차만이라도 파악했더라면 안토니누스 왕조가 로마제국의 절정기였던 왕조였고 여기서부터 몰락이 시작된다는 식으로 어느정도 전반적인 내용의 유추가 가능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러한 저자의 생각을 보면서 본문으로 직접 들어가기에 앞서 위와 같은 ‘살펴보기‘를 통해 선제적으로 본문의 내용을 예상하면서 읽어나가는 것이 한 번을 읽더라도 본문 내용을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하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저자가 ‘살펴보기‘를 반복해서 강조하는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제목을 잘 파악해 두면 책을 읽기 전에 그 책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을 미리 알 수 있다. - P76

사람들이 제목과 머리말에 신경 쓰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읽고 있는 책을 분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못 해서다. 그래서 분석하며 읽을 때 이 제1원칙을 따르지 않는 셈이다. 하지만 이 원칙을 따라 하면 저자들에게 감사할 것이다. 저자들은 자신이 쓴 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머리말이나 제목, 부제에 이를 잘 표현해 놓는다. - P77

아인슈타인과 인펠트는《물리학의 발전》이라는 책 서문에서 "일반 대중도 읽을 만한 과학책이라고 해서 소설처럼 읽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또 자세히 다루기 전에 독자들의 이해를 도우려 내용을 분석한 목차를 만들었고 주제의 의미를 상세히 부연 설명해 주는 표제를 각 장에 적어두었다. - P77

이 책이 어떤 책인가 하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러한 것들을 눈여겨보지 않은 그 자신의 책임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다면 다른 질문들에는 더더욱 답을 못하고 쩔쩔맬 수밖에 없다. - P77

그럼 제목만 읽으면 될까? 내용을 가장 분명하게 표현해 놓은,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제목이라도 머릿속에 책을 분류할 표가 미리 그려져 있어야 한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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