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백상아리라고 불리우는 상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앞서 나왔던 자연사(自然史) 에 존재했다가 멸종하여 지금은 볼 수 없는 다른 생명체들과는 달리 백상아리는 지금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뭔가 좀 더 눈길을 끈다. 이 이야기가 나온 파트의 소제목도 ‘네 번의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동물‘ 이라는 점에서 백상아리의 생존 노하우가 과연 무엇이었을지 문득 궁금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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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읽다보니 백상아리의 생존 노하우를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하자면 ‘유연성‘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유리한 조건의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고, 먹는 것도 특정 먹이에 집착하기보다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먹기에 생존에 있어 다른 종들보다 조금이라도 유리했던 것이다.

이에 더해 오늘 독서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상어가 번식하는 방식이 인간과 유사하다는 점이었다. 인간이 남자와 여자가 각자의 생식기를 결합하듯이 상어도 수컷과 암컷이 유사한 방식으로 결합을 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또한 많이 낳지는 않지만 자신이 낳은 새끼들을 생존시키는 전략 또한 인간과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걸 보면 과거부터 지금까지 현존하고 있는 인간의 번식 방식을 상어도 거의 똑같이 해왔기에 아직까지 멸종하지 않고 그 대를 이어 살아남아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고 딱 잘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생존 노하우라는 게 존재하는 것만은 확실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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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보니 상어에게도 생존의 위기가 결코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중생대에 거대 해양파충류가 상어와 최고 포식자 자리를 다투었다고 하며 이로 인해 상어도 때로는 거대 해양파충류의 먹이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후에 일어난 다섯 번째 대멸종 때 거대 파충류가 모두 사라졌기에 망정이지 만약 사라지지 않았더라면 지금 현존하는 상어는 아예 없어졌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보면서 독자인 나는 이 책이 분류상으로는 비록 지구과학 분야의 책이지만 때로는 역사책 같기도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인간의 역사가 아닌 인간 이외의 생물에 대한 역사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것도 역사는 역사니 말이다.

내가 학창시절에 학교 시험을 봐야해서 역사 교과서는 물론 여러번 읽었지만 그 이후에 역사책을 별도로 찾아 읽거나 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요 근래에 역사 관련 책들을 몇 권 읽기 시작하면서 역사의 가치와 그 매력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사람의 역사든 사람 이외의 다른 생물의 역사든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그 당시 뿐만 아니라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얼마든지 적용가능하다는 것이 바로 독자인 내가 느낀 역사의 가치이자 매력이다. 이러한 역사의 가치를 머리만이 아닌 마음으로도 느꼈기에 향후에 역사 분야의 책들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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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을 읽다보면 다양한 동물들이 소개되는데, 각각의 생김새나 신체부위별 특징이 다 제각기 그 이유가 있는 것이 참 신기하고도 놀라웠다. 어떤 것은 유별나게 길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넙적하고 어떤 것은 날카롭기도 한 것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다른 생명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특별하게 발달한 경우도 있고 혹은 먹이를 먹는 특유의 방식 때문에 그렇게 된 경우도 있는 것들을 보며, 어느 생명체가 생존하기 위해 제각기 자신에게 적합한 형태로 변형되고 이에 따라 서서히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물론 책에 나온 이유들을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그럴싸하게 붙인 것인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다할지라도 이 책을 읽는 독자인 내 입장에서는 꽤나 합리적이고 설득력있게 들렸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뭐 실제로 본문에 나온 이유대로 생명체들이 가지고 있는 신체 부위들이 발달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직접 돌아가서 볼 수도 없기에 그저 그럴싸한 합리적인 견해나 해석에 의존해서 과거의 것들을 추론해보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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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지는 글에서는 삼엽충三葉蟲에 대해 나온다. 솔직히 오늘 본문을 읽기 전까지는 삼엽충이라는 용어가 있다는 것만 알았지 삼엽충을 왜 삼엽충이라고 부르는지 까지는 잘 몰랐었는데 본문에 나온 설명 덕분에 그 의미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었다. 하나 배웠다.

아 그리고 또 하나. 유기물이 무엇인지도 배웠다. 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유기물이라는 용어는 많이 들어봤는데, 유기물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솔직히 그동안 잘 몰랐었다. 그냥 좋은 거라는 정도의 이미지만 있었지 정확히 이게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오늘 본문을 통해 조금이나마 유기물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게 해주신 저자께 감사드린다.

자연사를 훑다 보면 경외감이 일다가도 금세 우울해진다. 자연사란 곧 멸종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 P269

나는 백상아리 Carcharodon carcharias. 그렇다. 과거의 생명이 아니라 현대에 살고 있는 생물이다. 하지만 우리 상어의 이야기는 실루리아기와 석탄기 사이의 시기인 데본기(4억 1920만~3억 5890만 년 전)에서부터 시작된다. - P269

상어는 4억 년 전 원시 심해에서 기원해 현대의 바다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을 견뎌왔고 지배자로 살고 있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수차례의 대멸종을 견뎌냈다. 우리 상어의 이야기는 시련 속에서 살아남은 회복탄력성 이야기이며 적응과 방산의 대장정이다. - P270

적응방산適應放散이란 한 종류의 생물이 여러 환경 조건에 적응해 다양하게 분화함으로써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계통으로 갈라져 진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 P270

현대는 위도 60도 이상이면 극지라고 본다. 데본기 초기에는 숲과 산호가 지금보다 넓은 위도 70도까지 분포해 있었다. 지구가 매우 따뜻했다는 뜻이다. 산소 농도는 데본기 내내 현대와 비슷했으나 이산화탄소 농도는 2500피피엠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12배가량 높았다. 기온도 20도나 되었다. 그런데 데본기 후기에는 숲과 늪의 범위가 현대보다도 훨씬 좁은 위도 35도까지 축소된다. 지구가 매우 추워졌다는 뜻이다. - P271

데본기 바다의 개척자는 개형충Ostracod이라고 하는 작은 갑각류다. 평균 1~2밀리미터에 불과하지만 초기 해양 동물 중 가장 성공적으로 살아남아 엄청난 숫자로 번식하며 바다 먹이 그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탄산칼슘의 외골격은 현대의 인간들이 지층 연대와 기후 환경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주게 된다. - P271

데본기는 무엇보다도 ‘물고기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데본기 초기의 어류는 주로 갑주어였다. 이름대로 갑옷 같은 단단한 비늘과 골질로 덮인 외골격이 있었다. 갑주어는 커다란 두개골은 있지만 등뼈(척추)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무악류다. 턱이 없는 물고기라는 뜻이다. - P271

데본기에는 갑주어에서 턱과 옆지느러미가 있는 판피류로 진화했다. 둔클레오스테우스Dunkelosteus가 대표적인 판피류다. 또 판피류에서 경골어류가 진화했다. 갑주어가 사라지면 판피류가 등장하고, 판피류가 사라지면 경골어류가 등장하는 게 아니다. 이 어류들은 함께 살았다. 그러니까 데본기는 다양한 어류가 함께 살면서 현대 어류가 등장한 시기였다. - P272

약 4억 년 전 데본기의 광활한 원시 바다에 등장한 강력한 존재인 상어는 이전의 해양 생물과는 다른 독특한 적응을 보여준다. 가장 큰 혁신은 단단한 경골이 아니라 가볍고 유연한 연골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헷갈리지 마시라. 여기서 단단한 경골을 가지고 있는 동물은 어류가 아닌 다른 생명체를 말한다. 경골어류는 우리보다 나중에 생긴다. 연골은 놀랍도록 유연해 먹잇감을 능가하는 속도를 낼 수 있게 돕는다. 무거운 뼈가 없으니 몸집이 커질 수도 있다. 잠재적인 포식자가 절대적으로 줄어든다. - P272

장점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예민한 감각도 갖추었다. 특히 후각은 매우 놀라운데 물방울 100만 개 가운데 피가 한 방울만 있어도 감지할 수 있다. 옆줄은 물의 진동과 흐름을 인식한다. 이런 고도의 감각은 먹이를 탐지하고 추적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 P273

상어는 연골로 이루어져 있어서 이빨만 화석으로 남는다. 상어 이빨은 가장 흔한 화석이다. - P272

가장 강력한 장점은 턱이다. 턱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여러 줄로 늘어서 있는데, 이빨은 빠져도 계속 나온다. 그래서 이빨이 빠지거나 마모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안 된다. 보통 상어는 평생 6000개 이상의 이빨을 간다. 상어는 언제든지 사냥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 또 턱은 어떤 동물의 가죽과 껍질도 찢고 부술 정도로 무는 힘이 강력하다. 이런 힘과 적응력 때문에 상어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효율적이고 치명적인 사냥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 P273

대멸종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해수면의 급격한 변화, 바다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무산소증, 소행성 충돌, 대기의 산성화와 기온 상승 같은 것이다. 데본기 후기 대멸종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때 해양 생물의 75퍼센트가 멸종했다. 육상 생물은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 생태계 전반이 붕괴했고 갑주어들은 이때 멸종했다. - P274

그런데 어떻게 상어는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춘 다른 서식지를 찾아서 이동했다. 유연한 연골을 기반으로 한 골격과 효율적인 호흡기 덕분에 데본기 말기의 변화무쌍한 산소와 수온 변화에 대처할 수 있었다. - P274

우리의 먹이 전략도 결정적이었다. 특정 먹이에 집착하는 종은 먹이가 줄면 살아남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 상어는 기회주의적인 사냥꾼이다. 작은 물고기에서 무척추동물까지 다 먹는다. 먹이의 전환이 쉽기 때문에 전통적인 먹이가 줄어들어도 상관없다. 상어가 존속하는 데 먹이의 유연성은 핵심적인 요소다. - P274

번식 전략 역시 힘겨운 시기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되었다. 상어는 다른 어류에 비해 번식률이 매우 낮다. 체내 수정을 한다. 짝짓기를 할 때 수컷은 생식기관인 교미기를 암컷의 총배설강에 끼워 넣어 정자를 내뿜는다. 교미기는 상어의 배지느러미가 변환된 것으로 육상동물의 페니스처럼 기능한다. 총배설강은 단공류를 제외한 포유류와 경골어류가 아닌 동물에게 있는 구멍으로, 배설기관과 생식기관 역할을 겸한다. - P274

우리 상어는 번식률은 낮지만 새끼가 생존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적은 수지만 생존력이 강한 새끼에 투자하는 전략 덕분에 다른 어류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상어는 개체 수를 유지할 수 있다. - P275

데본기의 뒤를 이은 시대는 동물과 식물의 황금기인 석탄기다.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고 생태계가 확장했다. 육지에서는 광대한 늪과 숲이 형성되고 양서류가 활개를 쳤다. 바다에도 다양한 생태적 틈새가 생겨났다. 우리 상어들은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다양한 형태로 적응하고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 P275

생존을 위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고안한 것 - P277

석탄기에 들어서자 상어는 매우 다양해졌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해양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모양의 몸과 크기 그리고 먹이전략을 진화시켰다. 일부 좋은 얕은 바다에서 사냥했고 일부 종은 깊은 바다로 모험을 떠났다. 이 시기의 다양화는 이후 해양 생태계에서 상어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 P277

상어는 ‘동물계-척삭동물문-연골어강-판새아강‘으로 분류되고 은상어는 ‘동물계-척삭동물문-연골어강-전두아강‘ 에 속한다. 그러니까 같은 연골어류이기는 하지만 다른 동물인 것이다. - P280

캐비아로 널리 알려진 철갑상어는 더더욱 상어가 아니다. 철갑상어는 ‘동물계-척삭동물문-조기어강-연질어아강‘에 속한다. 조기어강이란 연골어류가 아니라 경골어류라는 뜻이다. 상어와는 정말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봐야 한다. - P280

고생대와 중생대를 가른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 즉 세 번째 대멸종은 지구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멸종 사건이다. 지구 생명체의 95퍼센트가 사라졌다. 육상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해양 생물에게도 극복할 수 없는 시련이었다. 바다 역시 무덤으로 변했다. 수백만 년 동안 번성했던 생물종들이 짧은 시간에 사라지면서 생태계 전체가 붕괴되었다. 상어를 포함한 어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리의 조상 상어들은 놀라운 끈기와 회복력을 보여주었다. - P280

환경이 아무리 치명적으로 변해도 지구 어딘가에는 살 만한 곳이 남아 있는 법이다. 우리 상어는 두 번째 대멸종을 겪어냈던 것처럼 세 번째 대멸종도 견뎌냈다. 고생대 데본기에 등장한 상어가 ‘데본기 - (두 번째 대멸종) - 석탄기 -페름기 - (세 번째 대멸종) - 트라이아스기 - (네 번째 대멸종) - 쥐라기‘ 사이의 세 번의 대멸종을 견뎌내고 중생대 생물로 남았다. - P281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 중생대 환경에 맞는 새로운 상어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생태적 틈새에 적응하고 포식 기술을 연마했다. - P281

크레톡시리나Cretoxyrhina는 이름만 들어도 왠지 친근한 느낌이 드는 상어다. 분필을 뜻하는 ‘크레타creta‘는 ‘중생대 백악기 Cretaceous periode‘ 때문에 익숙하고, ‘옥시oxy‘는 ‘산소oxygen‘로 친숙하다. ‘날카로운‘ 또는 ‘산성의‘라는 뜻이다. ‘리나rhina‘ 역시 ‘코뿔소rhinoceros덕분에 코를 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크레톡시리나는 ‘백악기의 날카로운 코‘라는 뜻이다. - P282

6600만 년 전 육상의 공룡을 전멸시켰던 다섯 번째 대멸종마저 상어를 몰살시키지는 못했다. 우리 상어의 생존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다. 그렇다고 대격변에 맞서서 싸운 불굴의 생존 의지의 결과도 아니다. 사람들이 나쁘게 평가하는 ‘기회주의‘라는 성품 때문에 살아남았다. - P282

일관된 입장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이로운 쪽으로 행동하는 것을 기회주의라고 한다. 인간사에서 기회주의자는 신념과는 상관없이 유리한 쪽에 빌붙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자연사에서 기회주의는 생존을 위한 핵심역량이다. 우리가 네 차례의 대멸종을 견뎌낸 것은 오로지 태초부터 우리를 정의해온 진화적 강점, 즉 기회주의적인 적응력 때문이다. - P282

돌이켜 보면 우리 상어가 가장 힘들었던 시대는 중생대다. 거대 해양파충류는 우리보다 훨씬 크게 성장해 우리와 최고 포식자 자리를 다투었고 때로는 우리가 그들의 먹이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다섯 번째 대멸종으로 육상에서 고양이보다 커다란 동물들은 전부 사라질 때 해양에서도 거대 파충류는 모두 사라졌다. 신생대 시대가 열리자 이제 우리 상어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최고 포식자가 되었다. - P283

2300만 년 전 마이오세 초기에야 메갈로돈이 등장했다.
그때부터 거의 2000만 년 동안이나 바다 생태계 최고 포식자 지위를 누리다가 360만 년 전인 플라이오세 후기에 사라졌다. - P283

메갈로돈은 무슨 뜻일까? 지금쯤이면 짐작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큰 이빨‘이라는 뜻이다. 이름답게 몸 크기에 비해 이빨이 거대하고 두껍고 튼튼했다. 잇몸 아래에 있는 치근의 길이가 잇몸 위에 있는 치관의 길이보다 훨씬 길었다. 또 이빨의 톱니도 날카로워 고래 같은 거대 먹이를 먹어도 이빨이 부러지거나 빠지는 일 없이 쉽게 살을 뜯고 뼈를 자를 수 있었다. 커다란 이빨이 박혀 있는 턱도 굉장히 두껍고 거대했다. 척추뼈는 200개 이상으로 모든 상어 가운데 가장 많았으며 지느러미도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 P285

그 커다란 동물(메갈로돈)이 왜 화석으로 남지 않았을까? 경골이 아니라 연골어류이기 때문이다. 연골은 화석으로 잘 남지 않는다. 다만 이빨 화석은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고 가끔 척추뼈 조각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것으로 크기를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 - P285

상어는 연골어류라서 뼈 화석이 남지 않는다더니 왜 이빨 화석은 남아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어류는 무악류→ 연골어류→ 경골어류 순으로 진화한다. 연골어류에게는 아직 뼈가 생기지 않았다. 상어 이빨은 뼈가 아니라 피부가 변형되어 생긴 것이다. - P285

메갈로돈은 전 세계 바다에서 발견된다. 전 세계에 살았다는 뜻이며 이것은 메갈로돈의 적응력을 입증한다. 신생대 메갈로돈의 등장은 상어 진화의 정점을 보여준다. - P285

신생대 육상에서는 포유류와 조류가 다양해지고 숫자도 늘어나는 시기인데 바다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풍부하고 다양한 생물이 넘쳤다. 메갈로돈은 대형 해양 포유류와 다른 강력한 생물을 잡아먹으며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 P285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생명체는 없다. 메갈로돈도 기후가 변하고, 먹이 가용성이 떨어지고, 또 다른 포식자와 경쟁하면서 결국 멸종의 길로 가고 말았다. - P286

백상아리가 메갈로돈과 가까운 관계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들의 근거는 내 이빨과 어린 메갈로돈의 이빨 형태가 비슷하다는 것. 요즘은 메갈로돈이 나와는 약간 거리가 있고 별개의 진화 과정을 겪었다는 이론이 더 유력하다. - P286

내(백상아리) 조상은 메갈로돈이 아니라 허벨백상아리 Carcharodon hubbelli다. 800만~500만년 전에 살았다. 몸길이가 5미터 정도로 현생 백상아리와 비슷한 크기였는데 이빨 톱니는 메갈로돈처럼 거칠었으나 설측에 V자 모양의 띠가 있어서 이빨만 보고도 메갈로돈인지 허벨백상아리인지 구분할 수 있다. 주로 고래, 해양 포유류, 어류, 갑각류, 두족류 등 뭐든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이게 우리 상어의 장점이다. - P286

설측이란 무엇일까? 순측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주둥이 쪽,
즉 바깥에서 보이는 이빨 면을 순측이라고 하고, 반대로 혀 쪽, 즉 안쪽에서 보이는 이빨 면을 설측이라고 한다. 육식공룡의 경우 순측은 볼록 튀어나와 있고 설측은 납작하다. - P287

포유류가 육상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해양 생물 사이에도 새로운 다양성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신생대 동안 상어는 진화를 거듭했고 해양 생태계를 이용하고 조절하는 새로운 종들이 등장했다. 현대에도 몸길이 12미터에 달하는 고래상어 Rhincodon typus부터 20센티미터가 채 안 되는 난쟁이랜턴상어 Etmopterus perryi까지 500종이 넘는 다양한 상어가 살고 있다. - P287

고래상어의 속명 린코돈Rhincodon은 ‘거친 이빨‘이라는 뜻인데 거친 피부와 이빨을 설명하는 이름이다. 하지만 고래상어를 비롯해서 플랑크톤을 먹는 종류는 이빨이 작다. 먹이를 이빨로 잡는 게 아니라 아가미에 있는 돌기로 잡기 때문이다. - P288

고래상어는 현대 바다에서 가장 큰 어류다. 넓고 납작한 머리 그리고 1.5미터가 넘는 넓적한 입이 특징이다. 생긴 게 고래와 비슷하고 또 수염고래처럼 여과섭식하는 모습이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다. 플랑크톤이 풍부한 열대와 온대 바다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고래상어는 수염고래처럼 입을 벌리고 헤엄쳐 다니며 10여 개의 여과기관으로 플랑크톤과 작은 물고기를 걸러내어 먹는다. - P288

현생 상어들도 각자 자기가 맡은 역할이 있다. 망치 모양의 독특한 머리를 하고 있는 귀상어sphyrna zygaena는 360도 시야를 가지고 있으며 생체 전자기장을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다. 뛰어난 감각 능력을 이용해 모래 속에 묻힌 먹이를 사냥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유일한 잡식성 상어로 해초도 먹는다. 또한 단 한 번도 사람을 죽인 것으로 보고되지 않은 상어이기도 하다. - P289

핵심종keystone species이란 적은 개체가 존재하지만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생물종을 말한다. - P290

사람과 달리 곤충은 몸을 나눌 수 있다. 몸통이 분절되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마디가 있다. 이런 동물을 절지동물節肢動物이라고 한다. 마디와 다리가 있다는 뜻이다. 삼엽충도 몸을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 절지동물이다. - P292

세 부분으로 나눈다면 여러분은 아마도 ‘머리, 가슴, 배‘를 생각할 것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아니다. 그건 곤충이다. 나는 곤충이 아니다. 머리, 몸통, 꼬리로 나누니까 말이다. 곤충은 ‘절지동물문-곤충강‘에 속하고 우리 삼엽충은 ‘절지동물문-삼엽충강‘에 속한다. 지금은 곤충이 채 탄생하지도 않은 고생대 캄브리아기다. - P293

우리 삼엽충은 지구에 가장 먼저 등장한 절지동물 가운데 하나다. 몸의 형태는 화석으로 잘 남아 있다. 우리 몸은 현대 게처럼 단단하고 석회화된 외골격으로 보호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외골격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우리를 삼엽충 三葉蟲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가로로 ‘머리-몸통-꼬리‘로 나뉘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 몸은 세로로도 나뉜다. 우리 몸에는 길이를 따라 세 개의 엽이 달려 있다. 양쪽에 왼쪽 가슴엽과 오른쪽 가슴엽이 있고 한가운데에는 중심축엽이 있다. 여기서 삼엽충이라는 말이 나왔다. - P294

몸 아래로는 관절로 연결된 작은 다리가 튀어나와서 먹이와 안식처를 찾아 끊임없이 돌아다닌다. 우리의 다리는 몇 개일까? 6개는 당연히 아니다. 우리는 곤충이 아니니까. 우리 삼엽충은 종에 따라서 15~20쌍, 즉 30~40개의 다리가 있다. - P294

삼엽충은 지구상에 존재한 모든 절지동물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널리 퍼진 생명체다. 우리는 해저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유기물을 먹고 사는 청소부이자 때로는 포식자다. 우리는 얕은 연안에서 깊은 심연에 이르기까지 고생대 바다의 모든 곳, 모든 시대, 즉 캄브리아기, 오르도비스기, 실루리아기, 데본기, 석탄기, 페름기에 걸쳐 살았다. - P294

유기물이란 생명에서 기인한 모든 물질을 말한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핵산 같은 것에서 온 것들이다. 모든 유기물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탄소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생명의 모든 분자는 탄소로 된 뼈대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양소라고 하는 것 중 물을 제외하면 모두 유기물이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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