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그토록 매정할까? 아니 그럴 리 없다. 하지만 자애로운 신 못지않게 사탄 역시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음올 올라이는 의심해본 적이 없다. 세상은 좀더 미약한 신이나 악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자애로운 신 역시 존재하니까, - P14

그것참, 사람 일이란 모르는 거지, - P15

이제 아이는 추운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혼자가 된다. 마르타와 분리되어, 다른 모든 사람과 분리되어 혼자가 될 것이며, 언제나 혼자일 것이다. 그러고 나서.
모든 것이 지나가, 그의 때가 되면, 스러져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왔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무에서 무로, 그것이 살아가는 과정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새, 물고기, 집, 그릇, 존재하는 모든 것이, 올라이는 생각한다, - P16

아마도 그건 신의 영혼이 아니겠는가, 모든 것에 내재해 무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고, 의미와 색을 부여하는, 그리고 그것이 올라이는 생각한다, 모든 것에 신의 말씀과 영혼이 내재하는 이유다. 그래, 그렇지, 그러나 사탄의 의지 역시 작동한다는 것, 그 역시 확신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 더센지, 그것은 전혀 확신할 수 없는 일이라고 올라이는 생각한다.
그 둘은 누가 더 강한지 겨루고 있으니까, 아마 태초부터 그랬을거야,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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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배경이 해가 바뀌어 새해가 된다.
주인공은 새해부터 가게에 나와서 일하는 사촌동생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약간은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듣는다. 사촌동생은 가게를 오픈하면서 홍보모델을 한적이 있는데, 그게 발단이 되어 SNS에서 유명해지고 일약 SNS스타가 되어서 그 이후로 여기저기서 모델일 제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이게 평소에 일할 때는 크게 문제가 안됐었는데 얼마전 2박3일 일정으로 해외 촬영을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일 이상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가게 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거절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주인공에게 털어놓는다. 주인공은 사촌동생에게 아르바이트 구하면 되니까 당장 잡지사에 연락하라고 하며 사촌동생의 꿈을 응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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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과는 별개로 주인공은 미국에서 김밥사업을 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이를 위한 적임자로 사업 초창기부터 주인공과 함께 했던 직원 1명을 따로 준비시킨다. 김밥 마는 법은 기본이고 현지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 영어학원까지 보내면서 트레이닝을 시킨다. 이런 저런 대화들이 오간다.

등장인물의 대화들 속에서 몰랐던 것들도 알게 되어 유익했다. 예를 들면 수비드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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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에는 숙모에게 경영을 맡긴 가게에 외국인 노동자 2명이 들어왔는데 이런저런 복잡한 사연들이 얽히고 섥히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또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요즘은 그런 게 먹혀. 다 똑같이 고치고, 똑같이 생긴것보다 개성이 센 게 낫지."

믿을 수 있는 가족들이 있다는 것은 큰 재산이었다.

가족들이 아니었으면 어디 내가 지금의 삶을 꿈이나 꿀 수 있었나. 시간은 절대 멈추는 법이 없고, 새해가 찾아왔다.

1월 1일.
여전히 특별한 건 없다.

나는 아침의 시작을 간단한 식사 그리고 공부로 했다.
언제 누가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하나라도 더 익히고 있는 게 나의 운명이라 생각한다.

"응. 예전에 시작하기 전에도 그랬잖아. 이렇게 내 가게를 갖는 게 꿈이었어. 조금 다른 점이라면......."
"왜, 뭐가 생각처럼 안 돼?"
"내가 생각한 가게는 엄청 여유롭고 느긋하고 그런 거였거든. 근데 할 것도 너무너무많고 바쁘네. 뭐, 손님들이 많다는 건 좋은 거지만."

"요즘 내가 이리저리 모델활동을 좀 하잖아?"
"그렇지."
"전부 오빠 덕분이야. 처음에 웰니스 모델 한 번 했던 게 잘 돼서 SNS로 좀 유명해지고 여기저기서 일이 들어오더라고. 협찬까지 들어오고."

"그 일이 생각보다 재밌더라고. 들이는 시간에 비해 이것도 조금 짭짤하고."
강인나가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나는 피식 웃었다.
"계속 얘기해."
"근데 촬영 스케줄 맞추는게 어렵더라고. 웬만한 날들은 괜찮은데, 딱 하나를 할 수가 없어."
"뭔데?"

"사실은...... 저번에 해외 촬영이 들어왔었거든. 잡지 화보였는데, 발리로 가야 된대. 2박3일 일정이더라고. 근데 난최대 쉴 수 있는 게 이틀이잖아."
"그거 때문에 일을 거절했던 거야?"
"그랬지."
나는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바보야, 그럼 나한테 말을하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챙긴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빈곳들이 드러난다.
사람과 사람이 엮이는 이상 인간관계고, 거기서 완벽함이란 없겠지.
하지만 분명히 신경을 쓰면 더 개선이 가능하다.
더 노력하면 된다.
대부분의 문제들은 안 해서 문제지, 하면 된다.

"그러시겠죠. 근데 식사 전에 도수가 낮은 술을 소량 섭취하면 소화를 촉진해서 입맛을 돋우는 효과가 있어요. 요즘 막걸리 칵테일 같은 것들 있잖아요? 그런 경우에는 유산균이 있어서 좀 더 위장운동을 촉진한다고도 하죠. 뭐... 사실상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요."

언젠가부터 내 삶의 중심은 일이 돼 있었다.
능력을 얻은 이후가 아니라,
훨씬 전부터 그랬다.
차이점이라면 그때는 일에 치였고, 지금은 일을 좇는다.

새해에도 시간은 빠르게도 지나간다. 아니, 해가 바뀌니 더 빨라진 느낌이다.
10대에는 시간이 10km 속도로, 20대에는 20km로, 30대에는 30km로,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고들 한다.

내가 누군가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줄 수 있다는 게 기뻤다.

다들 ‘시간 참 빠르다‘ ‘세월 빠르다‘라는 말을 달고 산다.
나 역시 그렇다.
그런데 진짜로 이렇게나 시간이 빠르게 흐름을 느끼는 건 처음인 듯하다.
벌써 3월을 바라보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게 일이 되니 편하다.
생계를 이어감과 동시에 즐거우니까.

돈을 벌어보기 전에도 알고는 있었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

돈을 번 지금은 더욱 느낀다. 돈을 많이 벌어서 좋지만,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 말이 진짜다. 모자라면 고통스럽지만, 어느 수준 이상만 다다르면 돈으로 인한 행복도의 차이는 별로 없다고.
우리가 물질적인 풍요로부터 얻을 수 있는 행복의 값은 생각보다 낮다. 처음부터 목표가 그리 멀지만은 않다는 걸 알았다면 좀더 빨리 삶을 바꿀 수 있었을지도.

작은 목표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이루라는 말 역시 옳았다.
그랬다면 금세 돈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더 중요한 것들을 빠르게 찾았으리라.

나는 무엇을 망설이는 걸까

내게 더 잘 맞는 누군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확실한 건 절박함이 없다.

언제나 텐션이 높다.
녀석의 밝은 모습은 주변사람들까지 기분이 좋아지게 한다.
나는 그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든다.
목표가 뚜렷하고 열심히 할수 있더라도 누군가 끌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그 빛을 더 빨리 볼 수 있다.
나 역시 할아버지가 끌어주지 않았다면 지금 위치에 다다르지 못했겠지.

"아무튼,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두 분 함께 자리 안내해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그때 박종만이 안고 있던 유주나무 화분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거."
"또 이렇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장님께서 이거 주실때마다 가게가 잘 되더라고요."
"그래요? 매번 챙겨달라는 말씀을 또 이렇게 하시네."
"하하하하, 그런 거 아닙니다."

이전의 맛도 최대치라고 여겼지만, 분명히 더 나아졌다.
권호순도 마지막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뭐든지 그렇다.
끝이라고 생각해도 해보면 다음이 있다.
절대 멈추는 법이 없어야 한다.

"퀴노아도 좋을 거 같다. 그쪽에서 유기농 구하는 게 어렵지도 않고, 요즘 건강 생각하는 사람들한테 유행하거든. 식물성 고단백 식품이기도 하고."
"퀴노아는 제가 먹어본 적이 없네요. 무슨 맛이에요?"
"난 그냥 밥에 살짝 섞어서 먹어보니까 약간 좁쌀 느낌 나고 좋더라고. 밥의 맛에 크게 영향을 안 미쳐."

내가 언제부터 베풀기를 좋아하고, 누군가를 이렇게 챙겼을까.
곳간에서 인심 난다더니,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는 듯하다.

오픈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서 사람들이 왜 음식장사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일이 고되더라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가 분명했다.
맛있는 걸 먹고 행복해하는 표정은 아무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건강상담을 마치고 홀가분하게 미소를 지으며 나가는 사람을 보는 기분과 비슷했다.

브레이크 타임은 결코 쉬는 시간이 아니었다.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니 식사를 하고, 저녁 장사를 준비하기 위해 더 움직여야 될 때였다.

"네, 일단 후토마키는 생각보다 꽤 괜찮더라고요. 밥에 그렇게 간을 하니까 사실 초밥느낌도 좀 나고, 전에 말했던아보카도도 들어가고....... 문제는 손이 너무 많이 가겠더라고요."

"개성 있고 맛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목적을 잊으면 안 돼. 건강."

"훈제는 맛에는 좋을지 몰라도 사실 건강에 좋다고 보기는 어렵거든."
"훈제도요? 직접 구워서 태우는 것도 아닌데 몸에 나쁜가요?"
"기본적으로 태워서 나오는 연기로 조리를 하는 거잖아.
그래서 좋다고 보기는 어렵지.
요즘은 방법도 더 간단하고 연기를 직접 쬐는 게 아니라면서목초액이나 화학조미료를 쓰는 경우도 있는데, 글쎄......."

"훈제도 몸에 안 좋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삶는 것보다는 못 해도 굽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차라리 건강한 기름에 타지 않게 굽는 게 좋다고 봐."
"그럼 연어는 구워서 쓸까요? 좀 비싸지긴 하겠지만, 연어는 포기할 수 없는 재료 같아요. 건강적인 측면으로나 맛으로나요."

"중불 정도에 올리브유 살짝 해서 구워내면 좋을 거 같아요. 아니면 스프레이 오일써서 오븐에 구워 내거나요."
"그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을까? 미리 준비하기도 어렵고, 오븐에 미리 구워놨다가 회전이 늦어지면 맛이 떨어지잖아."
"아무래도 그렇죠."

"연어를 먹는데 촉촉한 맛이 있어야지."
"흠......."
그때 뭔가 머릿속에서 반짝하고 떠올랐다. 내가 ‘촉촉‘이라고 해놓고는 그게 힌트가 됐다.
"수비드한 걸 살짝 구워서내는 건 어떻겠냐? 연어 스테이크처럼"
"수비드로요?"
노우민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은 요리도 조예가 깊으신 거 같아요."

"비행기 태우지 마라 인마.
수비드 가지고 무슨 조예씩이나 나오냐. 그냥 그런 조리법도 있다는 걸 아는 것 뿐인데."
수비드는 밀폐된 비닐봉지에 재료를 넣어 중온에서 고온 사이의 물로 가열하는 조리법이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한채 천천히 익히는 방법인데,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수비드의 가장 큰 장점은 수분을 잃지 않고 맛과 향을 보존한다는 것. 식감도 다르고.

"네, 아마 60도 이내에서 온도 잡고 2, 30분 정도만 하면 될 거 같은데요? 비린내만 확실하게 잡으면 진짜 괜찮겠네요. 오히려 고급 요리라고 할수 있죠."

"그라브락스라고 있어요. 혹시 아세요?"

"원래 신선한 연어를 소금, 설탕, 후추, 허브 등을 넣어서 숙성시켜 먹는 건데요. 이걸로 수비드를 하면 비린내가 안 날거예요. 그다음 올리브유에 살짝 구워낸 다음 김밥에 쓰면진짜 맛있을 거 같은데요?"

노우민은 만약에 안 됐을 때를 걱정하지 않았다. 안 되면 다시 하면 된다고 여겼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어떤 면에서는 존경스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녀석의 나이 때 저런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지 못했으니까.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여겼다.
공부라는 건 평생 해야 하는 것이고, 나보다 나이가 적든 많든, 어리석든 똑똑하든, 돈을 적게 벌든 많이 벌든, 어떤 환경에 놓인 사람이든 배울점은 있다. 심지어 막 나가는 개차반이더라도 배울 게 있다. 반면교사로 삼으면 되는 거니까.

먹는 걸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
할아버지에게 능력을 전수받고 나서는 더 와닿는 말이다. 그래서 저 말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들.

앞으로가 기대된다.
세상 사람들이 음식들을 맛있게 먹고 즐거워하며 더 건강하길 바랄 뿐이었다.

-으응, 사실 할 말이 있긴해.
"금방 갈 거니까 만나서 얘기해요."
-그래, 곧 봐.
궁금했지만 전화를 붙잡고 오래 통화하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숙모가 이야기를 정리할 시간을 주고 싶기도 했고.
경험상 꽤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제대로 된 사람들은 이런상황에 처했을 때 변명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자신의 이야기를 최대한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변명은 티가 난다.
변명이나 늘어놓을 사람이면 서서히 멀어지는 게 맞다.
그 정도가 지나치면 그 자리에서 자르는 거고.
그 대상이 누구든 간에 예외는 없다.

삶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나 스스로 선택하고, 그선택이 결과로 이어진다.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선택을 강요당하는 건지도 모른다.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니까.

선택을 하면 반드시 결과가 따른다. 그 결과는 책임이라는 것도 업고 있다.
지금 나는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연민은 쉽게 지치는 법이다. 여기저기서 연민을 다 거둬들이고 다니면 답이 없다.
내가 안고 있는 연민꾸러미에서 어떤 걸 흘리고 다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계속 위로는 쌓는다.
연민이 쌓여 시야를 가리게 된다. 결국 스스로 해야 한다.
연민이 아니라, 우러나는 마음으로 움직여야 된다.
잠시 품어보는 연민이 아니라, 스스로의 보람을 위해 하는 게 낫다.

사람은 어쩔 수 없다.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가족을 가장 끔찍이 생각한다.
촌수도 없는 배우자, 나의 분신과 같은 부모님과 자녀,
핏줄이 이어진 가족들 등.
자신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면 끊임없이 할 수 있다.
내가 좋으니까.
결국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소리다.
한 번의 삶에서 원하는 것을 전부 이루지는 못해도, 그걸 하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언제부터인가 생각 구조 자체가 바뀐 나는 사람들을 돕는게 좋다.
그 무엇보다 즐겁다.
돕고 나서 보람찬 기분, 사람들의 칭찬과 고마움의 표시가 좋아서 그렇다.
지금도 내가 원하는 걸 하려고 한다.
바뀌었다고 하지만, 과거의 나 역시 나다.

"그만하세요! 이것도 폭행입니다!"
경찰은 내 팔을 거세게 당기지 않았다. 그냥 감싸고만 있었다. 그리고 눈으로 말했다. 더러워도 참으라고. 이러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거라고.
나는 천천히 팔을 내리면서도 씩씩거렸다. 나 역시 폭행을 저지른 순간이었다.
경찰이 나를 있는 힘껏 제압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건지 질책하는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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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은 알레스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욘 포세 지음, 정민영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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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는데 주인공은 욘 포세라는 작가였다. 노르웨이 출신의 작가라고 하는데 이 바닥에서는 꽤나 유명했다고들 하는데 독서력이 미천한 나같은 사람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작가여서 이 참에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게도 가까운 도서관에 욘 포세의 책이 몇 권 있길래 대출을 할 수 있었다. 대출한 책들 중에 이 책이 가장 얇아서 부담없이 이 책 부터 읽어보기로 선택하고 읽기 시작했다.

노르웨이의 피오르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서술되는데 책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비슷한 말이 쉴새없이 반복되고 일반적인 문장서술방식이 아닌 약간은 독특한 방식으로 텍스트가 쓰여있어서 처음 몇 페이지는 이게 무슨 내용인가 하면서 약간은 벙 찌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꾸역꾸역 읽어나가면서 내용과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글이 조금씩 제대로 읽히기 시작했다. 근데, 이렇게 좀 읽히는가 싶다가도 갑자기 뭔가 의식의 흐름을 내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글의 맥락을 놓치는 경우도 발생했던 거 같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본문을 다 읽고 나서 뒤에 있는 작품 해설과 작가 소개란에 나와있는 글과 배경지식들을 읽으면서 내가 꾸역꾸역 읽어나갔던 본문 내용들의 퍼즐이 하나씩 하나씩 맞춰진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 이 작품은 의식의 흐름이라는 것을 알고 글을 읽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간에 평이 상당히 상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의식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고 꿰어나가며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고차원적인 작가의 서술방식에 찬사를 보낼 수도 있겠으나, 그렇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작가가 지금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지 파악하는 것이 조금은 힘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내 경우에는 후자 쪽에 좀 더 가까웠던지라 본문을 꾸역꾸역 다 읽고나서 뒤에 나오는 작품해설과 작가 소개란에 나오는 설명을 참조하여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조금은 늦었던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꾸역꾸역 읽은 보람은 있었던게, 책 뒷면에 나오는 설명들을 참조해서 내가 읽었뎐 본문 이야기의 내용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기에 거기에 위안을 삼아 보려한다.

또한 단순히 본문 내용이 주는 메시지 뿐만 아니라 이 책에 나와있는 작가소개란을 통해 욘 포세라는 작가에 대한 다양한 배경들을 알게 되어서 동 작가의 다른 작품을 접할 때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것이 수월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거는 일종의 부산물 같은 느낌으로 얻어가는 거 같다.

작가 설명에 따르면 욘 포세의 작품은 모두 이래저래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데 예전에 읽어봤던 한국 작가들 중에서도 이와 비슷한 작가들이 있었던 기억이 있기에 흥미로웠다. 외국이나 우리나라나 작가들의 성향이 조금씩 다른듯 하면서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느끼게 만든 듯 하다.

욘 포세의 다른 작품도 읽어 보면서 이 사람의 생각에 대해 좀 더 알아갈 시간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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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0-09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 노벨상 수상자의 책을 벌써 완독하셨군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10-09 21:33   좋아요 1 | URL
아 이게 책이 굉장히 얇아서 비교적 금방 읽었습니다ㅎㅎ 책크기도 조그마한데 분량도 120쪽 정도 밖에 안되더라구요. 제가 읽었던 기존의 책들과는 약간 다른 느낌의 서술처럼 느껴져서 생소한 감도 없지않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느낌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저 사람은 알레스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욘 포세 지음, 정민영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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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흐름을 알 듯 하다가도 가끔씩 놓치는 느낌이 들어서 좀 난해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뒤에 나오는 작품 해설과 작가 소개란을 읽어보면서 내가 꾸역꾸역 읽었던 텍스트들이 전반적으로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가 서술하는 의식의 흐름은 결코 평범하지 않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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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세의 작품이 주로 다루는 것은 가족 관계와 세대 간의 관계를 통해 볼 수 있는 인생, 사랑과 죽음 같은 우리 삶의 보편적인 모습들이다. 그의 작품에는 너무나 평범해 보이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삶의 그림들이 단순한 구조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그림에는 많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며,
항상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버지, 어머니, 아이, 남자(남편), 여자(아내), 소년, 소녀 그리고 배경으로 이웃이 때때로 등장한다. 이들 대부분은 이름이 없으며 고유한 성격도 없다. 인물들은 항상 단순한 일반인이며, 그들의 관계는 한눈에 파악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평범함과 보편성을 통해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성찰하게 만든다. 포세가 만들어 내는 인간관계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이지만 그는 그 관계를 철저히 관찰하고 파악해 낸다. - P113

포세는 이렇게 말한다.

작가로서 내가 흥미를 갖는 것은 심리가 아니다. 나는 오히려 성격의 원형을 묘사한다. 나는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묘사하고 싶다. 정체성이 아니라 여러 관계들이 우리의 삶을 조종한다. (…) 내게 문제가 되는 것은 인물들이 서로에 맞서 어떻게 구성되는가, 그들이 그들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는가, 그들 사이에는 어떤 소리가 존재하는가다. - P114

포세의 작품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영역, 그 영역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움직인다. 그만큼 포세가 드러내는 현실은 때론 극단화되어 있기도 하지만 구체적이다. 굵은 윤곽으로 이루어진 담담한 그림, 그 사이의 여백에인간의 삶이 가진 구체적인 모습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현대인이 만들어 내는 의사소통 부재의 사회적 관계이기도 하며 인간 의식 속에 존재하는 무형의 원형질이기도 하다. - P114

포세의 인물들은 대부분 아웃사이더라 할 수 있다. 이들에게서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내면의 방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고독하고 고립된 상태에서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되어 있다. 특별한 사건은 드러나지 않으며 인물들은 자신의 삶자체를 깊이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독자는 사랑에 대한 그리움, 만남과 헤어짐, 상실의 경험, 불안, 죽음 그리고 자유에 대한 갈망과 같은 인생의 일면을 만난다. 포세가 그려 내는 이러한 삶의 모습은 누구나 겪고 생각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어 독자는 그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며 깊은감정이입의 순간을 경험한다. 그러나 포세의 이야기는 단순히 피상적이고 가벼운 삶의 단면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
본질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기에 이를 통해 독자가 만나는 삶의 성찰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 P115

"내가 쓰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 P115

각각의 텍스트가 드러내는 세밀한 세계는 그 고유성을 지니고 있어 독자는 유사한 주제를 다양한 측면에서 사유할 기회를 얻는다. - P115

나타내지 않고 감춤으로써 표현과 의미의 확장을 이루고자 하는 미니멀리즘 전략은 포세의 언어에서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해 있다. - P116

또한 중간에 자주 끊기는 문장, 반복되는 문장은 그의 언어적 특징에 속한다. 이 끊김과 반복의 리듬은 평이한 단문을 아름다운 시의 언어, 음악의 언어로 바꾸어 놓으며 침묵의 순간들은 내적인 빈자리를 형성한다. 이는 포세가 10대 시절, 거의 광적으로 빠져들었던 음악적 경험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P116

나는 일찍부터 아주 집중적으로 음악을 연주했다. 록밴드에서 그리고 그 밖에 고전음악을 바이올린과 기타로,
하루에 여섯 번 내지 일곱 번씩, 거의 병적이었다. 나는 형편없는 음악가였고, 열여섯 살 때 음악을 그만두었다.
(・・・) 언어 자체는 물론 음악이 아니다. 단어들은 그것들이 의미하는 바를 의미한다. 이야기가 있고 인물이 있다.
하지만 나는 글을 쓸 때 그에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대신 일종의 음악적 구조에 빠져든다. - P117

포세의 언어는 그가 성장한 곳이 피오르드 해안의 조용한 작은 마을이었다는 점과도 관련 있다. 그의 마을 사람들은말을 많이 하지 않았고 감정을 직접 표현하지 않았으며 그런 곳에서 성장한 것이 자신의 언어에 영향을 주었음을 포세는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인물들은 말해지지 않은것을 듣는다. 독자에게도 말해지지 않은 것이 들린다. 그 울림이 가슴을 채우는 충만의 순간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 P117

이 같은 포세의 고유한 언어는 소설로 보자면 숨 막힐 듯 팩빽한 과잉의 설명과 인위적 스토리텔링으로 가득한 현대소설에 새로운 소설 언어를 제시한 것이며, 희곡으로 보자면현란한 이미지와 물질성으로 가득 찬 현 시대 희곡의 흐름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언어 예술로서 희곡의 회복을 의미한다. - P118

포세의 성장 배경은 그의 언어뿐만 아니라 작품 배경에도 그대로 이입된다. 그의 많은 작품에 배경이 되는 곳은 피오르드의 자연이다. 바다와 해안, 외부와는 격리된 외딴집 그리고 여기에 긴 세월을 담고 있는 오래된 사물들이 존재한다. 다시 포세의 말을 들어 보자.

내가 쓰는 모든 것의 토대가 되는 것은 해변의 바에서 들려오는 소리, 가을의 어둠, 좁은 마을길을 걸어 내려가는 열두 살짜리 소년, 바람 그리고 피오르드를 울리는 장대비, 불빛이 새어 나오는 어둠 속의 외딴집, 어쩌면 자동차 한대가 지나간... 이러한 것들이다.

이렇듯 포세의 텍스트에 담겨 있는 공간은 인위적인 사회의 관습과 제도, 의무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 내는 억압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공간이다. 이 공간에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며 인물들은 자신의 근원적 존재에 대한 의미를 생각한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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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0-09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서재로 들어오니 스킨이 ㄷㄷㄷ 네 곧 쌀쌀해지고 크리스마스가 오겠지요 ㅎㅎㅎ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10-09 21:52   좋아요 1 | URL
랜덤스킨으로 해놨는데 이렇게 나오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