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책 제목에 있는 ‘희랍어‘ 라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져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인도유럽어족에 속한 언어로 그리스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언어‘라고 나온다. 아쉽게도 그리스에 가본 적이 없는 나로써는 당연히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그리스에 직접 가보는 것 까진 아니더라도《그리스인 조르바》같은 문학작품을 통해 간접 경험같은 건 그나마 좀 해볼 수 있을지 않을까 싶다.

괜한 잡설이 길었고, 책 속으로 들어가보자. 시작하는 문장에서 (개인적으로 독서력이 미천한 관계로 잘은 모르지만 이름만큼은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서 알고 있는) 보르헤스가 남긴 유언인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은 개개인의 관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로 해석과 추론이 가능해보인다. 실제로도 작가님과 다른 연구자의 해석이 사뭇 다른 것을 본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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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보니 저자가 보르헤스가 묻혀있는 도시인 제네바가 속한 나라인 스위스를 여행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저자는 보르헤스의 무덤을 보러 간 것은 아니었고 다른 멋지고 좋은 건축물과 풍경들을 보고 온 듯하다. 본문에는 저자가 방문했던 성聖 갈렌 도서관과 루체른 선착장에 대한 간략한 기록들이 나오는데,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그곳을 여행했던 사람들이 블로그에 올린 사진들을 일부 만나볼 수 있었다. 나도 짧게 소감을 남기자면 ‘스위스가 참 아름다운 나라구나, 기회가 된다면 가보면 참 좋겠다‘ 뭐 이 정도로 적어볼 수 있겠다. 좀 더 보태자면 사진을 통해 간접 경험만 했는데도 이 정도인데 실제로 직접 가서보면 어떤 느낌일지 감히 상상이 안된다.

다만 내가 블로그에서 본 사람들과는 달리 저자는 자신이 여행을 갔을 때 사진을 별도로 남기진 않았다고 한다. 그저 풍경은 자신의 눈동자에 기록하고, 소리와 냄새와 감촉들은 각각 귀와 코와 손에 새겨왔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갑자기 생뚱맞을 수도 있겠지만 문득 가수들의 공연이 생각났다. 무슨 축제나 콘서트 같은 걸 보다보면 가수들이 공연할 때 핸드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그렇게 촬영한 것을 다시 보면서 그때의 감동을 다시금 느끼기 위함이거나 혹은 내가 알지 못하는 또다른 어떤 이유들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위에서 저자가 그랬던 것과 비슷하게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보다는 현장 그 자체를 온 몸으로 오감을 동원해 느끼자는 주의라 카메라를 들기보다는 그 현장에서 소리도 지르고 점프도 하면서 가끔 운이 좋으면 공연하는 사람과 아이컨택도 하면서 그 순간을 즐기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글을 쓰다보니 내 방식이 맞고 촬영하는 것은 틀렸다는 식으로 오해를 살지도 모르겠다. 그런 건 아니니 오해는 안하셨으면 좋겠다, 그저 사람마다 자신이 우선하는 가치가 다르기에 여기서 이것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해서 행복하면 그만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든지 관계없이 그 순간을 최대한 자신의 방식대로 즐길 수 있다면 그러면 되는 것 같다.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라고 자신의 묘비명을 써달라고 보르헤스는 유언했다. 일본계 혼혈인 비서였던 아름답고 젊은 마리아 고타마에게. 그녀는 87세의 보르헤스와 결혼해 마지막 석 달을 함께 지냈다. 그가 소년 시절을 보냈으며 이제 묻히고 싶어했던 도시 제네바에서 그의 임종을 지켰다. - P7

한 연구자는 자신의 책에서 그 짧은 묘비명이 ‘서슬 퍼런 상징‘이라고 썼다. 보르헤스의 문학으로 들어가는 의미심장한 열쇠라고ㅡ기존의 문학적 리얼리티와 보르헤스 식 글쓰기 사이에 가로놓인 칼ㅡ믿었던 그와는 달리, 나는 그것을 지극히 조용하고 사적인 고백으로 받아들였다. - P7

그 한 줄의 문장은 고대 북구의 서사시에서 인용한 것이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한 침상에서 보낸 첫 밤이자 마지막 밤, 새벽이 올 때까지 두 사람 사이에 장검이 놓여 있었다. 그 서슬 퍼런 칼날이, 만년의 보르헤스와 세계 사이에 길게 가로놓였던 실명失明이 아니라면 무엇이었을까. - P8

스위스를 여행한 적이 있지만 제네바에는 들르지 않았다. 그의 무덤을 굳이 직접 보고 싶지 않았다. 대신 그가 보았다면 무한히 황홀해했을 성聖 갈렌의 도서관을 둘러보았고(천년 된 도서관의 마루를 보호하기 위해 관람객들에게 덧신게 했던 털슬리퍼의 까슬한 감촉이 떠오른다). 루체른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저물녘까지 얼음 덮인 알프스의 협곡 사이를 떠다녔다. - P8

어느 곳에서건 사진은 찍지 않았다. 풍경들은 오직 내 눈동자 속에만 기록되었다. 어차피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소리와 냄새와 감촉 들은 귀와 코와 얼굴과 손에 낱낱이 새겨졌다. 아직 세계와 나 사이에 칼이 없었으니, 그것으로 그때엔 충분했다. - P8

에모스, 에메테로스. 나의, 우리들의. - P10

소스, 휘메테로스. 너의, 너희들의. - P10

그것이 다시 왔어. - P12

그것에는 어떤 원인도, 전조도 없었다. - P12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 P13

잠이 부족해질수록 신경은 위태롭게 예민해졌고,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 때로 달궈진 쇠처럼 명치를 눌렀다. - P15

더이상 그녀는 언어로 생각하지 않았다. 언어 없이 움직였고 언어 없이 이해했다. 말을 배우기 전, 아니, 생명을 얻기 전 같은, 뭉클뭉클한 솜처럼 시간의 흐름을 빨아들이는 침묵이 안팎으로 그녀의 몸을 에워쌌다. - P16

비블리오떼끄 - P17

공포는 아직 희미했다. 고통은 침묵의 뱃속에서 뜨거운 회로를 드러내기 전에 망설이고 있었다. 철자와 음운, 헐거운 의미가 만나는 곳에 희열과 죄가 함께, 폭약의 심지처럼 천천히 타들어가고 있었다. - P17

고대 희랍어에 수동태와 능동태 말고 제3의 태가 있다 - P18

우리가 중간태라고 부르는 이 태는 주어에 재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표현합니다. - P18

이십 년 만에 다시 온 침묵은 예전처럼 따스하지도, 농밀하지도, 밝지도 않다. 처음의 침묵이 출생 이전의 그것에 가까웠다면, 이번의 침묵은 마치 죽은 뒤의 것 같다. 예전에는 물속에서 어른어른한 물 밖의 세계를 바라보았다면, 이제는 딱딱한 벽과 땅을 타고 다니는 그림자가 되어 거대한 수조에 담긴 삶을 바깥에서 들여다보는것 같다. 모든 언어가 낱낱이 들리고 읽히는데, 입술을 열어 소리를 낼 수 없다. 육체를 잃은 그림자처럼, 죽은 나무의 텅 빈 속처럼, 운석과 운석 사이의 어두운 공간처럼 차고 희박한 침묵이다. - P19

이십 년 전, 모국어가 아닌 낯선 외국어가 침묵을 깨뜨리리라고 그녀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지금 그녀가 이 사설 아카데미에서 고대 희랍어를 배우는 것은, 이번에는 자신의 의지로 언어를 되찾고 싶기 때문이다. - P19

함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원서로 읽기를 원하는 플라톤과 호메로스와 헤로도투스, 속화된 헬라어로 쓰인 후대의 문헌들에 그녀는 거의 무관심하다. 더 낯선 문자를 쓰는 버마어나 산스크리트어 강좌가 개설되어 있었다면 주저없이 그것들을 들었을 것이다. - P19

......예를 들어 ‘사다‘ 라는 의미를 가진 동사에 중간태를 쓰면, 무엇을 사서 결국 내가 가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랑하다‘라는 동사에 중간태를 쓰면, 무엇인가를 사랑해서 그것이 나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 됩니다. - P19

이렇게 규칙이 까다로운 언어를 그녀는 접해보지 못했다. 동사들은 주어의 격과 성과 수에 따라, 여러 단계를 가진 시제에 따라, 세 가지 태에 따라 일일이 형태를 바꾼다. 놀랍도록 정교하고 면밀한 규칙 덕분에 오히려 문장들은 간명하다. 주어를 굳이 쓸 필요도 없다. 어순을 지킬 필요조차 없다. - P20

팔 년 전에 그녀가 낳은, 이제 더이상 키울 수 없게 된 아이가 처음 말을 배울 무렵, 그녀는 인간의 모든 언어가 압축된 하나의 단어를 꿈꾼 적이 있었다. 등이 흠뻑 젖을 만큼 생생한 악몽이었다. 어마어마한 밀도와 중력으로 단단히 뭉쳐진 단 한 단어. 누군가 입을 열어 그것을 발음하는 순간, 태초의 물질처럼 폭발하며 팽창할 언어. 잠투정이 심한 아이를 재우다 설핏 잠들 때마다.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그 언어의 결정結晶이 그녀의 더운 심장에, 꿈틀거리는 심실들 가운데 차디찬 폭약처럼 장전되는 꿈을 꾸었다. - P20

심장에 장전된 차디찬 폭약을 향해 타들어가던 불꽃은 없다. 더이상 피가 흐르지 않는 혈관의 내부처럼, 작동을 멈춘 승강기의 통로처럼 그녀의 입술 안쪽은 텅 비어 있다. - P23

하지만 너무 끔찍한 길이었어.
혀와 목구멍보다 깊은 곳에서 그녀는 중얼거린다. - P23

‘세상은 환幻이고, 산다는 것은 꿈꾸는 것입니다‘ _보르헤스 - P26

그 꿈이 어떻게 이토록 생생한가. 피가 흐르고 뜨거운 눈물이 솟는가. - P27

μὴ αἴτει οὐδὲν αὐτόν.
아무것도 그에게 묻지 마시오. - P28

μὴ ἄλλως ποιήσης.
다른 방법으로 하지 마시오. - P28

섣부른 안과수술은 오히려 실명을 앞당길 뿐 - P35

강한 빛이 해롭다는 것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지만, 조심하는 편이 현명하다 - P35

태양광선이 강한 낮에는 선글라스를 끼고, 밤에는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지내라고 - P36

나중에.
...(중략)...
완전히 모든 걸 못 보게 되기 직전에. - P36

우리는 강물을 바라보았습니다.
오직 그것만이 허락된 것처럼. - P36

이십 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갔지만, 그 순간의 어떤 것도 내 기억속에선 흐려지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뿐 아니라, 당신과의 가장 끔찍했던 순간들까지 낱낱이 살아 꿈틀거립니다. - P37

나를 용서하겠습니까.
용서할 수 없다면, 내가 용서를 구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겠습니까. - P37

동기가 어떻든, 희랍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얼마간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걸음걸이와 말의 속력이 대체로 느리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아마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일 테지요). 오래전에 죽은 말, 구어口語로 소통할 수 없는 말이라서일까요. 침묵과 수줍은 망설임, 덤덤하게 반응하는 웃음으로 강의실의 공기는 서서히 덥혀지고, 서서히 식어갑니다. - P40

그런 바보 같은 논증 따위에 매력을 느낀다면, 어느 날 갑자기 너 자신이 성립 불가능한 오류가 되어버리고 말걸. - P43

인간의 모든 고통과 후회, 집착과 슬픔과 나약함 들을 참과 거짓의 성근 그물코 사이로 빠져나가게 한 뒤 사금 한줌 같은 명제를 건져올리는 논증의 과정에는 늘 위태하고 석연찮은 데가 있기 마련입니다. - P44

대담하게 오류들을 내던지며 한 발 한 발 좁다란 평균대 위를 나아가는 동안, 스스로 묻고 답한 명철한 문장들의 그물 사이로 시퍼런 물 같은 침묵이 일렁이는 것을 봅니다. 그러나 계속 묻고 답합니다. - P44

두 눈은 침묵 속에 시시각각 물처럼 차오르는 시퍼런 정적속에 담가둔 채, 나는 당신에게 왜 그토록 어리석은 연인이었을까요. 당신에 대한 사랑은 어리석지 않았으나 내가 어리석었으므로, 그 어리석음이 사랑까지 어리석은 것으로 만든 걸까요. 나는 그만큼 어리석지는 않았지만, 사랑의 어리석은 속성이 내 어리석음을 일깨워 마침내 모든 것을 부숴버린 걸까요. - P44

τὴν ἀμαθίαν καταλυεται ή άληθεία.

진실이 어리석음을 파괴한다는 중간태의 희랍어 문장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진실이 어리석음을 파괴할 때, 진실 역시 어리석음에게서 영향을 받아 변화할까요. 마찬가지로 어리석음이 진실을 파괴할 때, 어리석음에도 균열이 생겨 함께 부서질까요. 내 어리석음이 사랑을 파괴했을 때, 그렇게 내 어리석음 역시 함께 부서졌다고 말하면 당신은 궤변이라고 말하겠습니까. - P44

목소리. 당신의 목소리. 지난 이십 년 가까이 잊은 적 없는 소리. 내가 아직 그 목소리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면, 당신은 다시 내 얼굴에 그 단단한 주먹을 날리겠습니까. - P45

사랑에 빠지는 것은 귀신에 홀리는 일과 비슷하다 - P45

겨울 밤 창문 틈을 할퀴며 들어오는 바람 소리. 실톱이 쇠 위에서 소리치고 유리창이 갈라지는 소리. 당신의 목소리. - P48

어리석음이 그 시절을 파괴하며 자신 역시 파괴되었으므로, 이제 나는 알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정말 함께 살게 되었다면, 내 눈이 멀게 된 뒤 당신의 목소리는 필요하지 않았을 겁니다. 보이는 세계가 서서히 썰물처럼 밀려가 사라지는 동안, 우리의 침묵 역시 서서히 온전해졌을 겁니다. - P48

다만 그리웠을 뿐입니다. 내 곁에 앉아 있지 않은 당신의 손등이. 연한 갈색 피부 위로 부풀어오른 검푸른 정맥들이. - P48

멈추시오.
παῦε.
나에게 물어보시오.
αἴτει με.
다른 방법으로 하시오.
ἄλλως ποιήσης. - P50

멈추지 마시오.
μὴ παῦε.
아무것도 나에게 묻지 마시오.
μὴαἴτει μηδέν με.
결코 다른 방법으로 하지 마시오.
μὴ αἴτει οὐδὲν αὐτόν. - P50

누구나 꼭 자신의 몸의 부피만큼 물리적인 공간을 점유할 수 있지만, 목소리는 훨씬 넓게 퍼진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넓게 퍼뜨리고 싶지 않았다. - P51

하마터면 넌 못 태어날 뻔했지.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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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9-10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랍이란 말은 음역인데 주로 한자음을 가지고 외국어를 표기하는 방법이지요.그리스를 중국인들이 비슷한 중국어로 대체한것이 희랍인데 같은 한자리도 중국어와 한국어의 발음이 다르니 이상하게 들리는거지요.대부분의 음을 표기가능한 한글과 달리 발음갯수가 적은 한자를 써야만 하는 중국어와 일본어는 힘들지요.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우리도 이제 구닥따리 음역어인 희랍대신에 그리스를 쓰는것이 맞을것 같습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5-09-10 18:17   좋아요 0 | URL
아 희랍이라는 말에 이런 내력이 있었군요. 카스피 님 덕분에 하나 배웠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초반부에 나오는 이 책의 화자는 아내가 있는 어떤 남편이다. 지금 초반부만 몇 페이지 읽어봤는데, 뭔가 아내라는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뭐랄까, 다소 무미건조하고 어두침침하고 우울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결혼 생활을 하며 살아가던 어느 날 새벽 아내는 갑자기 냉장고에 있던 반찬통을 다 뒤집고 각종 고기나 생선 등이 들어간 반찬들을 바닥에 흩뿌려놓는다. 이를 발견한 남편이 놀라서 아내에게 왜 그랬냐고 묻자 아내는 ˝꿈을 꿨어˝라는 말만 되풀이하는데, 여기 자세한 꿈 내용까지 다 적을 순 없지만 읽어보면 정말 괴상한 꿈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 분위기가 참 묘하게 흘러간다.

아무튼 이 괴상한(?) 꿈을 꾼 이후로 아내는 남편에게 고기반찬이 일절 없는 채식만을 차려주게 된다. 소설 초반부에 이 책의 제목이 왜 ‘채식주의자‘ 인지를 머릿속에 또렷하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이후의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뭐 굳이 예상을 해보자면 이와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나오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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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지는 내용을 읽으면서 어느정도 예상됐던 에피소드들이지만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까지 채식을 하는 건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특별히 후반부로 갈수록 섬뜩해지는 장면들을 보면서 나같은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읽은 다른 분들의 후기가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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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읽다보니 채식주의자가 된 영혜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었다. 영혜의 언니가 화자가 되어 얘기하는 ‘나무 불꽃‘ 이라는 챕터를 읽다보면 정신병원에 있는 영혜를 만나러가는 영혜의 언니를 볼 수 있는데, 그녀가 영혜에 관해 하는 얘기 중에 어릴적 아버지로부터 손찌검을 유독 많이 당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온순하지만 고지식한 성격탓에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지 못했던 영혜는 다른 눈찌빠른 자식들과는 달리 아버지에게 맞으면서 성장해왔던 것이다.

이 부분을 보면서 어릴 때 형성되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가 그 아이의 성장에 정말로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소설 속에서는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영혜의 이상행동을 그나마 이해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이 세상을 살다보면 단순히 물리적 폭력만이 아니라, 언어 폭력 또는 기타 이유들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반복적으로 쌓이고 쌓여 트라우마가 되는 경우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다양한 인간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다보니 서로 간에 의견이 대립되거나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경우가 생기면 그런 관계들 속에서 안좋은 부산물들이 생겨날 수 있는데, 참으로 명확하게 해결하기 힘든 문제인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서로간에 존중이 있어야 이러한 문제가 안 생길거라고 생각하지만, 설령 내가 상대방을 존중했음에도 그 상대방이 내 의도와는 관계없이 계속 무례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이것은 지속하기 힘든 관계가 되어버리는 것이기에 이 경우 상대방을 먼저 존중한 쪽에서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살면서 상처 하나도 안받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식으로 되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가급적이면 서로 안 받아도 될 상처는 굳이 안 받는 게 가장 바람직한 것 아니겠는가 싶다. 그 상처의 크기가 크든 작든 관계없이 그것으로 인해 파생되는 안좋은 영향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주저리주저리 말이 길었는데 정말 좋은 사람 만나는 것도 복이라면 복인 듯하다.

내 얼굴이, 눈빛이.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분명 내 얼굴이었어. 아니야, 거꾸로, 수없이 봤던 얼굴 같은데, 내 얼굴이 아니었어. 설명할 수 없어.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생생하고 이상한, 끔찍하게 이상한 느낌을. - P21

"뭐야. 그래서, 그 꿈나부랭이 때문에 고기를 다 버렸다는 거야? 도대체 얼마어치를?" - P21

"냉장고에 그것들을 놔둘 수 없어. 참을 수가 없어." - P22

봄이 올 때까지 아내는 변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풀만 먹게 되긴 했지만 나는 더이상 불평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 철두철미하게 변하면 다른 한 사람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25

나는 알고 있었다. 아내가 여위는 건 채식 때문이 아니었다. 꿈 때문이었다. 아니, 사실상 그녀는 잠도 거의 자지 않았다. - P25

내가 들어가보지 못한, 알 길 없는, 알고 싶지 않은 꿈과 고통 속에서 그녀는 계속 야위어갔다. - P28

나는 모든 것이 의미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어떤 분노와 설득도 그녀를 움직일 수 없었다. 내 손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 P39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여위는거지. 이젠 더이상 둥글지도 않아. 왜지. 왜 나는 이렇게 말라가는 거지.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거지. - P51

손목은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아픈 건 가슴이야. 뭔가가 명치에 걸려 있어. 그게 뭔지 몰라. 언제나 그게 거기 멈춰 있어. 이젠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도 덩어리가 느껴져. 아무리 길게 숨을 내쉬어도 가슴이 시원하지 않아. - P72

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뭉쳐져, 거기 박혀 있어. 고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그 목숨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걸려 있는 거야. 틀림없어.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들만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거야. - P72

한번만, 단 한번만 크게 소리치고 싶어. 캄캄한 창밖으로 달려나가고 싶어. 그러면 이 덩어리가 몸 밖으로 뛰쳐나갈까. 그럴 수 있을까. - P72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쉬게 할 수 없어. - P72

한가지 사실만은 분명했다. 이런 일은 나에게 일어나선 안 되었다. - P73

결국은 자신이 그것을 실현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 P82

그가 꿈꾸는 것을, 대체 어떻게 다른 누군가가 대신 끄집어내줄 수 있겠는가. - P82

그는 오랫동안 해답을 찾아왔다. 어떻게 이 이미지로부터 달아날 수 있을 것인가를. 그러나 이것이 아니면 안 되었다. 이것만큼 강렬하고 매혹적인 어떤 이미지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이 아니라면 어떤 작업도 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전시와 영화, 공연 따위가 시시하게 느껴졌다. 오로지 이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 P87

그 이미지만 아니었다면 이 모든 조바심, 불편함, 불안, 고통스러운 의심과 자기검열을 겪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 P88

그것들을 다룰 수 있었을 때 그는 충분히 그것들을 미워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혹은, 충분히 그것들로부터 위협당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 P98

십여년 동안 자신이 해온 모든 작업이 조용히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것은 더이상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가 알았던, 혹은 안다고 믿었던 어떤 사람의 것이었다. - P99

부끄럽거나 당황해서가 아니라, 으레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해야 하니까, 라는 듯 담담한 태도였다. - P106

그제야 그는 그녀의 표정이 마치 수도승처럼 담담하다는 것을 알았다. 지나치게 담담해, 대체 얼마나 지독한 것들이 삭혀지거나 앙금으로 가라앉고 난 뒤의 표면인가, 하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하는 시선이었다. - P110

방법은 하나뿐인지도 모른다. 이 지옥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 욕망을 실현하는 것뿐인지도 모른다. - P112

드러내지 않을 뿐, M에게도 욕망이 있을 것이고 그에 따른 번민이 있을 것이다. - P116

무언가 근원을 건드리는, 계속해서 수십만 볼트의 전류에 감전되는 듯한 감동이었다. - P122

그녀는 놀라울 만큼 호기심이 없었고, 그 덕분에 어느 상황에서도 평정을 지킬 수 있는 것 같았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탐색도 없었으며, 당연할 법한 감정의 표현도 없었다. 그저 자신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녀의 내면에서는 아주 끔찍한 것,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어, 단지 그것과 일상을 병행한다는 것만으로 힘에 부친 것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일상에서는 호기심을 갖거나 탐색하거나 일일이 반응할 만한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은 건지도 몰랐다. 그런 짐작을 하게 되는 것은, 이따금 그녀의 눈이 단지 수동적이거나 백치스러운 담담함이 아니라 어떤 격렬함을, 동시에 그것을 자제하는 힘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P125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따뜻한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추운 병아리처럼 몸을 웅크린 채 자신의 발치를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그 자세는 연민을 불러일으키기보다,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할 만큼 단단한 고독을 음영처럼 드러내고 있었다. - P126

그는 자신이 어떤 경계에 와 있음을 알았다. 그러나 멈출 수 없었다. 아니, 멈추고 싶지 않았다. - P139

나는 어두웠다,라고 그는 느낄 때가 있었다. 그는 어두웠다. 어두운 곳에 그가 있었다. 그가 이즈음 경험하는 색채들이 부재했던 그 흑백의 세계는 아름다웠고 고즈넉했으나, 그로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 잠잠한 평화가 주는 행복을 그는 영원히 잃은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상실감 따위를 느낄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의 격렬한 세계가 주는 자극과 고통을 견디기에만도 그의 에너지는 벅찼다. - P147

"정말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고 싶었던 적이 없었어. 그 사람 몸에 뒤덮인 꽃이요...... 그게 날 못 견디게 했던 거야. 그것뿐이에요." - P158

그는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그것이 추억 때문인지, 우정때문인지, 아니면 이제 곧 그가 넘으려는 경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잘 알 수 없었다. - P165

"고기만 안 먹으면 그 얼굴들이 나타나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 P172

"그러니까...... 이제 알겠어요. 그게 내 뱃속 얼굴이라는 걸. 뱃속에서부터 올라온 얼굴이라는 걸." - P172

"이제 무섭지 않아요. ・・・・・・ 무서워하지 않을 거예요." - P172

폭우에 잠긴 숲은 포효를 참는 거대한 짐승 같다. - P182

언니, 내가 물구나무서 있는데, 내 몸에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 땅속으로 파고들었어. 끝없이, 끝없이...... 응,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 - P186

.....이제 괜찮아. 그녀는 낮게 중얼거렸는데, 그것이 아이를 달래려는 것이었는지, 자신을 위한 것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 P187

그냥 저런 걸 넣게 돼. 넣고 나면 마음이 편해져. - P191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는데, 그녀가 간절히 쉬게 해주고 싶었던 사람은 그가 아니라 그녀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열아홉살에 집을 떠난 뒤 누구의 힘도 빌지 않고 서울생활을 헤쳐나온 자신의 뒷모습을, 지친 그를 통해 그저 비춰보았던 것뿐 아닐까. - P193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그런 순간에, 이따금 그녀는 자신에게 묻는다.
언제부터 이 모든 일들이 시작되었을까. 아니, 무너지기 시작했을까. - P198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 P203

그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의사에게 표했던 재발에 대한 우려는 단지 표면적인 이유이며, 영혜를 가까이 둔다는 사실 자체가 불가능하게 느껴졌다는 것을. 그애가 상기시키는 모든 것을 견딜 수 없었다는 것을. 사실은, 그애를 은밀히 미워했다는 것을. 이 진창의 삶을 그녀에게 남겨두고 혼자서 경계 저편으로 건너간 동생의 정신을, 그 무책임을 용서할 수 없었다는 것을. - P208

입술을 단단히 다문 채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약한 마음 먹지 마. 어차피 네가 지고 갈 수 없는 짐이야. 아무도 너를 비난하지 않아. 이만큼 버티는 것도 잘하고 있는 거야. - P210

난 몰랐거든, 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게 됐어.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봐, 저거 봐, 놀랍지 않아? - P216

정말 금방이야. 조금만 기다려, 언니. - P224

동생의 굳은 어깨를 흔들고, 억지로 입을 벌리고 싶은 충동을 그녀는 억누른다. 고막이 찢어지게 영혜의 귀에 대고 고함을 지르고 싶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죽고 싶니. 정말 죽고 싶어? 자신의 안에서 뜨거운 거품처럼 끓어오르는 분노를 그녀는 망연히 들여다본다. - P226

사람들이, 자꾸만 먹으라고 해.....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여. 지난번에 먹구선 토했다구...... 어젠 먹자마자 잠자는 주사를 놨어. 언니, 나 그 주사 싫어, 정말 싫어…………… 내보내줘. 나, 여기 있기 싫어. - P228

.....언니도 똑같구나.
그게 무슨 소리야. 난……
아무도 날 이해 못해... 의사도, 간호사도, 다 똑같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약만 주고, 주사를 찌르는 거지. - P229

......왜, 죽으면 안 되는 거야? - P229

이제 그녀는 안다. 그때 맏딸로서 실천했던 자신의 성실함은 조숙함이 아니라 비겁함이었다는 것을. 다만 생존의 한 방식이었을 뿐임을. - P231

막을 수 없었을까. 영혜의 뼛속에 아무도 짐작 못할 것들이 스며드는 것을.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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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시에 나온 표현 또는 문장들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며 그 의미를 생각해보면 좋을 듯하다.

처음 밑줄친 문장은 무언가 소중한 것이 계속해서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 같은데, 예를 들어 우리가 크게 의식하지 않고 지나치기 쉬운 시간의 중요성 같은 게 떠올랐다. 이러한 생각은 지극히 독자인 나의 주관적인 해석이기에 읽는 사람이 처한 상황이나 배경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뒤이어서 밑줄친 부분에서는 무언가를 잊지 않으려는 듯한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내가 저자의 머릿속에 들어가보지 않았기에 정확히 무엇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무언가를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그 의지‘만큼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어서 ‘마크 로스코‘라는 인물이 갑자기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시집을 통해 처음 듣게 된 이름이라 생소하게 느껴졌다. 알라딘 검색창에 검색해보니 관련된 책이 몇 권 나왔고 예술가로 나름대로 이름을 남겼던 사람으로 보였다. 한강 작가님의 책을 통해 생각지도 못했던 한 예술가에 대한 호기심이 모락모락 피어나기 시작했다. 추후에 한 번 관련 책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시집에 나온 말처럼 ‘마크 로스코‘와 한강 작가님은 아무 관계가 없다. 한강 작가님이 태어나기 전에 이미 마크 로스코는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관계를 이어만들면 또 없던 관계가 생겨나기도 하는 것 같다. 마크 로스코가 사망한 날은 한강 작가님의 생일과 약 9달 정도가 차이난다. 이미 눈치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이 정도의 기간은 아이를 임신하기 시작해서 출산하는 데 걸리는 기간과 거의 비슷하다. 작가님은 이 점에 착안하여 시를 한 편 남겼는데, 이 시를 통해 전혀 연결점이 없을 것만 같던 관계라도 그럴싸한 스토리를 잘 만든다면 없던 관계도 있는 관계로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최근 이정모 저자의《찬란한 멸종》이라는 책을 함께 읽고 있는데, 그 책에서 생명이라는 것은 죽음과 탄생을 반복한다는 얘기를 읽은 기억이 났다. 갑자기 생뚱맞아 보일수도 있지만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마크 로스코가 사망한 뒤 지구 반대편에서 한강 작가님이 새롭게 이 세상에 태어나는 스토리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세상의 모든 삶과 죽음을 다 알 수야 없지만 지금도 이 세상 어딘가에선 어떤 생명이 죽기도 할 것이고 또 다른 곳에선 새 생명이 태어나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이 세상에서 생명이라는 건 끊임없이 죽음과 탄생을 반복한다는 속성이 있는데, 오늘 읽은 시를 통해 이 속성을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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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는 어떤 고난과 역경도 나를 파괴시키지 못한다는 화자의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표현이 나온다. 그냥 단순히 내가 적은 것 같은 딱딱한 문장보다는 시의 화자가 표현한 문장이 뭔가 의지의 강도가 굳세다는 것을 훨씬 더 잘 느끼게 해준다. 어쩌면 이런 게 시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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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밑줄친 문구들도 독자인 내가 한 줄 한 줄 곱씹어보며 읽어내려간 것들인데, 의미심장한 문구들을 보면서 시의 묘미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 P11

다시는
이제 다시는 - P13

희미해지려는 마음은
그러나 무엇도 희미하게 만들지 않고 - P14

마크 로스코와 나는 아무 관계가 없다 - P16

신기한 일이 아니라
쓸쓸한 일 - P17

죽음과 생명 사이,
벌어진 틈 같은 2월 - P17

이렇게 멎는다
기억이
예감이
나침반이
내가
나라는 것도 - P19

어둠과 빛
사이 - P20

어떤 소리도
광선도 닿지 않는
심해의 밤
천년 전에 폭발한
성운 곁의
오랜 저녁 - P20

어떤 마술도
비법도 없어요

단지 어떤 것도 날
다 파괴하지 못한 것뿐 - P23

어떤 지옥도
욕설과
무덤
저 더럽게 차가운
진눈깨비도, 칼날 같은
우박 조각들도
최후의 나를 짓부수지 못한 것뿐 - P23

언제나 나무는 내 곁에

하늘과

나를 이어주며 - P24

내가 바라보기 전에

나를 바라보고 - P25

나는 지금
피지 않아도 좋은 꽃봉오리거나
이미 꽃잎 진
꽃대궁
이렇게 한 계절 흘러가도 좋다 - P26

이렇게 한 계절
더 피 흘려도 좋다 - P27

아니,
나는 삼켜지지 않아. - P28

이 운명의 체스판을
오래 끌 거야,
해가 지고 밤이 검고
검어져 다시
푸르러질 때까지 - P28

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
알 수 없었어, 더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니 - P37

거리 한가운데에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
그렇게 다시 깨어났어. 내 가슴에서 생명은 - P37

이제부터 네 삶은 덤이라고 - P38

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
무엇에게도 - P42

어두워지기 전에
그 말을 들었다.

어두워질 거라고.
더 어두워질 거라고. - P43

(두려웠다.)
두렵지 않았다. - P43

(괜찮아, 이렇게 좀더 있자.) - P44

해부극장 : 16세기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해부학자 안드레아 베살리우스의 책. 수년간의 급진적 해부 연구 끝에 인간의 뼈와 장기, 근육 등 정교한 세부를 목판에 새겨 제작했다. 독특한 구도의 해골 그림들이 실려 있다. - P45

그걸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다.

견딜 수 없다, 내가 - P46

진심이야.

후회하고 있어.

이제는 아무것도 믿고 있지 않아. - P47

검푸른 뢴트겐 사진에 담긴 나는
그리 키가 크지 않은 해골 - P49

무심코 잊었어, 어쩌다 - P52

그 영혼의 주파수에 맞출
내 영혼이 부서졌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 - P56

그렇게 부서지고도
나는 살아 있고 - P56

(하지만 상관없어. 네가 찌르든 부숴뜨리든) - P63

유리창,
얼음의 종이를 통과해
조용한 저녁이 흘러든다 - P65

유리창,
침묵하는 얼음의 백지 - P65

입술을 열었다가 나는
단단한 밀봉을
배운다 - P66

나무들은 내가 지나간 것을 모를 것이다 지금 내가 그중 단 한 그루의 생김새도 떠올릴 수 없는 것처럼 그 잎사귀 한 장 몸 뒤집는 것 보지 못한 것처럼 - P69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밤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찾아온 것은 아침이었다 - P70

하지만 곧
너도 알게 되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억하는 일뿐이란 걸 - P73

저 번쩍이는 거대한 흐름과
시간과
成長,
집요하게 사라지고
새로 태어나는 것들 앞에
우리가 함께 있었다는 걸 - P73

괜찮아
아직 바다는 오지 않으니까
우리를 쓸어 가기 전까지
우린 이렇게 나란히 서 있을 테니까 - P74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 P76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 P76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 P77

집념도 오기도 투지도
어떤 치열함과 처연한
인내도
사나이를 서안으로 데려다주지 못한다 - P79

내가 가장 처절하게 인생과 육박전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헐떡이며 클린치한 것은 허깨비였다 허깨비도 구슬땀을 흘렸다 내 눈두덩에, 뱃가죽에 푸른 멍을 들였다 - P81

그러나 이제 처음 인생의 한 소맷자락과 잠시 악수했을 때, 그 악력만으로 내 손뼈는 바스러졌다 - P81

오늘은

목소리를 열지 않았습니다.

벽에 비친 희미한 빛

또는 그림자

그런 무엇이 되었다고 믿어져서요. - P84

죽는다는 건

마침내 사물이 되는 기막힌 일

그게 왜 고통인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 P84

잊지 않았다

내가 가진 모든 생생한 건
부스러질 것들 - P85

알고 있니. 모든 가혹함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가혹해.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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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참 별의 별 사람을 다 보게 된다. 물론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결코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내가 어떤 악의없이 한 말에도 무작정 목소리 톤을 높이며 성질을 내거나 혹은 짜증부터 내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런 사람들은 도대체 왜 저런 신경질적인 반응을 자꾸 보일까 생각해봤던 적이 있었는데 오늘 밑줄친 첫 문장에서 어느정도 그 답을 찾은 듯하다. 그들은 겉으로는 센 척하지만 그 내면은 그 누구보다도 단단하지 못한 거라는 저자의 말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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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본론에서 가장 먼저 나온 소제목은 바로 ‘무례한 사람을 이기는 확실한 방법‘ 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본문에 나온 스토리를 자세히 얘기할 순 없지만, 그냥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선 넘는 말을 하는 사람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핵심은 그 상황이 발생한 그 순간 바로 확실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선 넘는 말을 했던 상대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아예 없었던 일처럼 뭉개버리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위기를 마주해도 내면의 힘이 약한 사람은 금방 속내를 드러내 보이며 위태로운 감정을 숨길 수 없지만,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오히려 차분하고 이성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 P3

내면의 성장은 조그마한 소형선박이 보완에 보완을 거쳐 대형선박으로 거듭나는 것과 같습니다. - P3

풍랑에 이리저리 휩쓸리다 보면 배가 덜 흔들리게끔 보완해야 할 곳이 어딘지 하나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잔잔한 바다를 항해할 때는 전혀 몰랐던 자신의 약점들을 풍랑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사람은 위기를 겪으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됩니다. - P4

‘말‘이라는 속성은 글과 달라서 순식간에 공기 중으로 증발해 버리기 때문에 그 상황을 지나쳐버리면 증거조차 남지 않는다. 결국 남는 건 피해자의 분노와 상처뿐이다. - P13

무례한 사람을 대처하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팁은 ‘현행범으로 검거‘하는 거다. 상대가 무례한 말을 내뱉는 순간 곧장 대응사격을 해야 현행범으로 잡을 수 있다. - P13

"방금 한 말은 상당히 무례하신 것 같은데요?" - P14

화려한 언변이 없어도 이 한마디면 충분하다. 누가 봐도 무례한 상황에서 무례하다고 정의하는 거니 반론할 수도 없다. 만약 상대가 안하무인으로 "그게 뭐가 무례하냐."라고 나온다면 그냥 말없이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 된다. 백 마디 욕보다, 이렇게 단호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한다면 도리어 무례한 사람 입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누가 봐도 상대가 이상한 거고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 된 거니까. 이렇게 상대의 이미지가 실축된 현장에서 주변에 관중까지 있어 준다면 더 나이스한 완승이다. - P14

타이밍을 한번 놓치면 사과받기 더 어려워지고 한번 선을 넘어 봤는데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걸 보면 상대에게 이미 만만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다음번에도 타깃이 될 확률이 높다. - P15

무례한 상대가 어려운 상사라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까 봐 대응사격을 하지 못한다면 사태는 갈수록 점점 더 심각해진다.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은 이런 지속적인 괴롭힘에는 먹히지 않는 이야기다. - P15

만약 순간적인 대처능력과 말발이 없어 받아치는게 어렵다면 "방금 한 말은 상당히 무례하신 것 같은데요?" 같은 준비된 멘트 하나만 가슴속에 장전해 놓고 살자. 누구나 자기 자신을 지키는 공포탄 한 발 정도는 지니고 살아야 한다. - P15

무례한 사람들은 자기방어용 공포탄을 지닌 사람을 귀신같이 알아보고 피해 가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발 뻗을 수 있는 곳을 본능적으로 안다. - P16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신 있게 행동하면 친절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사람이 된다. - P34

누군가 나에게 선을 넘으려할 때 명확한 이유를 들어 거절한다면 상대방은 "이 사람은 결재 시스템을 거쳐야 되는구나"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게 된다. 그 뒤로는 신중하게 생각한 다음에 부탁을 하게 되고 부탁을 들어준다면 더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 P35

만약 지금 내 주변에 곤란한 부탁들을 자주 해오거나, 나의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무례한 사람들이 많다면 주변을 탓하기 전에 내가 나라는 존재에게 어떤 대접을 하고 있는지부터 체크해 봐야 한다. - P37

"내가 나라는 존재에게 어떤 대접을 하고 있는지 상대방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나에게 똑같이 행동한다" - P37

자신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이미지가 캐릭터화되면 엄청난 혜택이 따라온다. - P43

이왕 가기로 마음먹은 거 확실하게 놀았다. - P47

나는 그들의 험담에 동조하는 대신 침묵을 택했고 험담이 내뿜는 부정적인 파동 에너지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재빨리 한 귀로 흘려보냈다. - P49

사람들은 본인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지도 모른 채 미움과 증오를 쉽게 가슴에 품는다. 미움이라는 감정을 품는 건 뜨거운 불덩이를 삼키는 행위와도 같다. 미운 사람이 하는 모든 행동은 나를 거슬리게 하고 분노하게 만들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불덩이가 되어 내 속을 새까맣게 태운다. - P50

분노에 휩싸인 인간은 자기 스스로 자신을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 P50

철천지 원수가 아닌 이상, 미움이라는 감정을 엔간하면 품지 말자는 게 요즘 내 삶의 신조다. 원수를 위해서? 오로지 나를 위해서! - P51

내가 사는 현실세계에서 만나는 다양한 유형의 진상들을 캐릭터화하고 애정을 담아서 보다 보면 심지어 가끔은 귀여울 때도 있다. - P53

도통 자신의 속내를 보여 주지 않고 음흉한 사람은 입이 무거워 비밀을 비교적 잘 지켜 준다는 장점이 있고, 입이 가벼워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는 사람은 엄청난 정보를 종종 가져다줄 때가 있다. - P53

쪼잔하고 잘 삐치는 사람은 그만큼 감정선이 세심해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기분을 살피고 보듬을 줄 알고, 무심해서 내 기분은 잘 모르지만 굵직굵직한 선을 가진 사람들은 가끔 규모가 큰 실리적인 도움을 준다. - P54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들은 자신의 속내를 감출 줄 몰라 오히려 순수하다. 자기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면 있는 힘껏 지지해 준다. - P54

직설화법으로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내 편이 된다면 내가 부당한 일을 겪을 때 대신 총대를 메고 시원하게 질러 준다. - P54

그 사람만의 단점에 세트로 따라붙는 장점을 먼저 보려고 한다면 미워하는 감정을 품을 일이 거의 없다. - P54

범법행위를 제외한 사소한 분란들은 대부분 개개인의 입장 차이다. 양측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래 너도 그럴 만했고  쟤도 저럴 만했네‘ 하는 생각이 든다. - P54

우리는 서로 다른 가정교육과 환경 속에서 자라 와서 모두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 P55

그 사람의 가치관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면 그사람이 처한 환경과 성장과정을 대입해 본다. 내 눈에는 비정상적으로 화를 내는 이상한 인간도 알고 보면 정신적인 트라우마로 마음이 아픈 사람일 수있으니 이렇게 다각적인 각도에서 상황을 이해해보려는 습관을 들인다면 타인을 헤아릴 수 있는 그릇이 훨씬 커진다. - P55

마음 한 끗 차이로 인생은 달라진다. - P56

요령들이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는 없다 - P64

살면서 상사의 무례한 지시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은 반드시 생긴다. 그런 경우에는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단, 거절하기 전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있다. 나의 주장이 그 조직에서 공신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공신력이란 즉 공적인 신뢰이다. 내가 조직 내에서 신뢰를 받는 인물이 되어야만 나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 P64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주도적인 근무 태도는 성실함을 인증하는 척도이다. 반면, 성실하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는 정당한 거절이어도 무시와 비난을 받는다. - P65

예의 바르고 올바른 인성만큼 강력한 힘은 없다. - P66

대신 부당하다고 느끼는 행동 앞에서는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 - P67

올바르고 굳건한 탑을 먼저 세워 두어야 할 말 다 해도 예쁨 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 - P69

"같이 먹으면서 얘기 좀 하자고 하는 거지. 다짜고짜 사과하기는 어색하니 먹는 걸로 물꼬를 트는거야." - P72

"그리고 식탁에 앉으면 앉아 줘서 고맙다고 먼저 이야기하고 나서 시작해. 처음부터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야 너의 말에 귀 기울이거든." - P72

"그럴 땐 말없이 기다려 줘야 해. 배우자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다시 일어서려고 노력할 거야.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 P73

"네가 하는 말은 다 맞는 말인데, 왠지 듣기가 싫어." - P75

절대적인 믿음과 조건 없는 사랑 - P76

빈틈없이 현명한 게 어른인 줄만 알았는데 현명함 속에서도 상대방을 위한 빈틈을 만들어 놓는 너그러움이 진짜 어른이었다 - P76

연인 사이를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에서는 ‘신선도‘가 존재한다 ...(중략)... 그 ‘신선도‘는 한번 상해 버리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 P79

인간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사라지면 그때부터 무례한 행동을 일삼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무례한 행동으로 한번 선을 넘었던 사이는 이미 상해버린 우유처럼 다시는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 - P79

낯선 사람과 친해져서 말을 놓게 된다면 대부분은 예전처럼 존댓말을 썼던 사이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또 비슷한 예로 연인과의 스킨십에서 처음에 어렵게 손을 잡으면 다음엔 포옹을 하게 되고 그다음엔 키스를 하게 된다. 점점 스킨십의 수위는 진해지게 되고 처음처럼 수줍게 내외하던 사이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 P80

설령 노력이라는 단어를 내세워 예전에 좋았던 관계의 분위기를 재현한다 해도 그건 상해 버린 우유의 악취를 잠시나마 밀봉해서 막아 놓은 것과 다름없다. - P81

사람들은 관계가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수 있다고 믿으며, 이미 상해 버린 우유를 도로 냉장고에 집어넣은 후 나중에 다시 꺼내 마셨다가 또 탈이 나고 만다. - P81

사람은 서로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무례한 행동에 대한 기준이 다를 수도 있다. - P82

무례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 상대에게 "이 행동은 나의 기분을 불쾌하게 만드니 자제해 달라"고 명확하게 표현한다. 이 과정은 상대에게 만회할 기회를 준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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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예측하지 않는다 - 데이터에 관한 꼭 알아야 할 오해와 진실 좋은 습관 시리즈 36
김송규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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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실무와 현장 교육 등을 통해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데이터의 속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단순히 기술적인 분석 도구만을 잘 다룰 줄 아는 사람보다는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총체적인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것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마지막에는 AI시대의 장밋빛 미래만이 아닌 그것이 갖고 있는 한계도 보여줌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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