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즐라탄이즐라탄탄 > [100자평] 공정하다는 착각

인간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이러한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퍼질때 각종 다양한 사회문제들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감소할 것이다. 3년 전보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졌고, 나아지고 있고, 나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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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즐라탄이즐라탄탄 >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고..

이 책을 읽은지 벌써 3년이나 지났다니 참 시간이 빠르다. 내가 썼던 리뷰와 100자 평을 돌아보면 사람들간에 상호존중이 필요하다고 적어놓긴 했는데, 최근 조금씩 읽고 있는 ‘편향의 종말‘ 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들과 연결지어 생각해보니 말처럼 참 쉽지 않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사람들 머릿속에 박혀있는 고정관념 혹은 편견으로 인해 나타나는 본능적인 행동들이 상호존중보다는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자신보다 못하다고 여김과 동시에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경우로 귀결되는 경우가 너무나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요즘 읽고 있는 ‘편향의 종말‘이라는 책을 보면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 만연한 인종주의같은 문제들(백인과 흑인 간의 차별대우) 혹은 남녀간의 성차별과 관련된 문제들(직장이나 학교 등에서 비슷한 성과를 냈음에도 성별에 따라 평가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 등) 과 관련된 실제 사례들 및 각종 관련된 실험들을 분석한 내용들이 나오는데 읽으면서 느낀 것은 이러한 불공정한 것들이 지난 수많은 시간과 세월동안 누적되어 온 것이기에 갑자기 어느 한 순간에 바뀌지는 않을 문제들이라는 것이었다.

3년 전 읽었던 이 ‘공정하다는 착각‘도 그렇고 내가 요즘 읽고 있는 ‘편향의 종말‘도 그렇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서로간에 상호존중 혹은 평등한 관계를 이루어 가는 것을 역설하지만 이는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일뿐 현실을 돌아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어보이는게 사실이다. 현실에 있는 나를 포함한 개개인들의 의식과 생각 그리고 행동이 변하지 않는 한 공정한 사회, 차별없는 대우, 정의로운 사회는 요원한 유토피아 같은 공허한 메아리같은 외침일 뿐인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책들이 계속 출간 되고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하는 것은 비록 시간이 걸릴지언정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대다수 사람들의 바램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책들을 통해 한 사람의 의식과 생각이 바뀌고 이러한 생각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전해져서 완벽한 유토피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지금 보다는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가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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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12-07 14: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불의와 몰상식의 도래는 순식간이지만
반대되는 공정과 정의는 더디게 온다
는 게 시대의 비극이지 않을까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12-07 14:44   좋아요 2 | URL
예 그렇습니다. 맑은 물을 오염시키는 건 잉크 한 방울로도 충분하지만 그것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저도 글은 이렇게 썼지만 제 자신의 행실부터 몸소 돌아보면서 나는 오염된 생각이나 행동들을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보게 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오늘 읽은 부분의 막판에 소위 말하는 ‘존버(?)정신‘의 중요성에 대해 나온다. 나만 힘든게 아니라 경쟁자들 모두 힘들어서 하나 둘 씩 나가 떨어지기에 결국 버티는 사람이 승자라는 저자의 말이 여러모로 공감이 되었다.

내일의 실현을 가로막는 유일한 한계는 오늘에 대한 의심뿐이다.

_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정치인 - P68

여기 네 사람이 모여 내기 골프를 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가져간 사람은 누구일까? 골프 구력이 높은 사람? 비거리가 좋은 사람? 아니다. 골프장 주인이다. 배달 플랫폼을 통해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은 누구일까? 목숨 걸고 도로를 질주하는 배달 기사? 별 5개 리뷰가 차고 넘치는 음식점 사장님? 아니다. 플랫폼 개발자다. - P68

농경사회에서 가장 많은 부를 창출한 사람은 만석꾼이었고, 산업화시대에는 자동차 회사를 소유한 사람이 큰돈을 벌었다. 골프장 주인, 플랫폼 개발자, 만석꾼, 회사 소유주의 공통점이 보이는가? 이들은 생산자, 공급자, 창작자다. - P69

경제적 자유를 누리려면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되어야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부의 추월차선》 의 저자 엠제이 드마코, 《역행자》의 저자 자청도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되어 추월차선에 올라탈 것을 강조한다. 상품이든 서비스든 지식이든 가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하는 기버가 되어 급여생활자에서 사업소득자로 탈바꿈하라고 말한다. - P69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우리나라에 인테리어 회사는 대략 5만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내가 유일무이한 디자인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비용도 결코 저렴하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고객이 찾는 이유는 상품화된 능력, 즉 전문성 때문이다. 워런 버핏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름 분야에서 톱을 찍은 ‘일과 관련된 능력‘을 이용하기 위해 고객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 P70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 일명 타이탄이라고 불달리는 디거들 가운데 본업을 버린 사람이 얼마나 될까. 평생 놀고먹어도 될 것 같은 그들은 오히려 자신의 영역에서 더 깊이 강한 뿌리를 내리려고 애를 쓴다. - P70

노마드족이 파이프라인 구축을 위해 횡으로 영역을 확장할 때, 디거들은 종으로 전문성을 빌드업하며 더 높은 곳으로 수직 성장을 한다. 남들 눈에는 지독한 워커홀릭이자 일에미친 사람처럼 보일 테지만 그들은 일이 아닌 삶을 즐기고 있다. 일이 아닌 삶을 주도하는 중이다. - P71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취에 중독되면 일과 삶을 분리하기가 어렵다. 워라벨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가혹해 보이겠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렇지도 않다. 진짜 생산자의 길로 들어서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 P71

디깅을 한다는 건깊은 터널을 뚫는 것과 같다. 출구를 뚫지못하면 그간의 시간과 노력이 헛수고로 끝나는 건 물론 입구로, 원점으로 되돌아나와야 한다. 하지만 끝내 출구를 만들어내면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놀랍도록 경이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비범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덤이다. - P71

일용직으로 있을 때는 세상과 팔자를 탓하고 스스로를 비하하고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런데 터널을 뚫고 나온 지금은 ‘성장 서사‘에 목말라 있는 디거들로 주변이 가득하다. 이들은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 "이 정도면 됐다" "그런 거 해서 뭐하게?" 라는 말 대신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발전시키지?" "그 생각을 실현해줄 사람이 있는데 누구와 연결해줘야 하지?" "생각해 봤는데 더 좋은 수가 있을 것 같아"라며 대안적 발전적 사고만 한다.
. - P72

성공으로 가는 길은 늘 오르막이어서 경사가 심하고 가파르다. 그래서 의욕으로 무장하고 등반을 시작한 사람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쉽게 포기해버린다. 반면 실패로 가는 길은늘 내리막이어서 경사가 완만하고 평탄하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는지도 모른 채 사람들은 그렇게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 P72

이미 알려진 낡은 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_존 D. 록펠러, 사업가 - P73

n잡러도 똑같다. 자신을 상품화할 수 있는 핵심 영역, 즉 전문성이 없으면 결국 ‘유목민형 노동자‘밖에 되지 못한다. - P74

나는 종종 ‘능력의 상품화‘를 포도나무에 비유하곤 한다. 잘 키운 포도나무는 단순히 포도 열매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포도나무 = 포도주스 > 포도청 > 포도씨유 > 건포도 > 와인생산이라는 시스템을 완성시킨다. - P74

10개가 넘는 영역이 별개가 아니라 본업이라는 축을 중심에 두고 횡으로 연결된 게 특징이다. - P74

"넓게 파려면 깊게 파라"라는 스피노자의 말처럼 한 그루가 아닌 100그루를 심은 결과 폭발적인 수확으로 상상 이상의 성과를 내는 중이다. 그런데 이 파이프라인은 의도적으로구축한 게 아니다. 본질에 충실한 결과 부수적으로 따라온 것이다. 누군가 일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는 ‘자동화 수익 시스템‘을 찾아 헤맬때 현장에서 몸이 부서져라 기술을 디깅한 결과다. 한계를 넘은 확장성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 덕분이다. 가히 ‘포도나무 이코노미‘라 할 수 있다. - P75

디깅의 핵심은 단순화와 집중화다. 압도적인 성장을 원한다면 포도나무의 성장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거둬내야 한다.
거슬리는 게 있다면 그 무엇이든 가차 없이 잘라내야 한다. - P75

스티브 잡스는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진짜 해야 할 일, 중요한 일을 수행하지 못하는 조직을 보면서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는 즉시 진행 중이던 사업의 70퍼센트를 과감하게 정리한 뒤 분산된 노력의 방향을 본질에 집중시켰다. - P76

사람들이 당신의 능력을 기꺼이 돈을 주고 구매할 용의가 생길 때까지 이를 날카롭게 다듬는 게 먼저다. - P76

현장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연락하는 기술자들이 있다. 누수가 생겼을 때 ㅇㅇㅇ, 결로가 발생했을 때 ㅇㅇㅇ라는 식으로 나름의 공식이 성립되어 있는 셈이다. - P77

자신을 대표하는 특화 영역이 있는가? 당장 상품화할 수있는 능력이 있는가? 작고 좁은 영역이라도 정상을 찍어 본적이 있는가? 이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하기 어렵다면 아직 회사를 그만둬서는 안 된다. 생산이 아닌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 P77

만약 디깅할 영역을 찾지 못했다면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분야를 검토해 보는 것도 좋다. 한 가지 예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초등학생도다 아는 의식주가 바로 그것이다. 생존과 관련된 기술을 연마하면 최소한 굶어죽지는 않는다. - P77

기회는 온라인에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구시대적 유물로 취급받는 현장에 답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원래 난파선에 보물이 많은 법이다. - P78

마지막으로 이미 영역을 찾은 사람이라면 그것을 팔 수 있을 때까지 파고, 쪼갤 수 있을 때까지 쪼개라 남다른 노력을기울였음에도 매번 나쁜 성적표를 받고 있다면 노력의 분산도를 점검해 보라. 노력은 펼치면 펼칠수록 밀가루 반죽처럼 얇아져 작은 충격에도 찢어지기 쉽다. - P78

지금 어떤 파이프라인을 설치하고 있는가. 혹시 수도관이 아니라 물이 빠지는 배수관을 심고 있는 것은 아닌가. - P78

혁신이 지도자와 추종자를 가른다.

_‘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 - P79

동물원에 있는 동물은 사육사가 삼시세끼 먹이를 챙겨주지만, 야생동물은 스스로 먹이를 찾지 못하면 굶어죽는다. 사냥하는 법, 천적을 피하는 법, 잠자리 만드는 법 등 생존의 지혜를 체득하지 못하면 곧바로 도태된다. 조직이라는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프리랜서, 일용직에게는 당연한 게 없다. - P80

일용직은 말 그대로 하루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임금을 받는 형식이다. 출근이 당연한 직장인과 달리 누가 자신을 불러줘야만 일터에 나갈 수 있다. 실력이 일정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어쨌든 선택을 당하는 처지다. 초보자치고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던 나도 초기에는 주 3~4일 근무로 만족해야 했다. 스스로 존재가치를 증명하지 않으면 설 자리가 주어지지 않기에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 P81

직장에서는 이름과 직급을 부르는 게 당연하지만 일용직에게는 이름이 없다. 성이 곧 이름이다. 현장에서 내 이름은
‘박 씨‘였다. 대기업을 다녔든 고위 공무원을 지냈든 현장에서는 중요치 않다. ‘○○대학‘ ‘ㅇㅇ회사‘라는 타이틀이 없다는건 ‘나를 표현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다. - P81

노가다는 흔히 말하듯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곳에서 일하는 직업이다. 생수를 들이부어도 땀으로 빠져나가는 수분이 더 많은 삼복더위와 싸워야 하고, 방한복을 겹겹이 입어도 손끝과 발끝을 얼게 만드는 동장군의 매서운 칼날과도 맞붙어야 한다. 들숨에 톳밥, 먼지, 모래, 시멘트 가루를 마시고 날숨에 신나, 페인트, 모르타르 냄새를 내뿜는 게 일상이다. 조금만 잘못해도 선배들의 육두문자가 뒤통수를 때리고 새 작업복을 마련해도 반나절이면 수거함에서 주워 온 옷이 되고 만다. - P82

노가다는 분명 힘들고 지저분하고 위험한 일이 맞다. 그럼에도 기술예찬론을 펼치는 이유는 인풋 대비 아웃풋이 너무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은 나만 잘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도 않는다. 가시적 성과를 눈으로 확인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장은 다르다. 결과를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실력을 검증하고 성취감을 느끼기에 적합한 환경이다. - P83

조직에서는 일을 잘해도 다른 사람이 공을 기로채거나, 상사의 눈 밖에 나면 능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학연이나 지연, 혈연을 총동원해야만 승진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현장은 다르다. 성실, 인내, 노력이라는 가치가 더 인정받는 곳이다. 특히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초년생에게는 하고자 하는 의지, 일을 배우려는 태도, 발전하려는 마음가짐 자체가 능력이자 실력이다. 흔히 말하는 잡일, 단순노동, 허드렛일을 기꺼이 해내겠다는 마음이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작업 시간은 끝났지만 10~20분이라도 남아 뒷정리를 하는 사람, 실수했을 때 날밤을 새워서라도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애쓰는 사람을 허드렛일만 하게 두지 않는다. - P84

목표가 확실한 사람, 명확하게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에게 무턱대고 연장을 손에 쥐라는 말이 아니다. 대학은 졸업했지만 몇 년째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 공무원 시험에번번이 낙방하는 사람, 연봉 200~300만 원을 높이려고 부표처럼 직장을 떠도는 사람, n년 차임도 물경력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 무엇보다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사람이라면 경로를 이탈해 새로운 길을 탐색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말이다. - P84

인생에서 가장 큰 영광은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것이다.

_넬슨 만델라, 정치인 - P85

어떤 일이든 그렇다. 최소 3년은 파고들어야 구체적인 무언가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진검승부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승부는 커녕 뚜껑도 열기 전에 포기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일이 힘들어서, 적성에 맞지 않아서 그만둔다고들 말한다. - P86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CEO들 가운데 적성이 아닌 생존을 위해 선택한 회사에서 성장한 경우가 적지 않다. - P86

‘나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이 늘 같을 수는 없다.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뾰로통하게 앉아 있으면 다리 근력만 약해질 뿐이다. 돈, 경험, 경력이 부족한 지금은하고 싶은 역할이 아닌 요구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중요한 건 ‘일이 진행되고 있다‘라는 사실이다. 업무의 가나다라도 모르는 초보자는 더욱 그렇다. - P87

힘쓰는 일도 반복하면 요령이 생긴다. 그것 또한 기술이다.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 P88

"기술직이 돈이 된다더라"라는 이야기에 호기롭게 도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끝까지 남는 사람은 채 2퍼센트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학원 생활을 같이 시작한 30명 가운데 지금 현장에 남은 사람은 나를 포함해 2명에 불과하다. - P89

그중 한 사람은 당시 56세 형님으로 노후 준비를 위해 학원을 찾았다고 했다. 센스 넘치는 어린 친구들과 수업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늘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생활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배움의 속도는 결코 빠르지 않았지만 어느새 그는 10년 경력을 쌓은 디거가 되었고, 66세라는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힘찬 발걸음으로 현장을 누비고 있다. - P89

이 게임의 룰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버티는 게 답이다. 연봉 200~300만 원을 더 받으려고 일 년 단위로 이직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래 봤자 급여로 따지면한 달에 13~14만 원 더 받는 것뿐이다. 1천원짜리 줄기에 급급해 10만 원짜리 수표를 놓치는 상황이다. 묵묵히 제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폭풍 성장한 사람이 고액권 수표를 챙기는걸 보면 배 아파하면서도, 그들은 여전히 1천 원짜리 지폐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디거들이 강력한 힘으로 특화 영역을 뚫고 나갈 때 이직이라는 함정에 매몰된 결과다. - P89

신입사원, 초심자, 물경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명확한 이직기준이 필요하다. 내 이직 기준은 단 하나였다. "더는 이곳에서 배울 게 없을 때 떠난다." 창업 전 총 다섯 군데 회사를 다녔는데, 매 회사에서 흡수할 수 있는 건 악착같이 흡수했다. 정보와 지식, 노하우, 경험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였다. 속된 말로 쪽쪽 빨아먹은 것이다. 그리고 더는 먹을 게 없을 때 사표를 던지고 더 큰 곳으로 이직했다. - P90

물론 그 과정이 만만치는 않다. 앞서 이야기했듯 일용직은 육체적 고통만큼이나 정신적 고통이 크다. 그래서 그 어떤 직업보다 더 많이, 더 자주 포기리는 유혹이 따라다닌다. - P90

소문대로 망한 건 아닌데 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밥이라도 사면 ‘이 꼴을 하고 있다고 동정하는 건가?‘ ‘어렵게 산다고 적선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이 대리, 과장이라는 직급이 박힌 명함을 내밀 때마다 상처투성이 손밖에 내보일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기도 했다. - P91

앞으로 열심히 달려가는 동기들과 달리 후진만 하는 내 모습에 자존심이 상해서 모든 사람과 연락을 차단했다. 자격지심,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는 요소들을 거둬내기 위해 현장→집→ 현장 → 집으로 생활 반경을 단순화했다. 사업이 자리 잡기까지 6년 동안 그렇게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살았다. - P91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까지 살 수 있느냐고 하는데 안 죽는다. 충분히 살 수 있다. 인간관계는 어찌하느냐고 묻는데 내가 잘되면 생각지도 못한 초등학교 동창에게서도 연락이 온다. 지금 중요한 건 인간관계가 아니라 ‘시간을 버티는 힘‘이다. - P91

흔들릴 때 나 자신을 단단하게 붙잡아준 것은 다름 아닌 열심히 살아온 바로 그 시간이다. 어떤 격려나 위로도 스스로 증명해 낸 시간만큼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지 못한다. 사람들은 반대로 생각하는데, 성공해서 버틴 게 아니라 버텨냈기에 성공한 것이다. - P92

마지막으로 나만 힘든 게 아니다. 내가 느끼는 어려움을 경쟁자도 느끼고 있다. 그런데 오늘 누군가가 GG를 선언하면 경쟁자가 그만큼 줄어든다. 내일 또 포기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나는 그만큼 더 발전한다. 버티기만 하면 성장 확률과 성공 승률이 계속 올라가는 게임이다. 축구 경기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조건 상대보다 한 골만 더 넣으면 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단 한 골이다. 그러니 3년만 버텨라. 3년이라는 시간의 끝을 바라봐라. 그리고 한 놈만 패라. 버티면 이긴다. - P92

실패를 경험하지 않았다는 것은 스스로를 한계 속에 밀어넣은 적이 없다는 뜻이다.

_레이 달리오, 기업인이자 투자자 - P93

온라인 게임은 캐릭터빨이다. 능력치가 높은 고렙(고레벨)이 게임을 주도하며 다른 게이머들을 지배한다. 고렙 캐릭터는 일단 뽀대가 다르다. 눈부시게 빛나는 아이템,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수입 원천까지 갖춘 그야말로 완전체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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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에티오피아 단세 모모라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8월
평점 :
품절


마시면서 은은한 향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리뉴얼된 포장 디자인도 깔끔한 느낌이 들었는데 포장 디자인처럼 목넘김도 깔끔한 느낌이 드는 드립백 커피였습니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느낌이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 같지는 않은 제품입니다. 간단한 선물용으로 지인분들께 선물해도 좋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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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내용들이 나오는데 특별히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데 정신없는 나머지 역사를 비롯한 옛 것에 그다지 관심없는 한 인물(은하수)과 역사와 옛 것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우리 민족의 뿌리를 탐구하고 연구하는 한 인물(형연)간에 주고 받는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물론 이 소설의 제목이 풍수전쟁이다보니 역사에 조예가 깊은 인물의 말에 의해 이야기가 흘러가기는 하나 어느 한 쪽만의 삶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하기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양 쪽의 삶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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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들의 대화 중에 인문학과 관련하여 형연이 은하수에게 하는 얘기들이 있는데 인문학의 본질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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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간에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가고 이후에 이들에게 암호처럼 던져진 ‘회신령집만축고선‘ 이라는 말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이 쭉 펼쳐지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류의 소설은 처음이라 좀 낯설긴 하지만 암호같은 메시지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색다른 긴장감과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총독부가 이 주문을 실행했고 아직 아무도 다이이치의 여덟 글자를 풀지 못했으니 주문이 아직 살아있다 볼 수밖에 없어. 우리가 모르는새 어딘가에서 숨 쉬고 있을 거야"

"내 눈에는 풍수니 주문이니 하는 게 허황되기 짝이 없지만 너는 죽도록 이 숙제 아닌 숙제에 도전하겠지. 돈 한 푼안 나오는 케케묵은 갑골문까지 연구하는 참이니."

"갑골문 연구는 아주 중요한 거야."

"하이가 아니라면·혹시 헬로우라고 했나?"
"그건 아냐."
"하하, 좀 받아 주지 민망하네. 그럼?"
"바다."
"바다를 뭐라 했냐니까?"
"해를 바다라 발음했어. 은나라 때는."

늘 허황된 것만 같은 형연의 말은 항상 따라가다 보면 튼튼한 근거와 논리가 이어져 있었다.

"글쎄. 나는 언젠가 어느 순간부터 우리 한국인은 작아져야 마음이 편하게 되었을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 과거의 빼앗긴 역사를 알고 나면 뭔가를 해야 하는데 그 상태가 중국이나 일본 같은 강대국들이니 피하고 싶은 잠재의식도 있겠지."

은하수는 형연이 긴 이야기로 우회하여 자신을 꾸짖고 있다고 생각했다. 왜 너는 우리의 역사에 관심이 없냐고. 의미를 상실한 현대인들처럼 이기적인 삶만을 추구하냐고. 

"나는 이 편하고 재미있는 세상에 그런 거 생각하는 자체가 싫어. 너는 왜 그런 데 관심을 가지는 거야? 그냥 경제나 잘 꾸리고 일상에 충실하면 행복하지 않을까?"

"마주하는 않는 역사는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우리를 형성하고 있어. 그러나 올바른 역사를 밝히는 건 바로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거야."

"역사를 모르면 나 자신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 멀리 이민 가서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존재란 시간이 쌓여 형성되는 거야, 종적 개념이지. 여기저기 횡적으로 좋은 것만 짜깁기해서는 정체성이 없어."

"스스로를 깊숙이 돌아보면 반드시 역사를 마주치게 돼. 그러나 마주칠때마다 보이는 건 중국과 일본에 의해 형편없이 구부러지고 축소된 모습이지. 싫을 수밖에 없어. 외면하고 싶은 게 당연해."

"나는 작아져야 마음이 편한가 봐. 역사가 싫어서 외면하고 물질적인 가치만 따져서 짜깁기한 작은 사람. 너한테 한참 혼나니까 이제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겠네."

"너를 비난하려고 했던 건 아냐. 너의 길에도 충분히 큰 의미가 있어. 단지 나는 누구에게든 역사의 중요성을 말할 수밖에 없어."

"네가 꼭 내게 동의하거나 공감할 이유는 없어. 나는 나의 길이 있고 너는 너의 길이 있으니까."

"알았다니까! 왜 자꾸 쓸데없는 말을 하는데?"
한껏 짜증을 낸 뒤 전화를 끊어버린 은하수는 형연과 조금 가까워지나 싶다가도 또 옛날처럼 어긋나기만 하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까지 화낼 일이 아니었는데도 형연은 항상 은하수의 깊은 곳을 아프게 찔러왔다.

"자기는 법학이 철학의 좀 더 엄중한 단계라 생각했대. 철학이 옳고 그름을 따지고 그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법학은 옳지 못하다는 판단이 서면 처벌까지 다루니 철학을 깊이 공부하기 위해 법학을 택했대."

"그런데 도대체 그런 이상한 친구 때문에 의기소침할 필요가 뭐 있어? 그 친구가 하는 건 애국이 아니야, 사회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패배자의 몸짓일뿐이야. 사람들에게 제발 좀 봐달라는 거지. 그런 것에 넘어가면 안 돼. 그 친구는 잘 알아. 본인 스스로 본인을 기만하고 있다는 걸."

생각을 이어 간 끝에 은하수는 자신을 괴롭히는 감정이 형연이든 누구든 남이 아니라 자신으로부터 기인하고 있으며 그 실체는 헛돌고 있다는 무력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문제의 핵심은 형연과 마주친 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어떤 일을 하건, 그것이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건 없건 자신이 이토록 처지는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었다.

‘본질?‘
형연과 자신 사이에 존재하는 커다란 차이였다. 허황되기 짝이 없어 보이지만 나라에 걸린 주문을 풀겠다고 외치는 형연과 달리 자신은 떠맡은 일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었다.

대통령에게 보내진 주문을 푼 일, 그것이 인구감소의 비극을 경고하는 메시지인 것을 알아낸 일, 그 주범을 잡는 경찰들을 독려하는 일 등, 그 모두가 껍데기에 불과한 것인지도 몰랐다.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싶었다. 껍데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청량리에서 KTX로 불과 한 시간밖에 안 걸리는 제천까지 가는 길은 기찻길을 따라 흐르는 시냇물과 치악산의 절경이 끊임없이 이어진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사회는 구조적으로 경쟁을 붙이게 되어 있어.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그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이 경쟁하고 또 경쟁하지. 끝날 수 없는 굴레야."

"오해하지 마. 나도 경쟁 사회가 무조건 옳다고 말하는 건 아니야. 세상 모두가 치열하게 살아가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이 시대에 어떻게 경쟁이 없을 수 있겠냐는 거야. 조금이라도 더 능력있는 사람이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하잖아."

"다른 힘이 있어. 인문학이지. 세상의 모든 학문은 사회가 잘 돌아가게 하고 일이 잘 풀리도록 하는 게 그 본연의 역할이지만 인문학은 그 반대야. 잘 돌아가는 세상에 대해 줄곧 시비를 걸어대는 거지. 왜 그렇게 잘 돌아가는 거요? 그렇게 잘 돌아가는 데는 필시 문제가 있을 거요, 하는 거야."

"인문학이 추구하는 힘은 실용적, 실질적 학문과는 갈래가 아예 달라. 과거에 네가 했던 공부는 직업을 구하고 평생의 벌이가 되는 공부지만 인문학 공부는 사회의 쓸모와 그다지 연결이 잘 되지는 않아."

"대신 인문학 공부는 돈이나 지위같은 같은 다른 힘과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힘을 가져다 줘. 바로 내면의 힘이지.
눈에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가지면 가질수록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감이 차오르며 삶이 떳떳하고 행복해져."

"나는 돈을 많이 안벌겠다, 조금 벌고 그 대신 검소하게 살겠다, 그리고 남는 시간과 열정을 더 의미 있는 일에 쏟겠다고 생각하는 거지."

"불안하지. 하지만 인문학이 깊어지면 불안이 인간의 존재 조건임을 알게 돼. 인간이란 어차피 불안에 시달리며 살게 되어있다는 말이야. 그래서 당황하거나 극단적으로 반응하지 않아. 오히려 실패와 푸대접을 즐기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소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자아의 품위를 간직하며 어려움의 한복판에서 오히려 상대를 위해 베풀기도 해. 일을 할 때도 과정의 진실에 천착하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에 덜 좌우돼."

"네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겠어. 또 네가 무슨 삶을 살아왔고 또 살아가려고 하는지도 알 것 같아. 하지만 나는 여전히 너의 말에 공감할 수 없어. 그게 옳은 길이라고 할 수는 없을것 같아."
"그럼 너는 왜 지금 그렇게 괴로워하고 있는 거야?"
"......"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모두가 싫어하겠지. 어째서 안정을 깨느냐고, 조용히 살아갈 수는 없겠냐고. 그러나 누군가는 이런 삶을 살아야만 해. 누군가는 계속 돌을 던져야만 해."

회신령집만축고선淮新嶺摯萬縮高鮮.
"자, 먼저 주문의 뜻을 확실하게 하자. 회신령집만축고선. 회신령에 사람 만 명, 혹은 나무든 돌이든 뭔가를 만 개를 잡아 가두면 고려와 조선이 찌부러진다는 거지?"
"그래."

글자를 파고들수록 은하수는 머리가 아파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살아왔던 정답과 오답의 세상에서는 이런 모호한 문제 풀이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여덟 글자를 계속해서 외웠다. 회신령집만축고선 회신령집만축고선.

"어? 잠시만. 뒤에 네 글자를 붙일수도 있지 않을까?"

"맞아. 회신령집만, 축고선이 아니라 회신령집, 만축고선 이렇게 말이야."

은하수의 말대로 네 글자를 붙이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웠다. 한문학에 정통한 입장에서 접근하다보니 동사인 모을집과 줄일 축이 중심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함정이었다. 저주나 주문의 음율이라 생각하면 그 편이 더 자연스러운데도. 한자에 익숙하지 못한 은하수이기에 오히려 자유로운 상상을 펼칠 수 있었을까.

"네 말대로 한다면 만을 숫자가 아니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어! 아주 오랜 시간. 혹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시간으로. 만세, 만년 이런 단어들처럼."

"그래. 그렇게 보면 만축고선이 앞의 네 글자 회신령집과 대구가 되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집의 목적어를 만으로 보지 않고 생략된 것으로 볼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회신령집, 회신령에 잡아가두어."
그녀의 해석에 형연이 덧붙였다.
"만축고선, 영원히 고려와 조선을 축소시킨다."

칭찬할 수밖에 없는 가장 빛나는 인재. 그런 그녀가 더욱 대단한 점은 가장 뛰어난 두뇌로 가장 열심히 노력한다는 점이었다.

"너는 수석인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해?"
"열심히 하니까 수석이라는 생각은 안 해 봤어?"

"은하수. 네가 준 노트는 꼼꼼히 읽었어. 하지만 나는 지는 변론을 하고 싶어.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을 겪고 싶어. 이겨서 승리를 만끽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야. 그렇지만 나는 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필사적으로 대처해도 무지하거나 혹은 법리에 닿지 못해서 질 수 밖에 없는 약한 사람들의 억울함을 생각해 보고 싶어."

"의미는 확실해졌어. 회신령에 잡아 가두어 고려와 조선을 축소시킨다. 네 해석 덕분에 만을 목적어로 둔것이 아니라 목적어가 생략되었다는걸 알았으니까. 이제 남은 일은 회신령이 어디인가 찾아내는 것뿐이야."

"그런데 생략된 목적어가 뭘까? 무엇을 회신령에 잡아 가둔다는 거지?"
"어떤 해석을 하든 회신령을 찾아야만 해, 목적어가 생략되었기에 회신령의 위치를 찾는게 더 절실해졌어."

"아까도 얘기했지만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야. 나는 끝을 봐야겠어."

"먼저 서울에 올라가면 무라야마가 쓴 《조선의 풍수》 원본을 구해 거기 나오는 모든 고개 이름을 한 번 찾아봐. 한국어 판본으로는 안 돼. 최근의 개발 등으로 지명이 많이 바뀌었을테니."

"그리고 과거 조선총독부에서 이케다라는 사람을 좀 찾아볼래? 후손까지 그 편액을 죽어라 지키고 있으니 뭔가 자취를 남겼을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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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3-12-05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즐라탄이즐라탄탄님 2023년 서재의 달인. 북플 마니아 선정되심 축하드립니다 🎉
한 해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앞으로의 시간도 행복한 글읽기와 글쓰기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12-05 21:33   좋아요 1 | URL
나와같다면님 친히 댓글까지 달아주시고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글 보니 북플 마니아 6년만에 선정되시고 서재의 달인까지 겸해서 달성하셔서 겹경사인듯 합니다. 앞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독서생활 계속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저까지 이렇게 축하해주시니까 더더욱 기분이 좋아지는 듯 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