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로 읽을 기회가 생겨 가볍게 읽으려고 시작한 독서인데 중간중간 은근 의미심장한 문장들, 뇌리를 스치는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내가 아직 이 시대의 역사에 대해 잘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한 번 전쟁을 치르며 깨달은 게 있다.
백성들의 지지를 받는 세력이라면 아무리 병력이 적어도 상상 이상의 힘을내며 오랫동안 성을 지킬 수 있다는 것.

나는 잘 모른다. 어차피 중요한 건 내말의 사실관계가 아니라 이걸 듣고 있는 여포의 심리 변화다.  무력에서 항우를 뛰어넘은 용맹한 군주가 되길 바라는 게 여포인 만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잠이나 자야지."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을 땐 한숨 푹 자면서 뇌를 회복시켜주는게 최고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는 국제 사회에서 평화와 번영을 보장할 유일한 방법은 상호 간에 이득이 되는, 호혜적 관계가 되는 것뿐이라는.
이 시대의 군웅들 간에서 역시 마찬가지일 거다.
무작정 믿어 달라며 설득하는 건 떼를쓰는 것밖에 안 된다.
서로를 신뢰해야 할 수밖에 없을 이득이 서로의 눈앞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게 최선이다.
그리고 거기에 약간의 퍼포먼스까지.

"사위지기자사 여위열기자용(士爲知己者死 母爲悅己者容)이라 하였다. 무슨 뜻인 줄 아느냐?" 
"사위가 자사...... 뭐요?"
"사기에 나오는 말이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 바치고 여인은 자신을 기쁘게 하는 이를 위해 아름다움을 가꾼다는 말이지. 날 알아준 너를 위해 죽어줄 만큼의 의리는 없으나 널 위해 노력할 만큼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난 최선을 다할 작정이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자기도 모르게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다고 하잖아. 그런 거지 뭘."

다시 또 이런 작전을 구상하라고 한다면 때려 죽인다고 해도 못 할 것 같다.
운이 좋았던 거지, 이번엔.
확실히 군중심리가 무섭긴 무서운 것같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상관없다.
살아남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전부 다 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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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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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둘러싼 상황과 여건이 안좋을지라도 그 안에서 감사할 것들을 발견하고 사랑할줄 아는 주인공 모모의 모습을 보면서 저 자신은 어땠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유한한 인생속에서 주변 사람들을 좀 더 사랑하고 품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지길 바라는 작가님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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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3-22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기 앞의 생 영화가 있더라고요 원작에 비하면 어떨지 모르겠네요 저녁잘보내시길 바랍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3-22 18:46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몰랐는데 한번 찾아봐야 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서곡님도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eBook] 테스 2 (한글판+영문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214
토머스 하디 지음, 김명신 옮김 / 더클래식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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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소설속 배경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다르지만 등장인물들의 인간적인 고뇌나 고민들 그리고 주변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속에서 등장인물들이 하는 선택들을 보며 이런저런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장편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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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1,2를 읽으면서 한두마디로는 말하기 힘든 다양한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동일한 물체나 대상도 보는 각도에 따라 각기 달리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냥 마지막에 밑줄 그은 문장처럼 개개인이 느끼는 것이 실상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말로도 침묵이나 마찬가지로 자신의 심경을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막연한  하나의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서야 확실히 알게되었다. 그가 알고 있던 본래의 테스는 지금 그 앞에 있는 그녀의 몸을 그녀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 있는 의지와는 무관하게 물결에 따라 아무 방향으로나 흘러 다니는 시체처럼 내버려 두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 P431

몇 순간이 지난 뒤에 정신을 차려 보니 그는 테스가 가고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정신을 가다듬으며 서 있는그의 얼굴은 더욱 파리하고 해쓱해 보였다. 잠시 후에 그는 거리에 나왔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걸어가고 있었다. - P431

헤론즈 여관의 주인이자 그곳에 있는 모든 고급 가구의 소유주이기도 한 브룩스 부인은 특별히 호기심이 많은 성격은 아니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손익을 따지는 숫자 귀신에 오랫동안 붙들려 있었기 때문에 너무 물질주의적이 되어 버린 불쌍한 여자여서, 숙박한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과 관계없는 호기심은 가지지 않았다. - P432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돈 잘 내는 손님이라고 여기고 있는 더버빌 부부를 엔젤 클레어가 찾아온 시간이나 태도는 상당히 예외적이어서, 그때까지 그녀가 돈벌이와 관계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쓸데없는 것으로 억눌러 왔던  여성 특유의 호기심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 P432

브룩스 부인은 처음엔 나지막한 외마디 신음 소리만을 식별할 수 있었다. 마치 익시온(제우스의 아내 헤리를 범하려다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 불타는 수레바퀴에 묶이는 벌을 받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_옮긴이)의 수레바퀴에 묶인 사람이 낼 것 같은 몹시 고통스러운 소리였다. - P433

그 형언할 수 없는 절망의 신음 소리는 그녀의 입술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 P434

"그런데 그토록 그리워하던 내 사랑하는 남편이 돌아왔어요. 난 그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당신은 끔찍하게 나를 졸라 댔어요. 쉬지도 않고 계속 졸라댔죠. 맞아요.
쉬지도 않고 졸라 댔어요! 내 어린 동생들과 어머니에게필요한 것들을 갖다 주면서 내 마음을 움직이려고 했죠.
그리고 절대 돌아오지 않을 남편을 기다리는 숙맥이라며 나를 놀려 댔어요! 결국 난 당신 말을 믿고 굴복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그이가 돌아온 거예요! 그러나 이제 그이는 가고 없어요. 두 번째로 가 버렸으니 이제 난 그이를 영영 잃은 거예요. 그이는 이제 조금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밉기만 할 거예요. 아, 그래요. 난 또 당신 때문에 그이를 잃고 말았어요." - P435

"그이는 죽을 것 같아요. 꼭 죽어 가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내가 지은 죄 때문에 내가 죽는 게 아니라 그이가 죽게 되다니! 아, 당신이 내 인생을 망쳤어요! 그토록 간절히 빌었는데, 당신이 나를 또 이렇게 만들어 놓고 말았다고요! 나의 진실한 남편은 절대로, 절대로....... 오,
하느님....... 도저히 못 참겠어요! 못 참겠어요!" - P436

직사각형의 흰색 천장 한가운데에 진홍빛 얼룩이 생겨난 모습은 마치 거대한 에이스 하트의 카드 패처럼 보였다. - P439

너무나 상심해서 감각마저 마비된 그는 서두를 일이 아무것도 없었으나 가슴 아픈 경험을 안겨 준 그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다음 정거장까지 걸어가 거기서 기차를 타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P442

서쪽 오르막길을 오를 때 그는 숨을 돌리려고 걸음을 멈추고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그 자신도 설명할 수 없었으나,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그로 하여금 그런 행동을 하게 한 것 같았다. 뒤쪽으로 마치 테이프처럼 보이는 한 줄기 길이 조금씩 좁아지며 눈에 닿는 곳까지 멀리 이어져 있었는데, 가만 보니 저 멀리 하얀 공간에 무언가 움직이는 점 하나가 나타났다.
그것은 사람이 달려오는 모습이었다.  - P443

오래전에 제가 장갑으로 그 사람의 입을 후려칠 때부터 제가 언젠가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모르던 저를 함정에 빠뜨렸던 것과 그로인해 당신 신세까지 망치게 된데 대한 앙갚음으로 말이에요. 그 사람은 우리 사이에 끼어들어 우리 신세를 망쳐 놓았지만, 이제 다시는 그런짓을 못할 거예요. - P445

"바깥에는 온통 걱정거리뿐이에요. 이 안은 평온한 행복으로 가득한데 말이에요."
엔젤도 틈새로 밖을 내다보았다. 정말 그랬다. 집 안에는 사랑과 화합과 용서가 있었지만, 바깥세상은 냉혹하기만 했다. - P461

노파가 물러가고 난 뒤 일 분도 채 지나지 않아 테스가 눈을 떴고, 곧이어 엔젤도 잠에서 깼다. 두 사람 모두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잠을 방해받은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이 불안을 더욱 증폭시켰다. - P464

처벌이 이루어졌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신들의 제왕‘은 테스에 대한  장난을 마친 것이었다. - P484

세상은 그저 심리적인 현상에 불과해서 느끼는 것이 곧 실상이기 때문이다. - P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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