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1,2를 읽으면서 한두마디로는 말하기 힘든 다양한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동일한 물체나 대상도 보는 각도에 따라 각기 달리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냥 마지막에 밑줄 그은 문장처럼 개개인이 느끼는 것이 실상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말로도 침묵이나 마찬가지로 자신의 심경을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막연한  하나의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서야 확실히 알게되었다. 그가 알고 있던 본래의 테스는 지금 그 앞에 있는 그녀의 몸을 그녀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 있는 의지와는 무관하게 물결에 따라 아무 방향으로나 흘러 다니는 시체처럼 내버려 두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 P431

몇 순간이 지난 뒤에 정신을 차려 보니 그는 테스가 가고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정신을 가다듬으며 서 있는그의 얼굴은 더욱 파리하고 해쓱해 보였다. 잠시 후에 그는 거리에 나왔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걸어가고 있었다. - P431

헤론즈 여관의 주인이자 그곳에 있는 모든 고급 가구의 소유주이기도 한 브룩스 부인은 특별히 호기심이 많은 성격은 아니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손익을 따지는 숫자 귀신에 오랫동안 붙들려 있었기 때문에 너무 물질주의적이 되어 버린 불쌍한 여자여서, 숙박한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과 관계없는 호기심은 가지지 않았다. - P432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돈 잘 내는 손님이라고 여기고 있는 더버빌 부부를 엔젤 클레어가 찾아온 시간이나 태도는 상당히 예외적이어서, 그때까지 그녀가 돈벌이와 관계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쓸데없는 것으로 억눌러 왔던  여성 특유의 호기심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 P432

브룩스 부인은 처음엔 나지막한 외마디 신음 소리만을 식별할 수 있었다. 마치 익시온(제우스의 아내 헤리를 범하려다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 불타는 수레바퀴에 묶이는 벌을 받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_옮긴이)의 수레바퀴에 묶인 사람이 낼 것 같은 몹시 고통스러운 소리였다. - P433

그 형언할 수 없는 절망의 신음 소리는 그녀의 입술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 P434

"그런데 그토록 그리워하던 내 사랑하는 남편이 돌아왔어요. 난 그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당신은 끔찍하게 나를 졸라 댔어요. 쉬지도 않고 계속 졸라댔죠. 맞아요.
쉬지도 않고 졸라 댔어요! 내 어린 동생들과 어머니에게필요한 것들을 갖다 주면서 내 마음을 움직이려고 했죠.
그리고 절대 돌아오지 않을 남편을 기다리는 숙맥이라며 나를 놀려 댔어요! 결국 난 당신 말을 믿고 굴복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그이가 돌아온 거예요! 그러나 이제 그이는 가고 없어요. 두 번째로 가 버렸으니 이제 난 그이를 영영 잃은 거예요. 그이는 이제 조금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밉기만 할 거예요. 아, 그래요. 난 또 당신 때문에 그이를 잃고 말았어요." - P435

"그이는 죽을 것 같아요. 꼭 죽어 가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내가 지은 죄 때문에 내가 죽는 게 아니라 그이가 죽게 되다니! 아, 당신이 내 인생을 망쳤어요! 그토록 간절히 빌었는데, 당신이 나를 또 이렇게 만들어 놓고 말았다고요! 나의 진실한 남편은 절대로, 절대로....... 오,
하느님....... 도저히 못 참겠어요! 못 참겠어요!" - P436

직사각형의 흰색 천장 한가운데에 진홍빛 얼룩이 생겨난 모습은 마치 거대한 에이스 하트의 카드 패처럼 보였다. - P439

너무나 상심해서 감각마저 마비된 그는 서두를 일이 아무것도 없었으나 가슴 아픈 경험을 안겨 준 그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다음 정거장까지 걸어가 거기서 기차를 타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P442

서쪽 오르막길을 오를 때 그는 숨을 돌리려고 걸음을 멈추고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그 자신도 설명할 수 없었으나,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그로 하여금 그런 행동을 하게 한 것 같았다. 뒤쪽으로 마치 테이프처럼 보이는 한 줄기 길이 조금씩 좁아지며 눈에 닿는 곳까지 멀리 이어져 있었는데, 가만 보니 저 멀리 하얀 공간에 무언가 움직이는 점 하나가 나타났다.
그것은 사람이 달려오는 모습이었다.  - P443

오래전에 제가 장갑으로 그 사람의 입을 후려칠 때부터 제가 언젠가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모르던 저를 함정에 빠뜨렸던 것과 그로인해 당신 신세까지 망치게 된데 대한 앙갚음으로 말이에요. 그 사람은 우리 사이에 끼어들어 우리 신세를 망쳐 놓았지만, 이제 다시는 그런짓을 못할 거예요. - P445

"바깥에는 온통 걱정거리뿐이에요. 이 안은 평온한 행복으로 가득한데 말이에요."
엔젤도 틈새로 밖을 내다보았다. 정말 그랬다. 집 안에는 사랑과 화합과 용서가 있었지만, 바깥세상은 냉혹하기만 했다. - P461

노파가 물러가고 난 뒤 일 분도 채 지나지 않아 테스가 눈을 떴고, 곧이어 엔젤도 잠에서 깼다. 두 사람 모두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잠을 방해받은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이 불안을 더욱 증폭시켰다. - P464

처벌이 이루어졌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신들의 제왕‘은 테스에 대한  장난을 마친 것이었다. - P484

세상은 그저 심리적인 현상에 불과해서 느끼는 것이 곧 실상이기 때문이다. - P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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