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임료는 또 벌면 됩니다. 고객의 믿음을 살 수 있다면 그깟 수임료를 조금 적게 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 P47
시험은 입국검사에 불과합니다. 자격증은 이 세계로 통하는 여권에 불과합니다. 새 세상에서 무엇을 할지가 더 중요합니다. 어느새 여행지에 착륙한 설렘은 점차 가시고, 제각기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느낍니다. 합격했을 때는 똑같은 지점에 있었던 동기 세무사들도, 이제는 완전히 서로 다른 모습이 되어있습니다. 각자 향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누구는 배낭여행을 떠나듯 일찌감치 개업하여 길을 개척하고, 누구는 가이드 여행객처럼 선배들의 지도를 따라 효율 좋게 솜씨를 키웁니다. 기장 세무사라는 세계, 재산 세무사라는 세계, 대기업 소속 세무사의 세계∙∙∙. 각자가 향하는 세계도 다릅니다. - P49
재산 관련 세법이 참 어렵습니다. 자주 바뀌지만, 바뀌기 전 기득권을 보호하는 장치가 있어서 어렵고요. 예외에 예외에 예외를 둔 조항이 많아서 어렵고요. 법률만으로는 알 수 없는 디테일한 해석들 양이 많아서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10개 문제를 풀어서 9개를 맞추고 1개만 틀려도 0점이 되는 것이 재산 세무 판단입니다. 그결과는 억대의 세금입니다. 이렇다 보니, 요즘에는 재산 관련 세법을 포기하는 세무사들도 많다고 합니다. - P50
인생은 마라톤. 레이스가 시작되고 조금씩 숨이 차오르는 지점이 옵니다. 현명하게 넘겨야 체질이 바뀌고 몸이 적응하고 달리기에 완전히 몰입합니다. - P52
무거운 바벨을 들고 철봉에 매달리며 운동에 집중하다 보면 일 생각, 세법 생각, 잡념과 걱정거리가 모두 싹 사라집니다.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면 다음 날 컨디션이 좋습니다. - P52
이 바닥에서 실력 말고는 없기 때문에, 쌓이는 후배들 수만큼 손님들에게 내보여야 할 제 실력도 늘어나야 합니다. 그게 선배가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그래도 선배는 선배의 무기가 있습니다. 하루하루 쌓여가는 경험치입니다. 특히 실수해 본 경험입니다. - P55
"외과의사는 죽인 환자 수만큼 성장한다. 그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 P55
세무사도 실수한 케이스만큼 성장합니다. 실수는 생각도 하기 싫지만…. 외과의사가 사람을 못 살리는 것에 비할까요. 세무사도 사람이니까 실수를 합니다. 그 실수가 조금 망신당하고 넘어가는 정도라면 정말로 하늘이 도운 것입니다. 세무사의 순간적 실수, 안일한 마음 때문에... 세금폭탄을 맞아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제적 사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정말 무섭습니다. - P55
나중에 개업을 할 사람이라도 수습 세무사, 근로 세무사로 일한 기간이 정말로 소중합니다. 회사의 이름으로 실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 P55
언제 나가서 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지도 모르는 후배 세무사를 거두어 주는 건 후배를 아끼는 마음 없이는 안 되는 일입니다. 세무사는 모두 야수입니다. 자기 지식으로 밥벌이를 해야 하는 전문직입니다. 업무를 겪어볼 기회만 주는 것으로도 참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니 한편으로는 톱니바퀴처럼 한 가지 업무만 반복 수행하는 자리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P56
한편으로는 어떤 운명이, 나한테 작은 실수들을 통해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여 또 감사한 마음을 가져봅니다. 그런 실수들이 있을 때마다 화들짝 놀라서 몸과 마음가짐을 다시 바르게 합니다. 현안들을 다시 한번 원점에서 검토해 봅니다. - P56
상담을 하면서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하여 확언하지 않고, 손님에게 거듭 경고를 합니다. - P56
실수들은 말하자면 큰 부상을 막는 작은 통증일 것입니다. 실수가 주는 교훈을 소중히 해야 합니다. - P57
오직 실력과 경험, 동료밖에 없습니다. - P57
미술을 하는 사람도, 재개발에 투자하는 사람도, 공통점이 있다면 부자라는 점, 바로 세금을 신경 써야만 하는 사람들입니다. - P59
지나고 나면 우연의 연속인데 어떻게 이렇게 좋은 선택으로 이어졌을까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 P60
세무사, 그중에서도 재산 관련 세금을 다루는 세무사는 그 어떤 직업보다도 부자를 가까이할 기회가 많은 직업입니다. 물론 만나는 것만으로 치면 변호사, 회계사, 의사도 부자를 만나겠지만, 부자들의 재산 목록과 그 형성 과정, 재물관까지 알 수 있는 직업은 세무사가 유일합니다. - P61
손님들이 어느 시기에 어떤 지역의 부동산을 왜 샀는지, 지금 어떤 곳으로 이동하기를 원하는지, 부동산 시장 향후 전망이 어떨지를 저에게 알려줍니다. 저는 어떤 지역이 흥하는지, 어떤 물건이 잘 안 팔리는지를 피부로 체감합니다. 동네 중개사님들은 제 세무지식에 대한 보답으로 지역의 귀중한 정보를 나누어 줍니다.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들을 수 없는, 오직 저만 알고 있어야 하는 정보입니다. - P61
세무사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주제는 돈의 의미입니다. 그건 본인이 다루고 있는 식재료에 대한 이해이기도 하고, 손님들의 기호와 의도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면서, 또한 자기가 세무사로서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P64
기장 중심의 세무사는 손님의 사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 P64
너무 당연해서 잊고 살지만, 사람이란 하루에 세 번 목으로 음식을 넘겨줘야 하는 존재이며, 3일만 물을 마시지 못하면 죽을 위기에 빠집니다. 그래서 원시 시대에 사람은 하루를 살아남기 위해 하루를 전부 소비하는 일도 잦았습니다. 사냥과 농사에 종사하면서 목숨을 부지했습니다. 그러다 분업체계가 생겨 꼭 모두가 사냥과 농사에 종사하지 않아도 각자 잘하는 것을 하면서 효율적으로 사회에 필요한 물건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곡물이나 고기와 직접 바꾸기도 하다가 이윽고 화폐가 등장하여 [물건 ↔ 화폐 ↔ 물건]의 화폐경제가 자리 잡았습니다. - P64
화폐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산출물의 크기이며, 화폐의 본질적인 의미는 사람의 목숨을 부지하는 음식값, 그와 그의 가족이 안전할 수 있는 공간값입니다. 그러고 나서 남는 돈이 있다면 미래의 음식과 주거에 필요한 만큼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그러고도 돈이 남으면 본인의 사업 또는 교육에 재투자하거나 자녀 교육, 여가 생활에 사용합니다. - P65
세무사들이 마주하는 사업가들은 자기 사업을 통해 본인과 가족의 음식값, 공간값을 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절실합니다. 세금지식은 그 목숨값이 유실되지 않고 잘 보존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가장 유용하게 여겨지는 지식이며, 싫어도 외면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 P65
재산을 중심으로 하는 세무사는 더합니다. 재산 세무사들이 다루는 대상은 부동산이 가장 많은데요, 그 부동산은 손님이 인생에 걸쳐 축적해 온 모든 목숨값의 결정이자, 그와 그의 가족을 위해 마련된 안전장치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의 의미는 더 나아가 손님의 자존심이면서 인생의 성적표이고, 마지막에는 자식을 위한 부모의 사랑의 크기가 됩니다. - P65
그래서 손님이 부동산을 잘 처리해서 더 좋은 부동산으로 가려는 욕망은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특히 죽기 살기의 멘털리티를 가진 한국 사람에게 남녀노소 인생에서 이보다 중요한 문제가 몇 없을 정도입니다. 만약 그 과정에서 유실되는 금액을 최소화할 수만 있다면 인생이 훨씬 풍요로워질 뿐만 아니라 유한한 인생에서 소중한 수년의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반드시 유실되는 금액을 줄여야 하며,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 세무사의 세금 지식입니다. 실로 중요하고도 유용한 기술입니다. - P66
세무사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잘 알아야 합니다. 세무사가 받는 수수료의 무게는 손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주고 완수해 주는 값입니다. - P66
저 역시도 20대에는 돈이 없어서 고생도 해봤고, 돈을 벌려고 별일을 다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여느 젊은이들처럼 안정적인 직업이 없었기 때문에, 늘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항상 돈의 가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고, 타인이 나에게 지불하는 돈의 무게를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받은 만큼 이상의 가치를 한다], [가치를 준 만큼 대가를 받는다] 이것이 20대를 거치며 정제된 돈에 대한 철학입니다. - P66
세무사가 되고자 한다면, 반드시 돈에 대해 다루는 책들을 많이 읽어보고, 돈의 의미에 대해 확고한 철학을 세워야 합니다. 이것이 첫번째 덕목입니다. - P66
방법이 없으면 크게 절망하고, 방법을 찾아주면 진심으로 기뻐합니다. - P67
손님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에 하나를 다뤄줄 사람을 고르고 있기 때문에, 극도로 신중합니다. 손님에게 작은 실수 하나만 보여도 손님은 떠날 수 있습니다. 지식의 한계를 보여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옷차림 때문에, 나이가 어리거나 동안이라는 점 때문에, 여자이기 때문에, 사무실이 작거나 허름하거나 지저분하기 때문에, 손님은 떠나갑니다. - P67
세무사는 손님이 겪을 수도 있는 상황에 관련된 지식이라면무엇이든 갖추어야 합니다. 세무사가 세법, 회계학, 경제학 지식을 갖추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 P68
재산 전문의 경우, 민법 - 물권법, 계약법, 가족법, 주택임대차보호법, 건축법, 주택법, 도시정비법, 국토계획법, 토지보상법, 부동산등기법, 지적법, 그 밖에 행정법에 대해 공부해야 합니다. - P68
저같이 미술을 다루는 세무사는 저작권법, 박물관미술관법, 문화예술진흥법, 예술인복지법, 문화예술후원법을 공부해야 합니다. - P68
손님을 만나는 환경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세무사의 단정한 옷차림, 환한 미소와 인사, 품위 있고 논리가 정연한 말씨, 세무사 지식을 보여주는 책들, 잘 디자인된 여러 문서 양식들과 명함, 쾌적한 공기와 냄새, 세련된 인테리어와 소품, 고급스러운 차와 찻잔, 편안한 주차환경을 갖추어야 합니다. - P68
세무사의 깊은 지식과 세무사가 속한 공간에서 세무사의 강한 권위가 형성되고 그것이 곧 카리스마입니다. 그런 존재가 되어야만 손님들이 세무사에게 권위를 느껴 안심하고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를 의뢰하게 됩니다. - P68
세무사는 손님 상황을 이해하고, 세무사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완벽할 수는 없어도 본인의 여건하에 손님을 리드하는 카리스마를 갖추는 것, 세무사의 두 번째 덕목입니다. - P69
자영업의 첫 번째 의미는 안정이 아닌 불안과 공포입니다. - P70
결국은 스스로 서야 합니다. 믿을 것은 자신밖에 없습니다. - P70
개업 세무사에게는 공포를 이겨내는 자립심이 필요합니다. 이때의 자립심은, 부정적인 것들로부터 대항하는 자립심입니다. - P70
자영업의 두 번째 의미는 일의 성과가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달려있어, 압도적인 결과를 창출할 수도 있고, 반대로 쓴맛의 연속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 P71
죽기살기로 헤엄쳐야 합니다. 누구라도 좋으니 가끔은 누가 저를 책임져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누가 책임져 주겠습니까? 할 수 없지요. 내 손으로 선택한 길입니다. - P71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잠재능력을 완전히 깨워야 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 중 가장 중요한 8시간~12시간을 바쳐,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하여 온 머릿속이 일에 집중되어 있어야 합니다. - P71
세법의 바다에서 지식을 연마하고, 신문과 잡지에서 예민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배짱과 카리스마로 결단을 내립니다. 그래야만 손님을 완전히 사로잡아 리드를 하고, 손님에게 안심을 줄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은 경험치가 되어 다음의 과정에서 더 단단하고 확신에 찬나를 만들어 냅니다. 마치 사냥에 거듭 성공하여 생동감 넘치는 야수가 된 기분입니다. - P72
내 손으로 만든 결과를 받아들면, 해냈다는 즐거움과 자신감이 가슴 속에 충만합니다. 매일매일이 진정한 내 잠재력을 시험하고 증명하는 순간입니다. 계속해서 난이도 높은 일들이 주어지고, 그것을 더 잘 해결하는 존재가 되어갑니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 P72
개업 세무사에게는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는 자립심이 필요합니다. 이때의 자립심은, 최고의 결과를 내 손으로 만든다는 의미의 자립심입니다. - P72
양도소득세 업무는 손님이 일단 돈을 손에 쥐었기 때문에 후련함과 충만함이 느껴진다. 법대로 세금을 계산하기만 하면 되고 세금이 많아 화가 날수는 있지만 세금을 낼 돈이 없는 경우는 없다. - P73
증여세 업무는 대체로 여유가 있는 부모가 자식의 미래를 열어주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예, 부모의 사랑과 자식의 감사가 느껴져서 가장 좋아하는 업무다. 세금이 어떻게든 감당이 되고, 감당을 못하겠으면 증여를 안 하면 된다. - P74
하지만 상속세 업무는 정반대다.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갑작스러운 충격을 준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가족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손님의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한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국가가 재산을 어느 정도 가져간다고 말을 꺼내야 하기 때문에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가슴에 반감이 싹튼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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