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스크루테이프라는 악마가 웜우드(‘쑥‘이라는 뜻으로 고난, 고뇌를 상징한다고 함)라는 이름을 가진 조카뻘되는 신참 악마에게 남긴 편지 형식의 글이다. 이 악마의 무리들은 편지에서 세상 사람들을 ‘환자‘라고 지칭하고 그리스도를 ‘원수‘라고 지칭한다. 그러면서 자신(악마)들의 입맛에 맞게 세상 사람들을 조종하려는 이런저런 갖가지 전략들을 편지를 통해 주고받고 있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 역시 이러한 상황적 맥락 속에서 나온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상황에 대한 이해없이 그냥 문장을 읽어보면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기에 설명을 덧붙여 보았다.

한편 저자는 이러한 악마의 다양한 전략들을 편지 형식을 통해 낱낱이 드러냄으로써 ‘악에 맞서 싸우자‘ 등과 같은 어떤 직접적인 구호보다는, 마치 손자병법에 나오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악마의 전략을 잘 파악하여 그들의 유혹이 찾아올 때 거기에 넘어가지 말자고 독자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야 환자의 앞날이 불확실할수록 좋지. 서로 충돌하는 미래의 모습들이 마음을 온통 채운 채 희망이나 두려움을 번갈아가며 불러일으킬 테니까. 원수가 인간의 마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바리케이드를 치기에 불안과 걱정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원수는 인간들이 현재 하는 일에 신경을 쓰기 바라지만, 우리 임무는 장차 일어날 일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것이지. - P42

물론 네 환자도 인내하며 원수의 뜻에 복종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주워 들었을 게다. 원수가 의미하는 바는 뭐니뭐니해도 실제로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ㅡ현재의 걱정과 불안ㅡ을 인내로써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뜻이 이루어지이다"라는 건 바로 이 부분에서 그렇게 해 달라는 기도이고,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는 것도 바로 이것을 매일 감당하기 위한 기도지. - P43

네 임무는 환자가 현재의 두려움이야말로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라는 생각을 절대 못 하게 하는 한편, 오로지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는 미래의 일들에만 줄창 매달려 있도록 조처하는거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그 일들이야말로 제 십자가라고 믿게 만들거라. 그렇게 서로 어긋나는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날 리 만무하다는 사실은 환자의 뇌리에서 싹 지워 버리고, 다 일어나지도 않을 미래의 일에만 미리 마음을 굳게 다지며 인내심을 발휘하려고 애쓰게 하거라. - P43

열 가지도 넘게 가정해 놓은 서로 다른 운명들을 진짜로 동시에 받아들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다가, 그런 일을 하려고 덤비는 인간들에게는 원수도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현재 실제로 겪고 있는 고난이라면야 아무리 두렵다해도 받아들이기가 더 쉬울 뿐 아니라 대개는 원수도 직접 개입해서 도와 주지만 말이지.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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