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곳곳에서 하나씩 구매하거나 혹은 홍보 등의 목적으로 특별 제작된 티셔츠 등을 소재로 쓴 에세이다. 티셔츠들의 이미지와 함께 그 옷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간단하게 풀어내는 식으로 얘기가 이어진다. 이를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된 시간이었다.특별히 '토니 타키타니'라는 이름이 프린팅된 티셔츠 같은 경우 자선매장에서 단돈 1달러에 구입했는데, 저자가 이 가상의 인물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하여 쓴 '토니 타키타니'라는 단편소설은 이후 영화까지 제작될 정도로 꽤나 유명해졌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읽었던《렉싱턴의 유령》이라는 저자의 단편소설집에도 수록되어 있던 작품이었기에 기억이 생생한데,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파급력이 컸을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었다. (물론 읽을 당시에도 꽤나 스토리가 탄탄하다는 느낌은 있었다.) 결과적으로 저자가 단돈 1달러를 주고 구입한 이 '토니 타키타니'라는 티셔츠는 정확한 금액까진 알 수 없지만 저자에게 적잖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었을 것으로 예상된다.이외에도 책의 구성상 특정한 테마를 설정하여 그 테마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티셔츠들을 한 그룹으로 묶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또한 나름대로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면 동물과 관련된 티셔츠, 서핑과 관련된 티셔츠 같은 식으로 모아서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독자 입장에서는 본문의 내용이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또한 개인적인 생각을 하나 덧붙여보자면 이 책은 저자의 책을 어느정도 읽어본 독자들이 읽어보는 게 이해의 밀도를 높이는데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글자체가 어려운 것은 전혀 아니지만, 위에서 언급한 '토니 타키타니' 외에도 달리기와 관련된 에세이나 위스키 관련 에세이 그리고 기타 저자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재즈관련 얘기들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작품을 그동안 좀 읽어왔던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쉬어가는 느낌으로 읽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독자인 내 경우에도 이전에 저자의 책들을 몇 권 읽어서 그랬는지 부담감없이 아주 빠른 속도로 쭉쭉 읽어나갈 수 있었다. 물론 배경지식이 없어도 본문을 읽어나가는 데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글을 읽더라도 배경지식이 있다면 좀 더 많은 걸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마지막으로, 저자가 티셔츠에 관해 언급하면서 입는 티도 많지만 잘 입지 않는 티도 결코 적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분을 통해 독자인 나 자신은 어땠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을 잠시나마 가져봤다. 독자인 나도 저자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되었다. 저자의 책이 일종의 거울치료가 된 셈이다. 이제부터라도 새로 사는 것은 가급적 자제하고 이미 있는 아이템들의 활용도를 높이는 게 바람직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