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시작한 이야기는 이 책에 수록된 총 7개의 이야기 중 6번째로 등장하는 ‘일곱 번째 남자‘ 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소설에선 한 남자가 거친 비바람과 파도 등으로 인해 발생한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로 인해 자신이 경험했던 악몽과도 같았던 순간에 대해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처음 밑줄친 문장에서 ‘태풍의 눈‘이라는 것에 대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이 용어를 얼핏 들어본 적은 있지만 이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솔직히 잘 몰랐었다. 그런데 오늘 독서를 통해 이 ‘태풍의 눈‘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여기서의 핵심은 ‘태풍의 눈‘ 속에 들어가면 잠깐 동안은 안전하지만 머지않아 굉장한 위기가 닥쳐온다는 점이다. 이것은 조만간 화자가 경험하게 될 상황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우리는 지금 태풍의 눈 안에 있는 거야‘ 하고 아버지는 내게 알려주셨습니다. ‘잠깐 동안은, 아마 십오분이나 이십분 정도는 잠깐 쉬어가는 것처럼 이 고요함이 계속될 거야. 그런 다음엔 조금 전과 같은 폭풍우가 다시 몰아닥칠 거란다.‘ - P172

그것은 이유 없는 공포였습니다. 그러나 그건 진정한 공포였습니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 파도가 살아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틀림없습니다. 그 파도는 확실히 생명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파도는 그곳에 있는 내 모습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제부터 나를 그 손바닥 안에 넣으려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꼭 거대한 육식동물이 나를 먹잇감으로 점찍고서, 그 날카로운 이빨로 나를 갈기갈기 찢어 먹는 꿈을 꾸며 초원의 어딘가에서 숨을 죽인 채 숨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 P176

파도란 절대 한 번만 왔다 가버리지 않고,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계속 밀려오는 습성을 지녔다 - P181

혹시 나는 지금까지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 P193

내가 K의 표정에서 느꼈던 강한 증오의 빛은, 그 순간 나를 사로잡고 지배했던 깊은 공포의 투영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 P194

이제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은 없었습니다. 모든 공포는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 P198

"나는 지금,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어쩌면 다시 시작하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는지도 모릅니다. 내 인생의 시간은 앞으로 얼마 남아 있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설사 너무 늦었다고 해도, 마지막에 이렇게 구원받고 마침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나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구원을 받지 못한 채 공포의 어둠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이 인생이 끝나버렸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으니까요." - P199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의 인생에서 정말로 무서운 건, 공포 그 자체는 아닙니다." 남자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렇게 말했다. "공포는 확실히 내부에 있습니다..... 그것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서 때로는 우리의 존재를 압도해버립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것은 그 공포를 향해 등을 돌리고 눈을 감아버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자신 안에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을 무엇인가에 줘버리게 됩니다. 내 경우에는ㅡ그것은 파도였습니다." - P200

야마노테(고지대에 있는 주택이란 뜻으로 고급 주택이 많은, 이른바 부자 동네를 말함) - P207

"약간의 순서 차이가 큰 의미를 가져올 수도 있지. 간단히 포기해버리면 희망이 없잖아." - P211

"가장 괴로운 건 공포라는 거야. 실제 느끼는 아픔보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아픔을 상상하는 것이 훨씬 싫고 두려워." - P212

해야 할 일 같은 건, 그 어디에도 단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여기에만은, 있을 수가 없다. - P217

"장님 버드나무는 겉으로 보기에는 작지만, 뿌리는 땅속 깊은 곳까지 뻗어내리고 있어" 하고 그녀는 설명했다. "실제로 어느 정도 자라면, 장님 버드나무는 더 이상 위로는 뻗어가지 않고, 아래로 아래로만 뻗어가는 거야. 마치 암흑을 양분으로 삼기라도 한 듯 말이야." - P225

암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의 살아가는 경향이 응축된 것이기도 하다 - P228

"어디나 대개는 같아." 사촌 동생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면서, 어쩐지 맥 빠진 듯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모두가비슷한 질문을 하고, 비슷한 검사를 한다고." - P229

"누구의 눈에나 다 보이는 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일까....." - P231

‘인디언을 보았다는 건, 바꿔 말하면 인디언은 거기에 없다는 뜻입니다‘ - P232

눈에 보이는 것이 존재하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존재하는 그런 장소에. - P236

《렉싱턴의 유령》은 오컬트(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한 내용의 작품 일곱 가지를 담은 하루키의 단편집이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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