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한 스토리를 이루 다 말하긴 힘들지만, 스토리 상에서 안 좋은 상황에 처한 줄로만 알았던 등장인물이 알고보니 자신만의 커다란 계획 속에서 움직이다가 기어코 다시 돌아오는 상황을 보면서, 그 반대편에 있는 인물이 자신들의 계획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보고함과 동시에 현실을 새롭게 자각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이 비단 이 판타지 소설 속에만 나온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상대방이 한동안 안보일 경우 마냥 안심하거나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미처 예상치못한 그들의 큰 그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을 꼭 당하는 입장에서만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상대방에게 사용해볼 수도 있는 전략적인 행동으로 삼아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상대의 큰 그림에 그려지는 객체가 아니라 나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는 큰 그림을 내가 직접 그리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종종 들었던 말 중에 문득 이런 말이 생각났다.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그 계획은 실패했습니다. 현 상황 자체가 이미 거대한 장기판이었던 겁니다."

드리모어는 대결의 패배 끝에 우주로 추방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주로 추방당한 것 자체가 일종의 설계였고. 지금 이 순간은 자신의 복귀를 위해 과거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계산과 현실은 차이가 있단다."

우주의 시간은 각기 다르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군.

아직 숨이 붙어 있다는 건 돌파구 또한 있다는 의미.

지도 형식이라 세부 묘사보다는 정확한 위치 표시가 중요했다.

‘단체 생활을 하다 보니 배려심이 많아졌네. 좋은 현상이다.‘

"역시 실력을 더 키워야 겠네."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하던 거나 하자고. 다행히도 전기는 들어오는 중이니까."

"탑의 관리자쯤 되면 이성적이라고 생각되는 길에 속임수를 넣지. 일반적인 상식으로 상대하면 필패야."

환각과 각종 속임수. 그런 걸 질리도록 상대하다 보니 열심히 움직이는 게 독이라는 걸 깨달은 적이 많았다.

당장 이곳저곳을 들쑤시며 찾는 게 일반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지금은 선택에 따른 나비효과를 주의해야 했다.

‘인간 기준의 합리성으로 대응하면 진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림을 통해 이기겠다. 이것이 내 전략이었다.

현재를 즐기며 살자

밥은 관리가 어렵다. 조금만 놔두면 식거나 굳어버린다. 하지만 빵은 그런 조건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물론 빵도 습기에 취약하고 곰팡이가 피지만.

밀가루와 우유, 물, 계란, 버터 등이 섞이면서 찰기가 생긴다.

"그래, 다들 즐거우니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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