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전자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면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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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내용에서 기생하는 개체에 관한 다양한 사례들이 나온다. 이들에게서 발견되는 핵심적인 특징은 자신이 기생하고 있는 대상과 이해관계가 일치할 경우에는 서로 win-win 하는 관계를 만들지만 상호간의 이해관계가 불일치할 경우에는 설사 공생을 하긴 하더라도 조금은 삐딱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본문에 나온 미생물들만의 얘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 사회에도 얼마든지 적용가능한 교훈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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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는 부분이 이 책의 마지막 장인 13장 ‘유전자의 긴 팔‘ 이라는 제목의 글인데, 다양한 사례들을 접하면서 문득 든 깨닫게 된 것은 유전자라는 것이 반드시 어떤 생명 개체 내부에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즉, 개체의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도 얼마든지 생명 개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유전자의 성질로 인해 이 장의 제목이 유전자의 ‘긴‘ 팔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추론도 해볼 수 있었다. ‘긴‘ 팔이 있다면 가까운 곳이 아닌 먼 곳에서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가 정말로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단백질 합성뿐이다. 신경계에 미치는 유전자의 영향이나 눈 색깔, 콩의 주름에 미치는 영향도 항상 간접적인 것이다. 유전자는 하나의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결정하고 그것이 X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또 Y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또 Z에도 영향을 미쳐 최종적으로 씨의 주름이나 신경계 세포의 배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 P441

하나의 생물 개체에 있는 유전자는 다른 생물 개체의 몸에 확장된 표현형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P441

생존은 번식과 같은 것이 아니며 일종의 타협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 P443

여러 형태의 기생자가 그 숙주에 대해 매우 교활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 P444

숙주의 변화는 기생자에게 이익이 되는 적응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숙주의 변화를 기생자 유전자가 확장된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 P445

우리 모두는 태고의 기생자들이 합체한 것의 유물일지도 모른다. - P447

히드라는 담수에 사는 말미잘처럼 촉수를 가진 작은 고착성 동물 - P448

자기 유전자가 숙주의 유전자와 운명을 같이하기를 열망하는 기생자는 모든 이해관계를 숙주와 공유하고 최종적으로 기생적 작용을 멈추게 된다 - P449

우리의 유전자들이 서로 협력하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로의 출구ㅡ알이나 정자ㅡ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 P449

DNA의 절편 중에는 염색체에 편입되지 않고 세포의 액체 성분 속에 자유로이 떠다니며 증식하는 놈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특히 박테리아 세포에 많이 존재한다. 이 절편들은 비로이드viroid라든가 플라스미드plasmid 라든가 하는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 P450

플라스미드는 바이러스보다도 작고 대개 두세 유전자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부 플라스미드는 이음새도 없이 염색체로 끼어 들어갈 수 있다. 끼어 들어간 부분이 너무 매끄러워 이음새를 찾아볼 수도 없다. 이 같은 플라스미드는 염색체의 어떤 부분과도 구별이 어렵다. 플라스미드는 자신을 다시 잘라 낼 수도 있다. - P450

우리는 피부에서 끊임없이 세포를 잃는다. 우리 집 안 먼지의 대부분은 우리가 벗어 버린 세포다. 우리는 분명히 서로의 세포를 항상 들이마실 것이다. 입 속을 손톱으로 긁어 보면 수백 개의 살아 있는 세포가 나올 것이다. 연인들은 키스나 애무를 통해서 서로 다수의 세포를 주고받을 것이다. 반란 DNA의 파편은 이 같은 세포들 중 어떤 것에도 올라탈 수 있다. - P451

감기에 걸리거나 기침이 나면 우리는 보통 그 증상을 바이러스 활동의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떨 때는 그 증상이 바이러스가 한 숙주에서 다른 숙주로 이동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꾸민 일일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 바이러스는 공기 중으로 호흡을 통해 단순히 내뱉어지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재채기나 기침을 해서 힘차게 뿜어내도록 한다. - P451

광견병 바이러스는 어떤 동물이 다른 동물을 물었을 때 타액을 통해 전해진다. 광견병에 걸리면 보통 때는 얌전하고 착하던 개가 입에 거품을 물고 사납게 문다. 또한 불길하게도, 보통 때는 집 둘레 1킬로미터 정도의 행동권을 벗어나지 않던 개가 끊임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린다. - P452

우리 ‘자신의‘ 염색체 유전자 모두는 서로에게 기생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 P452

유전자는 먼 거리에서도 작용할 수 있다. 즉 확장된 표현형은 아주 멀리까지도 확장될 수 있다. - P453

자연선택이 작용하려면 유전적 변이가 있어야 한다. - P453

남자는 여성의 육체 사진에 흥분하여 발기하기까지 한다. 그가 결코 인쇄된 잉크의 패턴이 진짜 여성이라고 ‘속고 있을‘ 리는 없다. 그는 자기가 보고 있는 것이 종이 위의 잉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그의 신경계는 진짜 여성에게 반응하는 것과 같은 식으로 반응한다. - P455

우리는 비록 특정 상대와의 관계가 장기적으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할지라도 그 상대의 매력에 빠져 들고 말 때가 있다.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물에 매력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다. - P455

"토끼는 여우보다 빠르다. 왜냐하면 토끼는 목숨을 걸고 달리지만 여우는 식사를 위해서 달리기 때문이다." - P457

조종당하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유전적 성향을 갖는 경쟁자는 저항에 필요한 경제적 비용 때문에 실제로는 자손에게 유전자를 전하는 데 덜 성공적일 것이다. - P457

어떤 의미에서는 하나의 몸속에 있는 모든 유전자가 ‘기생적‘ 유전자다. 우리가 그것을 몸 ‘자신의‘ 유전자라고 부르고 싶든 아니든 간에 말이다. - P458

우리가 뻐꾸기의 유전자가 크게 벌린 뻐꾸기의 입 색깔이나 형상(표현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때와 똑같은 의미로, 우리는 뻐꾸기의 유전자가 숙주의 행동 (확장된 표현형)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할 수 있다. - P459

기생자의 유전자가 숙주의 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생자가 숙주의 몸속에서 직접적인 화학적 수단에 의해 숙주를 조종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기생자가 숙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원격조종하는 경우에도 가능하다. - P459

확장된 표현형의 세계에서는 동물의 행동이 어떻게 해서 그 유전자에게 이익을 주는가 묻지 말고 그 행동이 이익을 주는 것은 누구의 유전자인가를 질문해야 한다. - P461

조종하는 유전자가 자연선택되는 모든 경우에서 유전자가 조종당하는 생물체의 몸(확장된 표현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치에 맞다. 유전자가 물리적으로 어디에 위치하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조종의 표적은 같은 몸일 수도 있고, 다른 몸일 수도 있다. 자연선택은 자신이 잘 증식할 수 있도록 세상을 조종하는 유전자를 선호한다. - P462

즉 동물의 행동은,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그 행동을 하는 동물의 몸 내부에 있거나 없거나에 상관없이,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의 생존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가진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동물의 행동‘에 대해 썼지만 이 정리는 색깔, 크기, 형상 등 어떤 것에나 적용될 수 있다. - P462

자연선택의 근본적인 단위로 생존에 성공 또는 실패하는 기본적인 것, 그리고 때때로 무작위적인 돌연변이를 수반하면서 동일한 사본의 계보를 형성하는 기본 단위를 자기복제자라고 한다. DNA 분자는 자기 복제자다. - P463

자기 복제자는 앞으로 우리가 살펴보겠지만 어떠한 이유로 거대한 공동체적 생존 기계, 즉 운반자 속에 모인다.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운반자는 우리 자신과 같은 개체의 몸이다. 따라서 몸은 자기 복제자가 아니다. 몸은 운반자이다. - P463

운반자 자신은 스스로를 복제하지 못한다. 운반자는 자기를 구성하는 자기 복제자들을 퍼뜨리기 위해 일한다. 자기 복제자는 행동하지 않는다. 또한 세상을 알지도, 느끼지도 못하며 먹이를 잡거나 포식자로부터 도망치지도 못한다. 자기 복제자는 이와 같은 모든 것을 하는 운반자를 만든다. - P463

유전자와 개체는 다윈주의의 드라마에서 같은 역할을 노리는 경쟁자가 아니다. 둘은 서로 다르고 보완적이며, 많은 점에서 동등하게 중요한 역할, 즉 자기 복제자라는 역할과 운반자라는 역할을 수행한다. - P464

개체와 집단은 이 드라마에서 운반자의 역할을 놓고 다투는 진짜 경쟁자지만, 이들 중 누구도 자기 복제자라는 역할에는 후보조차 못 된다 - P464

‘개체선택‘이냐 ‘집단선택‘이냐에 대한 논쟁은 누가 운반자가 될 것이냐에 대한 진정한 논쟁이다. 그러나 개체선택이냐 유전자선택이냐는 논쟁거리가 아니다. 왜냐하면 유전자와 생물 개체는 서로 다른 상호 보완적인 역할, 즉 자기 복제자와 운반자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P464

기생자의 유전자들이 서로 합심하여 숙주의 유전자들(이들도 서로 합심하여 일한다)과 대립할 때, 우리는 그 이유가 두 세트의 유전자가 공통의 운반자, 즉 숙주의 몸에서 떠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 P465

개체의 무리(새 떼나 늑대 무리)가 하나의 운반자에 합쳐지는 일은 없다. 그것은 바로 무리 내의 유전자들이 현재의 운반자를 떠나는 방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 P466

사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생명은 늑대나 벌집과 같은 개개의 목적을 가지는 개별 운반자 속에 묶여 있다. 그러나 확장된 표현형의 이론은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 P467

근본적으로 이 이론(확장된 표현형의 이론)으로부터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 서로 떠밀고 속이는 자기복제자들의 전쟁터뿐이다. 이 전쟁의 무기는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는 세포 내 화학적 과정에 대한 직접적 영향으로 시작하지만 날개, 독니, 더 나아가 원격 조종까지 포함한다. 이 같은 표현형에 대한 영향이 대체로 개별 운반자에 묶여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 P467

각각의 운반자는 유전자를 깔때기에 걸러 미래로 보내는 정자나 난자라는 공통의 병목을 거칠 것을 예상하고 유전자를 통제한다. - P467

DNA 분자는 단백질을 만든다. 단백질은 효소로서 특정 화학 반응에서 촉매 역할을 한다. 하나의 화학 반응은 쓸모 있는 최종 산물을 합성하기에는 충분치 않을 때가 있다. 인간의 제약 공장에서 쓸모 있는 화학 물질 하나를 합성하려면 생산라인이 필요하다. 원료가 되는 화학 물질이 원하는 최종 산물로 직접 변환될 수는 없다. 일련의 중간 산물이 차례대로 합성되어야만 한다. - P468

대부분 화학자들은 원료인 화학 물질과 원하는 최종 산물 사이에 있어야 할 중간 산물들의 경로를 고안하느라 고심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세포 내에서 보통 특정 효소 혼자서는 원료가 되는 화학 물질에서 쓸모 있는 최종 산물을 합성할 수 없다. 어떤 것은 원료가 첫 번째 중간 산물로 변환되는 과정을 촉매하고, 다른 것은 첫 번째 중간 산물이 두 번째 중간 산물로 변환되는 과정을 촉매하고,
이렇게 효소들의 완전한 세트가 필요하다. - P468

각 효소는 하나의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진다. 만약 어떤 합성 경로에서 여섯 개의 효소가 순서대로 작용해야 한다면 그 효소들을 만드는 모든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468

중요한 것은, 경로 1의 한 단계를 담당하는 유전자는 경로 1의 다른 단계를 담당하는 유전자들의 존재하에서는 번영할 것이나 경로 2를 담당하는 유전자들의 존재하에서는 번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 P469

각 유전자는 별개의 이기적 유전자로서 선택되는데, 다른 유전자들이 모여 만든 딱 알맞은 세트가 존재해야만 번영할 수 있다. - P469

세포벽은 아마도 유용한 화학 물질을 모아서 온전하게 유지하며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서 생겨났을 것이다. - P469

모든 세포는 똑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다. 다만 다른 종류의 특수화된 세포마다 다른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질 뿐이다. - P471

새 생물체는 조상의 설계 아이디어를 DNA의 프로그램 형태로 이어받지만 그 조상의 신체 기관을 물려받지는 않는다. 부모의 심장을 물려받아 새로운 (가능하면 개량된) 심장으로 고치지 않는다. - P474

이론적으로 생물 개체는 그 생장기 중 언제라도 번식할 수 있지만, 번식에 최적기가 있을 것이다. 너무 젊어, 또는 너무 늙어 포자를 방출하는 생물체는, 힘을 비축하여 두었다가 생애의 전성기에 많은 수의 포자를 방출하는 경쟁자에 비해 결국 자손 수가 적을 것이다. - P474

모든 생명의 원동력이자 가장 근본적인 단위는 자기 복제자다. 우주에서 자신의 사본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든 자기 복제자다. 최초의 자기 복제자는 작은 입자들이 우연히 마구 부딪쳐서 출현한다. 자기 복제자가 일단 존재하면 그것은 자신의 복사본을 한없이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복제 과정도 완벽하지 않으며 자기 복제자들의 집단 내에는 몇 개의 다른 변이체가 생긴다. 이 변이체 중 어떤 것은 자기 복제 능력을 잃어서 자신이 소멸할 때 그 변종도 아울러 소멸하고 만다. 다른 변이체는 아직 복제를 할 수는 있으나 효율이 나쁘다. 또 다른 변이체는 새로운 묘법을 획득하여 자기의 조상이나 다른 변이체들보다 자기 복제의 효율이 훨씬 좋다. 그리하여 개체군 내에서 많아지는 것은 그들의 자손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상은 가장 강력하고 재주 있는 자기 복제자로 채워진다. - P479

자기 복제자는 자기 고유의 성질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세상에 초래하는 결과 덕분에 살아남는다. 그 결과는 매우 간접적일 수도 있다. 필요한 단 한 가지 조건은 그 결과가 얼마나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것이든 간에 피드백을 통해 최종적으로 자기 복제자의 복제 성공률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 P480

어떤 자기 복제자가 이 세상에서 성공할지 말지는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즉 선재先在 조건에 달려 있다. 이런 조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종류의 자기 복제자와 이것이 초래하는 결과일 것이다. - P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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