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은 결국 관계와 관계의 결합입니다. 잘 산다는 것은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고, 잘 살지 못한다는 것은 이옷과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어려울 게 없습니다. - P132
좋은 관계, 나쁜 관계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요? 바깥이 아니라 안에서 오는 것입니다. 내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말은 곧 내가 그의 좋은 친구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P132
이웃을 기쁘게하면 내 자신도 기쁩니다. 이웃을 슬프게 하면 내 자신도 고통스러워집니다. 마음은 메아리이기 때문입니다. 이웃에 따뜻한 마음을 기울이면, 그 이웃을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내 자신의 내적인 평안도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이것은 관념적인 종교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본성에 관한 것입니다. - P132
어떤 사람이 좀 얄밉다, 밉상이다, 그런 마음이 들면 오히려 그 사람을 위해서 기도를 하세요. 그 사람은 내 마음을, 내 한 생각을 돌이키게 하는 선지식이니까요. - P133
선지식이라고 하면 무슨 머리로 쌓는 지식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있던데, 여기서 말하는 선지식은 바른 도리를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즉 스승입니다. - P133
선지식이라는 존재가 무슨 야단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나에게 깨우침을 주면 그가 바로 선지식입니다. 내 남편이, 내 아내가, 내 자식이 나에게 선지식이 될 수 있습니다. - P134
내 마음이 상대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마음을 써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마음을 써야 할 일은 내가 만난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입니다. 친절은 인간의 아주 고귀한 덕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P134
세계화라는 것은 세계 여러 나라의 입장과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해하는 것입니다. 세계화를 하고 세계 시민이 되는 것도 좋지요. 그런데 이보다는 인간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세계 시민의 대열에 당당하게 서려면 사람의 도리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 할 수 있는 도리로 친절을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 P135
우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보다 큰 친절을 베푼다면 우주가 그만큼 선한 기운으로 확장됩니다. 좋은 기운으로 충만하게됩니다. 우주라고 해서 관념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로켓을 타야만 갈 수 있는 저기 먼 세계가 아닙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환경이 바로 우주입니다. 바깥에서 찾지 마십시오. 진리는 바로 내 안에, 내 곁에 있습니다. - P135
이 세상에는 불행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물질적인 가난 때문이라든가, 신체적인 장애 때문이 아닙니다. 마음에 따뜻한 사랑이 없기 때문에 불행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마음에 따뜻한 사랑이 있으면 어떤 역경 속에도 결코 불행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산다 하더라도 마음에 따뜻한 사랑이 없으면 불행해집니다. - P135
이웃을 따뜻하게 대하는 그런 사랑 없이는 그 어떤 위대한일도 이 지구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인간답게 살다가 간사람들, 현재 또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 그들 마음에는 다그런 따뜻한 사랑이 있습니다. 또 따뜻한 친절이 있습니다. - P136
마음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본래부터 우리는 다 갖추고 있습니다. 단지 그 마음이 열려 있지 않을 뿐이에요. 그 마음이 겹겹으로 닫혀 있을 뿐입니다. 그 마음에는 본래부터 따뜻한 사랑이 가득 고여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한 생각 뒤틀려서 엉뚱한 데 정신을 파느라, 딴 데 신경을 쓰느라 자기 마음을 그렇게 열지 못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그 마음을 활짝 열기만 하면 됩니다. - P136
혼자서는 어렵습니다. 이웃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열 수 있습니다. 내 가족을, 내 이웃을 선지식으로 대하십시오.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이 저절로 열립니다. 내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간절해지는 존재가 됩니다. - P136
언짢은 사이란 없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나를 겸허하게 합니다. 생각을 돌이키게 합니다. 그러면 편해지고, 본래의 내가 될 수 있습니다. - P137
사랑과 친절이 우리 마음속에서 싹트는 순간 우리는 다시 태어납니다. 이것이 진정한 탄생이고 부활입니다. - P137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늘 변하고 있습니다. 계절이 변하고, 우리의 마음이 변하고, 세월이 변하고, 권력이 변하고, 경제 구조가 변하고, 공기의 상태가 변합니다. 모든 것은 변화 속에 있습니다. 이게 우주의 실상이고 원리입니다. - P140
변한다는 것은 가능성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 P140
자기 존재에 대한 자각이 선행되지 않고는 본질적으로 변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자기 존재를 자각하려면 고독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각 개인의 특성과 개성을 발휘하는 데에는 고독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 P141
진정한 고독은 영혼 가운데 있는 심연深淵 같은 것입니다. 고독을 체험하려면, 즉 자기 존재에 대한 의미를 캐내려면범속한 일상에 저항해야 합니다. 또 범속에 저항할 수 있으려면 생명의 본질을 알아야 합니다. 생명은 바르지 않은 것에 맞설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생명을 느끼기 위해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침묵의 바다에 들어가 봐야 자기 생명의 무게, 자기 생명의 빛깔을 알 수 있습니다. - P141
여러분들이 성당에서 기도를 하고 묵상을 하고 피정에 참여하는 것도 자기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려는 것입니다. 나는이것을 고독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마주하는외로움을 통해 사람답게 변할 수 있습니다. 홀로 있는 시간은 자기 정화의 시간, 자기 응시의 시간입니다. - P142
사람의 기본을 이루는 구조는 세상에 있습니다. 세상에 있다는 것은 함께 있다는 뜻입니다.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같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홀로 있는 시간과같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이 배치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으로서는 혼자만의 시간으로 성찰을 해야 하고, 집단 속의 일원으로서는 공동체의 발전에 협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 P142
산에서 사는 저 같은 중과 도시에서 사는 여러분 사이에는아무 연결점이 없는 것 같지만, 같은 시대의 공기를 마시면서 같은 문제를 두고 괴로워하고 슬퍼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절대 무연無緣한 관계가 아닙니다. 우리는 존재와 존재로서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 P142
나뭇가지는 동서남북 사방으로 뻗어 있지만 뿌리는 하나입니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맺어져 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그런 운명을 받은 겁니다. 가지들이 뿌리를 공유하여 물과 양분을 빨아들이듯 우리는 같은 나무에서 뻗은 가지들입니다.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살아가지 않을 수없는 그런 존재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누어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기쁨과 슬픔을 나누어 가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웃이 됩니다. - P143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돌 하나하나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저 하나의 자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여 이 중앙성당과 같은 건물을 짓는다면 어떨까요? 그때의 돌 하나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작은 돌 하나만 빠져도 건물은 온전해지지 않습니다. - P143
노력과 물자가 저마다 각기 있을 때는 그저 하나의 소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소재가 인간적인 표정을 갖추고 통일된 원리 안에서 건축에 참여하면 새로운 존재로서 거듭나게 됩니다. - P143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은 대단한 존재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동체를 이룰 때 한 개인의 존재는 승화되어 무한하게 확산됩니다. 특히 어려운 일을 함께 나눌 때 진정한 동료가 됩니다. 쉽고 간단한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죠. 그래서 감당하기 힘든 일을 함께했을 때 진정한 동료의식이 싹틉니다. - P143
집단을 하나로 모으는 사회인지, 아니면 흐트러뜨리는 사회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 정치, 경제 모든 분야에서 함께 힘을 모으고 헤쳐 나가야 하는 운명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 P144
좋은 일은 사람을 한데 모으고, 좋지 않은 일은 산산이 흐트러뜨립니다. - P144
나에게 책임이 있다는 뜻입니다. 내가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거예요. - P144
우리는 인간성을 상실하고 괴물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 이웃을 보살피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 P145
말은 쉽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위해서 태종대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용기, 용두산 전망대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용기를 갖추기란 어렵습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바로 그런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 P146
누구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 P146
대한민국은 대형 버스입니다. 이 버스는 생명의 속성인 자유와 평화를 싣고 가고 있습니다. 이 버스를 지금 누가 운전하고 있습니까? 소수 지배 계층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의 문제이고 우리의 문제입니다. 운명을 같이하고 있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모른 척해서는 안 됩니다. 이 시대의 공격에 대해서, 이 시대의 흐름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모른 척할 수 없는 거예요. 이 시대에 대해서, 시대의 흐몸에 대해서 책임이 있는 겁니다. 역사를 창조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책임이 있는 거예요. - P147
삶의 가치와 살아갈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극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고통을 감내하고 견뎌 낼 수가 있어요. - P147
빅토르 프랑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보면 "인간의 기본적인 자세는 의미를 지향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 P148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희망을 찾습니다. 비극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통해서 자기 안에 잠들어 있는 생명의 씨앗을 틔우고 꽃피우고 열매 맺으려 합니다. - P149
사람은 과거나 미래에 살지 않고 지금 이 시간, 이 자리에서 삽니다. 노을 지는 벤치에 앉아서 과거를 반추할 필요는 없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불안의 탑을 쌓을 필요도 없습니다. - P149
철학자의 말을 인용해 본다면 시간은 관념적 개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흐르고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흐르고 변하는 것은 사물이거나 사람이거나 우리의 마음일 뿐입니다. 시간 그 자체는 그대로 늘 있는 거예요. - P149
사람이 만든 시계는 시간의 흐름을 증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계는, 즉 시간의 흐름은 단지 인간들이 만들어 낸 약속일 뿐입니다. 지나가 버린 과거도 오지 않은 미래도 우리 것이 아니에요. 그러니 반추할 필요도, 불안해할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추상적인 공간과 붙잡히지 않는 개념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사람이 사람답게 변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때입니다. 그리고 지금 바로 이 자리예요. - P149
롱펠로의 「인생 찬가」는 말 그대로 인생을 찬양하는 시라고 할 수 있는데, 삶을 관조하는 말들로 가득합니다. 그중 한 부분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아무리 즐거워도 미래를 믿지 말고 죽은 과거로 하여금 그 시체를 내지 않게 하라 죽은 과거는 그대로 묻어 두어라 행동하라, 살아 있는 현재에 행동하라 - P150
우리는 생명의 한 장면을 아무렇게나 살아 버리면 안 됩니다. 즐겁고 유익하게 연소해야 합니다. 순간순간이 생명의무게로, 생명의 빛으로 가득해야 합니다. - P150
사람이 창조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동안에는 병에 걸리거나 늙거나 죽을수가 없습니다. 산다는 것은 순간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 탄생의 과정이 멎을 때, 어둡고 불쾌하고 싸늘한 죽음이 우리 삶의 문을 두드립니다. - P150
산다는 것은 순간마다 새롭게 변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기 위해 그리고 보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지, 늙고 병들고 죽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달라져야 합니다. 정말 자기답게 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 P150
우리는 끌려가는 노예가 아니라 역사를 창조하는 당당한 존재이기 때문에 순간순간 아무렇게나 살아서는 안 됩니다. 나답게, 우리답게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 P150
표준어가 정제된 수돗물이라면 사투리는 따뜻한 피와 같은 것입니다. - P153
언어라는 것은 그렇습니다. 자기의 뿌리와도 같은 것입니다. 이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 P154
언어에 우열이 있을 수는 없겠습니다만, 구성진 것으로 치면 아마도 남도 방언이 으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호남 방언은 수식어가 아주 발달했지요. 수식어가 발달했다는 것은 그만큼 감정이 섬세하다는 뜻입니다. - P154
작금의 사태들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고 우리 사회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 총체적인 비리입니다. 우리 개개인도 우리 시대를 이루는 한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 P155
사회라는 것은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그런데 추상성이 개인 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사회는 사람들로 이루어진하나의 집합체예요. 존재하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이지 사회가 아닙니다. 개개인이 사회를 구성하는 기초입니다. 사람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 P1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