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작 - 잠 못 드는 사람들 / 올라브의 꿈 / 해질 무렵
욘 포세 지음, 홍재웅 옮김 / 새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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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작의 첫번째 작품인 <잠 못 드는 사람들>의 작품 초반부는 요즘 가을 날씨처럼 조금은 쌀쌀함이 느껴졌다. 등장인물들이 타지에서 도시로 넘어와 하룻밤 묵을 방을 찾아 헤메는 장면이 나오는데 도시에 있는 사람들의 냉담함과 약간은 쌀쌀맞을 정도로 그들을 거부하는 모습이 요즘 현대사회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져서 조금은 씁쓸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실제 소설 속 계절 배경도 늦가을이라 찬바람이 부는 날씨였던건 괜한 설정이 아니었던거 같다. 암묵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 주인공들은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방법을 강구하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시도들을 끊임없이 지속해 나간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버텨내서 나중에는 커플인 두 주인공 사이에 사랑스러운 아이도 출산하게 된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며 우리네 삶도 이들과 세세한 부분에서는 다를 수 있겠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본다면 살면서 어떤 고난과 어려움이 닥치기도 하고 때론 힘들지만 그걸 또 이겨나가고 그러면서 하루하루 사는게 일반적인 대다수의 사람들의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욘 포세 작가의 의도는 작가 본인이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기에 독자들의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서 다들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그냥 평범한 한 커플의 일상을 통해 인생을 조그맣게 보여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쓴 맛도 단 맛도 모두 우리의 인생이기에 아름답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인생이 어떤 맛이건 간에 우리의 인생은 인생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왜냐면 내 인생이니까 상황이 어려울지라도 조금이라도 희망적이고 아름답게 봐야 하는게 좋지 않을까.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대화처럼...

두번째 이야기인 <올라브의 꿈>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바뀌어서 나오는데 작가가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는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뒤에 이야기를 읽다보면 주인공이 어떤 노인으로부터 살인 용의자로 의심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 주인공이 자신을 부인하기위한 수단으로 이름을 바꾼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거는 정답이 없는 일종의 열린 해석(?)같은 거라 위에서 내가 생각한 것처럼 독자들이 각자 생각하기에 따라 여러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을 듯 하고 이게 욘 포세 작품의 전반적인 스타일인거 같기도 하다. 독자들이 똑같은 글을 읽고도 이 각도에서도 보고 저 각도에서도 봄으로써 해석의 다양성을 확장시키는 게 욘 포세 작품의 매력인듯 하다.

또한 단순히 이름이 바뀌는 것 이외에도 최근 내가 읽었던 욘 포세의 다른 작품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삶과 죽음을 넘나들고 시공을 초월하는 등장인물들간의 대화가 <올라브의 꿈>에서도 어김없이 나온다. 맨 뒷면에 옮긴이의 말에 근거하여 부연 설명하자면 마치 살아있는 사람과 저 세상에 있는 영혼이 만나서 대화를 하는듯한 장면들이 곳곳에 보이는데 한 번 직접 읽어보시면 좀 더 느낌이 오실듯 하다. 그냥 갑자기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너무나도 부드럽게 이런 전개가 이어지는데 뭔가 형이상학적인 느낌마저 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 <해질 무렵>을 읽다보면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조금씩 다르고 세대가 몇 번 바뀌어서 한 2세대나 3세대 후의 인물들이 그 전 세대의 인물들이 갖고 있던 이름을 비슷하게 쓰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솔직히 이때부터는 앞의 어디선가 본듯한 이야기들이 오버랩된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그게 어디서 본 건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아서,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데 조금은 어려움을 느꼈던거 같다. 텍스트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는 앞에 나왔던 내용들과 연계해서 이해하고 읽어 나가려 하다보니 그랬던거 같다. 이럴 때는 따로 종이같은데 관계도라도 그려가면서 연결되는 인물들은 화살표도 긋는 방식으로 종합적인 이해를 했다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좀더 좋았을 텐데 본인의 게으름(?)으로 인해 그러지는 못했다. 솔직히 좀 귀찮고 번거롭기도 했던 거 같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책이 100%라면 내 개인적으로는 한 50~60%정도만 건진거 같고 나머지 40~50%정도는 다시 찬찬히 읽어보면서 이해하면 좋으련만, 그러기엔 지금 현재로서는 조금 힘들고 다른 분들의 리뷰나 평들을 보면서 보충해나가는게 대안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알라딘에 워낙 훌륭하신 독서가분들이 많이 계시기도 하니 말이다.

이 3부작 뿐만 아니라 욘 포세의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는 건 결코 호락호락한 일은 아닌 거 같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내가 처음 읽었던 <내 이름은 알레스> 라는 작품도 그러했고.. 그래도 욘 포세 작품 한 세 권정도 읽으니까 이제 어떤 느낌의 작가인지는 어렴풋이나마 감이 좀 생긴듯 하다.

이 3부작을 읽다보면 본문 중에 보트 하우스라는 단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조만간 기회가 되면 욘 포세의 <보트 하우스>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의식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나를 그 쪽으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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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10-23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세의 대표작이라고 하는 멜랑콜리아를 읽었는데...이건 내가 읽은 최악의 소설 탑3안에 드는 형편없는 책이네요...아후~~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심한 빡침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오, 근데 별5개...--;;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10-23 09:40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제가 멜랑콜리아는 아직 안 읽어봐서 뭐라 말씀을 못드리겠네요ㅠ 제 별에 크게 의미를 두실 필요까진 없으실듯 한데요 저는 그냥 제가 완독한 책에 4,5개의 별점을 주는 사람이라 그냥 최악이시면 별점테러 알아서 해주시면 되지 왜 저한테까지 별점을 강요하시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시는지 모르겠네요

yamoo 2023-10-23 10:07   좋아요 0 | URL
3부작은 좀 다른가?!...해서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10-23 10:26   좋아요 0 | URL
제가 요근래에 욘 포세 작품을 이 <3부작> 포함해서 세 권 정도 읽어보았는데, 등장인물이나 스토리가 약간씩은 다를 수 있겠으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크게 차이가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작품간에 뭔지 모르게 조금씩 이어져 있다는 느낌마저 들정도였으니까요.. 위에서 말씀해주신 멜랑콜리아의 경우 제가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조심스럽게 예상해보자면 기존 작품들의 분위기와 크게 다를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소재나 이런것들이 일부 다를 수 있겠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비슷할 거라고 보여집니다. 제 별점이라는게 뭐 딱히 큰 의미랄것도 없지만, 혹시나 이건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실경우 이미 완독하신 멜랑콜리아처럼 심한 빡침을 다시 경험하실지도 모릅니다. 이 세상에 다른 좋은 책들도 부지기수인데 이미 열받게 한 작가의 작품을 굳이 또 찾아서 읽으실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차라리 다른 좋은 책들을 읽으시는게 yamoo님의 시간 낭비도 안하고 화날일도 없고 좋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