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처음 출판된지 20년이나 된것으로 나오는데 이제껏 잘 모르다가 때마침 읽을 기회가 생겨서 읽게 된 책이다. 다른 대다수의 평들도 그렇고 내가 보기에도 그렇고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주변환경이나 여건과 관계없이 사랑하는 주인공 모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별히 이 모습이 나를 포함한 독자들에게 와닿는건 주인공의 나이가 10살 언저리라는 점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생 정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모모는 웬만한 어른들도 깨닫기 쉽지 않은, 인생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을 마음속 깊이 깨닫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깨닫게 된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순수하게 뛰어 놀 나이에 너무 일찍 철이 든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연민의 정 같은게 느껴지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난 저 나이때 뭘 느끼고 살고 있었나 하는 반성 같은거도 해보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할 수 있는 한 힘 닿는데 까지 사랑하면서 살라는 이 책의 핵심 메시지와 더불어 추가로 생각해볼 이슈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안락사와 관련된 이슈였다. 소설 속에서는 주인공인 모모가 사랑하는 로자 아줌마가 그 대상이었다. 소설 후반부에 이런저런 이유들로 사는것이 너무 힘들다고 느꼈던 로자 아줌마가 자신이 살던 아파트의 지하창고 같은 곳에서 생을 마감해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에 이런 말이 나온다. (소설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 주인공 모모의 생각을 말한것이다.) '더이상 살아갈 능력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은 사람의 목구멍에 억지로 생을 처넣는것보다 더 구역질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말이 되게 뇌리에 박혀서 읽으면서 밑줄까지 그어 두었었는데 참 마음이 먹먹해지는 말이었다. 아니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 문장이 어떻게 느껴졌을지는 읽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차라리 죽는게 사는거보다 덜 힘들겠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이 책을 안 읽어본 상태에서 그냥 이 말만 들으면, 나약하다 그 용기로 살 궁리를 모색하는게 나은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이 책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소설속 인물들의 주변 환경이나 여건들을 알고 계실것이기에 읽으면서 어느정도 공감이 되었을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어하는데 그사람이 원하는대로 내버려 두는게 사랑인가? 아니면 저 위에 말처럼 억지로 생을 처 넣는게 사랑인가?이 문제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본다. 각각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혹자는 사람 목숨이 무슨 게임처럼 2개, 3개씩 있는거도 아니고 한 번 죽으면 그냥 끝인데 어떻게든 살려야 하지 않냐고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게 진짜 사랑이라고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각종 논술 시험같은데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기도 한 안락사 이슈와 관련해서 개인적으로 예전에는 사람목숨이라는게 한번 잃고 나면 그냥 끝나는 것이라는 이유로 안락사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는 쪽이었는데 이번에 '자기 앞의 생'을 읽고 나서는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입장을 무작정 고수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참 쉽지 않은 문제다. 하긴 그러니까 각종 논술 시험 단골 논제로 나왔던 것이겠지.. 안락사 이슈와 더불어서 리뷰 초반부에 말했던 사랑이라는 것이 진짜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해봐야 될듯 하다. 내가 단지 추상적으로만 사랑 사랑거리면서 살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앞으로는 구체적으로 사랑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보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