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모모가 우연한 기회에 영화를 더빙하는 장면을 직접 보게 되는데 더빙을 하다가 녹음이 잘못된다든가 하여 작업이 틀어지면 해당장면을 처음으로 다시 돌리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틀어진 인생도 그렇게 다시 돌려서 시작했으면 하는 바램을 표현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더빙 스태프(털보)가 농담 섞인 말과 함께 뼈있는 말을 던진다. ˝불행하게도, 다시 시작해봤자 결국 그게 그거야˝

이 장면에서 털보가 이렇게 말한 것은 영화야 이미 다 촬영 되어있는 것이니까 다시 돌려봐야 더빙되는 것 말고는 영화장면이나 결말자체가 바뀌는 것은 딱히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여기서 좀더 확장해서 개인적인 경험을 덧붙이자면 이 부분을 처음에 무심코 읽었을때 나는 인생을 다시 살아봐야 그게 그거라는 의미로 느껴졌었다. 어차피 과거로 다시 돌아가도 그 때의 나는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고 과거에 내가 한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과거의 나는 똑같은 선택을 할 거라는 말이 쉽게 동의가 안될 수도 있는데 한 번 생각해보자.
지금 현재 시점에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면 인생에서 잘한 선택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미래가 어떻게 될지를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적어도 과거에 내가 어떤 것을 선택했던 시점에서만 놓고 봤을때는 그것이 그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이기에 후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지금 아쉬울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후기를 쓰면서 이 부분을 다시 읽어 봤을때 조금은 건설적인 방향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위에서 털보가 말한 영화는 이미 촬영이 끝난 상태인데 반해 우리의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그 시발점이었다. 우리 인생이라는 영화는 지금 현재도 계속 플레이(▶재생)되고 있고 영화와는 다르게 되감기(⏪)되지 않는다. 빨리감기 (⏩)도 안된다. 죽음의 순간에는 정지(■)되겠지만 적어도 살아있는 순간 만큼은 그냥 쭉 플레이(▶재생) 되고 있는 것이다. 잠시 멈추고 싶다고 해서 일시정지되는 것도 아니다. 과거는 잊고 앞으로 마주할 미래를 바라보라는 말을 숱하게 들어왔으면서도 그러지 못하고 자책할 때도 많았다. 이 말을 그동안 머리로만 알고 있었는데, 털보의 얘기를 통해 가슴으로 느껴졌다. 과거야 어떻든 간에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해보면 내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는 내가 주인공이고 주연배우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도록 노력하며 살아가야 겠다. 그냥 일상에 치여 하루하루 살아가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닌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해 나간다는 능동적인 태도와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다 쓰고나니 참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인데 살면서 이런 것들을 잊어버린채 그냥 흘러가는대로 타성에 젖어 살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도 하게 되었다. 우연히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느끼게 되어 감사하다.



나는 달랑 혼자인데, 세상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다.  - P132

아이를 입양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바로 저능아다. 저능아란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서 자라지 않기로 마음먹은 아이다.  그러면 난처해진 부모는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예를 들어 열다섯 살짜리 아이가 열 살처럼 행동을 하는 식이다.  문제는 그런 아이는 혼자 벌어먹고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 P138

첫 시도에 망쳐서 목소리가 제때에 들어가지 않으면 다시 해야 했다. 그러면 멋진 일이 벌어졌다. 모든 것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 P139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서 살아 있을 때의 제자리로  돌아왔다. 누군가가 단추를 누르자 모든 것이 뒷걸음질쳐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자동차들이 거꾸로 달리고 개들도 뒤로 달리고, 무너졌던 집이 내가 보는 앞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 P140

시체에서 총알이 튀어나와 기관총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살인자들은 뒤로물러서서 뒷걸음 질로 창문을 훌쩍넘어  나갔다. 비워졌던 잔에 다시 물이 차올랐다.  흐르던 피가 시체의 몸으로 다시 들어가고 핏자국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으며 상처도 다시 아물어버렸다. 뱉은 침은 다시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말들이 뒤로 달리고  팔층에서 떨어졌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서 창문으로 돌아갔다. - P140

거꾸로 된 세상, 이건 정말 나의 빌어먹을 인생 중에서 내가 본 가장 멋진 일이었다. 나는 튼튼한 다리로 서 있는 생기 있는 로자 아줌마를 떠올렸다. 나는 좀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 아줌마를 아름다운 처녀로 만들었다. 그러자 눈물이 났다. - P140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그 영화를 보고 너무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화면을 돌려서 처음까지 가게 할 수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중 털보 하나는 재밌다는 듯이 낄낄거리면서 그러다가 "에덴동산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그가 덧붙여 말하기를, "불행하게도, 다시 시작해봤자 결국 그게 그거야"라고했다. - P141

사람이 나이가 들면, 자연의 섭리에 따라 마지못해 찾아오는 자식들 말고는 찾아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기 마련이다. - P169

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 - P179

나는 그 자리를 떠났다. 슬픔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을 테니까. - P182

나는 로자 아줌마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라면 무슨 약속이라도 했을 것이다. 아무리 늙었다 해도 행복이란 여전히 필요한 것이니까. - P208

정신병자들이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있다고 믿고, 보지 않은 것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미친놈 취급을 받는 것이니까. - P217

죽음은 사람에게 중요성을 부여해주고, 사람들은 죽음이 다가온 사람을 더 존경하게 되기 때문이다. - P233

기분이란 환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까. - P233

최후의 결정은 의학이 하는 것이고, 의학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끝까지 막으려 한다는 것을. - P234

한 사람이 다른한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 P234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있는 법이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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