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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5
로버트 프로스트 글, 수잔 제퍼스 그림, 이상희 옮김 / 살림어린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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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이 하얗게 핀 나무그림이 근사해 주목도서로 올렸던 시그림책이다.
그림에 먼저 반하고 분위기 있는 시 제목에 혹~ 했는데 정작 책을 만나기 전까지 로버트 프로스트라는 시인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에 대해 알아보다 그의 유명한 '가지 않은 길'이란 시의 첫 싯구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를 보는 순간 정확히 언젠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싯구가 좋아 되뇌이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우습게도 그 어렴풋한 기억이 그의 다른 시에 대한 애정으로 그리고 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미국 시인중 가장 순수한 고전시인으로 J.F.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에서 자작시를 낭송하고 퓰리처상을 4회나 수상했다고 한다.
이미 오래 전 그는 고인이 되었지만 그의 시를 읽으며 아주 오랫만에 시가 주는 감흥을 맛보았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는 눈 내리는 겨울날 고요와 정적이 감도는 숲을 바라보는 노인의 담담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숲이 누구네 숲인지,
난 알듯 해.
숲 주인은 마을에 집이 있어서,
내가 지금 여기 멈춰 선 채
눈 덮이는 자기 숲 바라보는 것도 모를 테지.

번역시라서 누가 번역하느냐에 따라 우리말이 가진 어감이나 시의 느낌도 많이 다르겠지만 이 책에선 시인이 혹은 그림책 속 노인이 홀로 되뇌이는 듯한 어조로 쓰여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어들은 겨울 저녁의 고요한 숲 풍경과 어우러져 그가 서 있는 시공간의 장면을 보여준다.
호수와 눈덮인 나무들, 눈 내리는 풍경과 숲 속의 동물들..
그림을 보다보면 책이 아닌 진짜 책 속의 겨울 속으로, 고요한 숲 안으로 내가 걸어 들어가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한 해 중 가장 어두운 저녁, 숲과 꽁꽁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서서..'
시만 있었다면 그 감상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그림책이라는 말대로 한 구절 한 구절 싯귀와 그림을 오래오래 들여다보며 감상하면 더 많은 것들을 보게 된다.
마차를 탄 노인은 숲에 이르러 조용히 눈 쌓인 숲을 바라보다 어느새 눈 속에 뛰어들어 논다.
하얀 눈이 그 순백의 순수함으로 노인을 어린아이의 동심으로 돌아가게 한걸까?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표정, 눈밭에 만들어진 천사의 모습.. 그림을 보던 아이들까지 "우리도 이리 놀면 좋겠다" 하고 거든다.
숲의 주인이었던 동물들은 인기척에 놀라 후다닥 달아나선 숨박꼭질하듯 수풀 속에 몸을 감추고 있다.
(이 장면에선 숨은 그림찾기를 하듯 수풀 속에 숨은 토끼도 세어 보았다.)
마차에서 씨앗과 건초를 챙긴 노인은 눈송이 날리는 소리만 남은 숲에 숲의 주인들을 위한 선물을 두고 다른 이들과의 약속을 위해 길을 떠난다.



처음에 '노인이 왜 어두운 저녁에 숲을 찾은걸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는데 그 이유를 그림에서 찾았다.
로버트 프로스트에겐 다른 의미와 상징으로 쓰여진 시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림을 그린 수잔 제퍼스는 추운 겨울 배고픈 동물을 위해 먹을거리를 챙기고 따뜻한 체온을 나누며 마음을 나누는 한 노인을 그렸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노인의 모습이 좋아선지 마지막에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을 달리는 마차와 그를 배웅이라도 하듯 서 있는 하얀 나무가 아름답고 운치있어 보인다.



우리에게 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겨울이 어서 지나갔으면 하고 바랄 만큼 춥고 시리고 지루했던 거 같다.
하지만 책 속의 노인이 마주한 겨울은 눈 내리는 저녁의 찬 기온까지 따스하게 덮여주는 듯 하다.
담담하게 쓰여진 아름다운 시와 부드럽고 소박한 겨울 숲과 풍경의 펜화가 이 그림책의 분위기를 더해준다
평소에 아이들이 읽던 동시와 좀 다르지만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이란 타이틀처럼 누구나가 그림책이란 소재를 통해 고전 시의 아름다움을 만나보면 좋겠다.
또 시는 시대로 그림은 그림대로 따로 읽고 아이들에게 시인처럼 화가처럼 그들의 시어로 새로운 시를 지어보자 해도 좋겠고...
그림책중엔 겨울이면 생각나고 다시 꺼내들어 읽게되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도 꼭 끼워지겠다.
어느 계절에 읽어도 좋지만 진짜 눈 내리는 겨울에 읽으면 더 공감할 것들이 많고 우리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 줄테니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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