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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키스하지 마세요 -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ㅣ 글로연 그림책 2
툴리오 호다 지음, 김희진 옮김 / 글로연 / 2012년 1월
평점 :
툴리오 호다 글. 그림 / 김희진 옮김 / 글로연
연못의 모든 개구리들이 백 년에 한 번씩 열리는 축제를 위해 예쁘게 꾸미고 있지만 엘레나는 그러지 않아요.
가깝거나 먼 이웃 왕국의 왕자들이 찾아와 키스를 해주면 개구리는 공주님으로 변신을 하기 때문에 연못의 모든 개구리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축제를 기다렸어요. 엘레나만 빼구요..
엘레나는 연못에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또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축제날, 연못은 그들만의 공주를 찾는 왕자님들로 가득했고 키스의 축제는 하루 종일 계속되었어요.
엘레나는 공주가 되고 싶지는 않았지만 혼자 남은 외로움은 좀 슬펐어요.
맛있는 벌레를 찾고 있던 엘레나는 자기처럼 성보다 연못을 좋아하는 왕자를 만났어요.
가슴 가득 기쁨이 차오른 엘레나는 왕자에게 와락 안겨 키스를 했답니다.
약속을 지킨 공주가 개구리에게 입을 맞추자 개구리였던 왕자가 마법에서 풀려 변신하는 내용의 '개구리 왕자'를 아시지요?
이 책을 읽으니 그 '개구리 왕자' 이야기가 가장 먼저 떠올려지더군요. 마치 뒤집기 패러디라 할까요?!
그런데 여기에는 개구리 왕자 대신 개구리 아가씨 엘레나가 등장합니다.
모든 개구리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눈화장에 입술을 칠하고 꽃왕관을 써가며 치장을 하는 동안 엘레나는 그저 무덤덤하게 축제의 전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개구리가 "왕자님이 네게 키스를 하면, 넌 공주가 되는 거라고.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성에서 사는 공주말이야!"라고 말할 때 "난 성 안에서는 살고 싶지 않은 걸. 나는 여기에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고 있어. 여기야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고, 달빛 아래에서 노래하고, 벌레도 먹으면서..."라고 말합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삶 그대로가 그리고 난 나여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엘레나가 무척 당차게 느껴지고 웬지 그 모습이 더 아름답고 당당해 보입니다.
아이들과 읽은 책중에 좀 비슷한 내용의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존 세스카의 [개구리왕자 뒷이야기](/보림)에서도 공주의 입맞춤으로 왕자가 된 개구리가 등장하는데요..
'개구리왕자'에서처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야할 이들은 전혀 행복하지가 않았습니다.
개구리의 습성을 못버린 왕자때문에 둘은 서로에게 화를 내고 티격태격 다퉜기 때문이죠.
그래서 개구리왕자는 다시 개구리 때로 돌아가기 위해 자신에게 마법을 걸어줄 마녀를 찾아다닙니다.
두 동화 모두 공주가 되어야만 왕자가 되어야만 행복하다는 고정관념을 와작 깨뜨려 주는 이야기입니다.
행복이 무엇인지 나를 변신시켜주는 마법같은 키스는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고요..
그리고 그 마법은 바로 스스로의 마음에 담겨 있는 거라고 속삭여 주는 듯 합니다.
유주의 눈에 속눈썹이 길고 빨간 입술에 연꽃 왕관을 쓴 개구리들이 예뻐보였는가 봐요.
책표지 그림을 새로 그리기로 했는데 엘레나를 그냥 초록색 개구리가 아니라 예쁘게 치장해주고 싶다 합니다.
책표지에는 얼굴만 나와 있는데 유주는 본문을 펼쳐놓고 몸통 전체가 나오게 그렸어요.
가장 먼저 빨간 입술로 칠해 주더니 엘레나의 속눈썹을 몇 번 덧대 그렸습니다.
선을 그어넣고 그 안을 채워가는 식으로 채색을 하더니 바탕은 물감으로 해보고 싶다고요..
붓으로도 하고 싶고 면봉도 쓰고 싶고 칫솔로도 해보고 싶고..
색깔도 이 색깔 저 색깔 하고 싶은 게 많았습니다.
칫솔을 찍어 두드려 주기도 하고 털이 적은 붓으로 색을 바꿔가며 칠했어요.
물감을 칠하는 것도 그런데 유주는 붓을 씻고 닦고 새 물감을 바르고 하는게 재밌다 합니다.
한 시간이 넘어가고.. 제가 규현이 숙제를 봐주느라 일어났더니 좀 있다 마쳤다고 가져와 보여줍니다.
그런데 책표지의 책 제목과 작가의 이름이 홀라당 바뀌었어요.
'나에게 키스하지 마세요'는 '아름다운 공주 엘레나'로 작가는 박유주라는군요.
뒤집어봐도 글은 없는데 말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