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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림이 들려주는 사람 이야기
박영대 지음 / 현암사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우리 그림은 카메라가 없던 시절에 화가의 눈으로 기록한 우리 역사입니다.
문자로 된 역사책에서 사람들의 삶을 추적할 수 있다면, 우리 그림에서는 바로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지요.'
(머릿말에서)

작가가 머릿말에서 쓴 글처럼 그림은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가를 한눈에 살펴 볼 수 있게 한다.
그야말로 작가가 보고 싶어하거나 작가가 보고 있는 것을 표현해낸 것이 그림이기 때문에 우리 옛그림에는 그 그림을 그린 작가가 살았던 시대가, 그들의 다양한 삶이 담겨 있다.

이 책은 김홍도를 비롯한 신윤복, 심사정, 장승업 등 우리나라 대표 거장들이 그린 40여편의 그림들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한 책이다.
<길쌈>, <춤추는 아이>, <대장간>, <씨름>, <서당> 등 우리에게 친숙한 김홍도의 작품이 14편으로 가장 많이 실렸고 윤두서의 <자화상>이나 김명국의 <달마도>, 신윤복의 <처네 쓴 여인>과 <저잣길>같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옛그림들로 구성되었다.
특히 김홍도나 신윤복, 유숙등의 그림은 풍속화로 당시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옛그림으로 살피는 우리의 역사'라고 할까?
광주교대 교수이자 화가인 저자는 그림마다 세세한 설명을 덧붙여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상황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꼼꼼히 짚어준다.
작품명과 작가, 그림이 그려진 시기와 재료, 크기같은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 그들이 나눌만한 대화, 그들이 하고 있는 일, 인물의 성향이나 시대적 상황과 상상까지.. 그림 속 작은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림 이야기와 관련된 다른 일화나 설화, 전해지는 이야기가 실려 있어 그림 이야기 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또 만날 수 있다.  
또 무엇보다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여러 다양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로운데 주로 풍속화를 통해 옛사람들의 생활상을 보게 된다.
길쌈을 하고 담배를 썰고 논을 가는 농부와 벼를 베는 사람, 기와를 이는 기와쟁이와 대장간의 대장간쟁이, 장가를 가는 새신랑, 독서를 하는 여인과 자리를 짜는 선비, 처네를 쓴 여인과 조선의 예쁘기로 소문난 여인 등 그야말로 당시 서민들의 여러 '삶의 현장'을 만날 수 있다.
선비가 지닌 엄숙함이 느껴지는 윤두서의 <자화상>이나 채용신의 <황현 초상>같은 초상화 그림도 눈에 띄고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달마도> 또 중국의 옛이야기를 상상해 그린 장승업의 <삼인문년도>나 삼국사기에 실린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긴 조속의 <금궤도>처럼 고사인물도에 속한 그림들과 조영석의 <이 잡는 노승> 같은 재미난 그림도 실려 있다. 

이 책은 우리 미술을 보는 관점을 흥미롭게 제시한다.
소개된 그림중 김홍도의 <그림 감상>이란 그림 설명중 작가는 여기서 '같은 그림을 두고도 사람마다 이렇게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사물을 보는 눈과 느낌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태어나서 자란 곳이 다르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다릅니다. 그러니 그림 속의 대상과 색깔을 보는 태도도 다르기 마련이지요.' 라 전하고 있다.
그리고 대개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명화란 사람의 눈길을 오래 머물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고 그려진 대상이 그림 속에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지니고 있다 한다.
서양의 그림이 우리에게 더 친숙하고 익숙하긴 하지만 우리 옛그림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오랫동안 눈길이 머문다.
그림을 보는 감상법은 여러가지겠지만 이 책은 그림을 바라볼 때 그림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을 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저자의 설명을 읽다보면 주인공 뿐만 아니라 그 옆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가령, 김홍도의 <활쏘기>에서도 활을 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세를 바로 잡아주는 사람이 있고 화살을 다듬는 사람, 활을 교정하는 사람도 차례로 살펴진다.
예전에 그냥 지나쳤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걸 보면 무엇이든 알고자 관심을 갖고 눈과 마음을 가까이 할 때 보이지 않던 새로운 것들도 보이나 보다.
작품이 갖고 있는 느낌도 중요하지만 꼼꼼히 살피다보면 무얼 담고 싶었는지 화가의 마음도 조금 보여지는 거 같다.

저자는 '나는 누구고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우리 옛그림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 말했다.
만약 조선시대의 김홍도가 지금의 내 모습을 그린 다면 그는 어떤 그림을 그릴까? 
문득 길쌈에 지친 아낙과 저잣길에 함지박을 진 여인, 미인도에서 가채를 받들고 있는 여인의 얼굴이 떠올려진다.
그리고 그런 상상에 이책이 더 즐겁고 애착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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