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영원히 기억할게!>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안녕, 영원히 기억할게!
하라다 유우코 지음, 유문조 옮김 / 살림어린이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메리, 흰둥이, 검둥이, 얼룩이, 문열이.. 우리집에서 불렸던 수많은 이름들의 개중에 우리 가족 모두가 추억하는 특별한 개가 있다
세퍼트를 닮긴 했지만 순종이 아닌지 어딘가 부족한 얼굴로 고개를 기우뚱 거리는 모습, 겅중거리는 걸음에 이녀석은 오자마자 멍충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대문을 지켜야할 제 본분을 잊고 마루 밑에 와서 신발을 베고 자고.. 놀다가 기분이 좋으면 마루까지 뛰어 올라와 엄마의 불벼락을 듣곤 했지만 용케도 오랫만에 찾아오는 친척한테는 짖지 않는 용한 구석도 있고 유난히 식구들을 잘 따라 귀염을 받았다
내가 대학을 들어간 즈음에 이 멍충이도 엄마개가 되었다
추운날 새끼를 일곱 마리나 낳고 새끼를 품고 있어야 할 시각에 밖에 나와 꼬리를 흔들던 멍충이 때문에 우리는우윳병에 분유를 타 먹이고 새끼를 수건으로 싸서 맛사지도 시켜주는 헤프닝도 벌였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 뒤인지는 모르겠지만,, 멍충이가 죽었을 때 나는 정말 충격이었다
이 삼일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모퉁이를 돌아 골목을 들어서면 껑충거리며 멍충이가 튀어 나오는 거 같아 그 앞을 한참 바라보곤 했다
이제 영원한 이별이구나.. 다시는 멍충이를 볼 수 없구나 하고 맘 아파하고 상심이 컸던건 그때인거 같다. 
그래도 시간이 그 아픔을 덮어주고 어쩌다 식구들이 옛 이야기를 하다 멍충이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걸 보면 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함께 추억하는 녀석이구나 싶어 웃음짓게 된다

그런데 어른이 아닌 아이의 입장이라면 반려동물의 죽음과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안녕, 영원히 기억할게!]는 태어났을 때부터 가족처럼 살아온 강아지가 죽자 마음 아파하고 스스로 그 아픔을 이겨나가는 아이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을 쓰고 그린 하라다 유우코 작가의 실제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래서 일까?
그림책이면서도 짧지 않은 글인데 마치 내 이야기인냥 담담히 읽혀지고 직접 그린 소녀와 리리의 모습 외에는 다른 그림이 없어 간결한 느낌이다

온통 까만 색인 강아지 리리는 소녀와 숨박꼭질도 하고 소녀가 무슨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듯 옆에서 기다려주고 다 받아주고 또 반겨주는 존재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아픈 리리는 눈이 안보여 쿵쿵 부딪치기도 하고 다리에 힘이 없어 축 늘어진 모습이다
불러도 다가오지 않고 눈을 맞추어도 어딜 바라보는지 알 수 없다는 것,, 그건 너무 슬프기만 하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리리가 죽어 있다
더 많이 놀아주지 못하고 더 많이 쓰다듬어 주지 못하고 맛있는 걸 많이 못준 것이 너무 아쉽고 미안하다
그리고 학교 다녀오는 길, 리리와 함께 산책하던 모든 것들이 떠오른다
전봇대나 공원, 산책하는 사람들 모두 그대로인데 이제 어디에도 리리가 없다는 것.. 소녀의 표정은 슬프다

엄마는 이제 리리의 물건을 정리하자 하지만 소녀는 리리의 물건을 버리는것이 마치 리리를 버리는 것만 같아 화도 나고 슬프다
그런데 물건을 담은 상자에서 나온 스펀지 공 하나가 리리와의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리리가 건강했을 때 몇 번이고 주워오던 공, 리리와의 추억만큼이나 너덜너덜해진 공, 그리고 거기서 나는 리리의 냄새
리리의 냄새를 맡으며 소녀와 엄마는 눈물과 큰 웃음이 절로 난다
리리는 없지만 리리와의 추억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걸 아이와 엄마는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리리와 만날 수 없지만
리리를 좋아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야
내일이 되어도
내일 모레가 되어도
또 몇 년이 지나도.....,
리리를 만나서 정말로 행복해
리리, 우리 집에 와 줘서
고마워                 (본문에서)

이 책에서는 리리를 추억하며 들려주는 소녀 자신의 이야기로 반려 동물의 존재, 생명에 대한 소중함 그리고 죽음과 이별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볼 수 있다
슬퍼한다는 것. 그리고 영원히 추억한다는 것.. 그건 이별이라는 아픔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인 듯 하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혹은 가까이서 죽음이나 이별을 하게 될 때 아이의 슬픈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책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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