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홈베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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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홈베이킹 - 마요가 알려 주는 스위트 레시피
한마요 지음 / 나무수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의 시 '청포도'에 나오는 싯구다
조국의 독립을 바라는 큰 염원이 담긴 '청포도' 시인데, 난 이 시에서 정갈하고 단정한 식탁의 시각적인 이미지를 강하게 느꼈더랬다
그리고 언젠가는 또 내게 주방이 생긴다면 투명한 은쟁반과 하얀 모시 수건 그리고 이제 막 씻어 뽀드득 소리나게 닦은 듯 말간 그릇들로 살림을 하고 싶단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내 부엌과 내 살림이 있는 지금, 내 수납장은 단촐하기만 하고 하이얀 앞치마는 신혼 적에나 썼을까, 서랍 속에서나 볼 수 있다
[사계절의 홈베이킹]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청포도의 시각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산뜻한 시각과 새콤한 미각이 살아난 듯 했다
체크 무늬의 앞치마와 붉은 선이 그어진 접시와 빨간 딸기 케잌 아래의 레이스 천까지...
아, 내가 동경해오던 것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책의 지은이는 자신이 좋아하던 케이크를 직접 만들며 마음껏 디저트를 즐기고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정성껏 구운 케잌을 예쁘게 꾸미고 세팅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가장 행복한 때...
우리 가족을 위해 내 아이를 위해 요리를 할 때 아내로서 엄마로서 행복하지만 솔직히 '가장'이란 수식어를 붙이기엔 솜씨가 없다
그래도 나도 오븐을 들이고는 참 행복했더랬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남편에게 먹일 쿠키와 빵을 만들거란 기대로 말이다
그러나... 우리집 오븐에서 구워 나오는 것은 시판 믹스로 구운 쿠키와 고구마 구이, 그리고 간단한 피자 식빵정도..
책을 보면서 넘 예뻐서 들여다만 봐도 달콤한 맛이 전해오는 듯, '이걸 받는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은 정말 행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쿠키와 케잌들이 모두 먹기 아까울 정도로 달콤하고 산뜻하게 보인다
"아,, 넘 이뻐" 하는 감탄을 하는 새 우리 큰 아이는 "아, 맛있겠다!" "엄마 이거 정말 맛있겠다! 엄마 이거 해줄거야??" 하고 묻는다
사랑스러운 병아리 만주를 보는 순간, 응 그래그래 덜컥 약속을 한 것은 책 속의 레시피가 내일이라도 당장 만들기를 가능하게 할거 같았기 때문이다
레시피를 보기 전 친절한 일러두기가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친절한 레시피, 상냥한 레시피라고 불러야 할 듯..^^ 색깔과 글이 상큼하고 친절하다
재료준비와 양, 그리고 기본적인 요령이 실려 있는데, 레피시 내에서도 '마요's point'에서 친절한 팁이 이어진다
베이킹을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에서 부터 유제품, 가루, 설탕, 견과류와 초콜릿, 베리류, 향신료 등의 재료, 그리고 반죽과 크림, 휘핑 머랭 만드는 요령 등이 차례대로 실사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나온다
책 제목 [사계절의 홈베이킹]에서처럼 레시피들이 사계절에 어울리는 재료와 맛, 분위기등에 맞춰 분류되어 있다
'봄의 햇살은 트레이싱지를 투과한 여린 핑크색, 새싹의 투명한 연두, 때로는 새콤한 레몬 빛.' (본문에서)
벚꽃을 닮은 머랭쿠키, 누가 볼까봐 쏙쏙 입에 몰래 집어 넣고 싶은 딸기 슈거볼, 개구쟁이들에게 먹이고픈 블루베리롤쿠키, 우아한 웨딩쿠키와 바라만 봐도 즐거운 부활절 컵케이크, 삐약삐약 재잘거리는 귀여운 병아리 만주, 이미 한 번 반한 딸기 샤를로드..
핑크빛과 연두빛, 그리고 화이트와 레드 옷을 입은 케잌 사진들은 보기만 해도 설레임이 생긴다
그녀의 여름 이야기에 쓰인 글을 읽다가 이 책을 쓴 그녀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겠단 생각을 했다
"요즘은 사람들이 너무 정신없이 살아요. 카모마일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 앞에 앉아 개똥지빠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다면 한결 인생을 즐기게 될텐데"
전에는 그저 동경일 뿐이었던 이 문장이 어느새 내것이 되어 있었다 (본문에서)
동경을 내것으로 만든 그녀가 나이가 들어 정원이 넓은 집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꽃과 차와 달콤한 케잌을 나누는 시간이 꼭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새콤한 레몬커드 크림과 눈과 입이 모두 달콤할거 같은 산딸기 가나슈 파이,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바나나 브레드 푸딩, 화이트 초콜릿 레어 치즈케잌, 블루베리 스무디 등이 여름 레시피로 나온다
거칠게 빻은 곡물가루와 구수한 향이 좋은 오트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호두와 피칸, 향이 좋은 헤이즐넛
그리고 여름의 햇살을 고스란히 간직한 말린 과일들 또한 빠질 수 없다 (본문에서)
가을레시피는 계절에 나오는 견과류와 건강에 관련한 레피시들이 나온다
뮈슬리바, 당근켑케이크, 밀크티, 단호박 치즈타르트, 펌프킨리프쿠키, 통밀 오트밀 쿠키.. 눈으로만 봐도 이전보다는 건강해지는 듯 하다
큰 상처를 어루만지는 데는 더 원초적이고 강하고 크고 믿음직스러운 다크초콜릿이 필요하다
잔뜩 지쳐서 현관문을 열었을 때 진한 초콜릿 냄새가 진동하는 케이크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뱅쇼가 식탁 위에 놓여 있으면 얼어붙은 마음이 부드럽게 녹아내릴 것 같다 (본문에서)
데블초콜릿타릍, 트리플초콜릿쿠키, 뱅쇼, 눈꽃시나몬쿠키, 퐁당오쇼콜라.. 모두 다크브라운 컬러의 레시피들이다
겨울의 레시피중에 가장 눈길을 끈것은 키세스케이크와 크리스마스 쿠키다
누구에게든 사랑받을 귀엽고 보물주머니같은 키세스케이크는 생크림과 라즈베리, 초코케잌이 조화를 이루고,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아이싱쿠키는 모르는 사람에게라도 "메리크리스마스"하며 하나 건네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봄, 여름,가을과 겨울!
계절별 레시피에는 베이킹과 계절에 잘 어울리는 음료의 재료와 분량, 그리고 만드는 방법과 과정 사진, 그리고 그녀의 팁이 자세히 나와 있다
완성코디 사진은 요리라기 보다는 작품에 가깝고 하나같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그리고 베이킹 레시피 중간에는 그녀가 추천하는 여러 까페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맛이 좋다든지, 건강메뉴가 있는 곳 또 분위기가 좋은 감각적이고 세련된 곳이 많아 사진과 위치를 보며 언젠가 한번 자유로운 나들이를 꿈꿔보게 했다
그리고 아기자기한 이 책의 또다른 볼거리와 배울거리는 바로 여러 베이킹에 어울리는 선물 포장이다
만주와 스콘류, 작은쿠키, 케이크와 타르트, 푸딩과 초콜릿류 등 종류에 따라 다른 포장을 하고 센스있는 포장으로 맛있는 베이킹들을 더 가치 있고 달콤하게 한다
그리고 포장 외에도 예쁘게 담아 내놓을 수 있는 그릇들로 그녀가 주로 이용하는 그릇가게 소개와 홈피주소 등이 적혀 있다
아이들과 팔 걷어 붙이고 가루를 체치고 계량을 하고.. 그녀의 레시피를 따라해보는 상상을 해보았다
내가 꿈꾸는 것은 그녀의 레시피들 중에 몇 가지를 내 아이들과 해보는 거다
따라해보는 재미, 새로운 베이킹을 만나는 재미, 그리고 그녀의 조곤조곤한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을 공감하고 동경해보는 것..
사계절의 홈베이킹이 주는 즐거움이다
그녀의 사진과 글들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어디선가 쿠키 냄새가 나는거 같다